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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The Economy Korea 운영방침 - Talking Point 예시

[공지] The Economy Korea 운영방침 - Talking Point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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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1

O1. 네이버 시리즈온, 영화 다운 중단하고 스트리밍 집중…OTT로 가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61416555779230

기사 시작부분
ㄴLead-in: 네이버도 OTT 시장에 뛰어든다는 제목으로 변경해야되지 않을까요? 영상 다운로드 서비스가 단가 안 나온다고 생각하고 아예 스트리밍으로 뿌리는가봅니다.

기사 핵심부분 Talking Point
1.보도자료 내용 정리
ㄴ소비자들의 서비스 구입 행태랑 달라서 바꾼다?
ㄴ다운로드가 구매 개념, 스트리밍은 대여 개념인데,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잇으니까

2.과거엔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안 이슈가 문제가 됐었는데
https://pallycon.tistory.com/entry/%EB%84%B7%ED%94%8C%EB%A6%AD%EC%8A%A4%EB%8A%94-%EC%96[…]B4%ED%98%B8%ED%95%98%EB%8A%94%EA%B0%80-%EC%A0%9C1%EB%B6%80
ㄴ예전의 Active X보다 더 발전된 기술들이 많이 있어서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고려 요소 + 앱으로 소비하는 OTT형 패턴이 일상화된 점

3.네이버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ㄴOTT와 이커머스 연계한 쿠팡 플레이의 성장세
ㄴ네이버 스토어와 시리즈온을 연계하면?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21/12/31216/ 이미 아마존이라는 성공한 모델이 있음 - 아마존 + 아마존 프라임


작성 결과물 예시:
네이버도 OTT 시장으로, 이커머스-OTT 연계성 높아진다 – OTT Ranking

예시2

P2. 새로운 ‘인구개념’으로 지역활력 높이고 지방소멸에 대응한다
- 새로운 ‘인구개념’으로 지역활력 높이고 지방소멸에 대응한다 - 정책뉴스 | 뉴스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orea.kr)

보도자료 요약
ㄴ파일 다운로드: https://www.mois.go.kr/frt/bbs/type010/common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0008&nttId=100426
ㄴLead-in: '생활인구'라는 개념으로 인구감소를 극복하는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새로운 정보라는 관점에서 효과는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측정할지 궁금하군요.

Talking Point
1.보도자료 내용 정리
ㄴ'생활인구'라는 개념 도입한다
ㄴ행안부가 어찌어찌

2.'생활인구'라는게 도대체 뭐임?
http://firiall.net/wiki/1285
http://www.chunsa.kr/news/articleView.html?idxno=54871

3.생활인구 늘리면 지방 소명 대응 가능? OK 근데 생활인구 늘릴려면 인프라가 갖춰지고 거기에 직장이 있어야 되는데? 인프라 투자는 누가하지?
ㄴ지방 사례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215 - 결국 정부가 돈 붓는건데, 표현만 바뀌었지 지방에 인프라 구축해서 인구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뜻입니다
ㄴ해외 사례 https://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61 - 복수주소제 이거 좀 의미 있어 보이네요


작성 결과물 예시: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 ‘생활인구’ 통해 돌파구 찾는다 – Policy Economy

예시3

V1. 코로나로 침체됐던 고용시장 회복될까…中企 71% “올해 신규인력 채용계획 있다”
- 코로나로 침체됐던 고용시장 회복될까…中企 71% “올해 신규인력 채용계획 있다” - 전자신문 (etnews.com)

보도자료 요약
ㄴ보도자료: https://www.kbiz.or.kr/ko/contents/bbs/view.do?seq=154672&mnSeq=207
ㄴLead-in: 이렇게 경기 안 좋다고 말 많은데 그래도 신규인력 채용계획 있는 중소기업이 많군요?

Talking Point
1.보도자료 내용 정리
ㄴ전반적으로 매년 나오는 설문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만, 경기 상황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채용 의사가 있다고 표현하는건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2.정부 나름대로는 나서서 지원해준다고 각종 청년 채용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만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0316
ㄴ대졸자, 나이 34세 미만, 주 30시간 이상 근무 이런 조건인데, 누군가는 지원을 받겠지만 지원 받기 쉽지 않은 조건이죠.

3.그 와중에 요새 청년실업률 내려간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90319.html
ㄴ이유가 숙박, 음식점 청년취업가 9만명 늘었답니다. 아예 쉬는 청년도 엄청나게 많이 늘었고...
ㄴ다들 대기업 아니면 안 들어가고 일단 취업재수한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저도 뽑아보니 기준 이하 인력 때문에 스트레스 받느니 그냥 안 뽑고 말지가 되어 버렸고...


작성 결과물 예시:
중소기업 71% "올해 신규인력 채용계획 있다" 다만 기업규모별 양극화는 깊어지는 중 – Tech Economy

예시4

P5. 서울시, 서울백병원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 추진 검토
보도자료 요약
ㄴ파일 다운로드:https://seoulboard.seoul.go.kr/comm/getFile?srvcId=BBSTY1&upperNo=390770&fileTy=ATTACH&fileNo=2&bbsNo=158
ㄴLead-in: 인제대학교가 만성적자인 서울백병원 접고 서울 한 가운데에 있는 땅에서 다른 사업할려고 하는 것 같던데, 그거 막으려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Talking Point
1.인제대학교가 서울백병원 접겠다~ 고 선언한 내용 관련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094726.html
ㄴ다른 대학 병원들 접을 때는 말 없더니 백병원은 왜 이렇게 딴지를 거는 걸까요ㅋㅋ

조금 더 배경을 추가하면, 대학들은 교육용 재산과 수익용 재산을 보유해야 하고, 교육용 재산은 애들 가르치는데 쓰이는 건물, 운동장, 도서관 같은 것들, 수익용 재산은 재단 운영비를 애들 등록금에서 충당하지 말고 너네 수익성 재산으로 충당해라, 등록금은 오직 애들 교육 목적으로만 써야 한다는 이유에서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근데, 우리나라 대학들 중에 수익용 재산을 교육부 요건대로 갖고 있는 곳들이 거의 없습니다.

4년제 대학은 300억인데, 몇 군데가 그걸 갖고 있으려나요? 심지어 대부분은 어디 산골에 있는 산비탈 같은거에요. 재산상의 의미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죠. 인제대학교도 서울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땅에서 수익도 안 나오는 병원을 계속 갖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저렇게 정리해버리고 수익용 재산으로 변경하겠다는건데 (실제 속셈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2.서울시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겠다
ㄴ좀 전에 나온 서울시 보도자료 내용 입니다 (파일 다운로드 참조)
ㄴ읽어보면 알겠지만, 수익용 재산으로 못 바꾸도록 도시계획시설 -(https://m.blog.naver.com/seog11111/221373718301) 중 보건위생시설로 강제로 지정해버리겠다는겁니다.
ㄴ이렇게 지정되면 빼박 무조건 여기서 병원해야지 다른 사업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저희 회사도 지방에 있는 땅이 흑흑흑)
ㄴ백병원 너네 사업 접겠다고? 어쭈? 엿 먹어라~ 이거죠

3.서로 타협안을 찾아야지, 이렇게 정부가 엿먹어라로 나오면 안 되겠죠?
ㄴ백병원이 가지는 시민사회 기여분을 감안해서 서울시-중구청이 적자 보전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이야기 씁시다
ㄴ20년간 누적 적자가 1,745억원이라는데 누가 기분 좋아서 계속 운영하겠습니까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819  //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6874이런 불만이 생기는건 충분히 이해됩니다만, 그만큼 시민사회가 병원에 좀 도움을 줘야 서로 상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작성 결과물 예시:
'적자 그만' 폐원안 내놓은 서울백병원, 서울시 '도시계획시설 결정' 초강수 – Policy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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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전공에서) '수학', '통계학'을 쏙쏙 뽑아 배우는 게 DS 공부법?

(여러 전공에서) '수학', '통계학'을 쏙쏙 뽑아 배우는 게 DS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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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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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다음은 필자가 올 초 어떤 학생으로부터 받은 메일이다. 그냥 조금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공유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가 고등학생이던 파비 블로그에 댓글에 열려있던 때부터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대표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보고 있는 20학번 대학생입니다. 대표님의 글을 고등학교의 다소 늦은 시기에 접한 탓에 경영학과로 대학에 입학했으나, 대학에 들어와 수학과와 통계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재학 중인 학교는 전과가 불가하여 불가피하게 3전공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기성의 학부에서도 대표님께서 중시하시는 지식을 쌓는 게 가능하다는 하나의 사례가 되고자 함과 함께 그것을 가능케 해주신 대표님께 감사를 표하고자 함입니다.

저는 대표님의 블로그 글과 SIAI 웹사이트에 있는 과목들을 참고하여 학교에서 수강할 과목을 선택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산업공학과 격인 시스템경영공학과에서 LP, NLP, IP 등을 다루는 OR1과 확률적 최적화 및 확률과정론을 배우는 OR2를 수강하였고, 다음 학기에는 대표님께서 중시하시는 동적 최적화(Dynamic Optmization)을 다루는 동태경제학을 수강할 예정입니다. 통계학과에서는 회귀분석입문에 있는 여러 증명들과 PCA, LASSO 등을 다루는 심화회귀분석을 들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과목들을 들을 것입니다. 수학과에서는 해석학, 위상수학, 응용수학(PDE, SDE를 다룸) 등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미 들은 수업 중에는 계량경제학 수업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교수님께서 예일에서 박사를 하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교수님의 Problem Set들과 Exam들이 대표님께서 블로그에 올려주신 입학시험이나 동아리 지원의 조건으로 올려주신 문제들과 “형식”이 매우 유사했습니다. 물론, 통계의 기초 중에 기초인 계량경제학이다 보니 다루는 개념이나 난(이)도는 대표님의 문제들과는 비할 바가 못 됐습니다. 이 수업을 들으며 대표님께서 지향하시는 방향이 옳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서술하였듯, 국내 학부에서도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만 안다면 각 학과의 수업 계획서를 뒤져 보면 수준 높은 수업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일일이 어떤 과목이 통계 분석 능력에 도움이 되는지 안내해주지 않기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그것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도 대표님의 블로그를 읽고 학교의 수업 계획서 포털을 뒤져 보며 겨우 수강할 수업을 찾았습니다. 학교에서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만들긴 했으나 대표님께서 비판하시는 전형적인 유형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확실치는 않으나 대표님께서 저희 학교에 대한 블로그 글을 쓰신 것 같기도 합니다 ("제보) 대학교의 어설픈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교육이 학생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대표님께서 데이터 사이언스 공부의 올바른 길에 대한 글을 써주시는 것이 제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학부에서 꼭 배워야 하는 지식을 다루는 수업이 개설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는 학부생들이 그런 수업을 기피하고 오로지 학점 받기 편한 수업만을 선택하려는 경향도 한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제가 이번 학기에 들을 OR2 수업은 소수만이 수강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같은 곳에서 강의 평가 내용을 보면 일단 학점을 잘 주는 교수님의 최고 평점을 기록하고 명강이라 불릴만한 과목들은 그 다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교수님들께서도 “고급”이라고도 할 수 없는, 학부에서는 “필요한” 지식들을 가르치는 수업조차도 많이 개설하지 못하게 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지식이 없는 상태로 졸업하는 학생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와 별개로 저희 학교가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잘못된 방향으로 만든 것이 일차적인 문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제가 지적 욕망을 충족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표님의 글이 제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공부와 진로의 나침반이 되어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대표님의 글을 참고하며, 제 목표인 미국 통계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국내 학부 출신임에도 외국 학부 출신에 비해 모자람이 없는 졸업생이 되기 위해 공부에 정진하겠습니다.


이렇게 알아서 자기 길을 찾아가는 학생이 나와서 기쁘냐고? 그래서 파비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쓰고, SIAI 교육을 계속하는 거냐고?

우선 필자는 저 학생의 엄청난 의지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학생이 저렇게 공부를 한다면 SIAI에서 치는 그 어떤 시험에서도 40점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40점대도 그나마 예상 가능한 최고점이지, 시험 문제에 손도 못 댈 확률이 상당히 높다. 정말이다, 손에 장을 지진다든지 1년 연봉을 건다든지, 아무튼 많은 것을 걸 수 있다.

그러니까 SIAI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뜻이냐고, 결국에는 돈 벌려고 이런 소리 하는 거냐고?

음…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장황한 설명을 해 보겠다.

(여러 전공에서) '수학', '통계학'을 쏙쏙 뽑아 배우면 된다…? 그래 봐야 안 된다

저 학생은 (여러 전공에서) ‘수학’, ‘통계학’을 쏙쏙 뽑아 배우면 된다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뭐 ‘코딩’만 잘하면 된다는, ‘공돌이’의 문제가 아니란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이는 필자의 학부 동기 중 경제학 박사의 길을 선택했던 이들 대부분이 지니고 있었던 문제, 그리고 파비 클래스의 강의 소주제를 보고 그것만 다른 교과서에서 배우면 굳이 파비 클래스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의 문제와도 일치한다. 통일된 교과서가 있고, 그 교과서만 열심히 잘 풀면 되는 전공들, 대부분 공학 쪽일 텐데, 그 분야 전공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실상은 이렇다.

각각의 전공은 자신만의 수학 방법론을 갖는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이 갖는 특색에 맞는 수학 방법론을 배우게 된다.

저렇게 여러 전공에서 ‘주워 담기’를 하면 수학 방법론을 많이 배울 수야 있겠지만, 그 방법론이 DS에 쓰이는 방법론일 확률은 매우 낮다. 교수들은 자기 전공의 방식대로 가르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전공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학년 수업을 듣는 것이기에 수박 겉핥기식 공부가 될 확률은 더더욱 높다.

필자는 S대 경제학부의 ‘쌍용’이라고 불렸던 박준용 교수님께서 미국의 라이스 대학으로 탈출(?)하시기 직전 고급 계량 수업에서 하신 말씀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냥 우리 과 대학원 계량, 계량연습까지 쭉 다 들으면 필요한 거 다 배우는데 굳이 우리랑 쓰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수학과, 통계학과, 심지어 공대는 왜 찾아가나?

여기서 중요한 건, 박준용 교수님의 학부 전공은 조선해양공학이다. 교수님 당신이 타전공 출신이시니 이런 부분을 더 명확하게 보셨던 것 같다.

필자 역시 학부 시절에 선형대수학과 해석학을 들었지만, 필자가 해석학을 인생의 ‘도구’로 쓸 수 있게 된 시점은 논문을 쓰면서 필요한 증명을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박사 때 수학과의 확률미적분학(Stochastic Calculus) 수업을 들으면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확률미적분학은 필자의 박사 시절 전공에서 쓰는 핵심 수학 중 하나인데, 당시 필자는 이를 다루는 전공 수업이 부족하다고 느껴 수학과 수업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그 수업에서는 이상한(?) 증명만을 엄청나게 많이 하게 되었다. 통계학과의 확률과정(Stochastic process)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딱 교과서의 증명을 이해하는 정도로만 도움이 된 것이다. (아마 이것이 많은 한국인이 수학, 통계학을 ‘증명’하는, 이른바 책 속의 지식일 뿐, 현실과는 동떨어진 지식으로 이해하는 이유일 것이다.)

수학을 배울 땐 지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각 전공의 주제에 맞게 수학을 쓰는 ‘방법’을, 그리고 그 방법 뒤에 숨은 ‘직관’을 배워야 한다.

방법 뒤에 숨은 '직관'이 없으면 그냥 책 속의 지식, 동양인은 교육받은 적이 없어 아예 몰라

저 학생이 엄청난 천재라면 그렇게 배운 수학 방법론을 알아서 묶을 수 있겠지만, 사실 천재에게는 파비 블로그조차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천재는 필자도 살면서 몇 명밖에 못 봤는데, 그냥 자기 혼자서 여러 지식을 뚝딱뚝딱 꿰어 맞춰버리는, 일반인의 범주를 한참 뛰어난 이들이었다.

한국인 맞춤형 예시로는 ‘한국판 뉴턴’ 이야기가 있다. 공부라고는 안 하고 잠만 자던 고등학생이 선생님께 ‘그래프 아래 면적을 계산해라’라는 말 한마디만 듣고는 (공식은 모르니까) 칠판을 꽉 채워서 적분을 증명하고 공식을 도출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실 서양식 교육을 받은 이들은 수학의 응용 방법 뒤에 숨은 ‘직관’을, 엄청난 천재가 아니어도 자기 힘으로 익혀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곤 하던데, 동양식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한국판 뉴턴’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수학과를 완전히 평정하고 초 명문대에 박사 유학을 갔던 필자의 수많은 친구가 논문을 못 쓰고 허덕거린 것도 정확히 이러한 문제 때문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필자의 오랜 궁금증이었는데, 필자가 내린 결론은 초·중·고 교육에서 그런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점수 잘 받기 교육’에 얽매인 사교육 시장과 오직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사회 구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필자는 저 학생이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지기 전, 어떤 방식으로든 주의하라고 경고해야겠다는 생각에 비난받을 각오를 하고 이 글을 쓴다. 특히 필자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건 필자 ‘덕분에’라는 대목이다.

F2021 (첫 기수)로 들어온 MBA AI/BigData 학생 하나가 이번 졸업 논문에 자기 회사의 데이터 중 특정한 사이클(Cycle)이 있는 변수 하나에서 직각요인(Orthogonal factor)를 뽑아내려고 이미지 인식에서 반복 패턴을 찾아낼 때와 사이클이 존재하는 데이터를 재처리하는 계산의 효율을 높일 때 쓰는 (고속) 푸리에 변환((Fast) Fourier Transform)을 이용했던데, 필자는 배운 내용을 이렇게 자신의 현실에 적합하게, ‘기발하게’ 바꿔쓰는 걸 보고 극찬을 했었다. 어떻게 더 가다듬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A저널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B저널 후보 수준은 된다.

AI/BigData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했던 ‘비전공’ 출신이 이렇게 ‘사고력’+’직관’+’응용력’이 넘치는 논문을 갖고 왔다. 논문에서 수학/통계학 도구를 이렇게 이용할 줄 안다고 자신이 배운 것을 ‘자랑’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나도 FFT 안다, 고등학교 때 배웠다, FFT를 아는 게 뭐가 대단한 거냐 따위의 말을 하던. 모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K대 공대에 갔던 중학교 동기가 떠오른다. 그러나 ‘지식을 안다’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그 수학 지식을 딱 그 장면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변형하는 데 쓸 수 있었다는 게 ‘엄청난’ 것이다.

그 친구는 절대 이 학생처럼 ‘기발하게’ 데이터 재처리에 FFT를 쓰진 못할 것이다. 아마 전공 수업에서 FFT를 쓰는 지식은 정말 잘 배웠을 것이다, 머리는 좋으니까. 그렇지만 새로운 데이터와 특정한 상황에 FFT를 쓰면 이렇게 기발하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건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창의성 제로인, ‘만능 학습 로봇’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한 일은 수업 중에 푸리에라는 데이터 처리 방식을 패턴형 이미지 인식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던진 것밖에 없다. 기껏해야 이렇게 모든 사이클 기반 패턴형 데이터를 홀·짝으로 양분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한 정도였는데, 저 학생은 고작 1년 교육으로 이런 성과를 낸 것이다. 아마 더 일찍, 초등학교 때부터 서양식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쯤 사회 지도층 인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저 학생의 직관적 역량은 대단하다.

실제로 이런 서양식 교육을 받은 사람 몇몇은 필자의 설명을 듣자마자 놀라워하며 ‘교육이 좀 됐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마 저 학생이 나중에 논문을 발표할 때 저 대목에서 방청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면 서양식과 ‘한국식’의 차이가 더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기발하게' 응용하는 '직관'이 핵심, 수학·통계학은 그 핵심을 위한 도구일 뿐

필자에게 메일을 보낸 학생처럼 수학/통계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자랑하면 안 된다. 박사 지원 때 쓰는 SOP에 무엇을 공부했다는 게 아니라 어떤 연구 주제의 문제를 풀려고 수학과 통계학을 어떤 식으로 ‘최대한 기발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강조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처럼 ‘사고력’으로 ‘현실’의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자랑해야 한다. 사실 수학은 어느 수준까지만 훈련받고 나면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배우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필자뿐 아니라 필자가 감히 그림자도 밟지 못할 만큼 존경하는 교수님 수십 분이 하신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사 자격시험(Qualifying Exam)만 통과하고 논문 아이디어 하나 못 가지고 오는, 전형적인 동아시아 학생처럼 자랑하는 모습이 정말 걱정된다.

SIAI의 모든 기출문제는 그렇게 ‘기발하게’ 데이터를 변형해서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기발한 변형이 ‘현실 적용’, 나아가 ‘응용’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학 지식만을 전달하려면 블로그 몇 군데만 참고하면 되지만,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수학’에 불과할 것이다. 필자가 저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를 40점대로 본 건 바로 이러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르친 학생 중에는 예시로 줬던 코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이 꽤 있다. 짐작건대 처음부터 잘못 뽑은 ‘코딩 마니아 공돌이’거나 그와 비슷한 학생이었겠지만, 도구가 수학이 아닌 코딩이라는 점만 다르지 이러한 학생이나 수학 방법론을 많이 안다고 자랑하는 학생이나 현실 문제 해결력이 0점인 건 똑같다. 참고로 필자 회사의 CTO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컴퓨터 세팅까지 고쳐 줘야 하나, 디버깅은 스스로 해야지’라고 무시하고는 다시 일에 집중하셨다. 다시 말하자면 수학/통계학 도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DS를 공부하는 ‘공돌이’들에게 ‘다른 데에서는 된다고 하는데 가지고 와 보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불평을 수도 없이 많이 들었는데, 수학이나 코드나 ‘맥락(Context)’에 맞는 ‘이해’가 없다면 책 속, 화면 속의 지식에 불과하다.

학부 시절 필자가 만난 교수님들은 박사 유학 지원자에게 항상 ‘수학 학점이 좋다’가 ‘현실과 수학 도구의 직관적인 퍼즐을 맞춰 엄청난 논문을 쓴다’로 이어진다는 오해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하셨다. ‘수학, 통계학 (및 코딩)’이 ‘DS 지식’과 같다는 착각도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진정한 핵심은 ‘수학, 통계학 (및 코딩)’을 ‘활용하는 직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SIAI 학생들이 수학이나 통계학은 그냥 빨리 들어와서 ‘맞으면서’ 배우면 되고, SIAI 교육은 ‘논리’, ‘직관’, ‘응용력’ 같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되어서’ 좋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며 교육에 성공했다는 생각을 한다. 딱 저 표현을 보면 가슴 속에서 만족감이 피어난다. 특히 단순한 시험 답안지가 아니라 논문에 그런 ‘직관’과 ‘응용력’이 보이면 정말 말 그대로 만족감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직관' = 주어진 현실에 맞출 수 있는 '응용력'

이것은 단순히 코드를 베껴서 돌려보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에 맞게 내 모델의 구조를 뜯어고치는 능력이다. 자동차 엔진 같은 기계도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데, DS가 다루는 데이터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무작위 요소가 뒤섞인) 결과물’이다. 수학, 통계학, 코딩 없이 직관을 얻어가는 Global MBA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직관’과 ‘응용력’은 SIAI의 정수이기도 하고, 현실에 DS를 적용할 때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만약 저 학생이 정말 유학을 가게 된다면 꼭 위 사항을 미리 알고, 시야가 열린 상태에서 서양식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자기 지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꼭 원하는 꿈을 이루길 바란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비슷한 사고 끝에 “굳이 SIAI(구 파비클래스) 갈 것 있나, 그냥 가르치는 주제 목록만 보고 책 사서 혼자 공부하면 되지”라고 하는 분들을 자주 봤다. (‘무슨 책을 보면 되나?’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 이 분야가 교과서 몇 권으로 끝나는 간단한 학문이 아니다. 교과서에 그런 직관을 넣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책정한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사실 필자는 손해를 보고 있다.), 그래서 혼자 힘으로 알아서 찾아서 해결하겠다는 생각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필자를 찾아올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수학 개념을 몇 개 더 알게 됐다고 만세 부르고 착각에 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껍데기만 보고 베끼면 날지 못하는 비행기 모형만 만들 수 있다. (물론 코드만 베껴놓고 공부를 끝냈다고 주장하는 코딩 마니아보다는 백 배 낫다.)

가격이 비싸다는 이들에게 필자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적자투성이의 SIAI 재무제표뿐이다. 필자가 공부했던 대학과 전공이 입학 기준을 까다롭게 정해 두고 한국 대학의 몇 배에 이르는 학비를 책정해 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 수준의 지식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와 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생을 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직접 운영해보니 더욱 이해가 된다. 필자가 책정한 학비 역시 필자의 눈높이에 맞는 교수의 급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가 거의 독박을 쓰고 있음에도 이 상태라면 교수와 교직원의 급여를 다 챙겨야 하는 다른 학교들의 사정은 어떨까?

그러니 한국의 대학이 정부 지원금에 그렇게 목을 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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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위주의 교육? 정상적인 대학 교육? 우리가 받아야 하는 교육

취업 위주의 교육? 정상적인 대학 교육? 우리가 받아야 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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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개발 면접을 보는 중에, 가끔 특정 학원 출신들을 연속적으로 보게되는 경우가 있다.

포트폴리오 만들어 놓은걸 보면 엄청 화려한데, 거의 대부분, 매우 심각하게 지식이 없는 상태고,

질문을 해도 고민하는 느낌이 전혀 없는, 암기한 내용을 그대로 읊고 있다.

어디 SI회사 가거나, 아예 개발자 구직하는거 포기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첫 지원자한테 그렇게 속았다가, 포트폴리오가 판박이인 지원자가 둘 셋 늘어나면서,

"아, XYZ 학원에서 소스코드 주고 복붙시켰구나"는 결론을 얻는다.

다시는 그 학원 출신들을 면접보지 않게 된다.

 

딱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학원 형태의 구직 활동 지원 시스템을 안 갖추고 있고,

갖출 계획도 없는 Data Science 전문 과정을 담은 대학 학부, 대학원 레벨 교육을 하고 있는데,

DS업무가 국내에선 개발처럼 "기술직군"인 만큼, 우리 학생들 중 구직하는 몇 명도 분명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살면서 한번도 어디에선가 취업 지원 서비스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시스템을 돌려야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형태의 Cookie-cutter portfolio가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 학원 뿐만 아니라 아예 포트폴리오 템플릿이 비슷한 지원자를 1명만 더 봐도 같은 스타일 이력서는 버리게 되거든.

 

SI들 입장에서는 JavaSpring framework 로 만들어 놓은 코드 베껴 붙이기 위주로 회사가 돌아가니까,

아마 코드 받아가는거 좋아하는 공대 출신들이 주력인 몇몇 회사들과는 Click이 있을 것 같긴한데,

우리 회사처럼 자체 시스템을 만드는 개발팀을 돌려야 하는 회사나,

나처럼 내 고민을 직접 코드 쳐가며 돌려볼 수 있는 Junior Data Scientist를 찾는 사람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분들이 된다.

 

학생 한 명, 한 명 입장에서는 저렇게 멋있게 보이는 포트폴리오가 나오는 교육이 더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처럼 보이겠지만,

내가 그 학원, 아니 모든 종류의 학원들 출신 이력서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듯이,

우리 SIAI의 교육에 대한 신뢰도도, 최소한 나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빠르게 추락하게 될 것이다.

내 의견에 공감하지 않는 분들이 한국 사회에 많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베껴 붙이는 코딩 교육교육이 아니라 코드 판매업이다. 우리 SIAI에서는 아예 없을 교육이다.

 

한국인 대상으로 계속 대학 교육을 하는 게 맞을까?

나는 그간 한번도 취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학교에서는 이론 교육을 받고, 취업을 위해서 내가 나름대로 자료 조사하고 배운 내용을 이리저리 맞춰보면서 알게 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어느 시점엔가 회사 지원해도 되겠고, 면접봐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경험을 했었다.

 

굳이 따지자면 SIAI 교육은 그런 경험 N단계를 결합시켜 놓은 상태라,

궁극적으로는 좋은 Term Paper를 쓰는 훈련, 좋은 논문을 쓰는 훈련,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 훈련의 묶음이긴 한데,

위의 학원들처럼 "취업 교육", 즉 코드 베껴 붙여주기 훈련 따위는 안 시켜준다.

근데, 외부의 많은 시선들이 우리 SIAI 교육을 평가하면서 어디 취업 전문 직업학교 보듯이

"저거하면 취업되냐?" "코드도 안 주는데 무슨 취업에 도움이 되겠냐?"는 이야기들을 해 놨더라.

 

고생해서 교육을 시켜봐야 위에 언급한 학원들 때문에 오염된 시장에서 우리 SIAI도 학원으로 폄하되는 꼴도 불만이고,

수 백개의 블로그 글들을 제대로 읽어본 건지 의문이 드는, MBA AI/BigData가 그냥 노는 학위인 줄 아는 황당한 질문이나 받고,

그렇다고 교육받는 학생들이 내 기대치의 반분이라도 충족시킬 수 있는 논문을 써 낼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지인들한테 자원봉사라고 놀림 듣는 가격과 컨텐츠로, 해외 나가서 대학까지 설립하는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까지

교육하는 보람이 안 들 학생들을 계속 챙겨주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배고픈 건 못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 조선인의 종특이라는 어느 커뮤니티 표현을 봤는데,

학교 만들어놓으니 온갖 폄하, 비하, 왜곡, 음해 발언들을 하며 돌아다니는 Troll들이 회사 위신을 깎아내리고,

고소 하겠다고 변호사들을 계속 찾아다니고 설명해주는 것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아무도 정상 교육을 안 하고 있길래 발 벗고 나섰더니, 첫 발자국부터 똥을 밟은 느낌이다.

 

이게 헬조선에서만 이런 거라면 더더욱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게 맞지 않나?

 

아래의 면접 가이드를 지난 여름 F2022 신입생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재학생들에게 뿌렸는데,

우리 SIAI를 외부에서 보는 시선, 내부에서 생각하는 시선이 과연 내가 가려는 방향과 얼마나 맞는지 모르겠다.

 


How to write SIAI interview report

1.The purpose of interview

I have found this school not with an ambition to become Harvard / Oxford that admission letter to the school is a potential sign of genius. SIAI's mission is to provide the balanced education btwn theory and practice in data science that has not been conveniently available in other schools (especially in Korea).

As a student at SIAI, by now, you should all be aware of the fact that we are a school dedicated to theoretical understanding applied to real world problems. Thus, the interview should be one of the tools to find applicants who can earn what we provide. This means that the very purpose of every interview for incoming students is not to find a few handful of math geeks who can easily earn 70+ scores in every exam, but to weed out extreme empiricists whose theoretic interest is too shallow to follow the SIAI's curriculum.

2. Interview criteria

  • Interests in theory-based approaches
  • Plenty of study hours for "survival"
  • Dedication

As you all have experienced so far, above three criteria are something non-negotiable. For the last a year, there have been over 60 students that have come across the school, but we only have 30+ students as of Jul 2022.

Why did we lose roughly 50% students?

Is it because the curriculum is insanely difficult? Has the tuition gone up without prior notice?

The teaching style and quality have been public information for years. At least by the price tag, nobody should have been light-hearted when they applied. And, I have not yet raised the tuition, not a dime. (Unavoidably it has to go up from Fall 2022, though.)

Most of them left the school, because they are

  • Too empiricists that only ready-made codes are their primary concerns
  • Too pre-occupied to other tasks that they don't have enough time for demanding study like ours
  • Too distracted by outside noise that you can find from multiple internet communities

For the third bullet point, I wish I am powerful enough person to shoot down all internet trolls, but unfortunately I am not. Even if I have the power, I am not sure if it is right to wield the power. After all, it is the trolls' freedom of speech, and it is students' choice to listen to distractions.

For other bullets, I am sure you all agree that they do not fit to the school. Based on your experience in the program, set your own standard and evaluate incoming candidates accordingly.

3. Basic math / Stat questions for interview

Below is a list of simple math / stat questions for MBA / BSc (top-up) interviews.

You may choose one or two, just to check the applicant's readiness and motivation.

  • What is Central Limit Theorem (CLT)? Why do we need it in a variety of data studies?
  • What is vector space? Is this anything to do with regression?
  • What's the definition of BigData? Is it simply a large chunk of data? Why do we need "Data Science" for BigData?
  •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causality and correlation? Why do they confuse (stupid) people?

Keep in mind that none of you answered right when you were interviewees. In fact, hardly anyone from KR education is expected to answer as we learn here at SIAI.

Wrong answers can be fixed, but no answer, more precisely no attempt to answer, is problematic. They most likely have no preparation or no expectation that they have to be prepared, and the math/stat + coding prep may already give them too much pressure. We lost a few "light-hearted" students at that stage in Feb 2022.

4. Interview reports

You may feel the pressure that you decide one's life, but fortunately or unfortunately, you do not carry that much power. You only contribute little bit.

The interview report itself is not the only criterion that decides the applicant's admission. At least two interviewers will be assigned to each applicant, and their personal statement, prior schooling, and other previous interactions with the schools all matter jointly.

What should be in your mind is that your 1-hour interview provides some contribution to the scale to judge somebody else. Everyone's effort will be combined and leveraged jointly to find the best possible answer for the applicant, for the school, and for all SIAI alumni. After all, they will, if both you and they graduate successfully, carry the school's name as much as you will.

As such, the interview report should be rather a dry monologue. Just share us what you heard and what you felt during the interview. If the applicant behaves like a snob, at least if that's what you feel, then do not hesitate to write it as it is. Nobody likes a snob, but one SIAI "exam treatment" (or someone even say "exam surgery treatment") may fix the personality problem. After that, the applicant may become a super friendly and moderate person. There already are abundant examples of such types in our program. (And other programs that I have been, myself included.)

At the end of the day, it is my responsibility and my loss if a wrong pick damages the school's reputation in any kind. So, no pressure. Really.

5. What (we expect) you can earn

Not many of you have experienced hiring process, I guess. Even if so, you probably have not experienced it with the knowledge that you have now for a position with the qualifications that we demand.

If you have only been on the other side of hiring process so far, then this opportunity should help you see how it works from employer's perspective.

Aside from the tickle of financial support given to every interview + report, I would like you to see these interviews as steps to expand your own network. I believe nobody wants to "contaminate" theirs. If you feel that the applicant has high probability to fail, for whatever the reason, then let us know. If you do not like to see them in our periodic meetings, again, let us know.

I would rather be upset, if none of the interviewers find the rotten apples.

All in all, enjoy your time with the fresh blood. Have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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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BA 만든 뒷 이야기 - 3. 음해, 협잡의 근본적인 퇴출은 다수의 실력이 올라갔을 때

Global MBA 만든 뒷 이야기 - 3. 음해, 협잡의 근본적인 퇴출은 다수의 실력이 올라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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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의 일이다.

SIAI 학교 설립, 인가, 강의 등등으로 정신없이 바빠 회사 운영에 거의 손을 놓고 있던 무렵이었는데,

우연히 어느 커뮤니티 게시판에 우리 회사, 정확하게는 내가 운영하는 학교 관련된 비방 글이 잔뜩 올라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온갖 음해가 떠돌아 다니고, 자기들끼리 과대망상으로 헛소리들을 늘어놨던데,

그 중 어이가 없었던 멘트 중 기억나는게

파비클래스 듣고 나면 석사 학위 주는거 아냐? 개꿀인데?

그 딴 석사 그거 해 봐야 쓰레기지

라는 내용이었다.

 

공개한 시험 문제를 보고도 저런 평가 밖에 못 내리는 수준들은

아마 MBA AI/BigData 과정이나 BSc Data Science 편입과정 첫 학기 시험문제는 커녕,

아예 첫 학기, 첫 수업, 첫 과제의 연습문제도 못 푸는 수준일 것이다.

한 때 모 커뮤니티에 '거주'하다가 정신차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통계학 기초 질문 따위는 안 하게 됐다는 어느 학생에 따르면,

저런 멘트나 남기는 애들은 이번에 새로 만드는 MBA AI/BigData 입학 시험 문제, 즉 행시 통계학도 못 푸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실력을 갖췄으면 우리 SIAI의 시험 문제가 단순한 통계학 관련 지식 테스트 수준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을 복합적으로 이해해서 배운 도구들을 세밀하게 활용해야하는, 논문 급의 시험문제라는걸 인지할 수 있을테니까.

 

국내 극초최상위권 인재를 걸러내는 시험 중 하나로 알려진 행정고시에서,

통계학 선택과목 문제가 내 학부 2학년 때 들은 경제통계 기말고사 수준으로 보이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는, 학부 시절 류근관 교수님 경제통계가 수학 없이 널럴한 (사실은 매우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고민을 많이하신) 과목이라고 고시하는 애들 아니면 다들 빡센 교수님 수업으로 바꿔 들었는데,

딱 그 '수학 없이 널럴한' 수업 기말고사 수준이라고 짐작되는 문제를 풀 수 있으면 5급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 된다는데?

 

내 딴에는 돈 아끼고 대충 속독하듯이 필요한 것만 배우라고 뽑아놓은 파비클래스 강의를 제대로 알아듣는 학생들이 거의 없길래,

정말 제대로 가르치자는 생각에 1년을 고생해가며 열심히 만든 과정이 현재의 MBA AI/BigData와 BSc DS 편입과정이다.

지금까지의 실험(!)을 놓고보면, 대한민국 상위 0.01% 정도를 빼놓고는 사실상 전멸했다.

나는 이걸 학부 2-3학년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10년, 15년씩 된 옛 기억을 끄집어내며 만든 과정이건만.

제대로 내 눈 높이에 맞춰서 정말 영미권 기준 '석박' 수준의 교육 했으면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았을까?

 

요즘도 저런식의 음해가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가끔 주워듣는다.

거기에 선동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어쩌랴. 군부 독재도 사람들의 입을 막지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어차피 이 교육은 눈이 뜨인 사람들에게만 열린 교육이다.

공개된 시험 문제는 커녕 과제로 던진 연습문제도 국내 대학들 극초최상위권이 와야 겨우 손을 댈 수 있는게 현실이건만.

 

솔직히 몇 마디 털어놓으면, 우리 SIAI 시험 문제들을 그런 질 낮은 험담을 입막음하려는 생각에 일부러 공개했다.

저런 애들 입막음 방식으로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게,

  1. SIAI에 외부 투자금을 받는다
  2. 몇 년간 참고 버티면서 더 높은 학위 인가를 계속 받아온다
  3. 스펙 좋은 노란머리 외국인 친구들을 SIAI 교수로 영입한다. (계산과학 실력에 상관없이, 저런 애들 입막음 용으로)
  4. 우리 교육 수준이 넘사벽이라는 걸 보여준다

였는데, 1번은 투자자들이 학위장사 시켜서 돈 빼먹는 학교로 만들테니 절대 못 하겠고, 2, 3번은 시간 지나면서 하나씩 해결이 될 것이다.

당장 Teaching 부담만 좀 없어도, 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교수진만 좀 확보할 수 있어도, 내 사업이라도 믿고 맡길 인간이 있어도...

누군가의 말처럼 '한국에서 수백, 수천억을 들여도 아무도 할 수 없는거니까 지금까지 카피캣 없이 이렇게 성장...' 이겠지.

결국 내 입장에서 남는게 4번인데, 교육 수준을 못 알아보고 험담이나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완전히 없애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불편한 댓글이

뭐 블로그로 가르쳐 주는 것 같더니만 학교 이야기나 하고, 장삿속이...

라는 거였는데, 우리 회사 재무자료가 이런저런 방식으로 외부에 공개될테니 실제로 당기순이익을 확인해봐라.

장삿속이었으면 최소한 몇 십억은 벌었어야 될 거 아닌가? 아님 아예 학위 장사를 했거나?

 

난 통계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동원해가며 주의를 줬다.

ML, DL이라고 불리는 그 계산법들이 통계학의 기초에 해당하는 회귀분석을 Network형으로 컴퓨터 의존적으로 풀어내는거라고.

내가 수식없이 말로 풀어내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한국 기준으로 최소한 통계학 석사는 들어가야 배운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정작 내가 학부 저학년 수준 쌩기초 통계학 교육을 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딱 이 레벨의 교육을 하는 학교를 만들었을 뿐이다.

더 아래 수준의 교육은 YouTube에 공짜로 엄청나게 많이 풀려있다. 그런 레벨 교육을 굳이 내가 할 이유는 없잖아?

 

Global MBA를 만든 이유?

Global MBA를 만든 또 하나의 이유는, 저런 음해, 협잡하는 애들이 온라인 상에서 좀 퇴출되는 제일 좋은 방법,

즉, 근본적인 퇴출은 많은 사람의 지식 수준이 높아져 저들이 쫓겨날 때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느려서 답답하지만 이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예술 전공이었던 학생 하나가 꼭 공부하고 싶다고 우리 MBA AI/BigData를 시작했다가,

저런 커뮤니티의 헛소리들에 휩쓸려서 자기가 통계학과 출신이었으면 MSc Data Science는 껌이었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너 미쳤냐? 주제 파악 좀 해라.'는 이야기가 입에서 곧 튀어나올 뻔 했다. 1년도 더 지나서 이제서야 하네.

답안지 외우기만 하면 되는 스테이지를 넘어가고 난 다음부터 그 학생의 시험지를 보면, 솔직히 공부하기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귀가 얇은 탓이지, 사람이 못 되어먹어서는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최대한 많이 배워서 꼭 자기 힘으로 인생 역전하시기 바란다.

 

어릴 적엔 내 눈에 한심해보이는 바보를 뽑아놓고, 저렇게 무능한 인간을 영입했다고 왜 돈 줘가면서까지 신문기사를 낼까, 회사가 썩었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근데 저런 음해, 공작, 조작, 협잡 댓글들을 보면서, 실력이 없어도 이력서가 화려한 사람의 존재, 그런 외부 협력&제휴 기관의 존재가

실제 돌아가는 속사정 모르지만 아는 체하기 바쁜 인간들의 입을 틀어막는데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방식이라는 걸 알게됐다.

결국, 저런 악마들이 바보를 채용하는 마케팅 비용을 쓰게 만드는, 일종의 Dead-Weight-Loss(DWL)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제학계 밖에 계신 분들께 한 마디 덧 달면, 경제학에서 DWL은 '비효율', '무능', '멍청함'의 대명사다.

 

나 역시도 SIAI라는 조직을 키우려면 DWL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원하지 않는 2번, 3번 옵션을 선택해야하는 순간들이 여러 차례 올 것이다.

근데, 내실없이 비용만 더 들어가는, 그래서 등록금만 올려야되는 그런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건 정말 아닌 것 같아서,

4번이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야 2,3번을 안 해도 저런 빌런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렇게 Global MBA를 해야겠다고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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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BA 만든 뒷 이야기 - 2. 한국식 서열화 타파법은 '내공 쌓기'

Global MBA 만든 뒷 이야기 - 2. 한국식 서열화 타파법은 '내공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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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원들이 고급 지식을 전달하고 학문적 연구를 위한 곳이 아니라,

학생 숫자를 채워서 돈을 벌기 위해 '학벌 세탁' 전용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강도높은 비난을 여러차례 해 왔다.

이 블로그를 오래 읽은 분들은 이젠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을 것이다.

 

나의 '구린 학부 학벌'을 숨길 수 있는 '명문대 대학원 학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들의 사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아무도 당신의 학벌이 세탁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교육 시스템이 '서열화'를 매우 잘 하는 시스템이라, 어지간해서는 당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맹폭격을 해서 미안하지만, 이게 대기업 인사팀이라는 곳에서 갖고 있는 기준 값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시스템에서 재수까지는 억울한 케이스가 있으니 이해될지 몰라도 3수, 4수까지 해 가며, 아예 10수까지 해가며 대학을 바꿔 가봐야 세상은 녹록치 않다.

고교 공부를 10년해봐야 학원 강사 스펙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나이는 먹었고, 나이 기반 연공서열이 탄탄해진 한국사회에서는 좋은 전략이 아니다.

모든 걸 다 떠나서, 누군가는 고교 졸업하고 바로 간 대학을 10년 공부해서야 들어갈 수 있다는데 이미 '머리 나쁜 애'라는 이미지가 박히지 않을까?

 

과 동기 중에 행시 최연소 합격했던 친구가, 행정고시 1차 시험을 '장수생'으로 합격하신 분들은, 하나 같이 일머리가 나쁘더라고 그러더라.

솔직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SKY, SKP 이런 명문대 입시와 또 달리, 행시 1차 같은, 일종의 IQ테스트 같은 문제에서,

문제가 어렵지는 않으니 시간만 있으면 틀릴 일은 적겠지만, 푸는 속도가 느린걸 극복하려고 오랜 기간 장수하신 분들,

'푸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말을 바꾸면 '생각이 빠릿빠릿하지 않다', 즉 '일머리가 나쁘다'로 연결되는건 매우 상식적인 추론이다.

사람 뽑아서 일 시켜보면 '빠릿빠릿'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 속담에 매우 심하게 공감하게 되기도 하고.

 

한국식 '서열화', 줄세우기만 하면 인재의 역량이 알아서 성장하나?

요즘 대학 학벌이 무의미한 시대가 됐고, 차라리 유튜브해서 뜨는 게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는 중이라더라.

좀 더 '전문적인 용어'를 쓰면, 한국 교육 시스템의 기본틀 구조 안에서 '서열화' 값의 상위 클래스 점수를 받는 것보다,

그 기본틀 밖에 있는 자신만의 능력을 이용해서 '사업화'할 수 있는 역량을

  • 타고 났느냐
  • 혼자 힘으로 갖췄느냐
  • 외부 도움으로 갖췄느냐

의 인연으로 자신의 노동력을 고급 노동력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한국식 '서열화'가 필요한 직장과 업무 밖의 기회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게 '유튜브해서 뜨는 게 훨씬 더 낫다' 와 같은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다.

 

특별히 모나지 않은 성격, 초명문대는 아니지만 상위권 명문대에서 고학점을 받을 수 있는 두뇌와 성실성,

밝은 외모, 단정한 태도, 상명하복을 칼 같이 지키는 한국식 서열화에 익숙한 인재....

이런 '서열화'의 특정한 구간에 있는 인재에게 아마 '대기업'이라는 곳이 열려 있는 것 같고,

그 아래 구간에는 뭔가 하나 이상 결격 사유가 있고, 재능이 매우 평범해서 '공무원'이라는 시험 위주의 시스템으로 빠져나가는게,

현재 한국 사회의 '서열화' 시스템이 만들어낸 인재가 선택할 수 있는 직장 옵션들이다.

물론 최상단에는 대기업 가는게 쪽팔려서 동문회 못 나가는 인재들, 반면 최하단엔 대기업/공무원이 꿈의 직장인 인재들도 많겠지.

 

한국식 '서열화', 인재를 키우기는 커녕 아예 망쳐버리는 시스템

안타깝게도, 한국 교육 시스템은 '서열화'를 잘 시키는 역할만 할 뿐, 그 노동력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은 못해왔다.

전공 살려서 일을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i-banking이 가장 치열한 직장 중 하나였는데, 회사 업무에 내 전공 지식을 쓰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학부 졸업해서 가는 직장들 중에 당신의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고졸 수준의 업무를 하는데, '머리가 좋다'는 이유로 좀 더 도전적인 회사 업무를 하는게 전부겠지.

 

시장 상황이 그렇다보니, 대학 교육은 '어려우면 학생이 안 오죠'에 맞춰져 고급 교육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고,

고교 이하 교육은 상위 교육 과정 중 '좋은 곳'을 가기 위해 '효율적으로 점수 잘 받는 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실제 유전적 역량'을 사기쳐서 속여서 '서열'이 높은 곳에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게 학원 교육이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토익 시험 점수가 높으면 된다'는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뭔가 시험 점수 같은게 있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점수로 보여줘야 되잖아요' 같은,

찍어주기 시험 강사들이 판을 치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 아래, '서열화'는 어느 정도 성공했는데,

그 서열화는 돈을 얼마나 쏟아붓고, 암기를 얼마나 많이 했느냐에 따라 결정될 뿐,

정작 그 학생의 진짜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그래서 기업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인재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은 '서열화' 용도로만 쓰이고 폐기처분되는 지식이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왜 수학 공부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떠드는게 일상인거지.

나 같은 사람들 입장에선 뽑은 애가 수학을 못하니 시킬 수 있는 일이 그저 '잡일' 밖에 없어지는구만.

 

학부 시절, 12년 해외 교육을 받은 외국인 특례 전형으로 S대를 들어온 친구가 하나 있었다. 한국말도 잘 못했었다.

그 친구가 대학 졸업 무렵에 모 대기업 인사팀이 학교에 왔다며 찾아갔다 온다던데,

대기업 갈 스타일이 아닌데, 우리 학교 하위권이니까 달리 갈 직장이 많이 없겠다 싶어서 다들 말리질 못하던 중에,

'S대니까 어떻게 좀 붙여주고 싶은데, 외국에서 살다만왔지, 토익 점수도 없고, 무슨 행사 참석 경력도, 수상 경력도 없고, 어떻게 맞춰야 될지 모르겠다'

라는, 내 입장에서는 매우 어이없는 말을 듣고 왔다더라.

말을 바꾸면, '한국식 서열화를 위해 돈과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찾아볼 수가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월급이 아깝다.

 

참고로 우리나라 VC업계 인간들, 외부에서 우리 SIAI을 어이없는 이유로 욕하는 애들도 하는 짓이 똑같다.

자기는 까막눈이니까 남들이 뭐라고 그럴싸하게 '인증서' 찍은거만 찾아다닌다. 근데 정작 그게 '기레기'들이 쓴 '기사'들이더라ㅋ

보통은 '까막눈'인 사람들이 어디 인증서 찾고, 누가 뭐라했는지 찾고, 그 사람의 실제 능력이 아니라 스펙 찾고 그러더라.

'열린눈'인 사람들은 하는 질문부터 다르다. '너의 전문성을 연속된 질문으로 최대한 찾아내고 말겠다'는게 느껴지는 눈빛은 덤이다.

나는 구직자였던 시절, 그런 질문 연속으로 날 멘붕시키는 회사들만 찾아다녔다.

 

내가 당시 인사 담당자였다면, 개인 인터뷰를 통해 그 친구의 잠재력을 찾아내고, 회사 안에 적절히 배정할 수 있는 팀을 골랐을 것이다.

그런 '고급 인사 담당자'가 있을리가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그 나라의 대기업들이기 때문에,

결국 그 고급 인재는 자기 출신 국가에서 유명한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에 취직을 했었다.

그 나라, 그 기업의 돈 벌이에 한국인 혈통의 아까운 인재, S대로 교육시킨 인재 1명이 '헌납'됐다. 멍청한 시스템 때문에.

 

한국식 '서열화'를 극복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

이런 쪽팔리는 한국식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서열화'를 버려야 한다.

근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여전히 '입사 전형'으로 '입사 동기'를 만들어내는 인재 선발 시스템을 돌린다.

한번에 수십, 수백, 심지어 수천명을 뽑는, Cookie-cutter 스타일로 찍어낸 인력들만 뽑겠다는 뜻이다.

딱 자기네 틀에 짜여진 인재만 뽑겠다, 틀 밖에 나간 사람은 안 뽑고 싶다, 위험 부담을 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다.

 

이런 현실 아래, 한국식 '서열화'를 극복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결국 '서열' 밖에서 '실력'을 쌓아 자신의 몸 값을 올리는 수 밖에 없다.

때로는 그 '실력'이 엄청난 능력이어서 구독자 200만명이 되는 대형 유튜버, 틱톡커로 성장할 수도 있고,

아이돌 스타가 되는 인생, 인플루언서가 되는 인생들을 살 수도 있다.

좀 말을 바꾸면, '서열화' 밖에는 '사업화'가 있다.

 

사업은 무서워서 절대 못하는 한국식 쫄보들에게는 덜덜덜 떨리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는데,

'서열화' 시스템이 일률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인 영미권에서는 개개인이 자기 커리어를 설계하는게 일상이다.

'사업화'가 부담스러운 단어라면 '커리어화' 정도로 바꾸면 될까?

 

우리 SIAI의 MBA AI/BigData, 이번에 만드는 Global MBA도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다.

무슨 유명 기업과 연계해서 그 직장에 찔러 넣어주는 시스템, 학위 장사를 하는 시스템, 이런 시스템 아니다.

여기 들어가면 어디 취직할 수 있나요?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

서열화 사기를 쳐서, 좀 잘난체하고 싶은데, 그게 가능한가요?

라는 질문으로 들린다.

안 와도 된다. 어차피 당신들은 합격 못하고, 첫 시험치기 전에 갈려나갈 것이다.

그런건 '취업률 100%'를 선전하는 (3류) 대학들이나 강남 일대의 '나라사랑배움카드' 받아주는 IT학원들에서 찾아라.

 

우리는 당신의 실제 서열을 숨기고 더 높은 서열로 포장해내는 '사기'를 치는 기관이 아니라,

한국의 '서열화' 시스템이 해주고 있지 않은 내공 쌓는 교육, 진짜 교육을 Data Science 필드에서 해주는 곳이다.

서열이 바뀌는 방법은 그런 '사기' 아니면 '진짜 내공' 밖에 없다.

쌓는 게 너무 힘들겠지만, 그렇게 '내공'이 쌓이면 한국같은 2류 인재 풀의 국가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된다.

한국 교육의 그 어느 곳에도, 최소한 Data Science 영역 안에서는, '진짜 내공'을 길러주는 곳이 없으니까.

 

자기 역량보다 더 많은 걸 얻으려는 사람이 해야하는 도전

한국인들 대부분이 '서열화'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자기 '서열'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직장'을 찾아다니는 태도,

자기 '서열'보다 좀 더 높은 토익 점수, 성형빨 외모, 겉만 화려한 스펙을 만들어주는데 초점을 맞춘 소비를 한다.

결과가 좋을지도 모르겠으나, 결국에는 '뽀록'이 날 것이다. 적어도 난 그런 사기꾼은 안 뽑고 싶다.

 

'머리 돌아가는 속도', '끈기있는 노력' 값의 결합이 아마 한국의 '서열화'가 측정하는 지표일텐데,

그 능력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수 많은 능력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

 

꼭 '대'기업을, '공무원'이 되어야 인생을 성공하는게 아니라, 그건 노예의 끈을 하나 달게 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난 그런 조직들을 들어간 걸로 자랑하는 애들을 '병신과 머저리'라고 인연을 끊어버리는 인생을 살아왔던 사람이다.

 

수 많은 능력들 중

  • 타고 났느냐
  • 혼자 힘으로 갖췄느냐
  • 외부 도움으로 갖췄느냐

의 방식으로 '내공'이 쌓이는 방식으로 인생을 바꿔야 '뽀록'이 안 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자기의 타고난 + 부모의 지원으로 얻은 '서열'보다 더 올라가고 싶다면,

토익 학원의 암기 뽀록 점수 같은 '사기'를 치거나, 아니면 '진짜 내공'을 쌓아야 한다.

 

한국식 '서열화'에 끌려다니면 겪게되는 현실 사례

저 위의 X톡으로 답변한 어느 한 학생의 사례를,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간략히만 공유하면,

국내 초 명문대 중 한 곳의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S대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을 간 케이스다.

집안도 명문가에, 학생 본인도 굉장히 성실하고, 두루두루 흠잡을데가 없는 인재다.

 

근데, 아마 'Data Scientist'로 취직하려고 '대'기업들 문을 두드리면, 아마 위의 내 X톡과 같은 대답을 들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원들이 가르치는 것 없이 랩실 개념으로 프로젝트만 돌리다가, 거기서 '시다바리'만 하다가 졸업장을 받았을텐데,

도대체 누가 그 학위를 '탄탄한 실력을 쌓은 능력자' 인증서로 바라보겠는가?

 

저 분이 이 글을 읽으시면 매우 심하게 기분 나쁘리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서,

우리 회사에 지원서를 넣어도 어차피 Data Science로는 아는게 없을테니까, 학부 전공 살릴 수 있는 자리를 뭘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할 것 같다.

국내대학 어딘가에서 학위를 더 쌓는 선택을 하는대신, 진짜 '내공'을 쌓는 길을 찾으시기를 바란다.

뛰어난 인재가 한국의 발전을 위해 쓰임새를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신호효과 (Signaling effect)'

이번 글의 핵심이다.

결국 이렇게 비대칭적인 정보 속에 고용주와 구직자 간의 '실력'이라는 값에 대한 정보 불일치가 심한 시장에서는

'학위' 같은 신뢰 가능한 값을 이용해 합리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그 어느 대학도 그런 '신뢰가능한 학위 교육'을, 적어도 Data Science 안에서는 못 해주고 있다.

그래서 어지간히 집이 못 살지 않으면 돈을 들여서라도 해외 좋은 대학에서 교육 받고 오라고 등을 떠밀게 되는 것이다.

대학들이 돈 벌이에 혈안이 되어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같은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

'서열화'를 넘어선 '사업화'가 가능한 '내공'을 길러주는 교육 시스템은 완전히 붕괴가 되었기 때문이다.

 

해외로 대학원을 가고 싶은데, 이래저래 도저히 기회가 안 되는 분들을 대상으로 SIAI라는 교육기관을 만들었다. 초기 교육기관이고 아직까지 해야할 일이 산더미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결국에는 한국의 '서열화' 밖에서 진짜 '내공'이 필요한 학생들을 키워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내 확신은 흔들린 적이 없다.

이대로 '서열화' 위주의 교육으로 방치하고 있으면 대학 교육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가 곧 올 것이다. 곧. 정말 곧.

 

정말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구제할 수 있을까? 머리가 너무 심하게 나쁘지만 않으면 그래도 어떻게 구제해 볼 수 있을텐데.

이게 내가 MBA AI/BigData를 만든 이유였고, 이게 어려우면 그럼... 이거라도... 라는 생각으로 Global MBA까지 만들게 됐다.

어차피 수학 '문제 풀이' 능력이 필요한게 아니라, '코딩 능력'이 필요한게 아니라, '통계학적 지식'이 필요한게 아니라,

비판적, 논리적 사고 역량 (Critical Thinking, Logical Thinking, CTLT)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넣으면 그들의 '내공'이 바뀔테니까.

 

가끔 외부 관계자들을 만나면 어째 벌써 SIAI에 대한 소문이 났는지,

살아남는 한국인 있나요? 없을 것 같은데요ㅋㅋ 그거 살아남는 애들은 눈높이가 하늘을 찔러서 저희 회사 같은덴 구려서 안 올려고 그러겠죠?

같은 농담을 듣는 일이 많이 생겼다.

믿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살아남는 학생들 있다. 은근히 많다.

스위스까지 날아가서 학위 과정 인가 받느라 정말 죽을 고생을 했지만, 그런 학생들을 보면 감동의 핵쓰나미 덕분에 힘이 난다.

 

1번만 하면 이벤트에 불과하다. 잘 안 되는 것 같아도 계속 반복하면 언젠가는 그게 '문화'가 된다.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 그런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아마 BSc/MSc로 뽑을 학생들은 한국에서 '이벤트'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Global MBA로 뽑을 학생들은 '문화'가 되지 않을까?

Global MBA 왜 만들었냐고? '문화'로 만들어 보려고. 그래서 한국을 조금이라도 뜯어 보쳐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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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BA 만든 뒷 이야기 - 1. 진짜 '처벌'은 넌 못 하니까 그만해라는 것

Global MBA 만든 뒷 이야기 - 1. 진짜 '처벌'은 넌 못 하니까 그만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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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받은 MBA AI/BigData 학생들 중 일부만 Machine Learning 수업시간에 살아남은 성적표를 받은 날,

한국 애들이 어차피 절망적인 상태인걸 뻔히 알고 있고, 직장이다 뭐다 공부할 시간 없다는 것도 아는데,

그냥 무리하지 말고 아예 접을까, 나도 학교 운영하기 귀찮은데... 돈도 안 되고... 진짜 이거 왜 하지... 이런 생각을 하던 무렵이었다.

 

일전에 한번 공유했었는데, S대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에 들어갔던 우리 학교 학생 하나의 증언대로,

제대로 가르치면 3명만 남고 40명 이상이 도망가버리는 그런 석사 과정이 한국 사회의 냉정한 현실이니만큼,

아예 학위 장사하라고 안타까운 눈빛을 보여주시던 많은 분들의 소리없는 응원도 생각나고 그렇더라.

 

학교 게시판에 올리고, Global MBA (or Associate) 프로그램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그랬더니,

학생 하나가 정말 끝까지, 열심히 저항(?)하던데, 다른 학생들 생각이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만만치 않은 학위 과정인 줄 알고 들어온 애들이 점수 엉망으로 받아서 내가 빡친 글을 쓰도록 만들어놓은 상황에

개인 사정들이 있다는걸 모르는건 아니겠지만, 괴로워하는 날 보는 것도, 학생들 서로서로에게도 괴로웠으리라.

 

댓글이 50개 이상 달린 긴 Thread에 걸쳐 저항했던 그 학생이 개인적으로 이런 메세지를 보내왔다.

모 명문대 박사 학위자고, 거기서 강의를 하나 했다더라.

 

박사 조교하던 시절, Stochastic Calculus라는 과목 TA를 맡았던 적이 있다.

S대 수학과 + 국내 증권사 다니는 선배 분이 회사 지원으로 MBA를 오셔서는 Finance 박사 가고 싶으시다며

Stochastic Calculus 수업을 I, II 둘 다를 들으셨다.

과제랑 시험을 채점하면서 무모한 도전을 하시는데, 어떻게 뜯어말릴까는 생각을 한참 했었는데,

한번 형님네에 저녁 식사 초청을 받고가서, 수학과, 공대처럼 S대 출신이면 명문대 박사과정 난이도가 낮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

Finance는 좋은 학교 갈려면 MIT, U Chicago 이런데서 물리학, 수학, 통계학 이런걸로 일단 박사 하나 받고 시작해야된다고,

아니면 그냥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 프린스턴 수학과 수석 졸업, 뭐 이런식의 슈퍼 천재여야된다, 2-3류 학교 박사 어드미션도 이미 기적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참 해드리고 나니 괴로운 표정으로 듣고만 있으시더라.

나중에 우리 지도교수님한테 추천서 써 달라고 메일 왔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이런저런 뒷 이야기를 들었는데,

난 학부 경제학이지만 그 분은 수학 출신이라며 좀 좋게 이야길 해 드리려고 했더만, 지도교수님이 나한테 너도 힘든 놈인데, 걔는 뭐 그냥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식으로 짜르셨었다.

실제로 내가 힘든 놈이라는 걸 항상 느끼며 살기도 했고.

 

위의 저항(?)을 했던 레지스탕스 학생과 수학과 선배 분의 속사정은 조금 다르리라 생각한다.

저항(?)하시던 분은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하소연이었다는게 여러 장면에서 느껴지는 반면,

외람되지만 선배 분은 Finance 박사가 꿀이니까 하고 싶다~ 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나도 후자 쪽에 가까운 감정이었던 인간이라 의지 박약이었는데, 최소한 내가 좋아하던 Financial crisis 주제로 이런저런 모델 만들 때만큼은 공부하는게 재밌던 사람이었다.

 

Global MBA 과정이 아마 시험을 못 친 학생들에게는 처벌처럼 느껴질 것이다.

MSc AI/Data Science도 못 들어가서 MBA AI/BigData로 쫓겨(?)오며 이미 자괴감을 느꼈을텐데,

이젠 학부 2-3학년 과정도 못한다고 또 내려가라는거니까.

 

근데, 진짜 처벌은 공부를 '안 했으니'가 아니라, '못 했으니'까 그만 공부해라고 하는 것이다.

좀 더 심한 표현으로 바꾸면, 너는 공부할 능력이 안 되니까 그만 포기해라고 하는 것이다.

저 수학과 선배 분에게 내려진 '처벌'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공부하려던 목적과 내용이 조금 다르기는 하다)

 

반대로, 저 위의 레지스탕스를 보면서 이렇게 공부하고 싶다는데 뭐 어떻게 도와줘야할까는 고민이 많았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정상 교육으로 내가 가르치는 레벨의 지식을 쭉쭉 흡수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질 않다.

그런 교육만 받은 애들한테 너네가 알아서 준비하고, 알아서 찾아오고, 알아서 살아남아라는게 너무 악마같은 짓 아닌가 싶더라.

 

첫 term (2달) 수업을 듣고 휴학 신청을 하는 학생의 메일을 받고, 저 학생도 힘든 와중에 그래도 많은 걸 느꼈구나는 생각을 했다.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같은 교육만큼은 절대로 안 하겠다는 딸깍발이 정신에 얼마나 공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위의 메일 스샷에서 보는 말투를 보면 정말 공감한거 같지 않나?ㅋ

저렇게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분들이 오랜 훈련 끝에 정말 탄탄한 시야를 갖추게 되는 날들을 상상해본다.

 

Global MBA 과정 왜 만들었나?

예전, 어느 MBA에 강의 요청을 받고, 가기 귀찮아서 100번쯤 망설이고 있던 무렵에,

'최소한 자기네들이 바보라는 걸 매운 맛으로 쏴 줄 수 있는 사람도 우리나라에 몇 명 없다. 그걸 네가 해라'

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하면 '너네가 바보라서 이걸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를 설명할 수 있을지 또 한참 고민했었다.

 

지금도 딱히 답은 없는데, 나와 그 '바보'들 사이 어딘가에 저 학생들이 있다고 치면,

저 학생들이 공부했던 기록을 따라가는 길이 어쩌면 그 '바보'들이 '도 터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가 아닐까는 생각을 했다.

날 가르치시던 교수님들과 나 사이의 어딘가에 나보다 잘 하던 '똘똘이'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이 공부하는걸 어깨 너머로 보면서 나도 열심히 따라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까.

 

Global MBA는 그간 엄청나게 고생하며 공부해 한국 교육의 굴레를 탈출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의 기록을 따라가는 교육이다.

다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는 강의를 10번씩 들어가며, 연습 문제 어떻게 푸는지도 모르는채로 어벙벙하게 따라가고 그러다가,

기말고사 즈음에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는 지식이라는걸 대형 시험문제들로 풀어내는걸보고 깨우쳤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깨우침은 따라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되, 저렇게 시험을 망해서 학교 운영에 누를 끼치는 일은 없도록 하는 학위 과정이다.

어쩌면 지난 5년간, 파비클래스부터 SIAI까지 내 딴에는 좀 더 상세하게, 더 쉽게 풀어내는 교육을 하겠다던 그 도전을

먼저 맞아보며 깨우치던 학생들의 발걸음을 묶어내는 방식으로 '더 낮춘' 과정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저 위의 학생이 휴학 상담하는 메일을 보내면서 했던 말을 보면, 역시 Global MBA 과정의 가치를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저 시험을 그냥 쉽게 뚝딱 풀어내는건 한국 교육을 받은 분들 사이에서는 남다른 레벨의 도전인 것이다.

다만, "이런 교육이 진짜 교육", "데이터 분석 업무를 새로운 관점", "데이터 프로덕트들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같은 표현은

수업을 제대로 들을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이후 수업 내용을 잘 소화해낸다면... 직접 해결해 볼 수..."

저 학생도, 나도 저 문구에 희망을 건다. 제발 많이들 시야가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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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BA 교육 방식 - Essay 기반 평가란?

Global MBA 교육 방식 - Essay 기반 평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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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BA 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하면서 수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가장 괴로웠던 부분이 아래 2가지의 조합이었다

  • MBA AI/BigData에서 쫓겨 내려가는 학생들이 '같은 내용을 공부라도 할 수 있는' 학습권 보장
  • 낙오하는 학생들이 최소화 되면서, 동시에 돈 값하는 공부

 

첫번째 포인트는 '너네가 공부 안 했으니 쫓겨 내려가는거다'라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그래도 공부할려고 큰 마음 먹고 온 애들한테 '너네 못 하니까 나가라'고 하는게 너무 마음이 괴로워서였고,

두번째 포인트는, 그래서 너무 쉽게, 아무데서나 배울 교육을 할 거면 뭐하러 학교 만드나, 나도 학위 장사꾼 되는거지... 라는 괴로움의 반영이다.

 

Global MBA는 일단 아래의 방식으로 2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Exam track과 Essay track으로 나눠서, Exam track은 기존의 AI/BigData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Essay track은 그런 시험을 칠 역량이 안 되는 (아마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을 위한 방식이다.

시험 대신 Pass/Fail로 결정나는 Essay를 제출하면 된다.

그럼 Essay 내용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일단 아래의 문제 예시들을 보자. (스압주의)

 

위의 3문제는 우리 SIAI의 가장 기초 수업 중 하나인 Data-based Decision Making이라는 수업의 시험 문제 1번들이다.

지금까지 총 3번의 시험을 치렀고, 3번 다 거의 같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셋팅이 바뀌면서 문제 풀이 방식이 상당히 바뀐 문제들이다.

이렇게 바뀐 문제들을 다 풀어라는게 Global MBA냐? 음... 일단 하나씩 짚어보자.

 

현재까지 MBA AI/BigData에서 치뤘던 시험 방식

저 작은 10개의 문제가 들어가 있는 큰 1번 문제를 푸는데 1시간을 준다.

논문 하나를 요약 정리한 시험이기 때문에, 사실상 보자마자 바로 1시간 이내에 풀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 출제자인 나 자신이 최소한 반나절은 써야하는 문제고, 그 전에 머리 속으로 오랜 시간 생각을 했었다.

절대로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만큼, 유사한 문제들을 수업 시간에 여러 번 풀어준다.

 

비슷한 문제를 반복 숙달해서 계속계속계속계속 풀다보면, 저 문제 스타일로 생각하는 방식이 몸에 밸 것이다.

그 정도쯤 되면 위의 3가지 방식처럼 문제 셋팅이 바뀌더라도 유형에 적응이 됐으니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현실은.....

공부할 시간도 많지 않고, 보통은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풀어줘도 그걸 다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제대로 못 푸는게 정상이다.

당신들이 ㅎㄷㄷ 이라고 생각하는 인류 최상위 두뇌를 가진 사람들 중에 연구 짬이 10년, 20년 씩 되는 분들께서

아직 그런 짬을 덜 먹은 사람들을 2-3년씩 괴롭혀가며 나온 논문, 즉 생각의 Frame이다.

이걸 아무리 템플릿을 짜 준다고해도 무슨 토익시험 기출유형 외우듯이 뚝딱~! 이해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거의 똑같은 문제를 출제해도 셋팅이 약간 바뀌는거에 맞춰 배운 내용들을 살짝살짝 바꿔서 답안지를 만들어내는게

1시간 동안 뜻대로 잘 되지 않고, 100점 만점에 50점만 넘겨도 살았다 휴~ 를 내뱉게 된다.

이렇게 계속 콘텐츠를 때려부으며 더 높은 레벨의 지식을 익히다보면,

언젠가 이런 사고가 자기 것이 된다.

 

이게 영미권 최상위권 대학들에서 자기네 나라의 슈퍼 인재를 길러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운이 정말로 좋지 않았다면 그 어떤 곳에서도 그런 교육을 받았을 리 없다.

우리나라는 학원가에서 알려주는 '꼼수'를 빨리 익혀서 점수를 잘 받아 서열의 1등으로 올라가는 걸 목표로 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지,

사고력을 훈련시키고 지식을 내공화 해 주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 교수 자체를 아예 확보하고 있질 않다.

드물게 그런 분들이 있지만, 그렇게 교육하면,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가 된다.

 

우리 Global MBA의 교육 방식

어차피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를 아주 충실히 겪고 있기 때문에ㅋㅋ 굳이 많은 학생을 모으는 것에 목을 매지 않는다.

퀄리티를 낮춰서 '널럴한' 교육을 하는 걸로 타협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래도 우리 SIAI의 '핵심'은 유지해야하니,

'논리'를 따라오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교육 방식, 아니 이해도 평가 방식을 아래와 같이 변경해봤다.

 

바뀐 평가 방식 (Essay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일단 아래의 셋팅을 먼저 따라가보자.

위의 3문제를 100번쯤 읽어보면 (사실 그 전에), 3개 다 거의 같은 문제라는 게 눈에 보일 것이다.

셋 모두 어떤 사건들을 Cobb-Douglas 함수라는 사고의 Frame 안에 집어넣고, 그걸 회귀분석으로 풀어낸 것이다.

단지 그 회귀분석 안에는 국내 학부 2학년 수준의 단순한 OLS 계산 (행시 통계학 기출 문제에 보이는 수준)이 아니라,

영국 학부 2학년 (미국 학부 3학년) 수준의, 각종 OLS 변형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엄청 빡세게 가르치는 대학원을 가야 배운다. 거의 없을듯

그러니까 엄청 어렵게 느껴지겠지.

 

또 하나, 저 문제들을 읽어보면, 뭔가 회사의 속사정을 좀 알 수 있을법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셋 모두 주변에서, 혹은 우리 회사 운영 중에 겪었던 내용들을 문제화 했다.

아니 저 세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SIAI의 모든 기출문제는 내 주변에서 보고, 듣고, 겪고, 당한(?) 일들을,

그 학기에 배운 생각의 Frame들과 묶어내는 문제들이다.

실제로 회사에서 '김 팀장님이 Data Science 석사 하셨으니까 이거 데이터로 해답 찾아주실 수 있죠?' 같은 깝깝한 업무지시 들을 때,

자기 방식으로 생각이 정리되는데 활용되는 생각의 Frame이 되라고 이렇게 현실과 엮어내는 문제를 만든다.

자꾸 보다보면 저렇게 생각의 Frame이랑 엮어서 문제를 풀어내는게 가능하구나~ 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

 

예를 들면, 100개 데이터 중에 30개가 날라갔는데, 망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라는 문제에서,

  • 30개를 야매로 대충 채워넣는다
  • 70개만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같은 단순한 꼼수로 문제를 감추려고만 드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서 배운 Frame을 써 보자는 거다.

  • 변수를 버리게 되면 Omitted variable bias가 생길 것이고
  • 아무거나 채워넣으면 데이터 오류가 발생하고
  • 분포함수 같은 걸 이용해 비슷하게라도 채워넣으면 Measurement error가 있는 상태인데

각각의 상황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고, 우리 회사 사정에는 어떤 방법을 쓰는게 더 맞는지를 결론을 내보는거다.

이렇게 '써먹을 수' 있어야 학위 공부한 비용이 안 아까운거잖아?

 

다시 저 위의 3개 문제로 돌아와서,

Exam track인 애들은 저런 문제들을 여러개 풀어보고, variation도 계속 만들어내면서 시험을 준비할 것이고,

Essay track인 분들은 저렇게 다양한 예시들을 풀어놓은 이야기를 듣고,

주변의 비슷한 상황을 찾아서 같은 프레임 안에 집어넣어서 Essay를 쓰면 된다.

만약에 주변에 비슷한 상황이 없다면? 그럼 그런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라.

 

Essay track의 포인트는 시험 문제와 완벽하게 똑같은 현실의 사례를 전세계 방방곡곡을 뒤져서 찾으라는게 아니라,

그 '논리'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인 사살을 원하는 것이다.

현실 사례를 약간 변형한 '소설'이 저 문제가 풀어나가고 있는 어떤 상황과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타당하다면,

지식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뜻이니까.

 

이걸 위해 내년 봄학기 입학생들에게는 기존 MBA AI/BigData의 각 과목마다 Essay 몇 개를 더 풀어내주는 수업을 해야 될 것 같다.

나도 무한정 뽑아낼 수는 없는 인간이니까 결국 과거 시험 리뷰해주면서 생각의 흐름을 정리하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채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한국 땅 전체에서 아예 한 명도 못 찾을테니 졸지에 채점 부담이 엄청난 교육이 되겠네...

 

Essay track에 대한 소회

어쩌면 이게 MBA AI/BigData의 교육 방식이어야 하지 않나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서 운영해보니 이 정도의 학부 2학년 교육도 모조리 쓸려 나가는 판국인데, 내가 한국인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가졌다 싶다.

그간 MSc(혹은 BSc)와 MBA AI/BigData 수업을 겹치게 해 놨던 것이 한국 사회에 대한 지나친 기대였다는 깨달음을

어떤 방식으로건 Self-correction을 해야하지 않을까.

 

근데, 다른 한편으로는 분명히 코드쳐서 자기가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은 학생들도 있을텐데,

다들 열심히 공부하려고 왔는데, 아예 너네는 못할꺼니까 하지마라고 미리부터 막는건 아닌 것 같아서,

그간 MBA AI/BigData에도 같은 수업을 열어줬었던 거였다. 이걸 못 하게 막으면 애들이 얼마나 괴로울까...

그럼 MBA AI/BigData를 Exam/Essay 이렇게 2개 Track으로 운영해야하나?

교육량이 많다고 부담된다면서 '1주일 2수업 / 1년 교육 과정 -> 1주일 1수업 / 2년 교육 과정' 으로 바꿔달라는 학생도 은근 있는 판국인데 흠...

이런저런 옵션들을 다 열어서 운영할 수 있을만큼 Manpower가 빵빵한 조직도 아니고,

한국에 그렇게 수요가 많은 교육도 아니고... 인력이 좀 있어야 나도 Global 시장에서 세일즈도 할텐데...쩝

 

앞으로 어떻게 교통정리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Global MBA라는 이름의 Essay track으로 내년 봄학기 입학생을 한번 받아보고,

내년 5월에 첫 Essay를 받아보고나서 향후 방향성을 결정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내 눈엔 정말 이것도 못하면 너넨 공부할 자격도 없다.... 싶으면서 동시에 이거 잘 하면 은근 괜찮을 것 같은데... 싶은 해법을 찾았다고 생각 중인데,

Essay도 영어 작문을 못해서 말 귀를 못 알아먹게 쓴다던가, 논리력이 부족해서 산으로 가는 이야기를 쓴다던가 하는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MSc, MBA 학생들 가르치면서도 '......' 이런 생각 드는 경우가 많았으니까ㅋㅋ

거기다 학위 과정 변형, 분리 등등으로 여러가지 심사 절차가 있을텐데, 수요와 심사 양쪽 모두에게 적절한 해법을 찾아야겠지.

 

우리 SIAI의 코어 교육은 어쨌건 BSc -> MSc -> PhD AI/Data Science이지만,

MBA AI/BigData -> DBA AI/BigData 교육도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데는 확신이 있어서

전달하는 방법으로 고민이 많다.

그냥 널럴하게 졸업시켜주는 학위 만드는 교수들 심정이 이해가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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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al thinking, logical thinking이 빠진 나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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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화두는 나도 많이 부족한 Critical thinking, logical thinking (이하 CTLT)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가르치느냐다.

교과서에서 지식을 아무리 배워봐야 써 먹으려면, 결국 논리적인 사고력을 이용해 현실과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하니까.

직원을 뽑을 때도 CTLT를 가진 직원을 뽑기 위해 노력하는데, 거의 없었고,

어떻게 해라고 상세하게 가이드를 주고 일을 시키면, 일 끝나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는 불평을 은근 듣는다.

관련해서 우리 직원 중 하나가 SNU Life에서 글 하나를 퍼와서 이래저래 묻던데, 그냥 몇몇 구절만 공유해보자.


-미국은 CEO부터 신입까지 철학도 있고, 놀땐 같이 어울리며 잡담해도 업무 들어가면 진지해짐

-한국은 부끄럽지만 구조적 사고, 논리적 사고가 전반적으로 약한 게 며칠씩 마라톤으로 협상하면 느껴짐. 미국 교육은 CTLT에 역점을 둬서인지 대화나 질문 역시 피상적이지 않고, 자신의 논리를 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활용함

-한국은 일단 정보수집의 용도로 질문을 함. 협상 중에 계약 수량이 차이 날 경우 (ex. 한국 5백대, 미국 10년 1만대), 한국은 대개 '너희가 잡은 수치의 근거가 뭐임?' 이라는 식으로 상대의 정보를 파악한 뒤 접근하려는 스탠스가 강함

-한국 정치나 언론이 문제가 생겼을 때 접근 방법 역시 놀라우리만치 logical 없음, 일단 각종 정보를 수집해서 이를 기반으로 지엽적인 비판 (ex. 식중독을 일으킨 쌀의 원산지가 수입쌀이라 그런 것 아니냐?)에 그치고, 건설적인 시스템 개선 (식중독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현행 위생관리규정을 재정비한다거나 이력관리의 전산 고도화같은)이 전면에 나오기 쉽지 않음

-미국은 질문이 본인의 논리에 근거해 이를 완성하고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음. "연간 5백대로 설정할 경우, 5년차부터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물량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별도의 옵션이 있나? 연간 5백대 미만일 경우 보상 조항은?

-미국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매우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협상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그들에게는 예측 가능한 것일 확률이 높고, 우리는 일단 저지르고 진행과정에 보완 가능하다는 낙관주의, 나중에 고통

-교육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아무도 엘리트 육성에 대한 철학이 없다보니 땜질식 솔루션 위주
ex. 하버드는 고전 읽고 글쓰기 빡세게 시킨다더라 -> 그럼 우리도 고전 읽기, 글쓰기하는 핵심교양제도 베껴와서 굴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누가 잘못했는지만 따지고 있고, 정작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다보니 생긴,

경제학적 개념을 빌려오면 일종의 '시장실패'가 벌어졌다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 못하는 대중들을 향해서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가 '인과적 사고가 없고 응보적 사고만 있는' 나라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더라.

 

이게 뭔가 아는 체는 하고 싶은데 사실 아는게 없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다.

자세하게 이해는 안 되지만 누군가의 말을 제일 빨리 주워담아, 그걸 기반으로 남을 꾸짖어서 자기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

보통 논문 발표를 하나도 이해 못했는데 아는체 하고 싶어서 몸살이 났던 중국인 박사 학생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태도다.

 

아래는 우리 SIAI의 F2022 1st term 시험 문제의 일부다.

총 10개의 작은 문제가 들어가 있는 문제인데, 위의 3개 문제에는 수업 중 배운 내용의 약 10% 정도가 시험 문제로 반영되어 있다.

문제의 셋팅을 보면 알겠지만, 회사에서 인사 문제로 고민하는 내용을 경제학의 비교우위론 개념을 살짝 빌려와서,

Data Science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학부시절, 경제학에서 Cobb-Douglas(C-D)를 배우면, 노동(Labor)과 자본(Capital) 투입하는 기본형 문제 밖에 못 본다.

그러다 대학원을 가면, (운이 좋은 경우에) 노동이나 자본의 품질(?)이 바뀌는 경우 같은 변형식을 풀어내는 훈련을 한다.

난 딱 요기까지만 훈련을 받고 경제학과 이별하고 계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공부했었다. 다 까먹었었지ㅋ

Data Scientist로 취직해서 출근 첫 날 우리회사 Knowledge board에서

유저들의 광고 반응율을 Factor로 잡아내는 모델을 (L,K)조합 대신 그 회사 내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Factor 3개로 확장한

그 회사만의 Cobb-Douglas 함수로 시작되는 3-4페이지 정도의 정리 글을 봤는데, 뭐랄까, 좀 쪽팔리더라.

 

나름 공부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난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구나는 생각을 했던 날이었다.

C-D라는게 그냥 (L,K) 조합 쓰는건 줄 알았는데, 이걸 이렇게 Factor analysis 스타일로 응용해서 쓴다고?

그 작업물은 일본에 있는 Data Scientist가 만들었더라. 나중에 일본까지 찾아가서 물어봤다.

그 분이 열심히 연구하는 스타일의 Data Scientist라 학벌&학위가 빵빵할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 않아서 더 놀랐다.

전공도 경제학이 아닌데, 증권사 다니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이것저것 찾던 중에 Data Science라는 필드를 발견하고 한참 준비를 해서 취직했단다.

 

아마 한국에 있는 어지간한 경제학 박사들도 그 분이 만든 그 3-4페이지짜리 보고서 만들 수 있는

'경제학적 직관' & '경제학적 사고력' & '경제학 모델링 실력'을 안 갖추고 있을 것이다.

경제학 밖으로 나가서 그렇게 Data Science에 경제학 도구를 응용해서 쓰실 수 있는 분이 있을거라고는 기대도 안 한다.

내가 못 했으니 나의 잘난 친구들도 못한다고 주장하는거 아니냐고 오해하실 수 있겠으나, 이 부분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정말 많이 뽑으면 한국 땅 전체에서, 대학 교수들 다 포함해서도 50명 뽑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저 기출문제는 나의 그 시절 좌절과 충격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는 문제다.

그냥 계산 필드라고 생각하고 Data Science를 가볍게 봤다가, 몇 년간 안 봤던 경제학 노트를 다시 꺼내보게 만든 사건이었거든.

 

그 이후,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내가 배운 온갖 잡학다식 지식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생각의 Frame'을 짤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모든 학문이 쓰는 도구가 비슷비슷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그 도구들을 어떻게 쓰는가라는 질문에도 방식이 같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Inter-disciplinary하게 생각이 열려야했는데, 그런 마음의 창문을 하나 더 만들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

 

다시 저 문제로 돌아가면, 시험 문제를 만들어내야하는데,

  • A. Cobb-Douglas를 써서 Factor Analysis의 기초를 던져줘야 나중에 Machine Learning 수업 들을 때
    왜 Factor analysis가 모든 수리 통계, 사회 통계, 계산 통계의 밑바탕 사고라는 걸 알 수 있다는 제한 조건,
  • B. 비교우위론이라는게 실제 사회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시험 문제에서 역추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제한 조건
    (이 문제는 비교 우위론이다! 라고 가르쳐주고 시작하는게 아니라, '소설' 속에 숨어있는 걸 찾아내는 훈련...)
  • C. 그 찾아낸 비교우위론이 Cobb-Douglas와 연결되는데, 단순히 연결되는게 아니라 우리가 배운 다른 문제와 연결된 상황,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복합적으로 얽혀있는지를 추론해내는 능력

이런 사고력의 깊이가 깊을수록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문제를 만들어내야했다.

하버드에서 하는 교육이니까 베껴오는게 아니라, 하버드의 철학을 보고, 우리의 철학과 사정에 맞춘 교육을 만들어내야하다보니,

근데 내가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시험문제 만들기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다행스럽게도 제한 조건들을 억지로라도 맞춘 문제를 뽑아낼 수 있게 됐는데, 우리 학생들이 모쪼록 시야가 열리기를 빈다.

 

한국에서 '전문가' 타이틀 들고 있는 사람들도 못 풀 문제를 햇병아리 같은 우리 학생들한테 던져주는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이게 영미권 학부 2-3학년 수준의 훈련 밖에 안 되는터라, 안 낼 수도 없다... 이건 못 하면 안 되는거니까.

언젠가 내 시야가 더 열리고, 혹은 한국에 나보다 더 시야가 열린 분이 더 좋은 교육을 공급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훈련을 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깨어날 수 있겠지.

 

다시 '인과적 사고'와 '응보적 사고'라는 표현으로 돌아와서,

저 위의 한국인의 협상 방식 증언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인들은 '논리적 사고'가 아니라 '남의 생각을 읽으려는 사고'를 한다.

비대칭적인 정보를 알고 있으면 그걸 '권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정보를 숨기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역시 반대편에서는 정보를 훔칠 수 있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

(이 블로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놓은걸 '숨길 건 숨겨야지'라고 조언을 받은 적도 있다. 악마 댓글러들이 그걸 왜곡해서 날 공격하는데 이용하고, 그러면 자기네들이 이긴거라고 생각한단다. 고급 지식에 기반한 지적 대화로 상대방이 틀린 걸 밝히는게 이긴게 아니라.)

 

국회 청문회에서 '검증'이라고 하는 행동이 '내가 뭘 뒤져서 너의 숨겨진 과거를 찾아냈다' 같은 이야기 위주다.

저 사람이 XYZ라는 부서를 이끄는 장관이 되면 어떤 정책을 펼칠 것 같은데, 그 때 무슨 문제가 있을지를 묻는 청문회는 여태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단 한 차례도.

정치인들이 위의 문장을 보면, 세상 살 줄 모르는 헛똑똑이 바보라고 비웃을 것이다.

그저 협잡으로 누군가가 동성애자, 마약중독자라고 거짓말 소문을 퍼뜨려서 공천을 못 받게 만드는게 그 동네의 생리니까.

장관 업무를 잘 하는지는 그 사람의 '전문성' 수준으로 결정될텐데, 정작 '검증' 대상은 '전문성'이 아니라, '털어서 나는 먼지'다.

세상에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결국 '전문성' 대신 '뻔뻔함'을 갖춘 사람이 장관직을 수행하게 된다.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SNS계정 같은데 몰려가서 폭격질해대고, 신상털이나 하면 그 사람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단순히 수십만 명이 어디에 청원을 넣기만 하면 대답을 해 줘야 한다는 시스템을 국가 권력의 최상위층이 만들어내는 것도,

'인과적 사고'에 기반한 전문가의 판단과 논리의 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찌라시'급의 '정보'로 만든 '선동'이 중심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인 것이다.

 

 

Data Science 영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인과적 사고'에 기반해 Data를 논리 검증의 도구로 쓸 수 있는 '생각의 Frame'을 만들어줘야 한다.

어차피 도구는 어디가서 배우건 별 다르지 않다. 한국처럼 도구조차도 못 가르치면서 Data Science 교수하는 사람들이 은근 많은 경우는 예외겠지만.

한국이 '인과적 사고'가 아니라, 단순히 눈에 보이는 그래프 하나에 '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결국 지식이 아예 없는게 일반적인 수준이라 그저 지식만 좀 알아도 '핵 쩌는'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인과적 사고'는 언감생심이다. 답안지 외우기 바쁜 수준이구만, 무슨 A와 B의 상관관계 같은 이야기하고 있나.

 

근데, '도구'는 많은 경우 별로 대단치 않다. 난 정말 내 기준으로 학부 2-3학년 수준의 '도구'만 가르친다. 많이 배울 필요도 없다.

아마 우리 SIAI학생들도 '도구' 자체는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도구'를 엮어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생각의 Frame'이다.

Critical thinking, logical thinking (CTLT)으로 다시 돌아온다.

Github에서 남의 코드만 복붙해와도 Data Science 공부하는건데, '직관'을 배워야한다는 헛소리하는 곳이라고 우리 SIAI 욕하던 어느 블로거가 문득 생각나네.

 

위의 2번은 우리 시험 예시인데, 더 위의 6번 문제는 평소 수업 시간에 풀어준 문제다.

자세히 읽어보면 같은 문제인데 껍데기만 바꿔놨다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저렇게 수업 시간에 '생각의 Frame'을 배우고 (6번 및 유사문제 반복), 그걸 체화시켰는지 점검하는 시험 문제(2번)를 낸다.

 

처음 배울 때는 수업 중에 왠 논문 하나를 정리한 문제가 나오니 충격을 먹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들로 정리된 논문 하나의 '생각의 Frame'을 비슷한 문제들을 반복적으로 풀어보면서

(거의) 완전히 똑같은 수학을 쓰는데, 상황이 바뀌다보니 '똑같이 적용해도 되나?'는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바꿔 쓰면 제대로 하는 걸까는 생각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텐데, 그게 바로 '생각의 Frame'을 자기 것으로 내재화하는 훈련이다.

좋은 논문 하나 급의 '생각의 Frame'을 힘겹게 배우는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그걸 자기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거든.

이렇게 훈련하다보면, 매우 뛰어난 사람의 '인과적 사고'가 어느 순간 내 것이 되어 있더라.

 

이게 내가 '양놈'들의 '인과적 사고'를 나이 30이 다 되어서 늦게나마 배웠던 방식이다.

수능 수학 빨리 풀고 잘 수 있다고 자뻑에 빠졌던 시절에 이걸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요즘 우리 SIAI 학생들이 열심히 따라오는 걸 보면서 느끼지만,

교육 2달, 4달이 지나면서 시험 답안지를 보면, 최소한 '생존자'들은 확확 바뀌는게 눈에 보인다.

그들은 졸업할 때 쯤이 되면 한국 교육의 굴레를 많이 집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MBA AI/BigData 학생들은 CTLT에 수학 도구까지 활용하고, 이번에 신설하는 Global MBA는 최소한 CTLT는 배워가겠지.

 

말을 바꾸면, 우리나라가 교육을 지금처럼 하지 않고, '제대로' 하고 있으면, 한국 수준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Network에서 Factor 구현 방식만 설명해줘도 저 위의 짤에 있는 기사를 외교학 전공자가 뽑아낼 수 있던데,

분명 누군가는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인재들이 있는 나라일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초중고 교육이 그저 쉽게쉽게, 편하게편하게 위주로 돌아가고, 대학은 학생 숫자로 돈 벌이에 급급한 방식이면,

그런 잠재력 갖춘 인재들도 영원히 기회를 얻질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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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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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학생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주워 듣는 업계 현실이나, 외부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넘겨짚을 만한 사건들이 있다.

어느 학생이 "데싸 면접에서 알고리즘 물어보고 SGD 막 이런 거 왜 더 빠르냐고 물어본다"며 욕이란 욕을 다 했다는 이야기,

우리 MBA 학생들이 그걸 듣고는 또 더 욕을 해대면서 한국 수준 진짜 절망적이라며 썅욕하는 이야기,

우리 대학원 상담한다고 찾아와서는 "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라고 묻길래 속이 터졌다는 이야기,

그런 한심한 질문하는 학생들 거르고 제대로 된 사고 방식 만들려고 세운 대학원인데, 엉뚱한 질문으로 떠 보길래,

넌 어차피 서울대, 카이스트 대학원 못 갈꺼니까 그냥 서성한 데이터 어쩌고나 가라고, 꺼지라고 해 줬다는 이야기 등등

 

"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저 답답한 질문을 보며 문득 어린시절 내 생각이 났다.

중학시절부터 친구들 사이에 난 "수학은 전교권, 나머지는 바닥권"이라는 놀림을 듣는 학생이었는데,

중3 시절 색약 검사를 했던 날 담임 선생님이, 한국에서는 색약이면 이과를 못 간다고 이야길 해 주셔서 밤새 펑펑 울었었다.

그래도 전색맹이 아닌게 어디냐고, 그럼 운전면허도 못 따는데, 일상 생활에는 지장없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받으며 들었던 생각이,

내가 유일하게 전교권인 과목의 능력이 의미없는 인생을 살아야되는데, 그게 무슨 허무한 인생인가 싶어, 정말 죽고 싶더라.

그 와중에 아버지는 BBS라는 이상한거나 만들며 전화비나 축내고 컴퓨터 게임이나 만들던 놈, 이제 법대 보내면 되겠다고 좋아하시던데...

 

학부 경제학을 하신 친척 중 한 분이 문과에서도 수학을 엄청나게 많이해야 하는 전공이라며 경제학을 소개해주신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환율, 이자율, 물가 이런 용어들에 익숙해지는 고교 시절을 보냈었다.

그러다 정말 내가 인생을 걸고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은 계기는 '조지 소로스'라는 인간이 우리나라를 털어먹었다는 뉴스 기사였다.

한국의 정부 고위직 관계자라는 사람들 수백명이 한 두명의 금융 천재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비참한 뉴스를 보는데,

어린시절부터 사업하시는 아버지에게 공무원들의 무능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해외 금융 권력을 욕하는 그 기사를 보면서 되려 무능한 공무원을 욕하고 싶고, 나도 저런 금융 권력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 진학 무렵에 잠깐 경영학과를 지원할까 고민했으나, 경영학과의 마케팅 원론, 인사관리, 조직관리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보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경제학을 선택했다.

 

수능 성적도 좋은데 왜 법대 안 가느냐고 끝까지 불평불만이셨던, 사시도 행시도 왜 안 치냐고 한숨을 내쉬셨던 부모님 두 분께 죄송하지만,

당시 멋 모르고 골랐던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돌이켜봤을 때 내 인생에서 했던 최고의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학부 시절 배운 경제학은 별로 큰 도움이 못 되었던 것 같다. 가르쳐주신 교수님들께 정말 죄송하지만.

하지만 그 학벌 덕분에 Ivy리그 출신도 아니고, 외국서 살다온 것도 아니고, 부모 빽도 없던 내가 오직 실력으로 외국계IB를 뚫고 갈 수 있었고,

학벌과 직장 둘을 모은 덕분에, 1류 대학 리스트의 맨 밑바닥 정도에 있는 학교에서 석사 공부를 하며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정말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제대로 된 교육에서 기적같이 살아남은 덕분에 경제학이 왜 문과의 수학과인지, 수학이라는 언어를 빌려 쓰는 학문이라는 것이 어떤 학문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아쉽게도 그 이후로는 경제학을 떠나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나의 강력한 사고력 무기 중 하나다.

지난 10년간 배운 다른 학문과 업계 지식을 흡수하는데, 사업을 하게되는데도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언젠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화려하게 뽑아 쓸 날이 오겠지.

 

얼마전, KAIST에 출강을 갔다가 학부 1학년 학생에게 다시 1학년이 되면 무슨 선택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위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대학 출신이라는 걸 삭제하기 위해 하루빨리 해외 명문대로 Transfer하고, 국적도 갈아치우고,

한국인이 아니라 국제인으로 사는 삶을 선택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직원들과 식사 중에 같은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전공은 뭘로 골랐을 것 같냐고 묻더라.

한참 생각을 했는데, 전공을 'Data Science'로 골랐을 것 같다. 부전공은 경제학으로 하고.

단, 미안하지만 한국에 있는 대학들은 내 학부 시절 경제학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Data Science를 교육하고 있는만큼,

한국에서 Data Science 전공으로 대학을 가는 것은 좀 고려해봐야될 것 같다.

 

다시 위의 "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로 돌아가면,

난 살면서 저런 질문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가 XXX, YYY를 하고 싶은데, 그걸 하려면 무슨 공부를 해야하나, 어느 대학의 어떤 과를 가야하나는 질문만 했다.

아마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뭘 하고 싶은게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잘 먹고 잘 사는' 인생을 찾는 사람들일 것이다.

한 꺼풀 더 벗겨내면, (자기능력대비) '좀 더 거들먹거릴 수 있는 위치'에 가는 것이 중요할 뿐,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국내 커뮤니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느 대기업을 다닌다고 자랑질하는, 자기 노예 사슬이 더 편하다고 자랑질하는 그런 '위치'.

 

KAIST 강의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났던 한 지인이, 대학원생들 취직에 바짝 신경 써 줘야하지 않냐고 묻더라.

평생 내 취직을 한번도 신경 써 주는 사람, 조직을 만나본 적이 없는 인생을 살았는데 ㅎㅎ

저 학생들이 이런 고급 교육을 받고는 'SGD가 왜 빠른가요?' 같은 한심한 질문이나 받는 면접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지지 않을까?

회사 몇 달 다니지 않은 직원들도 벌써 내 교육을 어깨너머라도 이해했는지 유명인사들이 데이터 해석을 이상하게하는걸 보고 화를 내던데...

논리를 설명해주니 "이걸 배우면 저런 이야기하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반박할 수 있겠네요?"라는 반문을 하는 직원들을 보며,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같은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속이 터졌을 우리 대학원생들에게 미안하더라.

'쌩'문과 출신 직원들도 몇 마디 논리를 알아듣고 어떻게 쓰면 되는데 자기들이 제대로 학부 훈련을 못 받았다는걸 저렇게 느끼는데,

학부 통계학, CS 전공자들이 '어디에 쓰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는 답답함을 어쩌랴.

 

우리학교 들어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한테 미안한데, 어디 취직하건 상관없이 팀장급 이상의 고위 결정을 직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면,

윗 사람의 무지 탓에 '들이 받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같이 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나는 한국에서 어딜가나 그렇게 느꼈다.

그들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 없는, 단순 암기로 학벌과 학점을 따서 졸업장만 있는 바보들이기 때문에,

당신들의 논리적 이해와 사고 확장이 '처음 듣는' 내용이라, '나 모르는거 티나는거 싫은데' 같은 생각만 하고 살고 있다.

이해가 됐다면 '이렇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유명인사가 틀렸다고 주장할 수 있겠네'라는 사고의 흐름이 생겼을텐데,

이해를 못했으니, 아니 능력이 없으니, 아니 하고 싶지도 않으니, 그저 '이거 복붙해가면 돈 많이 벌고 잘난 체 할 수 있나요?' 수준의 질문만 하게되겠지.

 

한편으로보면, 국내 DS 시장이, 내가 바보라고 무시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더 심하게 무지한 사람들을 '속여서' 투자 받은 돈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게 사기꾼들이 무식한 쩐주들을 속이는데 1도 기여하지 않은 내가 교육시킨 학생들을, 사기꾼들이 사기치는 자리에 밀어넣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날 더러 저 학생들을 다 책임져야되는거 아니냐고 묻던데, 가르친 내용들을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레벨의 훈련이 되는 수준과 국내 사기꾼 포지션들 사이에는 >>>>넘사벽>>>이라는게 있는 것 같네.

 

사업 초창기부터 묵묵하게 회사 일을 챙겨주고 있는 한 개발자가

대표님 하시려는 사업은 그런그런 스타트업 수준이 아니라 덩치가 너무 큰데, 투자금이 수천억 들어온다고해도 할 수 있는 사람 뽑는게 더 큰 문제일 것 같아요

라고 하더라.

내 눈에 차는 수준이 높은 건지, 아니면 한국 수준이 너무 심하게 낮은건지.

난 항상 'Stupidest person in the building'인 인생을 살아왔는데, 인재라는게 이렇게 없구나.

"거기서 배우면 어디서 일할 수 있어요?" "배운거는 어디에 쓸 수 있어요?" 라는 질문이나 하는 애들이 인재로 성장할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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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 인력풀이 문제? 교육이 문제? 나라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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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KAIST 최호용 교수님의 부탁으로 기술경영 전공의 ‘CEO세미나’라는 수업에서 강의를 했다. ‘순한 맛’ 강의를 해 달라는 신신당부가 있었지만 결국 ‘매운 맛’이 되어버렸는데, 아무튼 필자는 2시간 동안 외부 강의에 나가면 항상 하던 이야기인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 특히 DS 교육 수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필자가 수업에 쓰는 교재들을 활용해 엉망인 학부 저학년 교육이 고학년 교육도 망치고, 그래서 졸업생 수준도 떨어지고, 그들을 채용하는 기업까지도 엉망이 되는 악순환을 지적한 것이다.

우선 필자가 운영하는 대학의 입학 전 예비교재 중 하나를 띄워놓고, t검정(t-test)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최소한 Z검정(Z-test)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분포함수가 정규분포이냐 Student-t 분포이냐 밖에 없다, 전체 집단에 관한 정보(정확히는 분포함수 정보)의 유무가 분포함수의 차이를 만든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분산’값을 알고 있는지에 따라 t검정과 Z검정을 구분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t검정과 Z검정은 ‘같은 클래스’의 통계 검증 방법이다. 식의 형태는 같은데 ‘분산’이나 ‘표준편차(오차)’ 값만 다르다는 것은 공식에 들어간 직관이 같다는 것을 뜻한다. 단지 목표값(μ)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진 값인가를 따질 때 ‘분산 or ‘표준편차(오차)’를 이용해서 크기 보정 (Scale) 작업을 해 두었을 뿐이다.

여기까지는 아마 제대로 통계학을 공부했다면 학부 1학년이 되기 전부터 알고 있을 상식적인 내용일 것이다.

이미지 오른쪽의 A/B 검정(A/B test) 공식을 보면 분자는 그 둘의 차이이지만, 분모에는 무언가 복잡한 식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모의 식을 평가하기 전, A/B 검정은 두 값의 차이가 유의미한지를 통계적으로 확인하는 검증법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보자.

필자는 이 대목에서 학생들에게 t검정과 A/B 검정도 ‘같은 클래스’라는 필자의 견해를 제시한 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추측해 보라는 질문을 던졌다. 거의 모든 학생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고, 학부 1학년 신입생 한 명만이 정답을 말했다.

Control이 t검정에서는 고정값인 μ, A/B 검정에서는 변동값인 X_2 샘플의 평균으로 설정됐을 뿐, 두 값의 차이가 유의미한지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테스트라는 점은 같기 때문이다. 분모가 다른 것은 두 변수가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각각의 분산이 결합한 값이 합계 분산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합계 분산이 위에서처럼 A, B가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인과관계를 가진다면 회귀분석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공분산 계산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t검정은 A/B 검정의 1변수 전용 특수형 테스트, A/B 검정은 회귀분석의 기초 버전이다. (DNN 마니아라면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회귀분석이 DNN 형태의 입-출력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초인 만큼, 학부 1학년 때 배우는 t검정은 모든 지식의 가장 기본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모두가 다 ‘같은 클래스’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통계 테스트, 통계 계산은 비슷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방식 역시 비슷한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100m 달리기에서 9.71초와 10.71초, 11.71초는 각각 올림픽 메달권, 한국 국가 대표, 동네 달리기 1등 정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친구를 업고 다섯 바퀴를 도는 장난을 치는 경우라면, 1초의 격차는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하우즈만 검정(Hausman test)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필자의 학교에서는 MBA 과정 첫 학기의 수학 및 통계학 수업 6번째 강의에서 가르치는 내용이다. 데이터 사이언스에 있어 필수지식인 내용이기에 초반부에 가르치기로 한 것이지만, 필자가 학부에서 이 내용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학부 2학년, 미국에서는 학부 3학년 때 가르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필자는 이 내용을 접하고 학부 때 왜 이걸 공부하지 않았냐고 자책하기도 했고, 이를 가르쳐 주시지 않았던 교수님들께 불만을 품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불만은 하우즈만 검정이 t검정의 특수 변형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사라졌다. 단지 쓰이는 방식이 달라졌음을 스스로 깨달았다면 되는 문제였는데, 능력이 부족해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번째 페이지 하단의 카이제곱 검정(Chi-square test)은 사실 t검정의 제곱 형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버스로 들어간 값은 루트로 들어간 분산 값의 제곱이고, 전치행렬(Transpose)과의 곱이 들어간 부분은 말 그대로 벡터 곱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수학식을 근본적으로 이해해서 t검정과 A/B 검정, t검정과 하우즈만 검정의 차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첫 페이지의 귀무가설(Null Hypothesis)과 대립가설(Alternative Hypothesis)을 설정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어떤 특정 변수가 내생성(endogenous)을 지녀 계산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래서 IV 같은 대체 계산법을 활용하지 않으면 계산 값이 무의미한 것인지) 아니면 변수가 외생적(exogenous)이어서 이런 점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지를 검증하는 작업인데 수식으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수식을 도출하기 위한 현실을 봐야 한다.

20층짜리 대형 건물을 쓰고 있는 큰 기업 건물의 1층에 카페가 있는데, 비싼 커피의 매출액에 ‘직급’이 영향을 줬는지를 따져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특정 직급 이상부터는 회사에서 하루에 커피 X잔을 무료로 제공해 줬을 수도 있고, 소위 말하는 ‘법인 카드 신공’을 발휘할 수 있는 직급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직급 문제 때문에 가격 - 연봉 간 상관관계를 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적절한 중간 계산을 이용해 방해 요소를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데이터만 잘 정리되어 있으면 SPSS 같은 툴에서 버튼 몇 번만 클릭하면 단번에 해결할 수 있고, 파이썬이니 R이니 하는 코드를 돌린다고 해도 라이브러리가 충분한 만큼 코드 몇 줄만 돌리면 끝나는 간단한 고민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어떤 IV를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고,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식이다. (DNN 마니아는 여기에서도 DNN만 쓰면 인공지능이 ‘마법의 해결책’을 찾는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는 중심성(Centrality)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키워드 네트워크(Keyword network)와 생키 다이어그램(Sankey diagram)을 제시했다.

오른쪽의 생키 다이어그램은 시작부터 종료 지점까지 어떤 선택을 거쳤는지에 기반해 자료를 재정리한 뒤 그래프로 표현한 것인데,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들의 최종 선택 결과는 앞서 언급한 A/B 검정을 활용해 효과 검증을 하는 데 쓸 수 있다. 수십 개의 A/B 검정을 단계별로 묶어 연속적으로 수행한다면 효과적으로 복합 가설을 검증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왼쪽의 키워드 네트워크는 현재 필자 회사 산하의 인터넷 언론사에서 활용하는 그래프이기도 한데, Eigen Centrality 개념이 활용됐으며 인터넷의 여론이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떤 키워드와 연관되어 소비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때 유용하다. 그렇지만 해석 시점에는 결국 A/B 검정과 같은 접근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두 키워드의 거리가 너무 먼 것은 아닌지, 어느 정도를 유의미하게 ‘떨어진’ 상태로 볼 수 있을지, 어떤 키워드가 다른 키워드를 ‘잡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 쓴다.

사실 이 두 예시는 조금 수준이 높을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하우즈만 검정은 (적어도 필자의 기준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역량을 판단하는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효과적인 ‘추상화’로 현실의 문제를 잘 잡아낸 통계 검증을 만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1차 모멘트밖에 보지 못하는 공학도들은 어이없게도 캐글(Kaggle) 순위표만 보고 있다.

필자는 석사 이후 경제학계를 떠났지만, 이 하우즈만 검정에 평생을 바치는, 미시 실증분석 연구자들도 꽤 많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매출액이나 데이터 사이언스와 관련된 외주 프로젝트를 맡기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DNN 말고는 통계학 지식이 전혀 없는 공대 교수나 개발자가 아니라 대학에서 응용 미시를 연구하는 교수를 찾아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컴퓨터 신’이 뱉어내는 쓸모없는 값을 위해 엄청난 하드웨어 구매 예산을 요청하는 DNN 마니아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잘못된 인재가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교육이라고 지적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박사생 시절, 우연히 본 논문이 박사 Job market paper(박사 과정을 졸업하면서 명문대 교수가 되기 위해 좋은 논문을 뽑아 여기저기 돌리는 논문을 뜻한다)인 것 같아서 저자 이름을 검색해 본 적이 있다. 역시 그분은 시카고 대학 교수였는데, 구글 검색 결과에 같이 뜨길래 들어가 본 강의 후기는 수업을 너무 대충 한다는 불만으로 가득했다. 아마 그 교수의 흥미 포인트, 승진 포인트, 명성 포인트에 반영되는 건 강의 따위가 아니라 연구여서 그랬을 것이다. 사실 필자는 그걸 보고 ‘나는 Best TA of the Year 상을 두 번이나 받았으니 강의에 있어서는 저 슈퍼 천재보다 낫다’라고 좋아했었는데, 요즘 들어 학부 때 정말 좋은 교수님께 하우즈만 검정의 ‘진정한 함의’를 배울 수 있었다면 굳이 투자은행에 가겠다고 4학년을 날렸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우리나라 명문대 학생들이 제대로 배웠다면, 이렇게 DNN 마니아가 양산되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학원에서 코딩이나 배우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데이터 사이언스 업계가 ‘공돌이’로 오염되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 학교의 TA조차 무시하는, 자칭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대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SNS에서 오피니언 리더 행세를 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로보 어드바이저만 있으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주식 투자를 해 줍니다’라는 사기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 형성됐을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교수들이 그렇게 대충 강의한 게, 정말 그렇게 연구가 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마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어디 정부 프로젝트, 기업 프로젝트 같은 것에만 목을 맸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니, 그 전에 조금만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면 학생들이 울며 도망가니 그냥 포기해 버린 건 아니었을까?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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