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日 전력 수급 경고등, 원전 부활만으로는 역부족
[딥폴리시] 日 전력 수급 경고등, 원전 부활만으로는 역부족
입력
수정
전력 예비율 급락 경고, 여름 수급 불안 현실화 원전 확대 정책과 실제 전력 공급 능력 간 괴리 심화 단기 대응 역량 강화 없인 에너지 안보 취약 지속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악의 기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올해 8월 도쿄의 예비 전력률은 0.9%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이는 폭염과 설비 고장, 연료 수급 압박이 동시에 겹칠 때 전력 여유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동 정세 불안과 당장 다가온 여름 수요는 이런 장기 계획과 괴리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재가동을 당장의 해법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원전은 향후 전원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수급 부담 상황에서 전력 시스템을 즉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에너지 안보와 ‘원전 부활’의 괴리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원전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에 더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증설, 전기차 확산이 겹치며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원전이 주요 전원으로 다시 부각된다. 연료를 장전하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고, 탄소 배출이 적어 기저 전원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다. 일본 정부가 ‘제7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40년 원전 비중 20% 목표를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계획과 거리가 크다. 2023년 기준 원전 발전 비중은 8.5% 수준에 그친다. 가동 중인 원자로는 14기에 불과하고, 24기는 폐로가 예정돼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10년이 넘었지만 지역 사회의 불신과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도쿄 전력 공급의 핵심인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역시 재가동 과정에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니가타현 주민의 약 70%가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불안을 나타냈다. 이처럼 원전 재가동은 기술 문제를 넘어 지역 합의와 정치·법적 변수까지 맞물린 과제다.

생존과 직결된 전력, 의료·복지·관광 산업 부담 확대
전력 수급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일본의 폭염 관련 구급 출동 건수는 2024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환경성은 ‘특별 폭염 경보’를 도입해 폭염을 재난 관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전력 정책에서도 단기 대응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폭염을 버틸 수 있는 전력 여유가 충분한지가 핵심이다. 전력 예비율이 낮아질 경우 병원과 요양시설, 학교 등 필수 시설의 운영 부담이 커지고, 이는 취약계층의 건강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영향도 맞물린다.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이 4,0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서비스 산업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관광객은 발전 구조를 따지지 않지만, 냉방 유지와 열차·공항의 정상 운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이로 인해 전력 불안으로 요금이 오르거나 운영이 제한될 경우 관광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에너지 안보 문제는 산업 경쟁력과도 직접 연결된다.

실효적 에너지 전략으로의 전환
전력 수급 불안과 전망치 간 격차를 고려할 때 정책 당국은 수치에 기반한 대응으로 방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일본전력운영추진기구(OCCTO)는 2025년 예비율을 11%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에너지경제연구소 등 전문가들이 제기한 ‘0.9% 시나리오’ 역시 함께 검토해야 한다. 두 전망 간 격차는 정책 논의가 ‘원전 찬반’ 구도에 머물러서는 실질적인 해법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원전 정책 역시 현실에 맞춘 접근이 요구된다. 안전성이 확인된 설비는 재가동을 추진하되 이를 단기 해법으로 강조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 안정화와 저장 능력 확충,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입 확대, 지역 간 전력망 연계 강화, 수요관리(DR) 확대 등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건물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와 비상 전력 확보 체계 구축도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일본 에너지 정책의 성패는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빠르게 좁히느냐에 달려 있다. 에너지 안보는 특정 기술 하나에 의존하는 구조로 유지되기 어렵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원전을 미래 전원으로 활용하려는 방향은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2040년 청사진’에 기대어 당장의 여름 전력 부담을 해결하려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대응 시기를 놓칠 경우 부담은 시민 안전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 따라서 냉방과 교통·의료 체계의 안정적 운영을 확보하는 과제가 지금 일본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로 제시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apan Energy Security and the Nuclear Buffer That Cannot Arrive in Tim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