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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인증 후기 - 3.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

학위 인증 후기 - 3.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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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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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아래는 귀국 후 20일만에 eduQua 인증 심사 합격 통보를 받고 난 다음에 쓴 글이다.


심사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국내에서 대학 설립해볼까 싶어서 처음 사립학교법 조항들 뒤적이던 때부터,

대학 인수하겠다고 전국의 "폐교 위기"에 직면한 학교의 (숨겨진) "주인"들 만나던 시점도 생각나고,

스위스 학교들이랑 협상하던 일, 그리고 변호사랑 계약서 놓고 투덜대던 일들 같은게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만세부르고 뛰어다닐 줄 알았는데, 별로 감흥이 없다. 이제 Entry고, 이게 시작인 걸 무의식 중에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굳이 따지자면, 눈 앞에 있는 더 큰 고민 때문에 괴롭고, 스트레스가 곱절로 더 쌓인다.

 

미국의 Accreditation 시장

보통 미국에서 대학을 만들면, 특히 MBA로 돈벌이를 할려고 하는 대학들은,

졸업생이 나와야 Accreditation 신청이라도 해 볼 수 있으니까,

보통은 알고 있는 지인들을 거의 유령 학생처럼 등록해서 최소 요구조건을 채운다.

물론, 설립 시점에 각 주별로 Ministry of Education 같은 부서에서 대학 교육 한다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저 아래에 어느 학교 이야기에서 잠깐 나오겠지만, 그 도장(?)부터 안 찍어주는 학교들도 많다.

 

그렇게 반쯤 유령 학생들 석사 교육 2년으로 최소 2차례 입학생, 1차례 졸업생이라는 요구조건을 충족시킨다음,

지역 인증 (Regional accreditation) 심사 기간 2년을 더 보내서 대략 4-5년을 거쳐 겨우겨우 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인증"을 받게 된다.

석사 아니라 학부만 운영했으면 심사 자격 갖추는데만 아마 5년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각종 요건을 갖춰야하기 때문에 온갖 괴롭힘을 다 겪고, 중간에 포기하는 학교들도 은근히 많다.

미국에서는 Regional accreditation 심사 취소되면 대안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교들이 등록금도 잘 안 받는다.

받더라도 우리가 인증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군소리하지 마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국 Regional accreditation을 받은 대학은 은행들이 학자금 대출을 해 주기 때문에,

교육으로 돈 벌이를 하려는 학교들에게는 필수 인증이라 학교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대신 인증서를 받는 순간부터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서 보통 4만불/년 x 4년짜리 학부를 운영하기 시작한다.

요즘은 1년 7만불짜리도 흔히 본다.

 

그 다음은, MBA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서 AACSB라는 상위 Tier 인증을 도전한다.

위의 Regional도 그렇지만, AACSB도 또 졸업생이 있어야하고, 신입생을 2번이상 받았어야하고, 교수진들이 논문이 많아야하고 등등의 조건이 있는데,

여기도 알고 있는 지인들을 유령 학생처럼 등록해서 최소 요구조건을 채운다. 근데 이건 약과다.

요건 충족하는 교수진 채용이 훨씬 더 난이도가 높다. 쓰레기 논문이라도 돈 주고 SCI 저널 등재기록 만들고 이런 더러운 짓 많이하더라.

또다시 3-4년이 지나간다. (국내 모 국립대학 신생 경영학과가 6년만에 AACSB 인증 받은게 국내 최단기록으로 알고 있다.)

AACSB인증을 받은 학교의 MBA는 또 은행들이 학자금 대출을 해주고, 기업들이 자기네 직원에게 학비 지원을 해준다.

이래저래 운이 나쁘면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쓰고나면, Regional accreditation과 AACSB를 갖춘 대학이 되는데,

그렇게 고생하면서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으니 당연히 그 분들도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하지 않겠는가?

이제 학교 랭킹 끌어올리는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학비도 MBA학위 하나에 15만불, 20만불을 막 부른다.

E-MBA는 50만불, 100만불 부르는건 놀랄 일도 아니다.

 

여전히 Student loan은 인생의 굴레라는 비판이 많지만, 그래도 학위 유무가 자기 인생을 바꾸니까 학생들은 꾸역꾸역 찾아온다.

학비 비싸다고 징징대는거 알지만, 미국도 대부분의 대학교는 Non-profit 기관이어서 남는 돈이 별로 없는데도,

심지어 정부 지원금을 엄청나게 받는데도, 정작 교수들은 연봉이 모자라서 반강제로 2nd job을 뛰는 걸 봐라.

또 다른 예시로, 박사시절 내 지도교수가 연구 주제로 미팅하다 농담 따먹기로 넘어가면 종종 연봉 200만불 + 어마어마한 보너스 패키지 같은 헤지펀드들 오퍼 메일 보여줬었는데,

실제론 그 정도 레벨의 연봉을 학교에서 줄 수 있을만큼 엄청난 학비를 받아야 2nd job 안 하고 싶은 적절한 시장 가격이겠지?

이렇게보면 Higher education 시장에서 수요-공급이 제대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은 EMBA 처럼

학비는 엄청 비싸지만 교수들은 시간 때우며 가르치는거 없는 잉여 학위 같은 곳 밖에 없는 듯.

나머진 교수라는 사람들이 솔까말 자원봉사다. 그나마 사회적 지위, 명성, 안정성 같은게 따라오니까 다들 하고 싶어하는거겠지. 아님 봉사하기 귀찮으니까 엉망으로 가르치고.

 

학교 설립부터 뛰어난 교수 인재까지 다 모으는 엄청난 노력을 다 쏟아붓는데 몇 십년의 세월과 그렇게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지난 글에도 썼지만, 미국에서 학위 인증 받으려고 몇 년간 고생하다 사기로 고소당한 분은, 위의 사정을 감안하면 억울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인증 절차 진행 중에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요구조건들이 정말 많은데, 그걸 다 해주는 와중에 몇 년씩 학교 운영하는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벌써부터 느끼는 판국이니까.

학위주는 기관 만들려고 죽어라 고생해봐야 학비 비싸다고 투덜거리기나 하고, 근데 제대로 가르치면 나가떨어지고, 쉬운거 가르치면 학교 무시하고...

이러니까 어지간하면 대학교 만들면 안 되는거다.

 

다른 학위 인증 (Accreditation)들

지역 인가 이외에도 미국에서는 온라인 대학들 전용 인가인 DEAC (Distance Education Accrediting Commission)이라는 곳도 있고,

최근 살펴보니 University of the People이라고 하는 신흥 사립 온라인 대학이 2014년에 DEAC에서 인증을 받았더라.

2009년 설립된 학교인데 5년 동안 오랜 고생을 겪었던 것 같고, 최근까지도 캘리포니아 주의 대학교육기관 지정 (즉 "도장")을 위해

여러 고충을 겪었던 이야길 봤다.

우리가 타겟하는 인증 중 하나다. 최근 미국 외의 해외 교육기관에 대한 인증도 시작했거든.

인증받고나면 미국으로 이사갈까?ㅋ 근데 주 별로 해 주는 대학 교육 기관 "도장" 받으려면 또 준비를 한참 해야겠지...

 

미국 학교들은, 특히 MBA로 돈 벌려는 학교들은 위에서 말한대로 각 지역별 Regional accreditation + AACSB로 끝내는데,

그 외 국가들의 학교들은 AACSB에 나머지 2개 (AMBA, EQUIS)를 붙여 Triple Crown이라고 불리는걸 만들어 내려고 노력들을 한다.

유럽에는 Triple Crown학교들이 많다. 스위스의 IMD부터 영국의 ICL을 비롯해서 유럽 대학들이 대체로 Triple Crown에 엄청 신경을 쓴다.

(국내에야 잘 안 알려져 있겠지만, 스위스의 IMD나 영국의 ICL은 국제적인 평판만 보면 SNU 같은 학교들 압살하는 수준이다.)

이 중 학교 레벨 인증 (Institutional Accreditation)이 아니라 프로그램 레벨 인증 (Program Accreditation)을 하는 EQUIS의 EFMB가

우리의 다음 타겟 중 한 곳이다. 유럽 특화된 인증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Law school, Pedagogical school 등등의 다양한 실용학문들은 제각각 학위 인증 시스템들이 나라별로 다양하게 있더라.

해외에 학교 설립하며 졸지에 글로벌 학위 인증 시장을 공부하게 됐는데,

각 기관별 요구 조건을 알고나니 왜 내가 다닌 학교들이 그렇게 운영되었는지도 알게 됐고,

학교라는 조직들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면서 저런 기관들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며 영업을 하는지도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다.

 

내 프로그램 호스팅 계약 파기하던 무렵 그 학교의 Dean이 날더러

"You may have little more knowledge in Data Science, but you know nothing about running a university."

라고 그랬었는데, 20년 넘게 학교 운영하던 그 분들을 내가 무슨 재주로 단박에 따라잡을 수 있을까?

 

실제로도, Accreditation 과정 중 요구사항으로 교육 퀄리티는 둘째문제고, 학교 운영을 해 보니 그 뒤에 더 큰 문제가 있더라.

Program accreditation 심사 때는 묻지 않지만, Institutional accreditation 심사를 할 때는,

그런 온갖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정말 괴로울만큼 꼬치꼬치 캐 묻는다.

교육 퀄리티만큼이나 학교라는 조직을 경영할 능력이 있는지, 시장 수요를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는거겠지.

 

Higher education 운영 고민?

참고로 심사 중에, 교육 관련해서 온갖 문제가 있었을텐데, 어떻게 처리했냐, 증거인 회의 의사록 들이대라 같은 요건들도 있다.

거기다, 교수 총회, 학생 총회 열었냐, 학생들한테 의견 수렴해서 다음해부터 운영방침 바꾼 기록 있냐, 이사진 모임 등등등등

학교 운영에 대한 자료만 몇 백 페이지는 보내준 것 같다ㅋ 학생들한테 겨우 이 돈 받으면서 이렇게까지 시달려야되나 싶더라ㅠ

 

시달리던 끝에 내린 결론은, 한국인만 계속 받을거라면 더 이상 학위 인증에 신경 더 쓰지 말고, 지금 이대로 그냥 놔두는게 답인 것 같다.

내 기준으론 국내 모든 대학이 다 sub standard 교육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학교 아니면 최소 1-2억 쓸 각오하고 유학 나가야 되는데,

그런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 숫자도 몇 명 없는 것 같고, 대부분은 그냥 Fancy해 보이는 학위만 따서 거들먹거리고 싶은 겉멋사냥꾼들이고,

겉멋사냥꾼 수준은 아니더라도 자기 수준 잘 모르고 까불거릴 줄만 아는, 내 교육을 흡수할 수 있는 학생 숫자가 거의 없는 시장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실에 부딪혀가며 완벽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짐작으로야 오래전부터 알고 있긴 했지만...)

 

왜 학부 시절 교수님들이 박사 가겠다고 추천서 써 달라고 그러면 "어려운" 과목들 학점보고 까탈스럽게 구셨는지 너무 이해가 된다.

Research school 레벨의 교육을 따라갈 수 있는 검증이 안 되었는데, 살아남는 사람 거의 없는 교육인데, 괜히 뻘짓하지말고 직장 다니며 조용히 살아라는 거겠지.

똑같은 맥락에서, 어차피 내 방식으로 핵심 Theory를 이해해야 현실 적용이 가능한 교육을 따라올 수 있는 인재는 거의 없는 나라인데,

그 몇 명 때문에 매년 마이너스를 찍어가며 착하게 퍼주기만 하고 살기에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사업가고, 생활인이고, 인간이다.

그렇다고 난 허접 MBA같은 Fancy 학위 팔아먹는 학위장사꾼은 아니거든. 팔아먹어야 운영할 수 있음 차라리 접어야지 뭐.

 

그게 아니면, 위의 미국 신생 대학 예시처럼, 이번에 설립한 스위스의 사립 대학을 유럽, 미주 시장으로 키우는 도전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고생은 우습게 보일 시간, 노력,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겠지.

그런데 이건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데... 학교 운영은 커녕 교육만 빼놓고봐도 나는 오래 전에 내려놨던 일인데...

가장 한국인을 위한 길이 어째 한국인들한테는 안 되니까 외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내 인생을 갈아넣어야 된다는 황당한 해결책 밖에 없다니...

최소한 멍청한 정부가 제대로 예산만 배정했더라도, 공돌이들이 세금 파티만 안 했더라도, 지난 5년간 DS전공 제대로 키워놨으면 지금보단 나았을텐데 에효...

 

그래, 명품 매장은 구매력 있는 부자나라에나 생기는거였지.

 

Higher education과 사업 간 시너지

이번 출장 중에 우리 회사 담당인 스위스 은행 세일즈와 처음으로 Face-to-face 미팅을 하는데, 미팅룸 밖에서 우리를 힐끗힐끗 보는 사람이 너무 많길래,

혹시 내가 뭐 문제 일으켰냐고 물어봤더니, 처음 계좌 개설할 때 이런 교육을 혼자서 다 한다는 서류를 들이미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거 거짓말인 것 같다로 자기네들끼리 말이 많았었다며,

오늘 이렇게 실물을 보게된다고 내가 스위스 방문 일정 잡던 때부터 다들 엄청 기대(?)하고 있었단다ㅋ

Respect라는 단어를 5번쯤 들은거 같은데, 입발린 칭찬이라도 유럽 백인한테 이정도까지 칭찬을 듣나ㅋㅋ 오래 살고 볼 일이다ㅋㅋ

우리 SIAI가 스위스 시장에 정상적인 학교 구조를 갖추고 교육을 공급하면 이 교육을 받으러 올 사람이 엄청 많을 것 같다고 입에 발린 칭찬(?)을 하더라.

세일즈가 고객에게 흔히 하는 칭찬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한국 같은 2류 인재들 시장에서는 확장성에 한계가 명확한 교육일지 몰라도,

이런 선진 시장에서는 학교만 좀 더 체계를 갖추면 진짜 시장 진입이 가능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착각인가?ㅋ)

대신 그게 엄청 고난의 길이니까 문제인거지.

 

내가 찾은 타협점은, 키우려는 우리 회사 조직의 기능 중, 대학교처럼 한국에서는 빡빡한 규정상 무리, 아니 불가능하지만,

스위스라는 자유주의 기업가 천국에서는 가능한 사업라인들을 붙여서 대학 교육과 같이 키우면서 Win-win 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오면,

해외 운영을 계속하면서 한국인 학생들 중 극소수의 능력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는 안이다.

온라인 대학이라 학교 주소를 이전하는 것도 부담이 없으니까, 스위스 여러 주를 옮겨다니거나, 아예 다른 나라로 본사 이전해도 큰 상관이 없기도 하고,

우리에게 빡빡한 제한을 하지 않는 (지방)정부를 골라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까.

 

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인가 모으는거, 분명히 엄청 힘들기는 하겠지만,

사업 키우는데 학교 써먹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흠.

이런 고민을 하는걸 보면 확실히 나는 쉽게 돈 버는 사업 못 고르는 바보 사업가지 교육에 정체성을 둔 교육자는 아닌 것 같다.


 

학위 인증 후기 - 1.어쩌다보니 스위스ㅠㅠ

학위 인증 후기 - 2.(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학위 인증 후기 - 3.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

학위 인증 후기 - 4.학생들과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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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인증 후기 - 2.(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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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사립대학 민간인증 기관인 eduQua의 심사를 받고 귀국했던 날 밤에 쓴 글이다.


국내 대학은 설립 전에 대략 2년 정도 교육부의 심사를 받고, 졸업생은 커녕 입학공고를 하기 전에 사전인가를 받아야 한다.

심사 내용 중, 인적요건과 물적요건을 다 충족시키려면 수도권에선 대략 2,000억원 남짓이 필요할 것 같고,

지방으로 내려가도 최소 500억은 있어야 된다. 대학원대학처럼 수익성재산 요구조건이 100억이어도 300억은 있어야 될 것 같다.

심사받는 2년간 인적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뽑은 직원들에게 수입 0원 상태로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줘야하는건 말할 것도 없다.

사이버대학도 수익성재산 35억, 토지/건물 요건 충족시키려면 최소 100억이다. 수도권은 300억 정도, 서울시내는 그 이상을 생각해야 될 것 같다.

 

스위스나 미국의 공식적인 인증은 정부 기관이 지정한 민간기관에서 실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교육을 다 받고나서 졸업생이 생기고 나서야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초고속으로 진행해도 3기 졸업생이 나오는 시점에 보통 사후인가가 나온다.

보통 신생 학교는 그런 준비를 완벽하게 다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히 Sub standard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인가해주다가는 지정 민간기관 자체가 지정 취소를 당하니까 빡빡하게 심사하는데,

한국인 입장에서 당황스러울만한 부분이, 규정 안에 인적요건과 물적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 이야기는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상세 요건 대신, 규정상 표현만 놓고보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Infrastructure를 갖고 있고, 실제로 학생들이 우수한 교육을 받고 졸업해서 시장에서 선호하는 능력자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위의 스위스 연방정부 인가 요구조건을 보면 알겠지만,

상식적인 항목인 a, b, h, i와 반드시 졸업생이 있어야한다는 g 항목을 제외하더라도,

c, d, e, f 항목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한국처럼 수익성 재산이 300억, 토지 면적 얼마 이상, 건물 연면적, 건축면적 얼마 이상 같은 이야기가 없다.

같은 문서 후반에 보면 Distance learning인 경우, 실험 연구 교육 등등 각각의 상황에 맞춰서 심사가 진행된다는 말도 적혀있다.

(특히 a는 스위스의 국가 설립 철학이다.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사고의 자유, 교육/연구의 자유, 나아가 학교건 뭐건 사업을 온갖 규정으로 막지않는... 여긴 나같은 자유주의자 기업가에게 천국인 나라다.)

 

해외 대학 인증은 하나같이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게 유지되느냐 (위의 d 항목)에 대해서 엄청나게 강조를 해 놨다.

위에 링크 건 인증 절차 설명 문서도 50페이지 중에 무려 20페이지를 d 항목에 대한 부가 설명으로 채워놨다.

특히 국내 요구조건과 겹칠만한 d항목의 Resources라는 세부 섹션 상세 사항을 봐도,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문제가 없을지를 담보할 수 있는 설비가 있느냐를 놓고 따지지,

국내처럼 건물 크기와 땅 넓이를 재는 뻘짓 따위는 없다.

 

좀 더 나아가면, 국내는 대학을 못 만들게 막아버리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반면,

스위스에선 For-profit university라고, 학교도 수익창출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학 설립이라는 사업을 권유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단, Sub standard 학교를 인가해주는 일은 없도록 Quality assurance라는걸 엄청나게 강조하더라.

그리고, 그 Quality는 토지, 건물, 수익성재산, 교수 숫자 같은 지정된 값이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 수준이 실제로 높게 나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항상 사후 인증으로 진행되고.

낮은 교육 수준을 공급하는 학교는 Accreditation을 못 받거나, 결국은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덕분에 유럽 대학들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A대학 수석이 B대학 꼴등 수준은 한국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겠지만, 유럽은 그런 일이 극히 드물다.

속칭 Diploma mill(학위 공장)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처음 설립을 고민하던 당시에 어느 한국인이 미국에 온라인 대학을 만들어서 한국인 학생을 받았는데, 무허가... 같은 단어 기사와 함께 구속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같은 상황이 될까봐 두려웠고, 솔직히 말하면, eduQua에서 합리적인 응대절차를 밟아주지않고 외국인이라고 차별했었으면 처음부터 포기했었을 것이다.

다만, 짧게나마, Entry level에 불과한 수준이나마 해외대학 인가 절차를 겪고난 요즘, 졸업생이 나올 때까지는 인가 신청도 못 하는 구조의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에

국내 기준을 들이대면서 학교 설립 첫 날부터 인가 없다고 무허가라며 구속시키는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

자세한 속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학교 인가만큼은 그 설립자 분이 얼마나 괴롭게 절차를 밟았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이제 나도 학교를 더 키우기 위해 상위 인가를 받으려고 학생들, 교수진들에게 논문 압박을 하는 길을 택할지,

아니면 내가 연락했던 대다수의 스위스 학교들처럼 적당히 교육만 시켜서 졸업시키는, 그래서 인가에 큰 욕심을 안 내는 길을 택할지

결정을 해야할 타이밍이 곧 올 것이다.

 

어쩌면 eduQua 이상의 더 상위 인가를 도전하지 않는 많은 학교들 중에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오버해봐야 얻을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했었겠지.

제대로 논문 쓰는 교수진이나 논문 쓸 능력을 익힐 수 있는 학생을 받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쪽 전공 기준으로, 도메인 지식 같은 세부 전공 주제를 떠나서, 수학, 통계학을 언어로 활용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다.

나 역시 한국인을 대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실험(?)을 하는 중인데, 경영학과도 살아남으니 성공한 것 같긴 하지만, 공대는 말할 것도 없고, 통계학과도 은근 실패 사례가 있을 정도니까.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내가 이정도면 그래도 괜찮.. 이라는 잣대를 잡았을 때 통과할 수 있는 논문 쓰는 교수진 그렇게 많지 않다. 하물며 학생들이야...

다만, 내 성격상 더 이상 상위 인가를 도전 안 한다고 다른 학교들처럼 학위장사로 방향을 트는 건 도저히 못할 짓인것 같다.

차라리 학교 문을 닫았으면 닫았지.

 

왜 하필 스위스?

왜 하필 스위스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었는데, 대답할 항목들이 너무 많지만,

일단은 아래의 스위스 연방정부 지정 심사기관 담당자의 메일 답변을 보자.

스위스는 학위 인가 (Accreditation)와 학위 인증 (Recognition)이 다르게 운영되는 특이한 나라다.

무슨 말인가하면, 정부 산하 기관에서 Accreditation을 받아도 다른 곳에서 Recognition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단독으로 존재하는 정부의 "관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국인에게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스위스 사람들 뇌 속에 정부라는게 "연방 정부"가 아니라 "지방 정부"고, 지방 정부마다 규정은 다 멋대로고, 마음에 안 들면 옆 지방으로 이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주"라는 개념이 없는 우리에게는 A주에서 Recognition 되는 학위가 B주에서 안 된다는게, 한 나라인데 왜 그러냐 싶겠지만,

심지어 한국-일본-중국 사이에서도 서로간 학위를 인정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미국 하버드에서 받은 석사 학위로 한국의 서울대에 박사 학위 지원에 쓴다던가, 혹은 반대로 Recognition 받을 수 있다는 법적 조항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기관의 선택에 따른다는 것이 현재 국제 전례고, 그러니 좀 더 영역을 넓힌 Recognition이 가능하도록,

Accreditation을 한 개 주, 한 개 국가에서가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하버드 학위를 인정 안 해주는 기관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스위스가 재미있는 나라인게, 학위 인가는 정부 산하 조직, 민간 조직 등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받고 운영이 가능하고,

특정 인가가 엄청난 이득을 받는게 불평등이라는 민간의 반발 때문에 아예 교육부가 학위 인증에 직접 관여하질 않는다.

대학 같은 교육 기관을 기업이 만들어서 운영해도 되도록 열린 시장, 즉 교육법이 아니라 상법이 대학 교육을 규제하는 것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학자금 지원금 정도 말고는 달리 개입도 없고, 규제도 안 한다.

거기다 연방(Federation)정부와 주(Canton) 정부 사이에서 정하는 내용도 다 다르다.

우리 SIAI 같은 경우도 어차피 온라인 대학이니까 Canton 중에 우리에게 가장 우호적인 곳을 골랐다.

 

대신 University라는 이름만큼은 정부가 지정하는 기관만 쓸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뒀는데,

비슷한 내용을 아래의 "스위스 교육부(?)"에서 받은 답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민간 기관의 경우, 연방 정부 고등교육법(?)인 HEdA 규정에 따라 SAC인가가 없으면 University라는 이름은 못 쓰지만,

그래서 자격증이 필요한 의료, 교육, 법 같은 분야는 못 진입하지만, 그 외 전공 학위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학위는 받아주는 사람이 결정한다.

eduQua 인가는 민간 인가고, 스위스 연방정부의 "인가 (Accreditation) 및 인증 (Recognition)"과는 관계가 없으니,

차라리 주(Canton) 정부를 찾아가서 물어보라고 답변을 해 놨다.

그럼 주 정부 관계자는, 너네가 이상한 사업하는거만 아니면 별로 신경 안 쓰니까 HEdA 규정 어기는거 아니면 너네 알아서 해라는 식이다.

(물론 안 그런 빡빡한 주 정부도 있다는 이야기를 설립 당시 변호사에게 듣긴 했었다.)

 

 

이런 좀 황당한 내용을 겨우 이해하고 난 다음에 다른 스위스 대학들 중에 내가 아는 곳들을 이곳저곳 뒤져봤는데,

스위스 남서부 Lausanne에 있는 IMD라는 유럽 1-3등을 왔다갔다하는 초특급 유명 MBA 프로그램은 스위스 정부 인가 그 딴거 쳐다보지도 않고 있더라.

홈페이지에 가봐도 3개의 유명 MBA 학위 인증 기관에서 Accreditation 받았다고 자랑하는 내용 밖에 없다.

좌측 하단에 *Acceptance of ECTS credits is determined by external authorities 라고 된 부분이,

한국식으로 치면 자기네 학점을 다른 기관에서 인정할지 말지는 그 기관의 결정이라는 뜻이다. (Link)

한국에서는 이런 문구를 보면 가짜 학교라고 말이 나오거나, 커뮤니티 정신병자들이 공격 대상으로 삼겠지만,

유럽에서 IMD MBA는 Harvard나 Stanford MBA정도급 대우를 받는다. IMD가 꿈의 학교인 학생들도 많다.

물론 Federal accreditation을 안 받았다고 Fake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Link)

 

이 문제로 이곳저곳 질문을 보내보니, 학위 인증 (Recognition)은 사실 자기 나라 밖으로 나가면 안 해줘도 그만이라는 공통 답변을 여러차례 받았다.

우리 생각에는 어떤 레벨의 학위 인가 (Accreditation)를 정부에서 인가해준 교육기관에서 받으면 전세계적으로 인정해 줄 것 같지만,

심지어 제대로 된 국제적 협약 같은 것도 없는 상태다. 너네 나라 교육을 우리가 어떻게 믿냐, 이런 식인거지.

기억을 되살려보니, 나 역시 학부 때 겨울 계절학기 6학점을 해외 대학원에서 듣고 왔었는데,

심지어 학교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받으며 승인을 받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Syllabus와 강의노트를 다 제출하고, 지도교수, 학장 승인을 받고,

거의 반년이나 지나서야 내 성적증명서에 그 6학점이 등록됐었다. 심지어 S대보다 글로벌 학교 랭킹도 높은 학교였건만ㅋ

반대로 국내 타 대학 겨울계절학기로 학점을 받아온 친구는 바로 졸업요건 다 충족되어서 졸업한다고 그 6학점을 써 먹은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 내 모교보다 학교 랭킹이 더 높은 곳이 없을 것이라는걸 다들 아실테니,

랭킹이 아니라 같은 Jurisdiction 안에 있느냐 없느냐로 학점 및 학위에 대한 Recognition이 갈린다는 걸 이해할 수 있으리라.

 

실제로 내 프로그램을 호스팅 해 주는 조건 계약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던 어느 학교는, 나와 결별하고 나서 몇 달 후에

설립 25년만에 University가 아니라 한 단계 아래로 Business접목에 맞춘 교육을 하는 Fachhochschulinstitut (FH)로 SAC 인가를 받았는데,

요즘 연락이 와서 자기네 상황이 좀 더 좋아졌으니 다시 계약 진행할 생각있냐고 넌지시 떠보는 와중에

We have a competitive advantage over ~ 이라는 표현을 썼을 뿐, 아예 무슨 환골탈태 했다는 표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도 갓난아기 같은 학교를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학교랑 동급의 학교라고 우길 생각은 전혀없고,

학교를 키우려면 이런 저런 인가 작업을 밟기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왜 스위스냐는 질문에 대한 2번째 답이었다.

좀 이상한 나라인데, 덕분에 대학 교육 시장에 진입하는 Entry hurdle을 넘을 수 있도록 열어주는 나라였다.

 

(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솔직히 말하면, 스위스에서 연방 정부 인가를 받으려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 보다,

IMD처럼 다른 나라의 더 권위있는 인가를 받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하는 중이다.

우리가 스위스 교육 시장에서 얻을게 별로 없거든.

어차피 인구도 별로 없고, EU랑 맺은 Erasmus 연계도 깨진 상태고, 그래서 다른 유럽 대학들이랑 연계의 문이 열린 것도 아니고,

언젠가 내부 역량이 축적되면 도전하려고 하는 FOREX쪽 자산 운용에 규제가 거의 없는 부분 이외에 달리 그 시장에 매력을 못 느끼겠다.

거기다 미국 인증 기관들이 요새 해외 대학이랑 온라인 대학들 Accreditation 주는 쪽으로 엄청 전향적으로 바뀌었더구만.

회사 내부적으로도 우리의 타겟 Accreditation 기관들과 요건 충족을 위해 이런저런 상담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번에 시장 개척(?)을 하며 알게 된 건, 향후 사업 라인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뭘 해도 규제가 덜하니 스위스가 괜찮은 test bed 시장인 것 같다.

딱 그런 관점에서, 학교 운영과는 별개로 1년간 많은 지식을 얻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학위 인증 후기 - 1.어쩌다보니 스위스ㅠㅠ

학위 인증 후기 - 2.(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학위 인증 후기 - 3.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

학위 인증 후기 - 4.학생들과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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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인증 후기 - 1.어쩌다보니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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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사립대학 민간인증 기관인 eduQua의 심사를 받고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며 쓴 글이다.


어느덧 담당자를 알게 된 지 1년이 됐다.

온라인 대학인데 왜 On-site 심사한다고 스위스까지 오라는 거냐고 불평한지도 올 7월이면 만 1년이다.

형식상 마지막 절차였던 On-site 심사가 코로나-19로 최초 계획했던 7월부터 무려 9개월이나 지나서야 진행되느라 진통을 겪었지만,

미뤄지며 향후 1-2년간 했어야할 서류 절차들을 당겨서 진행한 덕분에, 내년, 내후년엔 Zoom으로만 미팅하면 충분하고, 굳이 스위스를 안 와도 된다니 고마울 뿐이다.

이제 몇 가지 그 쪽 절차상 작업들이 끝나고나면 공식적으로 Certificate을 받을 수 있겠지.

길고, 괴롭고, 힘든 과정이었다. 거기다 1주일에 2-3개씩의 강의를 계속 준비하느라 몸은 완전히 만신창이가 됐네.

 

대학을 설립하는건 원래 내 꿈이 아니었다.

어린시절 내 꿈은 천문학자, IMF 구제금융 맞던 고교시절부터는 투자은행가, 투자은행 들어간 다음 내 꿈은 내가 은행을 설립하는거였고,

은행 설립하려면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대학원을 갔다가 이상하게 꼬여 Computational 쪽을 만나면서 방향을 바꿨고,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IT쪽에 속칭 빅데이터를 이용한 Data Science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귀국하고 IT업계 사람들이 Data Science를 통계학 하나도 모르는채로 전문가라고 우기는 꼴이 너무 역겨워 시작했던 교육을

대학으로까지 업그레이드 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 일이 아니니까, 대학 교육이라는게 나는 오래전에 발을 뺀 영역이니까, 대학교수하는 누군가가 열심히 논문쓰면서 제대로만 교육시켜라는,

약간 불난 집 구경가는 느낌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근데, 이건 진짜 해도해도 너무 했다 싶을만큼 심각한 교육이 시장을 장악(?)하고,

그런 인력들이 전문가 행세하는 꼴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강의를 키우고 키우다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렸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솔직한 마음을 끄집어 내 놓으면, 정신나간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1년 반 전까지만해도, 대학을 직접 설립하는 건 생각지도 않고, 다른 학교에 얹혀가는 것 정도만 생각했었다.

1달 수업에 왔다가 하나도 못 알아듣고 공황상태로 나가거나, 엄청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나가는 학생들을 보고 참 미안했거든.

처음에는 국내 대학들, 나중에는 해외 대학들에 과 하나 만들어주면 내가 그 전공 운영해주겠다, 수익 나눠먹기하자,

이런 시장이 실제로 국내외 대학들에서 알음알음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면서,

단순 학원 강의 정도로 끝낼게 아니라, 그렇게 학교 산하의 공식 학위 과정으로 교육을 공급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었고,

상당히 많이 진척도 됐었다.

 

우연한 기회로 해외 대학들에 과 하나 만들어서 운영을 직접하는 시장의 존재를 가르쳐주신 분 덕분에 눈이 뜨인이래,

그 분이 주력으로 겪으신 유럽 학교들, 특히 스위스 대학교들 속사정도 좀 알게되고, 협조 연락을 했던 학교만해도 10개가 넘는다.

그 중 몇 개는 미팅만 1-2차례 하고 끝나기도 했고, 또 몇 개는 계약 조건을 상세하게 따지다가 끝나기도 했고,

또 몇 곳은 계약서가 오가기도 했고, 계약을 맺었다가 파기한 곳도 있다.

 

그런 스위스 사립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학위 인증이 eduQua였는데, 어느 한 대학과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오가면서,

eduQua에 "대학 교육 기관 인증" 말고 각개 전공으로 "프로그램 인증"을 받는 절차 이야기가 나왔고, eduQua 인증 담당자를 처음 알게 됐다.

원칙은 졸업생이 나오고 난 다음에 사후 인증인데, 한국에서 그간 교육한 기록을 제출하고, 그 내용이 스위스로 이전된다는 조건아래,

해당 교육에 대한 사후 인증을 계약 조건이 오갔던 학교 이름으로 진행하는 걸로 합의를 봤었다.

 

그랬는데, 계약 상대 학교에서 학생이 너무 적게 온다며 대략 20명 학생의 학위 전체 수업료를 1년 라이센스 비용으로 요구하더라.

30명 남짓 학생이 들어오는 상황에 자기네가 손해를 너무 많이 본다는 생각에 아마 조건을 변경했으리라 짐작된다.

(그 와중에 학위 필요없으니 스위스에 낼 돈 빼고 수업만 들으면 안 되냐는 학생이 2명이나 있었다....)

나도 1년 남짓 운영을 해 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앞으로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들어오는 수업료의 2/3를, 아니 중도 포기자를 감안하면 사실상 수업료 전부를 달라고 했던 그 요구가 사후적으로 납득은 된다.

그리고, 당시 그 학교가 시도하고 있던 또 다른 인증에 들어갈 직, 간접적 비용을 생각하면, 지금와서는 충분히 공감되고,

계약파기해서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다. 나중에 협조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데, 매번 미안하다고 그런다.

다만, 그 시점에는, 나도 최소 20명 학생 수업료를 교수 급여, 직원 급여, 학생들 장학금, 기타 사무실 운영비로 써야할 판국이라,

내 강의료를 0원으로 처리해도 최소한 5억 이상 적자를 보는게 뻔한 시도를 해야된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

교육 집어치우고 거꾸로 5억을 벌어와도 시원찮을 작은 스타트업 운영하는 주제에 미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고민에 머리를 쥐어뜯던 작년 6월 하순 쯤에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한데 그냥 포기한다는 이야기를 꺼낼까 진심으로 고민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최소한 금전적 이득만 놓고보면, 그 때 그냥 포기하고 아예 국내 사업을 접고 한국을 떠났어야 한다.

나는 심하게 어리석었다.

 

그러던 와중에, 우리 담당 스위스 변호사가 소개시켜준 변호사의 고객이 이미 학교 설립을 해 봤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도와줄 수 있다,

대신에 자기네에게 필요한 걸 내가 채워줄 수 있을테니 서로 윈윈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결정적으로 스위스의 대학 시스템이라는게 영미권이나 한국/일본 같은 국가 중심 시스템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

민간에서 대학을 만들고 운영하는게 (몇몇 주를 제외하면) 완전히 자율 규제로 돌아가는 나라라는 것,

불평등 계약(?)을 들이민 그 학교가 가진 학위 인증이 그렇게 대단한 인증이 아니라는걸 보여주더라.

실제로 경영학과 인증 시장을 보면,

  • 상위 Tier: AACSB (미국), AMBA (영국), EQUIS (유럽)
  • 하위 Tier: ACBSP (미국), IACBE (미국), BAC (영국)

인데, 하위 Tier인 이유가 학문 연구보다 직업 교육 쪽에 좀 더 방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논문 열심히 쓰는 학위 과정이 있어야 and/or 연구 중심으로 학교가 돌아가야 상위 Tier 인가를 받을 자격을 갖추게 된다.

동업자가 된 분이 내게 해줬던 조언이,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 덕분에 그 교육기관이 상위 Tier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길거라는거였다.

차라리 내가 단독으로 만들면 처음에는 좀 고생해도 결국엔 내 힘으로 상위 Tier 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한방은, 너한테 그 교육 받은 학생들이 하위 Tier 인가 받은 학교 학위를 들고 있으면 네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폭탄을 맞고,

나도 미친척한다고 생각하고 이 무모한 도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래도 학위 인가 없이 학교가 돌아가면 그건 사기 아니냐는 생각에, 아무리 내가 용감하고 도전적인 인간이어도, 그건 도저히 못 하겠다고 물러섰었는데,

스위스라는 나라가 민간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 자체가 자율규제를 따르기 때문에 특별히 국내처럼 교육부 승인이 필요한 것도 없고,

실제로 타 교육 기관을 통한 대학 교육 경험을 활용해서 설립 3개월만에 eduQua인가를 받은 학교가 현 동업자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에 하나더라.

나도 한국에서 교육한 기록이 있으니까 eduQua 인증은 충분히 가능할거라고 날 설득했다.

타 스위스 대학 산하로 프로그램 인가 작업 중 만났던 eduQua 담당자를 연락하니,

아니나다를까, COVID-19이후론 해외 교육과정과 온라인 교육과정에 대한 인가도 하고 있기 때문에,

내 교육은 이미 다른 학교에서 프로그램 인증 심사를 통해 (돈 벌이 별로 안 될 "어려운" thus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걸) 확인했기 때문에,

스위스 및 한국 법 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스위스 뿐만 아니라 한국 교육 기관도 인증 절차를 진행해 줄 수 있다고 그러더라.

(당시 스위스 변호사랑 eduQua 담당자 둘이서 한국 관광간다고 엄청 좋아했던 것 같다 ㅋㅋ)

굳이 한국은 필요없고, 스위스에서만 진행하면 된다고 그랬더니, 이미 어지간한 확인은 다 된 상태니까,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Pre-approval은 해 줄 수 있다,

마지막 절차인 On-site 인터뷰 할 수 있도록 스위스 방문 일정을 잡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왜 스위스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위의 진행 상황이 내 첫번째 답이다.

 

처음에는 7월말 or 8월초에 바로 출국하는 계획이었는데, COVID-19의 Delta, Omicron variant가 창궐하면서 일정이 몇 차례 연기가 됐고,

모든 학위 인증은 졸업 후 사후 인증이기 때문에, 스위스 학교로 받은 학생들한테만 학위주는거면 어차피 급하게 서두를 필요없고,

이번에 새로 만든 MBA/MSc 프로그램은 이번에 검증 안 하면 어차피 1년 후에 또 검증 받아야된다며, 괜히 2번 일하지 말자는 말투였다.

그냥 COVID-19으로 인한 여행제한이 풀리면 천천히 진행하자고 좀 뭔가 태무심(?)한 느낌이더라.

 

밖에서 날 공격 못해서 안달난 인간들에게 엉뚱한 소리를 듣기도 싫었고, 서둘러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한번 나가면 양국 자가격리기간 합계 1개월 이상을 호텔에서 시간 때워야하는 상황이라 괴로움을 꾹 참고 있었다.

괜히 외국에서 온 손님 만났다가 코로나 걸리면 그쪽 담당자들한테는 얼마나 큰 민폐냐...

그 와중에 1주일 강의 2개, 가끔 교수들이 펑크내서 3개씩 할려니, 무리해서 스위스 출국하면 강의 일정을 엄청나게 뒤로 미뤄야겠구나 싶어 조바심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그러다 2022년이 되니까 10년만에 규정이 새로 바뀌었다며 추가로 내라는 서류들이 더 생겼는데,

그걸 1월부터 준비하면서 계속 더 보완해라는 요구를 받으니... 이걸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다하며 밤 잠을 못자고 있으니까,

솔직히 괜히 학교 만들었다는 후회 많이^2 했었다.

 

On-site 심사 미팅 당일에 내가 느낀건, 타 학교 산하의 프로그램 인증에서 단독 교육 기관 인증으로 인증 레벨이 업그레이드 된 탓에,

담당자가 좀 시간을 끌면서 스위스 학교 이름으로 졸업생이 생기기를 바랬던게 아닌가 싶었다.

공식적으로는 무조건 졸업생이 없으면 학위 인가 자체가 안 되는데, 난 자기네 입장에서 해외에서 교육한 걸 인정해줘야하니 좀 떨떠름했다는 느낌이다.

아마 처음에 스위스 대학을 통해서 프로그램 인증 절차를 진행했던 경험이 공유되어 있지 않았으면, 졸업생이 나오는 연말까지 기다렸어야 할 것이다.

거기다 서로 쌓인 기억이 얕으니 지금보다 훨씬 더 까탈스러웠겠지.

반대로 스위스에 이런 교육이 공급되어서 시장이 좀 더 활성화 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수 많은 질문들을 하는 걸 보면서,

여긴 정말 자유주의 끝판왕 나라, 외국인이라고 차별은 해도 비지니스는 철저한 경쟁에 몰아붙이는 국민성을 갖고 있구나 싶어서 참 신기했다.

 

미팅을 끝내면서, 보통 이런 Research school 스타일로 인증받고나면 eduQua 다음 레벨로 상위 인증들 도전하던데, 뭐 준비하냐고 묻더라.

스위스 연방 정부 인가랑 미국의 온라인 대학 인가, 미국 Regional accreditation 같은 고민한다고 그랬더니,

자기네도 sub standard 기관에 인증 안 해주는데, 여러 요건이 더 빡빡한걸로 안다며 쉽지 않을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소 1기 졸업생, 보통은 2기 졸업생 이상, 3년이상 재무제표 및 운영 기록을 요구하고 심사기간도 2년씩 걸린다.

 

미팅 끝나고 가만 생각해보니, 1년 전에 연락을 나눈 거의 대부분의 학교들이 eduQua 보다 더 상위 인증을 안 갖고 있었다.

아니면 하위 Tier의 경영학 인증 (직업학교...?) 만 몇 개 받아서 미국에서도 인증 받았다고 장사한다(?)는 느낌이었다.

(너무 무시하는거 같지만, 그런 하위 Tier 인증은 되려 학교 랭킹 깎아먹을 수도 있다.)

몇몇 학교들은 나와 조건 협상 중에 다른 인증을 시도하고 있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원래 인증 기간 중에는 외부에 공개 안 하니까 비밀로 해달라고 이야길 하기도 했고,

겪어보니 인증에 1-2년씩 걸린다는게 진짜라는 걸 알게되어서, 그 분들도 얼마나 고생하면서 학교를 키우고 있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밖에서 우리학교 공격하는거에 쾌감 느끼는 악마들같은 진상 경험을 겪은지 오래된 학교들이라 그런지,

이런 민감한 심사 기간에는 어지간하면 외부에 학위 인증 심사 중이라는 이야기를 절대로 안 하는게 관례라는걸 알게 됐다.

학교가 조금만 유명해져도 온갖 공격을 받는건 꼭 우리만 당하는건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어쨌건 저 인증 게임에 어쩌다 뛰어들게 됐는데,

국내 대학들, 특히 공대들의 Data Science 교육 무시하다가 졸지에 해외 인증 게임을 해야되다니...

이게 내가 꿈꾸던 사업이 아닌데....

 

또 다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솔직한 마음을 끄집어 내 놓으면, 계약조건 때문에 욕 먹던 그 때로 돌아가면, 그냥 접는게 맞았던 것 같다.

나는 바보였다.

이왕에 바보 같은 짓을 했으니 물타기하며 반전을 노려야하나, 아님 늦게라도 손절하고 나와야하나?

문제는 손절하기엔 책임져야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버렸다는거다......


 

학위 인증 후기 - 1.어쩌다보니 스위스ㅠㅠ

학위 인증 후기 - 2.(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학위 인증 후기 - 3.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

학위 인증 후기 - 4.학생들과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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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 AI/DS 입학시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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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MSc AI/DS 입학시험으로 이름이 변경될 예정인 오픈 강좌를 듣고 시험을 치른 분의 강의 후기다.

시험 문제 및 강의 후기 일부는 다른 글에 남겨놨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자세한 개인 사정을 알지는 못하지만, 수학 쪽 전공자인 것 같고, 국내 어지간한 학부 출신과는 달리 수학으로 교육 수준이 탄탄한 분,

현재 업무는 외국계 보험사에서 수학 기반의 논리구조를 활용하는 업무를 하는 분으로 보인다.

가끔 회사 블로그 글이 외부에 돌 때마다 MBA 따위는 제쳐놓고 MSc 입학 따윈 껌으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메세지를 보내는 분들에게,

당신이 과연 이 분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자인가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안녕하세요! 시험후기(+학습후기) 남기러 왔습니다.

다들 시험 치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또 이번 시험 준비하신 대표님과 조교님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원래는 시험 이주 전부터 미리 얘기해서 휴가를 이틀 내놓고 답안을 어느정도 준비해서 시험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휴가는 무슨 매일 야근하는 바람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들어가서 아쉬움이 있네요.

보통 저는 이런 종류의 시험 칠 때 일단 개념정리를 하고 기출문제를 싸그리 외우고 나의 언어로 바꿔서 모범답안을 만든다음 세번정도 필사하고

시험에서 비슷하게 나오면 바로 쓸 수 있게 키워드별로 정리를 해서 단권화를 해야되는데

개념정리도 다 못끝내고 들어갔네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다들 많이 준비를 해주셨을텐데… 성의표시도 못한거 아닌가 괴로웠네요

심지어 대표님 말씀대로 예전보다 훨씬 쉽게 나왔잖아요……… 정말 말씀대로 풀이를 전부 외워버리기만 했어도 됐을텐데(?)

그 부분에서 좀 죄송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진짜 야근하고 집에와서 2시까지 공부하고 다음날 6시 반에 일어나고…

점수나 결과에 후회는 없네요 ㅎㅎ

다만 공부하면서 후회가 되었던 점들을 모아 수강생의 입장에서 후기를 써봅니다.

특히 다음에 시험 응시하시는 직장인분께(저처럼 시즌이 있거나, 야근을 자주하셔야하는) 도움이 되었음 좋겠네요

시험문제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시험은 고시처럼 해야됩니다 ㅎㅎ

관련지식이 머릿속에 온전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단련이 되어서 툭 건드리면 바로 나와야 됩니다.

회계사나 세무사처럼 실무적인 내용을 실무를 한 번도 안해봤더라도

학원을 통해서 머릿속에 다 집어 넣고 단련을 시키잖아요 시험 볼 때는 실무 마스터 한 사람처럼

답안지를 쓰게끔… 그런거랑 비슷한거같아요 사실 실무를 하면 금방 들어오는 지식일수도 있는데 말이죠

(MBA 과정 수강생들이 수업시간에 지속적으로 관련 내용으로 자극을 받아 월등히 빠르지 않을까 싶네요)

어쨌든 그래야 고민을 많이 하고 쓸만한 문제들을 접근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예컨대 2-7, 2-8)

저같은경우에 업무를 하며 고민을 했던게

Classic credibility 를 써서 freq(q)를 추정할 때 공식화되서 정리가 되어있고, 그냥 가져다가 쓰는 경우가 많은데

Derivation을 잘 따라가보면 q의 분포를 포아송으로 가정하고 출발하는데 q가 인간의 사망사건이랄지 를 다루면 q 값이 작을테니

포아송이 적절한데, 이게 너무 빈번한 q를 추정한다고 하면 안되겠죠 그러면 기존 방식대로의 산출1 / 보고자의 의견이 반영된 다른 최선의 대안 1,2해서

올리고 의사결정 받아야될거같은거죠… (제가 여기 지원을 맘먹었던 이유도 저 지식을 제가 알기에 생각할 수 있는거지, 몰랐으면 생각 못했을테니까요.

지금 업무하면서 저렇게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였죠)

저야 하루종일 저런 고민을 하며 살지만 저걸 통계학과 보험통계전공시험으로 턱 하고 던지면 다들 풀어도 꽤 오래 걸릴 거 같거든요

저런 것처럼, 이쪽 사이드(계량경제)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영역들이 분명히 있을거고(내생성 등)

그런 고민을 많이 해보신 분이라면 즐겁게 시험준비하실 수 있으실 거 같습니다.

(사실 Causality, IV, 2SLS 등등 여기저기 선배, 친구들 물어봤는데 수학과, 통계학과, 그리고 자주 언급되는 그 계산과학과에서

답변을 준 사람은 없었고 대전 K대 경영공학과에서 경제트랙 전공한 친구(학부는 통계/경제)는 바로 나오더라구요 계량경제 백그라운드 있으시면 금방이실거같네요)

시험에도 왠지 느낌에 Assumption을 묻는 문제가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Assumption이 뭐냐가 수학적 Definition을 물어보는건 아닐거고

수리적으로는 어떤어떤 이유로 이렇게 가정이 들어왔는데 현실에서는 당연히 저 가정을 만족할수는 없고, 그 어떤 어떤 이유때문에 어떻게 문제가 생길거다

까지 어떤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리적 가정과 그 이유 그리고 현실과 이으면서 그 이유와 맞닿는 가정의 모순을 딱 찾아야 될건데 말입니다.(계량경제 책을 보려고 했었던 이유죠)

근데 … 못찾았어요 ㅋㅋ 그리고 첫문제를 받았을 때 역시.. 묻는 가정이 GM가정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가정일까?를 고민했지만 저는 Fail…

Anyway,

개념정리를 모델을 만드는 순서에 맞춰 정리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가설 설정(문제인식) – Sampling – EDA – Modeling – Monitoring&Assumption Review

가설 설정에서는 어떤 상황이 던져질거고, 어떤 이슈가 있을 수 있는지

(뭐랑 뭐가 어떤 관계가 있을 것 같다, Sign은 뭘로 예상된다 같은거)

Sampling은 어떻게 해야 될지

(Sampling Bias 유형 정리 한 번 하고(연구자의 편향이랄지, 자가선택이랄지)

Sampling Bias가 생기지 않도록(Random Sampling이 되도록)하는 방법들

뭐 언급하지는 않으셨지만 층화추출이랄지,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왜 해야되는지를

표본론 책 보고 정리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층화추출같은걸 시험에 내지는 않으시겠지만, 직관을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층화추출이 뭔지는 몰라도 랜덤표본이 중요하고 랜덤표본을 만들기 위해서 이런 저런 행동들을 하니 같은 방법론을 시험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합니다.)

EDA? 라고까지 하기는 그렇지만

얼추 데이터를 스윽 보고 뒤에 세부적으로 뭘 해야할지 결정하는 단계에서 어떤 이슈가 있을 지

(예컨대 simple linear 해봤더니 sign이 가설설정 단계와 다르게 이상하네? OVB 있을까? 랄지

등분산성 가정이 위험하다던지

트랜스폼이 필요하겠다던지

어떤 종류의 문제가 있어 어떻게 Bias를 야기할 수 있겠다던지

Partial Effect를 보는게 가능할지 등등)

그리고 Modeling 할 때

모델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validation 할 지(위에서 언급한것과 연계해서 Bias가 있으면 어떻게 처리를 할건지)

F-test를 한다던가, 우리 모델을 만드는 목적이 Interpretation이라면 어떻게 할거고 뭐 Prediction이면 어떻게 할거고 등등)

그래서 모델을 만들었는데, 상황이 바뀌면??

가정이 어떻게 바뀌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된다 랄지,

상황이 바뀌어도(무의미하게 데이터 개수만 늘었다거나) 우리 모델은 괜찮다 랄지

아니면 모델의 한계도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제가 고민하던 것 중 하나는 Partial Effect를 보는게 불가능할 때 예컨대 X1과 X2 중 X2를 고정시켜놓고 X1만 조정하는게 불가능하더라

이러면 모델이 어떻게 될거고 어떻게 대응해야되나 이런거였네요 왠지 시험에 나올 거 같았거든요

이렇게 한 번 쭉 정리한 다음에 문제풀이 처음부터 쭉 들으면서 정리해둔 개념 밑에 예시로 하나씩 추가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Causality, IV, 2SLS… 는 제가 끝까지 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ㅎㅎ;; 얘는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네요 저는 수박 겉핥기는 커녕 이게 수박인지도 모르겠어요

얘네는 따로 공부를 하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의내용과는 상당히 괴리감이 있어요

여기에 블로그를 통해서 자주 나왔던 주제들 한번씩 정리하시고 따로 조교님들이 정리해주는 개념정리하면 될 거 같네요

그리고 문제풀이까지 3회독하시면

얼추 1시간 내로 유사한문제를 해결하고 남은 1시간동안 찬찬히 고민하며 고득점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동사를 잘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Prove that이나 show that 이 아니라 Demonstrate that이면, 수리적으로 보이는데에서 끝나는게 아니고 무언가 더 있다는 건데

한국어로만 공부하면 모를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근데 이런거는 미국애들도 놓치니 뭐…)

새벽 세시반이네요… 전 오늘도 야근했거든요 ㅋㅋ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에 보시는 분들은 더 잘보셨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이 빡빡한 공부스케쥴을 소화하시는 분들(기혼자,,,, 육아,,, 거기에 TA까지 하시는 분들은…) 진심으로 멋지십니다.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공유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글을 남깁니다.

저는 정말 우연찮게 운이 너무 좋아서 고등학교 때 정부에서 시행하는 영재교육을 받은 적이 있고, 그 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보통 그때까지 학교에서는 왜? 라고 질문하면 안됐거든요 왜?를 묻는건 수업시간을 길어지게 만들고, 진도를 밀리게 하는 나쁜학생이였지요. 그런데 영재교육을 받는 곳에서는 왜?라고 묻지 않으면 부족한 학생이에요 영재가 아닌거죠(왜?라고 물어도 스스로 대답 가능한 경우 제외죠 ㅎ). 그 교육을 받으면서 저는 억눌려있던 ‘왜?’가 폭발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영재교육을 수료할 수 있었어요. 그 때 한국 학교는 뭔가 크게 잘못되어있다고 생각하게 되어 과감히 내신을 다 버리고 일어 독학해가면서 일본원서보고, 일반물리 일반화학 미국 교재 따로 공부해가며 한일공동이공계학부 국비장학생에 합격을 하게 되었어요.(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한국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비록 책을 통해서지만, 일본의 교육과 미국의 교육을 모두 접하게 되면서 국내 교육의 부족한점을 너무나도 절실히 느꼈어요. 일본과 비교해보면 일본은 어떻게 지식을 정리해서 머릿속에 넣어줄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 것을 엿볼 수 있고(그래서 교육자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판사, 저자마다 내용을 다 다르게 설명해요. 획일적으로 공식 툭툭 던지고 기출문제 숫자만 바꾼 한국 교재와는 차원이 다르죠. 아직도 기억에 남는 표현이 ‘극한은 끌어모으는 감각’이라는 표현이에요), 미국의 경우 풍부한 사례와 여러번의 돌려말하기를 통해 사물에 대한 이해, 성찰을 중요시 하더라구요.(아마 미국은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육면체의 모든 면을 최대한 보여주면서 idea 그 자체를 이해시키려는 것 같기도 하고 변증법을 통해 이해를 높이려는 것 같기도 하네요).

저는 너무 공부가 하고싶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기는 어려웠었기에 꼭 나중에 어떤식으로든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기여하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저 같은 학생이 가정형편이든, 출신지이든, 출신학교든 구애받지 않고 능력이 있거나, 열정이 있으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했거든요. 그렇게 대학에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 교육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Business와 저의 이상은 굉장한 갭이 있었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게 유명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가 기억나는게 ‘문제를 풀면서 모르고 있었던 오개념이 정리가 되고 확실한 깨달음이 있었던 좋은 문제였다. 하지만 결국 수능엔 안나올듯. 계륵’ 이라는 피드백을 받고 현타를 세게 느꼈습니다 현실과 타협하여 교재를 제작하고 유명해졌지만 결국 현타를 극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업에 매진했어요. 근데 이 때도 ‘왜’를 버리지 못하고 수학 외에도 통계학, 경제학, 경영학, 법학, 철학 타 전공수업을 듣고(처음 선택한 타전공과목이 수리경제학이었는데 이 때 받았던 충격이 여기 문제를 처음 받았을 때랑 똑같아요 ㅋㅋ), 미국 Actuary 자격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한 번 더 충격을 받게 됩니다. 미국이 고등학교와는 완전 다른게 대학 이후부터는 논증은 기본이고 거기에 커뮤니케이션까지 요구하더라구요. 수학 통계학 법학 공부했는데 논증은 좀 괜찮지 않겠어? 했는데 아주 탈탈 털렸어요. 논증 + 실생활적용 + 커뮤니케이션(+Formal English)을 요구하더라구요.

예컨대 Predictive Analytics 시험에서는 데이터 하나 주고 6시간정도 되는 시간동안 분석 잘 해서 보고서를 내야하는데 채점기준에 Communication Manner가 들어갑니다. 논리적 분석은 당연한거고 Consultant의 입장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고객을 이해시킬수 있도록 쉬우면서도 정중하게 메일로 Report를 써야 Pass를 줍니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라고 생각했는데 회사 와서 보니 본사에 있는 친구들은 정말 그렇게 소통을 하고 있더라구요..(기회가 되면 이런 부분도 많이 강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Interpretation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비전문가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하는지…)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그래서 어떻게 내가 저걸 더 잘할 수 있을까(사실 저 시험에서 Pass를 받기는 했지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를 고민하고 또 그리고 배우고 난 다음엔 어떻게 또 다음 세대에 저런 교육을 전해줄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하고 있었어요(잘 준비해서 나중에 시간강사를 뛰어야 할지, 협회 강사를 해야할지…) 그러던 와중에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되었고, 저와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서 또 공감이 되어서 꼭 한 번 Try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문제들에서 단어 하나하나까지 고민 많이 하셨던 흔적이 묻어나더라구요(Prove that Show that Demonstrate that… 다 제가 틀려보고 몸으로 겪은거죠… ^^;;).

비록 고등학생 대상으로 저도 한 번 시도해봤지만 이 일이 아주 힘들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이상을 실현하는 정말 대단한 일이잖아요. 편하게 돈 버는 것을 포기하고 후세대를 위한 희생(?) 일수도 있고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다가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 ㅎㅎ… 현실과 타협하고 그냥 취업을 해버린 입장에서, 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려고 시도 해봤던 입장에서 봤을 때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시는 부분(특히 재정적인 부분까지), 그리고 학습에는 엄격한 부분을 보면서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공부하던 중간에 바로 MBA로 지원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지원한 이상 열심히 시험 쳐봐야 하는게 맞지 않겠냐는 조교님의 말에 아차 실수했다 싶어(반성합니다…) 최선을 다 했습니다. 도중에 MBA로 안 바꾸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 완주하는게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준비하신 그 노력에 대한 저의 나름대로의 Respect 이었어요 ㅎㅎ

구글링을 해봐도 응원하는 글은 없더라구요. 며칠 전에 찾아보니 왜 Pabii 운영자는 항상 화가 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이 있던데 음…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하는 사람을 찾을려면 화가 나 있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말이 있지요!! 홀로(이런 형태의 교육이 국내 유일하니까) 고독한 싸움을 하고 계실수도 있을 거 같은데 저 포함 비슷한 고민을 하셨던 분들은 다들 공감하고 계실거고,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있을거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 당시 저는 그런거 뭐하러 하냐, 왜 하냐 등등 주변의 목소리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마음이 너무 지쳤었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저에게 필요했던 말들은 힘든 길이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응원한다.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는구나. 이런 응원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정말 힘든 일이었을텐데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이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죠!). 꼭 데이터 분석이나 이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블로그를 통해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 논리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만이라도 잘 전달된다면 후세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내 고민을 이미 다 이해해주신 분의 글이라 토를 달 생각은 없고,

Prove, Show, Demonstrate that 같은 구분이 사소한 차이지만 눈에 들어왔다니 참 고맙고,

특히 우리 학생들이 Prove, Show보다 Demonstrate that으로 된 문제들을 잘 풀어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또, CPA 같은 시험 준비할 때 학원 교육 방식이 실무 마스터 한 사람들처럼 상황 별 대응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적절한 대응을 고민하도록 문제를 만들었다는걸 바로 감 잡아주시는 부분도 고맙다.

 

어떻게 외부 관계자들에게 보여주고 설득시킬 것이냐에 대한 고민들도 BUS501, 502, 503 수업들에 다 포함되어 있는데,

미국 Actuary 시험에도 나왔던 부분이라며 교육 프로그램 안에 넣어달라고 하는 부분에서도

우리 교육을 제대로 따라오기만 한다면, 뛰어난 Data Scientist가 될 것이라는 내 기대치를 어느 정도 확인해주는 것 같다.

 

몇몇 통계 전공자들이 학부 계량경제학 수준 밖에 안 된다고 비아냥거리는 걸 많이 보는데,

장담컨대 인생 걸고 제대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 받아가며 공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 간단한(?) 지식을 잘 엮어서 "실제 현실에 응용"하는 교육이 통계학이 아니라 Data Science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돌이켜보면 난 수학 증명을 잘 하거나,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보다, 이렇게 응용력을 키우는 교육에 강점이 있는 인간이었던 것 같다.

그랬으니 Best TA of the Year 상을 2번이나 받았던 거겠지. 내 강점을 살리는 컨텐츠로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게 참 다행이다.

 

이런 교육을 시키는 곳이 한국인에게 열린 곳은 우리 SIAI 밖에 없긴 하지만, 꼭 우리를 거치지 않더라도 다른 해외 교육기관을 통해서라도

SIAI에서 강조하는 교육, 즉 글로벌 시장 최상위 클래스의 Theory - Practice 밸런스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길 바란다.

다들 그렇게 좋은 교육을 받아서 우리나라 현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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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로 만든 Data Science 문제

대통령 선거로 만든 Data Science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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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SIAI의 Signature에 해당하는 Business 특화 수업들은 2개 수업을 통해 관련 통계학 지식과 주요 이슈를 배우고,

그 지식을 현실 Case에 응용해서 문제 풀이를 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총 8개 수업에서 3개 주제로 그룹별 문제 풀이를 발표하고, 다른 그룹의 문제 풀이를 비판하고, 비판에 따라 자기 풀이를 보완한다.

그간 봐 왔던 여러 MBA 수업 방식을 우리 사정에 맞게 좀 변경해봤는데,

이런 수업 방식과 엮으려니 참 쉽지가 않더라. 그래도 노력 중이다.

아래는 Cohort analysis라는 주제를 현재 IT업계에서 쓰는 방식대로 지난 주, 지지난 주, 지지지난 주 방문자들 동향, 이딴 분석(?)으로 돌리는게 큰 의미 없고,

Sampling의 다양한 방법들, Factor analysis로 풀어내는 계산법 등을 응용해서, DGP 속 구조를 파악하는게 핵심이라는 강의를 한 후,

그걸 문제로 바꾼 내용이다. 어쩌다보니 최근 대선에 영향을 받아버렸는데,

정치권 관계자 표현에 따르면 "Hyper-realism" 소설형 문제란다.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ㅋㅋ

 

문제 전체의 목표는,

  • Systematic sampling, Cluster sampling, Stratified sampling 각각의 차이 파악
    • 각각 출구조사, 여론조사에 어떻게 쓰이는지 + 왜 사전 투표 & 실제 투표와 다른지 파악
  • Cohort analysis가 Factor analysis로 어떻게 대체되는지 파악
  • (적절한 방법을 골랐다는 가정아래) Sampling 방식이 가지는 장점에 대한 파악
  • (+정치권 욕....)

하는 것이다.

 

통계학과 학부 2학년 정도에서 배울 실험계획법 스타일 같아서 평소에 내던 문제보다 상당히 쉽게 낸 것 같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Cohort anaylsis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DGP를 이해하고 Factor analysis 관점으로 데이터를 바라보면, 단순한 Sampling 마저도 어떤 이슈들을 고민해야하는지 이해했겠지.

더불어 나의 Deep-learning (& AI) 조롱이 들어간 문제(7-8번)에서 또 다시 Factor analysis와의 연관관계를 찾았으리라.

마지막까지 제대로 풀어내면 Data Science라는 전공에서 통계학의 Sampling 관련 주제를 잘 접목시키는 능력치를 키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대선이 워낙 후보간 격차가 작았던 탓에, 여론조사나 출구조사에 대한 예측 정확도에 대해 말들이 많았고,

K대 통계학과 교수님 한 분이 위와 비슷한 방식으로 계통 추출법 (Systematic), 집락 추출법 (Clustering)을 엮어서 특강을 하셨다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몇몇에게 전해들었다.

우리 학생들 몇 명도 그 강의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 Zoom 채팅에서 나왔던 질문들 전해들은 내용을 일부 공유하면,

 

  • 질문자1: 아까 출구조사는 계통표집을 한다고 하셨는데 여론조사는 어떤 표집을 하셨는지요?
    과거에는 성별 혹은 지역별로 동일한 집단 혹은 투표 성향을 가질 것이라는 가정이 있었는데요, 말씀하신대로 미래에는 점점 지역 혹은 성별 간 동질성이 깨질 것 같은데 그럼 추후에는 어떤 특성으로 성향이 나뉠 것인지 에측하신 것이 있으신가요?
  • 질문자2: 이번 언론에서 보도된 기사를 표현을 인용하자면 이른 바 '흰머리 청년', '진보대학생' 등 특정 집단에서의 허위 응답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저렇게 정확하게 보정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앞으로 단일화 이슈 등에 있어서 허위 응답이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걸 보정하는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을까요?
  • 질문자3: 두 집단은 동일한 모집단(대한민국 국민)에서 렌덤으로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왜 특성이 정반대로 나온걸까요? 랜덤이 아니었던걸까요?
  • 질문자4: 조사, 보정, 예측 등 여러 과정이 사람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라 어느정도의 주관성이 존재할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질문자5: 0.2프로는 이전에 실제 결과를 반영하여 적용된건가요?
  • 질문자6: 통계학에 무지하여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모집단을 전부 살펴보지 않고 일부 샘플을 뽑음으로써 모집단의 특성을 알 수 있어 가치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의 경우 투표자들 전부(모집단)의 특성을 조사하게 되는데, 출구조사의 의의 혹은 가치를 알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 질문자7: 실제로 사전투표를 한 모집단과 사전투표자를 대상으로 표본조사 하신 것은 '조사 방식'에 의해 랜덤성이 깨질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화조사 방식에 평소에 응답을 해주는 사람과 안 해주는 사람의 특성 간 heterogeneity(이질성)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번 추정이 정확했다는 것은 제가 생각한 사전투표자 중 전화조사 응답자 / 응답거부자 간 유의미한 이질성이 없다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 질문자8: 말씀하신 대로, 사전투표 전화조사의 경우 할당추출했기 때문에 10,000명이라는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전체 중 36.7%의 사전투표인을 대표할 수 있었다고 해석하면 될까요?

 

저 위에 우리 학교 과제를 이해했으면, 위의 질문 중 우리 학교 학생이 한 질문이 어떤 질문인지 아마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좀 더 힌트를 주면, 우리 학교는 DGP에 대해 엄청난 강조를 하기 때문에 Sampling 작업 중 Homogeneity / Heterogeneity 같은 이슈에 관심이 많다.

 

다른 질문 중에는, 우리 학교를 비난하거나, 잘못된 소문을 퍼뜨리고 돌아다니는 분들의 ID라고 짐작되는 분의 질문도 있었다.

딱히 그 분들에 대한 악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학생들과 타 그룹 학생들간의 질문을 비교해보면 느끼겠지만,

교육 수준이 완전히 다른 질문을 하고 있다는게 두드러지게 보여서, 우리 학생들 칭찬도 좀 해주고 싶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세상에 나쁜 질문은 없다지만, 분명히 질문자의 지적 수준을 드러내는 질문들은 존재하고, 발표자가 그 질문자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든다.

 

우리 SIAI학생들이 저런 특강 같은 곳에서 우리 교육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고급 질문만 하고 끝낼게 아니라,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할 때, 이번 K대 교수님 특강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적절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나시면 좋겠다.

우리 SIAI 교육도 내가 겪은 일들, 주변에서 겪는 일들을 좀 더 (Hyper-)Realistic case로 바꿔서 앞으로도 꾸준히 문제로 공유해드리려고 한다.

우리 교육 없이도 이해하실 수 있는 분들은 참고자료로 쓰시고, 안 되는 분들은 내가 말하는 고급(?) 교육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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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hine Learning Term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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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후반부에 우리학교 Machine Learning 과목의 이번학기 Term paper를 공유해 놨는데,

저 문제를 만들 때 했던 생각들 썰풀이로 시작해보자.

 

신생 대학교에 대한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 드리려고 잠깐동안 단톡방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분탕이 엄청 몰려들었었는데, 그 중 음해 세력인지 아닌지 확신은 없지만 어느 CS 전공자로 보이는 분이 한 말이 있다.

DNN이 틀렸다는걸 증명해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요?

 

우선, 이미 DNN이 만능 솔루션이 아니라는걸 수십번도 더 블로그를 통해서 보여줬고, 아니 몇 년간 그걸 증명하는 블로그를 운영해왔고,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수 많은 똑똑하신 분들이 DNN이라는 계산방식이 언제 더 낫고, 언제 더 나쁜 계산법이라는걸 설명해놓은 컨텐츠가 널려있다.

일반 회귀분석이 Linear modeling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데이터에 대한 특이한 가정이 있어서 그렇고, (정규분포...)

ML 하는 분들이 DNN이라고 불리는 Non-linear 모델을 위한 컴퓨터 의존형 계산을 하는 것도 데이터에 대한 독특한 가정이 있어서라는걸,

굳이 여기를 오지 않더라도 많이들 봤을 것이다.

(혹시나 못 봤다면 통계 문맹 + DNN마니악만 있는 YouTube와 개발자 커뮤니티만 돌아다닌거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다.)

아마 단톡방의 그 CS 전공자도 이런 지식들을 일절 외면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통계 문맹이라 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했던 말일 것이다.

그러니 일도양단으로 "틀렸다"는 표현이 나오겠지. 언제 어떻게 쓸 때는 맞고, 아닐 때는 틀렸다가 아니라.

 

많은 컨텐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는 분들께,

Proof is useless unless it's proof of something people already want to believe. And I'm afraid no one wants to believe this

라는, The Newsroom이라는 어느 미드의 인상적인 Quote 하나를 공유한다.

 

미국이 왜 No.1인지에 대해서 알려달라는 어느 Sorority girl (약간 좀 맹~해 보이고 별 생각없이 SNS에 사진 올려서 Like나 받으려고 하는...)느낌의 여학생에게

미국이 No.1인 부분은 천사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 같은 부끄러운 수치 밖에 없고,

다른 나라들이 훨씬 더 대단한 부분이 많은데 미국인들이 현실을 직시 못하고 있다는 좀 냉혹한 코멘트를 하는 중에 나온 말이다.

 

나 역시도 어느 시점부터 그런 분들께 굳이 Proof를 들이 미는걸 포기하고 산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 줘도 자기들이 주장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갖고 와서,

이래도 생각을 안 바꾸냐고 고집들을 피우는데, 그 분들도 날 고집 피운다고 생각하겠지.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주변 지인들이나 대학 선배님들 같은 분을 만나서, 내가 대학교를 만들어서 BSc, MSc, MBA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히면,

처음에는 진짜 대학교 맞냐고 의구심을 보이다가,

오죽하면 그 고생까지하며 아예 대학을 만들었냐ㅋㅋ 너도 진짜 속이 터지는가보다

라는 반응들을 듣는다.

 

응? 속이 터지나?? 요즘와서 가만 생각해보면, 속이 터지는 부분은 좀 내려놓은 시점이 된 것 같다.

내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듣고 싶은 사람, 정말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을 끌고 가기도 너무 바쁜데, 굳이 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연배 좀 지긋하신 교수, 연구원 등의 학자 분들을 몇 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쟤네들은 이 나이에도 힘이 있는지 약이 올라서 저렇게 바꾸려고 하는데, 난 이제 좀 내려놨어. 어차피 안 바뀌고 안 듣잖아. 그냥 내 밥벌이나 하고 있음 나중에 자기들이 바뀌어 있더라고.

딱 이렇게 바뀐 것 같다.

 

그래서 그냥 평소 생각하던 내용들을 정리해서 문제를 만들었다.

학교 밖 사람들 중에 능력자들은 알아서 풀겠지.

 

 

위의 문제는 우리 SIAI의 MBA AI/BigData 과정 중 Machine Learning 수업 기말 텀 페이퍼다.

(마지막 문제는 MSc Data Science 학생들이 듣고 있는 Regression Analysis III의 Time series 관련 주제다.)

언뜻보면 Finance 문제처럼 생겼지만, Finance에 대한 기본 지식이 굳이 없어도 되는,

Machine learning에서 배운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평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강의노트들을 주르르 화면에 띄워놓고, 저 위에 길게 나열해놓은 생각들을 머리 속에서 되뇌어가며 만든 문제들이다.

너무 어렵게 만들면 이해를 못할까봐 문제들에 배경설명을 한참 읊어놨다. 이 정도면 쉽게 풀 수 있겠지? ^^

욕심나는거 많았는데 나중에 MSc AI의 Advanced Machine Learning 수업에서 좀 더 풀어내기로 했다.

 

외부인 들에게는, 논리 자체가 이해 안 되더라도, 국내에서 흔히보는 여러 계산법 다 돌려보고 그 중에 제일 잘 맞는거 골라서 보고해라는 수준의,

학문에 대한 모욕 수준으로까지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만 이해해주면 내 입장에선 문제 공개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

 

마지막 수업일에 문제 전체 구조를 설명하는데만 2시간 남짓을 썼는데,

핵심은 Gaussianity가 있는 구간과 깨진 구간을 구분할 수 있는 "데이터 전처리" 작업을 통해 (단순 N/A 메워넣기 아니다ㅠㅠ)

Non-linearity가 필요한, 즉 ML 모델링이 필요한 구간을 구분해 내고, 그 구간에 Factor Analysis 기반의 여러 계산법들,

예를 들면 기초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PCA 같은 계산법들을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지 고민을 풀어내면 된다.

Gaussianity가 살아있는 구간에는 굳이 그런 계산비용을 지불하는 "오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웠으니, 잘 응용만하면 수준 높은 답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Term에 본격적으로 Deep Artificial Neural Network (속칭 DNN) 모델의 용법을 다루기 전에,

DNN이 Factor Analysis의 Graph 모델이라는걸 강조하려고 마지막에 Artificial Neural Network의 기본을 가르쳤는데,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NN 모델이 DGP가 어떨 때 조금이라도 더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마지막에 넣었다.

제대로 이해하고나면 다음 Term에 Deep Learning을 배우면서 Hyperparameter tuning만 잘하면 장땡이라는 직업학교 수준의 착각을 하진 않겠지.

 

아마 NN 모델링을 할 때 Initial weight를 단순히 random으로만 넣으면 Convergence가 깨진다며 여러가지 옵션을 배울텐데

위에 제시한 방법이 사후적으로 계산비용이 가장 줄어들 확률이 높은 Autoencoder 방식의 일반구조에 해당한다.

(반대로 사전적으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좀 더 Bayesian stat 과 MCMC 관련 경험치가 쌓이는 다음 학기에 Boltzmann machine을 배우면서 다시 Autoencoder 혹은 Factor analysis를 만나게 될 것이다.

 

MSc 전용 문제는 저게 VAR을 쓰는 합리적인 계산법이어서는 아니고, Non-linearity를 구현해내는 방법이라는 관점에서만 국한할때,

무조건 SVM이나 Tree계열 모델들 (Neural Net 포함)만 있는게 아니라,

Linear regression들을 위의 문제 스타일로 엮기만해도 common error term과 시계열 구조 때문에 Non-linearity를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다는걸 느끼라는 문제다.

Multi-task learning과 굉장히 유사한 구조이지만 각각의 독립적인 Error term과 시계열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또 다른 Non-linearity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거든.

VAR의 SUR 버전을 이상하게 쓰도록 만든 문제라 아직도 찜찜한데, 강의 부담이 너무 많아 좀 타협을 했다. 학생들도 잘 못 따라오는 것 같아서 쉽게 양보...라고 사족 변명도 붙여본다ㅎㅎ

앞으로 1년간 고민을 더 담아 다음 Cycle 정도에는 좀 더 세련된 형태로 문제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빠듯한 시간 제약 속에 마음에 쏙 드는 문제를 만들질 못해서 아쉬움이 많지만,

적어도 우리 MBA 학생들이 배운 Factor Analysis 기반의 Machine Learning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실 데이터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좀 더 마음에 드는, 수학적으로 복잡한 도전이 숨어있는 문제들은 나중에 MSc AI/DS 과정 후반에 제대로 해보자 ^^

 

나가며 - 증명이 안 됐다고? 믿고 싶지 않은 거겠지.

날 더러 DNN이 더 안 좋은 모델이라는걸 증명도 못한다는 투의 비난을 이미 수십번도 더 들었는데,

그 분들이 내가 DNN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만 효과가 있다는걸 몇 년동안 설명한 이 블로그 글들을 얼마나 이해했을려나 모르겠다.

내가 한 이야기만 담은 것도 아니고, 그래프도 보여주고, 수식으로 설명도 하고, 심지어 코드를 공유한 적도 있었고,

나아가 Stanford, NYU 같은 명문대학 교수진들의 논문이나 인터뷰 글도 몇 개나 소개했었나.

 

저 위의 문제를 풀어낸 우리 학생들의 답안지를 보면서, 비전공 출신에 반년도 공부 안 했는데 이런 이해가 잡히는 걸 보면서,

"unless it's proof of something people already want to believe" 가 아닌 증명을 블로그에 열심히 남길 필요가 없겠다 싶더라.

그 분들은 내가 못 하는거라고 설명한 내용을 누가 DNN으로 해 냈다고 우기는 컨텐츠를 올리면 "DNN으로도 되네!!!"는 식으로

학문적 논리를 이해하기는 커녕, 내가 쌓아올린 학문적 논리를 깎아내리기만 바쁜 사람, 내가 던지는 메세지에 귀를 철저하게 막고 사는 사람들이라는걸 깨달았으니까.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훈련은 안 받고, 랜덤 노이즈가 잔뜩 있는 데이터를 놓고 실험을 해 보면 된다는, 특정 기간에 실험해보니 되니 다른 기간에도 다 될 것 같은데, 너가 뭘 안다고 안 된다고 하냐며 화를 내는 분께 굳이 내가 왜...?

학문적 지식에 종교적 신념(or 위의 Sorority girl 급의 이해도)을 가진 분들에게 굳이 내가 왜...?

 

그 선배님 말씀대로,

난 이제 좀 내려놨어. 어차피 안 바뀌고 안 듣잖아. 그냥 내 밥벌이나 하고 있음 나중에 자기들이 바뀌어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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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IAI - 3. 박사과정 중 필요성을 느꼈지만 엄두를 못냈던 지식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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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 공학 박사 시리즈 글 3번째다.

1편: S대 공학 박사가 본 수학 & 통계학이 필요한 이유

2편: S대 공학 박사가 본 수학 & 통계학이 필요한 이유 - 후기

은 위의 링크를 따라가서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아래는 MSc DS 지원 당시에 보낸 메일에서 개인 정보를 최대한 제거한 글이다.


(1) 소개

올해 3월 데이터 사이언스 메인 강좌를 수강한 XXX입니다.

블로그 내용대로, 작년에 수학 & 통계학 for Data Science 수강 후 학부 2~3학년 수준의 선형대수/ 회귀분석/ 통계 복습에만 4개월 이상 걸렸습니다.

(중략)

(4) 지원 전공: MSc Data Science (예비 석사 과정)

(5) 지원 사유

고급 수준의 XXX 관련 연구에 꼭 필요하지만 공대 대학원에 있을 때 습득하지 못한 수리통계 지식들이 SIAI의 MSc DS ~ MSc AI 커리큘럼에 있는 것을 보고, 인생에 오는 몇 번의 큰 기회 중 하나라고 생각하여 지원합니다.

XXX 연구 당시, 선도적인 논문들에서는 상당수가 하기의 수리통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A] Stochastic analysis: XXX는 불확실성을 갖습니다. 특히 XXX 연구 기준으로 High-frequency (15분 - 1시간)이면서 장기간 (몇 년) 축적된 Time series data 이므로, 계절 성분을 포함하고, 자기 상관이 큰 장기간의 Non-stationary 데이터 처리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B] Multi-stage programming: 불확실성을 고려해 여러개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거나, Period를 N개로 나누고, 각 Sub-period별로 직적 sub-period의 최적화 결과가 다음 sub-period의 초기조건이 되도록 문제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Multi-stage programming 문제가 되며, (*주: MSc DS ~ MSc AI에 걸쳐있는) Dynamic optimization으로 해결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 Multiple decision makers: XXX 시장과 공급망 내 여러 참여자들 각각의 YYY 등 행동은 최소비용 수요 충족 등 제약 하에 각자의 목적함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XXX 비중 증가로 sotchasticity도 증가해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의 XXX 정책도, YYY 보급률을 늘리려는 정부와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YYY 도입 주체 간의 dependent한 의사 결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련해 Game theory를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세히 배운 적은 없지만요.)

[D] Panel data analysis: XXX 분야는 필연적으로 정책과 유관하므로, XXX 연구 결과물은 정책 관련 함의 제시에 쓰일 수 있어야 합니다. 관련해 XXX 연구원 등 유수의 연구기관에서 발행한 연구결과물에서, 패널 데이터 분석 등 계량경제 이론이 많이 쓰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E] AI: 최근 XXX 분야에서도 "XXX and AI"라는 신생 저널도 생기고, YYY 연구에서도 ZZZ을 RNN으로 예측하는 등, AI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 시도들에 수학적 고민이 충분히 포함되었는지에는 다소 의문이며, 위에서 기술한 XXX 연구의 전체 그림과 유기적으로 얽힌다기보다는, 딥러닝으로 당장 결과를 뽑을 수 있는 일부 Module에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A] ~ [E] 전부 SIAI의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제가 대학원생 때 막연하게 필요성을 느꼈지만 습득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바로 그 지식들이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이러한 확신이 드니, 평범한 직장에 고착화되기 전에 한 해라도 빨리 도전하자는 생각 또한 들었고, 지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사항들을 왜 대학원 때는 습득하지 못했냐 하면...

우선 지도교수님께서 XXX을 주력으로 연구하는 분이 아니셨고,

저년차 때는 XXX 도메인과 최적화 공부, 그리고 ZZZZ를 쓰는 프로젝트 수행에 바빠 저런 시각을 갖지 못했습니다.

 

대학원 중년차(?) 쯤 되니 슬슬 저런 요소들이 있다는 것은 보였으나, 저런 수학 요소들을 경제수학의 이런저런 교재를 보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코스웍 기간은 지나버린 데다, 당장 학위논문 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싣는데 신경써야 하는 현실(?) 앞에서, 당장의 프로젝트에 쓰지 않을 수학에 장기투자(...) 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블로그 글에 지적해주셨던대로 이제서야 정신차리고 다시 배우겠습니다. 그래서, 국내 XXX 연구 수준과 XXX 관련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Global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SIAI에서라면 실현 가능한 목표라 믿습니다.

(일반적인 Data Science 및 Artificial Intelligence 관련 동기와는 다소 다른 동기가 되어버렸는데, 이를 "개인화된만큼 더욱 확실한 학습 동기", 혹은 "SIAI의 Output 다양성"으로 봐 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입학 당시 내부 평가

국내에서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종류의 공학 전공에서 국내 대학 박사 학위를 한 분들을 만나봤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수학, 통계학 주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처음 1달짜리 단기 수업에서 만나봤을 때부터 이미 느꼈지만, 국내 공돌이, 아니 공학도 중에 상위 0.01%에 해당하는 분일 것이다.

(내가 공돌이들 한테 혐오감이 최대치를 찍었지만, 이런 분에게까지 그런 비속어를 쓰고 싶진 않다. "공학도"로 정정한다.)

기초 수학을 따라오는데 긴 시간이 걸리는 비전공자인만큼, MSc DS, MSc AI에서 최상위권이 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수업 따라오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고 기대를 했었고,

실제로도 매우 잘 따라오고 있는 중이다.

한국 사회를 바꿔주는 밀알이 되시리라고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지원 서류 검토 당시에 우리가 가장 높게 샀던 부분은,

뭘 배워야하는지를 알고 있고, 우리 SIAI에 와서 그 포인트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향 설정이었다.

무슨 코드 베껴서 AI 전문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가진, 국내 언론들 때문에 왜곡된 시야를 가진 지원자 투성이였는데,

(ex. 제가 비전공자이지만 10년 동안 코딩을 해서 좀 자신있는데요, 그럼 MSc AI 바로 들어갈 수 있나요?)

다른 학생들과 다르다고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게 아니라, 되려 우리와 Fit이 꼭 맞는 분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우리가 AI 전문가를 기르는데 정작 Business 연계 전공인 MBA에 큰 초점을 두고 있는 이유가,

다양한 학문 출신들이 자기의 강점과 SIAI의 강점을 결합해서 Synergy를 창출해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일전에 소개했던 S대 계산과학 연계 전공의 Business 버전이 우리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이거든.

 

우리 SIAI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교육

우선 저 위의 [A] ~ [E] 교육이 우리가 Boot camp 수준의 AI 코딩 교육에 비해서 가진 2가지 장점 중 하나다.

Global 레벨 연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연구 방법론을 AI 교육에 접목한 커리큘럼, (즉, 영미권 초명문대 대학원 교육)

나머지 하나는 MBA에서 가르치고 있는 Business 적합도를 높인, "진짜 실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고.

 

아마 저 공학 박사 분은 국내에서 [A] ~ [E]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기관 자체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모교, 모 학부인 S대 경제학부 대학원 석/박 과정에서 일부 가르쳐주실지는 모르겠는데, (나도 대학원 안 가봐서 모르겠다)

경제학과 스타일로 가르치지, 공대 학생을 배려해서 Problem Set이나 기말고사를 출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장 미시, 거시 경제학의 주제들을 저런 수학으로 풀어내는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공대생 1-2명을 위해 추가로 시간을 쏟기에는 교수님들도 힘드시겠지.

 

경제학에서 저런 고급 수학을 쓰는 교육을 받고, 나중에 Financial Math가서 다시 저 수학을 쓴 모델을 배우면서 느낀 거지만,

학문 범위가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수학이라는 도구만 똑같지, 정작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 같은게 확 달라지더라.

더더군다나 ML, DL, RL 하는 CS분들이 같은 수학, 통계학을 쓰는걸 보면, 아예 철학적인 태도마저 다른 것도 느낀다.

 

CS로 미국에서 박사하신 다른 박사님도 우리 MSc DS에 오셨는데,

미국에서 이런저런 괜찮은 MSc DS를 찾아가봐도, 대부분 원하지 않는 뜬금없는 해당 학문 내용을 너무 많이 요구하더라는 불만이 있으셨다.

 

우리 SIAI는 같은 레벨의 고급 수학을 Data Science의 문제를 풀어내는 관점에서 커리큘럼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었다.

물론 세부 과목마다 내 출신 전공인 경제학이나 Financial Math 냄새가 풀풀 풍기는 문제들을 던지거나,

다른 교수님들이 자기 전공 출신 냄새가 풍기는 강의노트를 들고 있기는 할 것이다.

아마 몇 년간 이렇게 고생해서 우리 나름대로 Data Science 교육용 커리큘럼을 체계화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

 

최소한, MSc AI/DS쪽 공부를 하면서, 국내에서 우리보다 더 고급 수학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교육 과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건 이미 국내 몇몇 명문대 교수로 있는 지인들의 한탄섞인 자조를 한 두 번 들어본 게 아니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아마 저 위의 고급 수학이 쓰였다는 논문에 쓰인 수학 주제 자체를 위의 S대 공대 박사 분 정도로 구분해내는 국내 연구자도 거의 없을 것이다.

국내 공대에 있는 인력(교수, 박사, 석사 등등) 전부를 통틀어서 100명, 아니 50명만 나와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저 위의 5개 주제 전체를 나같은 글로벌 시장 쩌리만큼이라도 강의할 수 있는 국내 "공대" 교수 10명 데리고 올 수 있으면 군말없이 큰 절 해 줄 수 있다. 절 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한국인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비참하지만, 그게 한국의 인력 수준이고, 글로벌 시장 학문적 지위더라.

 

그런데, 위에 쓰신대로 분야에 상관없이 "해외 선도적인 연구"에서는 저런 수학을 쓰는게 너무 당연하다.

내가 2개 전공을 공부하면서 보기도 했고, SIAM이라는 수학 학회에 논문 하나 발표하다가 타 전공 연구자들의 결과물을 보면서도 느꼈던 사항이기도 하다.

저런 "기본적인" 수학 도구를 모르면, 그 리그에서 대화 자체가 안 된다.

그러니까 국내 연구진이 글로벌 시장에서 2류, 3류 취급받고, 쩌리급 SCI급 저널에도 못 내서 국내용 K-SCI나 만들어서 자위(?)하고 있을 수 밖에.

 

우리 MSc 교육 레벨은, 딱 이렇게 Global 수준의 연구인력을 키워내는 곳이다.

(이정도 레벨의 연구 인력이 되는게 목표가 아니라면 무리하지 말고 MBA in AI/BigData -> DBA in AI/BigData 하자 응?)

 

기본도 모르는 국내 대학 졸업생들

MBA in AI/BigData 학위 초반부 수업 중 하나에 회귀분석의 가장 기초인 Gauss-Markov 가정 5개를 설명했던 날의 일이다.

어차피 머신러닝, 딥러닝, 인공지능 용어만 화려하게 써 놨지, 사실은 회귀분석이라는 기초를 모르면 코드 복붙해서 사기치는 개발자 수준 밖에 안 되는, 그래서 GM 5개 가정 (A1 ~ A5)은 정말 필수 중에 필수인데, 자기네 회사에 "명문대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출신인 분이 A1 ~ A5를 하나도 모르고, 변명이라고 하는 꼴이,

머신러닝 공부하느라 회귀분석은 까먹었다. 몰라도 상관없지 않나?

란다더라. 저 의견에 동의하는 까막눈 공돌이들이 많겠지만, 적어도 내 눈엔

밥 하는데 집중하느라 쌀을 안 샀다. 햇X 데워주면 되지 않나?

같은 표현과 동치로 보인다.

밥 하는데 집중하느라 쌀을 안 사는건 뭐지? 그냥 밥솥만 사 놓으면 흙을 넣어도 밥이 되나?

현미보리밥 같은 신경 쓴 밥도 아니고, 백보 양보해서 단순 흰 쌀밥도 아니고, 햇X 내놓는 식당 밥을 프리미엄 얹어 주고 사드실 분 있나?

근데 '프리미엄이 붙은' 명문대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출신이라고? 그래서 다른 인력보다 연봉이 높다고?

한국은 자칭 IT강국, 인재들 갈아넣어서 전세계 10대 경제 대국 아니었나? 인재가 엄청 많은 나라 아님? ㅋㅋ

 

저 의견에 동의하는 구간은, 정말로 회귀분석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데이터들, 즉 자연어, 이미지 같은 패턴이 항상 정해져 있는 데이터 셋에서 "동일(at least 유사) 정보값" 매칭하는 작업 밖에 없다. (ex. 챗봇)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추상화 모델링을 하는게 아니라, 단순 공식을 찾는 공돌이들이 좋아하는 A -> B 매칭이 적용되는 구간은 "항상 정해져" 있거든. 나머지 모든 heavy noise 데이터에서는 데이터 전처리 작업에만도 Gauss-Markov가 깨지는 상황들이 헤아릴 수 없이 벌어진다.

Noise도 별로 없는 벽돌깨기 게임 문제 푼다고 쓴, 인공지능 마니악 CS 전공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Reinforcement Learning 중에 Experience Replay 한번 봐봐라. Dynamic optimization, MCMC, Gibbs sampling, Change of measure, Time Series, ARMA, Endogeneity 같은 주제를 다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는 모델인데, 이런 지식은 회귀분석을 기초 상식으로 깔고 가르치는 내용들이다. Noise가 더 많으면, 더 다양해지면, Endogeneity도 단순히 공식 대입하듯이 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데이터, 어떤 목적에 어떤 방법론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야하는지 제대로 이해 못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가, 기본도 모르는 대학 졸업생들이 어떻게 교육이 됐다고 할 수 있겠나? 그런데 틀린 걸 가르쳐줘도 끝까지 맞다고 우기고 그걸로 세금, 투자금 같은 아까운 돈을 낭비하고 있으니 도대체 얼마나 모르면, 얼마나 엉망으로 가르쳤길래 애들이 저렇게 고집불통이 되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나가며 - 국내 대학 졸업생들 vs. 인생이 바뀐 SIAI 학생들

다시 위의 S대 공학 박사라는 분의 글로 돌아오면,

"박사과정 중 필요성을 느꼈지만 엄두를 못 냈던...."

이라는 표현을, 글 쓰신 박사 분께는 정말 미안하지만 이렇게 수정하고 싶다.

"3류 교육 과정이라 학교에서 안(못) 가르쳤던 내용...."

국내 대학의, 특히 공학 대학원 과정들 수준, 아니 한국의 지식인 사회가 주는 "자격증" 수준이 어떤지에 대해서

S대 박사, 그것도 국내 VC 투자사들이 물고 빠는 공대 박사들의 수준이 어떤지 잘 보여주는 진술서였지 않았나 싶다.

저 박사 분은 그래도 국내의 비참한 현실을 혼자 힘으로 깨달은 기적같은 분이다. 꼭 SIAI에서 선진 교육을 받고 탈출하시기 바란다.

아니, 이미 SIAI 찾아오신 것만으로도 우물 밖으로는 나왔다. 이제 우물 밖에서 살아남느냐가 관건이겠지.

 

가까운 친구 하나가 우리 SIAI 교육 과정에서 "날라다니고 있는" TA들과, 한계를 깨닫고 찾아오신 공대 박사들 이야길 듣고는

네가 그 분들 인생 바꿔 드린거야. 다들 살아남으면 너네 학교 교수 시켜드려

라던데, 솔직히 내가 좀 편하고 싶어서라도 꼭 살아남고 교수 하시면 좋겠다ㅋ

 

Why SIAI 시리즈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2. 여긴 교수님들이 책 밖에 있으신 분들인거 같아서요
  3. 박사과정 중 필요성을 느꼈지만 엄두를 못냈던 지식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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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봄학기 지원자 지원동기

2022학년도 봄학기 지원자 지원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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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2학년도 봄학기에 지원하신 분들의 지원동기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현재 재학생들이 작성한 면접 보고서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했음을 밝힌다.)

 

1. 컴퓨터 공학 전공자

현재 직장은 개인정보가 담긴 인물 사진이나 차량 사진을 받아서 개인정보를 모자이크 처리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기본 원리나 알고리즘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고, Github 코드를 가져다 파라미터만 바꾸어 사용하는 상황이었다. 통계와 수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파비블로그 글을 읽게 되었다.

사실 회사를 그만두고 통계학 과정을 더 공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파비블로그 글에서 대표님이 수학과 통계에 대한 논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에 신념을 가지고 주장하시는 것을 보고 지원 결심을 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2019년부터 자세히 읽어서 학교 설립 취지를 이해하고 있다. 한국의 수준 낮은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과 차별화 하는 것이 목표이며, 소위 AI라고 알려진 그냥 라이브러리를 가져다 코딩하는 낮은 수준의 교육이 아니라, 근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알고 있다. 특히, 교과서 수준의 지식이 아니라, 현실 적용을 고민하신 커리큘럼이 딱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2. 재료공학 + 변리사

외부의 학위과정을 찾아봤지만, 단순히 머신러닝 전문가 양성이라는 말만 그럴싸하게 피상적인 레벨이고 제대로 본인의 니즈에 맞는 과정인지 알기 어려운데, SIAI는 철학이 있다는 것을 파비블로그를 통해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략 컨설팅의 실패와 머신러닝의 관계 라는 포스트가 현재 변리사 업무와 굉장히 닮아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추상화하는지, 그래서 현재 컨설팅 회사의 수행 업무들이 어떤 한계점에 봉착해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고객 중에서도 특허 원리를 모르면서 머신러닝/딥러닝을 만능열쇠 (& 블랙박스) 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학교 설립 취지에 크게 공감한다.

MBA 커리큘럼 소개글 중, "수학으로 쓰인 지식을 누구한테 번역해달라고" 할 수는 있어야 된다, "그 번역물을 정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알아들을 수는 있어야" 된다는 표현들에 크게 공감이 됐다.

3. 통계학 및 머신러닝 전공자 - 현재 벡엔드 개발자

Cobb-Douglas 함수에 Log를 취한 다음, 일반적인 회귀분석으로 얻어낸 상관계수를 이용해서 실제로 노동조합과 사측이 연봉 협상을 벌이는 글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통계학을 교과서로만 배웠고, 지식이 부족한데, 정말로 이렇게 현실 문제를 풀어내는데 쓸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나도 그렇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 안에서 A/B Test를 하는데, 다들 대용량 데이터 모아서 ML 돌리는 생각만 하고 있지, 파비클래스에서 이야기하는대로 random sampling이 제대로 되었는지, multi-period로 모델이 확장되는 상황이 있는지, Underlying 분포함수가 Poisson일 수도 있는데, 그런 고려는 안 하는지, N_1, N_2를 나눠주는 비율에 따라 test stat에 영향을 주는 부분에 대한 고려는 있는지 같은 사항들이 전혀 언급이 되질 않더라.

학부 유학파라 석사도 미국을 갈 생각했지만, 현실적인 사정상 국내에 있어야 하는데, S대를 비롯한 국내 유명 대학 AI/DS 과정들은 코딩 베이스로 돌아가고 있는 반면, SIAI 교육은 수학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밸런스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어, AI 박사 커리어를 생각하지 않는 입장에서 MBA AI/BigData가 매우 적합한 과정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4. 화학 전공 + S대 MBA

회사에서 "빅데이터" 업무에 배정된만큼, DS 관련 수업들을 회사 지원금으로 들었지만, 간단한 케이스 예제와 데이터 시각화 정도인 탓에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학부시절에도 공부한 내용을 연구실에 가면 써먹을 줄 알았는데, 다들 Trial-and-error만 반복해서 실망이 컸다.

대전 K대 출신인만큼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DS 강의를 들었는데, 수업을 듣는 동안 이걸 들어서는 파비블로그에서 말하는, 현실 세계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추상화한 다음, 논리적인 사고로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갖출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달았고, 교수님이 CS 출신이라는 것을 보고 바로 자교 AI대학원을 가는 것을 포기했다.

S대 MBA 과정 수업은 좋았지만, 마케팅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기른다는 관점에서, 학위 과정 전체에서 얻은 경험치를 다 합해도 파비블로그 글을 2번 읽는 동안 얻었던 "Fundamental Theory and Logical Thinking" + 직관적인 이해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파비블로그 + SIAI 컨텐츠는 딥러닝을 프로젝트에 쓰려고 검색 중에 발견하게 되었는데, 제대로 데이터에 맞춰 모델을 만드는게 아니라, 그냥 붙여넣고 보려는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제대로 공부하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다.

5. 경제학 전공 + 금융업 종사

회사에 통계학 전공자들의 영향을 받아 알게 되었고, 그간 파비클래스 수업들을 다 들었다. 회사에서도 통계학 석박사 분들은 이런 교육을 찾아서 들어야 한다고 권장하는 편이다. 다른 부서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딥러닝을 돌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부서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거꾸로 그 사람들에게 왜 잘못되었는지 설명하는 능력을 갖춰야 겠다고 생각 중이다.

고객사나 보스들 중에 딥러닝 마니악들이 많은데, 심지어 단순 로지스틱 회귀보다 못한 딥러닝 모델을 갖고 있더라.

S대 공대 연구실에 잠깐 있던 시절, S대 뿐만 아니라 대전 K대 출신들도 만나봤는데, 다들 통계 패키지만 돌릴 줄 알지, 제대로 무슨 계산을 해야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해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만나보니, 한국은 시각화만 생각하지 통계학을 아예 모르는채로 일하는거 같더라고 무시(?) 하더라.

회사에 국내 대학원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다녀본 윗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곳에서는 그냥 통계 패키지 사용하는 거 몇 번 해 보는게 다인 수준에, 주로 인간관계를 목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지 않다고해서, 국내에는 수준 높은 교육을 하는 대학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해외 대학원이라 회사 지원을 못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왕 가는거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SIAI에 지원했다. 도구 변수를 이용해서 회사 업무 중 불가능해 보였던 문제를 풀어내는 SIAI 시험 문제를 보고 충격을 먹었었는데, 꼭 배워서 활용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사실 수준 높은 SIAI의 교육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는 한다.

6. 응용 수학 전공자

4-5달 전부터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 검색을 하다 SIAI를 발견하고 미국과 한국에 있는 여러 대학들을 비교해 본 끝에, 수학적인 극단과 코딩 극단의 양쪽 사이에 적절한 밸런스를 갖춘 희귀한 프로그램이라는 걸 이해하게 됐다. (미국 명문대 학부 출신)

사실 당장 회사 업무에 DS 지식을 급하게 써야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걸 제대로 알아놔야 앞으로도 능력자로 인정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비지니스 적용을 위해 수학을 쓴다는 관점이 쉽게 볼 수 있는 교육 과정이 아니라서, 평소에도 논리적인 사고력이 부족한 것 같은데, 본인의 부족한 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7. 경영학과 출신

막연히 공대 수업만 쫓아다녔는데, 코드 복붙만 하는 거 같아 이상하다는 생각에 구글 검색을 하던 중에 파비블로그를 발견하게 됐다. 블로그를 가이드라인 삼아 혼자 공부를 해 봤는데, 수학적 직관이나 통계학적 응용능력이 부족해서 힘들었다.

다른 대학에서의 수업은 프로그래머의 직관, 경험에 맡기던 부분을, 파비블로그에서는 통계적으로, 주로 계량경제학적인 부분으로 설명하더라. 그 내용을 다 이해할 수준은 되지 않지만, 그런 지식을 더 쌓는 훈련을 받고 싶다. 시험 문제를 유심히 본 적이 있었는데, 내용적으로는 친근하고 현실의 문제라는게 이해되는데, 실제로 풀려고하니 손을 대기가 어렵더라. 그런 문제를 시험으로 내는 만큼, 수업 장식이 새로울 것으로 기대되고, 그만큼 적응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좀 걱정도 된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설명하면서 상어와 아이스크림 판매량 비유한 글이 있었는데, 평소에도 둘의 차이를 구분 못하는걸 많이 봤기 때문에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학부에서 현실 세계의 문제에 적용하는데 괴리가 있는 교육이 아니면 단순히 패키지의 기본적인 사용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 수업 정도만 봐왔는데, SIAI에서는 논리와 직관에 주안점을 두고 가르친다고 들어서 기대(와 따라갈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8. 경제학 + 금융업

DS 공부를 대부분은 IT전문학원에서 하는데, 대학에서 회귀분석을 배울 때도 어려워서 좌절한 적이 있었는데, IT학원에서 제공하는 수준으로는 답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표님 글을 보면, 생각하는 방식부터가 차이나는게 보여서, 여기 교육을 들어야 생각의 틀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님의 글을 보면 접근 방법이 매우 친숙하고 공감이 가는게 많아서 자주 파비블로그를 읽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경제학에서 머신러닝, 딥러닝에 대한 관점을 논한 글이었는데, 딥러닝이 필요하고, 성능이 나오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다는 걸 정확하게 짚어주셔서 이해도가 크게 올라갔었다. 또 앙상블을 무턱대고 결합하는 경우에 각 모델의 오차가 더해져서 오차가 증폭된다는 글을 보며, 딥러닝 매니악들과 반대로 이론적 토대를 가진 접근 방법이라서 꼭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용을 알아야 실제로 배운 것을 업무에 활용할 때 설명, 검증이 될 텐데, 그런 것에 대해서 확신을 주는 글들이 많았다.

9.신소재/나노 공학

굳이 딥러닝을 사용하지 않아도 통계, 수학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 문제들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것 같다. 그런 R&D 과제 참여자들이 없고, R, 통계 패키지 돌렸다는 이야기만 한다. A 문제가 생겼으니 a라는 모델링을 해 보자고 말할 수 있어야 되는데, 모르니까 그냥 딥러닝으로 돌려보자고들 해서 답답하더라.

기본 통계학 수업들만 들은 상태기 때문에, SIAI의 Math & Stat 과목들에 특히 관심이 많고, 데이터 프로세싱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는 많은데, 현업에서 제대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배우고 싶었다.

다른 대학원은 커리큘럼만 봐도 실제 현실 적용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고, 학원의 경우 프로그래밍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더라. 파비블로그를 통해 접한 SIAI의 커리큘럼과 유사한 과정은 찾지 못했다. 특히, 딥러닝은 패턴이 강할 때 사용하는데, 데이터가 선형성을 따른다면 굳이 딥러닝을 쓰지 않아도 효율 좋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10. 생명공학 학/석 전공자

딥러닝이 가장 열등한 모델인데? 라는 글을 보고, 사람들에게 미지의 모델이라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던 부분이 많이 깨졌다. 글을 보면서, 막무가내로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통계학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내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데, 실험 데이터 모으는 1차원적인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지만, 실험마다 오차가 크고, 해석이 정량적이지 않아서, 제대로 뭔가 심도있게 분석을 하는 것은 없는 상태다. 제대로 된 모델링을 해 보고 싶은데, 커리큘럼이 좋고 직장을 병행할 수 있어서 지원하게 되었다.

현업이 데이터 분석 업무인데, 거의 모든 직원이 데이터 분석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2019년도까지는 딥러닝을 이용해서 미생물 실험에서 생기는 데이터 기반 예측하는 연구들이 조금 있었는데, 그 뒤로는 없어졌고, 그 이유를 알아보니 그렇게 모델을 만들어서 예측한 것들이 잘 맞지 않아서 더 이상 많은 연구가 없었다고 한다. 실험 연구자들이 실험 관련 지식은 많으나, 그 결과를 분석하는 통계 지식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데이터를 많이 때려 넣으면 예측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는 대표님 말에 공감한다.

해외 대학원이다 보니, 온라인으로 밖에 수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MBA 과정은 배우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접근성을 높여주기 위해 더욱 온라인으로 진행하시는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모교에서 직장인 대상 통계 대학원을 갈까 생각도 했으나, 거리도 있고, 커리큘럼을 비교해보니 SIAI MBA 과정이 월등해 보여서 여기서 공부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눈에 띄는 10개를 뽑았는데, 다들 그간 파비블로그에서 공유되었던 지적들에 크게 공감한 상태에서 학교를 지원한 것 같다.

우리 방식 교육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딱히 국내 학벌이나 전공으로 자를 생각은 없고,

면접 중에 Red flag이 올라온 분들에 대해서만 좀 더 내부 의견을 공유한 다음에 합/불 통보를 드리면 될 것 같다고 생각 중이다.

못 따라 오거나, 중간에 포기하거나 그럴거 같아서, 괜히 시간과 돈만 날릴 것 같아서 좀 찜찜하거든.

그리고 가능하면, 의지가 있는 분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공급해 줄 수 있도록 어지간하면 문을 열어드리려고 한다.

어차피 아무나 지원하는 학교는 아니고, 저 위에 10명 중에 국내 최상위권 AI/DS 대학원 지원해서 떨어질 분은 안 보인다.

(다들 잘난 분들이다 ㅋㅋ)

 

그나저나 공대에 이렇게 B형 사고를 갖춘 분들이 많은데, A형들만 만났다고 biased된 샘플만 놓고 불만을 강하게 표현하는 블로그에

상처 입으신 B형 공대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모쪼록 우리 SIAI와서 좋은 교육을 받고 A형들에게 깨우침을 널리 전파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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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IAI - 2. 여긴 교수님들이 책 밖에 있으신 분들인거 같아서요

Why SIAI - 2. 여긴 교수님들이 책 밖에 있으신 분들인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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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MBA 지원자 분과의 인터뷰 중에 나왔던 대화다.

면접관: 왜 굳이 저희 대학원 MBA 프로그램에 지원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지원자: 국내 학교들 대학원 가봐야 교수님들 다들 책만 보신 분들이고, MBA는 애들끼리 토론이나 해라고 그러고 시간만 때우잖아요. 근데 여긴 대표님 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공부 많이 하신 분들이 책 속의 지식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계속 이야기가 나올 것 같고, 그런 교수진만 뽑으시려는게 티가 나거든요.

여긴 교수님들이 책 속에 있으신 분들이 아니라, 책 밖에 있으신 분들인 거 같아서요. 진짜 MBA는 이래야 된다는 표현에 깊게 공감해서 여길 찾게 되었습니다.

 

이걸 공유하는게 너무 자뻑인 것 같아서 좀 부담스럽기는한데, 다른 한편으로보면 국내 대학 교육의 문제점, and/or 국내에서 보는 MBA 교육의 문제점을 너무 잘 짚어낸 대화인 것 같아서 일부러 골라봤다.

 

Brainstorming - 경험담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가진 대화를 하나 더 공유해보면,

: 부장님은 Wharton MBA 때 수업 중에 기억나는거 뭐 있으세요?

부장님: 어? 거시? 거시경제? 그게 젤 기억 나는데?

: 에이, 경영학과 출신에 MBA면 거시경제 깊게 못 들어가셨을텐데요? IS/LM? AD/AS? 통화정책? 재정정책? 뭐 기억나십니까?

부장님: 엉? 그게 뭐냐? MBA가 그런걸 왜 배우냐ㅋㅋ 우린 뭐 배우면 내일 주가 예측에 써보고 맞는지 틀린지 맞추는게 재밌는 수업이었는데?

 

한국의 학부 경영학과 + 국내 증권사 경력 + Wharton MBA 졸업 + 내 첫 직장 선임이셨던 분과의 대화다. 나중에 알게된 건데, 그 거시경제 강의하는 교수가 나름대로 스타 강사더라. 계속 학생들을 웃기면서 거시경제의 이런저런 주제들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제를 드는걸로 유명한 교수라고 하던데, U Penn 학부 경제학 출신인 형님 한 분이

딱 MBA가 좋아할만한 강의였지. 우린 TA해서 돈 벌러 들어가는 강의였고ㅋㅋㅋ

라고 평가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평가야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거시경제학이라는 주제를 가르치면서 매일매일 주가 움직임에 대한 해석을 재료로 삼아 강의를 한다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책 속에서만 끝날지도 모를 지식을 학부 저학년 수준 수업에서 현실 세계를 해석하는 용도로 풀어낼 수 있는 강의 능력은 절대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과의 거시경제학 정도 되는 과목은, 특히 학부 수준은 이미 교과서가 수백 종류도 더 나와있고, 가르치는 내용이 크게 바뀌기도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이제 학계에서 아무도 안 쓰지만 행정고시 시험에 계속 나오는 IS/LM 같은건 국내 거시경제학 교과서에서 좀 빠졌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논리를 따라가면서 거시경제정책 하나가 전체 경제 시스템에 어떤 채널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부하는데는 좋은 사고의 도구라는데, (학부 수준이라면) 별로 토를 달고 싶지 않다.

이런 과목을 도대체 어떻게 가르쳤길래 MBA처럼 지식 기반없이 술 파티와 골프 연습으로 2년을 보내는 학위를 마친 분께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었을까?

결국 지식이라는 것이 현실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줬기 때문에, 그런 사고방식을 체화시킬 수 있는 경험을 심어줬기 때문에 다른 과목은 다 까먹어도 거시경제학은 기억한다는 이야길 하셨을 것이다.

(물론 저렇게 기초 지식 하나도 기억 못하고 주가 맞추는거만 기억하는 졸업생을 만드는건 지양해야지. 제대로 지식 없이 아는체하는 악마를 만들어 내는 교육과정은 직업학교 수준 아니냐...)

 

Strategy - 교수진 채용 원칙

다시 교수진으로 돌아와서, 일부러 교수진 선별할 때 학교나 연구기관에만 오래 계신분을 피했다. 우리가 무슨 Nature, Science 같은 인류 최고의 저널에 논문 쓰려는 연구진들이 모인 기관도 아니고, (인생의 역량을 싹 다 끌어다 Nature, Science에 1저자 논문 1개만 올려놔도 우리나라 초일류 교수진이 되는 수준으로 인재 풀이 없는 나라에서 무슨ㅋㅋ),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현업에서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얼마나 잘 훈련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교육기관을 목표로 한다.

시계열 데이터 전처리라고 Kalman filter를 배우고, 학교에서 써 보는 거 말고, 현업 뛰면서 Kalman을 어떻게 써서 문제를 해결했는지, 그런 경험을 수업에 녹여낼 수 있으면, 당연히 학생들에게 필요한 Kalman filter라는 지식과 현업 경험치를 같이 가르칠 수 있는 교수님이 된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해 줄텐데 그런걸 왜 배우냐는 다수의 국내 공돌이 박사들은 교수는 커녕 우리학교 학생 자격도 없고ㅋㅋ)

의사들 교육 과정을 보면, 굉장히 현실 친화적 or 임상 친화적이다. 내 치아 교정 결과물 사진을 치과 의사가 강의 자료로 쓰는 수업이나, 암 치료 과정을 수업에 쓰면서 의대생들에게 대장암 전이 방식과 치료 대응을 설명하는 수업을 참관해 본 적이 있다.

Data Science라는 학문이, 필요한 Skill set들을 배우고나면 그걸 어떻게 쓰는지 최소한 입으로 정리한 케이스라도 들어봐야 왜 그런 계산통계학 지식을 배우는지 이해가 되고, 이해력이 부족한 2류 학생들에게는 실제 코드로 돌려본 결과물들을 보여주면서, 어떤 사고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알려주는 강의를 해줘야한다. (그것도 안 되는 3류 학생들은..... 그냥 1달 완성 같은 강의나 들어라...)

 

Execution - 강의 내용

얼마 전, 우리 회사가 속칭 AI를 활용한 외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느 고객사 시스템에 외부 해킹이라고 결론 내릴 수 밖에 없는 사건을 겪은 적이 있다. 서버의 로그인 ID/PW를 뚫으려고 여러가지 ID를 썼던데, 일반적인 서버에서 흔히 쓰는 ID들 (ex. ubuntu, admin 등등) 뿐만 아니라, 내 이름을 들은 사람이 써 봤을 조합들도 꽤나 많은 숫자로 Log값이 남았더라.

그 URL이 외부에 비공개된 상태라 아무도 모르는 시스템인데, 내가 그 시스템 최종관리자라는 것도 알아냈으면 만만치 않게 많은 정보를 찾아냈다는 뜻이겠지. 짧은 시간동안 1만번 이상의 로그인 시도 기록과 출발 IP가 중국, 동남아 등등 전형적인 VPN 서버를 활용하는 사람들, 특히 특정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쓰는 IP라는걸 하나하나 밝혀내고, 고객사와 이걸 경찰에 의뢰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보안을 강화한 다음, 한번 더 공격이 들어오면 그 때는 경찰에 공식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을 봤었다

대화 끝에, 이번 사건을 MBA 수업 자료로 써야겠다고 그랬더니, 고객사 담당자 분이 어이가 없는지 한참 웃으시더라.

그런데, 내가 어떤 스텝을 거쳐 이걸 해킹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됐는지 함께 따져본 분이다보니, 다시 말을 꺼내면서 수업 방향과 연결지으니 표정이 완전 바뀌더라. 자기도 그렇게 수업 좀 듣고 해킹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는 IT수사관(?)이 되고 싶단다.

예전에 Data Science는 일종의 탐정놀이 같은 작업이라고 그랬었다. 데이터에서 남들이 못 찾아냈던 패턴을 찾고, 그 패턴을 우리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 수학/통계학 공부를 더 했고, 그걸 응용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면, 남들이 못 찾아냈던 패턴을 더 잘 찾아낼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책 속의 수학/통계학으로만 공부한 사람들에게 "수학은 가성비 안 나오는 지식"이라는 병신력 만렙 인증 섞인 비난 밖에 안 나오거나, 혹은 나는 어떻게 쓰는지 가르칠 생각이 없으니까, 그건 학교에서 가르칠 내용이 아니니까, 배우는 너네가 알아서 어떻게 쓸지 찾아내라, 나는 교수니까 그런거 관심없다는 투의 뻣뻣한 태도만 가진 사람도 많다. 통계학 재밌다는 학생에게 "내가 해 봤는데 별 거 없더라"는 어느 사립 초명문대 교수 이야길 해 주던 그 학교 석사 출신 학생의 넋두리도 기억이 나네.

우리 학교 교육의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지원 결정을 내렸다는 어느 지원자의 말처럼, 그런 지식과 응용을 두루두루 가르치는 교수진을, 혹은 그런 교육 과정을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

 

Next steps - 경영학과가 나아가야 할 방향?

평생 Business 전공을 무쓸모 전공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면서 살았는데, 위의 생각을 하면서 커리큘럼을 짜고나니, 이런게 정말 진정한 Business 전공이었어야하지 않나는 생각을 하게됐다.

경영학과 교육 과정 대부분은 기초 지식이 필요없는데, 재무관리 관련 컨텐츠는 아무리 학부 과정이라고해도 상당한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Asset Pricing 쪽으로 가면 수학, 통계학, 경제학 지식이 학부 수준으로는 터무니 없이 모자라고, Corporate Finance 같은 주제를 가르치려면 그래도 학부 수준의 수학, 통계학, 경제학에 중급회계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고, 합병 같은 세부주제로 들어가면 회계 쪽으로 공부할 양이 크게 늘어난다. 거기다 경영학 대학원을 정상적으로 공부하고 있으면 스스로가 Economist by training이 되어야 할 정도로 경제학 대학원생과 거의 동급의 경제학의 학문적 도구들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여기까지 살아남는 경영학과 학생을 거의 못 봤다.)

경영학과에 전공 잘못 왔다고 생각했다가 재무, 회계를 보고 이거라도 하자로 생각이 바뀌는 부류와, 저건 너무 어려워서 못 하겠다는 부류로 나뉜다고 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못 하는 부류 때문에 그간 경영학을 대학 레벨 학문 취급도 안 했었다. (경영학과? 그거 고졸한테 대학 졸업장 주는 과 아니냐?)

재무, 회계 지식 기반으로 경영학의 특정 주제를 깊게 파고들어가면 아무리 학부 수준이어도 필요한 지식이 많아지는 것처럼, Data Science 관련 주제도 어차피 비지니스의 특정 문제를 풀어나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경영학과에서 가르치는 커리큘럼으로 만들 수 있겠더라. 아니, 요즘처럼 문송해서 취직 안 되는 시대일수록 더더욱 그런 지식을 가르치는 형태로 경영학과가 새롭게 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STEM MBA라는 MBA의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버전이 실제로 미국에서 엄청 Hot trend라는걸 학위 과정 만들면서 알게 되기도 했다.)

 

수준이 팍~ 올라간 강의에 엄청 쫀 학생들이 안스러운 마음에 수준을 좀 낮춰야되는거 아닌가 고민하다가, 이왕 제대로 가르치겠다고 만들었고, 제대로 배우겠다는 학생들이 찾아왔다는 생각에, 위의 생각을 다른 교수님이랑 공유했더니 이렇게 답변 주시더라

Dog나 Cow나 만들어 제공하는 여타 MBA랑 차별성을 둬야한다는 제약이 있어서, 수준을 낮춰서 마냥 학생들을 즐겁게 하는게 우리한테도 좋을게 없죠.

 

제대로 훈련 받은 교수 인력이 부족해 시간이 좀 많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몇 년 이내에 우리는 MBA in AI and Finance 같은, 배경지식 필요도 0인 허접 경영학 말고, 재무, 생산관리 처럼 이미 경영학과에서도 수학, 통계학 공부가 상당히 필요한 기초 학문 위에 수학, 통계학 훈련을 응용하는 Data Science를 얹는 새로운 MBA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대학 레벨 기초 교육 수준이 낮은 한국인 학생 대상은 아닐 것 같다. 얼마나 오겠냐...)

계획을 얼마나 빠르게 현실에 옮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계획하는대로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면, 아마 국내 탑스쿨 공대들보다 압도적으로 더 수학/통계학을 잘하는 학부 경영학과 졸업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미 지금 나와있는 MBA in AI/BigData도 이미 국내 공돌이 박사들이 힘들어 하는 판국이군 ㅋㅋ) 어차피 계산 공식 하나 더 외워서 한 문제 더 푸는게 수학을 잘하는게 아니라, 지식의 체계를 구성해서 현실의 문제를 풀어내는데 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수학 실력을 평가하는 진정한 잣대일텐데, 우리 스타일로 훈련받으면 경영학과라도 수학, 통계학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 될 테니까.

평생 무시했던 경영학과를 탈경영학과 만드는데 일조하는 인생을 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ㅋㅋㅋ

 

Why SIAI 시리즈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2. 여긴 교수님들이 책 밖에 있으신 분들인거 같아서요
  3. 박사과정 중 필요성을 느꼈지만 엄두를 못냈던 지식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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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IAI -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Why SIAI -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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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지난 1년간 해외의 파트너 대학을 찾고, 협정을 맺고, 학위 인증 기관의 심사를 받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히 교육부의 칼날 앞에서 오들오들 떠는 국내 대학들과는 다른 시장에서 대학이라는 "장사"를 하는 기관들의 여러 면모를 보게 됐다. 때로는 추악하게 돈벌이에 집착하면서 학생과 파트너 기관을 쥐어 짜려는 악마를 만나기도 했고, 학교의 실질적인 교육 능력은 사실상 0에 수렴하지만 겉만 화려하게 포장해 학위 장사를 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대학과 전공 담당자들을 만나기도 했고, 더 심하게는 그런 학위 장사꾼 학교의 학위를 팔아주는 "세일즈" 업무를 하고 큰 수수료를 챙기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사장 저 X끼가, 내가 1년에 10억을 벌어주는데 나한테 태도가 저 따위.....

라는 표현을 하는 어느 원로 교수님의 술 한잔 걸친 입담에 충격을 먹은 적도 있었고, 그게 익숙해지고 나니 어쩌면 이게 대부분의 학위 장사꾼들의 "장사" 방식이지 않을까는 생각도 들더라.

같은 꼴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을 막연히 느끼며 대학원 교육을 시작했는데,

그렇게 소수 정예만 뽑으려면 장사 못 할텐데...

라던 주변 지인의 우려대로, 돈 벌이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운영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뭐, 장사하려고 대학원을 만든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의 썩은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내지 않으면 기껏 키워놓은 나라가 다시 2류 (아니 2류에서 3류...)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을 떨치고자 시작했던터라, 돈 안 남으면 뭐 어떠랴는 생각으로 운영 중이다.

그런 와중에, 진짜 제대로 된 교육을 공급해야겠다는 내 의지가 제대로 관철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막연하지 않은 불안감을 항상 떨치지 못하며 강의 자료를 만들고, 다른 교수님들의 강의를 모니터링 하는데, 요즘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그래도 좀 안도감이 생긴다.

에피소드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Data-based Decision Making이라는 과목의 첫 수업을 일부러 매우 간단한 주제로 골랐다. 다른 학교, 다른 교수들은 과목 이름을 보고 어디 Excel로 된 데이터 파일 하나 불러온 다음에 그걸 Github 어딘가에 있는 코드 복붙으로 돌려보는 수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데, 난 Opportunity cost 설명하고, 그걸 바탕으로 Comparative Advantage로 수업 시간을 꽉 채웠다.

CA 설명을 하며 단순하게는 2명의 개인간 "거래"를 설명하는 모델을 N명의 개인으로, N개의 국가로, N명의 개인이 일하고 있는 기업으로 확장하면서 무역 문제, 인사 문제 등등, 주변에서 자주 겪지만 매우 단편적인 설명 밖에 들을 수 없었던 내용들을 다뤘는데, 너무 데이터 모델을 안 보여주면 "상상 속의 논리"가 아니냐고 우길 것 같아서, 일부러 Revealed Comparative Advantage (RCA)를 이용해 1970-2000년대 무역 데이터 기반으로 국가간 N개 상품군에 대해 CA가 생긴 것을 역추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었다.

이런게 "Data-based" 모델이고, 이런 모델을 바탕으로 "Decision Making"을 해야하지 않나?ㅋ

간단한 아이디어, 간단한 모델을 제대로만 이해했으면, RCA를 국가간 무역 뿐만 아니라 인사 평가, 업무 배분 같은 여러 요인의 효과를 재배정하는 작업에 쉽게 응용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난 다음에 국내 모 Data Science 대학원을 자퇴하고 우리학교로 갈아탔던 학생이 그러더라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얼마나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에 가까울지 함부로 단언할 수 있을만큼 많은 샘플을 갖고 있지 않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적어도 국내 대학들처럼 단순히 개념을 알려주고, 그 개념을 적용하는 1차원적인 문제를 풀어라고 던지지는 않았다. (그냥 그 개념을 외우는걸로 시험치는 수준인 대학교 & 전공들도 많더라. Ex. 경영학과....) 내가 유학가서 제일 괴로웠던게, 심지어 기출 문제를 알아도 내 시험 점수가 바뀌지 않을 만큼 논리 기반 논술형의 수학/통계학/경제학 짬뽕 문제들에서 합격 턱걸이 점수를 받아놓고 안도하고 있는 아시아 학생들의 잘못된 학습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부를 했던 나 자신의 서글픈 자화상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우리 학생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서, 제대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생기더라.

 

에피소드 2. 매주 "과제 치료"가 아니라 "과제 고문"을 받는 것 같아요 ㅠㅠㅠㅠ

우리 스타일의 논술형 답안지를, 그것도 수학/통계학/(경제학) 논리에 맞춰 작성하는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다들 엄청나게 괴로워하는 것 같더라. 단순한 3변수 Regression을 log 값 기반으로 만들고, 그 모델이 사실은 Cobb-Douglas Function 스타일의 비선형 함수에 Log를 씌운 후 선형 Regression으로 풀어낸 모델이라는 걸 가르쳐주고, 그 식을 "아주 살짝" 잘못 만들었을 때 어떻게 꼬이는지, 그랬을 때 해석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요리조리 숨겨놓은 문제를 하나 출제해봤다.

다른 해석에 맞춰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고민을 녹여넣(었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은 답안지를 만들었던 학생이 이렇게 말하더라

한주한주 Problem Set "치료"가 아니라 "고문"을 받는 느낌입니다 ㅠㅠㅠㅠ

우스개 소리로 MBA는 죽어도 못 하겠다고 까불다가 MSc DS Prep 입학시험 (어쩌면 MBA in AI/BigData 졸업시험?)에서 폭탄 맞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시험 치료"가 됐다고 농담을 했었는데, 매주 제출하는 과제로 "치료"만 되는 수준이 아니라 "고문"을 받는 것 같단다.

생각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 같아서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식 교육을 벗어난 과제를 던진 덕분에 학생들이 고통&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역시 안도감을 갖게 됐다.

에피소드 3. 학부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엄청나게 어려운 강의를 하고 있는 것처럼 써 놨지만, 사실은 거의 대부분 학부 1,2학년 수준에서 만났을법한 개념들, 어쩌면 전공 수업도 아니고 타과 학생 대상으로 만든 교양 수업들, 심지어는 고교 수준 과정에서도 볼 수 있는 개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업을 한다.

예전에 파비클래스 다녀간 어느 학부 3학년 학생이 그러던데,

쉽게 만들려고 노력하신게 눈에 보이는데, 근데 너무 어려워요 ㅠㅠㅠㅠ

매우 고난이도 수학을 복잡하고 어렵게 써야 내용이 어려워지는게 아니라, 어떤 수학을 쓰는가는 본인의 선택이고 (물론 어려운 수학을 쓰면 좀 더 엄밀한 논리를 따질 수 있는 경우가 많음을 인정한다), 대부분의 일상 논리는 단순한 수학을 어떻게 결합해서 논리적으로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걸 항상 강조하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최소한 MBA in AI/BigData 수업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한 학생이 코로나-19 감염 및 후유증으로 어쩔 수 없이 학위를 중단해야겠다며 보낸 메일의 일부를 소개한다.

대표님 수업을 들을 때마다 너무 재미있고, 학부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개념을 곱씹어서 제 것으로 만들고, 사고를 확장하는 훈련을 해나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매우 유익할 것.....

학부 내내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통계학 개념들이 실생활에서 이렇게 쓰인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정말 "배우는 느낌"이 든다고 하던데, 좀 "시험 치료"나 "과제 치료", 아니 "과제 고문"을 받으셨으면 생각이 달라졌으려나? ㅋㅋ

힘들겠지만 이렇게 사고의 구조가 바뀌는 훈련을 1년동안 지속적으로 받고나면, 학부 4년간, 아니 국내 교육 16년간의 잘못된 사고 방식을 교정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나가며 - PT받고 자세가 고쳐진 느낌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 같은 직장인 공통의 체형 문제를 겪고 있는 분이 PT를 6개월 정도 받고 자세가 많이 고쳐진 것 같다며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 자신도 비슷한 문제를 장기간의 PT를 통해 열심히 고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은 학생 하나가 우리 교육이 딱 그런 PT와 비슷한 것 같단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PT가 무슨 근육량을 최대로 길러서 대회 출전하거나, 단순한 기구 사용법만 알려주는거라고 양 극단의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많은 분들이 받는 PT는 그대로 계속 놔뒀을 경우 멀쩡하게 헬스하다가 어느 날 허리디스크가 걸리는 걸 방지하도록, 그래서 온 몸의 근육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동 방식을 교정하는 것 같은데, 우리 교육도 무슨 노벨상 수상을 목표로 하는 연구원을 위한 것도 아니고, 단순 코드를 베끼는 허접 교육도 아니고, 지식을 제대로 이해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사고 방식을 수정해주는 훈련이란다.

우리가 MBA in AI/BigData 라는 학위 과정을 만들면서 "Business" 학위가 단순히 "쉽고, 널럴하고, 거져먹는" 그런 학위가 아니라, 현실 적용을 위해 수학/통계학/(경제학)의 학문적 도구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학위라고 그랬었는데, 그 메세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 은근 기뻤다. 아마 국내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런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진을 못 뽑거나, 뽑더라도 그 교수님들이 너무 바빠서 교육에 깊게 신경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이 실패한지 이미 60, 70년이 지나 고착화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치 망가진 체형으로 평소 하던대로 헬스 기구를 당겨봐야 망가진 체형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체형 바꿔야한다고 설명해주는 트레이너에게 화내고 자기 방식대로 운동하는 사람, 간경화 오고 있으니까 술, 담배 끊어야한다는 의사에게 돌팔이라고 주장하며 유사의학 찾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정말 많긴 하지ㅋㅋ)

우리를 찾아온 학생들만이라도 국내외의 학위 장사꾼 교육기관들 때문에 뒤틀어진 체형이 좀 바로잡혔으면 좋겠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모두 꼭 자세 교정을 하고 무사히 졸업하기를 빈다.

 

Why SIAI 시리즈

  1. 이게 정말 해외 명문대학 교육 수준이군요 ㄷㄷㄷ
  2. 여긴 교수님들이 책 밖에 있으신 분들인거 같아서요
  3. 박사과정 중 필요성을 느꼈지만 엄두를 못냈던 지식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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