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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봉쇄가 치명타" 헛도는 종전 협상서 '시간적 우위' 거머쥔 미국, 이란은 경제 리스크에 비명

"해상 봉쇄가 치명타" 헛도는 종전 협상서 '시간적 우위' 거머쥔 미국, 이란은 경제 리스크에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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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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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수로" 美, 이란의 3단계 협상안 수용 거부
해상 봉쇄로 원유 수출 제동 걸린 이란, 생산 기반 유지에 사활
협상 교착 장기화로 '시간 싸움' 이어져, 美가 상대적 우위

미국 정부가 이란이 새롭게 제안한 3단계 종전 조건을 단호히 거절했다. 국제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직접 관리하는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 협상이 계속해서 공회전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란이 상당히 불리한 국면에 놓였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란의 핵심 경제 기반인 원유 수출에 제동이 걸린 만큼, 이란이 짊어진 경제적 부담이 급속도로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美-이란 종전 협상, 교착 상태 이어져

28일(이하 현지시각)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폭스뉴스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와 핵무기 보유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이 말하는 '해협 개방'이 자신들 허가를 받고 통행료를 내지 않으면 배를 폭파하겠다는 식이라면, 그것은 개방이 아니다"라며 "해당 수역은 엄연한 국제 수로이고, 누가 수로를 이용할지 이란 당국이 결정하는 체제가 일상화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기에 앞서 이란은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백악관에 '3단계 협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마무리한 뒤 이란에 재개 불가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미 해군의 이란 항만 봉쇄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관리' 문제에 대한 협의가 진행된다. 이후 세 번째 단계에 가서야 핵심 쟁점인 핵 프로그램 논의를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루비오 장관은 해당 방안이 호르무즈 해협의 ‘조건부 개방’을 전제로 한다고 판단하고, 무조건적이고 완전한 항행의 자유를 요구하며 공식적인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아울러 루비오 장관은 종전 및 비핵화 합의가 최종 결렬될 시 대안에 대해 “이후의 조치는 대통령이 결정할 몫”이라면서도 “현재 이란을 옥죄는 제재의 강도는 이미 치명적이며, 그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할 여지와 수단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란의 본질적 위협인 핵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해 “이란은 석유로 경제를 위협하듯, 핵무기를 손에 쥐고 전 세계를 인질로 삼아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 한다”며 “미국은 이러한 핵보유국의 등장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란 원유 저장 여력 '한계'

이처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란이 직면한 경제적 압박이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3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시작한 바 있다. 당시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승인 없이 봉쇄 구역에 진입하거나 출항하는 선박은 차단·회항·나포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1일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며칠 내로 하르그섬(이란 최대 원유 터미널)의 저장 시설은 가득 찰 것이며, 취약한 이란의 유정들은 폐쇄될 수밖에 없다”며 역봉쇄 효과가 금방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실제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은 원유 저장 공간 확보에 차질을 겪고 있다. 종전 하루 평균 210만 배럴 수준이었던 이란의 원유 및 콘덴세이트 수출량은 해상 봉쇄 이후 약 56만 배럴로 급감했으며, 육상 재고는 4,90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 속 이란은 소위 ‘정크 저장소’로 불리는 노후 설비를 재가동하고, 임시 컨테이너와 해상 유조선까지 총동원하며 원유를 쌓아두고 있다. 감산 기조 역시 본격화했다. 일각에서는 봉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란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120만~130만 배럴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이는 기존 생산량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규모다.

이처럼 이란이 재고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도 원유 생산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원유 생산 시설이 연속 운전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유정과 파이프라인 내부에는 압력 균형 유지를 위해 고압의 유체와 가스가 지속적으로 흐른다. 이를 갑작스럽게 멈출 경우 압력 불균형과 온도 변화로 장비 손상, 왁스·수분 침전, 배관 막힘 등의 문제가 발생해 재가동 비용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특히 이란은 노후 유전이 많은 만큼, 한 번 생산을 멈추면 내부 구조가 손상돼 종전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란, 美 대비 경제 충격에 취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떠안은 이 같은 리스크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그는 지난 2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가 흐르는 송유관이 있을 때 어떤 이유로든 선박이나 컨테이너에 (원유를) 실을 수 없어 라인이 막히면 그 관은 기계적 원인으로 내부에서 폭발하게 된다”면서 “(이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까지 사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된 화법일 것으로 보이나, 원유 생산 설비의 저장·처리 설비가 한계 용량에 도달할 시 내부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며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 자체는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란은 이러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미국이 먼저 백기를 들길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7,500원)를 웃도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민심을 고려해 양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란 고위 인사들은 미국의 해상 봉쇄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자국의 대응 능력을 강조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이란이 동원 가능한 수단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시점 이란은 사실상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렸다는 진단이다.

양국의 단기 충격 흡수 능력도 격차가 큰 편이다. 미국은 셰일 기반 에너지 자립 구조와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바탕으로 외부 충격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반면 이란은 원유 수출을 재개하지 못할 경우 그대로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재정과 외화 수입이 에너지 수출에 크게 의존해 온 탓이다. 이에 더해 이란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에도 제약이 걸린 상태이며, 통화 신뢰도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환율 불안이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비화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이란 경제는 과거에도 초고물가 구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했으며, 통화가치 급락과 함께 자본 통제 및 비공식 시장 확대가 이어지는 패턴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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