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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로봇 강국 일본의 위기, 피지컬 AI 주도권 미·중에 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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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4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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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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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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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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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 제조 강점에도 차세대 기술 경쟁력 약화
미국은 자본·AI 모델, 중국은 생산·데이터 우위
해외 소프트웨어 의존 심화에 전문 연구인재 확보도 난항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AI 기업에 유입된 민간 투자금은 7,570억 달러(약 1,004조원), 중국은 1,320억 달러(약 175조원)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투자 유치액은 70억 달러(약 9조원)에 그쳤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 격차 속에서 일본 정부가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한 분야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이다. 현실 세계의 로봇과 차량, 생산라인을 제어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수십 년간 축적한 산업용 로봇 기술과 제조 현장의 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전략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인프라를 갖춘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기존 인프라 대부분은 1990년대 산업 환경에 맞춰 구축돼 오늘날의 기술 경쟁에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본의 산업 체계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로봇 보유량으론 피지컬 AI 경쟁력 보장 못 해

일본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로봇 산업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일본은 2022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의 약 46%를 생산하며 세계 최대 제조국의 입지를 굳혔다. 2024년에도 신규 설치량 4만4,500대, 가동 중인 로봇 45만500대를 기록하며 세계 2위 산업용 로봇 시장의 지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일본이 산업용 로봇의 주요 공급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줄 뿐 로봇의 지능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입증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2024년 일본의 신규 로봇 설치량은 전년 대비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중국은 전 세계 신규 설치량의 54%를 차지했으며, 가동 중인 로봇도 200만 대를 넘어 일본의 4배 이상에 달했다. 피지컬 AI가 기계의 실제 작동 데이터를 학습하며 발전한다는 점에서 데이터는 로봇 제조국보다 실제 가동 현장에 집중된다. 로봇 생산 능력뿐 아니라 가동 현장에서 확보하는 데이터의 양이 피지컬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인 셈이다.

일본 기업과 공공기관의 낙후된 운영 체계도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8년 디지털 전환 보고서에서 노후화된 기업 정보시스템을 교체하지 않을 경우 2025년 이후 연간 최대 12조 엔(약 102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2024년 6월에야 일본 디지털청은 차량 재활용 관련 규정 1건을 제외한 행정 절차상 플로피디스크 사용 의무 규정 1,034건을 폐지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해외 언론은 이를 조롱거리로 삼았지만, 이 사례는 피지컬 AI 시대에 일본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일본 정부가 국가적 자산으로 내세우는 제조 현장의 '암묵지'는 수천 개 기업에 분산돼 있으며 표준화는 물론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형태로 축적된 사례도 드물다.

주: 중국의 연간 산업용 로봇 설치량은 일본과 미국, 한국의 설치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자본과 휴머노이드 생산의 중심축, 미·중으로 이동

피지컬 AI를 둘러싼 자본과 기술 경쟁에서도 미·중의 우위가 갈수록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미국의 AI 분야 민간 투자액은 2,859억 달러(약 379조원)로 중국의 124억 달러(약 16조원)보다 23배 많았다. 중국은 이 통계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정부 주도 펀드를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한편, 일본 총무성의 '2026년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투자를 유치한 AI 기업은 미국이 1,953개사에 달한 반면, 일본은 56개사로 세계 10위에 그쳤다. AI랭킹스(AIRankings)의 연구 성과 순위에서도 일본은 최근 수년간 10~12위에 머물렀다. 산업 전반의 주도권을 노리는 기술 강국으로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피지컬 AI의 핵심 응용 분야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도 일본의 입지는 크게 약화됐다. 과거 혼다의 '아시모(ASIMO)'를 앞세워 로봇 기술력을 과시했던 일본과 달리 현재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1만3,318대로 전년의 약 6배에 달했다. 출하량 상위 6개 기업은 모두 중국 업체로 애지봇(AgiBot)이 5,168대, 유니트리(Unitree)가 4,200대, 유비테크(UBTech)가 1,000대를 각각 출하했다. 반면 미국의 피겨AI(Figure AI), 어질리티로보틱스(Agility Robotics), 테슬라는 출하량이 각각 수백 대에 머물렀으나 로봇의 시각·언어 정보를 실제 움직임으로 전환하는 AI 모델 기술에서는 앞선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의 'GR00T',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로보틱스(Gemini Robotics)', 피지컬인텔리전스의 'π0.5'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도 AI 모델과 로봇 하드웨어의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8월 딥시크(DeepSeek)는 유니트리에 1억4,000만 위안(약 270억원)을 투자하기로 합의하고 양사 간 협력에 상호 우선권을 부여했다. 중국산 AI 모델과 중국산 로봇 하드웨어를 결합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일본 기업은 옴디아의 출하량 상위 6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며 국제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일본산 로봇 AI 모델도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주: 지난해 중국 업체 3곳의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전 세계 출하량의 78%를 차지했다.

일본 AI 산업의 해외 기술 의존도 심화

일본이 로봇 제조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AI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주요 기업들의 최근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이달 초 닛산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개발 조직을 둔 소프트웨어 기업 '어플라이드인튜이션(Applied Intuition)'과 차량 공통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부터 이어진 협력을 바탕으로 닛산의 여러 차종에 미국 기업의 차량 운영체제(Vehicle OS)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혼다도 올해 6월 30일 같은 기업과 유사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양대 자동차 제조업체가 차량의 지능을 좌우할 핵심 소프트웨어를 미국 기업에 의존하는 셈이다. 특히 닛산은 2024회계연도에 6,709억 엔(약 6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공장 7곳 폐쇄와 직원 2만 명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이 '노에트라(Noetra)'다. 올해 7월 1일 소프트뱅크, NEC, 혼다, 소니 등 44개 기업의 출자로 출범한 노에트라는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의 로봇 및 피지컬 AI용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5개년 사업에 선정됐다. 정부 지원 규모는 올해 회계연도 3,873억 엔(약 3조원)을 포함해 향후 5년간 최대 1조 엔(약 8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임에도 해외 연구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를 중심으로 구성된 연구 조직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 캐나다 연구기관을 비롯해 일본과 미국, 유럽의 14개 기관과 약 200명의 연구자가 참여한다. 국제 공동연구가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출범 초기부터 상당한 해외 전문인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은 일본의 취약한 연구인력 기반을 보여준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도 부담이다. 중국 딥시크와 유니트리가 단일 계약으로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과 달리 노에트라는 44개 출자기업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연합체다. 수개월마다 새로운 AI 모델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여러 기업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이러한 의사결정 방식은 신속한 기술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령화·박사인력 감소에 AI 연구 기반도 흔들

노에트라가 대규모 투자와 기업 간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일본의 인구구조와 연구인력 부족 문제는 예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지난해 인구조사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1억2,297만2,528명으로 2020년 대비 317만 명 감소한 수준이다. 65세 초과 인구 비율은 29.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피지컬 AI 산업의 핵심인 고급 연구인력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2년 박사과정 입학생은 1만4,380명으로 2003년 1만8,200명보다 21% 감소했다. 문부과학성의 박사인력 육성 실행계획에 따르면 주요국 가운데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2020년 인구 100만 명당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도 일본은 123명으로 영국(313명)과 독일(315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일본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에 따르면 2006~2019년 중국과 한국의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사실상 두 배로 증가한 반면 일본은 1만7,860명에서 1만5,128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박사급 연구인력 감소가 심화되자 일본 정부는 올해 7월 연구장학금 지원을 확대해 연간 박사학위 취득자를 2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는 2019년보다 약 3분의 1 큰 규모다. 그러나 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낮은 보상 수준이 인재 양성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일본 국립대학협회 회장은 자국 노동시장에서 박사학위 취득자의 급여가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직무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연구인력 양성에 필요한 시간도 문제다. 정부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올해 박사과정에 진학한 학생이 독립적인 연구자로 활동할 수 있는 시점은 2029~2030년이다. 이때는 노에트라의 5년간 연구개발 예산이 이미 상당 부분 집행된 이후다.

제조업 강국 일본, 피지컬 AI 주도권 확보는 불투명

일각에서는 일본이 반드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경쟁에서 승리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제조 현장에 축적된 숙련 기술자의 암묵지를 해외에서 개발한 AI 모델에 접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제조 현장 데이터의 희소성이 유지될 때만 유효하다. 최근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의 개방이 확산하면서 일본이 보유한 제조 현장 노하우의 상대적 가치도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엔비디아는 로봇용 AI 모델 'GR00T' 시리즈의 가중치를 공개했으며 중국에서는 산업용 로봇의 빠른 보급에 힘입어 실제 작업 데이터가 대량으로 축적되고 있다. 이처럼 AI 모델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경쟁국의 데이터 확보 능력이 확대되면 제조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만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워진다. 일본이 자국의 제조 기술을 해외 AI 시스템에 제공하는 데 그친다면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단순 데이터 공급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산업성과 노에트라 출자기업들은 실제 성과를 중심으로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노에트라의 성패는 참여 기업 수가 아니라 2028년까지 일본산 AI 모델을 도입한 생산라인을 얼마나 확보하고 기업들이 영업비밀로 관리해 온 데이터를 얼마나 활발하게 공유하느냐에 달렸다.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닛산과 혼다는 미국 어플라이드인튜이션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차량을 생산하는 조립업체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 수준의 급여를 제시하며 해외 우수 인재를 대규모로 유치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결국 일본의 피지컬 AI 경쟁력은 막대한 재정 지원을 실제 기술 개발과 산업 현장의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연구인력 부족과 해외 기술 의존도 등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일본이 오랜 기간 축적한 제조업 경쟁력을 피지컬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은 미국과 중국에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apan’s Advantage in Physical AI Is a Thing of the Past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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