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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호르무즈 협상전, 미국의 신뢰 담보가 관건

[딥폴리시] 호르무즈 협상전, 미국의 신뢰 담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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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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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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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 포기 요구하면서도 제재 복원 권한 유지 
이란, 신뢰 없는 제재 완화에 선제 양보 거부 
호르무즈 통항·핵 검증·제재 해제 연동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위기 때마다 글로벌 경제를 흔드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은 이란 핵 협상 국면에서 더 두드러진다. 지금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는 단순히 테헤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원심분리기를 제거하는 데 있지 않다. 핵심 쟁점은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가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느냐다. 이란 입장에서는 언제든 복원될 수 있는 제재를 믿고 핵 프로그램이라는 마지막 협상 카드를 포기하기 어렵다. 결국 협상의 성패는 미국이 향후에도 합의를 뒤집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되풀이된 비핵화 협상 실패 패턴

한쪽이 선제적으로 핵 능력을 포기한 이후에도 상대방이 언제든 합의를 철회할 수 있는 구조에서는 지속 가능한 협상이 성립되기 어렵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동력을 잃은 배경에도 같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안보 보장을 언급했지만 제재 해제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고, 결국 상호 신뢰 구축에 실패했다. 그 후 누적된 불신은 중동 지역에서도 협상 불확실성을 키우며 유조선 위협과 역내 긴장 고조,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상대방의 선제 조치만 요구한 채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이란의 합의 위반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제재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이란은 미국의 정책 번복 가능성을 이유로 우라늄 농축 능력을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놓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어느 한쪽도 먼저 양보할 경우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과 안보 리스크가 상당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추가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지만, 미국의 합의 이행을 강제할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실질적 돌파구를 만들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간 비일관성이 키운 구조적 불신

이 같은 교착 상태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는 경제학의 ‘시간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이 거론된다. 협상 당시에는 유지 가능해 보였던 합의가 시간이 흐르면서 한쪽의 이해관계 변화로 흔들리는 현상을 뜻한다. 현재 이란 핵 협상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 역시 여기서 비롯된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을 중단하거나 관련 설비를 폐기하는 조치는 물리적 이행에 해당한다. 한 번 축소한 핵 역량을 복원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긴 재정비 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미국의 제재 복원은 행정명령이나 법적 절차만으로도 비교적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비대칭 구조가 협상 신뢰를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이란 입장에서는 핵 능력 축소라는 되돌리기 어려운 조치를 먼저 이행한 뒤에도 미국이 정권 교체와 함께 제재를 다시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체결 당시 이란은 우라늄 농축률을 3.67%로 낮추고 비축량도 대폭 줄이며 합의 사항을 이행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정권 교체와 함께 합의에서 탈퇴했고, 제재를 전면 복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후 이란이 다시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나선 것도 이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부 변수로 떠오른 정치적 부채

외부 협상만큼 중요한 변수는 이란 내부 정치다. 위기 국면에서 정권을 지탱해 준 군부 강경파와 보수 지지층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이로 인해 이란 지도부로서는 어떤 형태의 합의라도 미국에 대한 굴복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안고 있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완전 해체와 대리 세력 위협 제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 역시 호르무즈 해협 안정은 원하지만, 동시에 이란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관리자로 인정받는 상황에는 거부감을 드러낸다. 협상 테이블이 열리기도 전에 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하는 셈이다.

주: 이란과 터키의 경제 격차가 확대되는 흐름은 이란 정권 차원의 생존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 행동’ 전략의 한계와 실무적 대안

이런 배경 속에서 미국과 이란이 동시에 긴장을 완화하는 ‘동시 행동’ 방식이 현실적 절충안으로 거론된다.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인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국제 사찰 수용과 우라늄 농축 제한에 나서는 일정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을 완화하고, 미국도 이에 비례해 제재를 유예하면서 해상 통제 수위를 낮추는 구조다. 금융 거래 재개와 국제 사찰단 이동 역시 동일한 일정표에 따라 연계할 수 있다. 이는 검증 가능한 행동을 단계적으로 맞물리게 해 불신을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만으로는 핵심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양측이 동시에 움직이더라도, 이란이 합의 사항을 모두 이행한 이후 미국이 다시 제재를 복원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의를 장기간 유지하려면 미국이 약속을 뒤집을 경우 감수해야 할 비용까지 사전에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대표적으로 국제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해 원유 결제 대금을 자동 지급하도록 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다자 보증 결의안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할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정 수준의 대응 조치를 취할 권리를 명문화하는 방안까지 논의 범위에 포함되고 있다.

주: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만으로도 석유와 LNG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미국과 이란 모두 협상 국면에서 활용 가능한 핵심 압박 수단으로 작용한다.

가역적 제재 복원과 상호 부담의 균형

일각에서는 이런 합의 구조가 해상 봉쇄라는 압박 수단에 사실상 보상을 제공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국제 해상 교통로를 지렛대로 활용해 외교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군사 공습으로 핵 시설을 타격하고 해상 봉쇄로 물류를 차단할 수는 있어도, 충돌 이후의 신뢰까지 무력으로 복원하기는 어렵다. 압박만으로는 이란이 장기적 위험을 감수하는 합의에 나서도록 만들기 쉽지 않다.

따라서 제재 해제는 핵 물질 관리와 고농축 제한, 호르무즈 안전 통항 성과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란이 합의를 위반하면 제재가 즉시 복원되고, 미국이 약속을 뒤집을 경우에는 사전에 합의된 경제적 혜택이 보호된 금융 채널을 통해 자동 집행되며 이란의 해상 제한 조치 역시 재가동되는 방식의 ‘상호 가역 구조’가 필요하다.

다자간 인프라 펀드와 명분 분산

합의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중동 지역 인프라 재건 문제까지 협상 틀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재건 재원은 동결 해제된 이란 자산을 비롯해 아시아 주요 에너지 수입국과 걸프 국가, 중국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펀드 방식으로 조성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이란이 자체 자산으로 비용을 부담한다는 논리를 통해 국내 정치 부담을 덜 수 있고, 이란 역시 대미 굴복이 아닌 주권 회복과 경제 재건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전 세계 에너지 물동량 상당수가 하나의 좁은 해협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호르무즈는 단순한 해상 통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곳은 불신이 고착된 국제 질서 속에서 외교적 안전장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핵 역량이라는 강경한 협상 카드는 모호한 약속만으로 내려놓기 어렵고, 제재 역시 확실한 이행 보장 없이는 해제되기 쉽지 않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Iran Sanctions Guarantee Is the Missing Bargai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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