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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전제로 시작한 증권거래세 인하 금투세 폐지 수순에도 '인하 지속' 세수 부족 심화 우려엔 "선순환 효과" 주장
내년 증권거래세 수입이 올해보다 1조5,000억원 넘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3년 전 시작된 증권거래세율의 단계적 인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서다. 이에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인하해 온 증권거래세율을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권거래세 인하, 과세기반 잠식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 보고'에 따르면 내년 증권거래세 수입은 3조8,454억원으로 예측됐다. 이는 올해 본예산(5조3,829억원)보다 1조5,375억원(28.6%) 줄어든 규모다. 증권거래세 수입 감소율은 기획재정부 소관 일반회계 세입예산안에서 내국세 항목 가운데 가장 크다. 상속증여세(-12.7%)나 주세(-10.3%)보다 세수 감소율이 두 배가 넘는다. 감액 규모로 봐도 올해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른 내년도 세수 감액분(6,227억원)보다 2.5배가량 크다.
내년 증권거래세 수입이 줄어드는 이유는 세율이 낮아져서다. 정부는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2021년부터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왔다. 코스닥 기준 2021년 0.23%였던 증권거래세율은 지난해 0.20%로, 올해는 0.18%로 떨어졌다. 내년 증권거래세율은 0.15%로 올해보다 0.03%포인트 낮아진다.
문제는 증권거래세 인하의 전제 조건인 ‘금투세 도입’이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1,500만 주식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세수 어떻게 해결하나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증권거래세율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지난해(56조4,000억원)에 이어 올해(29조6,000억원·추정치)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세입을 보충할 핵심 세원 중 하나로 꼽힌다. 증권거래세 수입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됐던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8조8,000억원과 1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는 증권거래세율을 예정대로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 관련 조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세율을 인상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급락한 한국 증시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자본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선순환 기대
거래세율 환원 등 세수 보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자본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선순환 효과를 염두에 둔 모습이다. 투자자 친화 정책으로 자금이 유입되면 기업 차입 비용이 낮아지고 경제가 활성화하기 때문에 법인세·소득세 등 세수가 늘어 재정을 충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조용래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현재로선 거래세율 인하 방침에 변화는 없으나 향후 논의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투세 도입이 무산되고 거래세만 대폭 인하되면 사실상 자본시장 과세기반이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서 금투세 폐지론과 관련, "자본시장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한 것이지만, 정책 일관성 저하 등의 부작용을 감안해서 증권거래세 및 대주주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선안 마련 필요하다"고 짚었다. '유리지갑'으로 상징되는 근로소득과 달리, 자본소득에는 사실상 세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측면도 공정과세 원칙과 맞물린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