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관세의 물가 영향 예상 밑돌아,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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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의 물가 상승 효과 당초 우려보다 제한적 유통 과정서 관세 부담 희석되어 소비자가격 상승폭 축소 에너지 충격 서비스업까지 확산, 장기 물가 불안 가중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은 올해 2월 정점을 찍었다. 뉴욕연방준비은행(뉴욕연은)에 따르면 당시 관세는 석유를 제외한 67개 소비재 품목의 연간 물가상승률을 2.9%포인트 끌어올렸다. 그러나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약 0.5%포인트에 그쳐 당초 우려보다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은 물가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8월 미국의 에너지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3%, 휘발유 가격은 27.4% 상승했다. 이에 전체 물가상승률도 3.4%까지 높아졌다. 이처럼 두 충격이 물가에 미친 영향의 차이는 비용이 최종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실제 관세율 낮아지고 기업 대응으로 물가 충격 완화
지난해 봄 제기된 관세발 물가 상승 우려는 장기간 유지되지 않은 고율 관세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해 4월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은 사실상 금수조치에 해당하는 145%까지 치솟았다. 이에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Budget Lab)는 평균 실효관세율이 19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21.9%에 달하고, 단기적으로 물가 수준이 2.2% 상승해 가구당 약 3,600달러(약 477만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 역시 관세 부과 전 확보한 재고가 소진되면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면서 소비자의 관세 부담 비중이 기존 30~40%에서 약 60%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관세 부담은 이후 무역협상과 법원 판결을 거치면서 당초 예상보다 줄었다. 지난해 5월 제네바 합의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이 145%에서 30%로 낮아졌고, 관세 유예 기간도 여러 차례 연장돼 2027년 1월 10일까지 늘어났다. 올해 초에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비상 권한에 근거한 관세가 효력을 잃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10%의 추가 관세로 대체했다. 관세 완화에 따라 물가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지난해 11월 평균 실효관세율 전망치를 16.8%, 물가 상승 효과를 1.2%로 낮췄다. 비상 권한에 따른 관세가 없었다면, 물가 상승 효과는 0.6%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들의 대응도 물가 충격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 공급업체를 변경하고 가격 인상 시기를 분산하면서 관세 부담이 소비자가격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것을 막았다. 여기에 공급망에서 심각한 병목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임금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제한됐다. 뉴욕연은은 지난 1월 이러한 여건이 관세 충격의 경제 전반으로의 확산을 억제했다고 평가했다.

관세부담, 유통 과정 거치며 소비자가격 상승 효과 축소
관세가 수입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해외 수출업체들이 관세 부과 이후에도 수출가격을 거의 낮추지 않으면서 지난해 부과된 관세의 약 90%가 수입가격에 반영됐다. 그러나 최종 소비자가격의 상승폭은 이보다 훨씬 작았다. 이는 유통 과정에서 관세의 영향이 줄어드는 데 따른 결과다. 운송비와 도소매 유통비용은 최종 상품가격의 약 절반을 차지하지만 이들 비용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입가격이 관세로 10% 오르더라도 최종 판매가격은 약 5.6% 상승하는 데 그친다.
관세는 국내 생산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철강 등 수입 중간재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비용이 늘어난 데다 수입 경쟁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국내 업체들도 판매가격을 인상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영향은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관세 부과 이후 첫 6개월간 생산자가격은 소폭 상승했지만 이후 6개월 동안 상승폭은 약 두 배로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수입 완제품에는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이 3개월 내 절반, 6개월 내 모두 반영됐다. 이 같은 관세 전가 효과를 고려하면 모든 수입품에 10%의 일률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12개월 뒤 소비재 가격은 2.6%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관세율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전체 가격 상승 효과의 3분의 2는 수입품에서, 나머지 3분의 1은 국내 생산품에서 발생했다. 올해 2월에는 국내 생산품을 통한 간접 효과가 전체의 약 30%까지 높아지면서, 관세 부담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양상을 보였다.

에너지 가격 상승, 생산·유통 넘어 서비스업까지 확산
관세와 달리 에너지 가격 상승은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 알루미늄 제련소부터 물류창고와 운송업체, 소매점,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생산·유통의 모든 단계에서 연료비와 전기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각 단계에서 늘어난 비용은 다음 단계로 전가되면서 최종 소비자가격을 끌어올린다. 지난 8월 미국의 물가 지표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됐다. 휘발유와 난방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7.4%, 52% 상승했으며 항공료도 23.4% 올랐다. 특히 휘발유 가격 상승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 0.4%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전기요금 상승률은 3.8%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 비용이라는 점에서 파급 범위가 넓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이어지는 '2차 파급효과'도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7개 선진국을 분석한 결과, 브렌트유 가격이 10% 상승하면 2개 분기 이내에 에너지 물가는 2.3%, 식품 물가는 0.3%, 근원물가는 0.1%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물가 상승 효과는 0.4%에 가까웠으며 간접적인 영향은 약 8개 분기에 걸쳐 누적됐다. 영국 런던정경대(LSE)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 충격 이후 약 14개월 동안 근원물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했으며, 서비스 가격 역시 상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반응했다. 실제로 영국 서비스업의 에너지 집약도는 2%로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부문의 1.4%보다 높았다.
관세 영향 줄었지만 에너지 충격 장기화
이러한 차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관관세는 시행 시점이 명확해 물가 상승 효과가 소멸하는 시기도 비교적 예측하기 쉽다. 실제로 관세의 상품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올해 2월 정점을 찍은 뒤 8월에는 0%포인트 안팎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파는 정점을 지난 뒤에도 최소 1년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서비스 가격 상승이 경기 과열에 따른 것인지, 시차를 두고 반영된 에너지 비용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연준의 통화정책 판단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 역시 가중되는 추세다. 그동안 관세의 소비자가격 전가를 완화했던 유통 마진에는 운송 연료비와 창고 냉방비, 매장 전기요금 등이 포함된다. 관세에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가중돼 소비자가격 인상 압력도 더 커질 전망이다. 결국 관세의 물가 상승 효과는 점차 약해지는 반면, 에너지 비용 상승은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물가 불안 요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ariff Pass-Through and the Energy Shock: Why the Pump Has Weighed on Inflation More Than Custom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