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토큰화 금융거래, 속도는 빨라졌지만 비용 절감 효과는 미지수
Input
Modified
토큰화 레포 거래 성장 둔화에 효율성 논란 즉시 결제로 차액결제 이점 상실 및 유동성 부담 증가 중앙은행 결제망 도입에도 실질적 경제성 입증 과제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플랫폼인 브로드리지 DLR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말 3,840억 달러(약 509조원)로 2024년 동기 대비 490% 급증했다. 월간 거래액은 9조 달러(약 1경1,942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7월 하루 평균 거래액은 3,650억 달러(약 484조원)로 줄었고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28%에 그쳤다. 이처럼 토큰화 기술이 단기금융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된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비용 대비 효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분산원장을 활용하면 거래를 즉시 결제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금융기관이 여러 플랫폼에 현금과 담보를 미리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중앙은행의 단기금리 조절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통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 토큰화
그동안 토큰화 기술은 주로 비트코인 투기와 탈중앙화금융(DeFi) 등 전통 금융시장의 주변부에서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채와 레포 등 기존 금융상품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토큰화된 미국 국채 규모는 지난해 초 40억 달러(약 5조원)에서 올해 3월 말 129억9,000만 달러(약 17조원)로 급증했다. 블랙록의 BUIDL과 프랭클린템플턴의 BENJI가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단기 자금조달 수단인 레포 시장에서도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에 따르면 2017~2025년 공개된 DLT 기반 레포 거래 사례는 총 34건으로 대부분 2024년에 집중됐다. 상당수는 시험·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렀지만, 브로드리지 DLR과 JP모건 키넥시스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상업 거래가 이뤄졌다.
민간 금융시장에서 토큰화 활용이 늘어나면서 중앙은행도 관련 금융상품을 기존 금융체계에 편입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유로시스템은 올해 3월 30일부터 DLT를 활용하는 중앙예탁기관(CSD)이 발행한 시장성 증권을 신용공여 담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다만 담보 인정 대상은 유럽 증권결제 플랫폼인 T2S를 통해 결제되는 증권으로 한정된다. DLT 네트워크에서만 발행·결제되는 증권은 여전히 담보 인정 대상에서 제외되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들 증권의 수용 여부와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담보 인정 범위 확대에 이어 중앙은행의 직접 투자도 추진되고 있다. ECB는 지난달 21일 자체 운용자금 일부를 토큰화 증권에 투자하기 위한 추가 준비 작업을 발표했다. 투자 대상은 주로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다. 토큰화 증권이 기존 금융시장의 담보와 투자자산으로 편입되면서 관련 플랫폼의 결제 방식과 운영상 제약도 전통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디지털 자산시장의 자금 흐름이 기존 금융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도 나타났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3,016억5,000만 달러(약 400조원)에 달했으며, 발행사들은 상당한 규모의 미국 단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거래 속도 향상에도 유동성 부담 증가
분산원장 기반 결제의 가장 큰 장점은 거래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 인도와 대금 지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 방식을 통해 대금을 받지 못한 채 증권만 넘겨주는 위험을 없앨 수 있다. 시간대나 영업일과 관계없이 수초 내에 거래가 완료돼 금융기관의 해외 담보 이동도 결제 시스템 운영시간의 제약에서도 벗어난다. ICMA는 이러한 기술이 담보·증거금 관리와 몇 시간 단위로 자금을 빌리는 일중 레포(Intraday Repo) 거래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거래마다 즉시 결제가 이뤄지면 기존 금융시스템의 핵심 기능인 차액결제의 이점을 잃게 된다. 차액결제는 여러 거래에서 발생한 지급액과 수취액을 상계해 실제 주고받아야 할 금액을 줄이는 방식이다. 미국 예탁결제청산공사(DTCC) 산하 전국증권청산공사(NSCC)는 2024년 하루 평균 2조2,000억 달러(약 2,919조원) 규모의 거래를 최종 현금 결제액 335억 달러(약 44조원)로 줄였다. 전체 거래액의 약 98%를 상계한 셈이다.
반면 거래를 건별로 즉시 결제하면 동일한 거래량을 처리하는 데 약 65배 많은 현금이 필요하다. DTCC 역시 실시간 결제 방식에서는 차액결제의 효과가 사라져 수조 달러 규모의 현금과 증권을 하루 종일 이동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금융시스템과 토큰화 플랫폼이 병행되는 전환기에는 은행의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면 동일한 자금을 하루 동안 여러 거래에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거래 상대방이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플랫폼 간 자금 이동이 원활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현재는 이러한 연계가 제한적이어서 결제 속도 향상에 따른 유동성 절감 효과를 충분히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장 분절화와 구조적 장애 요인
이처럼 토큰화 기술의 유동성 절감 효과를 높이려면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이를 실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유로시스템이 채권시장접촉그룹(BMCG)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은행과 기관투자자, 국채관리기관 등 시장 참여자들은 토큰화 기술이 증권 발행·결제·거래의 주류로 자리 잡기까지 5~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도 복합적이다. 널리 통용되는 토큰화 현금 결제수단이 없는 데다 기존 금융시스템과 DLT 플랫폼 간 자금 이동에는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토큰화 채권의 유통시장 유동성이 부족하고 관련 법률과 국제표준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플랫폼이 별도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며 동일한 증권이라도 거래 플랫폼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시장 분절화는 기술 자체의 구조적 특성에서도 비롯된다. BIS는 올해 3월 발표한 연구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분절화가 탈중앙화 합의 방식에서 발생하는 만큼 시장이 성숙하더라도 해소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블록체인 거래를 검증하고 원장을 유지하는 참여자에게 보상을 지급해야 하는데, 합의 기준이 엄격할수록 보상 비용도 늘어난다. 이러한 비용이 네트워크 이용 수수료에 반영되면 이용자들은 비용이 저렴하고 검증 기준이 느슨한 다른 블록체인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거래가 여러 네트워크로 분산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대형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허가형 분산원장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참여자를 제한해 일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금융기관이나 플랫폼 운영사마다 독자적인 거래망과 운영 규칙을 구축하면서 시장 분절화가 심화된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이 두 플랫폼에서 거래하려면 각각에 현금과 담보를 미리 예치해야 하므로 필요한 유동성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 더욱이 기존 거래액 통계에는 실제 거래에 사용된 자금만 반영될 뿐 사전에 묶어둔 현금과 담보 규모는 드러나지 않아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파악하기 어렵다.

통화정책 전달체계에 대한 위협
토큰화 시장의 분절화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조정해 단기시장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도하지만, 토큰화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는 이와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시장규제법(MiCA)과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보유자에게 직접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스테이킹 보상이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투자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은 가능하다. 이로 인해 토큰화 MMF와 기존 채권을 토큰화한 상품의 수익률은 대체로 단기시장금리를 따르지만, DeFi 시장의 스테이블코인 대출금리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ECB가 올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대출금리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를 크게 웃돌거나 밑도는 현상이 반복됐다. 지난해 7월 탈중앙화 대출 플랫폼 에이브(Aave)에 도입된 서클의 유로화 스테이블코인 EURC에서도 ECB 예금금리와 유사한 괴리가 나타났다.
이러한 금리 차이는 기존 금융시장과 DeFi 시장 간 자금 이동에 높은 비용이 발생하는 데서 비롯된다. 두 시장 사이에서 자금을 옮기려면 세금 부담과 고객확인(KYC) 절차를 거쳐야 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중앙은행 지급준비금과 액면가로 교환할 수도 없다. 특히 투자자들이 암호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레버리지 투자를 확대하면 대출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보다 암호자산 시장의 위험선호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 DeFi 시장은 기존 단기금융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아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도매 레포 거래의 상당 부분이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DLT 플랫폼으로 이동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 금융시장과 토큰화 시장 간 차익거래에 높은 비용이 발생하면서 서로 다른 단기금리 체계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조정 효과가 토큰화 시장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 화폐 도입에도 효율성 검증 과제
토큰화 금융시장의 분절화와 통화정책 영향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로시스템은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출범한 '폰테스(Pontes)'는 토큰화 자산의 도매금융 거래를 중앙은행 화폐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출범 첫날 도이체방크와 산탄데르, 소시에테제네랄 등 은행과 공공 금융기관을 포함한 13개 기관이 연결을 완료했으며, DLT 플랫폼 운영사 4곳도 참여했다. ECB는 운영시간 연장과 기능 확대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2028년까지 시스템을 전면 구축할 계획이다. 덴마크 중앙은행 등이 참여하는 '아피아(Appia)' 이니셔티브도 같은 해까지 토큰화 증권을 중앙은행 화폐로 결제하는 단일 유럽 금융 생태계의 청사진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시장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한 전환 기간이 5~10년에 달하는 만큼 기존 금융시스템과 토큰화 플랫폼이 상당 기간 병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추가 유동성 확보 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토큰화 기술의 경쟁력은 결제 속도 향상에 따른 편익이 추가 유동성 확보 비용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기존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차액결제를 통해 실제 현금 결제액을 약 98% 줄이고 있지만, 토큰화 거래는 사전에 확보해야 하는 현금과 담보 규모조차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폰테스를 통해 실제 유동성 부담과 절감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향후 토큰화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okenization and Market Plumbing: Is the Efficiency Gain Worth the Cost?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