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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K팝 산업, 이제는 '미래' 찾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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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팝 음반 판매량, 전년 대비 19.4% 감소
핵심 아티스트 부재·과열된 팬덤 문화 등 구조적 문제 쌓여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실적도 줄줄이 악화
하이브의 K팝 아티스트 BTS(방탄소년단)/사진=하이브

K팝 산업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되며 음반 판매, 수출 등이 줄줄이 위축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K팝 산업이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신성장 동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팝 음반 판매, 10년 만에 줄었다

7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최근 곳곳에서 K팝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K팝 음반 판매량이 10년 만에 감소 전환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차트인 써클차트에 의하면 지난해 K팝 음반 판매량은 9,328만 장으로 전년(1억1,578만 장) 대비 19.4% 줄었다. '음반 1억 장 시대'가 단 1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1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밀리언셀러' 역시 24팀으로 전년도(26팀) 대비 2팀 줄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음반 판매량만으로 위기설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평이 나온다. 상당수의 엔터테인먼트사가 음반 판매량 감소를 오프라인 공연 확대로 상쇄하고, 신인 아티스트 확충에 힘을 쏟으며 수익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K팝은 아티스트 이슈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단편적인 사례만으로 산업 전체가 위기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OTT의 영향력이 지배하는 영상 분야와 달리, K팝 산업은 IP(지식재산권) 활용이 쉬워 타 미디어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사들의 공격적인 신인 발굴과 이들의 빨라진 성장 속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팝 산업에 드리운 그림자

그러나 일각에서는 곳곳에서 '침체'의 조짐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낙관적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팝 시장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여럿 남아 있다는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해외 시장에서 K팝 산업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의 K팝 음반 수출액(수리일 기준·HS 코드 8523.49.1040)은 8,978만5,000달러(약 1,300억원)로 전년도 대비 24.7% 감소했다. 미국(0.4% 증가), 캐나다(0.6% 증가) 등 미주는 사실상 답보 상태였으며, 네덜란드(35.4% 감소), 프랑스(17.2% 감소), 영국(15.7% 감소) 등 유럽에서도 수출액이 급감했다. 아시아권에서도 대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 감소 흐름이 두드러졌다.

K팝의 전성기를 견인한 BTS(방탄소년단)와 블랙핑크의 뒤를 이을 아티스트가 없다는 점도 악재다. 한 시장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K팝이 해외로 뻗어나가면서 콘셉트나 음악이 전부 서구 팬들을 겨냥하는 쪽으로 바꿨는데, 해당 시장을 집중적으로 노리던 두 팀(BTS, 블랙핑크)의 부재로 낙수 효과가 줄어들었다"며 "북미나 유럽 시장에서는 아직 BTS와 블랙핑크를 대체할 만한 그룹이 없다"고 진단했다.

K팝 산업 성장의 주축으로 꼽혔던 팬덤(연예인 등 특정 인물이나 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몰입하는 사람 또는 무리) 문화는 시장을 갉아먹는 '독'으로 전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초동(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아티스트의 인기와 성장을 증명해 주는 지표가 되며 팬들이 과도한 소비를 요구받고 있다"며 "앨범에 랜덤하게 수록되는 포토카드, 이벤트 응모권 등 팬덤 수요에 치중한 기형적 마케팅도 피로감을 더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K팝 아티스트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SM·YG·하이브, 나란히 수익성 악화

K팝 산업의 최전선에 서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실적 역시 예전 같지 못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9,899억원, 영업이익은 875억원에 그쳤다. 이는 기존 예상치(매출 1조1,800억원, 영업이익 1,600억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별도 기준 매출은 6,641억원, 영업이익은 1,122억원으로, 이 역시 전망치(매출 7,030억원, 영업이익 1,430억원)를 하회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실적 악화 끝에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88% 감소한 3,649억원에 불과했으며, 영업손실액은 -20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200억원으로 73.98% 감소했다. 캐시카우로 꼽히던 블랙핑크가 YG로부터 등을 돌린 가운데, 뒤를 이을 신인 아티스트들의 인기가 상승 궤도에 오르지 못하며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BTS가 자리를 비운 하이브 역시 수익성 악화 흐름을 피해 가지 못했다. 하이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2,54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1,848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급감했다.

K팝 시장의 중심축들이 줄줄이 휘청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K팝 산업이 한시라도 빨리 전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론에 휩쓸려 절망하기보다는, 자금 기반이 충분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등을 중심으로 위태로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성공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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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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