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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품시장 쇠퇴 가속화, 중국인 지갑 닫자 매장 폐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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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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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럭셔리 브랜드 '중국 쇼크'
지난해 中 명품 판매 18~20% 감소
중국 소비 경제 위축에 직격탄
사진=LVMH

글로벌 명품 소매업체들이 주요 도시 고급 쇼핑몰에서 매장을 잇달아 폐쇄하며 중국 시장 철수를 가속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업계는 중국 시장 비율이 30% 안팎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컸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실적 부진을 호소하는 양상이다.

명품 업체들, 중국 시장 철수

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프랑스 케링그룹은 지난달 상하이의 랜드마크 징안사 근처 릴 백화점과 난징루의 신세계 다이마루 매장에서 10년 넘게 운영해 온 구찌 매장 두 곳을 폐쇄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에서 2년간 운영하던 매장을 접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분기에도 루이비통, 샤넬, 티파니앤코, 불가리 등 명품 소매업체들이 매장을 폐쇄했다.

케링그룹이나 LVMH 같은 명품 기업들은 그간 중국의 명품 수요를 잡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중국 시장에 쏟아부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사이 중국의 명품시장은 4배 이상 급성장해 660억 달러(약 95조7,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앞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명품업계를 먹여살린 것도 중국이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미국 내 명품 매출이 22%나 줄어든 반면, 중국 매출은 2020년에 전년 대비 48%, 2021년에 36% 늘어났다. 특히 LVMH는 코로나 시기 중국인들이 지갑을 활짝 열면서 급성장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이때 자산이 세 배 가까이 늘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놓고 다툴 수 있었다.

경기 침체에 지갑 닫은 중국 소비자들

그러나 최근 명품 매장에 부는 찬바람은 매섭다. LVMH는 지난해 4분기 중국을 포함한 지역의 매출이 16% 감소했다고 보고했고, 케링그룹은 지난해 연간 수익이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시계의 대중국 수출도 반토막이 됐으며, 화장품 업체 로레알은 지난해 4분기 북아시아 매출이 6.5% 줄어들었다.

제냐·톰 브라운 등을 보유한 에르메네질도 제냐도 잇따라 중국발 소비 부진에 마이너스 실적을 발표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지난해 3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8% 급감했다. 이와 관련해 모닝스타의 선임 주식 애널리스트 옐레나 소콜로바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중국 본토에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이는 국내 소비자 심리 침체뿐만 아니라 중국인의 해외 쇼핑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 매출이 압도적인 아시아 시장에서 코로나 이후까지 이어진 흥청망청 쓰는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고 짚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 4.6%를 기록했다.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고 취업난과 저임금, 소비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겹쳤다. 특히 그동안 명품 소비의 중심에 있던 중국 밀레니얼, Z세대 등 젊은 세대가 직격탄을 맞았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코는 1월 보고서에서 국내 지출 약화와 해외 쇼핑 증가로 지난해 중국의 명품 판매가 18~20%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보석과 시계는 소비자들이 가치 보존 자산으로 선호도를 옮기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일단 살고 보자" 줄줄이 가격 인하

명품 업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만 바라보자니 상황이 여의치 않고, 중국의 대안을 찾자니 중국만큼 구매력이 큰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럭셔리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중국 시장의 영업 부진 충격에 대해 생산 감소와 가격 할인으로 대응해 왔다. 오메가 티쏘 시계로 유명한 스와치는 주력 시장인 중국 매출이 줄어들자 생산을 20%~ 30% 줄였고 베르사체, 버버리 등 일부 명품 브랜드는 판매 촉진을 위해 중국 내 일부 제품 판매가격을 50%까지 할인하기도 했다. 또한 케링그룹도 생로랑의 상당수 중국 판매 제품에 대해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명품 브랜드의 중국 내 할인 경쟁은 전자상거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까지 확전됐다. 일각에서 이러다 디올 백이 할인마트 매장에 진열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알리바바 플랫폼에서는 모지에 브랜드의 핸드백 의류 신발 등이 50% 싸게 팔리고, 보테가베네타 브랜드는 24개월 무이자 할부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럭셔리 명품 제품의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되면서 시장은 갈수록 더 움츠러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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