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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샌드아트와 수학의 만남, 일시적인 예술의 영원한 이야기 (2)

[해외 DS] 샌드아트와 수학의 만남, 일시적인 예술의 영원한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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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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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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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두가 일련의 규칙을 따르지만, 문서로 기록하지 않아
규칙은 정점·간선·차수·움직임에 대한 제한 등을 포함, '오일러 그래프' 정리와 대응
전체 그림을 구성하는 각 하위 단계도 시작점과 끝점이 동일해, 오묘한 재귀적 성질

[해외DS] 샌드아트와 수학의 만남, 일시적인 예술의 영원한 이야기 (1)에서 이어집니다.


sand_art_graph
사진=Pexels

모래 그림에는 다양한 전문 지식과 수준이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모래 그림을 전혀 연습하지 않거나, 몇 개의 간단한 그림만 그릴 줄 아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바누아투 사회에서 지정한 '전문가'들은 풍부한 레퍼토리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일부에 따르면 최대 400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초기의 모래 그림은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다. 몇몇 여성들도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두가 일련의 규칙을 따르는데, 문서로 기록된 것은 없다. 전통적인 지식이 구전으로 전해지며 대부분은 일관성 있는 원칙을 따른다. 모든 도면은 일련의 노드 또는 교차점, 선을 정의하는 그리드로 시작된다. 규칙은 움직임을 제한하기도 한다. 아티스트는 (1) 노드에서 노드로 이동할 때 같은 경로를 가로지르거나 노드 이외의 그리드를 자르지 않고 (2) 손가락을 떼지 않고 시작 지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한 또 다른 규칙이 있었는데, 이 규칙은 실바의 모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졌다. 이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전적인 거북이 모양의 샌드 드로잉 디자인/출처=알반 다 실바

민족수학 선구자들의 혜안, 문자 없는 사회의 수학적 지식 발견

샌드 아트의 규칙이 수학의 개념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실바가 처음이 아니다. 그의 논문은 민족수학의 선구자인 미국 수학자 마르시아 애셔(Marcia Ascher)가 1980년대에 수행한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녀는 샌드 아트에서 수학자들이 그래프 이론이라고 부르는 것, 특히 오일러 그래프와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애셔의 관점이 얼마나 혁명적이었는지 이해하려면 시대적 맥락을 알아야 한다. 애셔와 동시대 학자들의 연구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문자가 있는 사회에서만 수학을 진정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들은 수학적 지식에 관한 연구를 텍스트 자료에 국한했고,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구전 전통을 가진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른 많은 수학적 관행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민족수학 연구가 시작된 후,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전통적인 가정을 깨뜨렸다. 이러한 변화는 1940년대에 앙드레 웨일(André Weil)이 클로드 레비스트라우스(Claude Lévi-Strauss)의 호주 욜릉구족의 친족관계 규칙을 수학적 법칙으로 입증한 것에서 출발되었다. 그 후, 연구자들은 마다가스카르의 파종 게임과 점술, 파푸아뉴기니의 줄 놀이, 안데스의 직물, 레위니옹 섬의 장식용 창문 걸이 등에서 수학적 원리를 발견했다.

애셔의 발견을 토대로 실바가 쌓아 올린 샌드 아트의 추상적 개념

애셔의 모래그림 작업은 1926년과 1927년에 바누아투의 말레쿨라와 암브림 섬에서 100여 점의 모래그림을 수집하고 필사한 젊은 민족학자 버나드 디콘(Bernard Deacon)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었다. 애셔는 이 그림들을 연구한 끝에 이러한 이미지가 수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 모래그림은 변(edge)으로 연결된 꼭지점(vertex)을 포함한다는 의미에서 '그래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래프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수학에서 특수한 개념이다.

sand_art_eulerian_graph
오일러 그래프에서는 같은 변(edge)를 두 번 교차하지 않고 각 노드를 통과하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출처=알반 다 실바

애셔는 모래 그림이 모든 두 꼭짓점 사이에 경로가 존재하는 연결 그래프(connected graph)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그래프 역시 오일러 그래프로, 샌드 아티스트는 각 변을 한 번만 방문하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수학자 칼 히어홀저(Carl Hierholzer)가 만든 오일러 정리에 따르면, 각 꼭지점의 차수(degree)가 짝수일 때만 연결된 그래프가 오일러 그래프이기 때문에 애셔는 차수에 대한 내용도 문서화했다.

하지만 애셔는 바누아투에 가서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연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현장 조사를 진행한 실바의 연구는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애셔는 디콘의 그림을 검토하면서 그래프 중 일부를 서너 개의 하위 단계로 나눌 수 있고, 하위 단계들이 서로 연결되어 최종 그림을 형성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다시 말해, 각 단계마다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하위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실바는 하위 단계를 식별하는 과정을 '분해'라고 명명했고, 모든 드로잉에서 이러한 유형의 분해가 가능한지, 각 하위 단계들은 어떻게 서로 맞물려 있으며 순서가 중요한지, 무엇보다도 분해의 기본 단위가 샌드 아티스트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문을 던졌다.

[해외 DS] 샌드아트와 수학의 만남, 일시적인 예술의 영원한 이야기 (3)로 이어집니다.


EXPERTS AND RULES
There are different levels of expertise and practice. Some people don’t practice sand drawing at all. Others know a few rather simple drawings. “Experts”—designated as such by the rest of their society—have an impressive repertoire (up to 400 drawings, according to some). While the first ethnographies of sand drawing mentioned that this art was reserved for men, that is not the case today. Several women I met had a high level of expertise.

From beginners to experts, everyone follows a set of “rules.” Because these communities have an oral tradition, there is no written record, but during my field survey, I drew up a list of principles that are followed in most cases. All drawings begin with a grid that provides support and defines a set of nodes, or crossing points, and lines.

Rules then indicate the movements that are allowed. More precisely, an artist must (1) go from node to node without crossing the same path or cutting the grid other than at its nodes and (2) must return to the starting point without lifting their finger.

There was an additional rule that I discovered in the field that turned out to be critical to my model, as discussed below.

MARCIA ASCHER’S INTUITION
I was not the first person to recognize the resemblance of these rules to concepts from mathematics. In fact, my thesis is a continuation of work carried out in the 1980s by American mathematician Marcia Ascher, a pioneer of ethnomathematics. In sand drawings, she argued, there was a clear connection to what mathematicians call graph theory and especially to Eulerian graphs.

To appreciate how revolutionary Ascher’s perspective was, consider that before her work and that of her contemporaries, scholars generally assumed that only societies with writing could truly practice mathematics. They constrained their investigations of mathematical knowledge to textual sources and ignored many other practices seen in societies with oral traditions that did not use a written language.

But since the advent of ethnomathematics, some scholars have begun to overturn these assumptions. The shift undoubtedly began in the 1940s, when mathematician André Weil demonstrated, in a now famous appendix to anthropologist Claude Lévi-Strauss’s book The Elementary Structures of Kinship, that the kinship rules of the Australian Yolngu followed what are called non-trivia group laws. Since then researchers have identified mathematical principles in many other places, including sowing games and divination in Madagascar, string games on Papua New Guinea’s Trobriand Islands, textiles in the Andes and ornamental window hangings on the island of Réunion.

Ascher’s work on sand drawing drew on that of a young ethnographer, Bernard Deacon, who had collected and transcribed more than 100 sand drawings from Malekula and Ambrym Islands in Vanuatu in 1926 and 1927. Ascher studied those figures and realized that these images could be described mathematically.

Each sand drawing could be thought of as a “graph” in the sense that it included vertices, or dots, connected by edges, or lines. (This definition of graph is a special one in mathematics. In graph theory, graphs are simple figures made up of vertices and edges to map out the connections of many nodes in a network—such as cities linked by roads, computers linked by the Internet or even people linked by social ties.)

Ascher observed that in the sand drawings, the line traced in the sand was comparable to a graph whose vertices included all the crossings created in the pattern. The edges were all the arcs between those vertices. These graphs were also Eulerian, meaning that the sand artist had to visit each edge only once and had to return to a starting point. Ascher also documented the number of edges per vertex, which mathematicians call the “degree” of the vertex. This was important because, according to Euler’s theorem, created by mathematician Carl Hierholzer, a connected graph is Eulerian only if each vertex has an even degree.

The fact that Ascher never had the opportunity to go to Vanuatu to see the designers at work undoubtedly limited her research. My own research, therefore, could go further. One particular observation of Ascher’s propelled my study of how these images are created. By examining Deacon’s drawings, she had observed that some of these graphs could be broken down into three or four substeps that, when linked together, formed the final drawing. Put another way, each step produced a subdrawing that returned to the starting point. When these subdrawings were superimposed, the final drawing was revealed. I called this process of identifying subdrawings “decomposition.”

These subdrawings raised several questions for my work: Is this type of decomposition possible for every drawing? How did these layers fit together, and did the order matter? Above all, what did these layers represent for the sand art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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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뽑] ④죄송합니다, 오늘은 출근 안 해도 됩니다. 제가 서버를 망쳐놨습니다

[개안뽑] ④죄송합니다, 오늘은 출근 안 해도 됩니다. 제가 서버를 망쳐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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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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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호기롭게 서버 이전하다가 망쳐서 하루 날리며 서버 이전을 시작했고,
2주일 만에 일단은 돌아가는데 무리없는 서버를 만들었고,
그 사이에 과거 개발이 만들어 놓은 웹페이지에 대한 불만만 잔뜩 쌓였다

10월 3일까지 서버 공부를 잔뜩 했다고 자신감이 좀 붙었던 그 무렵, 어차피 별 것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10월 7일~9일 연휴 사이에 서버 이전을 싹 완료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떠들었었다.

결과는 오늘 글의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참혹했고, 10일 새벽에 출근하려는 직원들에게 아예 출근하지 말고 하루 더 쉬어라고 메세지를 보냈었다. 그 날 밤을 꼴딱 샜는데, 아예 우리 서버에 접속조차도 할 수 없었으니까.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서 기존 서버에 썼던 NVMe를 그대로 놔뒀었는데, 10일 오전에 이전 서버용 NVMe를 다시 서버에 꽂아넣는데 정말 무력감이 샘솟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더라. 난 도대체 뭘 했나? 공부했다더니 시간만 버린건가? 개발자 없이 웹서비스는 커녕 서버 하나도 운용 못 하는 인간인 주제에 서버 이전을 하룻밤 만에 뚝딱 할 수 있다고 그렇게 거만을 떨었나?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안-뽑음_202312

출근하지 마세요, 서버 이전에 실패했습니다

10일 오전에 직원들에게 출근 안 해도 된다, 서버에 접속도 못 하는 상태다는 걸 Teams 채널에 쓰고 개인 메세지를 하나하나 보내는데, '병신력'이라는게 이런 거라는 생각이 또 들어서 속이 몹시 쓰렸다. 기존 서버에 쓰던 NVMe를 꽂아 다시 부팅을 하고, 개발자들이 만들어놨던 Apache 서버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명령어를 치는데, 며칠간 쳐다보지도 않았던 Apache 명령어가 기억이 안 나서 구글링을 하는게 더 괴롭더라.

sudo systemctl restart nginx

라고 치는데 며칠간 익숙해져 있었는데, 꼭 1주일 전까지 꾸준히 쳐 왔던

sudo service apahce2 restart

라고 치는게 뭐랄까, 병장 말년에 제대하기 직전인데 갑자기 이등병으로 강등되어서 후임들한테 경례하고 기합받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버리고 싶었던 웹사이트 접속을 하는 것도 괴롭고, Sucuri한테 방화벽 꺼 달라고 했는데 꺼지지도 않았는지 다시 접속 된다고 방화벽 재적용 된다는 알림 메일이 오는 걸 보고 있는 것도 괴롭더라. 그냥 모든 것이 다 괴로웠다.

일단 옮긴 서버에 접속이라도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 날은 온라인으로 일하는 직원들에게 시킬 일만 던져놓고, 사무실 구석에 쳐박아 놨던 TS140을 꺼냈다. 출시된지 10년도 더 된, 내가 평소에 데스크탑 대용으로만 쓰던 서버용 컴퓨터인데, 성능이 안 나와서 이번 서버 리뉴얼에는 쓸 생각조차 안 했던 구형 서버다.

거기에 다시 Ubuntu 22.04를 설치하고, Nginx를 설치하려다가, 아니 이왕 안 되는거 그냥 최신버전을 설치하자고 막 찾아보던 중에, 오늘 새벽까지 망쳐놓은 서버에 설치했던 Nginx의 버전은 얼마였는지 문득 궁금해지더라. Nginx 홈페이지를 가 보니

  • Stable: 1.24.0 (2023/04/11)
  • Maintenance: 1.25.2 (2023/08/15)

이렇게 최신버전 날짜가 기록되어 있었는데, 며칠간 끙끙 앓았던 서버에 설치된 버전이

sudo apt-get install nginx

라는 단순한 명령어로 1.24가 아니라 1.18이 설치되어 있던 걸 알게 됐다. 저렇게 기본 명령어를 치면 Ubuntu가 갖고 있는 버전을 그대로 설치하게 되는데, 이걸 최신 버전, 혹은 특정 버전을 설치하고 싶으면 '리포지토리(Repository, 이하 Repo)'를 따로 찾아서 지정을 해야한다는 것을 그 날 처음 알게 되기도 했다.

문득 궁금해서, 우리 직원들이 만들어 놓은 기존 서버에 깔린 LAMP stack은 도대체 버전이 어떻게 되나 봤더니,

  • Apache 2.2
  • MariaDB 10.1
  • PHP 7.4.33

이 설치되어 있더라. 모두 당시 Ubuntu 20.04를 설치할 때 기본으로 지정된 Repo에서 받은 버전들이다.

즉, 그들도 그냥 단순 명령어만 쳐서 설치했지, Repo를 직접 찾아가서 설치하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DB속도가 느리니까 MariaDB를 여러 대 분산 서버로 쓸 수 없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쪽 용어로 Scale out이라는 표현을 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답변만 들었는데, 그 날 버전 확인 후에 MariaDB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보니 관련 기술이 그 이후 버전에서나 적용이 되어 있었고, 처음 설치할 때 아무 생각없이 Repo에서 다운 받은 걸 쓴 게 아니었다면 내가 Scale out을 이야기했던 시점에 훨씬 더 절차가 간편했었을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Nginx도 별로 뒤 돌아보지 않고 당시 최신 버전이었던 1.25.2를 설치했는데, 이게 또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기존에 돌아가던 셋팅이 없어질꺼라고 경고문이 뜨거나 (Deprecated), 아예 오류가 뜨는 경우도 있어서, 어디 돌아다니는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대략 30분 정도의 삽질(?) 끝에 알게 됐다.

나도 겁을 먹고는 Repo에 있는 1.18 버전을 설치할려다가, 이게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아서 1.24 버전을 설치하고 한참을 고생해서 결국 그 날 오후에는 Welcome to Nginx 화면을 볼 수 있었다.

Pabii_Server_After_202312
Pabii_Server_After_202312

LAMP (LEMP) stack 셋팅

그 다음은 DB와 PHP를 설치해서 워드프레스가 돌아가는 LAMP -> LEMP stack을 완성하는 거였는데, 여기서 위의 셋팅에 따라 DB를 분리하기로 했던 부분이 다시 대두된다.

직원들 출근하지 말라고 했던 날의 좌절감이 너무 커서 설명이 빠졌는데, 워드프레스라는 서비스는 LAMP (혹은 LEMP) stack 위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반드시 L에 해당하는 Linux를 선택하지 않고 윈도우에서 돌리는 WAMP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소한 LAMP가 표준인데,

  • Linux
  • Apache
  • MySQL
  • PHP

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이 붙었고, LEMP의 E는 Nginx를 '엔진 엑스'라고 읽기 때문에 '에'의 'E'를 갖고 와서 이름이 바꿔 붙은 것이다.

나는 Apache가 동적 접속을 지원하느라 정적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에서는 큰 이득을 못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E'로 바꾸려던 중이었고, Apache가 가장 오래된 서버 기술이라 정보가 매우 많은 반면, Nginx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데다, 내가 아예 써 본적이 없던 상황이라 더더욱 힘들었었다. 속도 때문에 Nginx를 욕심냈지만 내가 막혔던 부분 중 하나가 각종 셋팅을 Apache에서 하듯이 .htaccess에서 하는게 아니라 Nginx 전용의 'Server block'이라는걸로 해야되는데, 거기서 @.@ 상태로 긴 시간을 보냈었다.

그 날, 그리고 그 주 내내 계속 Nginx를 PHP와 연동 시키는데서 막히던 중에 한 때는 Nginx보다 더 역사가 짧지만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htaccess를 지원해준다는 LiteSpeed를 써 보기도 했는데, 서버 지식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결국 LiteSpeed 셋팅도 제대로 못하고 다시 Nginx로 돌아오기도 했다. 실제로 테스트 서버에서 Nginx를 돌리고 나서 실 서버 위에 기존 우리 회사 서비스들을 옮긴 것은 10월 17일 늦은 밤이나 되어서였다.

그 전까지는 호스팅 업체를 쓰거나 개발이 알아서 서버를 만드는 것만 봤기 때문에 서버를 셋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랐는데, 고작 Nginx 하나를, 그것도 테스트 서버에서 돌리는데도 이렇게 힘들다는 걸 그 주간에 처음 알게 됐었다.

나중에 PHP 위에서 돌아가는 웹서버의 모든 콘텐츠를 html로 바꿔 Cache에 얹은 덕분에 웹사이트 서비스 속도를 큰 폭으로 개선한 부분을 공유하게 될 때 자세하게 Nginx 설정에 대해서 공유하는 글을 쓸 생각이다. 10일 이후 여러 사건을 겪으며 LiteSpeed가 유료 버전인만큼 장점은 있지만 Nginx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한 서비스라는 것도 알게 됐고, Apache를 몇 년간 별 생각없이 그대로 썼었던 것이 적어도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 내가 이런 지식이 있었더라면 진작부터 Apache 대신에 Nginx를 쓰자고 하거나 LiteSpeed를 유료로 구매해서 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역시 알아야 한다.

Maria DB와 PHP

다음으로 내가 고민했던 것은 Maria DB 셋팅이었다. 참고로 워드프레스가 추천하는 DB는 MySQL인데, Maria DB랑 거의 호환이 되고, MySQL 대비 관리가 잘 되고 무료고 등등의 이유로 쓰는 경우들이 많다. 그간 우리 회사는 DB를 웹서버 컴퓨터에 넣되, NVMe만 다른 디스크를 써서 시스템 읽기 속도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자는 전략을 썼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그게 별 이득이 없는 뻘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적절한 선택은 웹 서버와 데이터 서버를 분리하고, 두 서버간 연결만 지어놓고, 나중에 DB에 자원이 더 필요하면 DB를 Scale out, 즉 여러대의 서버로 같은 DB를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쪽이 미래를 위해서도, 그 전에 당장 오늘의 서비스 속도를 위해서도 더 나은 방식이더라. 한 컴퓨터 안에서 CPU와 RAM을 자원을 뺏들려고 서로 싸우도록 만들 것이 아니라, 두 컴퓨터에 나눠 놓으면 그 만큼 더 많은 컴퓨터 자원을 써서 원하는 결과물을 뽑아내기 때문이다.

단, DB 정보가 이동해야하니까 두 서버 간의 데이터 이동용으로 내부망을 10G로 하는게 좋다는 추천을 받았는데, 그간 외부망은 기가랜으로 충분해도 내부망은 10G로 해야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다가 그 자료를 읽던 중에 무슨 말인지 피부에 와 닿더라. 평소에 SIAI 수업 시간에 CPU 코어가 많아도 코어간 데이터 공유하는 방식이 소켓을 잘못 셋팅하면 계산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해 왔는데, 정작 서버간 연결이라는 쪽으로 지식을 확장하는데서 나는 한 발자국도 못 나가던 바보였던 것이다. (사실 그것보다 DB의 Table마다 Key 값을 어떻게 정하고, Cache를 얼마나 배정해주고, 어떤 Query를 Cache에 집어넣고... 같은 지식이 훨씬 더 DB 속도 효율화에 중요한 정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는 점도 밝힌다. 이 시점까지도, 사실 지금도, 정말 난 까막눈이(었)다... 쩝)

서버 관련 기초 지식이 피상적인 수준에 불과했던터라 거의 모든 예제 코드들을 다 테스트 서버에서 돌려보면서 작업했었는데, 위의 코드를 따라가면서 DB는 server와 client로 구분되고, 연결하려는 곳에는 client만 설치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데 위의 이미지에 나온대로 TP-Link의 10G Switch를 써서 두 서버간 연결이 최대한 빠르게 되도록 셋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쓴 서버 컴퓨터들의 LAN이 10G가 아니라 1G여서 저 Switch가 별 이득이 없더라. 결국 각 서버 컴퓨터에 10G를 지원해주는 PCIe 카드들을 하나씩 사서 꽂았다.

고작 내 컴퓨터 뜯어서 수리나 할 줄 알았지, 네트워크 장비들에 대한 이해가 무지했던 탓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게 DB를 분산서버로 옮기는 것 까지는 했는데, 정작 PHP를 Nginx 위에서 돌리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PHP-FPM과 FastCGI Cache

Apache를 쓰는 가장 큰 이유가 동적 서비스 지원이고, Nginx는 동적 서비스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PHP를 설치할 때 PHP-FPM이라는 걸 함께 설치해야 된다, 그리고 Nginx 자체적으로 FastCGI Cache라는게 있다는 문서는 읽었는데, 겨우 Nginx 설치해서 Welcome to Nginx나 봤고, MariaDB를 서버 컴퓨터 2번에 설치하고 연결한 수준인 주제에 이걸 따라가는게 또 하나의 도전이더라.

난 계속 503 Bad connection error 화면만 봤고, 우리 회사 서비스에 내 눈 앞에 있는 서버에 정보가 다 담겨 있는데 정작 나는 접속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다. 이게 무슨 꼴이람?

처음에는 내가 욕하던 개발자들처럼 나도 그저 어디에서 찾은 설정 값을 복사해 붙여넣기만 바빴는데, 내가 욕하던 사람들이랑 같은 짓을 내가 따라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마음에 문서들을 하나씩 찾아 읽는 걸로 생각을 바꿨다. 이번에 설정한다고 끝이 아니라, 계속 내가 손을 봐야되는 서버잖아?

계속 자료를 찾아 읽던 중에, FPM라는 서비스가 무슨 역할을 해서 Nginx를 연결해주는지, 그래서 Nginx의 'Server block'이라는 곳 중 어디에 어떻게 정의를 해 줘야 하는지, FastCGI Cache라는건 뭔지, 2 layer cache라는건 뭔지 등등을 읽어가며 셋팅 값을 계속 조절했는데, 이건 10월 18일 새벽에 서버 이전했다고 직원들한테 알리고 난 다음에도 1달 동안 계속해서 설정 값을 바꿔야 했었다.

그 사이에 다른 프로그램들이 설치될 때마다 서버 접속 속도가 현격하게 느려지는 일도 자주 발생했고, 워드프레스를 쓰고 있는 직원들이 파일 업로드가 안 된다, 글 저장이 안 된다, 새 글 쓰기 창을 여러개 열었는데 계속 같은 글 위에 덧 씌우기만 반복된다 같은 수 많은 '버그 리포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듣고 원인을 찾아서 다시 들어가보면 거의 대부분은 'Server block'에 값 하나를 내가 잘못 베껴 붙였거나, 우리 회사 사정에 안 맞는데도 불구하고 갖다 썼거나, 더 심하게는 시스템을 망치는 형태로 셋팅해놨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 걸 하나씩 찾을 때마다 이런 허접 서버를 쓰고 있는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짜증날텐데도 큰 불평없이 묵묵히 일해주는 분들께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기초 셋팅이 됐던 10월 24일, FastCGI Cache가 이제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파이낸셜 이코노미 웹페이지구글 페이지 스피드에 넣어봤다.

구글_페이지_스피드_20231024_파이낸셜_이코노미_12
구글_페이지_스피드_20231024_파이낸셜_이코노미_12

난 그전까지 한번도 성능에서 90점은 커녕 80점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국내 최대 사이트인 네이버, 카카오의 홈페이지 점수를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웹사이트들 대부분이 점수가 높은 편이 아니다.

저 Lighthouse 기능을 처음 알게 된 게 2020년 초에 우리 회사에 있던 개발자 덕분이었는데, 그 때 우리 회사 웹사이트가 받은 성능 점수는 60점대 중반으로 기억한다. 뒤에 있는 접근성, 권장사항, 검색엔진 최적화도 매번 점수가 형편없이 나왔고, 구글의 서치 콘솔에도 매번 우리 회사 사이트가 온갖 문제가 다 있다는 지적만 받았는데, 평균 90점이 넘게 나오는 건 저 날 처음 겪었다.

Nginx의 FastCGI Cache라는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저렇게 웹페이지에 이미지를 잔뜩 넣어서 무거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성능 점수를 낼 수 있구나는 생각도 했고, 워드프레스가 역시 구글 검색 엔진이 좋아하는 각종 SEO 셋팅을 기본으로 갖고 있고, 내가 테마를 잘 고르고 디자인이 잘 작업해준 덕분에 기본만 해도 평균 90점을 넘길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는 생각에 뭐랄까... 감동의 쓰나미? 같은게 밀려왔다.

서버 이전한다고 호언장담했던 대표가 그래도 2주일간 꾸역꾸역 작업해서 저렇게 갖고오니 직원들도 이젠 서버에 이상한 일 안 터지고 잘 작업할 수 있겠지? 라는 안도감을 보여줬던 기억도 있다.

워드프레스_양호_20231024_12
워드프레스_양호_20231024_12

장막 뒤에서 있었던 삽질

뒤에서는 온갖 종류의 문제들이 연이어 터졌었다. PHP를 처음에는 8.1을 설치했다가 8.2로 올라가면서 약간 성능 개선이 더 있었다는 글을 보고 PHP 버전 업그레이드를 했더니 갑자기 서버 접속이 안 되더라. 그 때도 오전에 1시간 남짓 서버 접속을 못했었는데, 그래도 그간 경험치가 쌓인 덕분인지 후닥닥 PHP를 전부 다 삭제하고, 불안 하니까 서버 재부팅을 한번해서 PHP 8.2를 새로 설치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서버 접속은 원활하게 됐었다. 근데 PHP8.1-FPM이라고 써놨던 Nginx의 'Server block'을 안 고친채로 그대로 돌아간 탓에 서비스 접속이 괴상(?)하게 됐는데, 번쩍 8.1이라고 썼던 기억이 나서 그 설정 파일을 후닥닥 찾아 고쳤던 기억도 있다.

그 사이에 서버 보안은 몰라도 워드프레스가 추천하는 기본 보안 설정들은 하나씩 다 해 줬는데, 역시 10월 24일에 웹사이트 성능 테스트를 하면서 처음으로 '사이트 건강 상태'에 '양호'라는 메세지를 보게 됐다. 그 날 내가 회사 게시판에 쓴 메세지가

저 '양호' 띄우는게 그간 불가능했는데, 사업시작하고 만 5년만에, 워드프레스 갖고 논지 6년만에 처음으로 저 상태로 끌어올렸습니다. 

구글 페이지 스피드에서도 디자인 작업 빼면 나머지는 안정적으로 90점을 넘는군요. 70점 넘기도 힘든 웹사이트 돌리고 있었는데ㅋㅋ 저거 100점 받는게 꿈의 점수인데...

였는데, 전문가 분들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간 우리 회사에 어떤 개발자가 와도 저걸 '양호', 평균 90점으로 만들어 내 준 분이 없었다. 혼자서 서버 갈아엎겠다고 시작한지 1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 많은 부분이 매우 조잡한 상태이긴 했지만) 저걸 만들어내고 나니, 그 때부터 내가 개발을 왜 뽑았었었나는 아쉬움, 후회, 괴로움 같은 게 밀려왔었다.

특히, 10월 24일 이틀 전인 22일에 이전에 공유했던대로 SIAI 홈페이지에 이미지 주소들을 이미 없어진 스위스 웹사이트 주소를 그대로 넣어놨던 탓에 접속 속도가 매우 느렸었던 상황을 확인해서 더더욱 괴롭더라. 난 도대체 누구를 믿었어야 했나?

저 때도 수 많은 문제를 겪고 있었고, 지금 글을 쓰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수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 어쩌면 모든 걸 다 못 고칠 수도 있고, 고친다고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 것이다. 보통은 이런 상황이면 사람 1명 뽑자, 혹은 여러 명 뽑아야 된다, 외주 서비스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나도 거기에 귀가 얇아질 것 같은데, 내가 그간 뽑았던 개발자가 몇 명이지? 뽑아서 될까? 너무 회의적인가?

그렇게 4일간 바뀐 성능을 체감했던 직원들이 금요일에 남긴 업데이트로 오늘 글을 마무리한다.

서버_1차_업그레이드_경험담_20231027_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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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와 손잡고 동남아 시장 공략 나선 CJ ENM, “글로벌 시장 내 존재감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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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동남아 시청자 공략
‘영화는 부진-OTT는 약진’ 파라마운트
CJ ENM “해외 진출 위한 조직 재정비 완료”
티빙
사진=티빙

미디어 그룹 CJ ENM이 동남아시아 OTT 시장 공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자사가 운영 중인 티빙과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가 공동 투자한 드라마 등 자체 콘텐츠를 홍콩법인을 통해 동남아 시청자들에게 선보여 해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북미 시장에서 검증 완료' 티빙 콘텐츠로 동남아 시장 겨냥

4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 홍콩법인은 최근 파라마운트 글로벌 콘텐츠 배급사업부와 국내 콘텐츠 관련 아시아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판권 계약의 대상이 된 콘텐츠는 티빙과 파라마운트+가 공동 투자한 작품들로, 최근 공개작인 <운수 오진 날>을 비롯해 <욘더>, <몸값> 등이다. CJ ENM은 홍콩 법인을 통해 이들 드라마 포함해 총 7편의 드라마를 아시아 OTT 시장에 공급한다.

지난 11월 24일 파트1 공개에 이어 이달 8일 파트2 공개를 앞둔 <운수 오진 날>은 한 평범한 택시 기사가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성민과 유연석, 이정은의 압도적인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탄생한 만큼 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을 경우 웹툰과의 동반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의문의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아내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을 찾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멜로 드라마다.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사도> 등 다수의 인기 영화를 탄생시킨 이준익 감독의 첫 시리즈 도전작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파라마운트+를 통해 공개된 미국 시장에서 올해 4월 ‘가장 많이 시청된 인터내셔널 시리즈’에 꼽혔다.

동명의 단편 영화를 시리즈화한 <몸값>은 치열한 몸값 흥정이 벌어지던 건물에 대지진이 덮치면서 펼쳐지는 스릴러를 그린 작품이다. CJ ENM과 파라마운트의 협업 덕을 가장 많이 본 작품으로 꼽히는 <몸값>은 지난 10월 파라마운트+ 공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멕시코, 호주 등 26개국 TV쇼 부문 1위를 휩쓸며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21년 처음 체결된 양사의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이 한층 확대된 배경으로는 2020년대 들어 영화 제작 및 배급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본 파라마운트가 OTT에서 만회의 해답을 찾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올해 2분기 파라마운트의 순손실액은 2억9,900만 달러(약 3,901억원)로 전년 동기(4억1,900만 달러·약 5,468억원)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북미와 유럽, 중동 등에 서비스 중인 파라마운트+의 매출이 47%가량 급증하며 손실 폭을 줄였기 때문이다.

밥 배키쉬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최근 스트리밍 플랫폼을 확장하고 전통적인 산업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사업 유형을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며 “이는 앞으로 회사의 상당한 이익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후 3분기 파라마운트의 매출은 71억3,000만 달러(약 9조3,80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24%에 가까운 16억9,000만 달러(약 2조2,054억원)의 매출이 OTT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한국이 좁다” 글로벌 제패 나선 CJ ENM의 야심

CJ ENM 역시 국내 사업 성장의 둔화를 해외 시장에서 만회하려는 모양새다. 국내 시장의 파이가 작은 만큼 경쟁 포화를 벗어나 글로벌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이를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2021년 파라마운트의 FAST(광고 시청 무료 OTT) 서비스 플루토TV에 ‘K콘텐츠 by CJ ENM’관을 개설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 CJ ENM은 이후 NBC유니버설의 OTT 피콕에도 ‘CJ ENM 픽스’관을 열어 자사가 보유한 드라마와 영화, K팝 방송 등을 공급했다.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건 CJ ENM의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전체 매출 4조7,922억원 중 무려 29.9%를 해외 매출이 차지하며 전년(12.9%) 대비 17%p 증가한 것이다.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 해외 판권 계약 3,678억원을 비롯해 CJ ENM의 전체 해외 매출은 1조4,328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4,592억원)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규모이자, 창사 이래 최대 해외 매출 실적이다.

CJ ENM은 올해 상반기 진행된 대규모 조직개편 과정에서 해외 사업 시너지 강화를 위한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본격 주력 사업으로 내세웠다. CJ ENM 관계자는 “폭스사 출신 정우성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재정비한 만큼 해외 시장에서 자사의 존재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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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결제' 시장 공략하는 핀테크 업계, 카카오페이 'M&A'로 본격 참전

'오프라인 결제' 시장 공략하는 핀테크 업계, 카카오페이 'M&A'로 본격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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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결제 '약자' 카카오페이, 간편결제 스타트업 페이민트 인수
페이민트, PG 수수료 없는 비대면 수납 플랫폼 '결제선생' 운영사
오프라인 시장 확보 나선 네이버페이·토스페이, 카카오페이도 본격 맞불
카카오_페이민트
카카오_페이민트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비대면 간편결제 스타트업 '페이민트'를 인수했다. 네이버페이·토스페이 등 핀테크 경쟁사의 오프라인 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M&A(인수합병)를 통해 관련 역량을 확보하는 양상이다. 차후 카카오페이는 페이민트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결제 인프라를 활용, 오프라인 결제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송금용' 서비스 아니다? 카카오페이의 결단

카카오페이는 약 300억~400억원 수준의 대금을 지불하고 페이민트를 인수했다. 인수 목적은 '오프라인 결제 사업 강화'다.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페이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2,350만 명에 달한다.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이용하는 대규모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소비자 수요는 대부분 송금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 결제 사업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기여거래액은 10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기여거래액은 전체 거래액 중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액만 따로 집계한 수치로, 온라인 송금액을 제외한 성장 지표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보다 MAU가 670만 명 적은 네이버페이의 누적 결제액은 22% 급성장한 1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페이는 특히 오프라인 결제 사업 방면에서 약점을 보인다. 실물 카드 의존도가 높고, 삼성페이를 비롯한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의 결제 서비스가 주를 이루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의 오프라인 결제 가맹점 수는 196만 개로, 대다수가 대형 프랜차이즈 업장이다. 카카오페이는 페이민트 인수를 통해 차후 소상공인·영세업자 중심의 오프라인 결제망을 확보, 서비스 결점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페이민트 '결제선생', O2O 결제 수수료 부담 해소

페이민트의 '결제선생' 서비스는 등 소상공인의 편리한 청구·수납, 고객의 비대면 간편결제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학원, 병의원, 호텔, 골프장 등 오프라인 환경을 중심으로 하되, 일부 비대면 수납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수납 절차는 간단하다. 가맹점은 결제선생 매니저 사이트 또는 매니저 앱에서 △고객의 전화번호 △청구 금액 △사유 등을 입력하고, 청구서 대량발송 엑셀 파일을 활용해 간편하게 청구 알림을 보낼 수 있다. 청구서 수납 현황, 매출 등도 매니저 사이트에서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고객은 청구 알림 메시지를 열어 평소 쓰는 카드사의 앱카드, 은행 앱 등으로 대금을 결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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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민트

결제선생의 가장 큰 장점은 오프라인 신용카드 가맹점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결제 시 발생하는 'PG(Payment Gateway, 전자지급결제대행) 수수료' 부담을 해소했다는 점이다. 자체 개발한 '비대면 직접 승인' 기술을 활용, 매장이 대표 가맹점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오프라인 카드 결제 수수료율은 △연 매출 3억원 미만은 0.5%(체크카드 0.25%) △3억~5억원 미만은 1.1%(체크카드 0.85%) 수준이다. 여기에 PG 수수료 부담(2.7~3.5%)이 더해지는 식이다.

결제선생을 이용하는 매장은 PG 수수료 없이 카드 수수료만 납부하면 된다. 별도 결제 수수료나 가입비도, 약정 기간도 없다. 매장에 돌아가는 부담은 카드사에 내는 카드 수수료와 건당 50원 수준의 청구서 메시지 발송 비용뿐이다. 실제 결제선생 이용 매장의 비대면 직접 승인 결제 수수료(카드 수수료)는 평균 0.8%로, 최고 2.4%에 달하는 페이업체 수수료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소비자 역시 업종별 카드 할인, 무이자 할부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치열해지는 핀테크 '오프라인' 경쟁

카카오페이가 페이민트를 품은 이유는 다름 아닌 시장 경쟁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최근 오프라인 결제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결제 서비스 토스페이는 올해 상반기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과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 오프라인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후 토스페이는 각종 결제 업체를 인수하고, 오프라인 가맹 매장 수를 늘려가며 덩치를 불려왔다. 지난 7월에는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와 스마일페이의 기업가치를 7,000억원으로 평가, 인수하기로 잠정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신세계에 1,000억원을 우선 지급한 이후 수년에 걸쳐 잔여 대금을 치르는 방식이다.

네이버페이는 국내 주요 MST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와 손잡고 오프라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3월 23일부터 삼성전자와 제휴를 체결하고, 삼성페이의 결제망과 네이버페이 결제망을 연동했다. 네이버페이 앱에서도 삼성페이와 동일한 방식(MST)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삼성페이와 협력 한 달 만에 네이버페이의 이용자 수는 두 배가량 급증했다. MST 결제의 편리성, 오프라인 결제 포인트 적립 혜택 등이 소비자 수요를 끌어모은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던 결제 서비스 시장의 흐름이 역행하고 있다.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시장으로 발을 뻗으며 추가 수익원을 확보해 나가는 양상이다. 경쟁사의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카카오페이 역시 이번 페이민트 인수를 통해 기본적인 '동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관련 업계는 차후 핀테크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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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논란 '머스크 리스크'에 휘청이는 'X', 정작 머스크는 "Go F---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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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 논란에 종속된 X, 또 한번 드리운 '머스크'의 안개
반유대주의 논란 참회한 머스크, 광고 철회엔 "꺼져라" 비난
수익성 개선 노리던 X, 머스크 리스크로 계획 틀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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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빌론 비'와 인터뷰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모습/사진=더 바빌론 비 유튜브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반유대주의 옹호 논란에 대해 불쾌감을 표했다. 지속적인 해명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반유대주의 논란에 따라 자신이 소유한 SNS X(옛 트위터) 광고를 끊은 광고주들을 향해선 속된 표현으로 "꺼져 버려라"고 말하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처럼 머스크는 다소 당당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수익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X는 사실상 단두대에 서게 됐다. 머스크 리스크에 따라 형성된 X의 위기를 머스크 스스로 타파할 수 있을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머스크 "X 광고 철회? 꺼져 버려라"

머스크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열린 2023년 딜북 서밋(Dealbook Summit)에 참석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X에 올라온 반유대주의 게시물에 자신이 동조했다는 논란으로 X에서 광고를 철회한 광고주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머스크는 "누가 광고로 나를 협박하려고 한다면? 돈으로 나를 협박하려고 한다면? 꺼져 버려(Go f---- yourself)"라며 "광고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가 그런 광고주들이 회사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 것이고, 우리는 그 사실을 상세히 기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과 X를 좋아하는 소비자들도 X에서 광고를 철회한 기업들을 철저히 외면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인터뷰를 진행한 앤드류 로스 소킨에게 "나는 미움을 받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 미워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2주일께 전, 머스크는 백악관이 "반유대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증오"라고 지적한 X의 게시물에 동조하는 듯한 댓글을 달면서 반유대주의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이건 내가 X에서 한 일 중 가장 어리석은 일 중 하나"라며 "그런 트윗이나 게시물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이어 "나는 지난 일요일(지난달 26일)에 6가지 방법으로 입장을 명확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최소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실은 반유대주의에서 거리가 멀고 사실은 친유대주의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거듭된 해명 및 사과에도 디즈니와 애플 등 많은 광고주들이 X에 광고 게시를 중단했고, 프랑스 파리의 시장인 앤 이달고 등 유명인들 또한 X에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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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옛 트위터) 로고/사진=X

당당한 머스크와 '짓눌린' X, 리스크 현실화 되나

머스크가 구태여 자극적인 언어로 기업들을 힐난하고 나선 건 '광고 중단'이라는 무기를 이용해 자신의 행동을 강제하려 했다는 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당당한 태도를 견지했지만, 그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온갖 노력을 이어 온 X 입장에서 광고주들을 강타한 '머스크 리스크'는 상당히 뼈 아플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사명을 X로 변경한 뒤부터 꾸준히 수익성 제고를 노려왔다. 지난 7월 X가 크리에이터와 광고 수익을 공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X 측은 "광고 수익 공유는 자격 요건이 충족되는 전 세계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제공된다"며 "트위터 유료 서비스인 블루에 가입돼 있고 지난 3개월 동안 누적 게시물 노출 수가 1,500만 회 이상이며 팔로워 500명 이상이면 광고 수익 공유 자격 요건이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터와의 상생을 통해 새로운 X 크리에이터를 배출하고 나아가 수익성 제고를 노리겠단 게 X의 계획이었다.

지난 8월 디지털 광고 기술회사 인테그랄 애드 사이언스(IAS)와 1년 독점 계약을 체결한 것도 맥락이 비슷하다. 당시 리사 우츠슈나이더 IAS CEO는 "우리는 마케터들을 대신해 광고 전 콘텐츠를 분류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광고주에게 적합한 브랜드인지 확인한다”며 “수년간 트위터에 적용해 온 기술을 넘어, 하반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IAS는 광고 노출 시 논란이 될 만한 콘텐츠를 사전 차단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즉 머스크는 IAS와의 독점 계약 체결을 통해 X가 가짜뉴스 및 증오 내용물 확산의 장이 됐다는 세간의 비판을 희석하려 한 셈이다. 머스크는 특히 자신이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검열 정책을 폐기하자 X에 각종 혐오 표현 및 거짓 정보, 음란물이 범람하기 시작했단 '오명'도 함께 벗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같은 면에서 자신이 부르짖던 '표현의 자유'에 의해 발목 잡힌 머스크의 모습이 다소 아이러니하게 보이기도 한다. X의 전체 매출 중 90%가량이 광고에서 창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머스크 리스크로 인해 X는 사실상 단두대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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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앞설 거라더니’, 하반기 내내 뒷걸음질 중인 이차전지 수출

‘반도체 앞설 거라더니’, 하반기 내내 뒷걸음질 중인 이차전지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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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달러 넘던 수출액 4억 달러 선으로 ‘뚝’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줄줄이 전기차 사업 축소
“각종 문제점 점검할 기회” 위기극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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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월 2일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이차천지 초강대국 대한민국'을 주제로 연설 중이다/사진=대통령실

국가 수출 동력으로 주목받던 이차전지가 올해 2분기 감소세로 접어든 후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 판매량 둔화가 배경으로 꼽히는 가운데 이차전지 완제품에 이어 핵심 소재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까지 핵심 부품 산업으로 꼽혔던 분야에 투자한 시장 참여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삼원계 양극재 수출액 동반 하락

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액은 4억5,485만 달러(약 5,928억9,697만원)로 전월(5억5,111만 달러)과 비교해 17.5% 줄었다. 올해 초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7억 달러(약 9,128억원)를 상회하던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액은 하반기 6억 달러대를 넘지 못하다가 10월에는 5억 달러 선도 지키지 못하고 내려앉았다. 수출 중량 역시 10월(1만1,979톤)이 전월(1만4,602톤) 대비 18% 줄었다.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 또한 크게 줄었다. 10월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은 전월 대비 27.8%가 줄어든 7억1,643만 달러로 집계됐다. 삼원계 양극재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양극재를 통칭한다.

메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양극재 수출 업체는 배터리 제조사와 메탈 시세를 반영해 판매 가격을 조정하는데, 메탈 가격이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원료 투입 시차가 부정적 영향을 낳은 것이다. 실제로 10월 양극재 수출 가격은 ㎏당 38.3달러로 9월(41.6달러)보다 7.9% 떨어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50달러대를 유지하던 양극재 수출 단가는 지속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의 특성상 이같은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자국산 이차전지 사용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에 버금가는 수출 시장이던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생산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이차전지 수출량이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완성차 업체-배터리 제조사-후방업체로 번진 시장 침체 여파

이차전지 수출 하락세의 근원적 배경으로는 전기차 시장의 둔화가 꼽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고금리 및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등 다수의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관련 투자 계획을 연기 또는 철회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물량을 줄이면 배터리 제조사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소재 주문을 줄이고, 후방 업계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절반 가까이 견인하고 있는 중국 또한 경기침체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로 중국의 신흥 전기차 업체 웨이마(威馬·WM)는 최근 법원에 사전 구조조정 신청을 했으며, 니오와 샤오펑 등 다수의 업체가 본격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미국에서도 리비안, 로즈타운모터스 등 신생 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최대 완성차 업체인 GM은 전기 픽업트럭 공장 가동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또 포드는 SK온과 함께 설립을 추진하던 켄터키 2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온 전기차 업계에 제동이 걸리면서 배터리 업체로 타격이 전해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를 그간 고질적으로 발생한 가동률 저하, 인력 수급 등 문제를 돌아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관련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간과한 것들이 있었는데, 시장이 주춤한 틈을 타 그런 문제점들을 개선하면 K-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기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인산철(LFP) 등 신형 배터리 개발을 통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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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실리콘밸리] 12월 1주차 - 퇴출 5일 만에 오픈AI CEO로 재임명된 샘 알트만

[실리콘밸리] 12월 1주차 - 퇴출 5일 만에 오픈AI CEO로 재임명된 샘 알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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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2024년 1분기 목표로 IPO 재도전
테슬라,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사이버트럭' 본격 출시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하면 게임도 무료 제공

[실리콘밸리]는 Wellfound Inc(전 Angel.co)에서 전하는 해외 벤처업계 동향을 담았습니다. Wellfound Inc는 실리콘밸리 일대의 스타트업에 인사, 채용, 시장 트렌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저희 벤처경제(Ventue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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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이슈 요약

대어급 IPO: 월가 소식통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플랫폼 레딧(Reddit)이 2024년 첫 분기를 목표로 IPO(기업공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레딧은 현재 150억 달러(약 19조7,447억원)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레딧은 당초 2021년 12월에 IPO를 신청했으나, 코로나19 등의 외생적 변수로 인해 시장 상황이 열악해지면서 관련 작업에도 차질을 겪은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레딧은 그동안 구글과 빙에서 검색 크롤러 차단과 같은 옵션을 탐색하는 등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테슬라 트럭: 테슬라가 드디어 사이버트럭을 공개했습니다. 사이버트럭은 '가장 튼튼한 픽업트럭'을 목표로 개발됐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외관 디자인과 미니멀리즘적인 실내, 그리고 견고한 적재 공간 등이 특징으로 꼽힙니다. 최대 547km를 주행하며, 가격은 60,990달러(약 8,028만원)부터 시작합니다. 다만 당초 일론 머스크의 계획보다 2년 넘게 생산이 지연된 사이버트럭은 '픽업트럭'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사이버트럭이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이 지배하고 있는 전통적인 트럭 시장에서 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을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생성형 AI와 SaaS가 이끈 클라우드 시장 부흥: 지난해 유럽과 이스라엘의 클라우드 시장은 무려 1.6조 달러(약 2,101조2,240억원)가 증발하고 전년 대비 민간 자금의 40%가 줄어드는 등 불경기를 겪었으나, 올해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중심으로 회복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 벤처캐피탈 엑셀(Accel)이 내놓은 데이터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스닥 지수가 고점의 80%를 회복하는 데 14년이 걸린 반면 미국, 유럽, 이스라엘의 클라우드 생태계는 생성형 AI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으로 동일한 이정표에 불과 18개월 만에 도달했습니다.

AI 합의안: AI가 초래할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 영국을 포함한 18개 국가가 뜻을 모아 합의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업이 '안전한' AI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입니다. 아울러 △AI 남용 방지 △데이터 조작 방지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선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합의안에 포함됐습니다. 이번 합의는 국가 간 비결속적 안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AI 개발에 있어 보안을 우선시하는 공동 의지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생성형 AI 비서: 애덤 셀립스키(Adam Selipski) AWS CEO가 'AWS re:Invent' 콘퍼런스에서 생성형 AI 기반 어시스턴트 툴인 아마존 큐(Amazon Q)를 공개했습니다. 아마존 큐는 채팅, 콘텐츠 생성, 작업 수행과 같은 다양한 작업들을 보조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생산성을 높여줍니다. 텍스트 프롬프트 기반으로 구동되는 아마존 큐는 유저의 회사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액세스할 수 있습니다. 잠재적인 사생활 침해 가능성과 관련해 셀립스키 CEO는 "보안과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은 아마존 Q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아마존 Q는 사용자 콘텐츠를 모델 교육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튜브로 게임도?: 유튜브가 프리미엄 구독자를 대상으로 30여 개 온라인 게임에 무료 액세스 권한을 제공합니다. 프리미엄 구독자들은 2024년 3월 28일까지 안드로이드, iOS 및 데스크톱에서 다운로드 없이 즉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비단 유튜브뿐만이 아닙니다. 당초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던 넷플릭스도 최근 들어 게임 카탈로그를 구축하면서 현재 70개 이상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틱톡 역시 보두(Vodoo), 니트로 게임즈(Nitro Games), FRVR, 에임 랩(Aim Lab), 로텀 등의 게임 개발사들과 협력해 HTML5 기반의 미니 게임을 기존 서비스 안에서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블랙 캡의 우버 가입?: 미국의 승차 공유 서비스 플랫폼 우버(Uber)가 런던의 택시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런던 주민들은 2024년부터 우버 플랫폼을 통해 택시를 호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런던의 전통 택시인 '블랙캡' 운전기사들은 우버 파트너십과 관련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약 1만 명의 택시기사를 대표하는 유료택시운전자협회(the Licensed Taxi Driver's Association)의 대변인 스티브 맥나마라(Steve McNamara)는 "런던의 상징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블랙캡 산업의 명성을 우버와 연계시켜 더럽히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우버는 최근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그리고 로마의 택시 산업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샘 알트만 복귀: 오픈AI가 지난달 17일 이사회와의 의사소통 부재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해고했던 샘 알트만(Sam Altman)을 5일 만에 CEO로 재임명했습니다. 공백기 동안 임시 CEO로 임명됐던 미라 무라티(Mira Murati)는 알트만이 복귀한 후 다시 CTO 자리로 내려왔습니다. 알트만 해고 이후 오픈AI 이사회는 주요 투자자들은 물론 자사 직원들로부터 협의 없이 그를 축출했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오픈AI는 여론 수습을 위해 알트만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에 이어 자사 거버넌스 구조를 강화함과 동시에 이사회를 더 자격 있고 다양한 인재들로 재편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앵그리버드와 다양성: 모바일 게임의 대명사로 불리는 앵그리버드의 제작사 로비요(Rovio)가 게임 산업에서 다양성을 촉진하기 위해 게임 개발 매뉴얼 'Inclusive Game Development and Marketing Playbook'을 제작했습니다. 이 플레이북은 논바이너리 캐릭터 묘사법, 포용적인 내러티브 구성법, 유해한 스테레오 타입 제거법과 같은 주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로비요의 포괄적인 게임 디자인에 대한 통찰과 전략도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으며, 게임 산업이 올바른 사회적 기준을 수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또한 강조합니다.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한 해당 플레이북은 게임 개발사들을 위한 자료로 적극 사용될 것이라고 로비요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신앙: 틱톡 인플루언서 데일리 빌리버(@believerdaily)가 최근 번영 복음의 성격을 가진 생성형 AI 기반 예수 동영상을 풀면서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13일 기준 81만3,200명의 팔로워와 920만 개의 좋아요를 보유하고 있는 빌리버는 번영 복음을 단순화해 최소한의 기독교 신념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독교 종파의 틱톡 유저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적 규제: 미국 연방 대법원이 최근 5건 사례를 기준으로 SNS 플랫폼들이 콘텐츠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그리고 정부의 플랫폼에 대한 규제적 영향력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재점검하기로 했습니다.

AI 작가: 미국 유명 스포츠 주간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가 AI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발행인인 아레나그룹(The Arena Group)은 엑스(X·옛 트위터)에 장황한 성명서를 내고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그럼에도 누리꾼들은 아레나그룹이 성명서 게시글에 답글을 비활성화한 점, 성명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한 점 등의 이유를 들며 관련 의혹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스웨덴발 스마트 센서: 이케아가 기존 생활소품에서 보급형 스마트 홈 센서로 제품 라인을 확장했습니다. 이케아가 이번에 발표한 스마트 홈 기기는 문과 창문을 자동으로 여닫는 장치인 파라솔(Parasoll),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 자동으로 불을 켜주는 모션 센서 밸혼(Vallhorn), 누수를 감지하면 경고 사이렌을 울리는 센서 배드링(Badring) 등입니다. 이 센서들은 이케아의 디리게라(Dirigera) 허브와 호환되며, 2024년 상반기에 전 세계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바이트댄스의 게임 사업 철수: 틱톡의 소유사인 바이트댄스(ByteDance)가 게임 업계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자사 게임 부서 직원을 감축하고 있습니다. 바이트댄스에 따르면 게임 부문을 완전 철수할 계획이며, 직원들에게 내년까지 발매 예정이었던 게임 작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하고, 기존 출시된 게임들을 처분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 2021년 모바일 게임 스튜디오인 문톤 테크놀로지(Moonton Technology)를 40억 달러(약 5조2,541억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게임 부문에서 약 3,000명의 직원을 보유하기도 했던 만큼 이번 결정은 업계에 작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자율 주행은 위험해: GM이 산하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 기업인 크루즈(Cruise)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GM 크루즈 로보택시와 보행자 간 충돌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사건 이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크루즈의 무인 택시 운행 허가를 취소하면서 매출 실적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메리 바라(Mary Barra) GM CEO는 2024년부로 크루즈 지출을 상당 부분 줄일 것이며, 자율 주행 자동차의 안전, 투명성, 책임감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VC의 하늘은 맑

벤처 투자 애널리스트들이 2024년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수요 증가, 안정적인 VC 시장, 그리고 패스트 패션 브랜드 기업 쉬인(Shein), 소셜 웹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레딧 등의 대어급 IPO 후보군이 2024년 스타트업 생태계 부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 게 낙관적인 전망의 이유입니다.

안티 에이징 기술 경진 대회

비영리 단체 엑스 프라이즈 파운데이션(X Prize Foundation)이 인간의 정신 기능, 면역 기능, 근육 기능 등의 세 가지 주요 영역에서의 노화를 막기 위한 글로벌 기술 경연 대회를 주최했습니다. 수상자는 우승 상금으로 총 1억100만 달러(약 1,326억6,646억원)를 받게 됩니다.

원격 근무 vs 사무실 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격 근무 부서가 사무실에 출근하는 부서보다 더 적은 혁신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격 근무는 시간 효율성과 글로벌 인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작업을 통합하고 팀 업무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진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가상 현실과 실제 현실의 주객전도?

JP모건 소속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 가상 인물이나 객체와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유저에게 시각화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 수석 연구자가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기술은 현실 세계에 '조미료'를 더하는 것일 뿐, 현실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AI 및 IoT(사물인터넷) 등의 발전이 주도하는 미래 사회는 물리적 경험과 디지털 경험의 혼합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인터벌 트레이닝

연구에 따르면 업무 루틴 중 매 90~120분마다 취하는 10분 정도의 전략적 휴식은 하루 종일 에너지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개인 업무자의 인지력을 끌어올린다는 설명입니다.

AI 잘 다루는 사람 어디 없나

웰파운드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 고용주 중 약 4분의 3 정도가 AI 활용 스킬셋을 갖춘 마케팅 인력, 재무 및 법률 인력에 기존 인력보다 각각 43%, 42%를 인상해 임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에도 불구,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고용주들은 잠재 고용풀을 기존 정규직에서 교육 파트너십, 프리랜서 등으로 넓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외 소식

레이어1 프로토콜 및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업인 사가(Saga)가 시드 펀딩 라운드에서 총 500만 달러(약 65억6,765만원)를 투자받았습니다.

체코에서 사업을 시작한 VR 스타트업 버지니어스(Virgineers)는 유저들에게 보다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는 VR 기술을 인정받아 총 600만 달러(약 78억8,118만원)를 모금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기반의 크로스 게이밍 플랫폼 기업 KEK 엔터테인먼트(KEK Entertainment)는 총 800만 달러(약 105억824만원)를 투자받았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워크플로 자동화 스타트업 릴레이(Relay)는 시드 라운드에서 총 1,000만 달러(약 131억3,530만원)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B2B(기업간거래) 기반 AR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인 스퀸트(Squint)는 총 1,300만 달러(약 170억7,588만원) 규모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AI 기반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제공 기업 피직스엑스(PhysicsX)는 총 3,200만 달러(약 420억3,293만원)를 투자받았습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ake note — hiring managers are desperate for AI skills | Wellfound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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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 카카오의 때 아닌 '골프' 논란, 관성 좇는 韓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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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의혹 터져 나온 카카오, "조사단 꾸려 감사 착수"
카카오 '골프 회원권' 논란이 관통하는 韓 기업 문화
'골프=영업 실력'? 꺼지지 않는 한국식 접대의 톳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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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택 카카오 대표/사진=카카오커머스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최근 벌어진 카카오 경영진 비위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단을 꾸려 감사에 착수했다"고 전 직원들에게 알렸다. 특히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골프장 법인 회원권에 대해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이 관련 폭로를 내놓은 이후 기업 차원에서 처음 나온 공식 입장으로, 홍 대표는 앞으로 내홍 수습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폭로에 카카오도 '휘청', 홍 대표 직접 나섰다

30일 카카오에 따르면 홍 대표는 '안녕하세요? 사이먼(홍 대표 닉네임)입니다'라는 전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홍 대표는 우선 "먼저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아레나, 제주 esg센터 등의 건설 과정 그리고 브랜든(김 총괄 닉네임)이 제기한 여타 의혹에 대해서도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서 감사에 착수했다”며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장 회원권과 관련해서는 이미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환수한 자금은 휴양시설 확충 등 크루들의 복지를 늘리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며 “대외협력비의 문제는 이미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윤리위원회 규정상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사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 의뢰할 것을 윤리위원회에서 건의해 와서 수용하기로 했다”며 “외부기관들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판단은 윤리위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발언으로 미뤄 보면, 카카오는 최근 골프장 법인 회원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김 총괄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총괄은 지난달 28~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여러 번 글을 작성하며 "그룹 내 특정 부서의 경우 한 달에 12번이나 골프를 치고 있었다.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고 직격한 바 있다. 김 총괄은 특히 타 직원들에 대한 휴양 시설은 1년에 2박도 못 갈 정도로 열악하다고 지적하면서 기업 내 불균등을 역설했다. 김 총괄은 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골프 회원권을 75% 통째로 매각하겠다고 보고한 후 지난 두 달간은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총괄은 김 창업자가 카카오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삼고초려 끝에 무보수로 영입한 인물로,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에 합류한 유일한 내부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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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자신의 SNS에 게재한 폭로글/사진=김 총괄 페이스북 캡

金 총괄 '욕설' 논란, 기업 '내홍' 문제로 확장

당초 먼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는 김 총괄이었다. 지난 22일 판교 본사에서 업무보고를 하던 임직원들을 상대로 '개XX'라며 큰 소리로 욕설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김 총괄에 대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한 듯 보였다. 그러나 김 총괄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항변을 이어 나가면서 분위기는 다소 반전되기 시작했다. 김 총괄은 임직원과의 갈등 및 불화의 저변에 '골프'라는 불씨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여 명의 대표이사들은 골프 회원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부서만 '투어프로' 수준으로 골프를 치고 있었다"며 "한 달에 12번이면 4일짜리 KPGA 대회를 3주 연속 출전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9월 첫 출근 날 김 창업자가 법인 골프 회원권을 조사해 정리해달라 주문했다"며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엔 죄다 카카오팀이 있더라는 괴담 수준의 루머도 많았던 상황이라 강력한 쇄신이 요구됐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논의 과정도 밝혔다. 김 총괄은 "골프 회원권을 75% 정도 통째로 매각하겠다고 보고하고 김 창업자로부터 ‘비상경영회의 때 PT(프리젠테이션) 발표도 하고 정식 결재를 올려달라’는 답을 받았다”며 “이후 두 달간은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주말 저녁에도 골프의 필요성에 대한 하소연 전화가 이어졌다고 김 총괄은 전했다. 임직원들을 향한 '개XX' 욕설 논란도 항변했다. 김 총괄은 "해당 욕설 논란이 나온 배경은 카카오 AI 캠퍼스 건축 업체 과정에서 빚어진 한 임원과의 갈등"이라며 "전후 관계가 어찌됐든 욕설과 고성이 오간 데 대해선 죄송하다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김 총괄의 SNS 글이 널리 퍼지면서 카카오에 대한 여론은 급속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기업 내 개인의 태도 논란이 기업 전체의 골프 논란으로, 나아가 기업 내 직원 간 내홍 문제로 불거진 만큼 카카오 차원의 역량 결집을 통한 근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韓 접대 문화 관통하는 '골프'의 늪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애초 IT 기업인 카카오에서 골프 논란이 발생했다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누리꾼도 종종 보인다. 다만 이는 예로부터 이어져 오던 우리나라 기업 문화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크게 이상한 것도 아니다. 접대를 통한 로비는 우리나라 기업 문화를 관통하는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업계만 살펴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주요 로비 대상은 연기금과 공제회의 운용팀 및 리서치팀 팀장들인데, 이들을 향한 로비 방식은 골프와 룸살롱 접대, 성매매 접대, 현금 또는 상품권 제공 등 다양하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의 법인영업 담당자는 “골프나 술 접대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비용은 법인카드로 처리하는데, 결국 회사가 눈을 감아 준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접대 관행은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사안이다. 영업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대형 계약이 잡히면 미국이나 중국 등 대형 바이어에 접대를 하곤 한다"며 "접대가 거래 성사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인간관계 유지 차원에서 관행처럼 이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물망처럼 펼쳐진 기업 내 접대 사슬의 원동력은 국내 인력들의 관성적인 관행 좇기에서부터 나온다. 결국 이번 카카오 골프 논란은 우리나라 기업 문화, 나아가 인력의 실태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한국식 접대'가 가리키는 우리 기업의 현실과 카카오 골프 논란이 나타내는 골프 접대의 불편한 진실이 가린 빛바랜 미래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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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새 女스타트업 투자 유치 최저치, '유리천장' 갈수록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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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수십년 전부터 여성 석·박사 비중 과반 넘어, 남성 추월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여전히 여성 고학력자 창업 어려워
STEM 분야 전공자 수 적고 커뮤니티·네트워크도 취약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여성의 학력이 남성을 추월했다. 미 교육부 산하 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석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의 비중은 65%며 박사학위 취득자는 58%로 절반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시장에서 여성 창업자의 석·박사 비율은 남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북미 지역 테크기업의 여성 창업자 중 석·박사학위 소지자 비중은 36%인 반면 남성은 41%로 집계됐다.

전공·어드바이저·네트워크 등 남녀 간 격차 원인

스타트업 시장에서 창업자의 성별에 따라 나타나는 학력 격차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애초에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여성 전공자 수가 적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미 국립과학재단(NS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STEM 분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여성은 전체 졸업생의 26%로 조사됐다. 둘째, 여성은 STEM 분야에서 소수 집단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박사학위를 가진 우수한 인벤터 어드바이저와 교류할 기회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특허 등록, 실용기술 개발 등의 노하우를 접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셋째, 여성 기업가와 여성 투자자들 간의 네트워크도 활성화돼 있지 않다. 창업을 위해서는 동종 업계의 최신 동향과 정보를 공유하고 때론 현안을 논의하면서 서로를 독려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매우 중요한데, 여성의 경우 이러한 네트워크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창업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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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지역 스타트업 창업자 중 성별·학력별 비중(2023.11.8. 기준), 주: 석·박사(네이비), 석사(민트), 박사(스카이블루)/출처=PitchBook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석·박사학위 소지자 중 여성의 수가 과반을 차지함에도 테크기업 창업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립과학재단 산하 국립과학공학통계센터(NCSE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STEM 분야 박사과정 수료생 중 여성의 비중은 각각 로보틱스 14.6%, 컴퓨터 사이언스 19.5%, 생물물리학 24.6%로 나타났다. 비(非) STEM 분야 중 스타트업 창업과 관련이 있는 경영학 전공에서도 여성의 비중이 크지 않다. 2022년 기준 미국의 상위 56개 MBA 과정 재학생 중 여성의 비중은 41% 수준으로 이들은 MBA 과정에서 제공하는 기업가적 강좌와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여성들이 기술이나 비즈니스 분야에서 학위를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스타트업을 창업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올해 발표된 MIT 슬론경영대학원과 코펜하겐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대학원생들이 재학 중에 특허를 출원하는 등 발명가가 되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경우 우수한 인벤터 어드바이저와 매칭되기 어려운 데다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그들이 개발한 혁신 기술들이 남학생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VC) '피어(Pear)'의 파트너이자 STEM을 전공한 여성 창업자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비비안 호(Vivien Ho)는 "멘토 네트워크와 창업자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성은 여성 기업가가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자신감을 갖는 데 있어 주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 전공생들은 STEM 분야의 석·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해도 기업가 네트워크와 커뮤니티의 조력 없이는 '내가 과연 창업가가 될 수 있을까'라며 무력하게 생각하기 쉽다"며 "하지만 여성 창업자와 투자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나도 창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투자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도 여성에 대한 편견 존재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창업자들은 자금 조달 초기 단계에 투자자를 방문해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 여성 창업자들은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피치북에 따르면 여성 창업자와의 투자 미팅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하고 이어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남성 창업자에게는 성장 요인에 대해 질문하는 반면 여성 창업자에게는 리스크 요인을 묻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여성 창업자의 출산이나 육아로 인해 회사 경영에 지장이 발생하지는 않는지를 묻는 사례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컨설팅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여성 창업자, 비즈니스 멘토, 투자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 면담에서 발생하는 성별 격차의 원인과 현황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첫째, 실제 여성 창업자는 남성에 비해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 문제 제기와 보류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여성들은 프레젠테이션 도중에 기본적인 기술이나 경영 지식을 이해하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받았으며 때로는 애초에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고 단정해버리기도 했다. 공동창업의 경우에도 남성 창업자에게만 기술 관련 질문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여성은 투자자의 부정적인 지적에도 이를 합리적인 피드백으로 수용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비평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과감한 예측과 가정을 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는 종종 과장되게 말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여성에 비해 적극적인 경영자의 모습으로 비춰져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셋째, 많은 투자자들이 남성인 탓에 여성 스타트업이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마케팅하는 재화에 대한 친숙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BCG에 따르면 VC 기업의 파트너 중 92%가 남성으로 이들은 미용, 육아 등 여성이 친숙한 분야와 관련해 아이디어의 필요성, 잠재적인 가치를 이해하는 데 제한이 있다.

성별 등 보이는 것만으로 사업 가치 평가해선 안 돼

이같은 투자 유치 과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성 스타트업은 남성 창업자만큼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미지역 여성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14억 달러(약 1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8%나 급감하며 최근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 건수도 437건으로 전체 투자의 6.7%에 그쳤다.

이에 반해 여성이 남성과 함께 창업할 경우 투자금이 크게 늘어났다. 여성과 남성이 공동창업한 스타트업의 상반기 투자금은 241억 달러(약 31조원)로 여성 스타트업보다 17배 이상 많았다. 거래 건수도 1,531건으로 여성 스타트업의 4배를 상회했다. 남성 창업자가 혼자 설립한 스타트업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BCG에 따르면 여성이 홀로 창업하거나 남녀가 공동창업한 스타트업의 평균 투자금은 남성 스타트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라이징 아메리카 펀드(Rising America Funds)의 파트너 로린 펜들턴(Lorine Pendleton)은 "투자자들은 자신과 성별, 전공이 같은 사람들에게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성별 등 보이는 것만으로 사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대한 결함"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다만 최근에는 여성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여성 스타트업의 자금 공백은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펜들턴도 최근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분야에 중점을 둔 VC 125 벤처스(125 Ventures)를 설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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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뽑] ③대충 만든 서버 쓰니까 그 모양이지

[개안뽑] ③대충 만든 서버 쓰니까 그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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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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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서버 대충 만들었으니 해킹 당하는건 당연한거잖아
그럼 서버 잘 만들어야 되는데, 왜 이렇게 일이 많지?
시킬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가 혼자서 다 찾아보고 직접 만들어야 되더라

해킹 사건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Sucuri 담당자들이 우리 서버 앞에 감시 방화벽을 강화하는 추가 비용을 써야 된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관리해야 된다 등등의 각종 메세지를 열심히 보내주던 9월 말 무렵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회사가 미국에 있었으면 계속 썼었을 것 같은게, 정말 친절하기도 하고, 지식이 많아서 내가 뭘 놓치고 있는지, 어디서 뭘 찾아봐야하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줬었다. 근데 도움을 받고 지식이 쌓이면 쌓일수록 이제는 내가 직접 한국에서 방화벽 세우고 서비스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어줍잖게 줏어듣고 머리가 커진 셈이다.

6일이나 되는 황금 추석 연휴 내내, 나는 계속 서버 공부만 했었다. 돈이 수십 억원이 든다고 하면 선택하기 어렵겠지만, 적당한 돈을 내더라도 개발자 없이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유료 서비스들을 이것저것 찾았는데, 연간 1~2천 달러에서 5천 달러 남짓으로 매우 좋은 서비스들이 세상에 많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안-뽑음_202312

대충 만든 서버 쓰니까 그 모양이지

그 시절 해킹 당해서 괴롭다고 말을 하면 들었던 이야기들은 대부분 너네 회사 개발자들 어쩌고 하는 욕이었는데, 우리 회사 재직했던 개발자들이 자기 욕을 듣고 화를 내던 것 이상으로, 나도 사람을 잘못 뽑고, 잘못 운용했다는 책임이 있는만큼 뼈를 때리는 것 같이 듣기 괴로웠다.

대충 만든 서버 쓰니까 그 모양이지

그 중 가장 뼈가 아팠던 내용이 위의 문구였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만들어놓은 서버를 최대한 유지할려고 그랬었다가,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됐던 계기가 됐었다. 원래는 방화벽만 내가 직접 장비를 사서 한국에서 쓰거나, 어디 국내 서비스로 바꾸는 정도에서 타협하고, 기존 시스템을 최대한 살려서 쓸 생각을 했었는데, 저 말을 듣고 나니까 또 같은 문제가 터지면 어쩌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꿔야지.

기존 시스템을 쓰던 당시에 SSL 인증서 갈아 끼우면서 a2ensite 명령어 치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 회사 서버가 Apache 서버로 돌아가고 있던 것을 그 때서야 알게 됐는데, 이게 동적 접속(Dynamic connection)을 지원해주는 대신에 속도가 느리다는 표현을 주워듣고, 어차피 우리 회사 서비스 대부분이 이미 써 놓은 글, 외부에 호스팅 되고 있는 동영상 중계 밖에 없는만큼 다른 서버 기술 스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중에 겪으면서 알게 됐지만, 네트워크 서버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정말 큰 도전인데, 내가 이 때 정말 무모한 결정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변경서버_After_202312
변경서버_After_202312

주워들은 지식으로 새 서버 만들기

위는 현재 우리 회사 서버가 돌아가는 구조다. (정확하게는 몇 부분 아직 미완성이긴 한데, 주말에만 작업을 하다보니 좀 늦어졌을 뿐, 조만간 다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쪽 관련 지식이 없는 분들은 지난 글에 나온 예전 서버와 비교해서 뭔가 박스가 많아지고 복잡해졌다는 생각만 들 수도 있고, 좀 아시는 분들이라면 꼴에 이 정도 했다고 자랑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자랑할 생각은 없고, 그냥 배우다 지친 상태다. 앞으로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이제 좀 안 하고 싶어진 상태고, 저 그림 가운데에 있는 Data Dashboard에나 집중하고 싶다.

대학원 수준의 수학·통계학을 써서 Data Science 연구 분석을 위주로 하는게 내 주력 역량인데, 서버만 계속 붙잡고 있는 건 진짜로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 밖에 없다. 하루 빨리 손을 떼고 싶은데, 그간 다른 글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던대로, 내가 원하는 서버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인력을 못 찾았기 때문에 내가 손을 댈 뿐이다.

먼저, 방화벽을 구축해야한다는 일념하에 장비를 2개 구매했다.

첫번째 장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Wifi 라우터랑 비슷한 목적인데, 외부에서 들어온 회선을 내부망에 연결하는 장비면서 온갖 종류의 셋팅을 다 할 수 있다. 저 셋팅은 아직 10%, 아니 5%도 공부를 못 했는데, 정말 안 하고 싶어서 내려 놓고 있는 중이다. 내가 상상하던 거의 모든 셋팅을 다 할 수 있다는 건 주워들어서 알겠는데, 내가 하는건 언제나 힘들단 말이지.

두번째 장비는 내부망에서 10G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위치 허브다. 예전에 서버 3대를 물려 분산 서버를 돌리던 시절, 서버 1대가 모든 트래픽을 받고, 그 서버에 1G 스위치를 물린 다음, 3대의 서비스 서버를 붙여서 썼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는데, 그 1G 스위치는 사무실 어딘가에 쳐 박혀 있는 상태다. 저 10G 스위치를 새로 산 이유는, 저 안에 또 DDoS 공격을 막는 것부터 시작해서 각종 기능이 있고, 앱이 있어서 서버들의 접속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다, 서버 다운이 되면 이메일이 온다.

위의 두 장비를 제대로 셋팅만 할 수 있으면 고가의 외부 방화벽 서비스를 쓰는 것에 준하는 내부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겠다 싶더라. 방화벽이 2단계로 작동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기존서버_Before_202310
기존서버_Before_202310

장비만으로는 안 된다, 서비스도 엮어야 보안이 완성된다

지난 글에 소개했듯이 바로 위의 이미지는 10월까지 쓰던 과거 서버 상태인데, 더 위의 신규 서버와 비교해보시면 확실히 복잡해졌다는게 눈에도 들어 올 것이다. 처음에는 저런 지식을 다 쌓고 난 다음에 이젠 만들어놓으면 해킹 안 당하는건가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Stackoverflow, ServerFault, Reddit, AskUbuntu 같은 각종 해외 커뮤니티들을 돌면서 장비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되고, 서비스도 그걸 활용하는 방식으로 구성해야한다는 문구를 봤다.

그 조언 문구 덕분에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워드프레스 서버 관리를 위해서 서버 앞에 뭔가 또 다른 걸 달아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바로 저 위의 Varnish cache 서버다.

일반적으로는 웹사이트 속도가 느리니까 정보를 캐시(Cache)를 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속 속도를 높인다.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일천한 지식을 공유해보면

  • 일반 접속: 접속자 -> 서버 -> 서버 내 서비스 플랫폼 -> 서비스 -> 웹페이지 생성 -> 서비스 플랫폼에 전달 -> 서버에 전달 -> 접속자에 전달
  • 캐시 접속: 접속자 -> 서버 -> 캐시에 있는 웹페이지 전달 -> 서버 -> 접속자에 전달

구조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남아있는 수십개의 글에서 풀어낼 작정인데, 위의 간략화한 버전을 썼다고 또 이상한 메일을 보내고 날 험담하는 FXXXBook 댓글을 달지는 말아주시면 좋겠다. (쉽게 이해하라고 수학적인 직관만 남기고 엄밀한 증명은 안 맞는 내용을 어딘가에 써 놨더니 날 더러 틀렸다고 메일이 왔길래 수학 직관을 위해서 Robustness를 포기했다고 답장해줬더니 FXXXBook 어딘가에 메일 내용과 함께 날 험담하는 댓글을 쓰신 분이 기억난다. 내가 쓴 글 대부분을 아예 이해도 못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Robustness를 포기하는 순간도 괴로운데, 그런 글을 보면 뭐랄까, 내가 왜 쉽게 쓰겠다고 그러다가 이런 욕까지 먹어야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뭏튼 다시 캐시로 돌아와서, 저 Varnish cache를 쓰면 로그인을 한 이용자가 아닌이상 서버 구조의 더 뒤에 있는 워드프레스나 데이터 서버에 접속 없이 바로 Varnish만 찍고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 뒤에 있는 서버는 정말로 안전해지는 거잖아? (물론 로그인을 한 것처럼 뚫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긴 했으니까 너무 공격하진 말자.)

중고 서버(ThinkStation P700)를 이베이에서 110달러에 한 대 사고, CPU 2개(E5-2699 v3)를 각각 40달러에, 램 32GB(DDR4 2133...) 8개를 각각 25달러 + 쿠폰 할인까지 받아 배송비 포함해도 500달러 남짓에 램만 잔뜩 들어간 서버를 한 대 구축했다. 저 Varnish cache는 웹사이트 정보를 램에 얹어서 제공해주기 때문에 램이 좀 커야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래는 한 128GB 정도면 충분하겠지? 라고 생각했다가 가격이 너무 저렴하길래 4개를 더 사 버렸다.

  • 18코어 x 2
  • 256GB 램

이렇게 AW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EC2로 쓸려면 한 달에 얼마들어가는지 계산해보시면 저 500달러 남짓의 비용이 얼마나 저렴한 서버 장비인지 대략 짐작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장비 2대와 서버 1대까지 대략 1,000달러 남짓의 비용을 썼다. (보안 비용으로 그간 Sucuri한테 얼마를 냈더라...?)

저걸 다 셋팅하는 노동력(과 매달 몇 만원의 전기세)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기는 하겠지만, 남한테 의지 안 하고 내가 직접하니 노동비가 줄어들었고 (Read 주말이 삭제됐고), 이제는 남의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서버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나머지 장비는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잉여 서버들을 활용했는데, 내가 조금만 힘들여 고생하면 1,000달러 남짓의 비용으로 서버 보안도 강화하고, 웹사이트 접속 속도도 높이고, 쓸데없는 비용도 안 쓸 수 있게 되는데, 그간 난 뭘 했었나 싶어서 한참 자책을 했었다. 왜 나는 개발자들만 믿고 알아서 잘 해 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을까?

(연봉 많이 달라는) 개발자면 알아서 잘 하겠지?

네트워크 시스템을 저렇게 만든다고 보안이나 서비스 접속 속도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아직도 온갖 문제가 더 산적해 있다. 서버는 QUIC을 이용해서 http3 접속을 열어줘야 하는데 아무리 이것저것 찾아봐도 계속 http1.1로만 접속된다, 그나마 Firefox는 http2로 접속되네? 뭐지 Header 값이 다르게 적용됐나? DB는 키 값을 나름대로 바꿔 끼워봤는데 여전히 내 마음에 드는 효율화가 안 되어 있다. 답답해서 주워듣기만 했던 Redis를 처음 설치해보고 PHP에 연동시켰더니 뒤에서 Cron job이 몇 개 동시에 돌면 Redis가 바로 다운 되길래 Redis cache 사이즈를 늘려놨는데 그래도 계속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도대체 얼마나 크게 잡아야되는거야? 셋팅을 잘못했나? 워드프레스는 각종 캐시 플러그인들을 다 테스트해봤는데, 결국 남들이 제일 좋다고 입을 모으는 걸 고르게 되기는 했는데, 가끔 CSS가 깨진 화면이 뜨고, 다크 모드 전환도 이상하게 꼬이고, 분명히 dark-mode.css랑 js를 빼고 minification을 돌렸는데 왜 저러는거야.... 마음 속에 있는 문제의 한 5% 정도만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벌써 문단 하나가 꽉 찼다.

이런 문제를 주말이 아니라 평상시에 계속 보고 있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 내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해외 유료 솔루션들은 메일 보내놓으면 1-2일 안에 답장이 오는데, 그걸 적용해보고 안 되면 또 보내보고 이러면서 지난 2달의 2번째 달이 지나갔었다.

그렇다고 개발자를 뽑으면 잘 해결이 되는가? 적어도 나는 이 레벨의 도전에서 국내 개발자를 뽑아서 문제를 해결할려는 의지를 완전히 상실했다. 잘 하는 누군가가 있겠지만, 나랑은 인연이 아니더라.

Never say never

라고 하던데, '절대로'라는 표현을 쓰는 건 위험하겠지만, 아마 내가 한국에서 개발 업무를 '외주'주는건 몰라도 '채용'하는 일은 아마 '절대로' 없지 않을까 싶다.

DB에서 이미지 URL 위치 찾아서 수정하는데 1주일이 걸리는 개발자를 뽑아놓고 저 위의 셋팅, 최적화 작업을 다 하라고 시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비개발자가 고작 2달 동안 파트타임으로 작업한 주제에 아는체 한다고 구박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간 내 경험상 한국에서 내가 지난 2달간 겪고 해결해 온 문제, 앞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를 혼자서, 단 시간에 다 정리할 수 있는 개발자 찾기는 a needle in a haystack 급의 도전이 될 것이다.

저 방화벽이 또 뚫리면, 국내 보안 전문 업체를 찾아가는게 아니라 해외의 Nginx Plus를 쓰거나, LiteSpeed로 서비스를 갈아 타는 결정을 할 것이다. 아니면 Sucuri를 다시 찾아가거나. 그 분들이 한국의 어지간한 보안 전문가들보다 훨씬 더 '최신'의 '고급' 기술력을 갖춘 분들이고, 한국에는 그런 '기술' 주워듣고 와서는 '적용'하는 분들 위주로 보안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각종 경험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술을 생산하는 시장이 아니라, 기술을 '갖고와서' '적용'하는 시장이다. 내가 영어 실력이 부족하나? 직접 그 기술력 갖춘 회사와 대화할 수 있는 '기술 이해도'만 높이면 해결되는거잖아?

짧게 요약했지만, 저 하나하나의 결정이 있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다. Varnish cache를 쓰려고 하기 전에는 Nginx를 이용해서 Reverse proxy 셋팅을 하고, Nginx에서 제공하는 무료 방화벽인 ModSecurity를 내가 직접 셋팅할까, 해외의 전문 업체에 부탁을 할까는 생각도 했었고, LiteSpeed는 한 달 유료 버전을 구매해 보기도 했다. 이런 고민과 시행착오 없이 좋은 서비스가 덜컥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고, 이걸 개발자가 못 한다고 화를 낼 시간에 그냥 내가 직접 찾아보고 만드는 편이 훨씬 더 비용 절감, 시간 절감, 퀄리티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절대로'가 깨지면 좋겠지만, 아마 한국에서 내가 뽑을 수 있는 인재 풀에서 '절대로'를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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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