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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의 잇단 기술 유출, "대주주였던 산은도 보안 관리 나 몰라라"

대우조선의 잇단 기술 유출, "대주주였던 산은도 보안 관리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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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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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드러나는 대우조선 기술 유출 실태, 장보고Ⅲ 잠수함 기술도 빼돌려
산업은행 관리 아래 있었지만, "자금 회수에 매몰돼 보안은 나 몰라라"
한화그룹 인수 후 보안 정상화됐지만, 과거 원죄가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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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퇴직자 등이 2019년 재직 당시 장보고Ⅲ(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에 활용된 유럽 A사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비공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이 관리하던 시절 대우조선의 기술 유출 의심 사례가 거듭 가시화하면서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의 보안 및 관리책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잠수함 기술 유출됐나, 대우조선 시절 보안 문제 다시 도마에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대외무역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우조선 전 직원 등 관련자 5명에 대해 2022년 11월부터 지난 9일까지 총 16번에 걸쳐 1심 공판을 벌이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된 기술은 유럽 방산업체 A사 소유 기술로, 장보고Ⅲ 잠수함에 쓰인 바 있다. 해당 국가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외교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인 셈이다.

대우조선의 기술 유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월 경남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대우조선 근무 당시 도면을 빼돌리고 잠수함 개발 컨설팅 회사인 S사로 이직한 대우조선 전 직원 등 2명을 산업기술유출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대만으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 잠수함 설계 도면은 대우조선이 2011년 12월 인도네시아로부터 11억 달러(약 1조4,393억원)에 3척을 수주한 ‘DSME1400’ 모델의 도면인데, 대만 정부와 컨설팅 계약을 맺은 S사가 대만국제조선공사(CSBC)와 손잡고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의 허술한 보안 시스템 문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2022년에도 유출 의혹, "기술 대만으로 빠져나가"

지난 2022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 해군의 최신예 3,000t급(장보고-3급) 잠수함 기술 일부가 대만으로 유출된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당시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군사 장비를 무허가 수출하고 대우조선의 잠수함 기술을 대만의 국영기업인 대만국제조선공사에 넘긴 혐의로 조선기자재 업체 B사 등 법인 3곳과 관계자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당초 B사는 1,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2019년부터 대우조선의 잠수함 사업부에서 일했던 퇴직자 15명을 포함해 총 20여 명을 대만에 파견했다. 경찰은 이들이 대만 남부 가오슝에 있는 대만국제조선공사에서 잠수함 건조 업무에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 퇴직자들을 대만으로 직접 보내는 방식을 통해 기술을 빼돌렸단 것이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대우조선에서 빼낸 잠수함 유수분리장치, 배터리 고정 장치 등 핵심 부품의 설계 도면 2건을 넘긴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해당 건에 대해 당시 대만 측에선 "한국 잠수함 설계 기술과 관련 문서를 제공받지 않았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기술 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대만국제조선공사는 "대만 잠수함 프로젝트와 한국 장보고급 잠수함 설계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며 "한국의 잠수함 건조 기술은 대만 잠수함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잠수함 배수량은 2,000t이고 한국의 배수량은 3,000t이다. 또 방향타 등 잠수함 각종 장비의 구성이 다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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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산업은행 '보안 부실' 원죄 여전, 한화오션도 피해

현시점에서 대만이 실제 기술 유출을 감행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혀내기 어렵다. 업계에서도 우선 유출 의혹을 받는 기술이 핵심기술은 아닌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철저한 보안이 필수적인 방산 기술을 다뤄왔음에도 약점을 거듭 노출한 대우조선과 대주주였던 산업은행에 대해선 거듭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도 과거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에만 골몰한 나머지 방산 기술 관리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산업은행 관리 아래서 20여 년간 공적자금 투입과 출자 전환 등 과정을 거치며 여러 차례 매각이 추진됐으나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이후 201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조선 경기 악화가 겹치며 임금 동결과 구조조정 등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내부 기술 보안 시스템이 망가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전현직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당시 대우조선은 협력사에 문서보안장치(DRM)도 하지 않고 기밀을 넘기는 일이 잦았다. 사실상 보안 시스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단 것이다.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허술한 보안체계는 2020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2차 해킹 사고가 터진 뒤에야 수습이 시작됐다"며 "그러다 2022년 12월 대우조선이 한화그룹에 완전히 인수되면서 정상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화오션마저 대우조선의 심각한 보안 문제를 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단 점에서 피해자 입장에 놓여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을 포함해 산업은행 관리 시절 대우조선에서 벌어진 잠수함 기술 유출 의심 사고는 총 네 건에 달한다.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의 원죄가 여전히 한화오션을 옥죄고 있는 셈이다. 해당 사건들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한편 대우조선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경영난을 겪는 방산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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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성큼 다가온 양자 인터넷 시대, 美·中·和 도시 환경에서 '양자 얽힘' 구현 성공

[해외 DS] 성큼 다가온 양자 인터넷 시대, 美·中·和 도시 환경에서 '양자 얽힘' 구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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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네덜란드, 수 킬로미터 광섬유에서 양자 얽힘 현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
세 연구팀은 큐비트 저장 방식과 얽힘 생성 방식에서 차이를 보여
앞으로 더 긴 거리에서 얽힘 생성 및 양자 통신 시연을 목표로 삼아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글로벌AI협회 연구소(GIAI R&D)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Quantum Internet Demonstrations Debut in Three Cities ScientificAmerican 20240529
사진=Scientific American

최근 미국, 중국, 네덜란드의 세 연구팀이 실제 도시 환경에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섬유를 통해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 얽힘이란 두 개 이상의 물체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는 현상으로, 양자 상태로 정보를 교환하는 미래 양자 인터넷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에, 네덜란드 연구는 미국 코넬대에서 운영하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각각 발표됐다.

실험실 안과 밖의 차이

두 개의 양자비트(큐비트)가 얽히면, 둘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되어 한쪽의 상태가 바뀌면 다른 쪽의 상태도 즉시 바뀌는 특성을 보인다. 이를 이용하면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큐비트를 측정하는 순간 얽힘 상태가 깨져 해킹 시도를 즉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 얽힘의 활용 범위는 암호 보안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대의 양자 컴퓨터를 연결하여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구현하거나, 멀리 떨어진 망원경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우주를 더욱 정밀하게 관측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인터넷 구축은 실험실 밖으로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자 정보는 온도, 바람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해 실험실 밖에서는 쉽게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네트워크 구축에 필수적인 기존 광섬유 기술을 활용할 경우, 단일 광자를 통해 전달되는 양자 정보의 특성상 장거리 전송 시 손실이 커져 수십 킬로미터 이상 이동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양자 인터넷 관련 기술이 실험실 환경에서만 시연되어 온 이유다.

실험실 밖, 도시 환경에서의 도전

세 연구팀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양자 얽힘을 생성하고 큐비트를 저장·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중국 과학기술대학교(USTC)의 판 지안웨이(Pan Jian-Wei)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루비듐 원자를 사용한 양자 메모리를 개발했다. 이들은 한 개의 광자로 큐비트의 양자 상태를 설정하고, 원자 구름을 자극해 광자를 방출하여 상태를 읽어냈다. 세 개의 실험 연구소를 연결하는 광섬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앙 광자 서버와 연결했고, 각 노드는 중앙 서버에서 동시에 광자가 도착하면 얽힘 상태가 형성되도록 했다. 연구소와 중앙 서버 사이의 전송 거리는 약 10km였다.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의 로널드 핸슨(Ronald Hanson) 교수의 연구팀은 다이아몬드 결정에 포함된 질소 원자와 탄소 원자의 전자 상태를 이용하여 큐비트를 인코딩했다. 이들은 델프트대학교에서 헤이그에 위치한 다른 실험실까지 25km에 이르는 복잡한 경로에 광섬유를 설치하여 양자 얽힘 실험을 진행했으며 전송 거리는 약 25km였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미하일 루킨(Mikhail Lukin) 교수의 연구팀은 실리콘 원자를 사용한 다이아몬드 기반 장치를 사용했다. 이 장치는 전자와 실리콘 핵의 양자 상태를 모두 활용하여, 마치 작은 양자 컴퓨터 두 대를 서로 얽히게 만든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연구팀은 하버드 대학교 내의 두 작은 양자 컴퓨터를 연결하기 위해 보스턴 지역을 도는 광섬유를 사용했는데, 이 광섬유는 찰스강을 무려 여섯 번이나 건널 정도로 복잡한 경로를 거쳤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과제

중국과 네덜란드 팀은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중앙 서버에 광자를 전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의 루킨 교수의 연구팀은 이러한 정밀한 타이밍 조절이 필요 없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큐비트가 광자를 방출하게 하여 얽히게 하는 대신, 하나의 광자를 보내 첫 번째 노드의 실리콘 원자와 얽히게 하고, 광섬유 루프를 돌아온 광자가 두 번째 실리콘 원자를 스쳐 지나가면서 첫 번째 원자와 얽히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루킨 교수팀의 접근 방식은 효율성 측면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단일 실리콘 원자를 사용해 광자를 방출하면 원자 군을 사용할 때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광자를 방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얽힘 과정의 전반적인 효율성이 낮아지는 문제도 있다. 더 나아가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할 때 이 효율성 문제는 더욱 두드러지며, 양자 정보 전송 거리를 제한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세 연구 모두 아직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큰 진전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양자 네트워크·광역학을 연구하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의 트레이시 노섭(Tracy Northup) 교수와 시몬 바이어(Simon Baier) 교수는 이번 연구가 지금까지 가장 진보된 양자 인터넷 기술 시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판 지안웨이 교수는 향후 양자 인터넷 개발에 대한 더욱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판 교수는 현재 기술 발전 속도라면 2030년 안에 '얽힘 교환(entanglement swapping)'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10여 개의 중간 노드를 거치는 1,000km 이상의 광섬유에서 얽힘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다만 초기에는 이러한 연결이 매우 느려서 초당 하나의 얽힘만 생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 위성 '묵자(墨子·Micius)'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판 교수는 현재 묵자의 뒤를 이을 후속 위성 임무도 계획 중이라고 밝혀, 양자 인터넷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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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도 R&D 힘 싣는 현대제철, "선제적 투자로 미래경쟁력 제고할 것"

실적 악화에도 R&D 힘 싣는 현대제철, "선제적 투자로 미래경쟁력 제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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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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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영업이익 감소했지만, R&D·시설투자는 200억·7,000억원 증가
꾸준한 투자에 '전기차용 핫스탬핑 부품 개발' 등 연구 성과도 속속
R&D 투자 백안시하는 업계, 현대제철이 '투자 동기' 부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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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실적 악화 상황속에서도 시설 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을 늘리며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제적 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취지다. 현대제철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에 시장의 관심도 집중되는 모습이다. R&D 투자에 소극적인 국내 철강업계가 현대제철을 통해 투자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시선에서다.

영업이익 83% 감소한 현대제철, 투자는 오히려 늘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 1분기 영업이익 5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3.3% 줄어든 수준이다. 이처럼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대제철은 오히려 시설투자를 늘리는 모양새다. 현대제철은 올 1분기에 공시를 통해 약 2조원가량을 설비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약 1조3,000억원보다 시설투자를 7,000억원이나 늘린 것이다.

R&D 투자 금액도 늘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2,539억원을 R&D에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 2,455억원 대비 1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 1분기엔 총 888억원의 R&D 비용이 투입됐다. 이 역시 전년 동기 617억원과 비교해 2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시설투자 및 R&D 투자 강화를 통해 전방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신규 수요에 대응하고 고부가제품 개발 및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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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에 거듭 힘 싣기, 가시적인 연구 성과 얻기도

현대제철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는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9년 현대제철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선도적 대응을 위해 통합시스템기술실을 신설하고 기존 연구개발본부 내 자동차강재센터·공정기술센터의 일부 조직을 선행개발실로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R&D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겠단 취지였다. 고로 개수를 준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2010년 1월 가동을 시작한 1고로를 대상으로 고로 개수를 위한 선제적 대응을 강화, 미래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2022년엔 R&D 비용을 본격 확대하면서 선순환 투자 구조를 구축하려 노력했다.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22년 한 해 동안 총 2,456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투자했다. 2,053억원이던 직전 사업 연도 대비 약 20% 증가한 수준으로, 2020년(1,42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72%가 늘었다.

지난해에도 R&D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R&D 비용은 총 2,54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100억원가량 늘어난 건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22년 0.90%에서 지난해 0.98%로 소폭 올랐다. 연달아 매출의 1%에 육박하는 액수를 투자한 셈이다.

이처럼 현대제철이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는 건 포스코의 그림자에 가려 '만년 2위'로 전락한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함이다. 경기 한파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세에도 기술력을 높여 나감으로써 장기적 관점에서의 '승리'를 쟁취하겠단 복안이다.

실제 큰 폭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가시적인 연구 성과도 속속 나오는 모양새다. 2022년엔 '전기차용 핫스탬핑 부품 개발'을 이뤄내 미래 친환경차의 핵심 소재로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2023년엔 '자동차 외판용 초고성형 냉연 도금강판' 등 자동차 강판 관련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면서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최근엔 그간 이뤄온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향 강판 판매 비중을 17%에서 2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의 투자액 확대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에 소극적이던 철강업계, 현대제철이 '바람' 불어넣나

현대제철의 투자 기조는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국내 철강 산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그간 국내 철강업계는 R&D 투자가 좀처럼 늘지 않아 정체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KG동부제철)의 2020년 총 R&D 비용은 7,745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1,200억원가량 늘어난 수준이지만, 막상 전체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0.7% 수준에 그쳤다.

소극적인 R&D 투자가 이어진 이유에 대해 당시 철강업계는 "수익성이 악화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철강수요산업 침체·원료가격 상승·제품가격 반영 지연 등 유례없는 경영 위기를 맞았던 만큼 R&D 투자에 쏟을 여력이 없었단 것이다. 실제 2020년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각각 37.9%, 78% 동반 감소했다. 세아베스틸의 경우 17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어려운 여건을 이유로 투자를 미루기만 하면 본업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에 잡아먹히는 모양새"라며 "이런 상황에서 소극적 투자를 견지하는 건 몰락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업계의 철강 경쟁력은 이미 중국에 밀리고 있다. 중국 정부·기업 차원에서 R&D 투자를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당초 세계철강협회가 철강 생산량을 처음 기록한 1967년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약 1,400만 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3%에 불과했으나, 1996년 러시아, 미국, 일본을 제치며 중국이 세계 최고의 철강 생산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R&D 비중도 부쩍 늘렸다. 야금공업경제발전연구중심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산업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09년 1.2%에서 2011년 1.57%, 2012년 1.54%로 점차 높아졌다. 2022년 중국이 전 세계 점유율 54% 이상을 차지하며 철강 생산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이자, 국내 관계자들이 철강업계에 거듭 각성을 촉구하는 이유다.

더군다나 최근엔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규제가 강화되면서 철강업계의 R&D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친환경, 경량화, 고강도 등 기준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보이지 못하면 수출력이 하락해 기업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존속의 기로에 선 국내 철강업계에 현대제철의 거듭된 투자 이력이 강한 동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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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까지 발 뺐다, 가라앉는 文정부 군산형 일자리 사업

명신까지 발 뺐다, 가라앉는 文정부 군산형 일자리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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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 떠안은 명신, 전기차 사업 철수 본격화
"사업 시작부터 삐걱" 연이은 계약 무산이 발목 잡아
에디슨모터스·대창모터스 등도 성과 창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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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에서 전기차를 위탁 생산하며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견인하던 기업 ㈜명신(이하 명신)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군산형 일자리 1차 3개년 계획이 지난 3월 종료된 가운데, 부진한 사업 성과가 목을 옥죈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사업 발 빼는 명신

29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명신은 최근 5년 동안 부진에 시달린 전기차 생산을 중단, 사업 철수 계획을 수립했다. 명신의 지난해 매출액은 1,752억원으로 2022년(2,151억원) 대비 22.8% 감소했다. 명신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서 전체 고용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기업이다. 명신이 철수하면 관련 사업은 사실상 실체를 잃게 된다는 의미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5월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등을 계기로 시작됐다. 사업은 제조·판매 등 전기차 생산 과정 전반을 중견·중소기업에 일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완성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성격인 셈이다. 명신,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코스텍 등이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

정부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11조4,671억원의 생산효과와 2조8,149억원의 부가가치, 3만9,899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정부·전북도·군산시는 사업이 첫발을 뗀 이후 3년간 인건비와 연구개발(R&D) 지원금, 인력 양성을 비롯한 16개 관련 사업에 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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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만 쌓였다' 군산형 일자리의 악몽

군산형 일자리 1차 3개년 계획은 올해 3월 말 종료됐다. 문제는 성과다. 사업 참여 기업의 총투자액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3,045억원에 그쳤다. 일자리(530개)는 목표치의 30.9%, 위탁 생산량(4,292대)은 고작 1.3%에 불과했다. 사실상 정부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막대한 정부 투자금의 활용처부터가 잘못됐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위해 투입된 막대한 예산 대부분은 기반 인프라 조성에 사용됐다. '기초'만 다지다가 정작 성과는 내지 못한 셈이다.

사업 참여 기업들의 불안정한 경영 상황 역시 패인으로 꼽힌다. 명신은 2019년 중국 전기차 업체 바이턴과 5만 대 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의 첫발을 뗐다. 그러나 바이턴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며 계약이 흔들렸고, 군산형 일자리 사업 성사 자체가 어려워졌다.

휘청이던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명신이 2022년 중국판 테슬라인 패러데이퓨처와 8만 대 규모 전기차 위탁 생산 계약을 맺으며 겨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패러데이퓨처가 사전 계약 물량을 부풀렸다는 사기 논란에 휩싸이며 계약이 흐지부지됐고, 같은 해 따낸 이집트 국영 기업과의 계약 역시 이렇다 할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투자와 고용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명신은 결국 지난해 정부와 전라북도, 군산시로부터 받은 보조금 87억원을 반환해야 했다.

여타 참여 기업에도 '먹구름'

또 다른 사업 참여 기업인 에디슨모터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디슨모터스는 주가 조작 사건에 휘말리며 성장 동력을 잃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2021년 10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쌍용차의 인수합병(M&A)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회생절차 진행 과정에서 인수 대금 잔금을 치르지 못해 이듬해 3월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계약 해지 이후 쌍용차 인수전에서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수행했던 에디슨모터스 산하 스마트솔루션즈(구 에디슨EV)의 주가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경영진이 쌍용차 인수를 호재로 내세워 에디슨EV의 주가를 띄우고 1,62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2022년 10월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후 에디슨모터스는 2022년 11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해 11월 KGM커머셜로 인수됐다.

이들 기업과 함께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던 대창모터스의 경우,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군산 공장 준공 시점이 사업 만료 이후로 밀렸다. 사실상 정부가 계획한 기간 내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 곳은 부품 업체인 코스텍뿐이며, 이마저도 본 사업이 아닌 시범 사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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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xAI' 60억 달러 투자 유치, 오픈AI 대항마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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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I', 8조원 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
몸값 2위 생성형 AI 스타트업으로 부상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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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60억 달러(약 8조1,78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오픈AI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로 AI 개발에 속도를 붙이는 가운데, xAI 또한 ‘쩐의 전쟁’에 나선 모양새다.

8조 조달한 xAI, 기업가치 33조원 우뚝

27일(현지 시간) xAI는 블로그를 통해 60억 달러 상당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 피델리티 등은 물론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도 참가했다.

이번 자금 조달로 xAI의 기업가치는 240억 달러(약 32조5,870억원)로 불어났다. 설립 8개월 만에 기업 가치 860억 달러(약 116조7,880억원)로 평가받는 세계 2위 AI 스타트업이자, 세계에서 9번째로 가치있는 스타트업이 된 것이다. CNN 비즈니스는 xAI가 이번 투자 유치로 오픈AI의 잠재적 라이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봤으며, 뉴욕타임스(NYT)는 xAI가 초기 빠른 자본 투자로 오픈AI와의 자금 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투파·미래에셋도, xAI에 베팅

이번 라운드 B 투자에는 국내 투자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은 1,000만 달러(약 136억원)로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한국투자 Re-Up II 펀드'가 재원이다. 해당 펀드는 2022년 결성된 4,83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로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1,000억원 이상 잔존한다. 미래에셋캐피탈도 이번 투자 라운드에 참가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400만 달러(약 55억원)를 베팅한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셋벤처투자를 제외한 여타 계열사도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xAI는 약 10곳의 글로벌 VC에 투자 물량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VC들은 펀드에 참여할 출자자 혹은 공동 투자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확보했다. 전체 조달 규모가 60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배정된 물량은 전체 규모와 비교해 작은 규모지만, 국내 기관들이 xAI의 첫 투자 유치에 참여함으로써 해외 유수의 VC와 같은 단가로 xAI가 새롭게 발행한 주식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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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xAI

초거대 AI 개발 경쟁 가속화

xAI는 이번 투자금을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R&D)에 투입해 그록-2(Grok-2) 등 최신 AI를 선보일 계획이다. xAI는 블로그를 통해 “그간 그록-1과 그록-1.5 공개, 이미지 이해가 가능한 그록-1.5V 발표 등 AI 성능을 빠르게 발전시켜 왔다”며 “앞으로 몇 달간 가파른 진보의 궤도를 이어가며 흥미로운 신기술과 제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xAI가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한 만큼 초거대 AI 개발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선두주자인 오픈AI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30억 달러(약 17조7,000억원)를 투자받은 상태다. 앤스로픽도 구글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아마존에게 40억 달러(약5조4,500억원)를 수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xAI가 AI 기술 개발에 활용할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한다. xAI는 머스크가 소유한 누적 가입자 수 4억1,500만 명(지난해 말 기준·스태티스타 추산)의 소셜미디어 X의 게시글을 AI 모델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X가 2021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하루 데이터 생산량은 ‘페타바이트(PB·고화질 영화 53만 편 분량)’ 규모다. 이는 AI 학습용 데이터 고갈에 시달리는 구글 등 경쟁사와는 대조적이다.

머스크가 소유한 테슬라와 xAI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 요소다. 테슬라가 그동안 축적한 AI 자율주행 기술과 연구 성과를 xAI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인력 이동과 기술 공유 등을 바탕으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나 휴머노이드(인간과 유사한 이족보행 로봇) 사업에 xAI의 기술이 활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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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만 쌓이네" 성장 동력 잃은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악재만 쌓이네" 성장 동력 잃은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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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시장 장보기 제휴 전통시장, 71곳까지 줄었다
가라앉는 전통시장, 네이버는 '동네 슈퍼'로 눈 돌려
"전국구에서 서비스" 전통시장 중개 사업 강화하는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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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상인들의 온라인 판매를 중개하는 네이버의 ‘동네시장 장보기’ 제휴 시장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전통시장 상품 외면 및 쿠팡과의 시장 경쟁 등 악재가 누적된 결과다.

줄어드는 '동네 시장'

29일 네이버에 따르면 동네시장 장보기 제휴 전통시장 수는 지난 2022년 170곳에서 현재 71곳으로 줄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은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의 사업성이 떨어졌다기보다는 디지털 전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전통시장들을 정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월 출시된 동네시장 장보기는 네이버를 통해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주문한 상품을 2시간 혹은 당일 내 배달·배송 받을 수 있으며,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내 동네시장 메뉴에 관련 상품을 노출하는 형태로 판매를 중개한다.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암사종합시장이 꼽힌다. 암사종합시장은 2019년 해당 서비스에 입점한 이후 3년 만에 누적 매출 23억원, 누적 주문 건수 20만 건을 기록했다. 제휴 점포도 초기 12개로 시작해 40개까지 늘었고, 판매 상품도 1,000여 개까지 다양화했다.

"시장 안 되면 슈퍼로 간다"

문제는 서비스의 중심축인 전통시장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수는 지난 2014년 1,536개에서 2022년 1,388개로 감소했다. 전통시장의 주요 고객인 중노년층의 발길 역시 뜸해지는 추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만 55~64세가 주로 이용하는 구매 채널에서 전통시장(6.3%)은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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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테일앤인사이트

서비스 경쟁력이 약화하자 네이버는 전통시장에서 슈퍼·마트 등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달 네이버는 지역 마트 플랫폼 ‘토마토’와 제휴를 맺고 가까운 마트에서 2시간 내외로 상품을 배송해 주는 ‘동네슈퍼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동네슈퍼 장보기 서비스 신설을 통해 지역 마트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 마트 상인들이 네이버에 납부해야 하는 매출 연동 수수료 3%를 1년간 면제하고, 지역 마트의 쇼핑라이브 콘텐츠 제작 지원, 지자체와 협업 프로모션 연계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쿠팡의 전통시장 중개 사업

경쟁사인 쿠팡이 전통시장 중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쿠팡은 지난 2022년 말 ‘마켓플레이스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시작, 서울, 대구, 광주 등의 전통시장 상점 35곳을 플랫폼 내에 입점시켰다. 출시 당시 수도권 중심이었던 해당 서비스는 현재 충청·영남·호남 등 전국 단위로 취급 범위를 확대한 상태다. 쿠팡 측은 올해까지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는 전통시장 상점 수를 10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쿠팡 산하 배달앱 서비스인 쿠팡이츠도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 지난 3년간 전국 135개 전통시장에서 1,600여 개 점포를 온라인 시장에 진출시켰다. 현재도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 서비스, 주문 중개 수수료 50%를 지원 등 혜택을 앞세워 전통시장 점주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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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DS]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뇌 임플란트, 뇌졸중 환자 정체성 회복에 나서

[해외 DS]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뇌 임플란트, 뇌졸중 환자 정체성 회복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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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뇌 임플란트 등장
모국어 말하기는 의사소통을 넘어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
연구진은 뇌 임플란트가 일본어, 중국어 등 전 세계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장밋빛 미래 꿈꿔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글로벌AI협회 연구소(GIAI R&D)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이중언어
사진=Scientific American

두 가지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뇌 임플란트’가 처음 등장했다. 뇌 임플란트는 뇌졸중 환자 등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이번에 등장한 뇌 임플란트는 인공지능 시스템과 결합하여 환자가 말하려는 내용을 곧바로 스페인어와 영어로 전환하여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생각을 전달하는 뇌 임플란트

최근 뇌 임플란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연구에서는 뇌 임플란트가 모국어 의사소통을 넘어 다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세르게이 스타비스키와 데이비스는 이 연구가 새롭게 떠오르는 언어 복원 신경보철 분야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며 앞으로 등장하게 될 뇌 임플란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타비스키는 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뇌 임플란트가 다른 기술과 결합되면 더 높은 정확도를 보일 것이라며 뇌 임플란트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구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판초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과 진행됐다. 그는 스무 살에 뇌졸중에 걸려 신체의 많은 부분이 마비되었다. 안타깝게도 끙끙거리는 소리만 낼 수 있을 뿐, 명확하게 의사전달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에드워드 창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돕기 위해 판초와 함께 뇌졸중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2021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창이 이끄는 팀은 판초의 피질에 전극을 이식하여 신경 활동을 기록했고 이를 단어로 화면에 표시하는 성과를 이뤘다.

판초가 말하고자 했던 첫 문장은 “우리 가족은 밖에 있어”였다. 문장은 영어로 화면에 표시됐다. 영어로 화면에 표시된 것은 놀라운 결과인데, 이름에서 추측했듯이 판초는 스페인어가 모국어이고 영어는 뇌졸중을 겪은 후에 배웠기 때문이다.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그는 스페인어에 더욱 친숙하고 소속감을 느낀다. 창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체성이 정해진다며 연구의 장기 목표는 단어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국어 의사소통을 넘어 두 가지 언어 의사소통에 도전하는 ‘뇌 임플란트’

연구진은 모국어 뿐만 아니라 이중언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했다. 창의 박사 과정 학생인 알렉산더 실바는 판초가 떠올린 약 200개의 단어를 시스템에 반영했고 판초가 각 단어를 만들려 할 때 전극에 뚜렷한 신경 패턴이 기록되었다.

연구진은 판초가 말하려는 구문에 스페인어와 영어 모듈로 구성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적용시켰다. 스페인어 모듈은 구문의 첫 단어가 신경 패턴과 가장 일치하는 스페인어 단어를 선택했고 영어 모듈은 동일한 작업에 대해 영어 단어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영어 모듈은 구문의 첫 번째 단어로 ‘she’를 선택했고 선택이 맞을 확률을 70%로 평가했다. 반면 스페인어 모듈은 ‘estar(되다)’를 선택하고 선택이 맞을 확률을 40%로 예측했다.

또한 두 모듈은 신경 패턴 일치뿐만 아니라 첫 번째 단어에 뒤따를 가능성을 고려하여 두 번째 단어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I am’에 ‘I not’보다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최종 출력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된 두 문장이지만, 판초가 마주하는 화면에는 판초의 생각을 더 명확하게 나타낸 구문을 표시했다. 여기서 명확함은 총 확률 점수를 기준으로 했다.

모듈은 첫 단어를 기준으로 영어와 스페인어를 88%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으며 75% 정확도로 정확한 문장을 해독했다. 판초는 모듈을 통해 연구팀과 대화를 나누었고 실바는 처음 문장을 완성한 후 몇 분간 웃고 있었다며 연구의 기쁨을 드러냈다.

두 가지 언어, 하나의 뇌

더불어 연구는 뇌가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에 단서를 제공했다. 새로운 연구 이전에는 서로 다른 언어가 뇌의 서로 다른 부분을 활성화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연구진이 피질에 직접 신호를 기록한 결과, 스페인어와 영어의 많은 활동이 실제로 같은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놀라운 점은 판초는 이중언어를 사용하면서 자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중언어를 사용하며 자란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서로 다른 언어가 일부 신경학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돗쿄 의과대학의 신경생리학자인 켄지 칸사쿠는 중국어나 일본어같이 영어와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진 언어로 연구를 확장할 의사를 밝혔다. 이에 실바는 이미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전환하는 것도 함께 연구하고 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근 뇌 임플란트 연구는 한 가지 언어 의사소통에서 두 가지 언어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추세다. 이는 뇌 임플란트가 의사소통 기능을 넘어 모국어 말하기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모국어 말하기는 의사소통 기능 뿐만 아니라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뇌 임플란트가 더욱 발전되어 전 세계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정체성을 회복하는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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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 실적 부진에 매각 위기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 실적 부진에 매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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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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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 '드비어스' 지분 85% 매각 추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인기에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 급락
중동 국부펀드, LVMH, BHP, 보츠와나 정부 등 매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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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드비어스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국의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이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개편을 발표했다. 구리 등 주력 사업만 남기고 석탄, 니켈, 백금 등 수요 감소로 미래 전망이 좋지 않은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이 침체하면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도 매각 대상으로 분류됐다. 앵글로아메리칸은 현재 드비어스 보유지분 85%에 대한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원석 가격 40% 인하, 영업이익 95% 급락

28일 업계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드비어스의 매각을 위해 잠재 매수자들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매수자 목록에는 명품 패션 기업, 중동 국가의 국부펀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비어스는 1888년 제국주의의 신봉자였던 세실 로즈 남아프리카 케이프주 총독이 광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연합 광산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1926년 앵글로아메리칸 창립자인 어니스트 오펜하이머가 드비어스를 재매입했고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90%를 유통하면서 시장 1위 기업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다.

하지만 2006년 당시 세계 2위 다이아몬드 회사였던 러시아 국영기업 알로사와의 가격 담합이 드러나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으면서 독점 체제가 무너졌고, 최근에는 다이아몬드 수요가 급락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드비어스의 공시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급감했다.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43억 달러(약 5조8,800억원)를 기록했으며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전년 대비 95% 급감한 7,200만 달러(약 983억원)로 집계됐다. 원석 판매량도 2,470만 캐럿으로 전년 대비 1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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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주얼리/사진=로이드

드비어스의 쇠락에는 랩그로운(Lab Grown·연구실에서 만든 인공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물리적·화학적·광학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100% 동일해 차이를 식별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20~30% 수준으로 저렴하다. 에단 골란(Edahn Golan) 다이아몬드 리서치앤데이터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2020년 2.4%에서 2023년 9.3%로 4배가량 확대됐다.

주얼리 시장의 수요가 천연 다이아몬드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이동하면서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드비어스는 상품 가치가 높은 '셀렉트 등급' 주얼리로 가공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의 가격을 전년 대비 40%가량 인하했다.

수익성 낮은 다이아몬드·백금·니켈 사업 등 구조조정

이에 드비어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 앵글로아메리칸도 지난해 중국의 내수 침체로 인한 구리 가격 하락,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 과잉,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리튬 가격 급락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배당금을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이번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을 통해 백금, 다이아몬드 등 수요가 감소하는 사업부를 매각하고 구리 등 미래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매각 논의가 진행 중인 드비어스 외에 백금 사업부는 인적 분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철광석 생산에 쓰이는 연료용 석탄 자산을 매각하고 니켈 사업도 중단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연 17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대신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은 구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던컨 완블래드 앵글로아메리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회사의 핵심사업은 구리"라며 "인수합병(M&A)과 자체 성장을 모두 도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그간 복잡한 포트폴리오에서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구리의 가치를 시장에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1분기에만 3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다이아몬드 인기 회복되지 않아, 매각 쉽지 않을 수도

앵글로아메리칸이 드비어스를 매물로 내놓은 것을 보면 이전만큼 다이아몬드 사업을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천연 다이아몬드에 대한 인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드비어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다이아몬드 시장 슬럼프의 원인이 사이클에 따른 주기적인 침체인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등장에 따른 것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인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주요 잠재 매수자로 꼽힌다. 실제 LVMH는 ‘광산에서 시장까지’ 주얼리의 가치 창출 경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2017년까지 드비어스의 지분 절반을 보유했다. 하지만 대량의 중·저품질 다이아몬드 판매는 최고급 주얼리를 지향하는 회사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광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 각종 리스크, 산지 정부와의 복잡한 협력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패션 그룹의 특성상 이런 사안을 두루 살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앵글로아메리칸과 함께 드비어스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보츠와나 정부가 드비어스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드비어스와 보츠와나 정부 간 원석 판매 계약마저 지연되는 상황에서 드비어스를 매수할 가능성은 미미한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보츠와나 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밖에 2013년 에카티 광산을 매각하고 다이아몬드 광산업을 떠나 있던 BHP도 드비어스 인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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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PB 상품 유도' 의혹 띄운 공정위, 업계선 "알고리즘 보정 대책 효용 있나"

쿠팡 'PB 상품 유도' 의혹 띄운 공정위, 업계선 "알고리즘 보정 대책 효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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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상품 우대 의혹 쿠팡, 최대 5,000억원 과징금 부과 전망
업계선 비판 의견, 이준석 당선인도 "시대착오적 정책 판단"
'알고리즘 정상화' 강조하는 공정위, 알고리즘 보정 의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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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PB(자체 브랜드) 상품 우대 의혹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내달 초로 다가왔다. 최대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을 물을 수 있단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공정위의 문제 제기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한 PB 상품을 전면에 내세운 데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시선에서다.

공정위 "쿠팡, 알고리즘 조작해 PB 구매 유도"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9일과 내달 5일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의 PB 상품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체험단 등을 활용함으로써 알고리즘을 조작해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PB 상품이나 직매입 상품을 상단에 배치해 구매를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같은 '쿠팡 랭킹'이 소비자 기만을 통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쿠팡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 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하면서 ‘법인 고발’ 의견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은 쿠팡의 PB 매출이 아닌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5,000억원까지 부과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 공정위가 국내 500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총액 2,248억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가격 저렴한 PB 제품, '실체 없는' 소비자 피해?

이번 제재 논의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를 속이는 불공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이에 대해선 논란이 적지 않다. 쿠팡 PB 상품이 다른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NB) 제품보다 더 싸고 배송도 빠른 만큼 설령 쿠팡이 PB 상품 구매를 의도적으로 유도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 PB 상품은 NB 제품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 특히 쿠팡이 판매 중인 생수 브랜드 '탐사수'는 NB 제품보다 최대 50%나 저렴하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PB 제품이 쏠리는 건 당연한 현상인 셈이다. 쿠팡도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 검색 결과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인위적인 알고리즘 조작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번에는 (공정위가) PB 상품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또 일을 벌이려고 한다"며 "물가 인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물가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구나 PB를 건드리는 것을 보면 정책 방향성을 누가 설정하는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PB 상품을 규제하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관련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시대착오적인 정책적 판단을 하지 않길 기대한다"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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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보정 주장하지만, 효용성엔 '물음표'

이에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당선인의 주장에 거듭 반박했다. PB 상품의 개발·판매를 억제해 물가 부담을 가중하겠단 의도는 일절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해명에도 업계의 비판은 여전하다. 공정위가 소비자 수요가 몰린 상품이 PB 제품이란 이유만으로 알고리즘을 보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최종적으로 공정위가 승리했을 때 부수적으로 나타날 문제도 크다. 차별적 알고리즘을 보정해야 한다면, 보정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 것인가에 이견이 갈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 여러 주 법원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 콤파스(COMPAS)를 예로 들며 애초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것으로 불공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앞서 지난 2016년 미국 독립언론 프로퍼블리카는 콤파스가 흑인을 차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콤파스는 피고의 범죄 참여, 생활 방식, 성격과 태도, 가족과 사회적 배제 등을 점수로 환산해 재범 가능성을 계산해 판사에게 구속 여부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인데,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콤파스는 통상 흑인의 재범 가능성을 백인보다 2배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기술적으로 변수에 인종이 포함돼 있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이에 MIT(매사추세츠공대) 테크놀로지 리뷰는 콤파스의 흑인 차별 알고리즘을 수정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변수를 조정함으로써 인종과 관계없이 동일한 수감 비율이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콤파스는 동일 범행에 대해 인종별로 다른 처벌을 내리는 등 또 다른 차별 알고리즘을 실행했다. 이는 콤파스 알고리즘이 차별적으로 구성된 원인이 재판 단계 이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과 백인 피고가 범행 뒤 검거되는 비율에서부터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단순 변수 조정 등 수정 행위로 알고리즘이 정상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콤파스 사례에 대해 앤드루 셀브스트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알고리즘의 효용성은 가치가 있지만, 공정성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수학적 표현으로 바꿀 때마다 그 미묘함, 유연성, 융통성을 잃게 된다"고 언급했다. 결국 공정위가 주장하는 쿠팡 알고리즘에 대한 보정에 실질적 효용이 있을지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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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흐름 역행하는 국내 AI 개발자들, '코딩 테스트 중심' 고용시장부터 변혁해야

글로벌 흐름 역행하는 국내 AI 개발자들, '코딩 테스트 중심' 고용시장부터 변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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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에 개발자 수요도 늘었지만, "역량 평가 효용은 글쎄"
'코딩 붐' 시절 못 버린 한국, 막상 글로벌 시장선 코딩 중요도↓
인력 채용에 '코딩 테스트' 강조하는 고용시장, 직무 연관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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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래 AI(인공지능) 직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딩을 배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 AI 개발 직무에 진입하기 위해선 코딩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글로벌 AI 시장에선 코딩의 중요도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구시대적 인력 검증 시스템만을 고집하는 고용시장이 국내 AI 시장의 상장을 막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AI 붐'에 개발자 직군 수요↑, 하지만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챗GPT 출시를 기점으로 개발자 직군의 수요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면서 산업계에 'AI 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채용 플랫폼 사람인과 개발자 플랫폼 점핏에 따르면 지난해 ‘챗봇’, ‘알고리즘’, ‘딥러닝’ 등 AI 연관 키워드가 포함된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각각 23.7%, 23.0%, 5.2% 늘었다. 

문제는 채용 과정에서 AI 개발자 역량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우수한 개발자를 가려내기 위해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를 실시한다. 개발자의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겠단 취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만으로 역량 있는 개발자를 가려내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을 쏟아낸다.

통상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는 직무별 특성을 고려한 테스트가 아닌 알고리즘 수학과 컴퓨터적 사고방식을 평가하는 테스트에 가깝다. 최신 기술 트렌드와 관계없이 알고리즘 기법에 기반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출제된다는 점도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의 한계다. 결국 단순히 '기출 문제'만 많이 풀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테스트란 의미기 때문이다.

역량 평가의 기반이 되는 코딩 자격증에도 의문이 적지 않다. 근래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검증이 미흡한 자격증이 난무하고 있는 탓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코딩 자격증은 지난달 말 기준 429개에 달하는데, 이 중 정부 공인 자격증은 단 한 개도 없다. 최근엔 민간 전문 자격 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초등학생이 취득할 수 있는 코딩 자격증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사실상 '자격증 장사'가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글로벌 중요도 낮아진 코딩, 국내선 여전히 '코딩 중심'

국내 AI 흐름의 중심이 여전히 코딩에 있단 것도 주요 지적 사항 중 하나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코딩은 이미 저문 해에 가깝다. AI 직무에서 코딩의 중요성이 크지 않단 의미다. 당장 미국 유수 명문대들만 봐도 AI 관련 전공 과목에서 코딩 교육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공학 명문 카네기멜런대학이 매년 외부에 공개하는 온라인 강좌에도 AI 및 데이터 과학 강의에 코딩 위주 강의는 하나도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언급한 '더 이상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는 시대'가 벌써 도래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들은 아직도 코딩 중심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고려대학교는 올해 전교생 대상으로 필수 코딩교양 6학점(SW프로그래밍의기초·데이터과학과인공지능)을 도입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SW(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의기초 강의에선 파이썬을 다루고 데이터과학과인공지능 강의에선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의 기초를 배우게 된다. 프로그래밍 기본 소양 함양을 촉진하겠단 취지지만, 역시 코딩에 주안점이 있단 점에서 "대학들이 고용시장의 '코딩 붐' 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떨쳐내진 못했다.

이 같은 코딩교육 도입이 과기부의 SW중심대학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탓에 일각에선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시장 흐름을 역행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SW중심대학사업은 산업체 수요 기반의 SW교육과정 개편 및 SW 전공 정원 확대, SW 융합인력 양성 등 SW 전문인재 양성을 주도하겠단 목표 아래 2015년 처음 시행됐다.

해당 사업에 대해 과기부 측은 "2020년까지 6년간 총 2만5,095명의 SW전공인력과 1만5,642명의 융합인력을 배출은 AI·SW 전문인재 양성 핵심 사업"이라며 성과를 자찬하기도 했으나, 업계에선 "AI에 대한 '고급 인력'이 중시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천편일률적인 SW 사업에 과연 효용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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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테스트 위주 역량 평가, "고용시장 안일함 타파해야"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IT 업계 고용시장에 만연한 "뭐가 됐든 코딩 테스트만 통과하면 그만"이란 인식부터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딩 테스트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효용을 갖지 못하는 시점에 코팅 테스트에만 매몰돼 있으면 업계 전반이 침체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에서다.

고용시장이 AI 역량 평가에 코딩 테스트를 거듭 강조하면서 국내 관련 직무자들의 AI 식견이 지나치게 좁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코딩 테스트는 기본적으로 입력에 따라 출력이 나오는 테스트 케이스를 통과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시험으로, 대부분 관련 플랫폼들이 미리 준비해 둔 테스트를 통과했는지 여부를 점수화해 결과로 알려준다. 구체적인 하나의 답이 꼭 정해져 있다 단언할 수 없는 AI 개발 직무가 코딩 테스트로 하여금 '정해진 정답'만을 찾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코딩 테스트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여러 문제를 풀도록 강제한다는 것도 문제다. 넉넉지 않은 시간 속에서 빠르게 특정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개발자의 역량이 집중된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최근엔 코딩 테스트가 선별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으로 전환되면서 더 어렵고, 복잡하고, 정교한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AI 채용 등용문과 실제 직무 사이의 상관관계가 오히려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시스템으로 인력을 검증하는 데 '중독'된 국내 기업의 안일함이 글로벌 흐름에 어긋나는 사회 풍조를 만들어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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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