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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al thinking, logical thinking이 빠진 나라, 대한민국

Critical thinking, logical thinking이 빠진 나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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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onths 4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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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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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요즘 내 화두는 나도 많이 부족한 Critical thinking, logical thinking (이하 CTLT)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가르치느냐다.

교과서에서 지식을 아무리 배워봐야 써 먹으려면, 결국 논리적인 사고력을 이용해 현실과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하니까.

직원을 뽑을 때도 CTLT를 가진 직원을 뽑기 위해 노력하는데, 거의 없었고,

어떻게 해라고 상세하게 가이드를 주고 일을 시키면, 일 끝나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는 불평을 은근 듣는다.

관련해서 우리 직원 중 하나가 SNU Life에서 글 하나를 퍼와서 이래저래 묻던데, 그냥 몇몇 구절만 공유해보자.


-미국은 CEO부터 신입까지 철학도 있고, 놀땐 같이 어울리며 잡담해도 업무 들어가면 진지해짐

-한국은 부끄럽지만 구조적 사고, 논리적 사고가 전반적으로 약한 게 며칠씩 마라톤으로 협상하면 느껴짐. 미국 교육은 CTLT에 역점을 둬서인지 대화나 질문 역시 피상적이지 않고, 자신의 논리를 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활용함

-한국은 일단 정보수집의 용도로 질문을 함. 협상 중에 계약 수량이 차이 날 경우 (ex. 한국 5백대, 미국 10년 1만대), 한국은 대개 '너희가 잡은 수치의 근거가 뭐임?' 이라는 식으로 상대의 정보를 파악한 뒤 접근하려는 스탠스가 강함

-한국 정치나 언론이 문제가 생겼을 때 접근 방법 역시 놀라우리만치 logical 없음, 일단 각종 정보를 수집해서 이를 기반으로 지엽적인 비판 (ex. 식중독을 일으킨 쌀의 원산지가 수입쌀이라 그런 것 아니냐?)에 그치고, 건설적인 시스템 개선 (식중독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현행 위생관리규정을 재정비한다거나 이력관리의 전산 고도화같은)이 전면에 나오기 쉽지 않음

-미국은 질문이 본인의 논리에 근거해 이를 완성하고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음. "연간 5백대로 설정할 경우, 5년차부터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물량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별도의 옵션이 있나? 연간 5백대 미만일 경우 보상 조항은?

-미국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매우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협상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그들에게는 예측 가능한 것일 확률이 높고, 우리는 일단 저지르고 진행과정에 보완 가능하다는 낙관주의, 나중에 고통

-교육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아무도 엘리트 육성에 대한 철학이 없다보니 땜질식 솔루션 위주
ex. 하버드는 고전 읽고 글쓰기 빡세게 시킨다더라 -> 그럼 우리도 고전 읽기, 글쓰기하는 핵심교양제도 베껴와서 굴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누가 잘못했는지만 따지고 있고, 정작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다보니 생긴,

경제학적 개념을 빌려오면 일종의 '시장실패'가 벌어졌다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 못하는 대중들을 향해서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가 '인과적 사고가 없고 응보적 사고만 있는' 나라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더라.

 

이게 뭔가 아는 체는 하고 싶은데 사실 아는게 없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다.

자세하게 이해는 안 되지만 누군가의 말을 제일 빨리 주워담아, 그걸 기반으로 남을 꾸짖어서 자기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

보통 논문 발표를 하나도 이해 못했는데 아는체 하고 싶어서 몸살이 났던 중국인 박사 학생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태도다.

 

아래는 우리 SIAI의 F2022 1st term 시험 문제의 일부다.

총 10개의 작은 문제가 들어가 있는 문제인데, 위의 3개 문제에는 수업 중 배운 내용의 약 10% 정도가 시험 문제로 반영되어 있다.

문제의 셋팅을 보면 알겠지만, 회사에서 인사 문제로 고민하는 내용을 경제학의 비교우위론 개념을 살짝 빌려와서,

Data Science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학부시절, 경제학에서 Cobb-Douglas(C-D)를 배우면, 노동(Labor)과 자본(Capital) 투입하는 기본형 문제 밖에 못 본다.

그러다 대학원을 가면, (운이 좋은 경우에) 노동이나 자본의 품질(?)이 바뀌는 경우 같은 변형식을 풀어내는 훈련을 한다.

난 딱 요기까지만 훈련을 받고 경제학과 이별하고 계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공부했었다. 다 까먹었었지ㅋ

Data Scientist로 취직해서 출근 첫 날 우리회사 Knowledge board에서

유저들의 광고 반응율을 Factor로 잡아내는 모델을 (L,K)조합 대신 그 회사 내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Factor 3개로 확장한

그 회사만의 Cobb-Douglas 함수로 시작되는 3-4페이지 정도의 정리 글을 봤는데, 뭐랄까, 좀 쪽팔리더라.

 

나름 공부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난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구나는 생각을 했던 날이었다.

C-D라는게 그냥 (L,K) 조합 쓰는건 줄 알았는데, 이걸 이렇게 Factor analysis 스타일로 응용해서 쓴다고?

그 작업물은 일본에 있는 Data Scientist가 만들었더라. 나중에 일본까지 찾아가서 물어봤다.

그 분이 열심히 연구하는 스타일의 Data Scientist라 학벌&학위가 빵빵할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 않아서 더 놀랐다.

전공도 경제학이 아닌데, 증권사 다니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이것저것 찾던 중에 Data Science라는 필드를 발견하고 한참 준비를 해서 취직했단다.

 

아마 한국에 있는 어지간한 경제학 박사들도 그 분이 만든 그 3-4페이지짜리 보고서 만들 수 있는

'경제학적 직관' & '경제학적 사고력' & '경제학 모델링 실력'을 안 갖추고 있을 것이다.

경제학 밖으로 나가서 그렇게 Data Science에 경제학 도구를 응용해서 쓰실 수 있는 분이 있을거라고는 기대도 안 한다.

내가 못 했으니 나의 잘난 친구들도 못한다고 주장하는거 아니냐고 오해하실 수 있겠으나, 이 부분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정말 많이 뽑으면 한국 땅 전체에서, 대학 교수들 다 포함해서도 50명 뽑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저 기출문제는 나의 그 시절 좌절과 충격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는 문제다.

그냥 계산 필드라고 생각하고 Data Science를 가볍게 봤다가, 몇 년간 안 봤던 경제학 노트를 다시 꺼내보게 만든 사건이었거든.

 

그 이후,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내가 배운 온갖 잡학다식 지식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생각의 Frame'을 짤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모든 학문이 쓰는 도구가 비슷비슷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그 도구들을 어떻게 쓰는가라는 질문에도 방식이 같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Inter-disciplinary하게 생각이 열려야했는데, 그런 마음의 창문을 하나 더 만들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

 

다시 저 문제로 돌아가면, 시험 문제를 만들어내야하는데,

  • A. Cobb-Douglas를 써서 Factor Analysis의 기초를 던져줘야 나중에 Machine Learning 수업 들을 때
    왜 Factor analysis가 모든 수리 통계, 사회 통계, 계산 통계의 밑바탕 사고라는 걸 알 수 있다는 제한 조건,
  • B. 비교우위론이라는게 실제 사회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시험 문제에서 역추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제한 조건
    (이 문제는 비교 우위론이다! 라고 가르쳐주고 시작하는게 아니라, '소설' 속에 숨어있는 걸 찾아내는 훈련...)
  • C. 그 찾아낸 비교우위론이 Cobb-Douglas와 연결되는데, 단순히 연결되는게 아니라 우리가 배운 다른 문제와 연결된 상황,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복합적으로 얽혀있는지를 추론해내는 능력

이런 사고력의 깊이가 깊을수록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문제를 만들어내야했다.

하버드에서 하는 교육이니까 베껴오는게 아니라, 하버드의 철학을 보고, 우리의 철학과 사정에 맞춘 교육을 만들어내야하다보니,

근데 내가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시험문제 만들기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다행스럽게도 제한 조건들을 억지로라도 맞춘 문제를 뽑아낼 수 있게 됐는데, 우리 학생들이 모쪼록 시야가 열리기를 빈다.

 

한국에서 '전문가' 타이틀 들고 있는 사람들도 못 풀 문제를 햇병아리 같은 우리 학생들한테 던져주는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이게 영미권 학부 2-3학년 수준의 훈련 밖에 안 되는터라, 안 낼 수도 없다... 이건 못 하면 안 되는거니까.

언젠가 내 시야가 더 열리고, 혹은 한국에 나보다 더 시야가 열린 분이 더 좋은 교육을 공급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훈련을 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깨어날 수 있겠지.

 

다시 '인과적 사고'와 '응보적 사고'라는 표현으로 돌아와서,

저 위의 한국인의 협상 방식 증언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인들은 '논리적 사고'가 아니라 '남의 생각을 읽으려는 사고'를 한다.

비대칭적인 정보를 알고 있으면 그걸 '권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정보를 숨기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역시 반대편에서는 정보를 훔칠 수 있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

(이 블로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놓은걸 '숨길 건 숨겨야지'라고 조언을 받은 적도 있다. 악마 댓글러들이 그걸 왜곡해서 날 공격하는데 이용하고, 그러면 자기네들이 이긴거라고 생각한단다. 고급 지식에 기반한 지적 대화로 상대방이 틀린 걸 밝히는게 이긴게 아니라.)

 

국회 청문회에서 '검증'이라고 하는 행동이 '내가 뭘 뒤져서 너의 숨겨진 과거를 찾아냈다' 같은 이야기 위주다.

저 사람이 XYZ라는 부서를 이끄는 장관이 되면 어떤 정책을 펼칠 것 같은데, 그 때 무슨 문제가 있을지를 묻는 청문회는 여태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단 한 차례도.

정치인들이 위의 문장을 보면, 세상 살 줄 모르는 헛똑똑이 바보라고 비웃을 것이다.

그저 협잡으로 누군가가 동성애자, 마약중독자라고 거짓말 소문을 퍼뜨려서 공천을 못 받게 만드는게 그 동네의 생리니까.

장관 업무를 잘 하는지는 그 사람의 '전문성' 수준으로 결정될텐데, 정작 '검증' 대상은 '전문성'이 아니라, '털어서 나는 먼지'다.

세상에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결국 '전문성' 대신 '뻔뻔함'을 갖춘 사람이 장관직을 수행하게 된다.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SNS계정 같은데 몰려가서 폭격질해대고, 신상털이나 하면 그 사람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단순히 수십만 명이 어디에 청원을 넣기만 하면 대답을 해 줘야 한다는 시스템을 국가 권력의 최상위층이 만들어내는 것도,

'인과적 사고'에 기반한 전문가의 판단과 논리의 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찌라시'급의 '정보'로 만든 '선동'이 중심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인 것이다.

 

 

Data Science 영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인과적 사고'에 기반해 Data를 논리 검증의 도구로 쓸 수 있는 '생각의 Frame'을 만들어줘야 한다.

어차피 도구는 어디가서 배우건 별 다르지 않다. 한국처럼 도구조차도 못 가르치면서 Data Science 교수하는 사람들이 은근 많은 경우는 예외겠지만.

한국이 '인과적 사고'가 아니라, 단순히 눈에 보이는 그래프 하나에 '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결국 지식이 아예 없는게 일반적인 수준이라 그저 지식만 좀 알아도 '핵 쩌는'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인과적 사고'는 언감생심이다. 답안지 외우기 바쁜 수준이구만, 무슨 A와 B의 상관관계 같은 이야기하고 있나.

 

근데, '도구'는 많은 경우 별로 대단치 않다. 난 정말 내 기준으로 학부 2-3학년 수준의 '도구'만 가르친다. 많이 배울 필요도 없다.

아마 우리 SIAI학생들도 '도구' 자체는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도구'를 엮어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생각의 Frame'이다.

Critical thinking, logical thinking (CTLT)으로 다시 돌아온다.

Github에서 남의 코드만 복붙해와도 Data Science 공부하는건데, '직관'을 배워야한다는 헛소리하는 곳이라고 우리 SIAI 욕하던 어느 블로거가 문득 생각나네.

 

위의 2번은 우리 시험 예시인데, 더 위의 6번 문제는 평소 수업 시간에 풀어준 문제다.

자세히 읽어보면 같은 문제인데 껍데기만 바꿔놨다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저렇게 수업 시간에 '생각의 Frame'을 배우고 (6번 및 유사문제 반복), 그걸 체화시켰는지 점검하는 시험 문제(2번)를 낸다.

 

처음 배울 때는 수업 중에 왠 논문 하나를 정리한 문제가 나오니 충격을 먹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들로 정리된 논문 하나의 '생각의 Frame'을 비슷한 문제들을 반복적으로 풀어보면서

(거의) 완전히 똑같은 수학을 쓰는데, 상황이 바뀌다보니 '똑같이 적용해도 되나?'는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바꿔 쓰면 제대로 하는 걸까는 생각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텐데, 그게 바로 '생각의 Frame'을 자기 것으로 내재화하는 훈련이다.

좋은 논문 하나 급의 '생각의 Frame'을 힘겹게 배우는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그걸 자기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거든.

이렇게 훈련하다보면, 매우 뛰어난 사람의 '인과적 사고'가 어느 순간 내 것이 되어 있더라.

 

이게 내가 '양놈'들의 '인과적 사고'를 나이 30이 다 되어서 늦게나마 배웠던 방식이다.

수능 수학 빨리 풀고 잘 수 있다고 자뻑에 빠졌던 시절에 이걸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요즘 우리 SIAI 학생들이 열심히 따라오는 걸 보면서 느끼지만,

교육 2달, 4달이 지나면서 시험 답안지를 보면, 최소한 '생존자'들은 확확 바뀌는게 눈에 보인다.

그들은 졸업할 때 쯤이 되면 한국 교육의 굴레를 많이 집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MBA AI/BigData 학생들은 CTLT에 수학 도구까지 활용하고, 이번에 신설하는 Global MBA는 최소한 CTLT는 배워가겠지.

 

말을 바꾸면, 우리나라가 교육을 지금처럼 하지 않고, '제대로' 하고 있으면, 한국 수준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Network에서 Factor 구현 방식만 설명해줘도 저 위의 짤에 있는 기사를 외교학 전공자가 뽑아낼 수 있던데,

분명 누군가는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인재들이 있는 나라일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초중고 교육이 그저 쉽게쉽게, 편하게편하게 위주로 돌아가고, 대학은 학생 숫자로 돈 벌이에 급급한 방식이면,

그런 잠재력 갖춘 인재들도 영원히 기회를 얻질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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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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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학생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주워 듣는 업계 현실이나, 외부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넘겨짚을 만한 사건들이 있다.

어느 학생이 "데싸 면접에서 알고리즘 물어보고 SGD 막 이런 거 왜 더 빠르냐고 물어본다"며 욕이란 욕을 다 했다는 이야기,

우리 MBA 학생들이 그걸 듣고는 또 더 욕을 해대면서 한국 수준 진짜 절망적이라며 썅욕하는 이야기,

우리 대학원 상담한다고 찾아와서는 "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라고 묻길래 속이 터졌다는 이야기,

그런 한심한 질문하는 학생들 거르고 제대로 된 사고 방식 만들려고 세운 대학원인데, 엉뚱한 질문으로 떠 보길래,

넌 어차피 서울대, 카이스트 대학원 못 갈꺼니까 그냥 서성한 데이터 어쩌고나 가라고, 꺼지라고 해 줬다는 이야기 등등

 

"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저 답답한 질문을 보며 문득 어린시절 내 생각이 났다.

중학시절부터 친구들 사이에 난 "수학은 전교권, 나머지는 바닥권"이라는 놀림을 듣는 학생이었는데,

중3 시절 색약 검사를 했던 날 담임 선생님이, 한국에서는 색약이면 이과를 못 간다고 이야길 해 주셔서 밤새 펑펑 울었었다.

그래도 전색맹이 아닌게 어디냐고, 그럼 운전면허도 못 따는데, 일상 생활에는 지장없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받으며 들었던 생각이,

내가 유일하게 전교권인 과목의 능력이 의미없는 인생을 살아야되는데, 그게 무슨 허무한 인생인가 싶어, 정말 죽고 싶더라.

그 와중에 아버지는 BBS라는 이상한거나 만들며 전화비나 축내고 컴퓨터 게임이나 만들던 놈, 이제 법대 보내면 되겠다고 좋아하시던데...

 

학부 경제학을 하신 친척 중 한 분이 문과에서도 수학을 엄청나게 많이해야 하는 전공이라며 경제학을 소개해주신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환율, 이자율, 물가 이런 용어들에 익숙해지는 고교 시절을 보냈었다.

그러다 정말 내가 인생을 걸고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은 계기는 '조지 소로스'라는 인간이 우리나라를 털어먹었다는 뉴스 기사였다.

한국의 정부 고위직 관계자라는 사람들 수백명이 한 두명의 금융 천재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비참한 뉴스를 보는데,

어린시절부터 사업하시는 아버지에게 공무원들의 무능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해외 금융 권력을 욕하는 그 기사를 보면서 되려 무능한 공무원을 욕하고 싶고, 나도 저런 금융 권력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 진학 무렵에 잠깐 경영학과를 지원할까 고민했으나, 경영학과의 마케팅 원론, 인사관리, 조직관리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보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경제학을 선택했다.

 

수능 성적도 좋은데 왜 법대 안 가느냐고 끝까지 불평불만이셨던, 사시도 행시도 왜 안 치냐고 한숨을 내쉬셨던 부모님 두 분께 죄송하지만,

당시 멋 모르고 골랐던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돌이켜봤을 때 내 인생에서 했던 최고의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학부 시절 배운 경제학은 별로 큰 도움이 못 되었던 것 같다. 가르쳐주신 교수님들께 정말 죄송하지만.

하지만 그 학벌 덕분에 Ivy리그 출신도 아니고, 외국서 살다온 것도 아니고, 부모 빽도 없던 내가 오직 실력으로 외국계IB를 뚫고 갈 수 있었고,

학벌과 직장 둘을 모은 덕분에, 1류 대학 리스트의 맨 밑바닥 정도에 있는 학교에서 석사 공부를 하며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정말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제대로 된 교육에서 기적같이 살아남은 덕분에 경제학이 왜 문과의 수학과인지, 수학이라는 언어를 빌려 쓰는 학문이라는 것이 어떤 학문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아쉽게도 그 이후로는 경제학을 떠나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나의 강력한 사고력 무기 중 하나다.

지난 10년간 배운 다른 학문과 업계 지식을 흡수하는데, 사업을 하게되는데도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언젠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화려하게 뽑아 쓸 날이 오겠지.

 

얼마전, KAIST에 출강을 갔다가 학부 1학년 학생에게 다시 1학년이 되면 무슨 선택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위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대학 출신이라는 걸 삭제하기 위해 하루빨리 해외 명문대로 Transfer하고, 국적도 갈아치우고,

한국인이 아니라 국제인으로 사는 삶을 선택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직원들과 식사 중에 같은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전공은 뭘로 골랐을 것 같냐고 묻더라.

한참 생각을 했는데, 전공을 'Data Science'로 골랐을 것 같다. 부전공은 경제학으로 하고.

단, 미안하지만 한국에 있는 대학들은 내 학부 시절 경제학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Data Science를 교육하고 있는만큼,

한국에서 Data Science 전공으로 대학을 가는 것은 좀 고려해봐야될 것 같다.

 

다시 위의 "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로 돌아가면,

난 살면서 저런 질문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가 XXX, YYY를 하고 싶은데, 그걸 하려면 무슨 공부를 해야하나, 어느 대학의 어떤 과를 가야하나는 질문만 했다.

아마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뭘 하고 싶은게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잘 먹고 잘 사는' 인생을 찾는 사람들일 것이다.

한 꺼풀 더 벗겨내면, (자기능력대비) '좀 더 거들먹거릴 수 있는 위치'에 가는 것이 중요할 뿐,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국내 커뮤니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느 대기업을 다닌다고 자랑질하는, 자기 노예 사슬이 더 편하다고 자랑질하는 그런 '위치'.

 

KAIST 강의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났던 한 지인이, 대학원생들 취직에 바짝 신경 써 줘야하지 않냐고 묻더라.

평생 내 취직을 한번도 신경 써 주는 사람, 조직을 만나본 적이 없는 인생을 살았는데 ㅎㅎ

저 학생들이 이런 고급 교육을 받고는 'SGD가 왜 빠른가요?' 같은 한심한 질문이나 받는 면접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지지 않을까?

회사 몇 달 다니지 않은 직원들도 벌써 내 교육을 어깨너머라도 이해했는지 유명인사들이 데이터 해석을 이상하게하는걸 보고 화를 내던데...

논리를 설명해주니 "이걸 배우면 저런 이야기하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반박할 수 있겠네요?"라는 반문을 하는 직원들을 보며,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같은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속이 터졌을 우리 대학원생들에게 미안하더라.

'쌩'문과 출신 직원들도 몇 마디 논리를 알아듣고 어떻게 쓰면 되는데 자기들이 제대로 학부 훈련을 못 받았다는걸 저렇게 느끼는데,

학부 통계학, CS 전공자들이 '어디에 쓰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는 답답함을 어쩌랴.

 

우리학교 들어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한테 미안한데, 어디 취직하건 상관없이 팀장급 이상의 고위 결정을 직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면,

윗 사람의 무지 탓에 '들이 받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같이 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나는 한국에서 어딜가나 그렇게 느꼈다.

그들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 없는, 단순 암기로 학벌과 학점을 따서 졸업장만 있는 바보들이기 때문에,

당신들의 논리적 이해와 사고 확장이 '처음 듣는' 내용이라, '나 모르는거 티나는거 싫은데' 같은 생각만 하고 살고 있다.

이해가 됐다면 '이렇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유명인사가 틀렸다고 주장할 수 있겠네'라는 사고의 흐름이 생겼을텐데,

이해를 못했으니, 아니 능력이 없으니, 아니 하고 싶지도 않으니, 그저 '이거 복붙해가면 돈 많이 벌고 잘난 체 할 수 있나요?' 수준의 질문만 하게되겠지.

 

한편으로보면, 국내 DS 시장이, 내가 바보라고 무시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더 심하게 무지한 사람들을 '속여서' 투자 받은 돈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게 사기꾼들이 무식한 쩐주들을 속이는데 1도 기여하지 않은 내가 교육시킨 학생들을, 사기꾼들이 사기치는 자리에 밀어넣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날 더러 저 학생들을 다 책임져야되는거 아니냐고 묻던데, 가르친 내용들을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레벨의 훈련이 되는 수준과 국내 사기꾼 포지션들 사이에는 >>>>넘사벽>>>이라는게 있는 것 같네.

 

사업 초창기부터 묵묵하게 회사 일을 챙겨주고 있는 한 개발자가

대표님 하시려는 사업은 그런그런 스타트업 수준이 아니라 덩치가 너무 큰데, 투자금이 수천억 들어온다고해도 할 수 있는 사람 뽑는게 더 큰 문제일 것 같아요

라고 하더라.

내 눈에 차는 수준이 높은 건지, 아니면 한국 수준이 너무 심하게 낮은건지.

난 항상 'Stupidest person in the building'인 인생을 살아왔는데, 인재라는게 이렇게 없구나.

"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라는 질문이나 하는 애들이 인재로 성장할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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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KAIST 최호용 교수님의 부탁으로 기술경영 전공의 ‘CEO세미나’라는 수업에서 강의를 했다. ‘순한 맛’ 강의를 해 달라는 신신당부가 있었지만 결국 ‘매운 맛’이 되어버렸는데, 아무튼 필자는 2시간 동안 외부 강의에 나가면 항상 하던 이야기인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 특히 DS 교육 수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필자가 수업에 쓰는 교재들을 활용해 엉망인 학부 저학년 교육이 고학년 교육도 망치고, 그래서 졸업생 수준도 떨어지고, 그들을 채용하는 기업까지도 엉망이 되는 악순환을 지적한 것이다.

우선 필자가 운영하는 대학의 입학 전 예비교재 중 하나를 띄워놓고, t검정(t-test)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최소한 Z검정(Z-test)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분포함수가 정규분포이냐 Student-t 분포이냐 밖에 없다, 전체 집단에 관한 정보(정확히는 분포함수 정보)의 유무가 분포함수의 차이를 만든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분산’값을 알고 있는지에 따라 t검정과 Z검정을 구분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t검정과 Z검정은 ‘같은 클래스’의 통계 검증 방법이다. 식의 형태는 같은데 ‘분산’이나 ‘표준편차(오차)’ 값만 다르다는 것은 공식에 들어간 직관이 같다는 것을 뜻한다. 단지 목표값(μ)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값인가를 따질 때 ‘분산 or ‘표준편차(오차)’를 이용해서 크기 보정 (Scale) 작업을 해 두었을 뿐이다.

여기까지는 아마 제대로 통계학을 공부했다면 학부 1학년이 되기 전부터 알고 있을 상식적인 내용일 것이다.

이미지 오른쪽의 A/B 검정(A/B test) 공식을 보면 분자는 그 둘의 차이이지만, 분모에는 무언가 복잡한 식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모의 식을 평가하기 전, A/B 검정은 두 값의 차이가 유의미한지를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검증법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보자.

필자는 이 대목에서 학생들에게 t검정과 A/B 검정도 ‘같은 클래스’라는 필자의 견해를 제시한 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추측해 보라는 질문을 던졌다. 거의 모든 학생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고, 학부 1학년 신입생 한 명만이 정답을 말했다.

Control이 t검정에서는 고정값인 μ, A/B 검정에서는 변동값인 X_2 샘플의 평균으로 설정됐을 뿐, 두 값의 차이가 유의미한지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테스트라는 점은 같기 때문이다. 분모가 다른 것은 두 변수가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각각의 분산이 결합한 값이 합계 분산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합계 분산이 위에서처럼 A, B가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인과관계를 가진다면 회귀분석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공분산 계산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t검정은 A/B 검정의 1변수 전용 특수형 테스트, A/B 검정은 회귀분석의 기초 버전이다. (DNN 마니아라면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회귀분석이 DNN 형태의 입-출력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초인 만큼, 학부 1학년 때 배우는 t검정은 모든 지식의 가장 기본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모두가 다 ‘같은 클래스’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통계 테스트, 통계 계산은 비슷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방식 역시 비슷한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100m 달리기에서 9.71초와 10.71초, 11.71초는 각각 올림픽 메달권, 한국 국가 대표, 동네 달리기 1등 정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친구를 업고 다섯 바퀴를 도는 장난을 치는 경우라면, 1초의 격차는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하우즈만 검정(Hausman test)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필자의 학교에서는 MBA 과정 첫 학기의 수학 및 통계학 수업 6번째 강의에서 가르치는 내용이다. 데이터 사이언스에 있어 필수지식인 내용이기에 초반부에 가르치기로 한 것이지만, 필자가 학부에서 이 내용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학부 2학년, 미국에서는 학부 3학년 때 가르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필자는 이 내용을 접하고 학부 때 왜 이걸 공부하지 않았냐고 자책하기도 했고, 이를 가르쳐 주시지 않았던 교수님들께 불만을 품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불만은 하우즈만 검정이 t검정의 특수 변형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사라졌다. 단지 쓰이는 방식이 달라졌음을 스스로 깨달았다면 되는 문제였는데, 능력이 부족해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번째 페이지 하단의 카이제곱 검정(Chi-square test)은 사실 t검정의 제곱 형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버스로 들어간 값은 루트로 들어간 분산 값의 제곱이고, 전치행렬(Transpose)과의 곱이 들어간 부분은 말 그대로 벡터 곱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수학식을 근본적으로 이해해서 t검정과 A/B 검정, t검정과 하우즈만 검정의 차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첫 페이지의 귀무가설(Null Hypothesis)과 대립가설(Alternative Hypothesis)을 설정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어떤 특정 변수가 내생성(endogenous)을 지녀 계산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래서 IV 같은 대체 계산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계산 값이 무의미한 것인지) 아니면 변수가 외생적(exogenous)이어서 이런 점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지를 검증하는 작업인데 수식으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수식을 도출하기 위한 현실을 봐야 한다.

20층짜리 대형 건물을 쓰고 있는 큰 기업 건물의 1층에 카페가 있는데, 비싼 커피의 매출액에 ‘직급’이 영향을 줬는지를 따져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특정 직급 이상부터는 회사에서 하루에 커피 X잔을 무료로 제공해 줬을 수도 있고, 소위 말하는 ‘법인 카드 신공’을 발휘할 수 있는 직급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직급 문제 때문에 가격 - 연봉 간 상관관계를 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적절한 중간 계산을 이용해 방해 요소를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데이터만 잘 정리되어 있으면 SPSS 같은 툴에서 버튼 몇 번만 클릭하면 단번에 해결할 수 있고, 파이썬이니 R이니 하는 코드를 돌린다고 해도 라이브러리가 충분한 만큼 코드 몇 줄만 돌리면 끝나는 간단한 고민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어떤 IV를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고,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식이다. (DNN 마니아는 여기에서도 DNN만 쓰면 인공지능이 ‘마법의 해결책’을 찾는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는 중심성(Centrality)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키워드 네트워크(Keyword network)와 생키 다이어그램(Sankey diagram)을 제시했다.

오른쪽의 생키 다이어그램은 시작부터 종료 지점까지 어떤 선택을 거쳤는지에 기반해 자료를 재정리한 뒤 그래프로 표현한 것인데,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들의 최종 선택 결과는 앞서 언급한 A/B 검정을 활용해 효과 검증을 하는 데 쓸 수 있다. 수십 개의 A/B 검정을 단계별로 묶어 연속적으로 수행한다면 효과적으로 복합 가설을 검증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왼쪽의 키워드 네트워크는 현재 필자 회사 산하의 인터넷 언론사에서 활용하는 그래프이기도 한데, Eigen Centrality 개념이 활용됐으며 인터넷의 여론이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떤 키워드와 연관되어 소비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때 유용하다. 그렇지만 해석 시점에는 결국 A/B 검정과 같은 접근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두 키워드의 거리가 너무 먼 것은 아닌지, 어느 정도를 유의미하게 ‘떨어진’ 상태로 볼 수 있을지, 어떤 키워드가 다른 키워드를 ‘잡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 쓴다.

사실 이 두 예시는 조금 수준이 높을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하우즈만 검정은 (적어도 필자의 기준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역량을 판단하는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효과적인 ‘추상화’로 현실의 문제를 잘 잡아낸 통계 검증을 만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1차 모멘트밖에 보지 못하는 공학도들은 어이없게도 캐글(Kaggle) 순위표만 보고 있다.

필자는 석사 이후 경제학계를 떠났지만, 이 하우즈만 검정에 평생을 바치는, 미시 실증분석 연구자들도 꽤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매출액이나 데이터 사이언스와 관련된 외주 프로젝트를 맡기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DNN 말고는 통계학 지식이 전혀 없는 공대 교수나 개발자가 아니라 대학에서 응용 미시를 연구하는 교수를 찾아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컴퓨터 신’이 뱉어내는 쓸모없는 값을 위해 엄청난 하드웨어 구매 예산을 요청하는 DNN 마니아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잘못된 인재가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교육이라고 지적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박사생 시절, 우연히 본 논문이 박사 Job market paper(박사 과정을 졸업하면서 명문대 교수가 되기 위해 좋은 논문을 뽑아 여기저기 돌리는 논문을 뜻한다)인 것 같아서 저자 이름을 검색해 본 적이 있다. 역시 그분은 시카고 대학 교수였는데, 구글 검색 결과에 같이 뜨길래 들어가 본 강의 후기는 수업을 너무 대충 한다는 불만으로 가득했다. 아마 그 교수의 흥미 포인트, 승진 포인트, 명성 포인트에 반영되는 건 강의 따위가 아니라 연구여서 그랬을 것이다. 사실 필자는 그걸 보고 ‘나는 Best TA of the Year 상을 두 번이나 받았으니 강의에 있어서는 저 슈퍼 천재보다 낫다’라고 좋아했었는데, 요즘 들어 학부 때 정말 좋은 교수님께 하우즈만 검정의 ‘진정한 함의’를 배울 수 있었다면 굳이 투자은행에 가겠다고 4학년을 날렸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우리나라 명문대 학생들이 제대로 배웠다면, 이렇게 DNN 마니아가 양산되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학원에서 코딩이나 배우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데이터 사이언스 업계가 ‘공돌이’로 오염되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 학교의 TA조차 무시하는, 자칭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대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SNS에서 오피니언 리더 행세를 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로보 어드바이저만 있으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주식 투자를 해 줍니다’라는 사기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 형성됐을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교수들이 그렇게 대충 강의한 게, 정말 그렇게 연구가 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마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어디 정부 프로젝트, 기업 프로젝트 같은 것에만 목을 맸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니, 그 전에 조금만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면 학생들이 울며 도망가니 그냥 포기해 버린 건 아니었을까?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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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은, 우리나라 교육은 실패인가?

공교육은, 우리나라 교육은 실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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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미 여러 글에서 수십 번은 강조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그저 쉽게, 쉽게만 따지다가 완전히 무너졌다. 사실 공교육 실패는 사교육이 존재하는 한 어느 정도는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교육계에 발을 담그면서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결과 위주” 시스템이다. 이는 필자가 계속 언급했던 “이론 모델링 능력”에 대한 철저한 외면, 혹은 “암기식 속도전”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 정도로 요약된다. “철학이 없는 교육”, “보잘것없는 ‘성과’에만 집착하는 교육”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봤다. 의사결정 구조와 연결해서 다시 표현하자면, ‘탁상행정 공무원들의 성과 보고서 중심 문화가 낳은 투자 실패’가 된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는 공무원의 무지를 악용해 세금을 지원받으려는 ‘업자’들이 가득하기에 이들을 걸러낼 능력이 없다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투자는 무조건 실패하게 된다.

학교에서의 경험

MBA 과정 초반의 Math & Stat이란 과목에서 상당히 놀라운 성과를 보인 학생들의 스터디 그룹이 하나 있었다. 통계학과 출신이 하나도 없길래 기대를 좀 낮추고 있었는데, 이 친구들의 성적은 그보다 훨씬 훌륭했다. 이유가 뭐였을까?

사실 수업 내용은 어렵지만, 학생들이, 아니 직장인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너무 좌절하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어려운 문제 6~8개를 풀어주고 그중 2문제 정도를 조금만 바꿔서 출제하는 방식으로 시험은 좀 쉽게 냈었다. 어차피 문제를 다 안다고 하더라도 70점(A-학점) 이상 받기 어려운 논술형 시험이기도 했고, 암기보다는 공부해서 얻어낸 개인의 내공에 따라 점수가 정해지는 것을 필자 역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세 번째 학기부터 단순히 가르쳐 준 스타일, 특히 답안을 사실상 알고 있는 상태에서의 문제 풀이에서 벗어나 굵직한 가이드만을 던져준 상태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문제를 주니, 즉 논문을 쓰는 ‘사고력’을 스스로 발휘해야 하는 부분을 추가하고 나니, 그 스터디 그룹 학생들은

답안지를 안 준다

라는, “입에 떠먹여 주지 않는다”라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성적도 당연히 떨어졌다.

여러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필자는 저 학생들이 초반에 상당한 성과를 낸 건 교육에 “암기식” 접근을 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 점이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인 것이다.

기초 수업을 벗어나면 답안지 기반 설명은 끝난다. 이미 수업 시간에 모든 가이드를 다 해 줬으니, 가이드의 틀 안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 때인 것이다. 이걸 못하겠으면 안타깝지만 포기해야 한다….

언젠가 했던 이야기인데, (링크)

박사 1학년 들어갈 때는 자기 지도교수가 신처럼 보이지만, 학위 논문을 발표하는 순간에는 그 논문을 자기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지도교수들이 들어와서 온갖 딴지를 걸어도 웃기지 말라는 여유를 부리면서 그들의 논리를 "벤치 프레싱(Benchpressing)"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연구자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인정해주기도 한다.

꼭 고급 논문 뿐만 아니라, 학부 수준의 지식으로라도 자기만의 논리를 세우고 스토리를 써 나가는 능력은,

"입에 떠 먹여주는" 교육을 잘 복사해서 답안지에 써 내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내야 길러진다.

 

자기 학문으로 제대로 훈련을 높은 레벨로 받은 학생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그 문제들을 보면서

작은 문제 10개로 가이드 해 주신거 없으면 혼자서 하는건 거의 불가능해보이는 생각의 흐름인데, 아마 가이드 없이 혼자 하는게 논문 쓰는 작업일 것 같아요

꼭 고급 논문만이 아니라, 학부 수준의 지식으로라도 자기만의 논리를 세우고 이야기를 써나가는 능력은 “입에 떠먹여 주는” 교육을 잘 복사해서 답안지에 써내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야 길러진다. 자신의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들은 어떤 시점이 되면 이런 문제를 보면서

작은 문제 10개로 가이드해 주신 게 없으면 혼자서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생각의 흐름인데, 아마 가이드 없이 혼자 하는 게 논문 쓰는 작업일 것 같아요

라고, 교육의 목적을 정확하게 이해하더라.

필자가 운영하는 학교의 최종 시험, 학기 논문, 그룹 발표 등 A에서 F까지의 성적을 부여하는 평가 자료들은 모두 이러한 목적에서 만들어진다.

꼰대 발언인가 싶어서 조금 찜찜하지만, 필자가 저런 논술형 시험을 치는 교육을 받았을 땐, 어려운 문제는 물론이고 기본 수업에서 푸는 문제들의 답안지도 주어지지 않았다. 시험에 나오는 문제라든지 기출문제를 상세하게 풀어주는 수업도 없었다. 가끔 어떤 천재 동기가 공부하다 만든 답안지를 하나 공유받으면, 친구들과 함께

미쳤다... 이렇게 써야 70점을 겨우 넘긴다고???

같은 이야기를 우울한 얼굴로 했던 기억이 난다.

경험상 답안지가 있다면 공부하기는 참 쉬워지지만, 그만큼 생각의 흐름도 막히게 된다. 심하게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논문을 쓰고, “이론 모델링”을 하는 능력의 개발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교육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암기식, 갖다 붙이기, 빨리 갖다 붙이면 칭찬받는 업무밖에 하지 못하는 ‘인재’로 전락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가?

한국 공교육은 망했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그룹의 학생들은 경영학과나 공대를 나왔다. 이 두 전공의 대학 교육은, 필자가 정말 싫어하는 교육 시스템의 전형이다. 암기식, 그리고 속도전. 공대에서는 1학년 과목인 공학수학 때부터 계산기를 들고 암기한 공식에 맞춰 굉장히 빠르게 문제를 풀어야 하고, 경영학과에서는 4년 내내 답안지에 암기한 내용을 붙여넣기만 해도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공학에도 이론 모델링을 하는 세부 전공이 있고, 경영학에도 재무나 회계처럼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분야가 있지만, 경영학과 출신, 심지어 CPA 합격자도 감가상각이 10 빠지면 재무제표 항목들이 어떻게 바뀌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공대를 나와 변리사에 합격한 사람도 선형대수의 고유벡터(Eigenvector)와 고유값(Eigenvalue)을 몰라 필자 회사의 특허 신청 서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봤다. 둘 다 그 자격증 시험의 과목에 포함되는 내용인데도, 아니 학부 때 배우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물론 필자가 만나지 못한 뛰어난 전문가도 많이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들, 특히 경영학과나 공대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자격증을 딴 전문가조차 경제학을 전공하고 수학을 맛보기만 한 필자 같은 사람이 하는 기초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들이 그 자격증을 받았다는 것, 이것부터가 문제 아닌가?

사실 그 자격증을 따는 교육 자체가 지나치게 시험 위주로 되어 있어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교육이 안 된 것 아닐까? 그러니까 우리나라 ‘공교육’이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자체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망했다

정확하게는, “우리나라 교육은 (이대로 가면) 영원히 일류가 되지 못한다.

교육은 엉망이면서 선진국 시스템은 갖춰야 하니, 선진국처럼 CPA니 변리사니 하는 자격증은 만들어 뒀다. 그런데 그 시험을 통과한 “전문가”조차 지식만 갖췄지, 그 지식을 실제로 활용하는 훈련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결하냐고? 위에서 언급한 사례가 정답이다. 암기식과 속도전은 구글링 10분, 기껏해야 한두 시간 안에 따라잡힌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

뭐, 심지어는 거의 같은 문제를 풀어줘도 여전히 답답한 답안지를 내는, 암기식 교육조차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인재풀을 갖춘 나라가 이런 교육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 학교에서 쓰는 “암기식” 교육의 이면에는 엄청난 사고력 훈련이 숨어있기에 처음에는 한국식 “단순 암기식” 훈련으로 명문대에 갔던 학생들도 “사고력 기반 암기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 처음에만 이런 답안지를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고력 훈련이 빠르게 완료되는 순서대로 답안지의 질은 현격히 올라가고, 답안지를 안 준다고 불평하는 학생들도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경영학과 출신인데도 말 그대로 “날아다니는” 학생을 보며 정말 자랑스러웠다.

필자 역시 학창 시절에 문제를 빨리 풀어버리고, 시험장에서 빨리 나가는데도 점수는 잘 받는, 소위 말하는 “재수 없는 놈”이라는 평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암기식과 속도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공교육으로 해결될까?

미국에도 수많은 Education President, Education Governor가 있었지만 성공하거나 사후에라도 인정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공감이 어렵다고? 지금 미국 공교육이 어떤지를 봐라. 오히려 교육 개혁이란 말을 잘못 꺼내기라도 했다간 교사 노조 같은 곳의 맹폭격을 맞는 나라가 됐다.

그런 상황인데 대학이 어떻게 뛰어난 학생을 뽑을 수 있냐고? 예를 들자면, 프린스턴 대학교는 학부 지원서에 출신 초, 중, 고등학교 이름을 다 쓰도록 한다. 이걸 본 한국인 유학생들은 명문 사립 초, 중,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만 뽑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빈정대기도 하더라. 아무튼 아예 부잣집 자식이고, 어렸을 때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교육받은 학생 위주로 뽑겠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학교나, 어떤 기업이나 똑똑하고 잘 준비됐고 사고력 훈련을 쭉쭉 흡수할 수 있는 학생을 찾는다. 그런 똑똑한, 잘 훈련된 인재 사이에서도 살아남은 인재, 백미(白眉) 같은 인재를 뽑고 싶지, 삼별초가 초등학교 이름인 줄 아는 학생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을 뽑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전자는 이미 고급 교육에서 검증받은 학생이고, 후자는 고급 교육으로 검증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너무 큰 학생이기 때문이다. 프린스턴 정도 되는 학교라면 그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도 전 세계의 최고급 인재들이 얼마든지 몰려드니까.

지난 몇십 년 동안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적어도 양적으로는 꽤 큰 성공을 거뒀다. 그 성공의 기억 때문에 우리가 조금 잘못하고 있더라도 고치면 잘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는 듯한데, 사실 그 시대의 성공은 두 번 다시 없을 ‘기적’ 아닌가?

질문을 하나 하겠다. 성공적인 공교육을 운영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몇 군데나 있나? 자연 자원 없이 인재로 국부가 증가하는 나라가 과연 몇 군데나 있나?

당시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유교 사회의 전통 덕에 교사라는 직군에 엄청난 사회적 프리미엄이 부여됐고, 교육을 통한 사회적 성공의 사다리 위에는 꽤 그럴듯한 결과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후진국,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지식 자체가 많지 않아 암기식, 속도전 교육으로도 충분히 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반짝 프리미엄” 시대는 갔다. 실력 없는 선생이 아무리 그럴싸한 증명서를 내준다 해도 성과물로 말하는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무의미하다. 집안이 잘 살고, 본인의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나야 좋은 교육의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보는 시대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굳이 유명 정치인이나 엘리트의 자식이 로스쿨이나 의전원 같은 곳을 쉽게 들어가는 사례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당장 효율성이 최우선인 공무원 시험 리그에서는 1타 강사들의 인강 묶음만이 팔린다.

학교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로스쿨이나 의전원 같은 자격증 장사를 제외하면 다른 교육은 1타 강사들 묶음으로 처리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미국처럼 공무원과 교사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공교육을 사실상 포기하는 길을 선택해야 할까? 아니면 스위스처럼 사교육에 문호를 풀어버려서 공교육이 개혁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도록 경쟁을 붙이는 길로 가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공교육을 구제하기 위해 아주 고통스러울 게 확실한, 미국의 그 어떤 Education President도 하지 못했던 대개혁의 길을 개척해야 할까?

대개혁, 할 수는 있을까?

경제성장론에서는 70~80년대 우리나라에 있었던 정부 주도 경제성장의 ‘기적’을 “1 Korea out of 200 failures”라고 부른다. 엄청난 인재와 자원과 효율성이 결합되는 기적은 이윤추구가 목적인 사기업에서도 쉽지 않은데, 그걸 국가 단위에서 해냈으니까.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그 성장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시험까지 쳐서 공무원을 뽑는 시대이니 인력 수준은 70~80년대보다 훨씬 나아졌겠지만, 어떤 전직 도지사는 집무실에서 아랫사람들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그렇게 욕을 했다고 한다.

정부 주도로 무언가 혁신적인 개선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정부 주도여야만 가능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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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대와 경영학과는 저렇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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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교육을 하면서 출신 학문 별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지식의 격차에 대한 관점이 크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우선, 아래의 3가지 형태로 표현된, 신호 세기 형태로 표현되는 지식에 대한 접근 관점을 정리해보자.

  • A - 계단형: 지식은 계단 형태로 쌓인다
  • B - 누적형: 지식은 고르게 누적형태로 쌓인다
  • C - 구분형: 지식은 여러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우선, "영어를 잘 한다"는 표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위의 A, B, C를 이해해보자.

영어권에는 누군가가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면 아마 "Eloquent"라는 단어를 이용해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외국인 대상 영어 강의인 ESL 강좌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발음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느냐로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 대다수는 누군가 혀를 잘 굴리면 "발음이 좋다", 즉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수능 영어 시험이건, TOEFL 같은 공식화된 시험이건 상관없이 영어 시험 점수가 높으면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각각 목적들이 있고, 그 목적에 맞춰서 "영어"라고 하는 주제에서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요건을 마련했기 때문일텐데,

냉정하게 말해서 Eloquent에 해당하는 영어 실력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분류들은 특정 집단에서만 "먹히는" 조건일 뿐이다.

그간의 경험을 미뤄볼 때, 다른 3개의 경우는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그런데, Eloquent는 뭔가 좀 레벨이 다르더라. 단순 노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지식이라는 것을 100점 만점의 점수로 놓고, 시간과 (돈과) 노력을 부으면 점수가 차츰차츰 올라가는게 눈에 보여서

공부할 맛이 난다고 생각하는게 한국인의 일반적인 지식 학습법인데,

정작 기업 문화로 가면, Y라고 하는 지식이 있느냐 없느냐로 그 사람을 직원으로 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지식에 대한 평가는 0과 1로 바뀔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매우 많다.

"영어를 잘 한다"에서, Eloquent가 필요한 직장이면 나머지 3개 스타일로 영어 잘하는 사람에게 월급을 줘야할 이유가 있나?

나머지 3개 스타일로 영어 잘하는 사람 수십만명을 모아놔도 Eloquent 1명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못 하지 않을까?

 

데이터 사이언스와 A형 & B형

데이터 사이언스라고 불리는 지식을 생각해보자.

그간 만나봤던 수 많은 공학도들, 공학도와 유사한 사고방식을 갖춘 의학도, 경영학도 등등의 암기형 전공 출신들은,

자기가 열심히 공부만 하면, 즉 이런저런 지식을 계속 축적 형태로 쌓아올리기만 하면, "다 배울 수 있다"라고 생각하더라.

심하게는 1-2달, 좀 양보해서 1-2년의 시간만 쓰면 된다고 생각들을 하더라.

즉, 모든 지식을 B의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데이터 사이언스를 수학 기반의 통계학의 연장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학, 경제학 같은 증명 기반 논리 전공 출신들은,

아무리 공부해봐야 어차피 될놈될...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지식은 한계가 있는데, 그걸로는 무의미하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

즉, 지식을, 최소한 DS라고 불리는 학문의 지식을 A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식에 대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철학의 시작점은, 수학을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A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수학으로 설명되는 어떤 논리를 이해하는 극소수만 살아남는 전공이고, 나머지는 못하고 포기한다.

B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수학이 논리가 아니라 문제 풀이에 쓰는 계산 공식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머리만 따라가면 노동력의 싸움이 된다.

 

B학문을 하는 분들께 대단히 죄송하지만, DS라고 불리는 학문은, A의 방법론으로 지식이 설계되어 있다.

코드 복붙해서 라이브러리만 돌리면 결과값이 나오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 왜 맨날 어려운 거라고 과대포장하느냐고 화내던데,

지난 밤 서버의 간헐적인 장애 중 웹사이트 매출액 손실 부분을 서버 장애 100%가 아니라,

광고비 축소, 상품 라인업 변경 등등으로 다양한 원인들이 있음을 구분해서 보는데,

각각의 계산값이 타 회사의 광고 전략, 지난밤 드라마 방송, 스포츠 중계 방송 등등의

수 많은 외부 요소들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를 따지는 모델링 작업은,

무조건 모든 변수를 집어넣고 돌리기로 해결되지 않는다.

설령 이번에 적합한 모델이 운좋게 나왔다고해도, 다음번에도 똑같이 맞으리라는 법이 없다. 맞으면 그건 복권 당첨급이다.

 

어떻게든 모든 경우에 다 맞는 "기계"를 컴퓨터가 알아서 찾아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맹신을 끝까지 못 버리던데,

A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5개 막대 중에 처음 2개 뚫어보다 이건 도저히 안 되는거다, 3번째는 몰라도 4번째는 넘사벽이구나를 안다.

5번째 막대를 채우는 건 완전히 기적, 무슨 신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라는걸 깨닫는 공부를 했으면,

기계를 어떻게든 쥐어짜다보면 1->2->3->4->5....처럼 지식이 쌓이다가 마침내 다 알게 된다는 B학문 특화된 사고가 안 맞는 곳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문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B학문만 하다보니 A학문이 어떤 지식인지 몰라 결국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학위 과정의 12개 수업 중, 나는 바쁘니까 1-2개만 들으면 내가 원하는 지식을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지식이 0/1의 게임이라고 생각했으면 저 12개를 듣던 중에 난 나가떨어지겠지..라고 A형 사고 판단을 하게되는 반면,

지식을 x% 습득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원하는 k%, m%만 얻어가면 된다고 이해했기 때문에 그런 결론을 내리겠지.

그간 왜 학위 과정 만들어놨는데, 안에 있는 학생들은 하나하나 넘어가는데 엄청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고 그러는데도 불구하고,

왜들 저렇게 1-2개만 골라 들으면, 책만 좀 보면 다 된다고 생각할까 궁금했는데, 사고 방식이 B형이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게 됐다.

 

항상 모든 문제에 대한 자동화된 해결책,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그 공학식 믿음, B형 믿음이 바로 AI마니악을 낳는 근본적인 원인아닐까?

이렇게 계속 여러 정보를 부어넣다보면, 언젠가는 0% -> 100%로 올라갈 것이라는, B-누적형 믿음이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A형은 정보를 부어넣어서 해결되는게 아니라, 사고의 흐름이 바뀌는 도전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A형은 B형을 열등하다고 생각하나?

학문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B형 지식이 A형 지식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A형 지식은 속칭 "천재"들이 머리로 생각해서 결론을 얻고 지식의 외연이 확장되는 반면,

B형 지식은 "실험"을 통해 계속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시간을 붓는데서 결과물이 바뀌기 때문이다.

 

B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이 총 N년이다, 우와 엄청 길게 공부해야된다..와 같은 사고,

A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박사 과정 중에 논문 3개를 A 저널에 출판해야 졸업한다, 어떻게 3개나 썼나, 신이다..와 같은 사고다.

1개 논문 쓰는데 걸리는 시간이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로스쿨 출신이 수학 기반 연구하는 박사들한테 몇 년 만에 졸업하냐고 묻는데, 박사들은 논문을 쓰고 지도교수가 OK해야 졸업한다.

규정대로 과목 듣고 시험치면 졸업하는게 아니라.

 

A형은 논문 하나하나가 시간적 투입량이 중요한게 아니라 엄청난 도전을 혼자 힘으로 뚫어내야하는 지적 산물이라는 사고 방식이고,

B형은 학위 과정을 수업 듣고 학점 받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내는 보통 B형으로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논문도 형식적인 반면, 해외 대학은, 적어도 내가 겪은 곳은 다들 A형이었다.

 

평생 A형 지식을 도전하는 리그에서 지진아 취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쳐 왔다.

덕분에 B형 세계관을 가진 분들이 A형 지식을 공부하면서 난이도를 무시하고 Dunning-Krugger effect에 사로잡히면 보고 있기 매우 불편하다.

아무리봐도 벽을 깬 레벨인 아닌 분인데, 그저 투입량이 많았으니 충분하지 않냐는 기대는 착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형 지식

사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넓게봤을 때 C형 지식이다.

각 지식별로 사회적 인식, 학문적 성취, 학습의 난이도 등등으로 제각기 다른 사이즈의 막대를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개의 지식을 0/1이건 x%건 상관없이 꽤나 학습했다는 이유로 다른 지식에서도 같은 값을 갖기는 쉽지 않다.

보통은 모른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각 영역별로 전문가라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A형 지식과 B형 지식 간의 학습법의 차이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자기가 A형 지식으로 1로 올라섰다는 이유로 굳이 10년 내공이 담긴 B형 지식인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A형이 B형을 무시할 때는, 99%여서 아직 1이 안 됐는데도 1이라고 착각하며,

만들어 내는 결과물의 상태는 아직 0임에도 틀린 줄 모르고 있을 때다. (그러면서 잘 안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다.)

아마 진짜로 무시하는 시점은 99%도 아니고 1% 인 주제에 1인척 하고 있을 때 일 것 같기는 하지만.

 

DS에 통계학 따윈 알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수 많은 공돌이들에게는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Times Series 구조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무작정 Neural Network에 집어넣으면 엉망의 결과물이 나온다.

그럼 Time Series 공부하면 되는거 아니냐? 학부 고학년 문제 링크인데, A학점 받을 수 있는 분?

그게 끝이 아니다. 학부 말고 대학원이야기 할거냐고?

아니, 비슷한 덩치의 통계학 주제로 Panel Data라는게 있는데, 둘 다 학부 레벨임에도 배우려면 1학기 수업으로 수박 겉핡기 수준 밖에 안 된다.

통계학이라는 전공 안에서, Time Series / Panel이라는 사촌관계에 있는 지식도, 심지어 학부 고학년 레벨인데,

하나의 전문성이 다른 하나의 전문성으로 확장되는데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좀 더 멀리보면, DS라고 불리는 학문의 사촌 학문 중 하나에서 전문가라고 해서, DS를 바로 마스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량경제학자들이면 평생 거의 다뤄보지 않은 Non-linear approximation 공부를 해야 DS 리그에 진입할 수 있고,

계산과학에서 시뮬레이션을 위주로 다루던 사람이면 Estimation theory를 해야 DS 리그에 발을 넣었다고 할 수 있고,

기계공학 출신이라면 Estimation theory와 더불어 통계학 이론을 상당히 공부해야 DS 리그의 일원이 될 수 있다.

 

회사의 덩치 큰 직원 4명이서 이삿짐을 옮기는 것보다, 이삿짐 센터 직원들 4명이 전문적으로 옮기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단순히 몸 쓰는 일이라 전문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겠지만, 하루 종일 책상 30개와 책장 10개를 옮겨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리라.

장기간 경험치라고 불리는 노하우와 체력, 센스가 쌓여야 이삿짐 센터 직원들 급의 전문성을 갖추게 되겠지.

 

그간 컴공 출신들이 한국 사회에서 DS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해왔다.

기껏해야 컴공 교수들 몇몇이 자연어, 이미지 처리를 위해 약간의 수학 모델링 공부를 좀 해 놓은 상태이건만,

C형 지식에서 "코딩"이라는 스위치 하나만 켜져 있는 개발자들이 자기네들도 "컴퓨터" 전공자라며 교수들 권위를 호가호위하며

계산과학 / 응용통계 전반적인 지식이 모두 다 필요한 리그에서 자기네가 주인인체 한 덕분에,

길거리에서는 AI 교육이라고 하면 코딩 교육인 줄 알고, 통계학을 엉망으로 쓰고 있는 줄도 모르고 갖다 붙이고만 있다.

즉, A형 지식을 B형 지식이라고 인식하면서 C형의 분리된 세계관을 무시하고,

B형 세계관이 C 세계관 지식의 모든 곳에 맞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지식의 Depth -  Level - Angle

하나의 지식을 굉장히 많이 아는 것을

  • 철학적으로 엄청난 고민이 담긴 지식인가
  • 바둑 급수처럼 다양한 등급의 격차가 있는 지식인가
  •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을 담을 수 있는 지식인가

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각각 A, B, C형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DS를 Depth없이 Level로만 바라보던 분들이라면, 자신의 지식 세계관을 한번쯤 다시 고민해보라고 하고 싶다.

 

DS가 A형 지식이라는 것에 공감할 수 없는 분들에게는,

기출문제 풀이 직전까지 뭘 하고 있는건지 전혀 그림이 안 잡히던데, 문제 풀이를 하면서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는지, 전체 그림이 어떤 거였는지 한번에 확 잡혔다

라는 SIAI 학생의 강의 후기를 공유해보고 싶다.

A형에서 계단 1칸을 더 올라가는데, 99%까지 게이지가 차올라도 다음 계단이 차오르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고 괴롭지만,

100%가 되는 순간에 일종의 "돈오점수"의 순간이 왔기 때문에 "한번에 확 잡혔다"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 1-2명이 아니라, 그간 이런 레벨의 지식을 배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DS가 나아갈 길 - A형 지식인이 C형의 시대를 사는 길

현실적으로, DS가 할 수 있는게 그렇게 많지 않다.

IT에서 데이터 저장/처리 쪽으로 혁신이 한번 일어났기 때문에 기존보다 훨씬 더 데이터 접근성이 향상되었고,

덕분에 A형 지식을 좁은 실험실 수준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좀 더 산업 기반 데이터에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그 이상은?

방법론도 바뀐게 없고, 데이터도 더 바뀔 구석이 없다.

예전보다 A형 지식을 탄탄하게 배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좀 더 늘어난 것 뿐이다.

단지 한국인 B형 세계관의 사람들이 시장을 장악한 탓에 A형 지식을 갖춘 사람들의 자리를 박탈하고 있는게 문제일 뿐.

 

지난 몇 년간 투자금이라는게 대규모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에,

당분간은 B형 세계관의 사람들이 GPT-3 같은, 무조건 많이 집어넣어보기만 하면 어떻게 맞아들어가는 날이 오겠지....라는,

0%에서 100%로 점진적인 발전을 믿는 세계관의 도전들이, 돈이 마를 때까지, 사기라는걸 깨달을 때까지, 몇 번은 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A형 지식에서 1로 올라선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에 고개를 흔들었던 영역이다.

착각과 오해 속에 누군가는 돈을, 누군가는 시간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 커리어를 낭비하겠지.

인류가 가진 A형 지식은 아직 B형 세계관의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을 위한 도전을 할 레벨이 아니다.

 

DS와 C형

통계 방법론은 그 때나 지금이나, 어려워서 대다수의 도전자가 중도 탈락하는 지식이다. 즉, A형이다.

예전에는 A형 지식이 그렇게 많은 효용이 없었고, 쓸 수 있는 자리도 제한적이었다.

이제 사회 많은 곳에 통계 방법론으로 도전해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조금씩 쌓이고 있다.

즉, C형의 세계관으로 봤을 때 예전에는 스위치가 켜진 곳이 1곳 뿐이었는데, 이젠 굉장히 많은 곳에 스위치가 켜져 있는 셈이다.

 

A형 지식에서 1로 스위치가 켜진 분이, C형에서 1로 스위치가 켜진 곳 중 한 곳을 만나서 자신의 날개를 펼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단지 각각의 C 스위치마다 다른 특성, 즉 Domain knowledge가 필요할텐데, 그걸 어떻게 메워넣고 A형 지식을 발휘하느냐가

DS가 앞으로 10년간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 DS가 나아가야할 길이 아닐까 싶다.

 

C형의 시대

굳이 DS가 아니더라도, 이미 시대는 C형의 지식 구조를 갖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동경대 법대 생이면 모든 업무를 다 잘할 것이라는 기대로 사람을 뽑았겠지만,

이젠 우리가 뽑는 포지션의 업무를 얼마나 장기간, 제대로, 열심히 했는지를 따져 뽑는 시대가 됐다.

 

어느 IT 게임회사에 Junior Data Scientist로 일하는 직원이,

다른 IT 검색포털회사, IT채팅전문 서비스 회사에 Data Scientist 면접을 갔더니 모조리 B형 인간이던데 과연 A형에게 미래가 있냐고 묻더라.

국내 IT회사는 원래 B형 지식으로 매출액 만들어 내던 곳 아니었나?

왜 그런 회사들을 가서 A형 인력들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지?

그런 당신은 A형 인력이라고 다른 A형 인력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레벨인가? 즉, 0 아니고 1인가?

IT회사라는 B형 기업의 본질을 모르고 질문하는 것부터 이미 본인이 A형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 A형 기업들은 일반인들에게 잘 안 알려져 있지 않나? 굳이 B2C 사업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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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수학적으로 그렇게 큰 도전이 아니라는게 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수학적으로 그렇게 큰 도전이 아니라는게 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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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으로 치면 연례 총회(?) 같은걸 했는데,

그 날 학생들에게 들은 이야기, 강의 후기로 들은 이야기들은 공유할만한 것 같아서 좀 정리해봤다.

 

1. 수학적으로 그렇게 큰 도전이 아니라는 게 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학부 경영학과 출신인 어느 학생의 이야기다.

첫 학기의 Math & Stat for MBA I 수업 초반에 선형대수학, 미분방정식 다 알아야 되는 과정인거 아니냐, 너무 힘들다~

학생들이 미리 준비하고 올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알려주거나, 그 전에 Prep class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학생이다.

 

어느 시점부터 MBA 상위권으로 성장했는데,

이번 총회 모임 때

수학적으로 그렇게 큰 도전이 아니라는게 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 학교 교육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많은 학생들이 와서 "깨닫고" 갔으면 좋겠다

같은 표현을 쓰더라.

본인이 그렇게 느꼈겠지.

 

선형대수학, 미분방정식 같은 기초 수학을 깊이 있게 알면 알수록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그 교과서 전체를 다 훑어가며 모든 내용을 쌍끌이 그물로 가져다 쓰는 교육을 하는 수학 전공이 아니니까,

필요한 부분들만 개념적으로 활용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니까,

수학에 겁을 먹을게 아니라, 한국에서 교육 받기 쉽지 않은 "사고력 훈련"이 더 포커스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수학에 겁을 '덜' 먹어도 된다는 이유로 내용이 쉽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다. 직장 계속 다니면서 공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길 여러번 했었으니까...)

 

근데, 많은 학생들이 와서 "깨닫고"가면, 우리 학생들 경쟁자가 너무 많이 생기는거 아닌가? ㅋㅋ

 

2. 돈 낭비 아니겠다는 확신이 있어서 왔다.

지방의 어느 어린 학생 이야기다.

주변에 이런 고급 교육을 받으면 시야가 열린다는 확신을 줄만한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거의 없을텐데,

무슨 인연으로, 어떤 고민을 거쳐 오게됐냐는 질문을 했더니 들은 대답이다.

 

국내 대부분의 DS 교육이, 학원이건 기업이건, 정부기관이건, 심지어 대학이건 상관없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곳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건 이미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SIAI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 확신이 생기기는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에 물어봤었다.

 

그간 들은 수업들이 돈 낭비 아니겠다는 확신과 잘 맞아들어가냐고 물었더니,

보통 수업 하나를 1.5배속으로 3번 정도 들어야 겨우 매주 나오는 연습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고,

몇몇 부분은 개념 이해를 따라가기 힘들어서 몇 번씩 반복으로 듣고 있단다.

하루 10시간씩 투자해가며 거의 올인하고 있다고.

이만큼 공부해야되는 내용은 처음봐서 돈 낭비 아니라는데는 완벽한 확신이 있단다.

 

이번 연례 총회에서 나와 Face-to-face는 처음이라, 내 목소리를 "1배속으로 듣는게" 처음이라 어색하단다ㅋㅋ

 

3. 갈 데가 없잖아요. 아님 큰 맘먹고 유학가야죠.

회사 생활하면서 제대로 돌아가는게 하나도 없고, 대기업이 언제나 그렇듯이 이상한 기업에 눈탱맞는 외주만 주는걸 보고 있는데,

회사 안에서 배워서 해결은 불가능해 보이니까, 외부에서 제대로 된 DS교육을 찾고 찾다가 한국엔 학위 장사 프로그램 밖에 없다는걸 확인하고,

유학 가야되겠다고 생각했던 무렵에 우연히 우리 SIAI 교육을 발견하게 됐단다.

 

외부에서 온갖 비난이 있었는데도 용기있게 찾아왔다 싶었는데,

제대로 가르치니까 욕하는거라는걸 여러 채널을 통해 이해하게 되어서 지원서 쓰는 무렵에는 망설임 같은 건 별로 없었다고 하더라.

거꾸로 자기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질까봐 고민이 많았다고.

 

이런 분들 대다수가 이미 석, 박 학위가 있는 분들인데,

다시 석사를 하나 더 한다는걸 한국에서는 불편해하는 경우도 많던데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전공 아니니까 특별히 불만은 없었단다.

그리고, 수업 들어보면 자기 전공이어도 불만이 없어야 정상이지 않겠냐고 웃더라ㅋㅋ

한국 교육 수준과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걸 느꼈다는 뜻이겠지.

 

4. 강의 후기 - 생태학 박사

This is by far the best statistics course I have ever met. After each and every page of the lecture note, I had a very rewarding time to enjoy and establish the new knowledge and apply it to my work as well as my colleagues'. I almost deliberately slowed down my own pace, because I really wanted more time to do so. As a testimony of the quality of this course, I want to detail the activities I engaged in after each lecture.

1. After tasting the world of LaTex, I introduced markdown notebook to my team's workflow.
2. Advised my teammates to review their old model about the brood size of the passerine birds. Their Poisson model was not matching with the biological DGP known to us.
3. Advised my teammates to consider repeated-measures design for minimizing the workload for capturing and releasing new animals for each experiment.
4. I am planning to build my own version of introductory statistics course for the new students in the lab.
5. I am now spreading the word that econometrics textbook is a must-read for all students of ecology.

The only thing I need is more time between the lectures. It is just irresistibly fun to play with each piece of the knowledge, as that immediately reshapes my work environment. Like as if I am reading a good novel, I sort of wish for each chapter to not end, and at the same time cannot wait for the next story.

I also want to suggest that this course need less lectures and more reading. It is a custom-curated yet a standardized body of mathematical knowledge taught in many schools. Once the course is designed, there is not much room for the instructor's teaching ability to shine. (However) The effort to verbally deliver the dense course materials could be channeled into his true expertise - giving brilliant insights (by) top-notch program and assignment design.

 

5. 강의후기 - 생태학 박사 2

I truly appreciate the structure of the course and the instructor's effort behind it. This course has a very unique nature, since it progresses through real-world problems lock-stepped with the more theoretical Math & Stat course. However, this is not a simple "drill" or "lab" session for the theories - the lecture and assignment leaves the learner in question and thirst, which will then get quenched in the next week's theory. In that sense, this course serves as a primer and motivator that drives the students' will to develop themselves. I believe that this level of course design demonstrates the instructor's incredible passion for education, as well as his talent and effort matching such a rare attitude.

However, like many other great designs in their early stage, the course leaves some room for improvement in execution level. A textbook or detailed lecture notes tailored for this course will immensely help students in the introductory stage. Due to the nature of this course, students naturally undergo self-study for most of the topics covered in the lecture. Certainly this is a valuable training in itself, but at the end, learners need a final reference about the standardized body of knowledge the course aims to achieve.

 

각 강의별로 4,5번에 나눠서 받은 위의 생태학 박사 학위자 분의 후기를 보면서, 언젠가는 교과서를 만들기는 해야겠다 싶은데, 솔직히 일이 너무 커 보인다. 남들처럼 비슷한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Harvard, MIT 같은 명문대 교수들처럼 RA들이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고, 내가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강의 후기를 보면서 느끼겠지만, 밖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완전히 Customized 강의를 운영하고 있어서, 노트 만들기도 힘들었는데, 교과서는 아마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몇 년이나 걸릴려나... 아예 할 수는 있을려나 모르겠다...

예전에 파비클래스 듣고 가던 학생 하나가 교과서 추천해달라고 하던데, 위의 Customized 라는 표현에서 느끼겠지만, 비슷한 스타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공대 사람들이나 통계쪽 사람들이 쓴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왔지만, 나처럼 Econ, Financial Math 대학원 경험치가 있으면서 계산과학 이론의 현실 적용을 고민하는 교과서를 아직 보진 못했다.

 

6. 강의후기 - 생명공학 박사

STA502: This lecture provided the fundamental, but most important knowledge in basic statistics. In general, Gauss-Markov assumptions are taken for granted in statistical analysis, but the real world data almost always violates Gauss-Markov assumption. This lecture enlightens if we ignore every case for Gauss-Markov assumption, the model will be poor and foolish trash. By considering the structure of data more deeply, and application of appropriate mathematical tools to make simple regression models will be powerful tool to interpret complex real world data. As I am a field worker encountering a variety of data everyday, this is the most precious piece of knowledge from this semester's lecture.

STA501: This lecture provided the essential mathematical data analysis tool for fieldworkers. In most cases, people make decisions by depending on their domain-knowledge. But this lecture provided the literally "data-based" decision making by relevant mathematical and statistical tools. In every chapter, the lecture feels like stacking up the logical bricks to investigate the real world data with the most reasonable tools available. Also the TA gave the careful assistant for students. I also thank her a lot :)

이 분은 따로 한국어 강의 후기도 몇 개 더 해 주셨는데, 일부만 뽑아본다.

2달 남짓한 시간 동안 너무나도 값진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하면서 제가 얼마나 부족했었는지 깨닫는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고급 지식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완벽한 모델과 달리 실제 세상에서 만나는 데이터들은 회귀 분석의 기본적 가정들 (Gauss-Markov Assumption)을 자주 깨트리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endogeneity를 제거하기 위한 간단한 수학적 도구들의 적용만으로도 모델이 얼마나 파워풀해지는지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컴퓨터 계산으로는 결코 구축할 수 없는).

아무런 데이터 전처리 없이 그냥 raw-data를 때려넣었을 때 나오는 모델에 대해 왜 딥러닝에서 자꾸 블랙박스라고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해석이 불가능하니까요.....

생명 과학 연구하는 연구소 현업에서 일하며, 생물학 실험 데이터에 어설프게 딥러닝, AI 적용한다고 자꾸 그러는데 (심지어 바이오 전공도 전혀 아닌 사람들이!) fancy하진 않지만 연구원이 실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는게 훨씬 정확한 것 같다는 생각 많이 합니다. 실험 경험이 풍부한 연구원들은 그래도 quantitative하게 수학적으로 모델을 만들지는 않지만 직감적으로 데이터에 bias가 있다는 것도 알고 어떤 데이터가 outlier인지 걸러내고 적절한 해석을 도출하니까요. (여기서 왜 대표님이 자꾸 블로그에 분노를 쏟아내는 글을 쓰시는지 매우 공감합니다....)

저도 현업에서 일하는 연구원이지만, 단순히 도메인 지식에 기반해서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에서 나아가 적절한 수학적 도구를 활용해서 quantitative하게 결론을 이끌어 내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 학교를 지원했는데 정말 잘 찾아온 것 같습니다! 2022년 제가 하는 일 중 제일 잘한 일인 것 같아요....강의에서 계속 강조하시는 논리의 흐름을 따라잡는게 이러한 교육을 받은 적 없는지라 어렵지만.... (생략)

+ XXX, YYY 조교님 감사합니다. 정말.....제가 대학원까지 합해서 총 8년 동안 수많은 수업을 들었지만 제 인생 베스트 조교 top 5 안에 드는 분들이십니다!ㅠㅠ 열정적인 강의 해주신 대표님께도 당연히 감사드리지만, 세심하게 학생들을 보살펴 주신 조교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7. 그 외 다른 강의 후기들 몇 개

(3rd term 비지니스 케이스 수업) I was able to realize that learning new and difficult skills is not a goal, but how to apply them is more important.

(3rd term 머신러닝 수업) A very special part of this lecture is the philosophy of factor analysis. Those who are not familiar with the sudden emergence of a statistical topic in machine learning classes may wonder, but I think it was a very intuitive, insightful, and very helpful topic.

I didn't know the word factor analysis, but from the time I entered the field of data science, I was worried about whether there was a hidden explanatory factor or how I could find it, and it was very helpful.

(1st term 수학/통계학 수업) The process of looking at problems from various perspectives and learning how to judge them intuitively was also very enjoyable. Also, as I listened to it repeatedly, it was a series of surprises how important each word was. I think I can understand the meaning of "connecting the dots" after listening to it repeatedly.


머신러닝 수업 후기를 보면 알겠지만, ML, DL이라고 불리는 지식들이 사실은 Graph model 방식으로 Factor analysis를 처리하는 계산법이라는걸 차근차근 벽돌 쌓아가듯이 수업을 만든 덕분에, 둘 간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한 티가 난다. 특히, 그 전에 Estimation theory쪽 지식을 잘 쌓아올린 탓에 ML을 한국 공돌이들처럼 코드 레벨에서 인식하는게 아니라, 통계학 지식의 연장 선상으로 이해하고 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그 결과물이 비지니스 케이스 수업 후기에 잘 나타난다. 어려운 지식을 배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제대로 아는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걸 깨달았다는거다. 지식 포트폴리오 쌓듯이 "더 어려운 걸 배워야 돈 값 하는거"라고 착각하며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좀 깨달음을 공유하면 좋겠다. 그렇게 어려운 거만 찾으면 "책 속의 지식"으로만 끝난다.

수학은 어려우려고 만들어진 학문이 아니라, 내 일상 속에 숨어있는 "신의 설계"를 이해하는 도구라는 리처드 파인만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표현을 응용하면, Data Science는 Data가 갖고 있는 Science를 찾아내기 위한 학문이지, Engineering을 통해 컴퓨터 님께서 척척척 답을 가르쳐주실 수 있도록 무한번 딥러닝을 돌리는 계산기가 아니다.

마지막 코멘트는 문제 셋팅의 한 단어, 한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 가정인지, 그래서 그 단어가 바뀌면 문제 전체가 얼마나 크게 바뀌는지를 알려주는 기출 문제 풀이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업 중에 다룬 문제와 기출 문제가 거의 같은 포맷인데 아주 사소한 가정 변경 탓에 전체 문제 풀이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걸 보여줬었다. 시험도 바쁜 직장인들이 모든 디테일을 소화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템플릿(?)을 준 다음, 문제의 단어 몇 개가 바뀌면 템플릿의 상세 내용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파악하는지 여부로 점수가 갈리도록 만들어 놓기도 했다. 어차피 회사에서 만나는 사정이라는게 추상화된 큰 틀이라는 관점에서보면 별 차이가 없을테니까.

첫 기수 때는 학생들 대부분이 차이를 인지 못했었던 탓에 시험 성적이 내 기대치를 못 충족시켰는데, 이제 기출 문제가 하나 쌓였으니 좀 더 재밌게 변형해서 학생들이 따라올 수 있는지 보고 싶어지더라ㅋ

 

정리하며

잘 따라오는 학생들 기준으로 Bias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반대로 우리 교육의 목표를 제대로 이해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되는지

외부 평가자 관점에서 매우 적절한 컨텐츠가 아닐까 싶다.

사실 그렇게 최상위권 성적을 찍고 있는 것도 아니고ㅋ

적어도 내가 "DNN 마니악들에게 얼마나 뼈때리는 교육" (위의 생명공학 박사님 표현 인용)을 하고 있는지, 그걸 잘 따라오는 학생들이 어떻게 흡수하는 중인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언젠가 MBA 졸업 논문을 학회 발표하는 시점이 오면 이런게 진짜 Data Scientist의 접근 방식이라는걸 더더욱 피부로 느낄 수 있겠지.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인이 많을 것 같진 않지만.

 

분명히 교육 목표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허덕이는 학생들도 존재하고, 못 따라와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첫 꼭지에 언급한대로, 철저하게 비전공자인 학생들도 사고 훈련을 따라오고나니 많은 사람들이 이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한국인 일반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수학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일반 대학 수학으로도 일상의 수 많은 도전을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오히려 "논리의 흐름"을 잘 따라올 수 있는 훈련이 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기만 해도 충분하리라.

연례 총회 준비가 힘들었지만, 학생들 실제로 만나서 정말 많은 학생들이 "구제"되는 수준으로 올라온 걸 보니 피로가 싹~ 가시더라.

 

딱히 교육자로 정체성은 없지만, 이런 평가를 받으니 힘들어도 뽕 맞은 것처럼 포기를 못하게 되네ㅋㅋ

다들 우리 방식의 사고력 훈련을 잘 받아서 Data Science를 자기 영역에 잘 활용하는 전문가로 성장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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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 교육의 참담한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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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SIAI 학생들이 TOEFL 100점 (각 영역 21점) 이상 or 영어권 학위 요건을 충족 못/안 시키는 경우,

아래의 구성으로 된 16주짜리 영어 수업을 들어야 졸업할 수 있다.

  • 2016년 미국 부통령 후보 토론회 (영상 링크) 영상 컨텐츠 Role-play
  • 각 토론 주제별 수업 시간 토론
  • 자기 의견 주장하는 에세이

그냥 TOEFL 100점짜리 수준의 평범한 학부 수준 영어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담당 영어 강사 분이랑 조율을 했었다.

학부 시절에 비슷한 레벨의 고급 영어라는 수업을 몇 개 들으며 영어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질 않았는데,

오히려 Role-play 흉내내기 영상을 미리 만들고 오니까 수업 시간 토론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우리 직원들이 "그런 수업은 서울대니까 할 수 있는..." 이라는 표현을 쓰며 애들이 엄청 힘들어하지 않겠냐는 투였다.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이라는 이름으로 요약되는 학벌을 갖춘 직원들에게 이야길 들어보니,

학부 시절 들은 영어 수업이라는게 TOEIC 문제 풀이하는 수업, 그냥 단순히 책 읽고 Role-play 따라하기 정도의 수업이었다더라.

엄청나게 충격이었다. 삼별초가 초등학교 이름인 줄 안다는 애들이 중고교의 2/3가 넘는다는 이야기만큼이나.

그거 학원에서 해야되는 수업 아닌가? 그것도 중경외시 건동홍... 이 아니라 뭔가 좀 이상한(?) 대학 출신 애들한테 하는 수업?

 

영어권 교육 수준

미국의 아이비리그 아닌, 어느 평범한(?) 대학을 나온 직원 중에 한국어로 치면 "국제학부"에 해당하는 전공을 한 학생한테 물어봤다.

학부 시절 토론 수업 같은거 어떻게 운영됐냐고.

두 가지 버전을 들었는데,

  • 모의 UN 토론 수업
  • 여러 Non-profit 재단 간의 연합 구성 & 각종 기관에 Pitch하는 수업

이야기를 들으며, 학부 시절 외교학과 다니던 친구들, 사회학과 다니던 친구들이 비슷한 수업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

그 이야길 하니, 옆에 있던 중경외시 건동홍 라인 직원들이 다시 "S대니까.."라고 말을 줄이던데,

한국에서 S대 급의 학교 정도 되어야 미국 평범한(?) 대학 교육 수준이 나온다는 말로 받아들여지더라.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해되는게, 우리 학부 시절에 고급영어 못 듣는 수 많은 친구들에게 대학영어라는 수업이 있었고,

대충 이게 우리학교 교육 수준은 아니지...라고 생각했던 내용을 공부하고 있던걸 얼핏 본 기억은 난다.

어느 유명 영어학원의 TOEFL 1달 스터디 운영 경험이 많은 분이 1달만에 105점 찍고 "졸업"하는 분들은 대부분 교포급 or SKY...

이런 표현을 쓰셨던 것도 얼핏 기억이 나는데, 학생 수준이 낮으면 TOEFL 90점대에 맞춘 교육과정으로 운영해야겠지.

그나마 S대 정도 되는 학교여야 TOEFL 105점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들을 운영할 수 있다,

즉 영어권의 중상위권 대학교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영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말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문제는 그게 영어 교육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모의 UN토론 같은 전공 수업에서도 나타난다는 뜻이다.

 

다른 글에서 CMU 같은 미국 명문 공대는 이론 기반으로 공학 지식을 가르치는 탓에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지식은 안 가르친다고,

그래서 아시아 출신, 특히 한/중 출신 학생들 중에 적응을 아예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2018년 여름쯤에 공유했던 링크의 CMU 수업들을 보면 알겠지만

통계학과랑 공대랑 협업해서 굉장히 수준 높은 수업을 만들어놨다.

한 쪽 전공 출신이 완벽하게 커버할 수 없는 주제라는걸 자기네들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협업이 됐을텐데,

덕분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왠만한 학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고급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저 위의 수업들이 우리 SIAI 기준으로 MSc AI/DS 2년차 수업에서 다뤄질 내용들인데,

아래에 MSc AI/DS 2년차 수업 중 하나인 Advanced Machine Learning 수업의 1강 연습문제로 내가 뽑은 내용도 추가한다.

기존 MSc DS, 변경 학제의 BSc DS 졸업반이나 MSc AI/DS 1년차 수업에서 들은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말을 바꾸면, 그 정도 실력은 되어야 MSc AI/DS의 2년차 과정, 해외 상위권 Research school의 석사과정을 도전할 수 있다.

 

한국 대학들의 참담한 현실

위의 스크린 샷을 뜬 문제를 AI전공 박사과정 생이라는 분들한테 한번 보여준 적이 있었다.

저 문제를 화면에 띄우기 전까지만해도 나한테

아~ 들어봤어요 스위스 그.. ㅋㅋㅋ

이딴 기분나쁜 태도를 보이던 학생들이었는데,

저 연습문제 (시험문제도 아니고!)를 보는 순간, 입을 딱 다물더라.

모르긴해도 한국에서 저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을 것이다. 거의.

 

근데, 이거 다른 영미권 대학교 석사과정 연습문제를 베낀다음, 내 색깔을 몇 개 더 입힌 문제에 불과하다.

즉, 대한민국 최상위권 대학 AI전공 박사과정 생, 그러면서 우리 SIAI 무시해서 빈정 상하는 태도를 보이는 그런 자뻑 공돌이들이,

영미권 대학의 석사과정 연습문제, 시험문제도 아니고 연습문제를 보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는 증거일 것이다.

 

위의 문제는, 정말로 우리 SIAI 학부 수업에서 다룬 주제들을 그대로 묶어놓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Reinforcement learning 수업 중에 Dynamic optimization을 가르치면서, Steady state라는 개념도 배우고,

Non-linear 함수를 steady state 근처에서 Linearize하는 작업도 배우는데, 그게 Q1. (a) 문제다.

아마 MSc AI Prep을 2021년 4월에 들은 학생들이면 마지막 3개 수업에서 Dynamic optimization을 가르쳤고,

3번째 수업일 끝 부분에 Linearized equation들로 convergence path를 따지는걸 봤던 기억이 날 것이다.

그 다음 (b), (c), (d)는 전형적인 선형대수학 응용문제, (e)는 (a)와 선형대수학을 연결하는 문제 정도에 불과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들자면, 석사 학위 시작 전 Math camp에서 배웠던 내용들의 일부이기도 하다.

당장 이 정도 주제로 한국에서 살아남는 학생들 얼마 없다는걸 그 Prep이외에도 여러차례 눈으로 확인한 바 있다.

날더러 못 가르치는거냐고 물으면, 수업 들은 학생들의 수강후기를 많이 올려놨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중간에 짤린 Q2는 비슷한 관점에서 접근하되, Fourier transform에 대한 아이디어가 추가로 반영되어 있다.

우리는 Scientific Programming이라는 수업에서 Fourier transform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기함수로 바꿔버리는 계산,

덧붙여 Fast Fourier Transform을 이용해 계산속도를 증가시키며 MSE를 약간 포기하는데서 얻는 Computational efficiency 이익을 따지며 다룬다.

난 비슷한 형태의 Matrix 구성을 여러 은행간 포트폴리오 유사도 탓에 발생하는 Systemic risk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Network theory를 써서 모델을 만들던 시절에 다뤄봤기는한데,

Neural Net이라고 불리는 구조와 묶으면서 계산 가능성이 열려서 반갑게 봤었던 문제다.

아마 최초의 문제는 누군가 이런 방식으로 썼던 논문의 아이디어를 활용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도 이런 계산법을 알았더라면 좀 더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일말의 아쉬움도 없다ㅋㅋ

그건 내 길이 아니었다고 변명생각한다.

 

그런 고학력(!) 학생들을 만나면서 안타까운 점은, 위의 내 사고의 흐름을 전혀 따라오질 못하더라. (그건 내 길이 아니었는데, 너넨 그럼 수준이...)

코드 있나요, 어디에 적용해봤나요, 이거하면 좋은거 있나요

같은, 비전공 출신 대기업 꼰대 부장님들한테서나 들어볼만한 한심한(?) 질문만 받았었네.

우리 SIAI 학생이 저딴 질문을 어디가서 했다면 퇴학시켜 버릴 듯.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Non-linear로 확장하면서 변수가 증가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할 것 같고,

Steady state니까 Non-linearity를 포기하고 접근해도 무방하다면 어떤 조건이 더 추가되어야할까 같은 질문이 나올 것 같다.

공부를 많이해서 어느 정도 시야가 갖춰진 사람들이라면, Fourier mode가 특정 문제를 풀어낼 때 어떤 직관적인 의미를 갖는지 묻고,

그게 왜 Eigenvector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지를 Eigenvector 자체의 수학적 함의와 연결짓지 않을까?

딱 그렇게 생각하고보니 Q2.(a) 문제를 그렇게 잡아놨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수식과 연구 주제를 연결시키고, 현실 적용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교육을 "Theorist 교육"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갖다 쓸 수 있는" 코드를 가르쳐주는 직업 학교 교육이 아니라,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는 교육"이 바로 Research school이라고 불리는 영미권 최상위권 대학들의 교육 방식이다.

어느 블로거가 날 욕하면서 "'직관을 이해해야된다', '직관을 이해하라면 파비 수업을 들어야한다'고 그러면서 코드 베끼면 되는걸 괜히 어려운거라는 악마"라고 그러던데,

이런 식으로 Theorist 훈련 시키는 교육 능력을 갖춘 교수진이 한국에 거의 없어서 이렇게 발벗고 나선거다.

그리고, 이런 훈련이 안 되면 수학과 현실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평범한 일반인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는게 불가능하다.

한국인들이 이런 훈련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수학이 왜 현실의 추상화인지, 왜 대학 교육은 수학 도구를 활용하는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고 산다.

 

시야가 열리고나면 Q2를 풀면서 누군가는 나처럼 은행 네트워크의 붕괴 구조에 적용하고,

또 누군가는 블록체인 스타일의 환상형 체인 시스템에서 효율적인 계산 구조를 고민한다.

그런데, 시야가 닫힌 사람에게는 짜증나는 수학일 뿐, "그거 현실이랑 관계없잖아요? 그거하면 뭐 바뀌는거 있나요?" 같은 소리나 하겠지.

 

직관을 담은 Bayesian stat 수업을 들을려고 보스턴의 Harvard, MIT 같은 명문대 몇 십개 전공의 박사생들이

차로 2-3시간 거리에 있는 Brown 대학에 1학기 내내 통학을 다녔고, 교실이 터져나가서 대형 강의장으로 바꿔야했는데,

직관을 제대로 이해하는 강의해서 너네를 구제하려는 사람에게 악마라니ㅋㅋ

 

제대로 된 교육이 나아갈 방향?

한국에서 대학 다니던 내내, 위의 "공부하는 사람", "공부를 많이해서 어느 정도 시야가 갖춰진 사람" 같은 생각을 하고 산 적이 없었다.

학부 시절, 어느 동아리 애들이 자기네 동아리 리크루팅을 위해서 그런 냄새(?)가 나는, 자기네가 쓴 논문을 발표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발표한 분은 미국 초유명 Y대 박사 과정을 가신걸로 기억하고, 나중에 눈이 뜨이고 난 다음에는 정말 엄청난 분이었는데 내가 바보라서 못 알아봐서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런 천재들 몇 명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뚝딱뚝딱 찾아내는걸 바라기만하는 교육이 과연 옳은 교육일까?

전혀 준비도 안 되어 있고, 가능성도 없는, TOEIC 700점 받고 졸업하는게 목표인 학생에게 TOEFL 105점 대상 수업을 하는건 옳은 교육일까?

솔직히 어느 쪽이 옳은 교육인지 모르겠다.

 

내가 요즘 MBA AI/BigData에 하는 강의는,

TOEFL 115점에게 하고 싶었던 강의를 좀 포기해서 TOEFL 100-105점 정도를 타겟으로 보고 있는 강의인 것 같다.

근데, 국내 대부분의 학생들은, TOEFL 100점 받는 것도 굉장한 고난이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런 학생들에게 내가 학부 때 했으니까 너네도 무조건 TOEFL 105점은 따라와야된다고 강행군하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CMU의 통계 + 공대 교육처럼, 나도 비전문인 내용들은 때때로 타 전공 전문가들의 컨텐츠를 바탕으로 메워넣으면서

TOEFL 105점 수준 강의를 만들어야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고난의 행군을 하는 중인데,

따라오는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버거운 도전일까?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 나와봐야 쓸모없는 이유가, TOEIC 700점 받는 교육을 하면서 "어지간하면 졸업할 수 있게" 맞춰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TOEIC 700점 받아봐야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 쓸모짝에도 없는 점수인데, 그런 어정쩡한 상태로 졸업을 시켜주니까.

대학이 장사, 사업이 아니라, 정말 지식 탐구의 장이었다면 TOEIC 700점 받으라고 영어 수업 중에 TOEIC 문제집 풀지는 않았겠지.

아쉽게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대학이 사업이고 장사다. 학생을 살살 달래며 졸업시켜야 등록금도, 정부지원금도 나온다.

심지어 대학교 랭킹 끌어올리는 것도 그렇게 졸업율이 높아야 되더라.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민낯이 대학 교육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다.

 

이론 교육을 해서 따라올 수 있는 학생이 거의 없는, "평범한" 대학을 운영하는 분들께 너네 3류 교육 집어치우라고 계속 화내고 다녔는데,

그들도 "데이터 사이언스 학과"라고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정부 지원금 안 빼먹으면 굶어죽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니 어쩌겠나.

차라리 그런 교육은 안 받는게 맞을까?

그런 3류 교육이라도 받는게 맞을까?

 

어차피 이쪽 지식은 0 아니면 1인데,

0인 교육을 받는게 학생에게는 "어정쩡한 인재가 되는", "TOEIC 700점 받고 그 다음날 내용 다 까먹는" 비합리적인 선택일지 몰라도,

학교를 운영하는 교육사업가(?)와 가붕개 국민 표 몰이하는 정치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니...

그게 정부 지원금을 빵빵하게 받고 있는 국내 주요 대학들의 현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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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인증 후기 - 4.학생들과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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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roved by the committee of experts"라는 메일 받고도 다시 1주일이 더 지나 공식 학위 인가증(?)을 받고 난 다음 쓴 글이다.


학위 인증 절차 관련해서 다른 기관에 피해 줄 것 없이 속 시원하게 정보가 공유됐으니,

특히, 모 학교랑 결별하고 난 다음에 상세사항 언급하기가 법적 이슈가 걸려있어 버거웠는데,

진상짓을 하는 학생들 일부가 그 학교를 괴롭혀서 내가 밝히기 어려웠던 내용들마저 외부 공개된 상태니까,

더 이상 누구 배려해 줄 것 없이 몇 가지 불만(?)이었던 부분,

특히 지원자들에게서 겪은 경험담을 좀 속 시원하게 공개해보자.

선 한 줄 요약하면, 한편으론 미안한데, 나도 사람이라 이 분들이 여기저기 쓰신 흑색선전에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Case 1. 어느 수도권 공대 석사 & 지방 대기업 계열사 직원

eduQua 담당자에게서 21년 7월 20일에 Pre-approval을 받고 SIAI 자체 설립을 확정짓고, eduQua 미팅 일자를 확정하고는

8월 초에 당시 합격생들에게 변경 사실을 통보하는 이메일을 일괄로 보냈다.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도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윗 제목의 스펙을 가진 어느 학생이 eduQua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안 된다고 격한 어조의 메일이 왔다.

지난 몇 주간 공개한 내용들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당연히 그 학생이 Pre-approval이 어떤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나오는지, 이 후 절차가 어떤지에 대한 지식이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심사 자체가 Program -> Institutional 으로 변경된 상태,

On-site 심사, Committee of experts 심사라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상태,

이런 교육기관 인증 절차는 인증서 받기 전까지는 무조건 함구해야된다는 주의를 여러차례 받은 상태라,

(Pre-approval 당시에 위의 절차들에 큰 부담을 안 가져도 된다는 이야기도 들은 상태였고, 심지어 스위스 쪽 사업 동료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이라 내부적으로는 단지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다는 확신이 있었다.)

속 시원히 다 밝힐 수 없는 사정에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 답변할지 고민하고 있던 중에,

메일 내용에 "명문대도 아니고, 이런 신생 학교 학위 받아서 어떻게 이직을..."이라는 문구를 보고,

아래의 사고 과정이 진행됐다.

 

당시 저 지원자 분은 MSc DS에 Conditional offer를 받은 상황이었는데,

MSc AI Prep 시험 답안을 봤을 때 MSc DS Prep도 전혀 이해를 못하고 답을 쓸 게 너무 뻔하게 보여서,

유사한 수준의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어지간하면 MBA AI/BigData 하라고 이야길 미리 해 놓은 상태이기도 했다.

이미 알려진대로 현재까지 MSc DS Prep 시험 통과한 사람이 1명도 없다. MSc AI Prep만 2명이 통과한게 전부다.

각 시험별로 내 기준 채점 요건을 엄청나게 느슨하게 조정했다는 점, MSc DS Prep은 합격선을 70->60점으로 하향했다는 점도 덧달고 싶다.

 

근데 결혼까지 한 분이 직장을 그만두고 올인을 하겠다고 그러는데,

솔직히 말해서 자기 스펙에 갈 수 있는 거의 최고 직장을 갔다고 짐작이 되는데,

본인이 그게 불만이라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나이도 있고, 가정도 있고,

매우 기분 나쁘겠지만, 결정적으로 이런 고급 교육을 따라올 수 있을걸로 보이질 않더라.

 

냉정하게 말해서, 학교 오지 말고, 최소한 회사 그만두지 말고, 그냥 직장 생활 충실하게 해라고 이야길 하고 싶었다.

그만두고나면, 한국 구직 시장을 봤을 때, 듣기 기분 나쁘겠지만, 같은 레벨 직장에 다시 못 갈 확률이 매우 높은 분이다.

워낙 고집을 피우길래, 첫 기수는 양보해라는 당시 다른 교수님 조언에 따라 미안한 마음에 Conditional offer로 양보를 했었는데,

MSc DS는 커녕 MBA AI/BigData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고스펙자 중에도 과목별로 Re-sit (재시험) 하는 분들 은근히 있거든.

우리는 수학 공식 대입해서 계산하는게 중요한 전공이 아니라, 사고력이 중요한 전공이니까.

당시에도 고집쟁이한테는 점수치료가 답이라는 생각에, MSc DS Prep 듣고 주제 파악하고 알아서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 Prep수업이랑 동급 수업이 MBA 첫 학기 수업이라는게 이해되면, 못하는걸 무모하게 도전하고 있다는게 공감되지 않았을까?

 

어쨌건, 우리 내부적으로 이정도 판단이 섰던 학생이 학교 바꾸게 되니까 불만이 엄청 많더라.

자기는 엄청 좋은 학교 졸업해서 그걸로 취직 or 이직하려는데, 신생학교 졸업해서 어떻게 취직하는데 쓸 수 있느냐는 장문의 메일이 왔는데,

거꾸로 우리 학교 네임 밸류를 올려 줄 수 있도록 제대로 교육해서 키워야 할 인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서,

학교 이름을 이용해야하는 학생이, 그 학생의 인생을 건 도전을 하겠다는데, 졸업할 수 있는 확률도 낮고,

그걸 하나하나 챙겨 줄 수 있을만큼 우리 준비 상태도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어차피 마음 비워라고 했어야 될 학생이라는 생각에,

지원 사실 자체를 취소 시키고 전액 환불해줬다.

 

우리는 "이름"을 얻어먹을려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철학"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받아주는 곳이다.

면접 중에 "학벌 세탁" 냄새나는 이야기 했으면 면접 탈락감이었다.

 

좀 더 학생 분이 기분 나쁠 이야기를 추가하면, "명문대.. 신생학교... 이래서 어떻게 취직..." 문구에서

염불보다 잿밥, 우리의 고급 사고력 교육 컨텐츠보다 단순히 "명문대" 학벌 따러 온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내가 학위 장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내실없이 겉멋만 챙기는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극도의 혐오를 갖고 있다.

난 그런 사고방식의 사람들에게 예의 범절 따위는 일절 따지지 않고 면전에서 혐오 발언을 해왔던, "사회성 부족한" 인간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 땅의 가짜 Data Scientist, 통계 문맹 Data Scientist들에게 내가 해왔던 언사를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분이 당시 그 이메일을 쓸 때 마음 속으로 어떤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위의 판단에 나의 혐오가 많이 반영되었음을 인정한다.

그 혐오가 오해였다면, 그 때처럼 장문의 이메일로 공감되는 설명을 보내주시면, 얼마든지 고개 숙여 사과할 의향이 있다.

 

남의 실력을 함부로 왈가왈부 하는게 정말 못 돼먹은 행동이라는걸, 내가 수백차례 무시당해봐서 잘 알지만,

아마 이 글을 읽으면서 정말 많이 화가 났겠지만, 최소한 공부만 놓고 볼 때, 공부 했던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자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무리 초명문대 출신이 아니어도 본인 입장에서는 공대 석사까지 했는데, 자기 눈엔 공학 전공인 지식을 배우러 오는데도

MBA를 가라는 것도, 통과하기 쉽지 않을거라는 것도 납득 안 되겠지만,

지금 우리 MBA AI/BigData에서 힘겹게 공부하고 있으신 분들 (박하게 잡아도) 70% 정도가 학생 분보다 스펙도 좋고,

무엇보다, MSc AI Prep 답안지에서 느낀 학생 분 실력에 비해서 내가 강조하는 "사고력" 기준으로 학습 속도도 빠르다.

이런 인적 역량에 대한 평가의 차이는 공대 석사까지 하며 "주워들은" 지식의 절대적 양에서 비롯된 본인의 판단과

어차피 국내 교육은 암기식 교육에 불과하고 사고력 훈련이 안 되어 있어서 모조리 비전공자라는 내 판단의 차이에 기인할 것이다.

 

학생 분 스펙상 갈 수 있는 해외대학들이 대충 짐작되는데, 그런 대학 학위 받아서 재취직하는거 한국에서 난이도가 너무 높고,

무엇보다 사고력을 활용하는 지식을 공부할 수 있는 깊이가 없다. 갈 수 있을 학교 교육 수준이나, 배우게 될 학생 분이나.

방금 MSc AI Prep 답안지를 다시 한번 더 봤는데, 내 판단을 Disprove 하려면 인생에 엄청나게 많은 도전을 해야한다.

그냥 자동문에 자동 졸업인 우리나라 대학들 석사 학위 찾아가야 위험 없이 졸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해서 정말 미안하다.

 

참고로 내가 처음 런던에 석사 유학 갔던 시절, 좀 더 좋은 Flagship 프로그램으로 전과하려고 까불며 교수 면담에 갔다가 까이고,

지금 S대 교수로 와 계신 선배님, 당시 그 학교 교수로 계시던 분을 찾아갔는데,

내 학부 성적표를 쓱 보고 + 질문 1-2개를 하시더니, "우리 학교 후배니까 잠재력은 있겠지만, 직장 다니며 다 까먹기도 한 것 같고, 지금 상태를 봤을 땐 좀...."

말을 끊더니, 조용히 손 짓으로 연구실에서 축객령을 내리시더라.

그 땐 좀 화가 나긴 했었는데, 공부를 더 하고 시야가 넓어진 이후로는, 그림자도 못 밟을만큼 존경하는 교수님이고,

(우스개 소리로 그림자의 그림자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될 만큼 존경한다는 표현을 쓴다.)

당시에 치기 어린 젊은 놈이 멋 모르고 위대한 학자의 아까운 시간을 뺏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마음 뿐이다.

 

나중에 그 Flagship 아래 레벨 프로그램을 상위권으로 졸업하고 난 다음에 나한테 "네가 졸업 못 할 것 같아서 그랬지."라고 한 말씀 더 하셨는데,

지나서 보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직장 생활 탓에 까먹은 지식 복구는 물론이고, 꽤나 영미식 교육법으로 Brain wash가 되어있었다고 사후적으로도 인정할 수 있었던,

런던에서 두번째 석사 입학하던 시점에도, 나는 Flagship 프로그램 입학 자격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SIAI의 Flagship 프로그램인 MSc AI/DS 지원하겠다고 무리한 욕심내는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이야길 하고 싶다.

 

 

Case 2. 최상위권 명문대(?) 통계학 전공자

우리 SIAI의 MSc DS 입학 시험을 2번이나 치른 학생 이야기다.

우리 SIAI가 이전에 내 교육 프로그램을 호스팅 해주는걸로 계약이 진행됐던 어느 스위스 학교에서 설립한 학교라는

혼자만의 뇌피셜을 추가해서 자기네 학교 게시판에 2번째 시험 준비 스터디 그룹 찾는다는 공고를 올린 탓에

그 스위스 대학교에서 공식적인 항의문을 받게 한 분이다.

 

계약 파기하면서 이미 매우 큰 욕을 먹은 상태라, 가능하면 더 안 좋은 사건 없이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당시 계약 파기 상세 사항을 알리면서 학교 명성에 손상을 주면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했던 것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우리 SIAI 설립 이야기만 하고 넘어가고 있었는데,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사건인가 싶더라.

 

저 학생의 이상한 뇌피셜 때문에 국내 커뮤니티 이곳저곳에 이상한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어이없는 상황이 진행되기도 했다.

덕분에 다행인 건, 회사 업무와 신생 프로그램 교육 때문에 너무 바빠 SIAI 설립 직전까지 열심히 그 스위스 대학교 홍보했던 기록들을

수정할 여유도 없이 SIAI 운영에 정신이 팔린 중이었는데, 회사 업무를 많이 포기하고 하나씩 찾아서 삭제할 수 있는 기회로 썼다.

불편한 흔적들이 다 삭제됐는지 모르겠는데, 남은 게 있으면 우리 학교로 제보 바란다. [email protected]

혹시 남은 흔적들 때문에 SIAI 설립 이후 일절 언급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하신 분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사과한다.

굳이 변명하자면, MBA AI/BigData 레벨로, 즉 학부 2-3학년 수준에 직관적 통찰을 넣어 가르쳐보는게 처음이라 1주일 강의 2개씩 만들면서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었고,

그 쪽 학교에서 더 언급하지 말고 덮어라고 압박도 있었고, 우리 학교 안 온 학생들한테 굳이 자세하게 설명해야 될 이유도 못 찾았다.

 

이 학생은 2번째 시험도 첫번째 시험과 거의 같은 레벨의 답안지와 시험 점수를 받으면서 불합격했는데,

나중에 자기 뇌피셜 때문에 내가 소송을 당할 처지라는 메일을 보내면서 삭제 요청을 했더니, 갑자기 격한 어조의 메일로 손해배상을 해라더라.

신생학교인줄 알았으면 지원을 아예 안 했을거란다.

멀쩡한 학교가 학교를 하나 더 만들었다는 Think out of the box 수준의 황당 뇌피셜로 남한테 피해를 끼친 상황인데,

뇌피셜 때문에 폐 끼쳐서 미안하다고 그래야 되는 상황 아닌가? 싶었지만, 사과보다 손해배상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걸 보고,

더 이상의 대화를 포기하고 주장하는 금액에 맞춰 Prep 수업 수업료 환불해줬다.

Case 1번 학생과 마찬가지로, 이 친구도 학벌 따는게 관심이었으니 "신생학교인 줄 알았으면 지원 안 했다"고 이야길 하고,

내 교육 퀄리티에는 관심이 없었으니 교육 철학에는 공감 못하고,

그저 내용만 국내형 암기식 학습으로 따라 온 탓에 2번째 시험도 같은 수준이었겠지라고 나도 "뇌피셜"로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내 뇌피셜이 틀렸다기엔 그 학생의 뇌피셜을 틀렸다고 지적했을 때 온 격한 답장과 "신생학교인줄~ 안 했다"가 너무 크게 다가온다.

 

그 스위스 대학교는 나중에 스위스 출장 중에 찾아가서,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사과했고, 나중에 다시 협조할 일이 있으면 하자고 덕담을 나눴다.

자기네도 흑색선전을 많이 당해본 기관이라, 내가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잘 공감해주더라.

스위스 대학들 중 일부가 내 프로그램을 호스팅 해 줄 수 있다는 걸 전문 브로커 급 교수님을 통해서 알게 된 후,

여러 조사 끝에 그 학교를 골랐던 이유가 그 학교 Dean이 스펙도 빵빵한 사람이 빈 공터에서 학교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2000년대 초반부터 남은 인터넷 상의 여러 기록에서 보면서, 기업가 입장에서 엄청난 존경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비지니스 이유로 계약은 파기했지만, 개인적인 존경심은 지금도 같고, 언젠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다시 그 학생으로 돌아와서, 어느 커뮤니티에 Accreditation이 5개나 있는 학교랑 신생 학교랑 똑같냐는 논리를 펴 놨던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아는 내용들을 좀 공들여 설명해보자.

우선, 당시 그 학교의 Accreditation 상태는

  • eduQua (스위스)
  • ACBSP, IACBE (미국)
  • BAC (영국)

이었는데, 중간에 있는 미국의 Accreditation 기관이 CHEA라는 미국 교육부 지정 기관 산하이기 때문에,

Accreditation이 아님에도 CHEA가 하나 더 붙어있었을 뿐이다. 즉, 5개가 아니라 4개였다.

CHEA 산하의 Accreditation 기관은 엄청나게 많다.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미국 Accreditation 중 하나도 CHEA 산하이기도 하다.

Accreditation은 결과 나오기 전까지 절대 외부 공개하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더 이상 공개를 못 할 뿐이다.

 

우리도 설립 초기에 받은 eduQua는 스위스 공통이니까 뭐 당연한거라고 생각하고,

문제는, ACBSP, IACBE는 직업 교육 기관이 받는 경영학 인증 학위로 일반에 알려져 있다는 거다. 연구 교육 기관이 아니라.

각 인증 프로그램들 마다 자신들만의 목적과 설립 취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시장에서의 지위만 놓고 볼 때는

  • AACSB (미국 -> 글로벌)
  • AMBA (영국)
  • EQUIS (유럽)

위의 3개의 연구 교육 기관 전용 학위 인증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납득하기 좋게 부가 설명을 하면, 미국 은행들이 AACSB 받은 MBA에는 학자금 대출 해 주는데 ACBSP, IACBE는 잘 안 해준다.

좀 더 심하게 이야기하면 ACBSP, IACBE는 속칭 Diploma mill (학위장사) 학교라는 평이 나오는 곳들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Accreditation이 전부는 아니고, 학교 교육이 엄청 좋아서 이름이 난 곳은 그런 인증 따윈 무시하고 운영되기도 하는데,

어찌됐건, 내가 이런 모든 지식을 알게 된 입장에서 굳이 직업 교육 기관 인증이 있는 학교 학위를 학생들에게 주는걸로

"을" 자세로, 그들의 실력없(어보이)는 교수진들에게 강의 기회를 줘가면서까지 프로그램 운영을 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받은 학비는 마지막 한 푼까지 그 가치에 걸맞는 교육으로 보상해줘야 한다.

 

여러 복잡한 사정을 알게 된 내 입장에서 하위 Tier 인가는 앞으로 1-2년만 고생하면 별 무리없이 받을 수 있겠다 싶지만 오히려 방해인 것 같아서 관심이 없고,

상위 Tier는 최소 5년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해도 쉽지 않아 보이는, 아니 무리를 해서라도 꼭 받고 싶다.

이런 지식이 있는 상태인데, 내가 그 하위 Tier 인가증 모은 학교 이름으로 학생 끌어모았다는 뇌피셜도 봤었다ㅋㅋ

어이가 없어서... 내가 그정도로 비굴하게 인생 살아온 사람인가?

대학교 만들려니 우리나라는 설립 불가능한 레벨의 무리한 규정이 있고, 대학 산하로 전공이라도 하나 운영할렸더니 대학 교수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길래, 어쩔 수 없이 해외를 찾았는데,

사정을 알고나니 학생들한테 미안해서 결별한거다, 미안해서. (교육은 내가 다 하는데 연간 5억씩 손실 보는 것도 중요한 Factor였다.)

새 학교 설립해서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감당하고 싶지 않은 손해와 "학생들한테 미안해서" 아예 접을려고 했었는데,

내가 무슨 미국 A급 명문대 이름을 앞세운 것도 아니고...

 

너네는 겨우 eduQua 1개 받은 주제에라고 하면, 오늘 당장은 할 말이 없는데,

어차피 학위 인증은 교육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사후 인증이지, 국내처럼 교육부의 사전 인증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우리 SIAI 급의 Research School 교육을 하는 기관이 앞으로 10년 안에 어떤 Accreditation을 받을 수 있을지,

그래서 당신의 학위 졸업장이 10년 안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한번쯤은 생각해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학위 인증이 사후 인증 시스템인 영미권 대학들 중에 교육에 자신 있는 학교들에 인증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학생들이 가는 이유가,

인증을 받는 순간 다른 학교들처럼 학위 하나 당 몇 십만불 짜리 고액 학위로 바뀌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증 완료 전에 저가로 고급 교육을 받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다.

비싼 학위가 일상으로 스며든 미국도 20만불씩 학비를 대주는 집안은 드물거든.

위의 상위 Tier 경영학 학위 인증 3개를 놓고 봤을 때, 우리 SIAI도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나 보다 더 학문적으로 훌륭한 교수님들이야 국내에도 많이 있겠지만,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 땅에 운영하는, 아니 할 수 있는 대학이 단 한 곳이라도 있나?

이런 퀄리티는 상위 Tier 인증을 못 받는게 이상하다는거 정도는 아마 상식적으로 이해되리라 생각한다.

 

어쨌건, Accreditation 숫자로 분노의 댓글을 달아야 할 만큼 레벨 차이가 나는 상황이 아니라는거다.

거기도 Diploma mill이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 학교인데, 컨텐츠가 없는 학교다보니, 아직 많이 발전 못 했다.

나와 그렇게 불편한 결별을 해 놓고도 다시 찾아가서 사과하는데 반갑게 맞은 이유가 뭘까? 내가 강력한 컨텐츠를 갖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솔직히 시험 문제 한번만 보고나면, 최소한 학계 관계자들은 우리 SIAI에게 훨씬 더 높은 대우를 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교육 받고 살아남았냐?

이런 말 바로 나올껄? 안 나오면 교육 수준 볼 줄 모르는 무능한 교수라고 힐난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저 학생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몇 달 후에 우연히 타 대학 교수님의 Zoom 오픈 강좌에 질문한 기록을 보게 됐다.

역시 그 불합격 답안지 수준과 동급의 질문을 해 놨더라.

그 오픈 강좌를 같이 들었던 우리 MBA 학생 하나가 국내 평범한 대학 경영학과 출신이라 초명문대 통계학과 출신보다 SIAI 입학 전에는 실력이 모자랐을 수도 있겠지만,

지난 반 년간 우리 수업을 들은 그 MBA 학생의 질문과 MSc DS 고집하며 2번 시험치고 뇌피셜과 자기 반성 없는 욕 퍼붓기만 하는 학생의 질문과 현격한 격차가 있다는게 눈에 보여서,

내가 교육자로 정체성은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교육의 성과물을 보니 정말 뿌듯하더라.

스승의 날이라고 나한테 고맙다고 DM이 왔길래, 여기저기서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셔서 내가 더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답변해드렸다.

 

다시 그 학생으로 돌아가서, 오픈 강좌까지 찾아갈만큼 공부에 열의가 있는 분이니, 부디 다른 좋은 교육 기관을 통해서 지금 수준을 탈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략 1년 정도 띄엄띄엄 접한 해당 학생 분의 실력은,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저번에 말했던 그 안 선생님 - 조재중 기억나는 초명문 AI대학원 출신 정도는 아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그 정도 학부 들어갔으면 최소한 고교 시절에는 뛰어난 인재였을텐데...

아마 지금 공부한다는게, 아니 그간 공부했던게 그냥 지식만 익힌거지, 사고력은 고교 수준에서 멈춰 있는 것 같다. 여느 한국인처럼.

슬램덩크 같은, 보기에만 화려한 지식만 찾아다니지 말고, 필드 슛 2만개 특훈 같은, 지식을 몸에 체화시킬 수 있는 교육을 꼭 만나시기 바란다.

역시 Case 1번 학생처럼 나의 평가에 실력 무시한다고 기분 나쁘겠지만, 내가 그 시절 그랬듯이 남의 무시를 발판으로 삼아,

학계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 내가 시간 뺏어 죄송한 저 위에 언급한 교수님처럼 넘사벽 학자급 역량을 갖춰 우리 나라 좀 발전시켜주시라.

 

그 외에도

자잘한 사건이 몇 개 더 있긴 했는데, 내 입장에선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기회를 못 준 것 만큼 미안하거나 아쉬운 감정이 남는 사건들은 아니었다.

흑색선전가들이나 뇌피셜 학생들의 비방 때문에 아예 찾아오지도 않은 분들은... 어쩔 수 없다. 흑색 선전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들의 선택 아닌가.

어차피 인간이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내가, 누가 무슨 말을 하건. 무슨 행동을 하건. 뭘 보여주건.

어쩌다보니 교육을 사업으로 하는 For-Profit School을 만드는 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이어졌는데, 나는 그런 경험이 전무한 사람인데,

흑색선전가들이 꼬투리 잡는 내용들이, 내가 몰라서 놓친 내용들이 하나 둘이었을까...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 명성, 학위 비용, 취직 같은 정보가, 교수 입장에서는 급여, 연구비, 입학생 수준 같은 정보가 중요하겠지만,

학교 운영자 입장이 되니 보는 관점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학생들, 특히 한국 학생들에게 하나 일깨워주고 싶은건, 밖에서 볼 땐 어느 신문사가 발표한 학교 랭킹이 제일 중요한 잣대 같겠지만,

교육 결과물을 제대로 판단하는 조직에가면, 교육 수준이 중요하지 신문사가 돈 받고 만들어준 랭킹은 그렇게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세상 거의 대부분의 학위 과정은 학위라는 종이 한장을 팔기 위해 랭킹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를 씌우는 학교와, 그걸 사기 위해 돈을 내는 학생과, 거기에 맞춰 그럴싸한 종이 학위를 받아 그럴싸한 컨텐츠로 수업을 하는 교수라는, 종이 한장 두께의 피상적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를 운영해보니 랭킹이라는게 제대로 된 교육 수준의 잣대라기엔 노이즈가 너무 심하고, 대부분은 홍보비의 결과물이라는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좀 더 냉혹하게 말하면, 학교 랭킹을 끌어올리려면 Case 1, 2 같은 학생들을 사정 없이 떨어뜨리고 있어야 된다.

지원 숫자 대비 합격률, 학교별 특이한 스타일의 교육을 흡수한 학생들의 고액 연봉 직장 취업률 같은 정보가, 교수들의 A저널 논문 숫자만큼 랭킹에 중요한 정보니까. 우리나라에 A저널 논문 가진 교수가 몇 없어서 국내 대학 국제 랭킹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가중치가 높은지 이해가 될 것이다.

실력은 부족한데 학벌 세탁 의도가 농후한 발언, 주어진 정보의 틀을 벗어나 뇌피셜 속의 세상을 사는 발언, 2번이나 같은 시험을 치는데도 성적에 변화가 없는 실력같은 정보에 기반해 잠재력을 가늠해 보면, 고급 교육을 흡수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고액 연봉 직장 취업률에 마이너스가 될 게 뻔하기 때문에, 거꾸로 지원 숫자 대비 합격률을 낮춰서 랭킹을 끌어올리는데 써야한다.

그런 못된 정책을 안 쓰고 어지간하면 교육의 기회만큼은 균등하게 해 주려고 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Case 1, 2 같은 학생들이 그렇게 갈망하는 랭킹 높은 학교는, Case 1, 2 같은 학생들이 떨어져야 만들어진다.

 

입학을 고민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운영자의 고민이 어떻게 보일지, 관심이나 있을지, 심지어 이해가 될지 모르겠는데,

내 나름대로는 고급 교육을 학생들 상황에 맞춰 공급하려고 주어진 제약 속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웅변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번 시리즈 글 4개는, 교육 수준, 입학생 숫자, 학위 가격을 보고 자원봉사자라는 친구들의 놀림을 듣고 왔던 "현타"를 가라 앉히는데 조금은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는다. 교육 수준에 이렇게 고집을 피우며 저런 황당한 사건까지 겪는 길이 정말 옳은 길인가?

 

글로 차마 쓰지 못한 복잡한 감정이 있지만, 딱히 인연이라는 걸 믿진 않는 사람인데, 저 학생들과는 그냥 인연이 안 맞았다고 생각한다.

인연이 닿은 사람들 챙겨주는 것도 쉽지 않다.


 

학위 인증 후기 - 1.어쩌다보니 스위스ㅠㅠ

학위 인증 후기 - 2.(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학위 인증 후기 - 3.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

학위 인증 후기 - 4.학생들과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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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귀국 후 20일만에 eduQua 인증 심사 합격 통보를 받고 난 다음에 쓴 글이다.


심사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국내에서 대학 설립해볼까 싶어서 처음 사립학교법 조항들 뒤적이던 때부터,

대학 인수하겠다고 전국의 "폐교 위기"에 직면한 학교의 (숨겨진) "주인"들 만나던 시점도 생각나고,

스위스 학교들이랑 협상하던 일, 그리고 변호사랑 계약서 놓고 투덜대던 일들 같은게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만세부르고 뛰어다닐 줄 알았는데, 별로 감흥이 없다. 이제 Entry고, 이게 시작인 걸 무의식 중에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굳이 따지자면, 눈 앞에 있는 더 큰 고민 때문에 괴롭고, 스트레스가 곱절로 더 쌓인다.

 

미국의 Accreditation 시장

보통 미국에서 대학을 만들면, 특히 MBA로 돈벌이를 할려고 하는 대학들은,

졸업생이 나와야 Accreditation 신청이라도 해 볼 수 있으니까,

보통은 알고 있는 지인들을 거의 유령 학생처럼 등록해서 최소 요구조건을 채운다.

물론, 설립 시점에 각 주별로 Ministry of Education 같은 부서에서 대학 교육 한다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저 아래에 어느 학교 이야기에서 잠깐 나오겠지만, 그 도장(?)부터 안 찍어주는 학교들도 많다.

 

그렇게 반쯤 유령 학생들 석사 교육 2년으로 최소 2차례 입학생, 1차례 졸업생이라는 요구조건을 충족시킨다음,

지역 인증 (Regional accreditation) 심사 기간 2년을 더 보내서 대략 4-5년을 거쳐 겨우겨우 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인증"을 받게 된다.

석사 아니라 학부만 운영했으면 심사 자격 갖추는데만 아마 5년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각종 요건을 갖춰야하기 때문에 온갖 괴롭힘을 다 겪고, 중간에 포기하는 학교들도 은근히 많다.

미국에서는 Regional accreditation 심사 취소되면 대안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교들이 등록금도 잘 안 받는다.

받더라도 우리가 인증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군소리하지 마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국 Regional accreditation을 받은 대학은 은행들이 학자금 대출을 해 주기 때문에,

교육으로 돈 벌이를 하려는 학교들에게는 필수 인증이라 학교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대신 인증서를 받는 순간부터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서 보통 4만불/년 x 4년짜리 학부를 운영하기 시작한다.

요즘은 1년 7만불짜리도 흔히 본다.

 

그 다음은, MBA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서 AACSB라는 상위 Tier 인증을 도전한다.

위의 Regional도 그렇지만, AACSB도 또 졸업생이 있어야하고, 신입생을 2번이상 받았어야하고, 교수진들이 논문이 많아야하고 등등의 조건이 있는데,

여기도 알고 있는 지인들을 유령 학생처럼 등록해서 최소 요구조건을 채운다. 근데 이건 약과다.

요건 충족하는 교수진 채용이 훨씬 더 난이도가 높다. 쓰레기 논문이라도 돈 주고 SCI 저널 등재기록 만들고 이런 더러운 짓 많이하더라.

또다시 3-4년이 지나간다. (국내 모 국립대학 신생 경영학과가 6년만에 AACSB 인증 받은게 국내 최단기록으로 알고 있다.)

AACSB인증을 받은 학교의 MBA는 또 은행들이 학자금 대출을 해주고, 기업들이 자기네 직원에게 학비 지원을 해준다.

이래저래 운이 나쁘면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쓰고나면, Regional accreditation과 AACSB를 갖춘 대학이 되는데,

그렇게 고생하면서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으니 당연히 그 분들도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하지 않겠는가?

이제 학교 랭킹 끌어올리는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학비도 MBA학위 하나에 15만불, 20만불을 막 부른다.

E-MBA는 50만불, 100만불 부르는건 놀랄 일도 아니다.

 

여전히 Student loan은 인생의 굴레라는 비판이 많지만, 그래도 학위 유무가 자기 인생을 바꾸니까 학생들은 꾸역꾸역 찾아온다.

학비 비싸다고 징징대는거 알지만, 미국도 대부분의 대학교는 Non-profit 기관이어서 남는 돈이 별로 없는데도,

심지어 정부 지원금을 엄청나게 받는데도, 정작 교수들은 연봉이 모자라서 반강제로 2nd job을 뛰는 걸 봐라.

또 다른 예시로, 박사시절 내 지도교수가 연구 주제로 미팅하다 농담 따먹기로 넘어가면 종종 연봉 200만불 + 어마어마한 보너스 패키지 같은 헤지펀드들 오퍼 메일 보여줬었는데,

실제론 그 정도 레벨의 연봉을 학교에서 줄 수 있을만큼 엄청난 학비를 받아야 2nd job 안 하고 싶은 적절한 시장 가격이겠지?

이렇게보면 Higher education 시장에서 수요-공급이 제대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은 EMBA 처럼

학비는 엄청 비싸지만 교수들은 시간 때우며 가르치는거 없는 잉여 학위 같은 곳 밖에 없는 듯.

나머진 교수라는 사람들이 솔까말 자원봉사다. 그나마 사회적 지위, 명성, 안정성 같은게 따라오니까 다들 하고 싶어하는거겠지. 아님 봉사하기 귀찮으니까 엉망으로 가르치고.

 

학교 설립부터 뛰어난 교수 인재까지 다 모으는 엄청난 노력을 다 쏟아붓는데 몇 십년의 세월과 그렇게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지난 글에도 썼지만, 미국에서 학위 인증 받으려고 몇 년간 고생하다 사기로 고소당한 분은, 위의 사정을 감안하면 억울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인증 절차 진행 중에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요구조건들이 정말 많은데, 그걸 다 해주는 와중에 몇 년씩 학교 운영하는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벌써부터 느끼는 판국이니까.

학위주는 기관 만들려고 죽어라 고생해봐야 학비 비싸다고 투덜거리기나 하고, 근데 제대로 가르치면 나가떨어지고, 쉬운거 가르치면 학교 무시하고...

이러니까 어지간하면 대학교 만들면 안 되는거다.

 

다른 학위 인증 (Accreditation)들

지역 인가 이외에도 미국에서는 온라인 대학들 전용 인가인 DEAC (Distance Education Accrediting Commission)이라는 곳도 있고,

최근 살펴보니 University of the People이라고 하는 신흥 사립 온라인 대학이 2014년에 DEAC에서 인증을 받았더라.

2009년 설립된 학교인데 5년 동안 오랜 고생을 겪었던 것 같고, 최근까지도 캘리포니아 주의 대학교육기관 지정 (즉 "도장")을 위해

여러 고충을 겪었던 이야길 봤다.

우리가 타겟하는 인증 중 하나다. 최근 미국 외의 해외 교육기관에 대한 인증도 시작했거든.

인증받고나면 미국으로 이사갈까?ㅋ 근데 주 별로 해 주는 대학 교육 기관 "도장" 받으려면 또 준비를 한참 해야겠지...

 

미국 학교들은, 특히 MBA로 돈 벌려는 학교들은 위에서 말한대로 각 지역별 Regional accreditation + AACSB로 끝내는데,

그 외 국가들의 학교들은 AACSB에 나머지 2개 (AMBA, EQUIS)를 붙여 Triple Crown이라고 불리는걸 만들어 내려고 노력들을 한다.

유럽에는 Triple Crown학교들이 많다. 스위스의 IMD부터 영국의 ICL을 비롯해서 유럽 대학들이 대체로 Triple Crown에 엄청 신경을 쓴다.

(국내에야 잘 안 알려져 있겠지만, 스위스의 IMD나 영국의 ICL은 국제적인 평판만 보면 SNU 같은 학교들 압살하는 수준이다.)

이 중 학교 레벨 인증 (Institutional Accreditation)이 아니라 프로그램 레벨 인증 (Program Accreditation)을 하는 EQUIS의 EFMB가

우리의 다음 타겟 중 한 곳이다. 유럽 특화된 인증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Law school, Pedagogical school 등등의 다양한 실용학문들은 제각각 학위 인증 시스템들이 나라별로 다양하게 있더라.

해외에 학교 설립하며 졸지에 글로벌 학위 인증 시장을 공부하게 됐는데,

각 기관별 요구 조건을 알고나니 왜 내가 다닌 학교들이 그렇게 운영되었는지도 알게 됐고,

학교라는 조직들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면서 저런 기관들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며 영업을 하는지도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다.

 

내 프로그램 호스팅 계약 파기하던 무렵 그 학교의 Dean이 날더러

"You may have little more knowledge in Data Science, but you know nothing about running a university."

라고 그랬었는데, 20년 넘게 학교 운영하던 그 분들을 내가 무슨 재주로 단박에 따라잡을 수 있을까?

 

실제로도, Accreditation 과정 중 요구사항으로 교육 퀄리티는 둘째문제고, 학교 운영을 해 보니 그 뒤에 더 큰 문제가 있더라.

Program accreditation 심사 때는 묻지 않지만, Institutional accreditation 심사를 할 때는,

그런 온갖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정말 괴로울만큼 꼬치꼬치 캐 묻는다.

교육 퀄리티만큼이나 학교라는 조직을 경영할 능력이 있는지, 시장 수요를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는거겠지.

 

Higher education 운영 고민?

참고로 심사 중에, 교육 관련해서 온갖 문제가 있었을텐데, 어떻게 처리했냐, 증거인 회의 의사록 들이대라 같은 요건들도 있다.

거기다, 교수 총회, 학생 총회 열었냐, 학생들한테 의견 수렴해서 다음해부터 운영방침 바꾼 기록 있냐, 이사진 모임 등등등등

학교 운영에 대한 자료만 몇 백 페이지는 보내준 것 같다ㅋ 학생들한테 겨우 이 돈 받으면서 이렇게까지 시달려야되나 싶더라ㅠ

 

시달리던 끝에 내린 결론은, 한국인만 계속 받을거라면 더 이상 학위 인증에 신경 더 쓰지 말고, 지금 이대로 그냥 놔두는게 답인 것 같다.

내 기준으론 국내 모든 대학이 다 sub standard 교육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학교 아니면 최소 1-2억 쓸 각오하고 유학 나가야 되는데,

그런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 숫자도 몇 명 없는 것 같고, 대부분은 그냥 Fancy해 보이는 학위만 따서 거들먹거리고 싶은 겉멋사냥꾼들이고,

겉멋사냥꾼 수준은 아니더라도 자기 수준 잘 모르고 까불거릴 줄만 아는, 내 교육을 흡수할 수 있는 학생 숫자가 거의 없는 시장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실에 부딪혀가며 완벽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짐작으로야 오래전부터 알고 있긴 했지만...)

 

왜 학부 시절 교수님들이 박사 가겠다고 추천서 써 달라고 그러면 "어려운" 과목들 학점보고 까탈스럽게 구셨는지 너무 이해가 된다.

Research school 레벨의 교육을 따라갈 수 있는 검증이 안 되었는데, 살아남는 사람 거의 없는 교육인데, 괜히 뻘짓하지말고 직장 다니며 조용히 살아라는 거겠지.

똑같은 맥락에서, 어차피 내 방식으로 핵심 Theory를 이해해야 현실 적용이 가능한 교육을 따라올 수 있는 인재는 거의 없는 나라인데,

그 몇 명 때문에 매년 마이너스를 찍어가며 착하게 퍼주기만 하고 살기에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사업가고, 생활인이고, 인간이다.

그렇다고 난 허접 MBA같은 Fancy 학위 팔아먹는 학위장사꾼은 아니거든. 팔아먹어야 운영할 수 있음 차라리 접어야지 뭐.

 

그게 아니면, 위의 미국 신생 대학 예시처럼, 이번에 설립한 스위스의 사립 대학을 유럽, 미주 시장으로 키우는 도전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고생은 우습게 보일 시간, 노력,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겠지.

그런데 이건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데... 학교 운영은 커녕 교육만 빼놓고봐도 나는 오래 전에 내려놨던 일인데...

가장 한국인을 위한 길이 어째 한국인들한테는 안 되니까 외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내 인생을 갈아넣어야 된다는 황당한 해결책 밖에 없다니...

최소한 멍청한 정부가 제대로 예산만 배정했더라도, 공돌이들이 세금 파티만 안 했더라도, 지난 5년간 DS전공 제대로 키워놨으면 지금보단 나았을텐데 에효...

 

그래, 명품 매장은 구매력 있는 부자나라에나 생기는거였지.

 

Higher education과 사업 간 시너지

이번 출장 중에 우리 회사 담당인 스위스 은행 세일즈와 처음으로 Face-to-face 미팅을 하는데, 미팅룸 밖에서 우리를 힐끗힐끗 보는 사람이 너무 많길래,

혹시 내가 뭐 문제 일으켰냐고 물어봤더니, 처음 계좌 개설할 때 이런 교육을 혼자서 다 한다는 서류를 들이미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거 거짓말인 것 같다로 자기네들끼리 말이 많았었다며,

오늘 이렇게 실물을 보게된다고 내가 스위스 방문 일정 잡던 때부터 다들 엄청 기대(?)하고 있었단다ㅋ

Respect라는 단어를 5번쯤 들은거 같은데, 입발린 칭찬이라도 유럽 백인한테 이정도까지 칭찬을 듣나ㅋㅋ 오래 살고 볼 일이다ㅋㅋ

우리 SIAI가 스위스 시장에 정상적인 학교 구조를 갖추고 교육을 공급하면 이 교육을 받으러 올 사람이 엄청 많을 것 같다고 입에 발린 칭찬(?)을 하더라.

세일즈가 고객에게 흔히 하는 칭찬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한국 같은 2류 인재들 시장에서는 확장성에 한계가 명확한 교육일지 몰라도,

이런 선진 시장에서는 학교만 좀 더 체계를 갖추면 진짜 시장 진입이 가능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착각인가?ㅋ)

대신 그게 엄청 고난의 길이니까 문제인거지.

 

내가 찾은 타협점은, 키우려는 우리 회사 조직의 기능 중, 대학교처럼 한국에서는 빡빡한 규정상 무리, 아니 불가능하지만,

스위스라는 자유주의 기업가 천국에서는 가능한 사업라인들을 붙여서 대학 교육과 같이 키우면서 Win-win 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오면,

해외 운영을 계속하면서 한국인 학생들 중 극소수의 능력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는 안이다.

온라인 대학이라 학교 주소를 이전하는 것도 부담이 없으니까, 스위스 여러 주를 옮겨다니거나, 아예 다른 나라로 본사 이전해도 큰 상관이 없기도 하고,

우리에게 빡빡한 제한을 하지 않는 (지방)정부를 골라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까.

 

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인가 모으는거, 분명히 엄청 힘들기는 하겠지만,

사업 키우는데 학교 써먹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흠.

이런 고민을 하는걸 보면 확실히 나는 쉽게 돈 버는 사업 못 고르는 바보 사업가지 교육에 정체성을 둔 교육자는 아닌 것 같다.


 

학위 인증 후기 - 1.어쩌다보니 스위스ㅠㅠ

학위 인증 후기 - 2.(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학위 인증 후기 - 3.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

학위 인증 후기 - 4.학생들과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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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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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인증 후기 - 2.(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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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사립대학 민간인증 기관인 eduQua의 심사를 받고 귀국했던 날 밤에 쓴 글이다.


국내 대학은 설립 전에 대략 2년 정도 교육부의 심사를 받고, 졸업생은 커녕 입학공고를 하기 전에 사전인가를 받아야 한다.

심사 내용 중, 인적요건과 물적요건을 다 충족시키려면 수도권에선 대략 2,000억원 남짓이 필요할 것 같고,

지방으로 내려가도 최소 500억은 있어야 된다. 대학원대학처럼 수익성재산 요구조건이 100억이어도 300억은 있어야 될 것 같다.

심사받는 2년간 인적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뽑은 직원들에게 수입 0원 상태로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줘야하는건 말할 것도 없다.

사이버대학도 수익성재산 35억, 토지/건물 요건 충족시키려면 최소 100억이다. 수도권은 300억 정도, 서울시내는 그 이상을 생각해야 될 것 같다.

 

스위스나 미국의 공식적인 인증은 정부 기관이 지정한 민간기관에서 실사를 진행한다.

그리고 교육을 다 받고나서 졸업생이 생기고 나서야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초고속으로 진행해도 3기 졸업생이 나오는 시점에 보통 사후인가가 나온다.

보통 신생 학교는 그런 준비를 완벽하게 다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히 Sub standard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인가해주다가는 지정 민간기관 자체가 지정 취소를 당하니까 빡빡하게 심사하는데,

한국인 입장에서 당황스러울만한 부분이, 규정 안에 인적요건과 물적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 이야기는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상세 요건 대신, 규정상 표현만 놓고보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Infrastructure를 갖고 있고, 실제로 학생들이 우수한 교육을 받고 졸업해서 시장에서 선호하는 능력자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위의 스위스 연방정부 인가 요구조건을 보면 알겠지만,

상식적인 항목인 a, b, h, i와 반드시 졸업생이 있어야한다는 g 항목을 제외하더라도,

c, d, e, f 항목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한국처럼 수익성 재산이 300억, 토지 면적 얼마 이상, 건물 연면적, 건축면적 얼마 이상 같은 이야기가 없다.

같은 문서 후반에 보면 Distance learning인 경우, 실험 연구 교육 등등 각각의 상황에 맞춰서 심사가 진행된다는 말도 적혀있다.

(특히 a는 스위스의 국가 설립 철학이다.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사고의 자유, 교육/연구의 자유, 나아가 학교건 뭐건 사업을 온갖 규정으로 막지않는... 여긴 나같은 자유주의자 기업가에게 천국인 나라다.)

 

해외 대학 인증은 하나같이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게 유지되느냐 (위의 d 항목)에 대해서 엄청나게 강조를 해 놨다.

위에 링크 건 인증 절차 설명 문서도 50페이지 중에 무려 20페이지를 d 항목에 대한 부가 설명으로 채워놨다.

특히 국내 요구조건과 겹칠만한 d항목의 Resources라는 세부 섹션 상세 사항을 봐도,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문제가 없을지를 담보할 수 있는 설비가 있느냐를 놓고 따지지,

국내처럼 건물 크기와 땅 넓이를 재는 뻘짓 따위는 없다.

 

좀 더 나아가면, 국내는 대학을 못 만들게 막아버리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반면,

스위스에선 For-profit university라고, 학교도 수익창출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학 설립이라는 사업을 권유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단, Sub standard 학교를 인가해주는 일은 없도록 Quality assurance라는걸 엄청나게 강조하더라.

그리고, 그 Quality는 토지, 건물, 수익성재산, 교수 숫자 같은 지정된 값이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 수준이 실제로 높게 나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항상 사후 인증으로 진행되고.

낮은 교육 수준을 공급하는 학교는 Accreditation을 못 받거나, 결국은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덕분에 유럽 대학들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A대학 수석이 B대학 꼴등 수준은 한국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겠지만, 유럽은 그런 일이 극히 드물다.

속칭 Diploma mill(학위 공장)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처음 설립을 고민하던 당시에 어느 한국인이 미국에 온라인 대학을 만들어서 한국인 학생을 받았는데, 무허가... 같은 단어 기사와 함께 구속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같은 상황이 될까봐 두려웠고, 솔직히 말하면, eduQua에서 합리적인 응대절차를 밟아주지않고 외국인이라고 차별했었으면 처음부터 포기했었을 것이다.

다만, 짧게나마, Entry level에 불과한 수준이나마 해외대학 인가 절차를 겪고난 요즘, 졸업생이 나올 때까지는 인가 신청도 못 하는 구조의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에

국내 기준을 들이대면서 학교 설립 첫 날부터 인가 없다고 무허가라며 구속시키는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

자세한 속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학교 인가만큼은 그 설립자 분이 얼마나 괴롭게 절차를 밟았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이제 나도 학교를 더 키우기 위해 상위 인가를 받으려고 학생들, 교수진들에게 논문 압박을 하는 길을 택할지,

아니면 내가 연락했던 대다수의 스위스 학교들처럼 적당히 교육만 시켜서 졸업시키는, 그래서 인가에 큰 욕심을 안 내는 길을 택할지

결정을 해야할 타이밍이 곧 올 것이다.

 

어쩌면 eduQua 이상의 더 상위 인가를 도전하지 않는 많은 학교들 중에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오버해봐야 얻을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했었겠지.

제대로 논문 쓰는 교수진이나 논문 쓸 능력을 익힐 수 있는 학생을 받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쪽 전공 기준으로, 도메인 지식 같은 세부 전공 주제를 떠나서, 수학, 통계학을 언어로 활용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다.

나 역시 한국인을 대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실험(?)을 하는 중인데, 경영학과도 살아남으니 성공한 것 같긴 하지만, 공대는 말할 것도 없고, 통계학과도 은근 실패 사례가 있을 정도니까.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내가 이정도면 그래도 괜찮.. 이라는 잣대를 잡았을 때 통과할 수 있는 논문 쓰는 교수진 그렇게 많지 않다. 하물며 학생들이야...

다만, 내 성격상 더 이상 상위 인가를 도전 안 한다고 다른 학교들처럼 학위장사로 방향을 트는 건 도저히 못할 짓인것 같다.

차라리 학교 문을 닫았으면 닫았지.

 

왜 하필 스위스?

왜 하필 스위스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었는데, 대답할 항목들이 너무 많지만,

일단은 아래의 스위스 연방정부 지정 심사기관 담당자의 메일 답변을 보자.

스위스는 학위 인가 (Accreditation)와 학위 인증 (Recognition)이 다르게 운영되는 특이한 나라다.

무슨 말인가하면, 정부 산하 기관에서 Accreditation을 받아도 다른 곳에서 Recognition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단독으로 존재하는 정부의 "관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국인에게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스위스 사람들 뇌 속에 정부라는게 "연방 정부"가 아니라 "지방 정부"고, 지방 정부마다 규정은 다 멋대로고, 마음에 안 들면 옆 지방으로 이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주"라는 개념이 없는 우리에게는 A주에서 Recognition 되는 학위가 B주에서 안 된다는게, 한 나라인데 왜 그러냐 싶겠지만,

심지어 한국-일본-중국 사이에서도 서로간 학위를 인정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미국 하버드에서 받은 석사 학위로 한국의 서울대에 박사 학위 지원에 쓴다던가, 혹은 반대로 Recognition 받을 수 있다는 법적 조항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기관의 선택에 따른다는 것이 현재 국제 전례고, 그러니 좀 더 영역을 넓힌 Recognition이 가능하도록,

Accreditation을 한 개 주, 한 개 국가에서가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하버드 학위를 인정 안 해주는 기관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스위스가 재미있는 나라인게, 학위 인가는 정부 산하 조직, 민간 조직 등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받고 운영이 가능하고,

특정 인가가 엄청난 이득을 받는게 불평등이라는 민간의 반발 때문에 아예 교육부가 학위 인증에 직접 관여하질 않는다.

대학 같은 교육 기관을 기업이 만들어서 운영해도 되도록 열린 시장, 즉 교육법이 아니라 상법이 대학 교육을 규제하는 것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학자금 지원금 정도 말고는 달리 개입도 없고, 규제도 안 한다.

거기다 연방(Federation)정부와 주(Canton) 정부 사이에서 정하는 내용도 다 다르다.

우리 SIAI 같은 경우도 어차피 온라인 대학이니까 Canton 중에 우리에게 가장 우호적인 곳을 골랐다.

 

대신 University라는 이름만큼은 정부가 지정하는 기관만 쓸 수 있도록 제한을 걸어뒀는데,

비슷한 내용을 아래의 "스위스 교육부(?)"에서 받은 답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민간 기관의 경우, 연방 정부 고등교육법(?)인 HEdA 규정에 따라 SAC인가가 없으면 University라는 이름은 못 쓰지만,

그래서 자격증이 필요한 의료, 교육, 법 같은 분야는 못 진입하지만, 그 외 전공 학위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학위는 받아주는 사람이 결정한다.

eduQua 인가는 민간 인가고, 스위스 연방정부의 "인가 (Accreditation) 및 인증 (Recognition)"과는 관계가 없으니,

차라리 주(Canton) 정부를 찾아가서 물어보라고 답변을 해 놨다.

그럼 주 정부 관계자는, 너네가 이상한 사업하는거만 아니면 별로 신경 안 쓰니까 HEdA 규정 어기는거 아니면 너네 알아서 해라는 식이다.

(물론 안 그런 빡빡한 주 정부도 있다는 이야기를 설립 당시 변호사에게 듣긴 했었다.)

 

 

이런 좀 황당한 내용을 겨우 이해하고 난 다음에 다른 스위스 대학들 중에 내가 아는 곳들을 이곳저곳 뒤져봤는데,

스위스 남서부 Lausanne에 있는 IMD라는 유럽 1-3등을 왔다갔다하는 초특급 유명 MBA 프로그램은 스위스 정부 인가 그 딴거 쳐다보지도 않고 있더라.

홈페이지에 가봐도 3개의 유명 MBA 학위 인증 기관에서 Accreditation 받았다고 자랑하는 내용 밖에 없다.

좌측 하단에 *Acceptance of ECTS credits is determined by external authorities 라고 된 부분이,

한국식으로 치면 자기네 학점을 다른 기관에서 인정할지 말지는 그 기관의 결정이라는 뜻이다. (Link)

한국에서는 이런 문구를 보면 가짜 학교라고 말이 나오거나, 커뮤니티 정신병자들이 공격 대상으로 삼겠지만,

유럽에서 IMD MBA는 Harvard나 Stanford MBA정도급 대우를 받는다. IMD가 꿈의 학교인 학생들도 많다.

물론 Federal accreditation을 안 받았다고 Fake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Link)

 

이 문제로 이곳저곳 질문을 보내보니, 학위 인증 (Recognition)은 사실 자기 나라 밖으로 나가면 안 해줘도 그만이라는 공통 답변을 여러차례 받았다.

우리 생각에는 어떤 레벨의 학위 인가 (Accreditation)를 정부에서 인가해준 교육기관에서 받으면 전세계적으로 인정해 줄 것 같지만,

심지어 제대로 된 국제적 협약 같은 것도 없는 상태다. 너네 나라 교육을 우리가 어떻게 믿냐, 이런 식인거지.

기억을 되살려보니, 나 역시 학부 때 겨울 계절학기 6학점을 해외 대학원에서 듣고 왔었는데,

심지어 학교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받으며 승인을 받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Syllabus와 강의노트를 다 제출하고, 지도교수, 학장 승인을 받고,

거의 반년이나 지나서야 내 성적증명서에 그 6학점이 등록됐었다. 심지어 S대보다 글로벌 학교 랭킹도 높은 학교였건만ㅋ

반대로 국내 타 대학 겨울계절학기로 학점을 받아온 친구는 바로 졸업요건 다 충족되어서 졸업한다고 그 6학점을 써 먹은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 내 모교보다 학교 랭킹이 더 높은 곳이 없을 것이라는걸 다들 아실테니,

랭킹이 아니라 같은 Jurisdiction 안에 있느냐 없느냐로 학점 및 학위에 대한 Recognition이 갈린다는 걸 이해할 수 있으리라.

 

실제로 내 프로그램을 호스팅 해 주는 조건 계약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던 어느 학교는, 나와 결별하고 나서 몇 달 후에

설립 25년만에 University가 아니라 한 단계 아래로 Business접목에 맞춘 교육을 하는 Fachhochschulinstitut (FH)로 SAC 인가를 받았는데,

요즘 연락이 와서 자기네 상황이 좀 더 좋아졌으니 다시 계약 진행할 생각있냐고 넌지시 떠보는 와중에

We have a competitive advantage over ~ 이라는 표현을 썼을 뿐, 아예 무슨 환골탈태 했다는 표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도 갓난아기 같은 학교를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학교랑 동급의 학교라고 우길 생각은 전혀없고,

학교를 키우려면 이런 저런 인가 작업을 밟기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왜 스위스냐는 질문에 대한 2번째 답이었다.

좀 이상한 나라인데, 덕분에 대학 교육 시장에 진입하는 Entry hurdle을 넘을 수 있도록 열어주는 나라였다.

 

(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솔직히 말하면, 스위스에서 연방 정부 인가를 받으려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 보다,

IMD처럼 다른 나라의 더 권위있는 인가를 받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하는 중이다.

우리가 스위스 교육 시장에서 얻을게 별로 없거든.

어차피 인구도 별로 없고, EU랑 맺은 Erasmus 연계도 깨진 상태고, 그래서 다른 유럽 대학들이랑 연계의 문이 열린 것도 아니고,

언젠가 내부 역량이 축적되면 도전하려고 하는 FOREX쪽 자산 운용에 규제가 거의 없는 부분 이외에 달리 그 시장에 매력을 못 느끼겠다.

거기다 미국 인증 기관들이 요새 해외 대학이랑 온라인 대학들 Accreditation 주는 쪽으로 엄청 전향적으로 바뀌었더구만.

회사 내부적으로도 우리의 타겟 Accreditation 기관들과 요건 충족을 위해 이런저런 상담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번에 시장 개척(?)을 하며 알게 된 건, 향후 사업 라인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뭘 해도 규제가 덜하니 스위스가 괜찮은 test bed 시장인 것 같다.

딱 그런 관점에서, 학교 운영과는 별개로 1년간 많은 지식을 얻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학위 인증 후기 - 1.어쩌다보니 스위스ㅠㅠ

학위 인증 후기 - 2.(좀 이상하지만) 괜찮은데 스위스?

학위 인증 후기 - 3.글로벌 Accreditation 시장

학위 인증 후기 - 4.학생들과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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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