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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속도 내던 플랫폼법, 한미 무역 합의 위반 소지 지적에 ‘일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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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DMA와 유사, 3년마다 ‘독점’ 여부 재검토
구글·애플 지정 유력에 美 경제단체 유감 표명
원활한 입법 위해선 규제 정당성 확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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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업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제정을 강행하겠단 의지를 내보인 가운데, 적용 대상 기업을 3년마다 검토 및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플랫폼의 영향력도 달라지는 만큼 규제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달 초 플랫폼법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기적 재검토로 규제 정당성 확보 나선다

31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플랫폼법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된 사업자가 대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등을 3년마다 재확인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특정 시점에 따라 늘거나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다. 나아가 규제 대상 플랫폼이 적극적인 구조적 조치 등을 통해 독점력을 해소할 경우 규제를 완화해 시장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 또한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되는 플랫폼법은 정부가 사전 지정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자사우대 △끼워 팔기 △멀티 호밍(다수의 IP 주소를 사용해 다중 접속을 유지하는 기술)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 4대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독점 사업자 여부 검토 주기를 최대 3년으로 제시한 배경에는 거대 플랫폼들이 구축한 시장 지배력이 단기간 내 훼손되기 어렵다는 점과 해당 사업자들의 관련 서류 구비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회계장부 내 공정자산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출하는 수준에 그치는 대기업집단 지정과 달리 플랫폼법 규제 대상 지정 및 해제는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이용자 규모 등 각종 정량·정성 지표를 구비해야 하는 탓에 사업자의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 추진에 앞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참고했다는 점도 3년 주기 재지정설에 힘을 보탠다. 올해 3월 시행을 앞둔 EU의 DMA는 ‘게이트키퍼(Gate keeper)라 불리는 독점 사업자가 △월간 이용자 4,500만 명 △연 매출 75억 유로(약 10조8,200억원) △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8조원) 등 일정한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최소 3년에 한 번 검토하도록 명시했다.

공정위는 이르면 2월 초 플랫폼법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입법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플랫폼 옥죄기”라는 지적과 함께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실제 입법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지정이 유력한 플랫폼으로는 구글과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4개 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美 상공회의소 “시장 경쟁 저해는 물론, 무역 합의에도 어긋나”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이와 같은 움직임을 업계와 미국 경제단체의 거센 반발에 대응하는 일종의 완화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29일(현지 시각) 미국 상공회의소가 한국이 플랫폼법을 추진하는 데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하며 해당 법안의 결함을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상공회의소는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듯 보이는 한국에 대해 깊은 우려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프리먼 부회장은 우리 정부의 플랫폼 규제가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비롯해 정부 간 무역 합의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정부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신중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미 상공회의소는 한국 정부가 법안 전체 조문을 공개하고, 미국 정부 등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단체가 국내 플랫폼법 제정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국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애플이 규제 대상인 지배적 사업자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관계 부처 간 협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정부가 마련한 법안의 내용을 공개하고 미 정부 및 기업 등 외부 의견을 수렴해 입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국 상공회의소 측의 성명은 국내 플랫폼법 추진 자체에 반대하려는 취지가 아닌, 입법 추진 과정에 충분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입법 전 국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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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잡아라” K-팹리스 기업에 연이은 뭉칫돈, 슬그머니 고개 드는 비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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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 등, 주력 제품 앞세워 대규모 투자 유치
글로벌 팹리스 시장 내 韓 기업 점유율 1% 미만
“‘파두 사태’ 잊었나, 기술 검증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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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벨리온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에서 유독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분야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전 세계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짙게 작용한 가운데, 지나친 낙관론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글로벌 공략 나서는 K-팹리스

31일 업계에 따르면 AI 반도체 설계 기업 리벨리온은 최근 1,65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에서 인정받은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8,800억원으로 1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2,800억원이다. 투자에는 KT, KT클라우드, 신한벤처투자, KDB산업은행 등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특히 KT, KT클라우드, 신한벤처투자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리벨리온과의 협업 관계를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와 공동개발 중인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초거대언어모델(LLM) 특화 반도체 리벨은 로직과 레이아웃 설계, 검증에 이르는 개발 전 과정을 삼성전자와 함께했으며,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진행된다.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지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기업으로서 위상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이번 투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로 무대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현재 추진 중인 국내외 비즈니스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벨리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최근 벤처 투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AI 반도체 팹리스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사피온과 또 다른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가 연이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다.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스퀘어가 공동출자 해 2022년 1월 설립한 사피온은 지난해 8월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5,0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사피온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SK 테크 서밋 2023’에서 기존 제품 대비 4배 이상 성능을 고도화한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 ‘X330’을 선보였고, 올해부터 해당 제품의 양산에 돌입한다.

퓨리오사AI는 지난 한 해에만 73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최근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퓨리오사AI가 개발한 AI 컴퓨터 비전 반도체 ‘워보이’는 AI 반도체 기술력 검증 국제대회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텐서코어 GPU T4보다 빠른 속도를 기록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퓨리오사AI는 대만의 컴퓨터 부품 생산업체 에이수스(ASUS)와 협업해 워보이 양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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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시장 연평균 19.9% 성장

이처럼 팹리스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배경에는 생성형 AI 열풍으로 인한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짙게 깔려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연평균 19.9%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861억 달러(약 1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데이터센터향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오랜 시간 시장을 독점해 온 엔비디아를 대체할 기업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엔비디아는 동시 병렬처리 방식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할 수 있는 GPU인 A100과 H100 등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지만, 가격과 공급 양을 수시로 변경하며 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 팹리스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지나치게 많은 기대와 투자금이 몰리는 것에는 우려를 표했다. 팹리스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데다, 만성적인 인력·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단기간의 성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 개발 방해 요소 산적, 지나친 기대 말아야

실제로 국내 팹리스 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기업은 LX세미콘 한 곳에 불과하며,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차지한 점유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이 차지한 점유율 68%와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한 단가 인하 압력이 더해지는 등 기업의 기술 개발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 집중된 인력과 기술력 탓에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이라 불리는 현실도 이같은 우려에 힘을 보탠다. 지난해 6월 정부가 금융권과 힘을 합쳐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팹리스 기술 수준은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등과 비교해 매우 뒤처져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투자 업계에서도 팹리스 기업들의 과대평가를 예의주시하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불러온, 이른바 ‘파두 사태’가 다시금 회자되며 팹리스들의 치솟는 몸값이 ‘뻥튀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부문은 아직 기술 개발이 초기 단계에 불과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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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불안 높아진 제4이통사, "기업 띄우고 파산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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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이통사 선정에 '2,000억' 경쟁, 소비자들도 '불안'
일각선 먹튀 우려도, "사업 전략 자체가 두루뭉술해"
진입 문턱 낮춘 정부, 사업 참여자 재무 건전성 우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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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숙원인 제4이동통신사 출범을 둘러싸고 2,000억원에 육박하는 출혈 경쟁이 벌어졌다.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와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이 5G 28㎓ 주파수 경매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은 것이다. 지난 25일 742억원 선에서 시작한 경매가는 어느덧 1,955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제4이동통신사 출범으로 통신 3사의 갑질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를 갖던 이들도 끝없는 출혈 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주파수 경매 '출혈 경쟁', 최고 입찰가 1,955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서울 송파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서울청사에서 진행한 4일 차 주파수 경매가 최고 입찰가 1,955억원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는 첫날 시작가보다 163.5% 높은 수준이다. 경매에 참여 중인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컨소시엄 모두 낙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매는 오전 9시 26라운드부터 오후 5시40분 38라운드까지 총 13라운드 진행됐다. 경매가가 급격히 치솟은 건 지난 29일 3일차 경매 때다. 마이모바일컨소시엄 측이 돌연 1,414억원을 제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결국 제4이동통신사 경매에서 '출혈 경쟁을 피하겠다'던 기조는 모습을 감췄다. 당초 경매 시작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800억대 선에서 낙찰될 것이라던 업계 예상도 빗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4통신사 진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경매 최저가를 기존 낙찰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준 보람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경매에 참여한 사업자 모두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사업자인 만큼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출혈 경쟁으로 5년간 주파수 이용 권리를 갖는 데 들인 비용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경매에 참여 중인 곳은 사업 전략부터 두루뭉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해당 컨소시엄이 최대 4,000억원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를 노리고 움직인 것 아니냐는 ‘먹튀’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재무나 기술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띄우기’로 이득만 챙기고 파산할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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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수 돌입한 제4이통사 선정, 여전히 '불안'한 이유는

정부의 제4이동통신사 선정 사업은 어느덧 8수째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총 7번에 걸쳐 제4이동통신사 선정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7번 모두 신청 기업들의 자격 미달로 실패했다. 7번의 허가 심사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건 기업들의 자금 조달 계획 실현 가능성 부족이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 시절 세종텔레콤·퀀텀모바일·K모바일 등 중소사업자가 제4이동통신사 선정에 도전했지만 불발된 것도 재무 건전성 등 허가 기준을 넘지 못한 탓이 컸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추고 지원 강도를 높였다. 제4이동통신사 추진 과정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허가제를 등록제로 아예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기지국 의무 구축분도 기존 통신 3사(각 1만5,000대, 총 4만5,000대)의 절반 이하로 책정했다. 최대 4,000억원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도 제공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이루겠단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다만 정부가 진입 문턱을 낮춘 만큼 참여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 우려는 더욱 커졌다. 지난 16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이동통신 정책 방향' 좌담회에서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신규 사업자가 자신의 역량이 아닌 대규모 정부 지원에 의지해 이통 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현행 신규 사업자 진입제도 허점으로 인해 신규 사업자에 대한 제반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현재 주파수 경매 양자 대결 중인 미래모바일은 지난 2015년 제4이동통신사 허가 신청을 추진하다 중도 포기한 코리아텔넷의 후신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시점에서 허가제의 심사 기준을 적용한다면 미래모바일의 허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신청한 법인들의 재무 구조가 탄탄한 편이 아니라 큰 허들이 예상된다"며 "과거 제4이동통신사에 들어올 법한 기업은 CJ 정도였다. 현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버틸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제4이동통신사를 간절히 기다리던 소비자들마저 불안을 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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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뛰는 탐지기술 위에 나는 '딥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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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교장의 음성 파일 유포 돼, 딥페이크 가능성 높아
딥페이크 탐지 기술은 제한적, 책임 있는 기업·언론 대응 필요
민간, 기업, 정부의 협력을 강조하여 구체적인 대책 마련 절실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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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인공지능이 디지털상에서 사실과 허구의 구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미래에 대해 경고해 왔다. 그리고 이제 그 미래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최근 한 고등학교 교장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처럼 들리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인공지능 도구가 가져올 위험과 그 사용을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딥페이크로 교장 음성 조작 의혹, 이젠 일반 시민의 명예도 위협해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카운티의 한 학교 교장의 목소리와 유사한 모욕적인 음성 클립이 지난 17일 소셜 미디어에 올라왔다. 이 영상은 빠르게 온라인에 퍼져나갔고 전국적인 뉴스로 보도됐다. 그러나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 영상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며, 한 노조 대변인은 이 영상이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볼티모어 공립학교는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녹음 파일의 진위에 의문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누군가가 딥페이크를 만들어 퍼뜨린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부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지 일반 고등학교 교장은 더욱 아니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같은 주, 뉴햄프셔주에서는 사람들이 주 예비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고 바이든의 목소리를 위조한 로보콜이 급증했다. 이렇듯 최근 생성형 AI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듯한 가짜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에 반해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디지털 사기의 물결, 모든 미디어 아이템이 사기일 가능성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디지털 포렌식 및 미디어 분석을 연구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컴퓨터과학 교수 해니 파리드(Hany Farid)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파리드 교수는 오디오, 이미지, 동영상을 분석하는 딥페이크 탐지 도구를 개발했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몇 가지 도구를 사용하여 해당 오디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오디오가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음성과 AI가 생성한 음성을 구분하도록 훈련된 모델은 문제의 오디오를 AI가 생성한 것으로 분류했다. 또한 오디오의 스펙트로그램을 수동으로 분석한 결과, 5개의 개별 부분에서 디지털 접합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여러 개의 클립이 개별적으로 합성된 후 합쳐진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됐다.

딥페이크 사태, 수사 접근법과 탐지 기술의 한계

파리드 교수는 전반적으로 문제의 오디오는 딥페이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결론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은 정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녹취록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각적으로 사안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모두가 함께 분석해서 오디오의 출처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야 이번 사안을 하루빨리 바로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디서 기록된 것인가? 언제 기록된 것인가? 누가 기록했는가? 처음 사이트에 유출한 사람은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들이 조사 당국과 언론 매체, 그리고 민간에서 활발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어 붙이거나 편집한 흔적이 명백한 이유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대화가 진행 중이었는데 누군가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오디오를 잘라내거나 클립 길이를 줄였을 수 있다. 또는 여러 개의 AI 답변을 조합하여 하나의 문장처럼 들리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는데, AI 생성은 긴 클립보다 짧은 클립에서 더 잘 작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서 전자와 같이 실제 음성일 수도 있고 후자와 같이 합성 음성일 수도 있으므로 최대한 다양한 각도로 사건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수사 당국의 합리적인 조사 과정으로 이번 사건의 진상이 어느 정도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현재 갖춰진 탐지 기술 수준은 기대 수준보다 낮다. 여기엔 심각한 비대칭성이 존재하는데, 가짜 음성을 만들어서 벌어들이는 돈은 많지만, 이를 탐지해서 얻는 수익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묘하고 복잡한 음성 딥페이크의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그 기준이 항상 높아지므로 탐지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탐지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소의 수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여서 앞으로의 딥페이크 사태가 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딥페이크 대응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 필요

현재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딥페이크 탐지 도구 중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고 파리드 교수는 토로했다. 기존 탐지 분석 도구를 도입하기엔 "개인의 삶과 평판뿐만 아니라 각 사건이 가져오는 선례에 대한 파급력이 너무 크다. 신중하게 적용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그는 전했다. 탐지가 어려운 것에 반해 음성 딥페이크를 조작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1분에서 2분 정도 사람의 목소리만 있으면 된다. 한 달에 5달러를 지불하면 레퍼런스 오디오를 업로드하고 음성을 복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데, 텍스트를 입력하면 몇 초 안에 실제 같은 음성 파일로 변환해 준다. 이것이 바로 텍스트-음성 변환의 예다. 음성-음성 변환이라는 두 번째 방법도 있다. 먼저 사용하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를 복제한 다음, 자신이 원하는 말 녹음하면 미리 녹음했던 상대방의 목소리로 변환되는 방식이다. 두 방법 모두 진입장벽이 낮고 특별한 기술력 없이 즉시 사용 가능하다. 그만큼 악용, 남용, 오용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한 가지 큰 법적 의문은 관련 기술을 개발한 AI 기업이 대중에 대해 갖는 책임 의식이다. 왜 기업들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이러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 딥페이크는 생성형 AI의 예상치 못한 결과가 아니라 분명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막는 것보다 수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리드 교수는 기업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물론 책임 제도는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결함이 있거나 위험한 기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 왔다. 자동차가 과거보다 훨씬 더 안전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AI 기업의 '책임 부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신뢰할 만한 탐지 도구도 없으며 AI 기업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 사법제도의 부담만 커지는 중이다. 제일 먼저 법정에서 증거를 고려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딥페이크의 정교함이 빚어낸 영상과 음성 파일로 인해 판결에 큰 혼선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소셜 미디어나 뉴스 미디어와는 달리 실제 법정에서는 분석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사법 시스템이 느리게 움직인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이다.

미디어의 책임 더욱 중요해진다, "단순히 AI의 문제만은 아니야"

모두가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다. '만약'이 아니라 '언제'의 문제였다. 또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생성형 AI의 문제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와 주류 미디어를 아우르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다. 사건 당일 음성 파일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기사 발표에 급급했던 미디어의 행태를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한다. 딥페이크가 일으킨 혼란을 가중했기 때문이다.

딥페이크가 등장하기 전에도 온라인에서 읽고, 보고, 듣는 것을 믿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앞으로 이런 사건이 하루에 여러 번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민간, 기업, 정부 모두 나서야 할 때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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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살길이었는데" EU 규제 부딪힌 아마존-아이로봇, 결국 M&A 결렬

"유일한 살길이었는데" EU 규제 부딪힌 아마존-아이로봇, 결국 M&A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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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아이로봇, 시장 독점 우려 있어" EU 집행위 인수 불허
미국 FTC도 인수 반대, 단단한 규제 장벽에 결국 거래 불발
수년째 경영난 시달려온 아이로봇, 실적 침체 속 '생사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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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규제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아마존이 결국 청소기 제조사 아이로봇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29일(현지시간) 아마존은 아이로봇 인수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이로봇 역시 규제 승인 문제로 인해 인수합병(M&A)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수년간 이어져 온 협상이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경영난 속 1조9,000억원 규모 '빅딜'을 놓친 아이로봇은 순식간에 낭떠러지 끝까지 몰렸다.

"잘될 것 같았는데" EU 심층조사가 발목 잡

아마존은 2022년 8월 아이로봇 인수 소식 발표 이후 각 규제당국의 승인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영국의 기업 규제 당국인 경쟁시장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으로부터 거래 승인을 따내기도 했다. 경쟁시장국은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가 영국 내에서 경쟁 문제를 야기하거나, 시장 내 경쟁자들을 불리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EU가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 건을 최종 승인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EU 경쟁총국이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를 조건 없이 승인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아마존이 가장 어려운 관문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같은 해 7월 EU가 해당 인수 건에 의구심을 품고 심층조사를 단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전'했다는 평이었다.

하지만 EU의 '심층조사'는 쉽사리 아마존을 놓아주지 않았다. EU의 행정부 성격을 띠는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심층 조사 결과 아마존이 아이로봇을 인수하면 아마존 스토어에 대한 접근을 제한·저하해 아이로봇의 라이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예비적으로 밝혀졌다"며 "아마존의 통제로 인해 로봇 진공청소기 시장 내 경쟁이 제한돼 가격이 상승하고, 품질이 저하하며, 혁신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시장 독점 우려를 제기하며 인수 거래를 멈춰 세운 것이다.

FTC까지 반기 들었다, 거래 물거품으로

두 기업이 EU로부터 거래 승인 권한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 내로 구제안을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아마존 측은 집행위원회의 우려를 해소하기에 적합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고, 집행위원회는 사실상 '인수 불허'를 통보했다. M&A가 결렬되면서 미국의 규제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를 반대해 왔다는 사실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FTC 직원이 지난주 아마존을 방문해 인수 중지를 위한 소송을 진행할 것을 알렸다"고 전했다.

업계는 전자상거래 독점 문제로 아마존과 갈등을 빚던 FTC가 규제의 칼날을 가는 동안 EU 측이 '선수'를 쳤다고 본다. 각 규제당국의 압박 끝에 아마존과 아이로봇의 합병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아마존은 아이로봇 측에 9,400만 달러(약 1,249억원)의 계약 해지 수수료를 지급하게 됐다. 데이비드 자폴스키 아마존 총괄 법률 자문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가 성사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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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결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아이로봇의 주가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수 계획 무산 소식이 전해진 29일(현지시간) 아이로봇의 주가는 장중 15% 급락하며 15.5달러에 마감했다. 위기에 빠진 아이로봇은 차후 350명을 해고해 인력을 약 31% 감축하는 내용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창업자인 콜린 앵글은 M&A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CEO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경영난 위에 또 악재, 휘청이는 아이로봇

아이로봇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결단한 것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온 경영난 때문이다. 아이로봇은 인공지능(AI) 로봇청소기 '룸바'를 앞세워 로봇청소기 업계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지만, 최근 △앤커(Anker)의 유피(Eufy) △로보락(Roborock) △샤크(Shark) 등 경쟁 브랜드에 밀리며 점차 영향력을 잃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로봇청소기 수요가 급감한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악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와 아이로봇에 따르면, 아이로봇의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6년 64%에서 2020년에는 46%까지 미끄러진 상태다. 실적 역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아이로봇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8억9,100만 달러(약 1조1,845억원)에 그쳤으며, 연간 영업손실은 2억6,000만~2억8,500만 달러에 육박했다. 체질 개선을 위해 △2022년 140명(당시 전체 직원의 약 10%) △2023년 85명(당시 전체 직원의 약 7%)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지만,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위태로운 경영 상황 속, 아마존의 인수 계획은 아이로봇의 유일한 빛이자 활로였다. 이번 M&A 결렬은 아이로봇에 있어 생사를 뒤흔드는 '치명타'인 셈이다. 아이로봇은 차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마진 개선에 집중하고, 점차 연구개발(R&D) 지출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새로운 도전보다 시장 내 '생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마존을 놓친 아이로봇은 과연 자력으로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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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공의 '기술 없는' 빅데이터 플랫폼, 책만 쌓인 도서관에 햇빛 들 날 있을까

소진공의 '기술 없는' 빅데이터 플랫폼, 책만 쌓인 도서관에 햇빛 들 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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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빅데이터 플랫폼 띄운 소진공, "정보 총망라했다"
민간서도 '우후죽순'인데, "정부 플랫폼만의 '차별점' 있나"
마땅한 기술 발표는 '전무', 단순 '데이터 쌓기'에 효용성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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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상공인진흥공단 유튜브 채널 캡처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소상공인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이 소상공인을 위한 빅데이터 시대를 연다. 올해 상반기 중 빅데이터를 활용해 773만 명에 달하는 국내 소상공인들이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즉각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이겠단 것이다. 소진공은 이를 통해 소상공인 스스로 상권 분석부터 맞춤형 컨설팅 등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소상공인 빅데이터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기술력 없이 단순히 데이터만 모아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소진공 "소상공인 빅데이터 시대 열겠다"

2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소진공은 오는 6월 '소상공인 개방형 빅데이터 플랫폼'을 오픈한다. 해당 플랫폼은 분산된 소상공인·상권 관련 민간-공공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소상공인에게 맞춤형으로 서비스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정책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예비·기존 소상공인이 데이터를 활용해 경영환경 분석, 영업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겠단 것이다. 특히 예비·기존 소상공인에게 준비된 창업과 경영 혁신을 지원하고 창업기업(스타트업) 등 민간에겐 신규 사업 모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소진공은 설명했다.

6월 초 예정된 소상공인 개방형 빅데이터 플랫폼 1차 모델은 △상권 정보 시스템 △내 가게 맞춤 진단 △정책 통계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먼저 기존 상권 정보 시스템이 대폭 고도화된다. 매출액, 임대료, 대출 현황, 판관비용 등 소상공인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정부와 플랫폼 기업 등이 보유한 상가, 매출정보, 유동인구, 배달·SNS가 결합되는 식이다.

예비·기존 소상공인이 스스로 영업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도 내놨다. 내 가게 맞춤 진단을 통해 공공 데이터와 다양한 민간 데이터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상권에 있는 경쟁 가게들과 경영비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내 가게 수익 분석, 매출 현황 분석, 수익예측 분석 자료 등 맞춤형 경영진단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지도 기반 지능형 상권정보 분석 서비스를 통해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예비 창업자도 사업 계획을 보다 세밀하게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책통계 기능도 포함됐다. 소상공인과 관련한 다양한 통계자료를 손쉽게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단 취지다. 정책통계에는 국세청과 통계청, 카드회사, 통신회사, 밴사 등 데이터가 망라돼 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들은 업종·지역별 매출 트렌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플랫폼 기업들의 배달데이터, 숙박 트렌드 데이터, SNS 분석 데이터를 열람하는 기능도 포함했으며, 단순 상권분석을 넘어 다양한 테마도 담을 예정이다. '직장인 사이 뜨는 회식상권 트렌드' 등 시장 분석에 따라 특정 테마를 추천함으로써 사업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개방형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5월 초 마무리하고 한 달여간 베타테스트 기간을 거쳐 6월 초 오픈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전체 구축 계획이 3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이후에도 두 차례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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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카드 빅데이터 분석 통합 플랫폼 '데이터루트(Dataroot)'의 모습/사진=KB국민카드

정부판 빅데이터 플랫폼, 민간 사업자와 '차별점' 있나

소진공은 빅데이터 플랫폼이 소상공인 진흥 및 서민 삶 증진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애초 빅데이터 플랫폼은 민간 기업에서도 우후죽순 내놓고 있는 사업 아이템 중 하나인데, 사실상 후발 주자로서 참여한 정부가 여타 플랫폼과 비교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의심이 간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상권분석 서비스보다 높은 이용률을 보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통상 정부 사업 아래 형성된 플랫폼은 민간 플랫폼 대비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민간 기업은 이익을 좇기 위해 꾸준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반면 정부 플랫폼은 현상 유지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선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플랫폼을 견제하며 태동한 지역 배달 앱이 결국 사장의 길을 걸었듯, 소상공인 빅데이터 플랫폼의 결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 차원의 빅데이터 플랫폼 형성이 현장의 소상공인들에게 얼마나 큰 효용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다. 애초 빅데이터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빅데이터의 해석 방법인데, 현장에서 전문적 가이드라인 없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실제 이미 시장엔 상권정보 플랫폼이 다수 포진해 있지만, 이들 플랫폼은 지나치게 통계적인 자료만을 제시해 해당 사업을 영위했을 때의 리스크나 수익성 여부 등을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기부 측은 소진공에서 운영하는 상권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해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서비스도 추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종전의 서비스와 차원이 다른 플랫폼을 내놓겠다 강조하지만, 말뿐인 공약에 의심의 눈초리가 거둬지지 않음은 당연한 처사다. 민간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만한, 설득력 있는 '기술'을 선보이지 않는 한 정부판 빅데이터 플랫폼을 둘러싼 세금 낭비 프레임은 쉽게 벗겨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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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생체 전기'로 읽고 쓰는 세포의 기억, "살아간다는 행위 자체가 인지적 상태"

[해외 DS] '생체 전기'로 읽고 쓰는 세포의 기억, "살아간다는 행위 자체가 인지적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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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슬라임 곰팡이 등 뇌가 없는 생명체에서도 지능의 흔적 발견
세포가 서로 협력하여 '생체 전기'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지능이 발현돼
레빈 교수의 연구는 인지의 진화와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송두리째 바꿀 전망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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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쉼표처럼 생긴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는 전 세계 호수와 연못의 진흙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플라나리아의 머리에는 뇌로 보이는 미세한 구조가 있고, 두 개의 눈동자는 서로 가까이 붙어 있다. 이 벌레는 바닥에 깔려 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완벽한 재생이 가능한 반전이 있는 동물이다. 플라나리아를 반으로 찢으면 머리는 새 꼬리를 생성하고, 꼬리는 새 머리를 자라게 한다. 일주일이 지나면 두 마리의 건강한 플라나리아가 생성된다.

뇌가 없어도 '기억'을 유지한 플라나리아, 뇌 '밖'에서도 발견된 지능

미국 터프츠대학의 생물학자 마이클 레빈(Michael Levin)은 플라나리아의 꼬리 부분에 특히 흥미를 느꼈다. 그는 평소 단일 세포로부터 신체가 발달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으며, 생물의 지능이 뇌 바깥에 있다는 의심을 하는 학자다. 그런 그에게 플라나리아는 완벽한 실험 대상이었다. 머리가 완전히 잘린 꼬리 조각으로부터 뇌가 있는 머리가 재생되는 일은 그 반대의 경우와는 의미하는 바가 분명 달랐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구 결과와 믿음은 뇌를 중심으로 재생이 진행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반대의 상황도 관측 가능하므로 그의 의심을 뒷받침하는 대상을 만난 것이다.

자연 상태의 플라나리아는 거칠고 노출된 환경보다 매끄럽고 보호된 환경을 더 선호한다. 예를 들어 바닥이 울퉁불퉁한 접시에 플라나리아를 넣으면 테두리에 모여들 것이다. 하지만 레빈 교수는 약 10년 전 실험실에서 일부 플라나리아에게 울퉁불퉁한 접시 한가운데에 간 퓌레를 떨어뜨려 맛있는 보상을 기대하도록 훈련했다. 그 결과, 플라나리아는 곧 거친 바닥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간식을 얻기 위해 울퉁불퉁한 바닥을 열심히 유영했다. 그는 대조군도 같은 보상으로 매끄러운 접시에서 훈련했다. 그런 다음 모든 플라나리아의 머리를 잘라냈다.

레빈 교수는 머리는 버리고 꼬리가 있는 부분에서 새 머리가 자라날 때까지 2주 동안 기다렸다. 플라나리아가 재생된 다음 그는 울퉁불퉁한 접시에 모든 플로나리아를 넣고 중앙에 퓌레를 떨어뜨렸다. 그 결과, 매끄러운 접시에 살았던 플라나리아는 움직이기를 꺼렸지만, 거친 접시에서 살았던 꼬리에서 재생된 플라나리아는 먹이를 찾는 법을 더 빨리 배웠다. 뇌를 완전히 잃었음에도 실험집단의 플라나리아는 간 보상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가, 즉 뇌가 없는 상태에서 보상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위의 실험은 뉴런과 같은 고도로 전문화된 뇌세포뿐만 아니라 일반 세포도 정보를 저장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레빈 교수의 실험에서 일반 세포가 전기장의 미묘한 변화를 일종의 기억으로 사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발견으로 레빈 교수는 '기저 인지'(basal cognition)라는 새로운 분야를 선도했으며, 현재 급성장하고 있는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학습, 기억, 문제 해결과 같은 지능의 특징을 뇌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발견하고 있다.

'인간의 예외주의'에 대한 도전, 뇌 중심적 지능에서 신체 결합적 지능으로

최근까지 과학자 대다수는 인지 능력이 5억 년 전 최초의 뇌와 함께 나타났다고 믿었다. 복잡한 뉴런 클러스터가 없던 시절의 행동은 일종의 반사 작용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레빈과 다른 여러 연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레빈은 뇌의 놀라운 기능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일반 세포와 뇌의 차이를 종류가 아닌 정도의 차이로 바라봤다. 그는 세포가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인지 능력이 진화한 후, 동물이 더 빨리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도록 뇌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입장은 버몬트대학교의 형태·진화·인지 연구소를 운영하며 레빈과 자주 협력하는 로봇공학자 조쉬 봉가드(Josh Bongard)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뇌는 대자연의 가장 최근 발명품 중 하나이며, 가장 늦게 나온 것"이라고 말한 봉가드 교수는 고도로 지능적인 기계를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간의 '뇌 중심적 지능' 모델에서 벗어나, 육체로부터 형성되는 '신체 중심적 지능'의 결합으로 인지 능력을 해석하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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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전압을 바꿔 영구적으로 머리를 재생하게 한 플라나리아의 모습/사진=Scientific American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은 고통이나 다른 감정을 경험할 수 없다고 믿었다. 마음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2018년에 '기저 인지'라는 용어를 만든 호주의 애들레이드대학교의 인문사회과학부 파멜라 리옹(Pamela Lyon) 교수는 인간의 지능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은 운명적인 예외주의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은 동물의 중심이 아니며, 또 다른 동물 중 하나일뿐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한편 유인원, 개, 돌고래, 까마귀, 심지어 곤충까지 인간의 생각보다 훨씬 더 영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2022년 행동생태학자 라스 치트카(Lars Chittka)는 저서 '벌의 마음'에서 꿀벌이 수화를 사용하고,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멀리 떨어진 꽃의 위치를 기억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게다가 꿀벌은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으며, 꽃 속에 숨어 있는 거미에게 물리는 등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식물의 환경 적응과 미래 계획, 뇌가 없어도 지능의 흔적 발견돼

물론 꿀벌은 실제 뇌를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은 결과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뇌가 없는 식물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지적인 행동들이 관찰됐다. 식물 지능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피렌체대학교의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Stefano Mancuso)는 "뉴런은 기적의 세포가 아니다"라며, "뉴런은 전기 신호를 생성하는 일반적인 세포고, 식물에서는 거의 모든 세포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봉선화(touch-me-not plants)의 경우, 털로 뒤덮인 잎에 자극이 가해지면 잎이 접히거나 시드는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호주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와 이탈리아 피렌체대학교의 합동 연구팀이 하루 종일 봉선화를 해치지 않고 자극을 가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조건을 부여하자, 해당 봉선화는 자극을 무시하는 방법을 금방 터득했다. 심지어 해당 식물을 한 달 동안 내버려두었다가 다시 실험했을 때, 식물이 그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파리지옥(venus flytraps)의 경우, 덫에 달린 감각털 중 두 개를 연달아 자극해야 닫히고, 세 번 더 자극하면 닫힌 덫에 소화액을 쏟아내는 등 수를 세는 기능을 가졌다. 식물의 이러한 반응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전기 신호로 매개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식물은 놀랍게도 주변 환경을 잘 감지 한다. 식물들도 마취 가스에 의해 기절할 수 있는데, 마치 의식이 없는 것처럼 반응을 멈춘다. 또한 자신의 일부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의해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식물은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물이 있는 방향으로 자라고, 벌의 날갯소리를 감지해 꿀을 준비한다. 또한 해충이 자신을 해할 때를 알아채고 이에 대응하여 독한 화학물질도 만들어 낸다. 과학자들이 유채과 식물에 '애벌레를 잡아먹는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겨자유를 잎에 쏟아부은 실험 결과도 있었다.

이렇듯 식물은 자신의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주변의 광경, 소리, 냄새를 바탕으로 미래의 성장을 계획하며, 단순한 공식으로 요약할 수 없는 방식으로 미래의 자원과 위험이 어디에 있을지에 대한 복잡한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스페인 무르시아대학의 미니멀인텔리전스연구소 소장이자 '플랜타 사피엔스'의 저자인 파코 칼보(Paco Calvo)는 "식물은 생존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정보를 통합해야 한다. 식물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식물의 인지 능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단세포마저도?", 슬라임 곰팡이의 분명한 학습·기억 능력

식물이 천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식물이 제한된 조건 내에서 세상을 인식하고 그 정보를 사용하여 필요한 것을 얻어 내는 지능의 대표적인 요소를 보여줬기 때문에 놀라운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일부 사람들은 식물은 두뇌가 없어도 높은 복잡성과 수조 개의 세포로 이뤄진 특별한 사례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단세포 생물에 대해서도 유사한 인지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세포 생물은 전통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이 없는' 생물로 분류해 왔다. 아메바마저 생각하는 게 발견되면, 인간은 인지에 대한 모든 종류의 가정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사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단세포도 생각한다는 증거가 매일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슬라임 곰팡이(slime mold, 점균류)를 예로 들어 보자. 양탄자 크기만 한 슬라임 곰팡이는 수많은 핵을 가진 단일 세포며, 신경계는 없지만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일본과 헝가리의 연구진이 미로의 한쪽 끝에 슬라임 곰팡이를 놓고 다른 쪽 끝에 귀리 조각 더미를 놓았을 때, 슬라임 곰팡이는 맛있는 자원을 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경로를 탐색했다. 하지만 귀리 조각을 발견한 후에는 모든 막다른 길에서 물러나 귀리로 이어지는 길로 몸을 집중하여 미로를 통과할 수 있는 네 가지 해결책 중 매번 최단 경로를 선택해 냈다. 이 실험에서 영감을 받은 연구진이 도쿄의 인구 구조를 나타내는 위치와 양으로 귀리 조각을 점균의 주변에 쌓아놓자, 점균은 자신을 변형시켜 도쿄의 지하철망 지도를 완성했다.

이마저도 단일 세포에 내제된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다른 실험에서도 슬라임 공팡이가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오드리 뒤수투어(Audrey Dussutour)가 카페인(슬라임 곰팡이가 싫어하는 성분)이 든 오트밀 접시를 다리 끝에 놓아두자, 슬라임 곰팡이는 거미 혐오증이 있는 사람이 타란툴라를 지나치려는 것처럼 며칠 동안 다리를 건너는 방법을 찾느라 꼼짝도 하지 못했다. 결국 점균은 배가 고파서 카페인이 묻은 다리를 건너 맛있는 오트밀을 찾아 먹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에 혐오감을 느꼈던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모두 잃었다. 점균은 한계를 극복하고 그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었고, 1년 동안 정지 상태에 놓인 후에도 그 기억을 유지했다.

세포는 '생체 전기' 트랜지스터, 전압의 변화가 빚어낸 세포의 지능

다시 플라나리아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뇌가 없는 생명체가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은 어디에 저장돼 있을까? 그렇다면 정신은 어디에 있을까?

기억에 대한 정통적인 견해는 기억이 뇌의 뉴런 사이의 안정적인 시냅스 연결 네트워크로 저장된다는 것이다. 레빈 교수는 "이 견해에 분명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글랜즈먼(David Glanzman)의 연구실에서는 감전된 갯민숭달팽이의 뇌에서 RNA를 추출하여 새로운 갯민숭달팽이의 뇌에 주입함으로써, '감전의 기억'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갯민숭달팽이는 전기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반동하는 것을 '기억'하게 됐다. 이처럼 RNA가 기억 저장 매체가 될 수 있다면 뉴런뿐만 아니라 모든 세포가 그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포 집합이 경험을 통합하는 메커니즘은 무궁무진하다. 모든 세포는 세포 골격과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 조정 가능한 다양한 형태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를 다른 형태로 설정하여 행동에 반영할 수 있다. 목이 잘린 플라나리아의 경우, 과학자들은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남은 몸통이 세포 내부에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가 몸이 재건될 때 나머지 몸통에 대한 정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접시의 거친 바닥에 대한 신경 반응의 기본값이 이미 변경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레빈 교수는 훨씬 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포 내부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관통하는 '생체 전기'를 통해 상호 작용하는 상태가 저장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하여 레빈 교수는 세포 집단이 형태 형성 또는 신체 형성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확한 위치에 팔다리와 장기를 만들어 내는 미스테리의 해답이 생체 전기에 있음을 그는 직감했다.

신체에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은 수 세기 동안 알려져 왔지만, 최근까지 생물학자 대부분은 생체 전기가 주로 신호를 전달하는 데 사용된다고 생각했다. 개구리의 신경계에 전류를 쏘면 개구리가 다리를 차게 되는 일종의 단순한 작용으로 바라봤다. 뉴런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생체 전기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것이 신체가 아닌 뇌의 특기라고 믿었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 소수의 연구자들은 다른 유형의 세포도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기 위해 생체 전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레빈은 이 색다른 연구에 몰두하면서 컴퓨터과학에 대한 자신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인지적 도약을 이뤘다. 그는 학창 시절 코드를 작성하며 컴퓨터가 전기를 사용하여 트랜지스터로 0과 1의 값을 이산적으로 전환하고,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이 이러한 이진법을 기반으로 구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학부 시절, 그는 인체의 모든 세포막에 '전압 게이트'처럼 다양한 수준의 전류가 통과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세포막이 트랜지스터처럼 작동할 수 있으며 세포도 같은 전기 기반 정보 처리 과정을 통해 활동을 조정할 수 있음을 즉시 깨달았다.

전압 조작의 입증된 잠재력, "인지의 진화와 재생 의학에 새로운 지평 열어"

전압 변화로 세포가 서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레빈 교수는 자신의 플라나리아 농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0년대 들어 그는 플라나리아의 어느 지점에서든 전압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고, 머리와 꼬리 끝에서 서로 다른 전압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약물을 사용해 꼬리의 전압을 머리의 전압으로 바꿨다. 그 다음 둘로 자르자 꼬리가 잘려 나간 머리 부분에서 꼬리 대신 두 번째 머리가 자랐다. 이어서 두 머리로 재생된 플라나리아를 반으로 다시 자르자 또다시 머리만 생성됐다. 실험 대상은 정상적인 플라나리아와 유전적으로 동일했지만, 한 번의 전압 변화로 인해 영구적으로 두 개의 머리가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레빈은 생체 전기가 체형과 성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위해 알에서 올챙이, 그리고 성체로 빠르게 변태하는 일반적인 실험동물인 아프리카발톱개구리로도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올챙이의 특정 부위에 특정 전압을 유도함으로써 올챙이의 어느 부위에서나 기능적인 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상처에 24시간 동안 적절한 생체 전기 신호를 가하는 것만으로도 기능적인 다리의 재생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이는 서브루틴 호출이다"고 그는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서브루틴 호출은 기계에 일련의 하위 수준의 기계적 동작을 자동으로 시작하도록 지시하는 일종의 축약형 코드다. 추상화의 정도가 높은 하이 레벨 프로그래밍 언어의 장점인데, 기계 속을 일일이 변경하지 않고도 수십억 개의 회로를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다. 올챙이 눈을 만들 때도 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했다. 아무도 렌즈, 망막 및 기타 눈의 모든 부분을 미세하게 조정하지 않았는데도 기능적인 눈이 생성됐다. 생체 전기 수준에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빈 교수는 "말 그대로 인지적 접착제"라며, "세포가 그룹 단위로 함께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레빈 교수는 이 발견이 인지의 진화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의학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체 전기를 통해 세포의 행동을 조정하는 '세포의 말하기'를 배우면 신체의 일부가 나머지 신체와 협력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질병인 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상 세포는 간세포, 피부 세포 등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면서 집단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그러나 암세포는 본연의 일을 멈추고 주변을 낯선 환경처럼 여기며 영양분을 구하고, 복제하고,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른 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즉 암세포는 독립적인 유기체처럼 행동한다.

왜 이들은 집단 정체성을 잃게 됐을까? 레빈 교수는 부분적으로는 세포의 정신적 융합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의 실패를 원인으로 꼽았다. 스트레스, 화학물질, 유전적 돌연변이 등이 모두 이러한 소통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의 연구팀은 건강한 조직에 '나쁜' 생체 전기 패턴을 강요함으로써 개구리에서 종양을 유도할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적절한 생체 전기 패턴을 다시 적용하여 종양을 소멸시킴으로써 암과 신체 사이의 통신을 다시 회복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생체 전기 치료가 인간의 암 치료에 적용되어 종양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한 과학자들이 세포가 올바른 패턴으로 성장하도록 지시하는 생체 전기 코드를 해독한다면, 신장이나 심장과 같은 고장난 장기를 재생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레빈 교수는 올챙이 실험을 통해 선천적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동물에 생체 전기를 주입한 후, 정상적인 뇌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피카소 올챙이'의 정변, 지능은 문제 해결형 세포 집단의 산물

레빈 교수의 연구는 암 치료, 사지 재생, 상처 치유와 같이 항상 가시적인 응용 분야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의 논문과 강연에 철학적 관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이전엔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2019년 '자아의 계산적 경계'(The Computational Boundary of a Self)라는 제목의 유명한 논문에서 그는 실험 결과를 활용하여 우리가 모두 고도로 유능한 소규모의 문제 해결 에이전트로 구성된 지성 집약체라고 주장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레빈 교수는 발톱 개구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개구리는 올챙이에서 성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얼굴이 대대적으로 개조되는데, 머리의 모양이 바뀌고 눈·입·콧구멍이 모두 새로운 위치로 이동한다. 이러한 재배치는 유전자에 의해 수행되는 단순한 기계적 알고리즘에 따라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가정이었지만, 그는 그것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레빈 교수는 개구리 배아의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전기 신호로 뒤섞어 눈·입·콧구멍이 엉뚱한 곳에 있는 올챙이를 만들었다. 레빈은 이 올챙이들을 '피카소 올챙이'라고 불렀고, 실제로 올챙이들은 피카소처럼 생겼다.

리모델링이 미리 프로그래밍이 돼 있었다면 최종 개구리 얼굴은 올챙이처럼 엉망이어야 했다. 개구리의 과거 진화 과정에서 이런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개구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는 동안 눈과 입이 올바른 배열을 찾아갔다. 세포들은 추상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한 것이다. 레빈은 "이것이 바로 행동하는 지능"이라며 "변화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새로운 단계를 수행함으로써 특정 목표에 도달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레빈의 연구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분야는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분야로, 이들은 기저 인지를 활용해 인공지능의 몇 가지 핵심적인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인공지능은 언어를 조작하거나 규칙이 잘 정의된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는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셰익스피어 스타일의 소네트를 읊을 수는 있지만, 걷는 방법이나 공이 언덕 아래로 어떻게 굴러갈지 예측해 보라고 하면 전혀 알지 못한다.

'구체화된 인지', AI 로봇이 스스로 세상과 상호작용해야

봉가드 교수는 인공지능의 약점이 어떤 의미에서 너무 머리가 좋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인공지능과 게임을 해보면 어디에 균열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균열은 상식이나 원인과 결과와 같은 것들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왜 신체가 필요한지 알려준다. 신체가 있으면 결과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원인과 결과에 대해 능동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AI 시스템은 세상과 부딪히는 방식으로 세상을 배울 수 없는 상태다."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대해 학습하는 로봇을 설계하려는 '구체화된 인지' 운동의 선봉에 봉가드 교수가 서 있다. 그는 구체화된 인지가 작동하는 실제 예를 보려면 "지금 부엌을 망가뜨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한 살 반짜리 아이만 봐도 알 수 있다"라며, "그게 바로 유아가 하는 일이다. 문자 그대로 또는 은유적으로 세상을 찌른 다음 세상이 어떻게 반발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거침없이 경험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봉가드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AI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로봇 공학용 마인크래프트'라고 부르는 레고 같은 큐브로 로봇을 설계한다. 이 큐브는 블록 모양을 한 근육처럼 작용하여 로봇이 애벌레처럼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AI가 설계한 로봇은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하고, 큐브를 더하고 빼면서 효율적인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디자인을 수정하고, 이동성이 뛰어난 형태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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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2020년에 그의 AI 로봇은 걷는 방법을 스스로 학습했다. 이 성과는 레빈 교수의 연구실에도 영감을 줬는데, 아프리카발톱개구리에서 살아있는 피부 줄기세포를 떼어내어 물속에서 집어넣으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세포들은 참깨만 한 크기의 덩어리로 융합되어 하나의 단위로 작용했다. 피부 세포에는 일반적으로 성체 개구리의 표면에 보호 점액층을 유지하는 작은 털인 섬모가 있지만, 이 생명체는 섬모를 노처럼 사용하여 새로운 환경(물)을 헤쳐 나갔다. 개구리의 피부 조직들은 미로를 헤쳐 나갔고, 다쳤을 때 상처를 봉합하기도 했다. 생물학적으로 좁은 공간에 갇혀 살던 개구리들은 새로운 존재가 되어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동일한 게놈을 공유했지만 '개구리'는 분명 이전의 개구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세포가 원래 '제노푸스' 개구리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레빈과 봉가드는 이들에게 '제노봇'(xenobots)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2023년에 그들은 인간의 폐 세포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 인간의 세포 덩어리들은 스스로 조립되어 특정한 방식으로 유영했다. 터프츠 연구팀은 이를 '앤트로봇'(anthrobots)이라고 명명했다.

인식은 모든 생명체의 본질, '진화'에 담긴 지능의 眞 의의

레빈에게 제노봇과 앤트로봇은 실제 세계에서 인지가 작동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또 다른 신호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어떤 생명체에 대해 질문할 때 '왜 그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할까?'라고 묻는다. 물론 정형화된 대답은 진화다. 오랜 세월 동안 선택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제노봇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좋은 제노봇이 되어야 한다는 환경적 압박도 없었다. 그렇다면 왜 세상에 나온 지 24시간도 안 돼서 생존에 유리한 효율적인 행동을 보여줬을까? 나는 진화가 특정 문제에 대한 특정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화는 '문제 해결형' 기계를 만들어 낸다."

물론 제노봇과 앤트로봇의 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특정 목표와 필요를 가진 개별 단위가 모여 협력할 때 지능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창이 됐다. 레빈은 혁신을 향한 이러한 타고난 성향이 진화의 원동력 중 하나이며, 찰스 다윈이 말한 것처럼 세상을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끝없는 상태로 이끌고 있다고 봤다. "우리는 아직 이에 대한 좋은 어휘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이 모든 것의 미래가 화학적인 이야기보다는 정신의학적 이야기처럼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우리는 압박감과 추억, 매력에 대한 미적분을 계산하게 될 것이다."

레빈은 그의 비전이 슬라임이든 실리콘이든 상관없이 우리 자신과는 다른 마음을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애들레이드의 리옹은 이 친밀감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기저 인식의 진정한 가능성이라고 확신했다. "우리는 인간을 창조의 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풀잎이나 위 속의 박테리아와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 즉 우리가 정말, 정말 깊은 차원에서 관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체 패러다임이 바뀐다."

리옹은 인간이 '살아가는 행위' 자체가 기본적으로 '인지적 상태'라고 정의했다. 모든 세포는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평가하고,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배제할지 결정하고, 다음 단계를 계획한다. "인지는 진화의 후반부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인지다"라며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이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고 리옹은 말했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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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로 무장한 ‘차이나 커머스’ 침공에 국내 소상공인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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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 2023년 한국인 사용자 수 371만 명 증가
올해 국내 물류센터 건립 앞둬, 향후 당일배송 가능할 수도
가격에 밀리고 규제에 치이고, 위기에 몰린 국내 소상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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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리익스프레스

최근 '차이나 커머스'가 초저가 마케팅을 기치로 내세우며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28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월 평균 371만 명 증가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로 나타났다. 중국 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자회사 '테무'는 354만 명으로 2위에 올랐다. 여기에 라이브 커머스로 무장한 틱톡샵까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국내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빠른 배송까지, “안 살 이유가 없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 쇼핑앱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앱에 접속해 보면 쿠팡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물품의 가격이 최소 절반에서 많게는 5분의 1 수준에 판매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동일한 제품도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보조금이나 물류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초저가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간 직구의 최대 단점으로 지목됐던 ‘느린 배송’도 국내 배송사와의 협력을 통해 단축시켰다. 현재 CJ대한통운과 협업 중인 알리익스프레스는 통상 5~7일 안에 중국 제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배송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마케팅·물류 강화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국내 물류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배송 기간은 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라이브 커머스를 무기로 내세운 ‘틱톡샵’의 공세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틱톡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틱톡샵은 이미 상표 출원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주목받기 훨씬 이전부터 이를 활발히 활용했던 중국의 지난해 라이브 커머스 판매액은 1조2,700억 위안(약 236조원)으로 집계됐으며, 방송 횟수는 1억1천만 회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브 커머스 업계 주요 방송 종사자는 270만 명, 판매 상품 수도 7천만 개에 달한다.

현재 중국 라이브 커머스의 대표주자는 타오바오로, 지난 한 해 라이브 커머스로만 2,500억 위안(약 42조원)을 벌어들였다. 이 밖에도 핀둬둬, 티몰, 징동 등 여러 유명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라이브를 통해 활발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한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중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들도 앞다퉈 한국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셀러들 “폐업은 예견된 수순”

문제는 이같은 차이나 커머스의 침공이 국내 소상공인 업체의 실제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G마켓 등 국내 이커머스 오픈마켓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중국에서 다수의 공산품들을 구매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차이나 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가격과 배송 경쟁력 등에서 밀린 국내 소상공인들의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그동안 중국산 제품을 사입해 판매했던 셀러 사이에서는 ‘폐업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의류판매업체 대표는 “중국에서 사입해 쇼핑몰을 운영하던 곳들이 조만간 대부분 문을 닫을 것이란 얘기가 들려온다”며 알리에서 구매할 수 없는 식료품 쪽으로 전환하려는 곳들도 많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들도 다급해진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중국 직구 상품의 가격대가 너무 낮다 보니 국내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 온라인 판매자는 “판매 중인 상품군의 시세를 알리에서 찾아보니 도매가보다도 낮더라”며 “최근 쇼핑몰 고객 유입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한숨 쉬었다. 

중국산 제품의 KC 인증 등 상품 안전 검사 부재와 무관세 등 국내 소상공인들과의 역차별도 문제다. 네이버카페 ‘셀러오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에는 차이나 커머스에 위기감을 느낀 소상공인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 셀러는 “정상적인 경로로 KC인증, 안전인증 검사 등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는 직구 상품과 달리, 중국 쇼핑앱을 통한 중국산 제품들은 아무런 안전 검증과 관세 부과 없이 그대로 수입되면서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법 상 국내 사업자가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경우B2B(기업간거래)에 해당해 KC인증 등 각종 안전 관련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해외직구거래에서는 일부 유아용품, 식품 등을 제외하면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KC인증을 취득해야 국내 유통이 가능한 전자제품은 물론, 특정 성분의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폐기되는 건강기능식품 등도 중국 앱에선 아무 문제없이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에서는 알리에서 화장품을 구매했다가 피부가 괴사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규제는 구매액 150달러 미만에 해당하지만, 이를 초과한 품목도 관세만 부과될 뿐 미인증 제품을 걸러내는 장치는 사실상 없다. 또한 중국 쇼핑앱에서 저가에 구매해 한국에서 되파는 행위도 성행하고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차이나 커머스는 엄청난 자본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소상공인뿐 아니라 상품 제조사, 도매상 등 국내 유통업 전반이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라며 “국내 소상공인들의 사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과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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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액 감소 '여전'해도 시장은 '봄기운', "'거품 빼기'는 시장 정상화의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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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도 '투자 혹한기',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나
활기 띠는 스타트업 시장, 10곳 중 7곳이 "투자 늘릴 계획 있어"
'단기간 반등'은 힘들겠지만, "시장 회복세 명확해"
2022-2023-스타트업-투자-동향-비교

지난해 연간 벤처투자액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혹한기'가 여전히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조사를 실시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통계의 주요 근거는 언론 보도인 만큼 해당 수치가 정확한지 여부는 당장 확인할 방법이 없다. 중소벤처기업부 또한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10조원 내외로 추정된다"며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52% 감소했단 집계 결과는 타당하다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벤처투자액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자체 집계한 결과 지난해 연간 벤처투자액이 5조3,388억원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11조1,1404억원 대비 52%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이번 추산에서 집계된 총투자 건수는 1,284건이다. 전년 1,765건 대비 27.3% 감소한 수준이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대규모 투자가 줄어들어 투자 건 감소 폭보다 투자액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로는 금융·보험 분야 투자액이 7,33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콘텐츠·소셜(6,458억원), 제조(6,268)억원 순으로 이어졌다. 투자 건수별로는 헬스케어, 제조, 콘텐츠·소셜 순이었다.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며 중장기적으로 잠재적 가치가 높은 헬스케어 및 딥테크 분야에 투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 같은 추산 결과를 바탕으로 거듭된 투자 혹한기에 벤처 업계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기부는 이를 전면 반박했다. 민간기관의 집계 결과는 설문조사·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활용하는 만큼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통계엔 비공개인 투자 건은 집계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측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소관 벤처캐피탈 등의 23년 1~3분기 투자액(4조원), 최근 5년간 국내 벤처투자 시장 내 비중(43%) 등을 고려하면 중기부 소관 벤처캐피탈 등의 실적(5.4조원)과 합산한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10조원 내외로 추정된다"며 "따라서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5.3조원으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단 집계 결과는 타당하다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투자 혹한기', 오히려 '거품' 제거했나

이처럼 중기부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반박에 나선 건 잘못된 정보가 벤처 업계 투자 기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론 5조가량의 투자액 감소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벤처 업계에 있어 큰 손실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업계 전반에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적인 견해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 2021년엔 3분기 동안 누적 벤처투자 5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첫 5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특히 당시 3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2조678억원으로 단일 분기 최초 2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벤처 업계로 쏠렸던 자금이 다시금 순환되기 시작하면서 투자 수준이 원상 복귀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며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으면서 벤처 업계가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건 맞다. 그러나 흔히 '투자 혹한기'라 일컫는 현상으로 인해 거품이 빠지면서 오히려 국내를 강타한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초석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한 달 동안 총 129개 스타트업이 8,73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 동기간 96개 기업이 8,303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증가한 셈이다. 벤처투자계 업황에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이유다.

벤처_상속

봄바람 부는 투자 시장, "연착륙 위해 노력할 것"

국내 스타트업 투자도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중기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사 10곳 중 7곳이 올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고금리 기조가 완화됨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세움과 동시에 이전 혹한기에 묶어뒀던 투자금을 풀기 시작하겠단 것이다. 특히 올해엔 그간 투자에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던 이들도 절호의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얼어붙은 투자 시장을 겪은 스타트업들이 기준을 낮춰서라도 투자를 받으려는 경향이 높아짐에 따라 비상장 기업의 가치가 낮아지면 그만큼 투자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 회장은 "2023년은 '늦더라도 천천히 가자'고 했지만, 올해는 본격적으로 투자 시동을 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24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다만 벤처 업계의 겨울나기가 단기간에 마무리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은청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투자 심리 급반등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라며 "금융 시장이 안정된다 하더라도 2024년 상반기께는 돼야 투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정부는 우선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벤처 생태계가 원복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를 줄임으로써 시장 불안정성을 최대한 낮춰보겠단 구상이다. 이 정책관은 "다운텀(하향기) 시기가 길어진다든지 투자 감소 폭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플럭츄에이션(변동)을 줄이면서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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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습관을 형성하는 데 실제로 얼마나 걸릴까?

[해외 DS] 습관을 형성하는 데 실제로 얼마나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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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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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습관 형성에 필요한 시간은 18~254일로 개인마다 달라
활동의 유형, 동기부여, 보상, 환경적 요인 등이 습관 형성에 영향을 미쳐
하루나 이틀 정도 놓치더라도 실천 가능한 계획으로 다시 시작해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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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습관을 굳히는 데 21일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습관 형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행동경제학자 콜린 캐머러(Colin Camerer)는 사람들이 새로운 습관을 시작하거나 오래된 습관을 버리려는 의욕이 높아지는 새해 첫날엔 3주라는 기간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년 1월 21일이 되면 결심을 지켰다고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3년에 실제로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9%에 불과했다.

심리학 선임 강사이자 영국 서리대학교의 습관응용및이론그룹의 공동 책임자인 필리파 랠리(Phillippa Lally)는 개인마다 습관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지만, 반복이 습관 형성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랠리와 캐머러는 건강한 행동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무의식적인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다.

습관 형성은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그 기간은 개인마다 달라

'3주 이론'의 기원은 습관 그 자체와는 무관하며, 1960년 출간된 자기계발서 '사이코사이버네틱스'에서 성형외과 의사 맥스웰 몰츠가 수술 후 환자가 새로운 외모에 익숙해지는 데 약 21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관찰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공식적인 실험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 책은 21일이라는 기간을 삶의 다른 측면에도 적용했다. 새로운 집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나 자신의 신념을 바꾸는 데 필요한 시간을 3주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

확실한 연구 결과 없이도 21일 신화는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것이 합리적인 시간처럼 보였기 때문에 지속된 것 같다고 캐머러 교수는 설명했다. 3일이라고 주장했으면 믿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고, 1년은 벅차게 느껴진다. 그 결과 21일은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기간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후, 연구자들은 마침내 이러한 생각을 반박하는 강력한 증거를 수집했다. 2009년 습관 형성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에 따르면 습관은 18일에서 254일 사이에 형성되며, 연구의 참가자들은 점심과 함께 과일 한 조각 먹기, 점심과 함께 물 한 병 마시기, 저녁 식사 전 15분 동안 달리기 등 세 가지 새로운 일상 활동 중 하나를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데 평균 약 66일이 걸렸다고 답했다. 이 연구의 제1 저자인 랠리 교수는 매일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활동의 유형도 중요한 요소였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나 과정을 스스로에게 가르치는 것은 아침에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것을 기억하는 것보다 분명히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랠리 박사는 언급했다. 2015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새로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운동 습관을 기르려면 6주 동안 일주일에 최소 4번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캐머러 교수와 그의 동료들도 머신러닝을 활용해 습관 형성에 필요한 시간을 결정하는 연구를 수행한 결과, 위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사람들이 운동 습관을 기르는 데 반년이 걸리는 데 비해, 손 씻기 습관을 기르는 데는 몇 주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손 씻기가 운동보다 덜 복잡하고 연습할 기회가 더 많다고 분석했으며, 습관 형성은 사람이 어떤 활동을 실천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그 행동을 상기시켜 주는 환경적 신호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습관을 형성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

'새해, 새로운 나'라는 초기의 설렘이 사라지면 동기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몇 주만 지나면 활동을 중단하거나 완전히 포기하기 쉽다.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예: '스페인어 더 배우기'라는 막연한 목표보단 '일주일에 세 번 20분씩 스페인어 문법 공부하기'), 앱 트래커나 친구 등 책임감을 상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계속 진행하도록 독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사람들은 단순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결심'보다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결심'을 지키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

한편 보상은 훌륭한 동기부여가 되지만 즉시 주어질 때만 효과가 있다. 랠리 교수는 사람들이 일주일 내내 헬스장에 갔다가 토요일에 쇼핑하는 등 만족을 미루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보상은 작업 중에 받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데, 주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했다. 2014년 연구자들은 실험 기간 동안 헬스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당시 인기 있던 오디오북(예: 헝거게임 3부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을 듣게 한 결과, 참가자들이 처음에 대조군보다 51% 더 자주 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랠리 교수가 추천하는 또 다른 팁은 목표와 일상을 결합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이틀을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람이 있으면 퇴근 후 바로 헬스장에 방문하는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두 가지 행동을 연관시킬수록 기억과 습관 형성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신경 연결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물리적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일을 더 많이 먹는 것이 목표라면 집에 다양한 과일을 구비하고 진열해 두면 과일을 더 많이 먹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랠리 교수는 말했다. 이는 습관을 고치는 데에도 적용된다. '드라이 1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술의 유혹을 피하고자 미리 술 캐비닛을 비울 수 있다. 물론 약물 및 알코올 중독은 더 적극적인 의학적 개입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목표는 실현 가능하게, "무리한 일정은 오히려 독!"

어떤 새로운 습관이든 하루나 이틀을 쉬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사람들은 엄격한 스케줄을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활동 자체(예를 들어, 매일 10마일 달리기 등)가 너무 힘들면 재도전을 주저하게 된다.

따라서 목표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되면 잠시 시간을 내어 결석한 이유를 평가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랠리 교수는 조언한다. 매일 10마일을 뛰는 대신 일주일에 세 번 2마일씩 조깅을 해보거나, 그래도 너무 힘들다면 속도를 늦추거나 거리를 줄여서 더 조정한 다음 원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화를 신고 한 블록을 걷는 것이 처음에는 큰 성과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다.

그러니 이달 21일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자책하지 말자.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반복적으로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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