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남중국해 ‘살라미 전술’ 앞세운 中, 해양 관리 통제 확대
[딥폴리시] 남중국해 ‘살라미 전술’ 앞세운 中, 해양 관리 통제 확대
입력
수정
中 해양 관리 명분 속 남중국해 통제 확대 과학 협력·제도 참여 결합된 ‘조용한 영향력 강화’ 남중국해·대만 연계 속 통제 구도 재편 가능성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남중국해 전역에서 관측된 중국 해상민병대(PAFMM) 선박은 하루 평균 241척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해경도 스카버러 암초 인근 해역에서 연간 352일 순찰을 이어갔다. 이처럼 중국은 분쟁 해역 전반에서 상시적 출현과 순찰을 지속하며 실효 지배 범위를 넓혀왔다. 해역 통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이 현장에서 구현되는 양상이다.
해양 관리로 추진되는 영유권 확대
남중국해 경쟁은 암초나 활주로를 둘러싼 물리적 충돌을 넘어, 언어와 제도, 전문성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중국이 내세우는 남중국해 해양 관리는 법적·과학적·공익적 명분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분쟁 수역을 자국 관리 범위로 편입하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해양 외교는 자국 활동을 ‘질서 구축’으로 규정하며 정당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중국은 공해 생물다양성 협약(BBNJ)에 서명했고, 올해까지 남중국해 행동강령(COC) 협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동시에 과학 연구와 역량 강화 중심의 블루 파트너십을 추진하며 50건 이상의 해양 협정 체결과 100건의 협력 사업을 성과로 내세운다. 이러한 행보는 다자 협력에 기여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강화한다. 동시에 해양 관리가 자국의 영유권 확대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식 입장과 현장 간 괴리 확대
그러나 중국이 강조하는 질서 구축과 달리 실제 해역에서는 통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위성 자료에 따르면 해상민병대 활동은 미스치프 암초와 휘트선 암초 등 주요 분쟁 수역에 집중됐다. 해경의 순찰 일수도 크게 늘며 상시적 통제 범위를 확장했다.
법적 판단과의 충돌도 분명하다. 지난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남중국해의 약 90% 해역에 대해 포괄적 주권을 주장한 중국의 ‘남해 구단선’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동시에 미스치프 암초를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 간조 노출지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판결을 수용하지 않은 채 법과 과학, 행정 수단을 동원해 기존 영유권 주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과학과 행정 수단의 전략화
이 같은 전략은 제도와 과학 영역에서도 이어진다. BBNJ 사무국 유치 경쟁은 해양 관리 주도권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은 샤먼을 해양 연구 중심지로 내세워 유치에 나섰다. 사무국을 확보할 경우 협약 운영 전반에서 행정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은 기상 예보와 조기 경보 시스템 등 공공재 제공을 강조하며 130개국 이상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분쟁 수역에서 해양 조사와 연구는 중립적 성격을 유지하기 어렵다. 해양 공간 계획은 관할권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데이터 확보는 접근 권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공동 연구 역시 지속적 활동의 명분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활동은 학문적 영향력을 통해 자국 주도권을 정당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남중국해와 대만, 맞물리는 흐름
중국의 해양 통제 확대는 대만 문제와도 맞물려 전개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는 상시 순찰과 점진적 압박으로 현상 변화를 유도하고, 대만 주변에서는 군사적 긴장과 심리적 압박을 병행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충돌을 피하면서 목표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방향을 보인다.
최근 지역 정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만 해양위원회 고위 인사가 타이핑섬을 방문했고, 필리핀과 미국은 대규모 ‘발리카탄’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북부 필리핀에서 스프래틀리 제도를 거쳐 대만까지 이어지는 해역을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 역시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함께 언급하며 두 사안을 단일한 해양 질서 속에서 다루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식 전환과 대응 정교화
중국의 해양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양 관리 체계에서의 배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질서 구축을 내세우는 동시에 회색지대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안국과 파트너들은 해상 충돌 상황을 보다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유하고, 협력 과정에서는 상호성과 책임 기준을 명확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구 협력과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장치가 요구된다.
남중국해 해양 관리는 정책 운용과 정보 확보, 현장 통제가 결합된 권력 경쟁의 양상이다. 이를 해양 관리와 안보로 나눠 바라보는 기존 접근에 머물 경우, 해역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통제 확대를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인식의 한계가 지속될수록 남중국해의 통제 구도는 점차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outh China Sea Governance Is Becoming China’s Quietest Expansion Strateg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