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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에서 안정으로, 中 방한 수요 구조적 회복 中 정부의 한국인 대상 무비자 조치도 한몫 3분기 유커대상 비자 완화되면 회복세 본격화 전망

한국의 정국 불안이 해소되면서 중국발 관광 수요가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위축됐던 방한 심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시행된 중국 정부의 무비자 입국 허용 조치가 맞물리며 이전까지 크게 위축됐던 양국 여행 수요를 크게 견인하는 모양새다.
4~6월 한국행 관광 예약 24% 증가
17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여행 마케팅 업체인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한국행 관광 예약이 전 분기 대비 약 2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는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발령 이후 탄핵 등으로 혼란이 극심했던 1, 2월에 중국발 한국 관광 수요가 한때 크게 꺾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초 해외여행 최성수기인 춘제(음력 설) 연휴가 1월 28일∼2월 4일이었는데도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주춤했던 것은 한국의 정치적 혼란 탓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4월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정국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며 관광 심리도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안착한 6월부터는 본격적인 휴가철과 맞물리며 한국 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한국이 다시 안전한 여행지로 인식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대학생 차이천춘은 "지난달 미국 록밴드 건스앤로지스 내한공연을 보러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정치적 불안보다는) 혼자 여행할 때의 일반적인 위험을 더 걱정했다"며 "작년 말 탄핵 사건은 이제 모두 끝난 일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넓어진 하늘길에 중국 관광객 다시 한국행
정치적 혼란 해소와 함께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최대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도 중국 관광객 증가를 이끌었다. 두 나라를 오가는 항공편이 늘면서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도 자연스레 늘었다.
한·중 양국을 잇는 항공편은 대형 항공사(FSC)와 저비용 항공사(LCC)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 하계 기간(3~10월) 중국 운항편이 주당 195회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90% 수준을 회복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부터 중국 주요 도시인 청두, 충칭 노선을 각각 주 7회로 확대했고, 옌지 노선도 주 8회까지 늘렸다. 제주항공도 한동안 중단했던 제주에서 시안과 홍콩을 오가는 주 2회 노선을 부활시켰고, 티웨이항공도 중국 옌지로 향하는 청주발, 대구발 노선을 주 3회 취항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의 움직임에 인천공항도 분주해졌다. 올 1분기 이용객 수가 약 1,740만 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것이다. 중국 노선을 이용한 사람만 26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난 여파다.
코로나 사태 직전만 해도 월평균 50만 명 안팎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회복세는 뚜렷하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이르면 오는 3분기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걸 검토하고 있는 만큼,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이 확정되면 내수 경기 회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韓 주요 상권 활기
실제 소비 위축에 시름하는 국내 유통업계는 이미 중국 관광객 증가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노동절이자 골든위크 연휴 기간인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국내 유통채널에서의 관광소비액이 크게 증가했다. 서울 명동 일대에서는 알리페이를 통한 외국인 결제금액이 195% 급증하며 주요 결제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이 다시 부상했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 위챗페이·유니온페이와 함께 이른바 '중국 3대 간편결제'로 분류된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이번 연휴 기간 내 중국인 고객의 주요 소비처로 떠올랐다. GS25의 경우 중국 간편결제 3사(알리페이·위챗페이·유니온페이)를 통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8% 증가했다. GS25는 외국인 결제 수단 외에도 외화 환전 키오스크, 부가세 즉시 환급 서비스, 실물 없이 모바일 여권으로도 환급 가능한 시스템 등을 도입하며 외국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 기반을 넓혔다. 이에 지난해 GS25의 부가세 환급 이용률은 전년 대비 935% 증가한 바 있다. CU도 수혜를 봤다. 중국 간편결제 3사 이용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3% 증가했다. 백화점 중에서는 현대백화점의 결제금액이 87.9% 급증했으며, 전체 매출도 20.5% 늘어났다.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 트렌드도 바뀌었다. 단체관광 중심의 대량 쇼핑에서 벗어나, 개별 관광객들이 '한국인처럼 소비'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GS25에 따르면 노동절 기간 외국인 매출 상위 품목에는 그릭요거트와 바나나우유, '아망추' 하이볼 등 국내 소셜미디어(SNS) 인기 상품이 다수 포함됐다.
패션업계에서도 중국인 소비 회복 조짐이 뚜렷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홍대에 위치한 '무신사 스토어'의 지난 1~5일 중국인 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으며,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도 같은 기간 2.1배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 무신사 측은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소비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는 최근 중국 내에서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자 올 하반기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외국인 수요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