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고용 줄이고 조직 바꾸는 기업들, 최저임금 ‘숨은 비용’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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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상승에 숙련 투자·조직 효율화 확대 업무 집중으로 노동강도·산재 위험 상승 임금·가격 조정 통해 부담 주체 확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커진다. 하지만 그 영향이 곧바로 고용 감소나 매출 악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채용을 줄이는 대신 직업훈련을 확대하거나 조직구조와 임금체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어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 인상이나 노동강도 증가로 부담이 옮겨가기도 한다. 따라서 고용과 매출 등 겉으로 드러난 지표의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 내부 조직구조와 인적 투자 변화
2003~2006년 프랑스 기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일자리의 실질 총노동비용이 3.7% 오를 때 전체 고용은 0.9%, 생산직 일자리는 1.8% 줄었다. 반면 일자리당 매출은 약 1.1% 늘었고 기업 전체 매출과 부가가치에는 뚜렷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수치만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부담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기업 내부에서는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 진행됐다. 당시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시기에 따라 기업마다 다른 최저임금 보장 기준을 적용한 뒤 이를 하나로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보험료까지 반영한 최저노동비용은 기업에 따라 7.9% 늘어난 반면, 일부 기업에서는 1.6% 줄었다.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기업일수록 기존 조직을 축소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대신 생산직 근로자에 대한 직업훈련은 확대됐다. 조직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기업에서는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직업훈련 참여율이 약 2%포인트 높아졌으며, 생산직보다 높은 직급의 임금 상승 폭은 줄었다. 이에 따라 기업 내부의 임금 격차도 좁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인건비가 오르자 생산직 근로자의 숙련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이 대응했음을 뒷받침한다. 기존에는 생산직 근로자가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어려운 문제를 관리자에게 넘겼다면, 직업훈련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넓힌 것이다. 생산직의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지면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줄고 여러 단계의 관리조직을 유지할 필요도 낮아진다.
조직 개편과 함께 시간당 소득은 0.9%, 요소소득 기준 생산성은 약 0.3% 높아졌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생산 효율이 개선된 결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인력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을 올리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근로자 중심으로 인력 구성이 달라져도 근로자 1명당 매출과 생산성 지표는 높아질 수 있다. 수치 개선만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순수한 이익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노동강도 심화와 산재 위험 확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근로자의 노동강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00~2019년 1,300만 건이 넘는 산업재해 보상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10% 오를 때 산업재해 발생률은 7.2% 높아졌다. 이는 저임금 근로자 1,000명당 연간 약 2건의 산업재해가 추가로 발생하는 수준이며, 임금 상승에 따른 산재 발생률의 탄력성은 2.2로 추산됐다. 반면 최저임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고임금 직종에서는 비슷한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산업재해 유형에서는 노동강도 증가 가능성도 드러났다. 일회성 사고보다 반복적인 신체 활동에서 비롯되는 누적성 부상이 전체 산업재해보다 약 두 배 빠르게 늘었다. 이는 기업이 인건비 부담에 대응해 인력을 줄일 경우 기존 업무가 남은 근로자에게 집중되면서 작업 강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산업재해 증가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았다. 추가적인 산재 위험은 임금 상승으로 얻는 후생 개선 효과의 약 19%를 상쇄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임금체계별 파급 경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저임금 근로자에 그치지 않고 중간 임금대까지 번질 수 있다. 다만 이후 임금 조정 방식은 국가와 기업의 임금체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포르투갈에서는 근로자의 약 20%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중위임금 수준까지 이어졌다. 특히 대형 로펌과 컨설팅사, 공공부문처럼 직급별 임금체계가 뚜렷한 조직에서는 파급 효과가 약 30% 더 강하게 나타났다. 초급 직급의 임금이 오르면 상위 직급과의 격차가 좁아지면서 승진에 따른 보상도 줄어드는 만큼 상위 직급의 임금까지 연쇄적으로 조정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생산직보다 높은 직급의 임금 상승 폭이 줄면서 내부 임금 격차가 축소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최저임금이 생산성 악화에 따른 부담의 일부를 고임금 근로자에게 넘기는 효과를 보였다. 헝가리에서는 인건비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은 하나의 경로로만 전달되지 않는다. 기업의 임금체계와 조직구조, 가격 결정 방식에 따라 중간·고임금 근로자나 소비자 등 다른 주체로 부담이 이동할 수 있다.
비용 부담의 이동과 정책 과제
기업의 조직 개편은 이러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한다. 수리 모형에서 조직계층을 조정하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생산비용은 약 네 배 더 높아졌다. 그러나 조직 개편만으로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형에서는 최저임금이 기준 수준보다 24% 높아질 경우 생산량이 최저임금이 없는 상황보다 약 19% 줄었다. 이는 실제 경제를 예측한 수치는 아니지만 최저임금 인상 폭이 커질수록 기업 내부 조정만으로 부담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최저임금 정책을 평가할 때는 고용과 임금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직업훈련과 조직 개편, 노동강도, 산업재해 위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산업안전 관리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최저임금 정책이 저임금과 고임금 간 격차 축소에 초점을 둘지 중간 임금대까지 포함한 임금 분포 개선을 목표로 할지 정책 방향의 명확한 설정도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고용과 임금 변화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인건비가 오르면 기업은 조직과 인력 운용 방식을 바꾸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은 노동강도 증가나 산업재해, 가격 인상 등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요 지표에 나타난 변화만으로 정책 효과를 평가하기보다는 기업 내부의 조정 과정과 비용 부담의 이동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최저임금 정책도 임금 상승 효과와 함께 이러한 비용이 경제 전반에 어떻게 분산되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Minimum Wage Effects: The Hidden Costs Inside Firm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