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와는 비밀협상·사우디 지원은 거절” 이란 굴복 노린 트럼프 승부수, 이번 주 중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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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결정 모드", 대이란 군사·경제·합의 검토 후티와 별도 협상 추진, 사우디 군사 지원 요청 거부 단기 종전 시 외교 성과 확보, 장기전 땐 대미 신뢰 훼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대규모 공격 재개 가능성을 거론하며 군사·경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란은 종전과 해외 동결자금 해제, 해상봉쇄 종료를 조건으로 협상 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미국은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과 별도 접촉에 나선 한편, 후티의 공세에 직면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 지원 요청에는 선을 그었다. 미국의 지원 공백을 확인한 사우디가 중국과 역내 공동방위 체제에 기대기 시작하면서 미국이 수십 년간 다져 온 중동 동맹 질서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유엔총회와 미·중 정상회담에서 종전의 실마리가 마련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압박에 집중한 승부수를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명분을 얻는다. 반대로 협상이 무산되고 전쟁이 길어질 경우 사우디의 대미 불신과 대중 밀착이 가속하면서 미국 중심의 중동 동맹 질서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이란 전멸시킬 공격 재개 가능성”
20일(이하 현지시간) 트레이 잉스트(Trey Yingst) 폭스뉴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 모드(deciding mode)'라면서 아주 큰 일이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 문제를 둘러싼 여러 선택지를 놓고 막판 판단에 들어갔다는 취지다. 잉스트 기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한 선택지로 이란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군사공격과 경제적 압박, 합의 체결 등을 제시했다. 그는 "언제 그 나라 전체를 날려버릴지가 문제"라며 이란이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군사 옵션과 별도로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왈츠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을 언제 끝낼지에 대해 “반드시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해상 봉쇄와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을 거론하며 “시간은 대통령과 미국 편”이라고 주장했다. 왈츠 대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동맹·우방국에도 대이란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끝내자” 이란, 미국에 조건 전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이란전과 관련해 대규모 공격을 재개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과 직접 접촉하고 있으며, 여전히 미국과 합의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18일 인터뷰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이란 측 조건을 중재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이란이 요구한 조건으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과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해제, 해상 봉쇄 종료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타르가 이란의 요구 사항을 백악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우리는 전쟁 종식을 위한 우리의 조건을 워싱턴에 전달한 카타르 중재자와 연락을 이어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조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며 우리는 결정적인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앞서서도 전쟁 중단과 동결 자산 해제 등을 미국에 요구해 왔다. 지난달 레자이 사무총장은 미국이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해외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우디 지원 거절한 美, 후티와 비공개 회동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 재개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은 대이란 협상과 별도로 후티 반군과 직접 접촉해 예멘 전선의 확산을 차단하는 방안을 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오만 정부의 주선으로 무스카트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후티 대표단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후티 측은 미 당국자들에게 "미국 선박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지난해 미국과 맺은 휴전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사우디 소속 선박을 제외하면 이스라엘 선박이나 기타 상선도 타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밀 회동은 후티 반군이 최근 사우디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을 몰아내고 전략적 요충지인 항구도시 모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페림섬 등 홍해 해안선 전체를 장악하며 기세를 올린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이에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군사적 지원을 긴급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측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사우디의 개입 요청 여부에 관한 AP통신의 질의에 “미 중부사령부가 사우디군과의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사우디군의 작전 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라고만 밝혔다.
사우디는 프랑스·영국·파키스탄·이집트에도 방공 지원을 타진했으나 이들 국가 반응도 미지근한 상황이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 역시 “영국은 사우디와 긴밀한 국방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면서도, 사우디의 군사 지원 요청 여부나 자국군의 현지 체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안전한 원유 수송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느 쪽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방 지원 막힌 사우디, 중국·역내 동맹에 지원 요청
서방 주요국의 직접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사우디는 이번에는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로이터는 사우디의 요청을 받은 중국이 이란에 후티의 공세를 자제시키라고 비공개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자제·대화 촉구보다 한층 직접적인 메시지였다.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양국의 밀접한 경제 관계가 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이며,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과도 대규모 교역 관계를 유지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에너지와 물류 흐름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중국 경제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후티 반군의 이번 공격은 사우디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체결한 ‘메카공동방위(Mecca Joint Defense)’ 조약의 효력을 시험하는 최초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메카공동방위 협정은 사우디, 튀르키예, 파키스탄 3국이 지난 8월 7일 체결한 협정으로, 3국 중 한 곳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적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함께 이란과의 국경 마찰 우려로 중동 분쟁 개입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튀르키예 역시 이란과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고려해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19일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협정 서명국들이 사우디에 대한 후티군의 최근 공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하며 군사 지원을 예고했다.
표1. 미·GCC 및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 결과별 파장
| 구분 | 핵심 내용 | 의미·전망 |
|---|---|---|
| 미·GCC 회담 9월 22일 |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대표가 이란전 종식과 전후 구상 논의 | 미국과 걸프 국가 간 역내 공조 복원 여부 판단 |
| 미·중 정상회담 9월 24일 | 관세 휴전과 인공지능(AI)·희토류·이란 문제 협상 |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을 후티 억제와 해상 수송 정상화에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 |
| 성과 도출 | 이란의 협상 복귀와 중국의 후티 억제·해상 수송 정상화 협조, 미·중 관세 휴전 연장 | 이란전 종식과 국제유가·물가 안정, 금융시장·첨단기술 공급망 불확실성 완화,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반전 기반 확보 |
| 성과 부재 | 이란전 장기화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중국 안보·경제 협력 및 역내 방위협정 확대 | 미국의 중동 동맹 체계 약화와 걸프 국가의 대미 신뢰 저하, 향후 미국의 파병·함정 지원 요청에 대한 호응 약화 |
운명의 슈퍼위크, 트럼프 중동 승부수 시험대
사우디가 미국의 지원 공백을 중국과 역내 방위협정으로 메우는 흐름은 이번 주 잇따르는 정상외교의 성과와 직결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대표들과 만나 이란전 종식과 전후 구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틀 뒤인 24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백악관에서 관세 휴전과 인공지능(AI), 희토류, 이란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인다. 걸프 국가들과의 회동이 역내 공조를 복원하는 자리라면,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까지 협상에 활용해야 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두 회담에서 종전의 실마리가 마련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택한 승부수도 성공으로 평가될 공산이 크다. 이란이 협상에 복귀하고 중국이 후티 억제와 해상 수송 정상화에 협조할 경우 미국은 예멘 전선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도 중동 전쟁을 정리할 명분을 얻게 된다. 국제유가와 물가 부담이 완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 11월 중간선거의 불리한 흐름을 반전시킬 여지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미·중 관세 휴전 연장까지 합의될 경우 에너지와 금융시장, 첨단기술 공급망을 짓누르던 불확실성도 함께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두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이란전이 장기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는 미국의 중동 동맹 체계를 흔든 악수로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후티와 별도 협상을 벌여 자국 선박의 안전을 도모하면서도 사우디의 군사 지원 요청에는 응하지 않은 만큼, 사우디가 중국과의 안보·경제 협력을 확대할 명분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걸프 국가들 사이에 확산되면 향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방어를 위한 파병과 함정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호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