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의 압도적 독주, 가격 경쟁력·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재패
중국 전기차의 압도적 독주, 가격 경쟁력·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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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글로벌 시장 영토 확장 BYD·체리자동차 등 해외 판매 최고치 경신 완벽한 공급망 바탕으로 지형 재편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뛰어난 가성비와 스마트 기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은 물론, 남미와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전기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미래차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까지 중국 기술 생태계를 수용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호주·남미·동남아서 점유율 폭증
27일(현지시간)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자동차 시장 판매량은 352만1,1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각국의 친환경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소비를 자극하면서 시장 전반이 회복 흐름을 보였다. 특히 전동화 전환이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전기차(BEV) 비중은 19.4%로 1년 전(15.2%)보다 크게 확대됐고, 하이브리드 차량(HEV)은 3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반면 가솔린·디젤 차량 비중은 30.3%까지 떨어지며 구조적 감소세가 이어졌다.
유럽 전기차 시장 왕좌는 중국 브랜드들이 차지했다. BYD는 유럽연합(EU)에서 1분기 5만64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69.7% 급증한 데 이어, 영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노르웨이·스위스·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까지 포함한 유럽 전체 기준으로는 약 7만3,800대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2%대까지 끌어올렸다. 체리자동차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1분기 유럽에서 6만9,907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342% 급증했고, 오모다·재쿠 브랜드를 앞세워 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 주요 시장에서 중국 업체 ‘톱3’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체리 등 중국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3월 기준 중국 업체들의 유럽 판매는 14만 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8년간 일본차가 독점해 온 호주 시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호주 시장 내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5%까지 치솟았다. 동형 차종 기준으로 연료비와 유지비를 합쳐 연간 2,000호주달러(약 211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경제성이 부각되며 가정의 첫 번째 선택지로 부상했다.
남미와 동남아시아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 초 두 달 간 브라질에서는 BYD가 순수 전기차 시장의 78%를 점유하며 소매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멕시코와 칠레 등 신흥국에서도 점유율이 3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으며, 주문이 수개월씩 밀리는 등 공급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태국 역시 BYD를 필두로 한 중국산 전기차가 전체 전기차 시장의 86%를 장악했다. 태국 공장은 현재 최대 가동률을 기록 중이며, 필리핀 등 인근 국가에서도 주문량이 전월 대비 폭증하는 등 동남아 시장 전역이 중국산 '친환경 번호판'으로 덮이고 있다.

美 소비자들 "중국차 싸고 좋은데 왜 못 사나"
미국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열풍이 심상치 않다. 현재 미국에서는 중국산 전기차를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를 이유로 중국 전기차 유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산 소프트웨어·부품이 포함된 차량 수입도 금지했다. 미국의 안전·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차량 등록과 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점도 주요 장벽이다.
그럼에도 미국 소비자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가 지난 2월 발표한 '올해 미국 신차 구매자 조사'에서 '중국산 차량을 고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3%로, 2021년(18%)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시기 캐나다에서 진행된 나노스 리서치그룹 조사에서도 다수 응답자가 자동차의 중국산 여부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식은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미국의 유명 자동차 유튜버 리처드 베노이트(Richard Benoit)는 중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iCar 03'를 시승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이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했다. 베노이트는 영상에서 "미국 정부가 왜 이 차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지 이제 알 것 같다"며 "가격 대비 성능이 말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해당 차량의 가격은 2만4,000달러(약 3,546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 전기차 열풍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2020년 이후 26% 상승해 5만 달러(약 7,400만원)에 달한다. 반면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은 1만3,000달러(약 1,900만원) 수준이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소비자는 "SNS에서 본 차량을 구매하려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좌절했다"며 "더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차를 막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벤츠·BMW도 中 기술에 러브콜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정부 정책 지원과 산업 생태계 구축의 결과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다수 기업 간 치열한 경쟁 구조가 결합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극대화됐다. 고품질 지능형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것도 핵심 경쟁력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이 배터리와 인포테인먼트 등 핵심 기술을 자급자족하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며 "이러한 기술적 우위와 혁신 속도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가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의 영향력은 자율주행과 SDV 등 미래차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관련 기술과 부품, 시스템까지 자체적으로 구축하면서 일부 영역에서는 글로벌 업체를 앞서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공지능(AI) 기술 도입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지리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산업 최초로 종합 ‘풀도메인 AI’ 기술 시스템을 공개하며 차량의 모든 측면에 AI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했다. 이후 스텝펀, 지스페이스, 에스아이엔진, 싱지메이주, 아파리 테크놀로지 등과 협력해 개방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때 세계를 장악했던 독일차들이 중국의 기술력을 수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공동 개발한 중국 특화 전자 아키텍처 ‘CEA’를 적용한 ‘ID.AURA T6’ 등 신차 4종을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와 협업한 신형 S클래스, BMW는 모멘타·화웨이와 손잡은 중국 전용 SUV ‘IX3’를 선보였다. 유럽 완성차가 중국에서 기술을 ‘가르치던’ 위치에서 ‘전수받는’ 위치로 뒤바뀐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