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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소비 줄줄이 빠져나간 두바이, 이란 전쟁 여파에 ‘황금도시’ 명성도 박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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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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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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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 이후 외국인 관광객 대탈출
쇼핑몰·호텔 텅텅, 명품 산업도 휘청
지정학적 취약성에 자본 시장도 붕괴 조짐
두바이몰 전경/사진=두바이몰 홈페이지

전 세계 부호들이 집결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찬란함을 잃어가고 있다. 두바이 역시 전쟁의 그늘을 피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수많은 외국인 자산가들 발길을 돌아서게 하면서, 두바이가 수년간 구축해 온 ‘억만장자들의 피난처’ 이미지를 시험대에 올려놨다. 걸프국 다른 도시와 달리 막대한 석유 자원이 없는 두바이는 고소득 소비층에 크게 의존한다. 이들의 이탈은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두바이 관광·명품 산업 전쟁 유탄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주변 걸프 국가 인프라에 공격을 퍼부은 이후, 두바이에서는 쇼핑몰·호텔 등 다중밀집시설이 텅텅 비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연간 1억 명 이상이 찾는 '두바이 몰'의 방문객 수는 이란 전쟁 발발 후 3주간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판 매장인 블루밍데일스의 경우 전월 동기 대비 방문객 수가 4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인근 쇼핑센터 '몰 오브 에미리트' 내 하비니콜스 매장의 방문객 수는 57%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부호들이 탈출하고 관광객들 발길이 끊기면서 고급차 딜러 매장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페라리와 스텔란티스의 마세라티는 최근 매장을 재개장했다고 밝혔지만 출고는 일시 중지했고, 페라리, 부가티 등 낮게는 25만 달러(약 3억8,000만원)부터 높게는 1,400만 달러(약 212억 원) 가격대의 고급차를 취급하는 두바이 딜러 퍼스트모터스는 재개장 이후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다.

상권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명품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두바이의 소비 기반은 도시 내 거주하는 부유층과 관광객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기준 두바이 거주자 9명 중 1명이 분기마다 명품을 구입했는데, 이는 뉴욕·런던·파리·싱가포르보다 높은 수준의 구매력으로 평가된다. 관광객 또한 명품 소비를 견인하는 핵심 축으로, 두바이는 최근 연간 방문객이 2,000만 명을 상회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란 공격 이후 두바이 내 명품 매출은 개전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점도 명품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 명품 기업은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 항구를 거쳐 두바이행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데,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서 지연 일수가 평시 대비 20일에 달하고 컨테이너당 최대 5,000달러(약 750만원)의 전쟁 할증도 붙었다.

호텔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초호화 호텔은 물론, 두바이의 유명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 위치한 페어몬트 호텔도 큰 피해를 입었다. 데이터 분석업체 라이트하우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두바이 숙박 시설의 객실 점유율은 성수기 평균 90%에서 이달 초 기준 26%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4월과 5월 객실 요금은 분쟁이 시작되기 전 주와 비교해 2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두바이 대표 고급 리조트인 로열 미라지는 객실 점유율이 낮은 기간에는 호텔의 일부 구역을 정기적으로 폐쇄해 리조트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 유지보수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두바이의 대표 랜드마크 호텔인 부르즈알아랍 호텔도 18개월간 대규모 리모델링을 진행하기 위해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사막의 금융허브’ 명성에 금,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

이란 전쟁 여파는 실물 경제 타격에 그치지 않고 두바이 자본 시장까지 강타했다. 지난 한 달 사이 두바이와 아부다비 증시에서는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전체 시가총액 중 1,200억 달러(약 181조1,200억원)가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UAE 자산을 안전 자산에서 고위험 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의 개발사인 에마르 프로퍼티스(Emaar Properties)의 주가는 고점 대비 25% 이상 폭락하며 건설·부동산업계에 닥친 위기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대형 개발사조차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며, 진행 중이던 대규모 프로젝트들의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해외 투자자들의 엑소더스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산 동결 가능성을 우려해 현재 시세보다 10~15%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이른바 '손절매'를 감수하고 있다. 이는 두바이 자산 시장의 기초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10년간 외국 자본 유입으로 호황을 누렸던 두바이 부동산 시장도 급격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달 두바이 부동산 거래량은 이란 전쟁으로 51% 급감했다. 현지에선 단기간 내 가격이 20% 가까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가격 하락보다 더 큰 문제는 유동성 경색이다. 부동산이 팔리지 않으면 투자금이 묶이게 되고 이는 추가 개발이나 신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악순환을 만들기 때문이다. 현지 외국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시장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부동산 거래를 보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흔들리는 ‘두바이 신화’, 부유층 이탈 가속화

이 같은 상황은 두바이가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펼쳐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이란의 공격은 두바이가 구축해 온 ‘안전 도시’ 이미지를 크게 흔들었다. 두바이는 그동안 불안정한 중동에 위치하면서도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세계적인 금융·관광 중심지로 성장해 왔다.

두바이는 최근 몇 년간 외국 기업과 외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비자 제도를 개선하고 외국인의 주택 구매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두바이 인구는 전년 대비 5.6% 증가한 390만 명에 도달하며 2019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에 불과했다. 그 대신 무역과 관광, 고급 부동산 등 금융 서비스가 경제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외국인 유입에 힘입어 금융 산업도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에 새로 들어온 기업이 1,000곳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30%가량 늘어난 수치다. DIFC에는 은행 290곳, 헤지펀드 102곳, 자산관리 회사 500곳, 패밀리오피스 관련 기관 1,289곳이 입주해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도 지난해 두바이 거점을 확장했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두바이로 몰려들었다. 두바이에 입주한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만도 18곳에 이른다.

두바이는 초고층 빌딩과 호화 관광 산업, 글로벌 금융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공 모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다른 걸프 국가들도 따라했다. 이들 역시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구 친화적인 경제 모델을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두바이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황금 도시라는 명성에 균열이 생겼다. 버나드 허드슨 전 CIA 대테러 책임자는 “UAE 성공의 핵심은 ‘여기가 중동이 아니라는 믿음’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 지역이 여전히 불안정한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두바이는 여전히 여전히 낮은 세금과 금융 허브, 관광 산업 등 강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선진화된 비즈니스 환경은 지정학적 안정만 뒷받침된다면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한 경제 전문가는 “두바이는 초고액 자산가(HNW)를 중심으로 작동해 온 만큼, 이들의 이탈은 일정 부분 예정된 결과로 볼 수 있으나, 세금 면제와 투자 인프라 같은 핵심 유인 요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을 완전한 붕괴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며 “종전이 임박한 국면에서 향후 자본이 얼마나 빠르게 복귀하느냐가 두바이 회복 경로를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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