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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조건으로 수익 안정성 확보" LTA 확대 나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글로벌 메모리 주도권 굳힐까

"유리한 조건으로 수익 안정성 확보" LTA 확대 나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글로벌 메모리 주도권 굳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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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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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글로벌 빅테크와 속속 LTA 체결
선급금 확대·최저 공급가 보장 등 공급사 우위 조건 덧붙어
HBM 경쟁 난항 겪는 주요국, 韓 우위 지속 전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공급 계약을 분기·연간 단위에서 장기공급계약(LTA)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메모리 공급 절벽이 이어지며 글로벌 빅테크들의 LTA 체결 요청이 급증한 가운데, 공급사에 유리한 조건을 앞세워 안정적 수익 구조를 설계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의 메모리 업계가 아직 뚜렷한 선단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이 같은 한국 기업들의 우위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업계 LTA 체결 확산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유례없는 메모리 공급 절벽 속 공급사에 LTA 체결을 요청하고 있다. LTA는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장기적으로 물량과 가격 조건을 약정하는 계약 형태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수급 부족 국면 속에서 특정 기간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공급자 역시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급감 상황이 닥쳤을 때 이미 약속된 가격과 물량으로 실적을 방어할 수 있다.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도 LTA 계약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거래 물량이 이미 확정돼 있는 만큼, 무분별한 증설 경쟁을 펼치는 대신 철저히 계산된 설비투자(CAPEX)를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공정 난도가 높고 고객사별 요구가 상이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수주 물량을 확보한 뒤 생산에 돌입해 재고 부담을 원천 차단하고 양산 효율을 높이는 맞춤형 공급 체계가 사실상 필수적이라고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LTA 비중이 확대될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과거 대비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장 전문가는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전 세계적 인공지능(AI) 열풍을 지탱하며 빅테크 기업들의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파트너로 급부상했다"며 "공급사와 고객사가 기술 개발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해 안정적인 거래를 이어 나가는 전략적 공급망 파트너십이 구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약 조건은 '공급사 중심'

다만 메모리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LTA가 메모리 기업의 이익 상단을 제한하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 수요와 기업용 스토리지 증가로 인해 메모리 가격이 2027년까지 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라 내다봤다. UBS 역시 D램 슈퍼사이클이 2027년 4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한국 메모리 업체들은 최대한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LTA 체결 과정에서 구속력 있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과거 5% 미만이었던 LTA 선급금을 대폭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사가 계약 체결 이후 약속한 물량을 구매하지 않으면 선급금을 위약금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과의 D램 장기 공급 협상에서 계약 기간 최저 가격 보장 조항과 함께 총계약액의 10~30%에 육박하는 선급금 조건을 설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MS의 계약은 올해부터 3년간 이어지는 DDR5 메모리 공급이 핵심으로, 계약 규모가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과는 최대 5년의 범용 D램 장기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며, 차세대 HBM 공급을 조건으로 2년 연장 옵션도 검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급 가격이 아닌 물량만을 LTA로 확정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이는 향후 업황 변화에 발맞춰 고정거래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업체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스의 최고경영자(CEO) 벤 바자린은 "메모리를 구매하는 여러 업체에 따르면 LTA는 아직 물량에만 해당하고, 가격은 여전히 분기별로 협상하고 있다"며 "이는 메모리 업계 사람들이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HBM 시장, 동력 부족하다

관련 업계는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이러한 시장 우위가 단기간 내 꺾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여타 주요국들이 메모리 선단 경쟁에서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다. 지난 21일(현지시각) IT 매체 컴퓨터베이스는 CXMT가 기존 올해 상반기로 설정됐던 4세대 HBM(HBM3) 양산 목표를 내년 이후로 미뤘다고 보도했다. 현재 CXMT가 생산한 HBM3 칩은 과도한 발열 탓에 동작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초기 불량을 넘어 장기적인 내구성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삼성전자가 초기 HBM 도입 과정에서 겪었던 문제와 유사한 성격을 띤다. 당시 삼성전자는 열 제어 이슈를 해결하는 데 1년 반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직접적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은 5세대 HBM(HBM3E) 생산에 진입했으나, 대규모 양산 역량에 대한 의문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6세대 HBM(HBM4)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공정 난이도가 더 높아지는 만큼,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텔의 경우 EMIB, 포베로스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을 통해 HBM을 칩에 통합하는 역량은 확보했지만, 정작 HBM 자체는 외부에서 조달 중이다. 특히 현재 주력 AI 가속기인 가우디3는 HBM3E가 아닌 3세대 HBM(HBM2E)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품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메모리 제조 기술의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다.

일본의 국책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는 2022년 설립 이후 2nm(나노미터) 로직 공정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IBM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및 패키징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HBM의 핵심인 D램 적층, TSV, 본딩 공정, 열 관리 등의 기술 경험은 사실상 축적하지 못했으며, 현재까지 HBM 개발 로드맵이나 세대 전략도 공개된 바가 없다. 이는 기술 격차를 넘어 일본 반도체 산업 자체의 약점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과거 D램 산업에서 이탈한 이후 관련 생태계가 사실상 붕괴한 상태로, 단기간 내 HBM 양산 체계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HBM을 사용하는 로직 칩이나 패키징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은 있지만, 메모리 공급자로서 한국 기업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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