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장수할수록 유리한 스웨덴 연금 구조, 소득계층 간 불평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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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소득별 기대수명 격차 확대 동일 기대수명 적용으로 고소득층에 혜택 집중 연금 차등 적용 가능하지만 형평성 논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령연금제도는 일찍 사망한 가입자의 연금 재원을 장수한 가입자에게 배분하는 보험 원리에 기초한다. 이러한 재원 이전이 없다면 장수에 따른 경제적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기능은 사라지고 의무적인 개인 저축만 남는다. 이 원리는 가입자 집단 간 기대수명에 체계적인 차이가 없을 때 공정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격차가 확대되면서 연금의 재분배 효과가 달라지고 있다. 스웨덴연금청(Swedish Pensions Agency)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고소득층의 기대여명은 저소득층보다 2.9년 길었다. 그 결과,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기대수명을 적용하는 제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오래 사는 고소득층이 더 오랜 기간 연금을 받으면서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으로 재원이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공적연금제도에 소득별 기대수명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명목확정기여형 구조와 연금지급계수
스웨덴은 1990년대 전반 공적연금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면서 확정기여형(DC)의 연금 산정 방식과 부과방식(Pay-as-you-go)의 재정 구조를 결합한 명목확정기여형(Notional Defined Contribution·NDC) 제도를 도입했다. 가입자가 납부한 기여금을 개인 계좌에 적립한 것으로 간주해 연금액을 계산하되 실제 금융자산은 별도로 적립하지 않는 방식이다. 스웨덴은 이렇게 누적된 명목 적립금을 '연금지급계수(annuity divisor)'로 나눠 연간 연금액을 산정한다. 명목 적립금은 가입자 본인이나 가입자를 대신해 납부한 기여금에 평균 임금 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조정된다. 연금지급계수 산정의 기준은 해당 출생 세대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별 기대여명이다. 기대수명이 길수록 계수가 커져 연금액은 줄어드는 반면 은퇴를 늦추면 남은 기대수명이 짧아지는 만큼 계수가 낮아져 수령액이 늘어난다.
여기에 스웨덴은 연 1.6%의 평균 임금 상승률을 미리 반영해 초기 연금액을 높이는 방식을 적용한다. 이 가정으로 65세 기준 연금지급계수는 약 18% 낮아진다. 대신 연금 수급 이후에는 실제 평균 임금 상승률에서 1.6%포인트를 차감한 비율로 연금액을 조정한다. 초기 지급액을 높이는 대신 이후 인상 폭을 낮추는 구조다. 연금지급계수는 최근 사망률 자료와 5년 이동평균을 활용해 각 출생 세대가 정해진 연령에 도달할 때 최종 확정된다. 확정 연령은 기존 65세에서 66세로 높아졌으며 2027년에는 67세로 상향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기대수명 변화에 맞춰 정부나 의회의 별도 결정 없이 매년 자동으로 조정한다.

은퇴 연령과 출생 세대에 따른 연금액 조정
연금 산정 방식은 은퇴 시점과 출생 세대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는 구조로 이어진다. 우선 은퇴를 늦출수록 월 연금액이 증가한다. 실제로 1950년생이 연금 수급 시점을 61세에서 70세로 늦추면 연금지급계수는 18.98에서 13.70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적립금이 동일하다면 월 연금액은 약 40% 늘어난다. 다만 연금을 받는 기간은 그만큼 짧아진다. 실제 연금 증가 폭은 이보다 크다. 연금 수급을 미루는 동안 명목 적립금은 평균 임금 상승률에 따라 계속 증가하지만, 이미 지급 중인 연금에는 평균 임금 상승률에서 1.6%포인트를 차감한 인상률이 적용된다. 이러한 차이만으로도 70세에 수령을 시작하는 연금액은 61세부터 받아온 연금액보다 약 15% 높아진다. 여기에 같은 출생 세대에서 연금 수령 전에 사망한 가입자들로부터 발생하는 '상속이익'이 더해져 70세 기준 연금액이 약 10% 추가로 증가한다. 은퇴를 미룬 기간에 근로를 지속하면 새로운 기여금도 누적된다. 스웨덴은 연금 수령 여부와 관계없이 추가 연금 수급권을 취득할 수 있는 연령 상한을 두지 않고 있다.
반면 기대수명이 늘어난 출생 세대는 명목 적립금이 같더라도 초기 연금액이 감소한다. 예상 연금 지급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금지급계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65세 기준 연금지급계수는 1938년생 15.56에서 1959년생 17.26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초기 월 연금액은 약 10% 줄었다. 그러나 수급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평생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총연금액의 가치는 유지된다. 이처럼 스웨덴 NDC 제도는 연금 수급 시점과 출생 세대가 달라도 동일한 명목 적립금에 대한 평생 연금의 기대가치가 같도록 설계됐다. 이를 '보험수리적 중립성(actuarial neutrality)'이라고 하며 세대 간·세대 내 공정성을 확보하는 기본 원리로 작용한다. 하지만 연금 산정에 미래 사망률 예측치 대신 실제 관측된 사망률을 사용하는 점은 제도적 한계로 꼽힌다. 기대수명이 계속 증가하면 실제 생존 기간을 과소평가해 연금 재정에 보험수리적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적자는 궁극적으로 '자동균형조정장치'를 통해 흡수된다.
연금 재분배 효과 역전
문제는 이러한 보험수리적 공정성이 가입자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만 성립한다는 점이다. 실제 기대수명은 성별과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스웨덴은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별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산다. 같은 출생 세대에서 명목 적립금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동일한 남녀는 같은 월 연금액을 받지만, 여성은 수급 기간이 길어 평생 총연금 수령액이 더 많다. 이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연금 재원이 이전되는 효과를 낳는다. 스웨덴 입법자들은 이를 제도의 결함이 아닌 바람직한 재분배로 받아들였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생애소득이 낮아 월 연금액도 적은 경우가 많은데 긴 수급 기간이 이러한 격차를 일부 보완하기 때문이다. 현재 스웨덴과 유럽연합(EU) 법률은 성별에 따른 연금 차등 적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제도 개혁 당시 저소득층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1990년대 중반에도 남녀 각각을 비교하면 고소득층의 기대수명이 저소득층보다 길었으나, 남녀를 합산한 전체 인구에서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고 기대수명이 긴 여성의 영향으로 저소득층의 평균 기대수명이 고소득층을 소폭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연금제도는 저소득층에 다소 유리한 누진적 재분배 효과를 냈다. 이후 고소득 남성의 기대수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분배 방향도 달라졌다. 스웨덴연금청이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별 기대수명 격차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누진적 재분배 효과가 점차 약화됐으며,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으로 연금 재원이 이전되는 역진적 구조로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도 60년간의 자료를 분석해 스웨덴에서 소득과 기대수명 간 양(+)의 상관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특히 이러한 격차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기대수명 차이는 남성 4.6년, 여성 3.6년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남녀 모두 고소득층의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었지만, 저소득층은 거의 정체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가구 구성도 기대수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배우자나 동거인과 함께 사는 사람은 독신자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살았으며 그 차이는 남성 4.7년, 여성 3.0년이었다. 스웨덴에서는 기혼 여성과 독신 여성의 소득 격차가 비교적 작은 반면 남성은 훨씬 크다. 독신 남성이 기혼 남성보다 경제적·사회적 여건과 건강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도 이러한 차이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대수명별 연금 차등 적용 논란
이처럼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격차가 연금의 재분배 방향을 바꾸면서 이를 연금 산정에 직접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된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NDC 제도는 가입자를 집단별로 구분해 서로 다른 기대수명을 적용할 수 있다. 필요한 자료가 이미 확보돼 있고 계산 방식도 복잡하지 않다. 전통적인 확정급여형(DB) 연금제도 역시 집단별 월 연금액이나 은퇴 연령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차등 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도입에는 여러 문제가 따른다. 우선 가입자를 구분할 기준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다. 생애소득이 가장 자연스러운 기준으로 꼽히지만, 교육 수준과 직업, 가구 구성, 거주 지역, 건강 상태도 기대수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부 기준만 적용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모든 변수를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소득 증가가 오히려 연금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소득이 늘어 기대수명이 긴 집단으로 분류되면 연금지급계수가 높아져 월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소폭의 소득 증가가 상당한 연금 손실로 이어지는 문제를 완화하려면 별도의 조정 장치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제도가 복잡해진다.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차등 적용 기준이 복잡해질수록 연금액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특정 집단에 유리한 기준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논쟁의 근본에는 사회보장의 두 가지 원칙이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 공적연금은 모든 가입자를 하나의 위험공동체로 취급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반면 국가가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으로 소득을 체계적으로 재분배하는 제도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중요하다. 실제로 질병·장애·실업보험은 저소득층의 위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일반적으로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소득을 재분배한다. 연금만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타당성을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표. 기대수명 격차와 스웨덴 연금제도 설계에 미치는 영향
| 구분 | 주요 내용 | 연금 정책에 미치는 영향 |
|---|---|---|
| 은퇴 연령 | 1950년생 연금지급계수: 61세 18.98, 70세 13.70 | 은퇴 시점 연기 시 월 연금액 40% 이상 증가 |
| 기대수명 증가 | 65세 기준 연금지급계수: 1938년생 15.56, 1959년생 17.26 | 초기 연금액 약 10% 감소하지만 평생 총연금의 기대가치는 동일 |
| 소득별 기대수명(남녀 합산) | 2022년 65세 기준 기대여명 격차 2.9년 | 동일한 기대수명 적용으로 고소득층에 유리한 연금 구조 형성 |
| 성별 소득 격차 |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기대여명 격차: 남성 4.6년, 여성 3.6년 | 남성에서 소득별 기대수명 격차 확대 |
| 가구 구성 | 가구 형태별 기대여명 격차: 남성 4.7년, 여성 3.0년 | 독신 남성의 기대여명이 가장 짧음 |
| 기술적 실현 가능성 | 집단별 기대수명 산정에 필요한 자료와 계산 방식 확보 | 기대수명에 따른 연금 차등 적용 가능 |
| 정책적 타당성 | 가입자 분류 기준, 유인 구조, 제도적 정당성 문제 | 차등 적용 도입에 신중한 검토 필요 |
| 대안적 정책 수단 | 최저연금, 주거수당, 누진세제, 직역연금 | 연금의 보험수리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재분배 효과 보완 가능 |
대안적 정책 수단과 향후 과제
연금 산정 방식을 직접 변경하는 대신 다른 정책 수단으로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소득·자산 수준에 따라 지급하는 최저연금과 연금 수급자 대상 주거수당, 누진세제 등은 기존 연금제도의 보험수리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생애소득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스웨덴의 직역연금제도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는 각각 단체협약으로 운영되는 별도의 연금제도에 가입하며 각 집단의 평균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한다. 이에 따라 기대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생산직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평균 기대수명을 적용할 때보다 유리한 연금 혜택을 받는다. 직역연금이나 민간연금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정치적·행정적 부담이 따른다.
소득이 높을수록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현상은 오래전부터 확인됐으며 이러한 관계가 강화되면서 스웨덴에서는 연금 재분배 효과가 고소득층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만으로 공적연금제도에 기대수명별 차등 산정을 도입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결국 연금 산정 방식을 개편할지, 조세와 사회보장 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할지는 추가 연구와 정책적 판단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Longevity and Inequality] Public Pension Systems and Unequal Life Expectancy in Swede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는 외부 기고문의 국문 번역본이며, 원문의 견해는 저자 개인의 견해입니다.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