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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라이브시티, 임직원·차입금 정리 착수 'K-컬처밸리' 사업 협약 해지되며 법인 유지 이유 잃어 새로운 사업자 물색 나선 경기도, 10월 중 우협 선정

CJ ENM 자회사 ‘CJ라이브시티’가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년간 추진해 온 고양시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이 다른 기업의 손에 넘어가면서 법인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폐업 준비' 착수한 CJ라이브시티
16일 문화·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 임직원 수는 지난해 초 100여 명에서 현재 20여 명 수준까지 줄었다. 사업 및 법인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주요 책임자와 최소 운영 인력만을 남기고 임직원을 모두 해고한 것이다. 그간 사업을 위해 내·외부에서 조달했던 차입금도 빠르게 상환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CJ라이브시티의 부채는 2,018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005억원 감소했다. 남은 부채는 내년과 내후년 만기 도래하는 장기차입금이다. 이마저 청산하고 나면 CJ라이브시티는 사실상 자산이 없는 껍데기로 남게 된다.
CJ라이브시티가 이 같은 절차를 밟는 것은 법인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CJ라이브시티는 지난 2015년 경기도와 함께 고양시에 문화복합단지 ‘K-컬처밸리’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경기도 소유 부지 32만6,400㎡에 최대 6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K팝 공연장(아레나) 등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기도와 CJ는 K-컬처밸리 조성을 통해 연간 1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야심찬 목표와 함께 출발한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사업이 첫발을 뗀 2016년 CJ그룹이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특혜 시비에 돌연 휘말리며 장기간 행정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최서원(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가 K-컬처밸리에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영향 등으로 사업 계획이 세 차례 변경됐고, 경기도로부터 사업 인허가를 받는 데에만 4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K-컬처밸리 덮친 악재
이후로도 악재는 지속됐다. CJ라이브시티는 2021년 10월 K-컬처밸리 공사에 착수했으나, 전체 공정률이 3%(K팝 아레나 17%)를 겨우 넘긴 상황에 공사를 중단했다. 착공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공사비와 금리가 급등한 탓이다. 여기에 2023년 2월 한국전력공사가 CJ라이브시티 내 공연장 부지(T2)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T1·A·C) 개발에 필요한 대용량 전력 공급이 2028년까지 불가능하다고 통보하며 상황이 한층 악화했다. 전력이 끊기면 공사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2028년까지 K팝 아레나를 제외한 시설의 개발이 꼼짝없이 중단된다는 의미다.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CJ라이브시티는 사업 추진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023년 10월에는 공사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민관합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정위원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국토부는 완공 기한 재설정 및 지체상금 감면 등을 권고했으나, 경기도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미 공시지가 1% 대부율로 50년 장기 임대 등의 혜택을 제공했는데, 사업 기간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지체상금까지 감면하면 특혜나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속되는 잡음 끝에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 측의 사업 추진 의지가 부족하다며 지난해 6월 28일 CJ라이브시티와의 사업 협약을 해지했다. 이에 CJ 측은 “경기도의 제도적, 행정적 지원 부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며 “무기력한 행정으로 인한 일방적인 사업 협약 해제”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사업 무산의 책임 소재를 두고 CJ와 경기도가 정반대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경기도, 사업 정상화 시도한다
CJ라이브시티와의 사업 협약 해지 이후 붕 떠 있던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은 지난 4월 경기도가 신규 사업자 물색에 나서며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경기도는 지난 9일까지 K-컬처밸리 사업에 대한 기업 참가 의향서를 받았고,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엔에이치엔링크㈜ △㈜놀유니버스 △G2파트너스 등 총 4개 기업이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들 기업은 공연·문화 콘텐츠와 부동산 개발 등에 특화된 민간 전문 기업이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는 세계 최대 공연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미국)의 한국 자회사로, 국내외 대형 아티스트의 공연 유치 및 공연장 운영 경험이 풍부해 아레나 운영 파트너로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엔에이치엔링크㈜는 NHN의 자회사로 온라인 예매 플랫폼 ‘티켓링크’를 운영 중이며, NHN은 게임·결제·광고·클라우드 등 글로벌 IT 서비스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놀유니버스는 K-콘텐츠 기반의 티켓 예매, 콘텐츠 제작·투자, 실감형 공간 구축 등 여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으며, G2파트너스는 전문적인 부동산 개발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기도는 향후 사업계획서 접수, 제안서 평가 등을 거쳐 오는 10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사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와 투자 역량을 보유한 민간 기업들이 참가의향서를 제출함에 따라 K-컬처밸리의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도는 공공성과 민간 전문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업 추진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