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장 막히자 아세안으로" 핑루 운하 개통한 中, 수출 구조·물류망 재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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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루 운하 정식 개통, 아세안 '양날의 검'에 긴장 美 무역 의존도 낮아진 中, 아세안에서 활로 찾을까 북극해·남중국해 등지서도 물류망 확충 속도 붙어

중국의 '핑루 운하'가 정식 개통된 가운데, 중국 서남부와 아세안 지역을 잇는 물류망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 광둥성 방향으로 우회해야 했던 내륙 화물이 베이부만으로 직접 빠져나갈 수 있게 되면서, 아세안으로 향하는 중국산 제품의 운송비·이동 시간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는 서방국의 대(對)중국 무역 장벽 강화 흐름과 맞물려 중국의 아세안 시장 공략 행보를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中 핑루 운하 본격 운영
28일(이하 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중국 정부가 1949년 신중국 건국 이래 최초로 건설한 대규모 인공 수로 핑루 운하가 정식 개통됐다. 핑루 운하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 헝저우의 시진저수지 핑탕강 하구에서 시작해 친저우시 링산현을 거쳐 베이부만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134.2km의 대형 내륙 운하다. 착공은 2022년 8월이었으며, 공사는 기존 하천과 저수지의 일부 구간을 준설·확폭하고 필요한 구간에 신규 수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사업비는 727억 위안(약 1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핑루 운하 건설이 추진된 배경에는 중국 서남부 지역의 지리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광시를 비롯한 중국 서남부 내륙에서 생산된 제품이 수운을 통해 해외로 나가려면 시장 수계를 따라 동쪽 광둥성 방향으로 이동한 뒤, 광저우 일대 항만을 거쳐 남중국해로 진입해야 했다. 강과 바다를 직접 연결하는 대형 수로가 없어 서남부와 맞닿은 베이부만을 두고도 상당한 거리를 우회해야 했던 셈이다. 핑루 운하는 시장 수계와 친장 수계를 이어 내륙 화물이 곧바로 친저우항과 베이부만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에 따라 중국 서남부에서 아세안으로 향하는 수운 거리는 기존보다 약 560km 단축됐다. 중국 광시 당국은 이러한 운송 거리 단축으로 약 18~30%의 물류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아세안 시장과 접점 커져
시장에서는 핑루 운하 개통을 계기로 중국과 아세안의 무역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중국과 아세안의 교역은 현재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17년 연속 아세안의 최대 교역국 지위를 유지 중이며, 아세안 역시 6년 연속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 자리를 지켰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양측 교역액은 5조9,500억 위안(약 1,20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교역액이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354조1,000억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핑루 운하를 중심으로 한 물류망 개선 흐름은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아세안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내 매장을 늘리고 있는 베트남 최대 커피 브랜드 쭝응우옌 레전드다. SCMP에 따르면 이 회사는 베트남 농장에서 수확한 원두를 중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육로와 해상 운송을 병행했지만, 우회 경로와 운송 지연이 사업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핑루 운하 개통과 동시에 난닝과 베트남 메콩델타의 중심 도시 칸토를 연결하는 국제 컨테이너 항로가 신설되면서 이 같은 물류 부담을 경감할 활로가 마련됐다. 난닝~칸토 노선은 지난 16일 핑루 운하 개통과 함께 운항을 시작했으며, 첫 컨테이너선은 24일 난닝항을 출발한 뒤 핑루 운하-베이부만-베트남 허우강을 거쳐 칸토항에 입항했다.
표1. 핑루 운하 개통이 중국·아세안 무역에 미치는 영향
| 구분 | 주요 영향 |
|---|---|
| 교역 확대 | 중국 서남부와 아세안 간 운송 시간·비용 감소로 양측 교역 활성화 |
| 아세안의 중국 진출 | 농산물·식품·전자부품 등 아세안산 제품의 중국 내륙 시장 접근성 개선 |
| 중국산 가격 경쟁력 | 기계·자동차 부품·화학제품 등 중국산 공산품의 대아세안 수출 비용 절감 |
| 무역 불균형 | 아세안의 대중국 무역적자 추가 확대 가능성 |
무역 불균형 심화 가능성 대두
다만 아세안 내부에서는 핑루 운하가 역내 무역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계 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액은 5,460억 달러(약 739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한 반면, 대아세안 수입액은 3,167억 달러(약 428조8,000억원)에 그쳤다. 해당 기간 아세안의 대중국 상품수지 적자가 2,293억 달러(약 310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는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으로 내수 회복에 제동이 걸린 중국이 과잉 생산된 저가 제품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아세안 시장에 쏟아낸 결과로 풀이된다.
핑루 운하는 충칭·쓰촨·윈난 등 서남부 제조업 기지에서 생산된 기계·자동차 부품·화학제품·소재 등이 아세안 시장으로 이동하는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조만간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아세안에서는 운하의 혜택이 중국산 제품의 수출 확대에 편중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태국 투자청(BOI) 광저우 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SCMP에 "핑루 운하는 중국과 아세안 간 '양방향 무역'을 촉진해야 한다"며 "태국산 두리안·쌀·전자부품 등이 중국 내륙 시장으로 진입하는 통로도 함께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태국에 진출한 중국계 제조 기업이 본토에서 기계와 부품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조달하는 데 운하를 활용할 경우, 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中 밀어내기' 지속하는 美
반면 중국 입장에서 아세안은 서방국의 무역 장벽으로 인해 발생한 수출 공백을 메울 주요 대체 시장이 될 수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의 대중국 상품수지 적자는 912억 달러(약 123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288억 달러(약 174조4,000억원)에서 29%가량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미국의 중국산 상품 수입액 역시 1,564억 달러(약 211조8,000억원)로 19%가량 감소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통상 장벽이 높아진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전기차·반도체·드론 등 전략 품목에 별도의 고율 관세 및 수출·투자 규제를 유지해 왔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각각 300억 달러(약 40조6,000억원)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하면서 긴장은 일부 완화됐지만, AP통신 등 외신은 이번 조치가 시행된 후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약 22%에서 20% 안팎으로 소폭 조정되는 데 그칠 것이라 본다.
이에 중국 수출의 무게중심도 미국에서 아시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경제·비즈니스 연구 기관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중국 해관총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중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8%P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아세안 비중은 0.8%P 커졌다. 이와 관련해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아세안을 대체 시장으로 적극 공략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며 "핑루 운하 개통으로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망이 재편될 경우, 이러한 시장 전환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中의 물류망 확충 움직임
중국의 대외 물류망 확충 움직임은 비단 핑루 운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선 북쪽에서는 북극해를 경유해 중국과 유럽을 잇는 정기 컨테이너 항로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중국 닝보저우산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이 러시아 북부 연안을 따라가는 북동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항까지 운항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중국 해운사 씨레전드가 같은 노선에 복수 선박을 투입해 하계 가항기 정기 운항에 들어갔다. 올해 노선은 닝보를 비롯한 중국 연안 항만에서 화물을 싣고 북극해를 통과한 뒤 영국 펠릭스토,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폴란드 그디니아 등 북유럽 주요 항만을 순차적으로 연결한다. 닝보~펠릭스토 구간 운항 시간은 약 18~20일로,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기존 항로(40일 안팎)보다 짧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중국이 개설한 최초의 정기 북극 컨테이너 서비스로 소개했다.
남쪽에서는 남중국해 중심부에 위치한 하이난성 양푸항이 별도의 국제 환적 거점으로 확장되고 있다. 양푸항은 현재 약 68개의 컨테이너 정기 항로를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38개가 국제노선으로 아세안 주요 항만, 중동, 미국 동·서부 등에 연결된다. 중국 당국은 양푸항에 20만 톤(t)급 컨테이너선이 접안 가능한 심수 부두와 항로를 확충하고 있으며, 2035년에는 연간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1,200만TEU(길이 20피트, 높이 8피트, 폭 8피트 컨테이너 1개를 나타내는 단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말레이반도에서도 중국 기업이 참여한 대형 물류 인프라가 건설되고 있다. 중국교통건설(CCCC)이 시공하는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는 총연장 665km로, 남중국해에 접한 동부의 쿠안탄항과 말라카해협에 면한 서부의 포트클랑을 철도로 연결하도록 설계됐다. 코타바루~곰박 구간은 올해 말 완공을 거쳐 이르면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며, 포트클랑까지 이어지는 서부 구간은 2027년 말 완공·2028년 초 전면 개통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