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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프리미엄 중심으로" 가전 사업 손보는 삼성전자, 유럽 전통 브랜드 아성 넘을 수 있을까

"고부가가치·프리미엄 중심으로" 가전 사업 손보는 삼성전자, 유럽 전통 브랜드 아성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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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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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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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가전 사업 전략 재편·구조조정에 박차
中 질주 속 AI·IoT 기술 적용한 프리미엄 가전으로 활로 모색 
전통·품질로 승부하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당장 맞대결 어려워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 전략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 가전의 공세로 글로벌 가전 시장의 경쟁 판도가 뒤집힌 가운데, 프리미엄·고부가가치 제품에 초점을 맞추며 활로를 모색해 나가는 양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유럽의 전통적 프리미엄 가전 기업들이 다년간 축적해 온 브랜드 가치를 무기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관련 시장에서 단기간 내 두각을 드러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격변' 맞이한 삼성전자 가전 부문

2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생활가전(Digital Appliances, DA) 사업부는 최근 경영설명회를 통해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품목의 생산 라인 및 1989년부터 운영해 온 말레이시아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수익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거나 가격 경쟁이 심한 제품은 검증된 외부 업체를 통해 생산하고, '비스포크'로 대표되는 전략 제품 등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세계 각국의 생산 기지에서도 격변이 발생했다. 우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삼성전자의 핵심 제조 기지로 자리 잡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생산 전략이 재구성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럽 슬로바키아 갈란타 공장이 설립 24년 만에 폐쇄 절차에 착수하기도 했다. 갈란타 공장은 한때 삼성전자의 유럽 TV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기지였지만, 최근 들어 업황이 악화하며 생산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밖에 북미 사업을 맡는 미국 법인 삼성일렉트로닉스아메리카(SEA)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수차례 가전 사업 철수설이 돌았던 중국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연내 중국에서 가전·TV 판매를 중단하고 미국 시장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말 중국 가전·TV 판매 중단을 최종 결정하고, 현지 직원과 거래처를 대상으로 관련 사안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중국 내 재고는 순차적으로 처분되며, 판매는 올해 중 완전히 종료될 예정이다. 단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중국 내 제품 생산 라인은 그대로 남아 수출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 거점으로 활용된다.

中 공세 피해 고급 가전에 집중

이처럼 삼성전자가 가전 사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중국산 가전의 맹렬한 공세로 시장 경쟁 판도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국내 기업(삼성전자·LG전자)이 28.5%, 중국 기업(하이센스·TLC·샤오미)이 31.8%였다. 같은 기간 500달러(약 75만원) 미만 저가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매출 기준)은 2021년 31.5%에서 2025년 39.7%로 대폭 확대됐다. 중저가 가전 시장을 휘어잡은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전제품의 프리미엄화 및 편의성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각각의 가전을 개별 제품으로 판매하는 대신 자체 통합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연결하고, 카메라·음성 인식·센서·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적용해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과거 대용량, 고급 디자인, 고효율로 대표되던 프리미엄 가전의 특성을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읽고 스스로 조정하는 ‘AI 경험’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구상이 적용된 대표적인 제품군이 비스포크 AI 라인업이다. 냉장고는 내부 카메라와 AI 비전 기능으로 식재료를 인식하고, 보관 상태나 레시피를 제안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세탁물 무게와 오염도를 감지해 코스를 자동 조정하며, 일부 제품에는 AI 홈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여타 가전까지 제어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AI 가전을 월 구독 방식으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제품 점검과 관리 혜택까지 제공 중이다. 이는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면서 소비자를 삼성전자 생태계 안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복안으로 읽힌다.

사진=가게나우

유럽산 프리미엄 가전의 경쟁력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같은 전략만으로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밀레(Miele), 보쉬(Bosch), 지멘스(Siemens), 가게나우(Gaggenau) 등 전통적 유럽 가전 브랜드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프리미엄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장기간 사용해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 소재와 마감에서 드러나는 완성도, 고장 이후에도 수리와 유지·관리가 가능하다는 경험 등이 누적되며 브랜드 자산으로 굳어진 것이다. 특히 유럽 지역 소비자에게 있어 프리미엄 가전은 내구성, 정숙성, 에너지 효율, 사용 편의성이 오랜 기간 일관되게 유지되는 제품으로 정의된다.

이들 브랜드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것은 주방 가전이다. 특유의 ‘빌트인 중심 설계’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이다. 유럽 브랜드들은 오븐, 식기세척기, 냉장고 등을 주방 구조에 맞춰 통합 설계하며 시장을 공략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가전은 가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마감 품질과 내구성을 요구받으며, 단순 기능을 넘어 공간 설계와 일체화된 고급 자산으로 인식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방 가전은 완전한 빌트인 중심 구조보다는 모듈형·프리스탠딩 기반 제품 비중이 높다. 사용 편의성과 디자인 선택지를 앞세운 소비재 성격이 강한 셈이다.

생산 구조의 한계도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대량 생산과 글로벌 유통망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워 온 기업이다. 반면 유럽의 프리미엄 가전 시장은 표준화된 제품을 대규모로 공급하기보다는 집의 구조·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수요에 대응하는 것에 방점을 둔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유럽 중심의 프리미엄 가전 시장은 소량 주문형 생산과 장기적 유지·관리 경험이 중요한데, 이는 지금껏 삼성전자가 채택해 온 것과는 다른 전략"이라며 "이미 전통적 강자들이 단단히 버티고 있는 시장을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뚫고 들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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