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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호르무즈 개방·종전만" 경제·외교 압박에 짓눌리는 트럼프, 새 협상안 응할까

"우선 호르무즈 개방·종전만" 경제·외교 압박에 짓눌리는 트럼프, 새 협상안 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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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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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기화하는 전쟁으로 경제적 리스크 가중
유럽·아시아 동맹국들과의 협력 관계에도 '균열'
이란, 핵 프로그램 논의 제외한 협상안 美에 전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재차 이란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 협상을 별도 단계에서 진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상안을 제시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둘러싼 경제·외교적 리스크를 고려해 이에 응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대로 양국의 종전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 이란의 정권 교체라는 본질적인 목표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美 전쟁 지속 가능성 '의문'

27일(이하 현지시각) 헨리 엔셔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아랍권 민영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라고 단언했다. 핵 프로그램 관련 문제를 장기 과제로 분류해 별도의 타임라인에서 논의하고, 경제적 파급력이 즉각적인 해상 무역로 정상화가 최우선 순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무조건 개방이 이란의 전략적 승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 경제가 입고 있는 피해를 고려하면 미 정부로서는 이를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역시 최근 유사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X(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호르무즈 해협 △바브 엘 만데브 해협 △주요 석유 파이프라인 등 결정적인 수단을 쥐고 있는 반면, 미국의 대응 수단은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이미 전략 석유 비축량(SPR)을 방출하고 수요 관리 조치를 시행하는 등 보유한 카드를 대부분 소진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여름휴가철 에너지 수요 급증 흐름도 언급됐다. 칼리바프 의장은 "미국인들의 휴가를 취소할 생각이 없다면 (유가 상승 등) 경제적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휴가를 보장받으려면 방정식 우측에 '여름휴가'라는 추가 변수를 놓고 대가를 계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미국의 전쟁이 '계획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평가는 국제사회 곳곳에서 제기되는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8일 서부 독일 자우어란트 지역의 한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이 전쟁에 아무 전략 없이 들어갔고, 협상에서도 설득력 있는 전략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란은 협상을 매우 능숙하게 하고 있거나 아예 협상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하나의 국가가 이란 지도부에 의해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전쟁이 중동 지역을 넘어 글로벌 안보와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흔들리는 미국 주도 동맹

이에 더해 미국이 전쟁 과정에서 치른 '외교적 비용'도 종전 압박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아시아 동맹국들의 전통적인 협력 관계에 금이 간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도중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내 군사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국들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줄줄이 선을 그었다. 영국은 “법적 근거와 명확한 전략 없이 병력 파병은 없다”며 사실상 참전을 거부했고, 독일은 해당 충돌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전쟁이 아니라고 규정하며 해군 파견 요청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역시 미국의 작전 수행을 위한 기지·영공 사용을 제한하며 미국의 지원 요청을 사실상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 정치권은 미국이 NATO 동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며 비판을 쏟아냈고,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이 더 이상 동맹국이 아닌 ‘위협’이라는 인식까지 확산했다. 이 밖에도 한국, 호주 등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거부하거나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불참을 선택했고, 일본은 자위대 파견에 대한 자국 내 반대 여론을 근거로 군사 개입을 피했다.

이번 전쟁이 아시아와 유럽에 막대한 경제적 충격을 안겼다는 점도 문제다. 다수의 아시아 국가는 전쟁의 여파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에너지를 수급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0%, 천연가스 20% 이상이 지나가는 핵심 에너지 운송로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반되는 중동산 에너지를 대거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원유의 절반가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조달한다. 이밖에 태국·필리핀·싱가포르 등 순에너지 수입국도 위기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유럽연합(EU) 역시 전체 에너지의 58%(2023년 기준)를 역외 수입에 의존해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채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이번 전쟁은 EU 에너지 공급망에 막대한 충격으로 작용했다. 이는 재정난에 빠져 정부 구제책을 내놓기 어려운 유럽권 국가들에 있어 뼈아픈 악재다. EU는 현 사태가 재정 위기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원국들에 에너지 보조금 지급을 최소화하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상태다.

종전 협상 타결 가능성 부각돼

이런 가운데 이란은 미국을 향해 '타협안'을 제시하며 종전 협상에 재차 속도를 내는 추세다. 27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새로운 협상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제안의 핵심은 먼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고 전쟁을 끝낸 뒤, 공회전하고 있는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을 별도 단계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앞서 파키스탄·이집트·튀르키예·카타르 중재국 대표들에게 이란 지도부 내에서 미국의 핵 요구에 어떻게 응해야 할지 내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란에 최소 10년의 우라늄 농축 중단과 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을 요구 중이다.

외신들 사이에서는 양국 간 이견이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CNN은 27일 중재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막후에서 양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이어지는 중이며, 현재 논의가 단계적 절차에 집중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잠정 합의안의 첫 단계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내놓은 "이란이 주장하는 해협 개방이 사실상 '통제된 통항'에 가깝고, 미국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지적과는 배치되는 분석이다.

다만 이대로 종전 협상이 성사될 경우 미국은 본질적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중동에서 물러나게 된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은 공식적으로 핵·미사일 능력 제거가 목표였지만, 사실상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제거와 체제 약화를 통한 정권 교체 시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로도 이란의 권력 구조는 무너지지 않고 재편된 형태로 유지되고 있으며, 내부적인 체제 결속 역시 강화되기 시작했다. 일부 이란 국민 사이에서는 숨진 하메네이를 상징적 존재로 받아들이며 '순교자'처럼 기리는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전쟁이 종식되고 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이 같은 상황을 바로잡을 명분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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