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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방위에서 능동억제로” 군사대국화 액셀 밟는 일본, 美 전략 요구·獨 재무장 흐름 반영

“전수방위에서 능동억제로” 군사대국화 액셀 밟는 일본, 美 전략 요구·獨 재무장 흐름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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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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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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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국가 일본’의 종언 시나리오
미국 동맹 구조 재편 속 방위력 증강 명분 확대
독일 재무장 흐름도 일본 정책 전환 촉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군사적 자율성을 제한해 온 일본이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안보 3문서 개정을 기점으로 반격 능력의 실전 배치와 방위산업 구조 개편까지 동시에 추진하면서, 일본의 안보 정책은 방어 중심에서 능동적 억지 전략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국면이다. 미국의 동맹 재조정 압박과 독일 재무장이라는 외부 변수까지 맞물린 가운데, 전범국이라는 역사적 제약은 정책 판단의 중심에서 점차 밀려나는 모양새다.

다카이치, 무기수출원칙 이어 안보3문서 개정 추진

2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꾸린 '종합적인 국력에서 안보를 생각하는 전문가 회의' 첫 회의가 전날 저녁 총리 관저에서 열렸다. 회의체에는 사사에 겐이치로 전 주미 대사, 구로에 데쓰로 전 방위사무차관,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엔도 노리코 와세다대 연구원 교수 등 15명이 참여했다.

이번 회의체 구성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해 10월 국회 연설에서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를 올해 개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냉전 이후 비교적 안정된 국제질서는 과거의 것이 됐다"며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주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중동 정세 등을 언급하며 새로운 전투 방식에 대한 검토와 장기전에 대비한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의 안보 정책은 세 가지 핵심 문서에 의해 방향이 정해진다. 첫째는 국가안전보장전략(NSS)이다. 외교·안보 정책의 최상위 지침으로, 일본이 어떤 위협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할지를 규정한다. 다음은 국가방위전략(NDS)이다. NSS를 바탕으로 한 군사 전략 문서다. 자위대의 역할, 작전 개념, 전력 운용 방향 등을 담고 있다. 마지막은 방위력 정비계획(DBP)이다. 구체적인 무기 도입, 예산, 전력 증강 계획을 담은 실행 로드맵이다. 이 세 문서는 서로 맞물려 일본 안보 정책의 '설계도–전략–예산' 구조를 이룬다. 가장 최근 개정은 2022년으로, 당시 일본은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공식화하며 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번 3대 안보 문서 개정에서는 2022년 개정 이후 변화한 국제 정세를 반영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과 북한의 군비 확대뿐 아니라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올해 2월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등으로 안보 환경과 전쟁 양상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2022년 문서에서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던 '반격 능력'을 실제 운용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장거리 미사일 배치, 타격 체계 정교화, 지휘·통제 체계 강화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쟁점은 '새로운 전쟁 방식'에 대한 대비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의 전투에서는 저가 드론 등 무인기가 대량 투입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활용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장비 체계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만큼, 일본이 새로운 전쟁 방식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에 걸쳐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지속 전투 능력' 구축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유사시 탄약과 무기 등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방위산업 기반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3대 안보 문서 개정 전문가 회의에 앞서 지난 21일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 수출을 제한했던 ‘방위장비 이전 3원칙’도 폐기했다.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영지침에서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 등 5가지 용도 규정을 지운 것이다. 이는 살상 무기 수출까지 가능하게 함으로써 방위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유사시 전투 수행 능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도 “일각의 유예도 없다”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며 방위력 증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재천명했다.

미국, 인태 전략 한 축으로 일본 역할 확대 요구

무엇보다 이번 개정의 본질은 일본 안보 정책의 성격 변화에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戰犯國)인 일본은 전후 성립된 평화헌법에 따라 공격을 받을 경우에 비로소 최소한의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견지해 왔지만, 최근 흐름은 분명히 다르다. 공격을 받기 전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 확보, 장거리 공격 수단 보유, 미일 동맹을 넘어 다자 안보 협력 확대 등은 일본의 안보 정책이 수동적 방어에서 능동적 억제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같은 일본의 변화는 미국의 묵인 혹은 활용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후 일본의 안보 전략은 ‘자율성 포기와 안보 확보의 교환’이라는 구조 위에서 작동해 왔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제 이후 일본은 평화헌법 9조를 기반으로 군사력 확대를 억제하는 대신, 미일안보조약(U.S.-Japan Security Treaty)을 통해 미국의 군사 보호를 받아들이는 선택을 고착화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안보 문제를 미국에 의존해 군사적 재무장을 피하고, 경제 발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요시다 독트린’을 채택했으며, 이는 미국 중심 질서에 편입된 비대칭 동맹 구조를 장기간 유지하는 기반이 됐다.

이 구조는 냉전 이후에도 유지됐다. 일본은 걸프전(1990~1991년), 대테러전(2001~2021년) 등 주요 국제 분쟁에서 직접 군사 개입을 자제하는 대신, 재정 지원과 후방 지원을 확대하며 미국에 동맹 기여 방식을 조정해 왔다. 동시에 동북아 안보 환경이 악화될수록 미국 의존도는 오히려 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군사적 자율성 확대 요구와 동맹 의존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고, 학계에서도 이를 ‘자율성 포기와 억지력 확보 사이의 긴장’으로 규정해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일본에 대한 전략적 요구에도 변화가 생겼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을 보면, 미국은 일본에 미일 동맹의 구조적 재조정과 자국의 안보정체성(National Security Identity) 재정립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미일 동맹의 지속가능성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과 자율적 능력 강화라는 실질적 행동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는 요구다.

일본 정치권은 트럼프 행정부가 NSS를 통해 다시금 ‘동맹의 조건부 성격(Conditional Alliance)’을 명시화한 것으로 인식했다. 가치동맹이라는 수사 대신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파트너십만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동맹의 개념을 재해석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군사적 보호를 공공재로 제공하지 않고, 상호 기여를 전제로 한 거래적 동맹(Transactional Alliance) 체제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현시점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 견제다. 이를 위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부담을 대신 질 수 있는 행위자를 필요로 하는데, 최적의 선택지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재무장은 미국 입장에서 비용 절감 수단인 셈이다.

전범국 독일의 군사 귀환도 일본 재무장 명분 제공

독일의 재무장 움직임도 일본에 전략적 당위성을 제공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은 '시대전환(Zeitenwende)'을 선언하고, 올해 국방비를 1,000억 유로(약 171조원)를 웃도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세계 상위권으로 부상했다. 재정 규율과 분리된 군비 증강을 추진하고, 병력 증원과 징병제 부활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이달 22일에는 ’군사 방어의 전반적 개념‘이라는 군사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독일이 안보 정세 판단과 유사시 병력 운용 계획 등을 종합한 군사 전략을 수립한 것은 동·서독 분단 시절인 1955년 연방군 창설 이후 처음이다.

‘유럽을 위한 책임’이라는 부제가 붙은 문서에서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대 동맹국이라는 위상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륙 방위의 중심축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동시에 유럽 최강 수준의 재래식 군사력 구축을 목표로 설정하며, 군사적 개입 범위를 자국 방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특정 지역에 한정된 방어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필요 시 세계 어디서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독일의 노선 전환 배경에는 러시아 위협에 대한 위기 인식과 미국의 전략 축 이동이 자리하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며, 중장기적으로 나토에 대한 직접적 군사 도발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특히 러시아가 사이버·정보전 등 비군사 수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술을 확대하는 동시에 장거리 타격 능력을 기반으로 유럽 전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을 핵심 리스크로 지목했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구체적인 군사력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2039년을 목표 시점으로 설정하고 단계별 전력 고도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1단계(2026~2029년)는 ‘지금 당장 싸울 수 있는 군대’로 전력을 집중 증강하고, 2단계(2029~2035년)는 나토 선도 국가, 3단계(2035~2039년)엔 혁신 기술을 접목한 ‘기술적 절대 우위 군대’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역 26만 명, 예비역 20만 명 등 병력 46만 명과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 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명시했다. 독일은 지난해 헌법을 고쳐 국방 예산 한도를 아예 없앴고, 올해 국방 예산은 지난해보다 25% 이상 늘린 1,080억 유로(약 185조원)로 책정한 상태다.

일본과 같이 전범국이라는 멍에를 메온 독일의 재무장은 일본에 군사 정상국가화라는 담론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군사안보 전문가는 “독일이 재무장에 나선 상황에서 전범국이라는 이유로 일본만 군사력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며 “특히 세계적으로 안보 위협이 현실화된 만큼, 역사적 책임보다 현재의 억지력이 정책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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