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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사회정책 효과 수십 년 이어져도 혜택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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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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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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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교육 확대, 평생 소득 증가에도 가정환경별 격차 
연금·은퇴 정책, 경제적 여건과 직업 따라 효과 차이 
출산휴가 확대, 여성 경력 단절 완화에 제도적 여건 중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회정책의 영향은 당초 정책 목표나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생애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학령기에 시행된 교육제도 개혁은 수십 년 후 평생 소득에 영향을 미치며 연금제도는 은퇴 시점뿐 아니라 노후의 경제적 안정성과 인지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출산휴가 제도 역시 출산 이후 여성의 장기적인 고용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책의 효과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를 분석하는 데 활용되는 대표적인 자료가 '유럽 건강·고령화·은퇴 조사(Survey of Health, Ageing and Retirement in Europe·SHARE)'다. 2004년 시작된 SHARE에는 유럽 28개국에서 약 17만 명이 참여했다. 조사 대상은 50세 이상 인구와 그 배우자로 건강, 인지능력, 고용, 소득, 자산, 가족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왔다. 특히 과거 교육과 고용, 가족 및 건강 이력을 파악하는 생애 이력 조사(SHARELIFE)를 통해 수십 년 전 시행된 정책이 이후 삶에 미친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국가별 정책 개혁 시기와 내용의 차이도 중요한 연구 기반이다. 연구진은 이를 준자연실험으로 활용해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정책의 인과적 효과를 분석한다.

의무교육 연장 효과, 가정 내 교육환경에 따라 달라져

20세기 후반 유럽 여러 국가에서 의무교육 종료 연령을 높이는 개혁이 잇따랐다. 국가별로 개혁 시기와 범위가 달라 연구자들은 시행 전후에 태어난 세대를 비교하며 교육 기간 연장이 이후 소득에 미친 영향을 분석할 수 있었다. 2017년 학술지 '이코노믹 저널(The Economic Journal)'에 발표된 SHARELIFE 기반 연구에 따르면, 의무교육 개혁으로 교육 기간이 1년 늘어날 경우 평생 소득은 평균 9% 증가했다.

하지만 소득 증가 효과는 가정환경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어린 시절 책이 많은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일수록 추가 교육에 따른 소득 증가폭이 컸다. 가정 내 도서 보유량은 교육 환경과 문화적 자원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는 의무교육 확대가 전반적인 소득 향상에 기여했지만 가정환경에 따른 격차까지 해소하지는 못했음을 시사한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교육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추가 교육의 혜택을 더 크게 누린 셈이다. 결국 의무교육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금제도 개편, 은퇴 시점과 노후 재정 안정성에 영향

이와 같은 집단별 효과 차이는 연금제도에서도 확인된다. 인구 고령화에 대응해 유럽 각국은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근로 기간을 늘리기 위해 연금 수급 자격과 은퇴 연령을 개편해 왔다. SHARE 자료 분석 결과, 연금 수급 자격이 발생하는 연령을 전후로 노동시장을 떠나는 근로자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은퇴 유인책은 장기적으로 재정적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9년 학술지 '이코노믹 폴리시(Economic Polic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기대수명 증가와 조기 은퇴, 제한적인 재취업 기회가 맞물릴 경우 은퇴자의 재정적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조기 은퇴를 장려하는 연금제도가 존재하면서 금융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경우 은퇴 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비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예기치 못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면 은퇴자의 재정적 부담은 더 가중된다.

이러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도 개인마다 다르다. 안정적인 직업 경력과 충분한 자산을 보유한 근로자는 은퇴 시점을 선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경력 단절을 겪었거나 저축이 부족한 근로자는 선택의 폭이 좁다. 평생 소득과 축적된 자산, 금융 이해력 등이 은퇴 준비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동일한 은퇴 연령 조정이라도 근로자마다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은퇴 시점별 인지기능 변화, 직업 특성이 변수

은퇴에 따른 개인별 차이는 재정적 안정성뿐 아니라 인지 건강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은퇴 후 일상적인 정신 활동이 줄어들면서 인지기능 저하가 빨라진다는 이른바 '정신적 은퇴(mental retirement)' 가설을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져 왔다. 2017년 학술지 '저널 오브 헬스 이코노믹스(Journal of Health Economic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SHARE의 인지능력 추적 자료와 국가별 연금 수급 자격 규정의 차이를 활용해 은퇴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그 결과 법정 은퇴 연령까지 근무한 사람들은 은퇴 후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저하될 확률이 높아졌다. 반면 조기 은퇴 자격을 얻자마자 직장을 떠난 사람들에게서는 이 같은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다. 오히려 인지기능을 보호하는 효과가 소폭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은퇴 전 종사했던 직업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기 은퇴자들은 육체적 부담이 크거나 숙련도가 낮은 직종에 종사한 경우가 많아 은퇴 후 스트레스가 줄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린다. 반면 법정 은퇴 연령까지 근무한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정신 활동과 자율성이 요구되는 직종에 종사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은퇴 후 일상적인 정신적 자극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퇴 연령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정책은 직업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평균적인 은퇴자만을 기준으로 정책을 평가할 경우 이러한 차이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출산휴가 확대, 여성의 경력 단절 줄이고 고용 유지에 기여

사회정책의 효과가 제도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은 출산휴가에서도 확인된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여성이 출산 이후에도 고용관계를 유지하며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2013년 학술지 '어드밴시스 인 라이프 코스 리서치(Advances in Life Course Research)'에 발표된 SHARELIFE 기반 연구에 따르면, 출산휴가 제도가 관대한 국가일수록 여성이 출산 후 기존 고용주와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고,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기간은 짧았다. 이는 유급휴가가 여성의 영구적인 노동시장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상반되는 결과다. 출산으로 업무를 일시 중단하더라도 고용관계가 유지되면서 경력 단절 위험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출산 이후의 장기적인 고용 이력에서도 확인됐다. 다만 출산휴가의 성과는 휴가 기간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보육시설 이용 가능성과 노동시장 규제, 사회적 규범 등이 여성의 직장 복귀와 고용 유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 기간이 같더라도 복귀 후 근로 환경과 자녀 돌봄 여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유럽의 의무교육과 연금제도, 은퇴 후 인지 건강, 출산휴가에 관한 연구는 사회정책의 영향이 수십 년간 지속되지만, 그 효과는 개인의 가정환경과 직업, 제도적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공통된 결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정부가 사회정책을 수립할 때 평균적인 성과뿐 아니라 계층별 수혜 격차와 정책 효과를 좌우하는 조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를 위해서는 SHARE와 같은 장기 조사 자료를 활용해 개인의 생애 이력과 제도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Longevity and Inequality] Social Policies Leave a Mark for Decades, but Not on Everyone Equall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는 외부 기고문의 국문 번역본이며, 원문의 견해는 저자 개인의 견해입니다.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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