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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지정학적 위기마다 다른 물가 충격, 공급 차질·수요 위축에 상승과 하락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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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4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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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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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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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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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충격의 전달 경로에 따라 물가 영향 상반
대규모 충격 시 불확실성·인플레이션 기대 급등
이란 전쟁발 물가 상승 에너지 집중, 근원물가 전이 주목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해 3월 미국의 휘발유 가격지수는 한 달 만에 21.2%, 전체 에너지 가격지수는 10.9% 급등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이달 연간 물가상승률은 3.4%를 기록했으며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의 잠정 추정치에서도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3.8%,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18.8%에 달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불안이 꼽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에너지 가격 급등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면서 국제 분쟁은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중앙은행들의 연구는 지정학적 충격이 반드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에너지 공급 차질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반면 경기 전망 악화에 따른 수요 위축은 오히려 물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공급 충격이 드러낸 통화정책의 한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오랫동안 금리 조절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기조는 1979년 10월 폴 볼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통화량 통제를 강화하는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본격화됐다. 1980년대 들어 통화량 목표제가 점차 폐기되고 기준금리가 핵심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1987년 시작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 재임기에는 낮고 안정적인 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가 이어졌다. 당시 통화정책의 핵심은 경기 과열 시 금리를 인상해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2% 목표 수준에 유지하는 것이었다. 약 30년간 효과를 발휘한 이 방식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규모 공급 충격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그해 6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9.1%로 198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월 유로존도 10.6%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물가 급등을 주도한 것은 과도한 소비가 아니라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과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에 따른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이었다. 선진국은 이로 인해 1973년과 1979년 석유파동 이후 최대 규모의 공급 충격을 겪었다. 더 큰 문제는 금리 인상만으로 이러한 공급 차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려도 천연가스 공급이 늘거나 봉쇄된 해상 운송로가 복구되지는 않는다. 중앙은행은 수요를 억제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임금과 다른 상품·서비스 가격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생산과 고용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국제 분쟁을 인플레이션 위험과 직접 연결하는 인식도 확산됐다.

지정학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화

다만 모든 지정학적 충격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중앙은행이 올해 국제경제학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위기가 에너지 공급과 경제 전반의 수요 중 어느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지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졌다. 연구진은 1986년 이후 발생한 주요 지정학적 사건 31건을 대상으로 사건 전후 3일간 지정학적 위험지수(GPR)와 원유 가격의 변화를 살펴봤다. 두 지표가 함께 상승하는 경우 시장이 에너지 공급 차질을 예상하는 '지정학적 에너지 충격'으로 분류했으며, 걸프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반면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가가 하락하면 세계경제 전망 악화에 따른 연료 수요 감소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두 유형 모두 산업생산을 위축시켰지만 물가에는 상반된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충격은 공급 부족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최대 약 0.2% 끌어올린 반면, 수요 위축을 동반한 충격은 0.1~0.4% 낮췄다. 산업별 분석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에너지 충격이 발생하면 기초금속과 정유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생산은 최대 3% 감소하고 생산자물가는 1% 이상 상승했다. 이에 반해 수요 충격에서는 이러한 업종 간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동일한 분쟁이라도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의존도와 경제 여건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주: 3월 휘발유 가격은 21.2% 급등한 반면 근원물가의 월간 상승률은 0.4%를 넘지 않았다.

대규모 충격으로 불확실성 증폭

충격의 전달 경로와 함께 주목할 변수는 위기의 규모다.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중앙은행(BOE),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1970~2023년 미국의 월별 경제지표를 분석한 결과, 소규모 충격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파급효과가 급격히 확대됐다. 지정학적 위험지수가 약 20% 상승하는 1 표준편차 수준에서는 경제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으며, 2 표준편차까지는 기존 선형 모형으로 영향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4 표준편차 이상의 충격이 발생하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반응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분석 기간 4 표준편차 이상의 충격은 1973년 욤키푸르 전쟁, 걸프전, 2001년 9·11 테러, 이라크 전쟁 등 총 4차례 발생했다.

이처럼 충격의 규모에 따라 경제적 파급효과가 달라지는 핵심 요인은 불확실성이다. 위기가 확대되면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면서 경기 위축이 심화된다. 실제로 8 표준편차에 달했던 9·11 테러 당시 주가는 약 10% 하락하고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는 14포인트 상승했다. 실질소비와 산업생산도 각각 2%, 3% 감소해 기존 모형의 산업생산 감소 전망치인 1% 미만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연준이 경기 위축에 대응해 정책금리를 약 1.5%포인트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확실성 확대가 반드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이미 발생한 공격이나 침공이 경기 전망을 악화시켜 유가와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는 반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협은 공급 차질에 대비한 투기적 원유 수요를 늘려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위협이 커질수록 이러한 반응은 비례적인 수준을 넘어 확대됐으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란 전쟁발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과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정학적 충격의 평균적인 영향만으로 개별 분쟁의 파급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준 연구진은 40개국 이상에서 수집한 약 5,000건의 관측치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규모의 지정학적 충격이 세계 인플레이션을 약 1%포인트 높이고 생산은 1%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는 서로 다른 유형의 충격을 평균한 결과로 실제 파급효과는 분쟁의 성격과 국가별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9월 그리스와 스페인의 물가상승률은 각각 5.1%, 5.0%를 기록한 반면 몰타와 핀란드는 2.2%, 2.6%에 머물렀다.

주: 동일한 에너지 충격과 금리 수준에도 물가상승률은 몰타 2.2%, 리투아니아 6.1%로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차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공급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하는 동시에 경기 둔화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ECB는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예금금리를 2.50%로 조정했으며,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각각 3.0%, 0.9%로 전망했다. 따라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판단하려면 에너지 가격의 움직임뿐 아니라 각국의 공급 구조와 경기 상황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페르시아만과 흑해 등 주요 에너지 수송로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기초금속과 정유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은 생산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비한 위험 관리와 장기 공급계약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확산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향후 물가 흐름은 에너지 공급 차질의 지속 기간과 인플레이션 기대의 변화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eopolitical Shocks and Inflation: The Magnitude of the Crisis Determines the Price Path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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