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메리트 축소·제조 생태계 한계" 흔들리는 동남아向 탈중국 전략, 주요 제조 거점국 역량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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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 수출 효과 퇴색" 동남아-中, 미국發 관세율 격차 역전 공급망·인프라·인력 한계에 생산 기지 中 회귀 사례 속출 탈중국 전략 성패, 동남아 제조 생태계 발전에 달렸다

동남아시아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던 중국 제조업계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이 중국산 저가 소비재에 대한 추가 관세를 일부 철회하면서 우회 수출의 실익이 줄어든 데다 △숙련 인력 부족 △부품·소재 공급망 부실 △미흡한 전력 인프라 등 현지 제조 여건의 한계가 잇따라 드러나면서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다시 본토로 돌리기 시작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글로벌 탈중국 흐름이 동남아 주요 제조 거점국들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美, 對중국 관세 장벽 낮춰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중국 상무부와 미국 백악관은 300억 달러(약 40조8,070억원)에 달하는 상호 수입 품목에 대해 추가 관세를 철회하는 무역 협정을 공식 타결했다. 중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추가 관세 감면 리스트에 포함된 중국산 제품의 90% 이상은 완구, 소형 가전, 생활 잡화 등 일상적인 저가 소비재였다. 이들 품목이 최혜국대우 세율을 적용받게 될 경우, 미국 관세청 공식 기준에 따라 대다수 제품의 실효 관세율은 10% 이하로 급락하며 일부 품목은 완전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의 동남아를 통한 우회 수출 필요성을 대폭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핵심 우회 수출 기지 역할을 수행해 왔던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주요 생산 거점들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 공급망 강제노동 조사 여파로 지난 7월부터 10~12.5%에 달하는 추가 관세를 일괄 적용받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직접 미국으로 수출할 때 부담하는 관세가 오히려 동남아를 거쳐 선적할 때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본격화한 것이다.
中 제조업 생태계 경쟁력
이에 더해 중국 특유의 제조업 생태계 역시 탈중국 전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중국 밖으로 생산 거점을 옮긴 기업들이 해외 공장에서 숙련 노동력 부족, 협력 업체 네트워크 미비, 전력 공급 불안 등을 경험하면서 일부 중국 공급망을 유지하거나 되돌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중국 본토의 주요 제조 거점에는 완제품 조립 업체뿐 아니라 금형·주조·사출·전자부품·포장재 등 각 공정에 필요한 공급 업체, 생산 설비 업체 등이 밀집해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제든 대체 부품을 조달하거나, 금형·제품 사양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대량 생산 경험을 갖춘 숙련 노동력도 상대적으로 풍부하며, 전력 공급망 및 항만·도로 등 물류 인프라도 탄탄하다.
일부 기업은 이러한 이점을 고려해 생산 기지를 다시 중국으로 되돌리기도 했다. 일례로 중국 항저우의 야외 가구 수출업체 진차오펑은 미국의 대중 관세를 피하기 위해 2024년 베트남 호찌민에 작업장을 열었지만, 올해 해당 시설을 폐쇄하고 중국으로 복귀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필요한 생산 설비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데다, 나사·컵홀더용 금형 같은 기초 부품조차 제대로 조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차오펑은 중국산 부품을 베트남으로 운송한 뒤 완제품을 다시 수출하는 비용까지 합산하자 전체 생산비가 중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표1. 중국의 동남아 우회 생산 필요성 축소 배경
| 구분 | 주요 내용 |
|---|---|
| 대미 관세 부담 완화 | 미국이 중국산 저가 소비재의 추가 관세를 철회하면서 중국 본토 직접 수출 비용 감소 |
| 동남아 관세 혜택 축소 |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가 적용되면서 우회 수출의 비용 이점 약화 |
| 중국 공급망 경쟁력 | 부품·소재·설비 업체가 밀집해 있어 신속한 조달과 제품 사양 변경에 유리 |
| 동남아 생산 여건 | 숙련 인력 및 협력 업체 부족, 전력·물류 인프라 미흡 |
'중국색 지우기' 전략의 명암
탈중국 전략 자체의 효과에 대한 의문 역시 커져 가는 추세다. 최근 일부 중국 기업들은 단순히 중국 밖에 생산 거점을 두는 것을 넘어, 현지화 마케팅을 통해 중국 기업의 '색깔'을 지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대형 아트토이 기업 팝마트다. 2023년 미국에 첫 상설 매장을 연 팝마트는 자사를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및 아트 IP 기업'으로 포지셔닝해 미 정치권과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 판매 방식과 자체 캐릭터 디자인을 바탕으로 미국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하고, 디즈니, 해리포터 등 대형 서구 IP 보유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도 지속했다. 그 결과 팝마트의 미주 지역 오프라인 매장은 지난해 64개로 늘었으며, 지난 1분기 실적 공시 기준 미국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60%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례로 중국 생활용품 업체 미니소는 설립 초기 일본인 디자이너를 최고디자이너로 내세우고, '일본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시장에서 무지·유니클로 등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는 평가가 잇따를 정도였다. 하지만 2022년 스페인 법인 소셜미디어(SNS) 계정이 중국 전통 의상 치파오를 입은 인형을 '일본 게이샤 인형'이라고 소개하며 중국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고, 주가도 논란 과정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결국 미니소는 초기 브랜드 포지셔닝과 마케팅 방향이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중국 내 3,100여 개 매장에서 일본어 요소를 제거했으며, 해외 1,900여 개 매장의 간판과 인테리어도 수정하기로 했다.
쉬인, 자본시장 진출까지 난항
중국에서 출발한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 역시 유사한 문제를 겪었다. 쉬인은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자사를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내세우는 한편,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현지 브랜드 포에버21과 협업하는 등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공을 들여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현지화 노력은 미국 정치권의 경계심을 해소하지 못했다. 미 의회에서는 쉬인의 중국 공급망 및 신장산 면화 사용 가능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으며, 2023년에는 16개 주 공화당 법무장관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쉬인의 공급망 내 강제노동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은 쉬인의 자본 시장 진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쉬인은 2023년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미 정치권의 반발에 직면하며 상장지를 런던으로 돌렸다. 하지만 영국 의회 역시 쉬인의 해외 공급망 노동 환경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고, 상장 심사 도중에도 중국 연계성과 공급망 문제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방국 시장에서 수차례 밀려난 쉬인은 결국 지난달 홍콩 증시에서 상장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도 크게 낮아졌다. 쉬인은 2022년 비공개 투자유치 당시 1,000억 달러(약 135조9,1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023~2024년에는 640억~660억 달러(약 87조550억~89조7,750억원) 수준으로 평가액이 하락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할 당시 기업가치는 265억 달러(약 35조7,740억원)로 정점 대비 70% 이상 줄었다.
동남아 산업 역량 시험대
기업들의 탈중국 전략에서 점차 힘이 빠져 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동남아 주요 제조 거점국들의 행보가 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 본다. 값싼 노동력과 관세 우회 효과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장기간 붙잡아 두기 어려운 만큼, 추가적인 생태계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미국의 대중 무역 장벽이 높아진 이후 삼성전자, 애플 협력 업체 폭스콘·럭스셰어 등의 생산 시설 확충 수요를 흡수하며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 실제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2024년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등록액은 382억3,000만 달러(약 52조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제조·가공업 투자만 255억8,000만 달러(약 34조7,950억원)로 전체의 66.9%를 차지했다. 같은 해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 역시 1,230억 달러(약 167조3,080억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투자 확대를 실질적인 탈중국 흐름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이 단순 조립기지 역할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것은 현지 부품·소재 업체의 육성이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수출품 상당수가 여전히 중국산 부품과 소재에 의존 중이기 때문이다. 전력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베트남은 전자제품, 스마트폰 등의 수출 생산 기지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전력 공급 능력이 제조업 팽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병목 현상이 심화한 상태다. 2023년에는 북부 지역 전력난으로 산업단지 가동에 실질적인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숙련 노동력 확보 역시 관건으로 꼽힌다. 베트남이 반도체·첨단전자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 거점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직업 교육, 공학 인력 양성, 글로벌 기업과 연계한 현장 훈련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