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재정 포퓰리즘의 대가는 수십 년간 지속, 美 국채시장에도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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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포퓰리즘 집권 10년 후 중앙은행 대정부 대출 300% 증가 과거 재정정책에 대한 시장 불신 장기화, 중앙은행 긴축 부담 확대 美 재정적자 확대·저금리 압박에 30년물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무리한 재정 확대는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수십 년간 통화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재정적자를 중앙은행 자금으로 충당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정권 교체 이후에도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조지타운대,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진이 지난달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을 통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과거 좌파 포퓰리즘 정부를 경험한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의 대정부 대출이 크게 늘었으며, 그 여파가 수십 년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960~2008년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 자료를 토대로 중앙은행을 통한 재정적자 충당이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는 기존 이론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했다.
좌파 포퓰리즘 집권국, 대정부 대출 급증
연구진의 분석에는 기존 포퓰리즘 정부 데이터베이스와 IMF의 중앙은행 대정부 대출 자료가 활용됐다. 포퓰리즘 정부는 정책 성과가 아닌 정치 지도자의 발언을 기준으로 분류했으며, 이념적 성향에 따른 차이도 살펴봤다. 분석 결과, 우파 포퓰리즘 정부에서는 중앙은행의 대정부 대출 증가 폭이 크지 않았고 통계적 유의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좌파 포퓰리즘 정부에서는 집권 후 10년간 대정부 대출이 누적 기준 300% 증가했다. 이는 좌파 포퓰리즘 정부가 내수 진작과 소득 재분배를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선호하는 경향과도 일치한다.
연구진은 이어 중앙은행의 대정부 대출 증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출 규모가 1 표준편차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은 2년 이내에 최대 약 1%포인트 상승했으며, 10년 후 물가 수준도 대조군보다 4% 높았다. 이는 정부가 지출을 억제하지 않으면 결국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통해 재정적자를 충당해야 한다는 경제학자 토머스 사전트와 닐 월리스의 1981년 '불쾌한 통화주의 산술(unpleasant monetarist arithmetic)' 이론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시장 불신 장기화로 인한 중앙은행 긴축 부담
재정 포퓰리즘의 영향은 물가 상승 이후에도 이어졌다. 연구진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하는 32개국의 2023년까지 분기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거 좌파 포퓰리즘과 재정적자 화폐화를 경험한 국가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목표치를 벗어날 때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질수록 금리 인상 폭도 확대됐다. 물가안정목표제를 장기간 운영하더라도 이러한 경향은 사라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시장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좌우하는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가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불신이 지속되면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더욱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 부담은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압박 속에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는 현상에도 시사점을 준다.
재정 긴축 약속 뒤집은 트럼프 행정부
지난해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금융시장은 재정적자 축소에 기대를 걸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정부 지출을 2조 달러(약 2,653조원) 줄이겠다고 약속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감축 목표가 1조 달러(약 1,326조원)로 축소됐지만 시장에서는 재정 건전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이어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과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4월 초 발표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조치로 주식과 미국 국채, 달러화가 동시에 하락했다. 통상 금융시장에 불안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달러로 자금이 몰리지만, 이번에는 이들 자산까지 매도세에 휩싸였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재정적자 축소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 지난해 5월 28일 정부를 떠난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재정적자를 늘려 DOGE의 지출 감축 노력을 무색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 의회예산국(CBO)은 해당 법안의 세제 조항만으로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3조8,000억 달러(약 5,042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출 감축을 통한 재정 건전성 개선을 약속했던 행정부가 오히려 대규모 감세로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 속에 달러 가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달러인덱스(DXY)는 10.8% 하락해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한 1973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낙폭을 보였다. 2024년 말 약 110이었던 지수는 97 아래로 내려갔다.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약세 기조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가 미국 경제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었던 스티븐 미란은 달러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 구상까지 내놨다. 이와 함께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백악관은 지난해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시도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미란이 연준 이사로 임명됐다. 미란은 이후 모든 금리 결정 회의에서 인하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통화정책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추려 한다는 우려가 커졌다.
재정적자 확대에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치
트럼프 행정부의 저금리 압박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의 부채 관리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가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이려면 지출을 축소하거나 세수를 늘려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재정 건전성 개선보다 낮은 금리를 통해 정부의 자금조달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올해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으로 국방비 지출까지 늘면서 재정 상황은 더 악화됐다. CBO에 따르면 8월까지 전쟁에 투입된 비용은 380억 달러(약 50조원)를 넘어섰다. 백악관은 6월 876억 달러(약 116조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으며, 2027년 국방예산안 규모도 1조5,000억 달러(약 1,990조원)에 달한다. 이는 기존보다 약 50% 늘어난 규모다.
늘어난 지출은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달 종료된 2026회계연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9,930억 달러(약 2,644조원)로 전년보다 2,180억 달러(약 289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 지출은 3,860억 달러(약 512조원) 늘었지만, 세입 증가액은 1,690억 달러(약 224조원)에 그쳤다. 특히 국채 순이자 비용이 전년 대비 11% 증가하며 재정 부담을 키웠다. 미국의 총부채는 40조 달러(약 5경3,076조원)를 넘어섰으며 이자 지급액이 국방비를 웃도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는 국채금리 상승으로 나타났다. 미 재무부가 8월 13일 발행한 250억 달러(약 33조원)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216%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30년물 국채금리는 9월 29일 5.62%까지 오른 데 이어 10월 7일 장중에는 5.70%로 높아졌다. 2002년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이후 첫 금리 인상으로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의지를 드러냈지만, 장기 국채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신뢰를 높여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의 2년물 국채금리가 약 4.92%였던 반면 30년물은 5.62%까지 오르며 금리 격차가 약 0.70%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는 당장의 긴축정책만으로는 향후 미국의 재정 건전성과 물가 안정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 위험 프리미엄 상승, 장기 부담 불가피
문제는 이러한 국채시장 불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선 연구에서 확인됐듯이 과거 재정 운영에 대한 불신은 정권 교체만으로 해소되지 않으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보다 구조적인 위험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20~30년 만기 국채를 조기 재매입하는 바이백을 통해 시장 안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재정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이어질 경우,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 압력이 커지고 물가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고금리 부담은 가계의 대출 비용 증가와 기업 투자 위축, 고용 감소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iscal Populism and the Long Bill for U.S. Treasurie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