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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까지 번진 이란 전쟁” 종전도 확전도 난제, 미국 고심 속 주변국 부담만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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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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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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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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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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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에 홍해 피격까지, 원유 우회 수송로 위협
사우디 지원 요청에 영국·프랑스 대응, 급유·방어 전력 투입 결정
미국의 전쟁 수습 지연 속 위협 지속, 주변국 군사·경제적 부담 확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막힌 데 이어 대체 수송로인 홍해마저 후티 반군의 공격에 위협받으면서, 전쟁의 부담이 주변국으로 번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시설 방어에 더해 이란의 대리 세력 후티 반군 공세에도 대응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고, 이집트는 홍해 수송 차질로 주요 외화 수입원인 수에즈운하와 송유관의 운송 수입이 줄어들 위험에 직면했다. 사우디의 지원 요청에 프랑스는 얀부항 방어를 위한 군사 자산 파견을, 영국은 사우디 항공기에 대한 공중급유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 전쟁에서 누적된 전력 소모와 확전 부담에 후티 공습을 준비하고도 보류했다. 이란 전쟁을 끝낼 해법도, 후티의 공격을 억제할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사이 원유 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각국의 군사적·경제적 부담만 커지는 양상이다.

사우디 얀부항 방어 위해 프랑스군 파견 결정

2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 프랑스 TF1 및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홍해 연안의 사우디 얀부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병력과 레이더 시스템, 방어 시스템 등 군사 자산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랑스군이 직접적인 교전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어떠한 분쟁에도 개입하지 않으며, 군사 자산 파견은 오직 이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지에 라팔 전투기를 추가 배치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미 일부 항공기가 배치돼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상황 전개에 따른 유연한 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프랑스가 정밀 방어망 투입을 결단한 배경에는 급격히 악화하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얀부항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움직임을 우회해 유럽으로 향하는 사우디 원유 수송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후티 반군이 얀부항의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시설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붓는 등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습으로 우회 송유관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등 유럽으로 가는 원유·경유 공급망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자 프랑스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도 홍해 방어 부담, 파병 땐 보복 위험

홍해 수송로의 안전 확보는 한국에도 시급한 과제다. 이란 전쟁 이후 사우디 얀부항에서 원유를 실어 울산항으로 들여오는 물량이 늘면서 국내 공급망의 홍해 의존도도 높아졌다. 여기에 미국의 군사 지원마저 불확실해 원유 수입국들이 직접 수송로 보호에 나서야 할 부담도 커졌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후티의 공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안전한 원유 수송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장 최대 동맹인 미국부터 사우디의 군사 지원 요청에 선을 그었다. 대신 미국은 사우디가 자국 방어에 쓸 정보를 공유하고, 어디가 표적인지 알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후티 타격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사우디는 후티 세력을 지원하는 이란을 설득하는 일을 중국에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맹국인 미국에는 군사 정보를 요구하고, 중국에는 적국 압박을 맡기는 외교 분업 형태다. 사우디의 지원 요청은 프랑스·영국·파키스탄·이집트에도 이어졌으며, 후티의 공격에 대응할 요격미사일 재고가 줄자 이들 국가에 방공 전력 지원까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여러 나라에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한국에도 선박 호위나 방어 전력 파견 등 군사적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군사 자산 파견에는 이란·후티와의 무력 충돌 위험이 뒤따른다. 수송로 보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할 경우, 한국군도 교전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이미 이란 측에서는 한국의 파병을 겨냥해 중동 내 한국 자산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에 따르면 이란 핵 협상팀 고문을 지낸 모하마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는 지난 4일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이 파병하면 이란이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역내 경제·군사 자산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에 있는 한국 자산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군사시설 외에 현지 기업 사업장 등 민간 자산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취지의 위협이다.

사우디 방어 돕는 영국, 확전 부담에 제한적 지원

영국이 공중급유 등 제한적인 방식으로 사우디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지난 21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사우디 항공기에 방어 목적의 공중급유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보이저 공중급유기 1대를 투입해 사우디 전투기에 연료를 공급하고, 지원은 우선 수주간 진행한 뒤 상황에 따라 지속 여부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사우디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임무 범위와 기간을 제한한 조치로, 버넘 총리는 사우디가 공격받는 상황에서 원유 수송 통로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이번 결정이 영국과 역내 국가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지원 결정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커진 국내 경제 부담이 작용했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값이 오르면서 물가 압력이 높아졌고, 정부 차입 비용도 수년 만의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 상태다. 새 정부의 첫 예산안 발표를 앞둔 버넘 총리로서는 원유 공급 차질이 가계와 재정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그는 사우디 지원을 설명하면서 영국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직접 언급했으며, 원유 수송로 확보를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연결했다. 버넘 총리는 원유 수송로 보호와 함께 전쟁 종식을 통한 에너지 공급 안정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1일 기내 간담회에서는 이튿날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란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촉구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표1. 트럼프 행정부의 후티 공습 검토 및 보류 과정

시점미국의 대응주요 배경
10일트럼프 대통령, 사우디의 후티 공격 요청 거절이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예멘으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 우려
17~19일사우디의 재요청 이후 공습 검토 및 준비 지시후티의 사우디 공격 강화, 미 중부사령부의 예멘 공습 시나리오 보고
20일공격 목표 승인과 전투기 폭탄 적재 이후 공습 보류이란 전쟁으로 누적된 미군의 전력·탄약 부담과 참모들의 개입 반대
자료: 뉴욕타임스(NYT)

후티 공습 놓고 거듭 번복, 트럼프의 군사적 딜레마

종전 압박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예멘으로의 전선 확대를 함께 계산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공세를 강화할수록 후티 대응에 투입할 전력과 탄약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후티 공습을 준비했다가 실행 직전 보류한 과정에서도 이런 고민이 엿보인다. 지난 10일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후티 공격을 요청했을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군사력을 배치해 놓은 상황에서 새로운 전선에 얽히기를 꺼린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바뀐 건 지난 17일 빈 살만 왕세자와의 두 번째 통화 이후다.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후티를 저지하기 위해 재차 개입을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후티 공습 가능성을 두고 그의 고위 보좌관들과 협의를 이어왔다. 특히 중동 지역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브래드 쿠퍼 사령관은 예멘 공습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19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바꿔 후티에 대한 공습 준비를 지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낮 공습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다시 결정을 뒤집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시 군 지휘부는 공격 목표를 승인했고, 작전에 투입될 전투기에는 폭탄이 적재돼 공습을 앞둔 상태였다. 막판 결정에는 이란 전쟁으로 누적된 미군의 부담을 우려하는 참모들의 반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NYT에 대통령 측근 대다수가 이러한 부담을 고려해 사우디와 후티 간 전쟁에 개입하는 데 강한 회의감을 드러내거나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전했다.

주변국 군사·경제 부담 누적

미국이 추가 개입을 주저하는 사이 주변국들이 감당해야 할 전쟁 부담은 갈수록 커졌다. 사우디는 2022년 휴전 이후 진정됐던 예멘 전선에서 다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이는 상황에 놓였다. 후티가 홍해 연안의 모카항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섬들을 장악한 데 이어 내륙 고지대로 진격하면서,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의 통제 지역도 위협받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후티는 홍해 연안과 정부군이 장악한 남부 지역을 잇는 요충지 확보에 나섰고, 사우디는 공습으로 대응했다. 사우디가 방어해야 할 대상에 자국 영토와 석유시설, 예멘 내 우호 세력의 거점까지 포함된 것이다. 지난 26일에도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리야드와 남서부 도시 하미스무샤이트를 향한 후티의 드론·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으며, 후티는 사우디군이 예멘 여러 지역에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홍해 건너편 이집트도 수에즈운하 수입과 역내 안보를 함께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후티의 선박 공격으로 운하 통항이 줄어든 데다, 사우디 원유 수송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주요 외화 수입원에 대한 압박이 한층 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후 사우디가 홍해로 돌린 원유 가운데 상당량은 수에즈운하나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이집트 송유관을 거쳐 운송됐다. 사우디의 수출 차질이 이집트의 운하·송유관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는 관계다. 여기에 사우디 원유의 우회 수출을 지원하려던 구상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이집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얀부항에서 원유를 넘겨받아 자국 수메드(SUMED) 송유관으로 지중해 연안 시디케리르항까지 운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을 돕고 자국의 에너지 운송 거점 역할을 키우려는 구상이었으나, 후티의 공격으로 얀부항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해상 운송마저 위협받으면서 홍해 수송로 보호 부담도 함께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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