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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판 301조’까지 꺼내 든 유럽, 통상 규제 전선 확대에 中 수출길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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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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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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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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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 확대·제조업 부진하자 대중 압박 높이는 EU
수입 물량 제한 추진에 주변 교역국 공조까지 논의
중국, 대미 수출 손실 메울 대체 판로 확보 부담

유럽연합(EU)의 핵심 축인 프랑스와 독일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공급망 왜곡을 정조준해 고강도 무역 제재를 추진하면서 양측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무역적자 확대와 제조업 부진에 직면한 EU는 수입 물량 제한을 추진하고 주변 교역국에도 대중국 공조를 요구하는 등 갈수록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해 판로를 넓혀온 중국으로서는 유럽 시장까지 위축될 경우 수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여기에 신흥국의 수입 규제에 내수 부진까지 겹쳐 있어 유럽에서 판매가 막힌 물량을 다른 시장으로 돌릴 여력도 제한적이다.

中, 'EU판 301조' 추진에 반발

2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EU가 중국 기업·제품에 대한 차별적 제한 조치를 고집해 시행할 경우 중국은 단호히 대응해 중국 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도부를 자극한 것은 최근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중국 통상 방어 정책이다. 양국은 EU에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접근을 차단할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유럽판 미국 무역법 301조'에 해당하는 수단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EU 집행위원회에 촉구하는 공동 문건을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1974년 무역법 제301조를 활용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처럼, EU 집행위에도 특정 제3국 제품을 유럽 단일 시장에서 원천 차단할 법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구상이다.

해당 문서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EU가 유사시 특정 중국산 품목을 24시간 이내에 유럽 역내 시장에서 완전히 단절시킬 수 있는 막강한 집행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스페인 매체 도시에 브뤼셀라스(Dossier Bruselas)는 양국이 기존 EU의 '통상 위협 대응 기구(ACI·반강압 수단)' 발동 요건을 대폭 완화해, 회원국의 만장일치 표결을 거치지 않고도 집행위가 직권으로 보복 관세와 수출입 제한을 신속히 단행할 수 있도록 개혁하는 방안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즉각 비판을 쏟아냈다. 상무부 대변인은 "전형적인 보호주의·일방주의적 조치"라며 "양자 무역과 세계 공급망 안정을 어지럽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U는 이러한 수단의 피해자였는데, 자기가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며 "언제나 스스로를 다자주의의 수호자라 표방했던 EU가 앞장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어길 경우 이는 규칙에 기반을 둔 다자무역 체계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가 중국과 대화·협상하는 한편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이는 상호 신뢰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협상의 전체적인 진전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양자 경제·무역 협력의 큰 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U가 대화를 통해 이견을 통제하는 올바른 궤도를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 EU의 후속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적자 사상 최대·제조업 부진, EU 수입 물량 제한 추진

EU가 통상 규제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막대한 무역적자가 자리 잡고 있다. EU의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지난해 3,600억 유로(약 549조6,600억원)로 전년보다 15%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10억 유로(약 1조5,230억원)꼴로 무역 적자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EU는 중국과의 협상에서 수입 물량을 직접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특정 중국산 제품에 수입 쿼터를 설정하는 방안을 중국 측에 제시했다. 양측이 지난 6월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협상에 착수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로 정한 시점은 이달로, 집행위는 협상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 노출된 역내 화학산업 보호 조치의 도입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측이 전기차 수출을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여서, 품목별 물량 조정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한 상황이다.

유럽이 대응을 서두르는 데는 주요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이 함께 위축된 사정도 작용했다. 철강 산업이 대표적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높은 에너지 비용과 미국의 관세까지 겹치면서 유럽 철강업체들의 수출과 생산이 동반 위축됐다. 유럽철강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EU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9% 줄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부과한 50% 관세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EU 철강업체들의 전체 수출 감소율도 20%에 달했다. 튀르키예·인도·중국으로 향하는 수출 또한 각각 18%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내 조강 생산량 역시 지난해 3% 줄어든 1억2,600만 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5월에도 1% 감소했다.

표1. 철강·전기차 분야 대중국 통상 공조

분야공조 주체주요 조치목적·쟁점
철강글로벌 철강 과잉생산능력 포럼 회원국최초 용해·주조 국가 정보 수집·공개 및 교역 자료 공유제3국 가공을 거친 철강의 생산 경로 추적·관세 회피 확인
시장 왜곡 보조금·생산능력 확대 지원 축소 추진공급 과잉 억제 및 국가별 대응 조율
전기차EU·영국
(EU의 공조 요구)
영국에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대중국 무역정책 조율 요구관세 차이를 이용한 영국 경유 EU 유입 우려 해소
‘메이드 인 유럽’ 정책의 영국 기업 지원 여부를 통상정책 조율과 연계보조금·공공조달 혜택을 협상 조건으로 활용
자료: 밀워키 프레임워크, 씨엔이브이포스트

철강·전기차 대중국 공조 강화

철강업계의 생산·수출 부진이 이어지자 EU는 주요 수입국들과 중국발 공급 과잉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밀워키에서 열린 글로벌 철강 과잉생산능력 포럼 장관급 회의에서는 공동 대응 방안을 담은 ‘밀워키 프레임워크’가 채택됐다. 공동 대응안에는 철강이 처음 용해·주조된 국가에 관한 정보를 수집·공개하고, 의심스러운 교역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회원국 간 자료를 공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3국에서 가공을 거친 철강의 생산 경로까지 추적해 관세 회피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시장을 왜곡하는 보조금과 생산능력 확대를 유도하는 정부 지원을 줄이는 방안도 공동 과제로 제시됐다. 회의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각국이 자국 사정에 맞는 조치를 취하되 이를 서로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주변 교역국과의 대중국 통상 공조 강화에 나섰다. 전기차 전문 매체 씨엔이브이포스트에 따르면 EU는 영국에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올리고 대중국 무역정책을 EU와 긴밀히 조율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은 2024년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도입할 당시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EU 내부에서는 이러한 관세 차이로 중국산 제품이 영국을 거쳐 역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이에 집행위는 역내 제조업체에 보조금과 공공조달 혜택을 집중하는 ‘메이드 인 유럽’ 정책에 영국 기업을 포함하는 문제도 통상정책 조율과 연계하기로 했다. 영국이 자국 자동차·화학·에너지 공급망을 해당 정책의 지원 대상에 넣으려는 만큼, EU 시장에서 받을 혜택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유럽 규제·신흥국 장벽·내수 부진, 중국 수출 삼중고

유럽이 주변 교역국까지 대중국 통상 공조에 끌어들이면서 중국은 수출 판로 위축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 시장에서 입은 수출 손실을 다른 지역의 판매 확대로 메워온 만큼 유럽의 추가 규제는 수출 전략에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어서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 감소했으며, 금액으로는 전년보다 1,040억 달러 줄었다. 같은 기간 유로존으로의 수출은 8%,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으로의 수출은 13% 증가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수출도 늘면서 중국의 전체 수출은 5.5% 증가세를 유지했다. 여러 지역의 수요가 대미 수출 감소분을 메워준 만큼, 유럽의 추가 규제는 중국이 확보해온 주요 판로를 좁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 판매가 막힌 물량을 신흥국으로 돌리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중국산 제품 유입이 늘어난 국가들이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올해부터 중국 등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자동차·철강·섬유·플라스틱 등에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브라질도 지난 2월 중국산 냉연강판과 용융아연도금강판에 5년간 반덤핑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아세안 수출 역시 현지 소비만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다. ECB는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 증가가 현지에서 추가 가공·조립하는 중간재에 집중됐으며, 아세안의 대미 수출 증가와도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동남아 수출을 늘리더라도 최종 소비지의 수입 규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에서 팔지 못한 물량을 중국 내수로 흡수할 여력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와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중국은 세계 제조업 생산의 30%를 담당하지만, 세계 가계 소비에서 중국 내수가 차지하는 몫은 13%에 묶여 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1~8월 고정자산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해 소비와 투자 모두 부진을 이어갔다. 장기화한 부동산 침체가 가계의 소비심리를 억누르는 가운데 제조업 생산과 수출이 경기를 뒷받침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수입 규제가 강화될 경우 중국 기업들은 재고 증가와 가동률 하락에 따른 부담을 함께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수출 물량을 국내 시장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가격 인하 경쟁까지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중국 정부가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유럽 시장 지키려 흑자 축소 검토하기도

이렇듯 내수 회복이 더딘 중국으로서는 유럽 시장을 지키기 위해 통상 마찰을 줄일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앞서 중국이 EU에 유럽산 제품 구매 확대를 제안한 것도 이런 사정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7월 EU 측에 유럽산 제품 구매 협정을 검토할 의향을 전달했다. 중국의 상품 수출은 유지하되 유럽 기업들에게 더 시장을 개방해 수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당시 논의에는 EU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유럽 기업의 중국 내 판매 기회를 넓혀 무역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완화하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중국 기업의 해외 판로를 유지하면서 EU가 요구하는 흑자 축소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이 같은 수입 확대 구상을 서비스 교역과 신산업 협력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월 2일 양측 협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인공지능(AI)과 친환경 전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비스 무역에서도 추가 협력 수요를 발굴하고, 시장 접근을 둘러싼 이견은 별도 협의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논의할 실무 분야는 무역·투자 균형, 수출통제, 지식재산권, WTO 개혁 등 네 가지로 나눴다. 나아가 양국 장관급 회의도 매년 한두 차례 정례적으로 열기로 합의했다. 중국 상무부는 교역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균형을 도모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으며, 후속 협의에는 유럽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과 양측의 수출통제 문제가 함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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