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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군사 밀착에 한국도 전쟁 딜레마, 우크라는 무기 요구·러시아는 공급 견제 이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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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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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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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파병·러시아 기술 지원, 상호 실익 바탕 군사 밀착
우크라, 한국에 방공무기 요구, 러시아 견제까지 더해져 압박 가중
포로 이송 공개로 외교 갈등까지, 외교·안보 부담 확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확대에 한국의 외교·안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파병 대가로 경제 지원과 군사기술을 확보하고, 러시아는 병력과 탄약을 보충하며 전쟁을 이어갈 여력을 키웠다. 양국의 밀착 속에 우크라이나는 한반도 안보 위협을 내세워 한국에 방공무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한국의 지원을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막기 위해 양국 관계 악화를 경고한 상태다. 여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이송 사실을 공개하면서 비공개 합의 여부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까지 불거졌다.

젤렌스키, 북한군 러시아 파병 규모 확대 주장

28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연설에서 북한군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라며 "러시아 영토에 북한군이 8,000명 이상이 있고 여기에 추가로 1만 명 규모의 병력을 더 배치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북한군 파견 대가로 기술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 아래 북한 영토에서 샤헤드(Shahed)형 공격 드론이 생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샤헤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활용해온 이란계 자폭 드론 계열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것이 악이 확산하는 방식이며, 생명에 대한 위협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방식"이라며 "오직 함께 대응해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단순한 병력 지원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군사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경험을 거론하며 “북한은 우리의 전쟁에서 배우며 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반도 상황을 강조했다. 부다노우 실장은 최근 한국과 북한 사이 군사분계선에서 발생한 사건을 거론하며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제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파병 대가로 경제·군사·외교 실익 챙긴 북한

현재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경제적 지원과 군사 장비를 확보하며 장기 제재에 따른 부담을 덜고 있다.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5% 증가해 3년 연속 3%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를 중국과의 교역 증가, 국가 주도 개발사업과 함께 주요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해외 파견 노동자와 러시아에 보낸 병력에서 발생한 수입이 외화 확보에 상당한 보탬이 됐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무기 수요는 북한 군수공장과 관련 제조업의 생산 증가로 이어졌으며, 지난해 제조업 성장률은 6.6%에 달했다. 러시아 관광객 유입과 교통 연결 확대에 힘입어 숙박·음식·여행업도 활기를 띠었다. 파병과 무기 공급으로 시작된 거래에 인적 교류까지 늘면서 북한이 러시아에서 수입을 얻는 경로도 다양해진 것이다.

군사 분야에서는 러시아에 공급한 무기의 실전 운용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성능 개선에 활용할 기회가 생겼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4일 한국 국방정보본부 평가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된 북한 미사일의 정확도가 전장 자료와 러시아의 기술 자문·부품 지원을 통해 향상됐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자국 시험발사에서 얻기 어려운 실제 교전 환경의 정보를 무기 개량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군 당국은 한국과의 충돌에 사용할 목적으로 평가되는 북한의 일부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 지도부 역시 최근 군수 생산시설을 잇달아 점검하며 화력 증강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주 사흘간 주요 군수공장을 시찰하며 포병의 집중적이고 파괴적인 공격 능력을 강조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국방력 전반의 현대화가 군의 구성과 수단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지원은 북한의 대외적 입지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의 군비 증강과 핵 보유를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7월 북한의 국방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북한 비핵화 요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으로서는 핵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주요 강대국의 외교적 지원을 확보한 구도다. 이러한 지지 속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핵 포기 요구를 거부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북 결의를 배척하며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고 역설했다. 비핵화 요구를 거부하는 북한은 자국 입장을 지지해온 러시아와의 결속도 다지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달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답전에서 양국의 협력을 포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대한 지지도 거듭 약속했다.

표1. 북·러 군사협력에 따른 양국의 이익

수혜국분야핵심 내용
북한경제파병·무기 공급에 따른 수입과 러시아와의 교역·인적 교류 확대. 지난해 실질 GDP 3.5%, 제조업 6.6% 성장
군사실전 운용 자료와 러시아의 기술 자문·부품 지원을 무기 성능 개선에 활용할 가능성
외교군비 증강과 핵 보유에 대한 러시아의 공개적 지지 확보
러시아병력 운용북한군의 쿠르스크 방어·반격 작전 참여로 러시아군의 전력 분산 부담 완화
무기 보급152㎜ 포탄 환산 누적 1,500만 발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약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공급으로 장기전 보급 여력 확충
자료: 한국은행, 로이터통신, 르몽드, NK뉴스 등

러시아도 북한군 투입으로 전쟁 지속 여력 확충

지원을 제공한 러시아도 북한군 투입으로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운용 부담을 덜었다. 우크라이나가 2024년 8월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기습하면서 러시아군은 자국 영토 방어에도 상당한 병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목표 중 하나는 돈바스에 집중된 러시아군을 쿠르스크로 끌어내 동부 전선의 압박을 줄이는 데 있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러시아가 돈바스의 병력과 진지를 유지하면서 북한군을 쿠르스크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북한군이 본토 방어와 반격 작전의 일부를 맡으면서 러시아군의 전력 분산 부담을 줄여준 셈이다. 실제 북한군은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는 러시아의 반격 작전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해 4월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 인정했으며, 북한은 자국 병력이 쿠르스크 탈환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규모 탄약 공급도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지원으로 작용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포탄은 152㎜ 포탄으로 환산해 누적 1,500만 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뿐 아니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무기체계 공급도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량의 포탄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러시아로서는 북한산 탄약을 확보하면서 장기전에 필요한 보급 여력을 크게 확충했다. 최근에는 북한군의 기여를 부각하며 양국 협력 관계를 과시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NK뉴스는 지난 22일 러시아 쿠르스크 당국이 북한군과 러시아군의 전투 지역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힌시테인 쿠르스크 주지사는 북한군이 사용한 지휘소 등을 공개하는 구상을 제시했으며, 현지 당국은 군과 함께 지하시설과 방어진지의 관광코스 편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외교적 압박

북·러 협력이 긴밀해지는 가운데, 한국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군사 지원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참전이 한반도 안보에도 위협이라는 논리로 한국의 방공무기 지원을 요청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등을 요청했다. 이 같은 요청에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요격탄이 부족한 사정이 깔려 있다. FT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의 요격탄 확보난을 전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소 300발의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 대한 지원 요청 역시 당장 방공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잇따른 요청에도 분쟁국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이 이러한 방침을 바꾸지 못하도록 한·러 관계 악화 가능성을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25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양국 관계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외교 채널로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무기 요청을 거절했다는 보도에 답하면서 기존 입장을 계속 유지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무기 지원 여부를 양국 관계와 직접 연결해 한국 정부의 정책 전환에 부담을 주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루덴코 차관은 같은 인터뷰에서 정치 대화와 교역 회복을 원하는 한국 내 여론을 언급하며 경제협력 문제도 꺼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했다. 군사 지원 자제와 제재 정책 변경을 함께 요구하며 한국의 대러 정책 전반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북한군 포로 한국행 공개 파장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이송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부담은 한층 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밝힌 게 발단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두 포로는 우크라이나에 머물 당시 한국 정착을 희망했으며, 한국 정부도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에 포로들의 한국행은 성사됐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송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양국 간 갈등이 불거졌다. 외교부는 28일 안드리 베쉬킨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해 일방적 공개와 합의 부인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우크라이나 측 설명을 허위라고 지적하며 공식 해명과 사과,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로 이송을 공개한 경위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군사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압박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A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의 전쟁 개입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한국과 서방의 지원을 확대하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유엔 무대에서 밝힘으로써 한국 역시 이번 전쟁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방공무기 지원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러시아 칼럼니스트 드미트리 바비린은 28일 국영 리아노보스티 기고에서 한국으로부터 패트리엇 지원을 얻지 못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로 이송 사실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보복했다고 주장했다.

비공개 합의 이면의 정치적 부담

포로 이송 공개를 둘러싼 갈등에는 포로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양국이 각각 떠안은 정치적 부담이 얽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비공개 사유로 제시했으며, 북한의 반발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AFP 인터뷰에서 북한이 파병 군인을 체제 선전의 영웅으로 내세워온 만큼 포로들의 한국행을 공개하면 대남 적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사안을 조용히 처리하려 한 데에는 이러한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북한군 포로를 러시아에 억류된 자국군과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었다. 성기홍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국내 여론을 우려해 이송 사실을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이번 갈등이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확보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역시 북·러 군사협력에 대응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양국의 갈등이 길어지면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 협력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 도착한 북한군 포로 2명이 북한의 군사 정보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드문 정보원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억류돼 있을 때부터 현지 당국의 신문을 지원하며 협력해 왔다. 그러나 공개 여부를 둘러싼 불신이 후속 정보 공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한국도 북한의 파병 실태와 전술 변화를 확인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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