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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 밀릴쏘냐" 정부, 26조원 규모 반도체 지원 방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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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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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26일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 방안 발표
대기업 과잉 혜택 경계하던 야당도 '100조원' 지원책 제시
美·中·EU 등 주요국 반도체 지원사격 의식했나
chips 20240627

정부가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내놨다. 해외 주요국 정부들이 반도체 부문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이 과열된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도 반도체 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제공하는, 이른바 'K-칩스법'을 필두로 지원사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의 반도체 생태계 지원 방안

26일 기획재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6조원 규모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정책금융과 세액 공제를 강화하고, 인프라 확보·연구개발(R&D) 등을 적극 지원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이번 지원안의 골자다. 지원 대상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제조시설 등 반도체 전 분야에서 국내에 새롭게 투자하려는 기업이다.

업계의 이목은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금융·펀드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산업은행에 최대 2조원의 출자를 추진한다. 현금과 현물을 최대 1조원씩 출자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산은에 자본을 투입하면 산은은 산업금융채권 등을 발행해 추가 대출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출자를 통해 반도체 기업들에 총 17조 원의 저리 대출을 지원할 예정으로, 차후 일반 산은 대출 대비 0.8~1%포인트 낮은 금리에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오는 2027년까지 최대 8,000억원을 신규 조성해 총 1조1,000억원 규모까지 확대한다. 해당 펀드를 활용해 반도체 소부장 분야 기업 및 스케일업과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우선 내년까지 3,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며, 다음 달부터 소부장 및 팹리스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지분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K-칩스법'으로 힘 싣는 야당

야당 역시 반도체 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K-칩스법을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은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지원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반도체특별법을 각각 발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반도체 기술에 대한 시설 투자와 R&D 세액공제 비율을 각각 10% 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반도체 투자세액의 25%, 반도체 R&D 세액의 40%를 공제받을 수 있으며, 중소기업은 투자세액의 35%, R&D 세액의 50%까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법안에는 인공지능(AI), 클라우딩 컴퓨팅 분야를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더해 야당은 별도의 반도체특별법에서 ‘국가반도체위원회’를 설치해 정부·업계·학계가 종합적인 반도체 정책을 설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 대체로 공감대가 있는 법안”이라며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다면 신속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혜택 제공, 세수 감소 등을 우려하던 야당이 입장을 바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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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머니게임' 벌이는 주요국

이처럼 정치권이 반도체 사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최근 주요국 사이에서 벌어진 '반도체 투자 경쟁'과 무관치 않다. 최근 반도체 산업 경쟁 구도는 기업 간 경쟁에서 국가 클러스터 간 '대항전'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역시 유사한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일례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반도체 지원법 제정을 통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약 54조원), R&D 지원금 132억 달러(약 18조원)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2조원)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보조금 전쟁의 최전선에 선 국가다. EU 역시 지난해 9월 반도체법을 본격 시행, 반도체 산업 지원에 총 430억 유로(약 64조원)를 동원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중국 역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래 10∼30%에 머물고 있는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대기금)를 필두로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각 지방 정부 역시 관내 반도체 기업의 시설 투자부터 R&D, 운영 등 다방면에서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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