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출 막히고 경제도 한계" 對이란 경제 압박 효과 자신하는 美, 종전 후 금융시장 안정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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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출 곧 끊겨" 美, 對이란 경제 압박 실효성 강조 이란 경제적 고립 심화, 중국·러시아 지원 통로 제한적 낙관론 펼치는 트럼프 행정부, 연준에 금리 인상 자제 주문

미국이 대(對)이란 경제 압박 조치의 효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상 봉쇄와 금융·원유 제재로 이란의 핵심 외화 조달망이 차단되면서, 이란 경제가 추가적인 압력을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전쟁이 마무리될 경우 중동발 공급 불안이 완화되고, 국제유가와 장기 국채금리도 함께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추가 긴축 필요성에도 선을 긋고 있다.
美 경제적 고립 작전 성과는
27일(이하 현지시각)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산 원유의 마지막 물량이 약 1,500만 배럴 남아 있다"며 “아마 2주 안에 이란은 무언가와 교환할 것이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 작전인 ‘경제적 고립 작전’의 효과를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이란의 원유·금융·항공·가상자산 등 외화 조달망 차단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달에도 이란의 항공 네트워크, 디지털 자산 기반 제재 회피망, 친이란 무장 세력 지원 조직 등을 잇달아 제재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러한 압박 아래 이란이 다시 협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지난 24일 유엔(UN)총회에 참석해 중재국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전달한 소위 '7일 계획'을 지칭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제시한 7일 계획은 미국 측이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 △동결 자금 해제 △이란산 원유 판매 제재 완화 등 조건을 충족할 시, 7일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열고 종전 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내가 이란의 (7일 계획)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으며, 이튿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이란이 협상에서 자신들의 패를 과대평가했다”고 일갈했다. 미국이 협상력 방면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이란의 제안을 굳이 수용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中·러 추가 도움 기대 어려워
미국 정부의 주장대로, 이란의 경제적 고립은 나날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란은 미국의 금융 제재를 뚫고 ‘그림자 선단’ 등을 활용해 중국에 원유를 수출해 왔다. 원유 판매 대금을 중국 내 신용 형태로 축적해 의약품·자동차·통신장비 등 각종 상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국이 해상 봉쇄를 강화하면서 이란산 신규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 중국까지 도달하기 어려워졌고, 현재 중국이 인수할 수 있는 물량도 봉쇄 이전 이미 해상으로 반출된 재고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실제 원자재 분석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선적량은 이달 초 기준 하루 약 26만 배럴로, 1년 전(하루 170만 배럴) 대비 85%가량 급감했다.
러시아의 경우 이란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바탕으로 자국 통화 결제 및 은행 간 직접 거래를 확대해 왔으며, 러시아 VTB은행도 제재 대상 이란 금융기관들과 환거래 관계를 구축하고 동결 자산 이전 및 루블·리알 기반 결제망 마련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러시아는 중국처럼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흡수하는 최종 수요처는 아닌 만큼 대중국 원유 수출 감소분을 대신 떠받치기는 어려우며, 최근에는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금융 지원 통로도 한층 좁아진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이란의 제재 회피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VTB에 추가 제재를 부과하고, 러시아 은행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도 2차 제재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이란 경제 '벼랑 끝'
이 같은 우방국들의 지원 축소 흐름은 이란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란은 전쟁 발발 이전부터 이미 심각한 경기 침체 국면에 놓여 있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2%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장기 제재와 만성적인 재정·통화 불안, 에너지 부족 등 악재가 누적된 결과다. 지난 2월 말 발발한 전쟁은 이러한 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전쟁 초기 이란 정부는 은행 인출 한도를 높이고 소액 대출 연체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는 등 금융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내놨지만, 공습, 공급망 차질, 인터넷 차단 등이 겹치면서 경제 타격은 급속도로 확산했다.
물가와 통화가치 불안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리알화 가치는 1년 전 달러당 100만 리알(약 980원) 선에서 최근 220만 리알(약 2,150원) 이상으로 폭락했고, 공식 통계 기준 최근 12개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69.9%까지 치솟았다. 특히 식품·음료·담배 가격 상승률은 전체 평균의 두 배에 육박했다. 가계의 고충 역시 극에 달했다. 이란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125달러(약 16만8,000원)에 그치지만, 기본적인 가계 생활에 필요한 지출은 월 450달러(약 60만6,000원) 수준까지 뛰었다. 봄철 실업률은 9.1%로 올랐고, 취업자는 전년보다 약 45만 명 감소했다. 경제 성장 전망 역시 비관적이다. WB는 지난 6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이란의 2025/26 회계연도 실질 GDP 성장률을 -2.8%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1월 전망 당시(-1.1%) 대비 대폭 하향 조정된 수치다.
표1.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이란의 경제 충격
| 부문 | 주요 현황 |
|---|---|
| 우방국 지원 축소 | 해상 봉쇄로 대중국 원유 수출이 급감, 미국의 추가 제재로 러시아를 통한 금융·경제 지원 통로 위축 |
| 경제 위기 | 경기 침체 속 리얄화 가치 폭락과 고물가·실업 악화가 겹치며 경제 활동 전반 약화 |
| 민생·인도적 위기 | 의약품 부족·가격 급등 문제로 만성·중증 질환자의 치료 접근성 악화 |
의약품 구하기도 어려워
인도적 위기도 두드러지고 있다. CNN은 최근 이란의 만성·중증 질환 환자들이 생존에 필수적인 약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35세 이란 여성 시마는 신부전으로 약을 계속 복용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약국 7곳을 돌고 나서야 테헤란의 부유층 동네에서 겨우 자신이 처방받은 약을 구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크게 올라버린 약값으로 인해 복용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의약품 부족 현상은 항우울제, 임신 관련 약품, 편두통 치료제까지 대다수 품목에서 나타나고 있다. 샤흐람 칼란타리 이란 약사협회장은 거의 800여 종의 의약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암처럼 큰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걱정이 더 크다. 한 환자는 CNN 인터뷰에서 “암 환자의 경우 의사들이 아주 초기 단계 환자들에게만 암 치료제를 사용하고, 말기 환자나 암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들에게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55세의 또 다른 한 암 환자는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여기서는 구할 수 없는 약들을 구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며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일부 암 환자들은 비싼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팔아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美 금융시장 향방은
이란 경제의 한계가 점차 가시화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이 추가적인 양보에 나서며 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란이 백기를 들며 군사 충돌이 종료되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혼란도 사그라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21일 CNBC ‘스쿼크박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10년·30년물 미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간 상관관계가 이례적으로 높아졌다며 “이번 충돌이 지나가면 원유시장의 공급 여건이 이전보다 개선되고 금리도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종전으로 중동발 공급 불안이 완화될 경우 유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인플레이션 및 장기 국채금리 부담도 줄어들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다.
베선트 장관은 종전 이후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 중이다. 그는 27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바이든 임기 동안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이유는 갖가지 규제의 확장으로 공급이 위축된 상태에서 수요 충격을 맞이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지금 우리는 민간 부문의 수요 충격을 겪고 있으나,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늘어난 공급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 역사상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2008년 여름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상한 일"이라며 "당시 유가가 140달러(약 19만300원)를 넘어섰는데 공급 충격이 발생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렸고, 금융위기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똑똑히 봤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준에 추가 금리 인상 자제를 우회적으로 주문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