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바이오] 탄소중립 비용 부담 확대, 공급망 구조에 따라 산업별 충격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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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산업별 비용 부담 확대 탄소세 부담, 직접 배출량보다 공급망 구조에 좌우 간접 탄소 비용 반영한 산업별 지원정책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50억 톤에 달한다.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제시한 2050년 탄소중립(Net Zero)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량을 약 30억 톤까지 줄이고 남은 배출량은 탄소 포집 기술 등으로 상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22년부터 28년간 매년 배출량을 8.37%씩 감축해야 하지만 탄소 가격제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감축 목표 달성에 필요한 탄소세는 2050년 이산화탄소 1톤당 1,300달러(약 173만원)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적용되는 탄소 가격보다 약 10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탄소세가 도입되면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지겠지만 그 영향이 반드시 직접 배출량이 많은 산업에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 네트워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탄소세 부담이 공급망을 따라 다른 산업으로 전가되면서 직접 배출량이 적은 산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탄소세 부담 평가 한계
그동안 산업별 탄소세 부담을 평가할 때는 직접 배출량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이른바 ‘굴뚝 원칙’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일수록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제(ETS)는 이를 바탕으로 탄소 누출 위험이 높은 산업에 무상 배출권을 지급해 왔다. 지원 대상은 주로 직접 배출 집약도와 전력 소비량을 기준으로 선정하며 기업이 구매하는 금속, 화학제품, 운송 서비스 등에 내재된 탄소는 반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상 배출권 지급이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인 만큼 기존 평가 기준의 적절성이 중요한 정책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직접 배출량만으로는 공급망을 통해 발생하는 간접 비용을 파악하기 어려워 실제 부담이 큰 산업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어서다. 이런 한계는 앞선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프랑스중앙은행 연구진은 2020년 프랑스와 유럽 경제를 대상으로 생산 네트워크 모형을 분석해 산업별 탄소세 부담이 산업 간 투입·산출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제시했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VoxEU에 발표된 지난해 연구에서는 기업들이 탄소세를 피하기 위해 과세 대상이 아닌 해외의 고탄소 공급업체로 조달처를 전환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같은 매체에 게재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탄소 가격제에 따른 부담이 유럽 지역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탄소중립 이행 여부에 따른 경제적 비용 비교
산업별 부담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기후정책 시행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정부가 추가적인 기후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자유방임’ 시나리오에서는 탄소 배출이 지속되면서 기온 상승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누적된다. 초기에는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누적되면서 세기 후반에는 경제적 손실이 커진다. 별도의 탄소세가 부과되지 않아 단기적으로 산업계의 부담은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이 기후변화에 따른 비용을 떠안는 구조다.
반면 파리협정의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는 시나리오에서는 탄소세 인상을 통해 기업의 배출 저감 기술 투자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감축 비용이 조기에 발생해 2050년까지 GDP가 최대 8% 감소하지만, 장기적인 경제적 피해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2100년 기준 GDP 감소 폭은 탄소중립 이행 시나리오에서 약 5%인 반면 자유방임 시나리오에서는 약 8%에 달한다. 결국 두 시나리오 모두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지만, 부담 시기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자유방임은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장기간 누적되는 반면 탄소중립 이행은 감축 비용이 앞당겨 발생하고 그 부담이 특정 산업에 집중된다. 따라서 탄소중립 전환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평가할 때는 산업별 비용 부담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공급망에 따른 탄소세 부담 차이
산업별 비용 부담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공급망을 통한 탄소세 전가다. 탄소세는 직접 배출기업에 부과되지만, 기업이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이를 구매하는 다른 기업에도 부담이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이 최종 소비 단계까지 이어지면서 산업별 부담은 자체 배출량뿐 아니라 원자재와 서비스의 조달 구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특히 전력, 금속, 화학제품, 운송 서비스 등 고탄소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직접 배출량이 적더라도 상당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반대로 자체 배출량이 많더라도 탄소집약적 투입재에 대한 의존도가 낮으면 간접적인 비용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직접 배출과 공급망을 통한 간접 부담을 함께 반영하는 지표가 ‘하류 배출 중심성(Downstream Emission Centrality·DEC)’이다. DEC는 산업별 직접 배출량과 탄소집약적 투입재에 대한 의존도를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탄소세 도입에 따른 산업별 제품 가격 상승 폭을 분석한 결과 DEC는 산업 간 가격 변동 차이의 99% 이상을 설명한 반면, 직접 배출 집약도의 설명력은 88%에 그쳤다.
실제 산업별 분석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확인됐다. 운송업은 직접 배출량이 많지만 탄소집약적 투입재 구매 비중이 낮아 탄소 비용 노출도가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기타 유틸리티 산업은 자체 배출량이 적음에도 고배출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노출도가 가장 높은 산업군에 포함됐다. 직접 배출량만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와 상반된 결과다. 1차 금속 산업 역시 직접 배출량은 중간 수준이지만 공급망을 통한 간접 부담이 커 기존 방식으로는 실제 탄소 비용 노출도가 크게 과소평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산업별 부담은 직접 배출량과 공급망 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투입재에 내재된 탄소가 전체 비용 노출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산업 보호정책의 과제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산업 보호정책의 지원 기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직접 배출량만을 기준으로 무상 배출권이나 전환 보조금을 배분하면 공급망을 통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는 산업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반면 DEC는 각국 통계청의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산출할 수 있어 별도의 데이터 인프라 구축 없이도 산업별 탄소 비용 노출도 평가가 가능하다. 기업과 투자자도 공급망을 통해 발생하는 간접적인 탄소 비용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매하는 원자재와 서비스에 내재된 탄소까지 파악해야 공급업체의 비용 증가가 제품 가격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전 세계에 동일한 탄소세가 적용된다고 가정해 실제 국가별 탄소 가격 차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실제로는 국가마다 탄소 가격이 다르고 수입 투입재의 생산국에 따라 간접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도 DEC가 높은 설명력을 유지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EU가 탄소 누출 위험 산업에 대한 무상 배출권 지급을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인 만큼 산업별 탄소세 부담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기존의 직접 배출량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통한 간접 비용까지 반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결국 탄소중립 전환의 경제적 충격을 줄이려면 실제 비용 부담이 큰 산업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arbon Tax and Net Zero: Why Supply Chains Decide Who Pay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