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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대 BYD 韓 상륙에 현대차, 파격 할인으로 맞대응

3,000만원대 BYD 韓 상륙에 현대차, 파격 할인으로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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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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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 공습에 캐즘까지 겹쳐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승부수
국내 전기차 시장 기살리기 총력

내수 부진과 전기차 캐즘, 중국 전기차 공습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몸값을 대폭 낮췄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안방 전기차 시장을 지켜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익성 감소에도 차종별 최대 1,000만원 인하

5일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9개 차종에 대해 기본가 할인에 월별 재고 할인까지 더해 차종별로 가격을 300만∼500만원 낮춰 판매한다고 밝혔다. 대상 차종은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포터2 일렉트릭, ST1(전기 상용차), 아이오닉5 N, 캐스퍼 일렉트릭이다.

제네시스는 GV60, G80 전동화 모델을 할인한다. 서울시에서 국고·지자체 보조금에 더해 현대차의 할인까지 적용하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등은 실구매가가 최대 1,000만원 줄어든다.

기아도 주요 전기차 모델에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EV 페스타'를 실시하고 니로 EV와 EV6, EV9 가격을 150만∼250만원 내린다. 상용차인 봉고 EV도 350만원 할인된다. 여기에 더해 기아는 지난해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선 추가 할인까지 진행한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기아 전기차를 구매하면 EV6, EV9, 니로EV 등은 실구매가가 원래 가격보다 800만∼1,000만원 낮아지고, 봉고 EV는 최대 1,900만원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9 티저 이미지/사진=현대차그룹

올해 新 전기차 9종 투입, 中 공세 방어 본격화

현대차그룹이 수익성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전기차 할인 판매에 돌입한 것은 그만큼 현재 자동차 시장 침체와 전기차 소비 감소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 출시된 중국 BYD의 아토3가 차급 대비 저렴한 가격(3,190만~3,290만원)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자칫하다간 안방 전기차 시장을 수입차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할인 판매를 결정한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상품군을 늘린 것도 안방 지키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를 확정, 최종 생산 준비에 착수한 신형 전기차는 총 9종으로 파악됐다. 9종의 세부 모델명은 현대차 △아이오닉 9(올해 4분기) △아이오닉 6 부분 변경(내년 2분기) △아이오닉 6 N(내년 3분기), 제네시스 △GV60 부분 변경(내년 1분기) △GV60 마그마(내년 하반기), 기아 △EV4(내년 1분기) △EV5(내년 하반기) △EV2(내년 하반기) △PV5(내년 3분기)다.

가장 먼저 선보일 아이오닉9은 현대차 아이오닉 제품군에서 플래그십 역할을 할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아이오닉9은 5m가 넘는 전장에 99.8㎾h 배터리를 탑재, 주행거리가 50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전용 전기차 GV60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년 1분기 양산한다. 4년 만에 모델 변경에 나선 신형 GV60은 배터리를 84㎾h로 강화하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상품성을 높인다. 제네시스 첫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도 내년 하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美 시장 2위 현대차, IRA 보조금 혜택도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 자동차 시장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그동안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해 테슬라, GM, 포드, 폭스바겐 등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선점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던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를 총 11만2,566대 판매했다.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3% 급증한 수치다. 또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대수는 테슬라에 이은 2위다.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상품성을 무기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은 것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보조금을 받는 경쟁사 차량과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IRA 보조금 액수와 비슷한 규모로 자체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보조금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법인 리스·렌터카 업체에 전기차를 판매해 왔다"며 "보조금을 받게 되면 인센티브 지급 비용이 영업이익으로 전환돼 현대차그룹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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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ANC, 클라우드 사업부 285억원에 매각 "자금난 해소될까"

티맥스ANC, 클라우드 사업부 285억원에 매각 "자금난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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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클라우드 일부 사업부 매각
체불 임금 지급 운영 자금 확보에 사용
지속가능 성장·사업 정상화 기반 마련 기대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사진=티맥스그룹

티맥스ANC가 자회사인 티맥스클라우드의 ‘클라우드 가상화 솔루션 사업부(Cloud IaaS CIC)’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직면해 있는 자금난을 해소하고 사업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매각 대금만으로는 티맥스ANC가 당면한 모든 현안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5개월치 체불 임금과 협력업체 대금, 앞으로의 운영자금 등을 합산하면 현재 확보한 자금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IA 클라우드에 매각, 대규모 자금 확보

6일 IT업계에 따르면 티맥스ANC는 전날 티맥스클라우드의 사내독립기업(CIC) 중 하나인 클라우드 가상화 솔루션 사업부를 IA의 자회사 IA클라우드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A 측 전자공시를 보면 양수가액은 285억7,100만원으로 △티맥스클라우드 서비스형 인프라(IaaS) 사업 관련 유무형자산 일체 및 필요 인력 △티맥스클라우드 IaaS 영업권, 계약, 정부` 인허가, 지식재산권 일체를 양수 대상으로 한다.

티맥스ANC는 티맥스그룹 창업주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박대연 회장의 진두지휘하에 고도화 중인 슈퍼앱 기술 위주의 그룹사다.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자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기존 티맥스그룹의 데이터그룹(티맥스소프트 및 티맥스티베로 등)과 완전 분리를 통해 새롭게 출범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콜옵션 행사를 통해 티맥스소프트를 되찾아 왔지만 슈퍼앱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자 고심 끝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기존 15개 그룹사를 4개사, 9개 CIC(Company in Company) 체제로 바꿔 클라우드사를 비롯 코어AI, 메타AI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5개월째 임금 미지급 상태

티맥스ANC는 클라우드 사업부 매각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체불 임금 지급 및 향후 운영 자금 확보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티맥스ANC는 현재 자금 사정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로, 총부채는 총자산보다 1,654억원이나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12.1% 감소한 3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535억원으로 적자폭이 22.4% 커졌다. 지난해부터 자금 유동성도 나빠졌다.

이에 티맥스ANC는 지난해 9월부터 제품개발 지연으로 인한 재무상황 악화를 주장하며 전·현직 임직원들의 임금을 5개월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이 탓에 티맥스ANC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9월 1,200여 명에 달할 정도였지만 현재는 250명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임금 체불을 감당할 수 없자 지난해 12월 31일 직원들을 부당해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도 해고를 수시로 진행 중으로, 100명 수준까지 인원을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미지급 분위기가 계속되자 티맥스ANC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임직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74명의 직원이 미지급된 두 달 치 급여를 지급하라는 집단 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의 미지급 임금 규모는 총 7억원이다.

사진=티맥스ANC

수익성 악화에 투자 유치도 난항

티맥스ANC가 이처럼 어려움을 겪게 된 주 요인 중 하나로는 슈퍼앱 '가이아'가 꼽힌다. 박 회장이 가이아 개발을 위해 5년간 약 1조1,000억원을 투입한 것이 티맥스ANC에 상당한 자금 부담을 준 것이다. 또 기존에도 목표 대비 매출 부진이 계속 이어진 데다 고비용 구조가 지속되는 상황이란 점도 티맥스ANC 운영에 압박을 주고 있다. 가이아가 지난해 6월 공개된 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뼈아프다.

더군다나 티맥스ANC는 그동안 티맥스그룹의 티맥스데이터, 티맥스티베로 등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는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차입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해 왔으나, 현재 모두 막힌 상태다. 티맥스데이터는 최근 티맥스소프트를 재인수하는 과정에서 외부 투자금을 조달했는데, 자금이 티맥스ANC로 유입되는 것을 외부 투자자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티맥스ANC는 지난해부터 티맥스클라우드를 통한 투자 유치를 추진했다. 그간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부채도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티맥스데이터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 운용사에 넘기면서 대부분 해소했다. 그럼에도 수익성 악화에 발목이 잡혀 여전히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자 결국 사업부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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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반도체 설계 속도 내는 ARM, 글로벌 시장 '게임 체인저' 될까

자체 반도체 설계 속도 내는 ARM, 글로벌 시장 '게임 체인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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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자체 설계 역량·수익성 제고에 힘 실어
반도체 설계 기업 암페어컴퓨팅 인수도 논의 중
반도체 육성에 힘 쏟는 日, ARM 지원 나설까

영국의 팹리스(생산라인이 없는 반도체 기업) 기업 ARM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IP(지식재산권)를 제공하는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칩을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다. 시장에서는 향후 ARM이 전략적인 인수합병(M&A)과 일본 정부의 지원사격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ARM에 불어든 '변화의 바람'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ARM이 반도체 설계 로열티를 인상하는 장기 전략을 추진했으며, 자체 반도체를 설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ARM이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IP 침해 소송 과정에서 나온 증언과 문서 등을 통해 확인됐다.

ARM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을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관련 분야의 '절대 강자'다. 퀄컴뿐 아니라 애플, 삼성전자 등 대부분 기업이 ARM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해 모바일 AP를 생산할 정도다. 다만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쟁쟁한 고객사들에 비교해 적다. ARM의 2024 회계연도 매출은 32억3,000만 달러(약 4조7,200억원) 수준이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로열티 인상 및 자체 반도체 설계를 통해 실적 부진 문제를 타파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피카소’라는 이름으로 진행돼 왔으며, 향후 10년에 걸쳐 연간 스마트폰 관련 매출을 10억 달러(약 1조4,450억원)가량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실현을 위해 ARM은 향후 최신 컴퓨팅 아키텍처인 ‘Armv9’을 사용하는 반도체 설계에 대한 로열티를 최대 300%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ARM은 인공지능(AI) 칩 개발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상태다. 이는 손 회장의 '10조 엔(약 95조원)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지난해 ARM을 중심으로 10조 엔을 투자해 AI 관련 사업 영역을 확대, 소프트뱅크를 AI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ARM은 2025년 봄 AI 칩 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하고, 같은 해 가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M&A 통한 역량 강화도 검토

ARM은 M&A를 통한 설계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ARM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함께 반도체 설계 기업 암페어컴퓨팅(Ampere Computing LLC, 이하 암페어)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암페어가 기업공개(IPO) 실패 후 전략적 선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ARM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암페어는 인텔 임원 출신인 르네 제임스가 2017년 설립한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전문 기업으로,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이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소식통은 현재 논의는 초기 단계로 무산될 가능성이 있고, 암페어 인수에 관심이 있는 다른 매수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인수액 규모도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ARM이 암페어를 인수할 경우 ARM의 시장 경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투자 전문매체 벤징가는 "ARM의 경우 암페어를 인수하면 (반도체 설계) 기술 라이선스 제공 업체에서 반도체 제조 업체로 진화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며 "또 서버 시장에서 암페어의 엔지니어링 전문성 활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도 "인수가 성사되면 ARM에는 과거 업계를 선도하던 인텔의 서버 칩 사업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암페어 엔지니어가 대거 합류해 관련 시장 진출 시 전문성과 추진력을 더할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日 '지원사격' 가능성

시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이 같은 ARM의 사업 확장 행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소프트뱅크그룹이 ARM의 지분 90%를 보유 중인 만큼, 향후 일본 정부가 ARM을 대상으로 지원사격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ARM은 현재도 반도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라며 "일본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소프트뱅크 산하 기업인 ARM이 혜택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실제 최근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시장 육성을 위해 공격적인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12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자국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1,000억 엔(약 9,5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2025 회계연도(내년 4월~2026년 3월) 예산안에서 반도체 분야에 배정된 3,300억 엔(약 3조1,300억원)의 자금 중 3분의 1가량을 한 기업에 몰아주기로 한 것이다. 라피더스는 도요타·소니 등 일본 기업 8곳이 2022년 합작 설립한 회사로,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 프로젝트의 상징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라피더스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지원금은 1조200억 엔(약 9조7,000억원)에 이른다.

일본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도 적극적으로 유도 중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개소한 TSMC의 구마모토 공장에 4조760억 엔(약 38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이는 전체 투자 금액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아울러 일본은 TSMC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지난해 착공한 구마모토 2공장 건설에도 7,300억 엔(약 6조9,0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두 공장에 지원한 보조금 규모는 총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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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난항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도 미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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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액 1,000억 제시했지만 720억에 그쳐
자산건전성 악화·고비용 구조 등 약점
무·저해지보험 규제로 CSM 감소도 '악재'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권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에선 투자자들이 롯데손보의 매각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후순위 회사채 수요예측서 주문 미달

5일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전날 1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조건으로 총 1,000억원을 모집하는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720억원의 물량이 들어오는 등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전날 오후 추가 청약을 통해 물량을 모두 채웠으나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발행 시점을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시점을 연기하기로 대표 주관사와 협의 하에 철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철회로 롯데손보의 자본건전성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손보가 후순위채를 발행하려고 한 이유는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경과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비율(K-ICS)은 128.72%로 전년 말과 비교해 약 46%포인트 급락했다. 시중금리가 하락해 보험부채가 크게 불어난 탓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자본으로 인정해 주는 후순위채를 찍기로 한 것이다.

낮은 금리 메리트에 투자자 외면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발행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낮은 금리 매력도가 꼽힌다. 롯데손보는 신용등급이 A-인 이번 후순위채의 공모희망금리를 연 5.5~5.9%로 제시했다. 그러나 채권평가사인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이번 후순위채와 시장에서 경쟁하는 A-급 10년물 회사채는 약 5.9%, 금융채는 약 6.4%였다. 물론 이번 후순위채는 콜옵션이 붙어 있어 큰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5년 후에 원금이 상환이 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후순위채가 일반 채권 대비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는 위험이 있는 만큼 롯데손보가 제시한 희망금리범위는 매력이 크지 않단 평가다.

일각에선 근본적으로 롯데손보의 매각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목표금액 1,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2,120억원의 물량이 들어온 것이다. 당시 우리금융지주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매각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이 반영됐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본입찰에서 우리금융과 협상을 했지만 결국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대신 지난해 9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1조5,493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같은 절차를 없애고 누구든 적당한 가격만 제시하면 바로 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손해보험 서울 사옥 전경/사진=롯데손해보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이례적 고금리'

매각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롯데손보는 리파이낸싱(자본재조달)을 진행했으나 선순위 금리가 7%로,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 인수금융 금리가 최근 5%대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선 주요 원인으로 매각 불확실성과 시간적 제약을 꼽는다. 인수금융 만기 3개월 전까지 롯데손보 매각이 진행됐고, JKL 측에서도 매각 성사를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매각이 불발되면서 리파이낸싱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금융지주가 인수합병(M&A)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이 문제다. 금융지주는 밸류업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자본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금융지주가 보험사를 인수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한다. 특히 롯데손보처럼 조단위로 가격을 지불해야하는 중형급 보험사를 인수하면 CET1은 크게 떨어진다.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는 점도 악재로 지목된다. 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치를 낙관적으로 정한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보험사의 미래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롯데손보는 무·저해지 보험을 많이 판매했다. 또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설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보험사가 거둬들일 보험영업이익을 추산할 수 있는 CSM이 감소한다면 그만큼 롯데손보의 인수 매력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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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 공습에 백기, 日 파나소닉 ‘TV 사업’ 철수 검토

중국산 저가 공습에 백기, 日 파나소닉 ‘TV 사업’ 철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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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홀딩스, TV 사업 철수 고심
日 TV 시장, 中 브랜드 점유율 급상승
삼성·LG도 위태, 수익 다변화 과제로
사진=파나소닉

일본 파나소닉홀딩스가 70년 넘게 이어온 TV 사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파나소닉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TV 사업을 축소해 왔는데 아예 TV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한때 ‘가전의 왕국’으로 불렸던 일본은 한국과 중국 기업들에 안방을 내주며 쇠락해 가는 양상이다.

TV 사업 부문 체제 개편 예고

6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4일 구스미 유키 파나소닉홀딩스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4개 사업 부문에 대해 철수 또는 매각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스미 사장이 밝힌 4개 사업은 TV, 주방가전, 산업기기, 메카트로닉스(고성능·자동화 기계) 등이다.

구스미 사장은 2027년 3월까지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 철수와 매각 등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연내 희망퇴직 신청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TV 사업에 대해서는 “현재 매각에 응하려는 기업은 없다”며 “다양한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나소닉홀딩스는 2028년 영업이익을 7500억 엔(약 7조원)으로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향후 항공기 오락·통신 시스템과 전기차 배터리, 기업용 정보통신(IT) 서비스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 백색 가전과 에어컨, 조명 분야 등을 총괄하는 업체인 ‘파나소닉’을 내년 3월 이전에 해체해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를 재편할 예정이다. 해당 업체명을 다른 형태로 남겨둘 것인지 등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중국 하이센스 유튜브 캡처

중국 브랜드들, 일본 평면 TV 시장 점유율 과반 차지

파나소닉은 전신인 마쓰시타전기 시절인 1952년 처음으로 TV를 출시했다. 1960년에는 컬러 TV를 선보이며 일본 내 TV 보급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실적이 악화됐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BCN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평면 TV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중국 하이센스의 자회사 TVS레그자가 25.4%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일본의 샤프(20.6%)가 바짝 쫓았지만 하이센스(15.7%)와 TCL(9.7%)이 각각 3위와 4위에 오르며 중국 브랜드들이 과반을 차지했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각각 5위(8.8%)와 6위(7.4%)로 밀려났다. 고물가 시대에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브랜드들에 일본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일본 메이커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도 일본 브랜드의 평가는 악화일로다. 지난해 미국에서 삼성전자(36.3%)와 LG전자(18.9%)의 점유율을 합치면 과반이 넘지만, 일본 업체는 소니(7.9%)를 제외하면 TCL(9.0%)이나 하이센스(7.4%) 등에도 크게 뒤진다. 미국 소비자만족지수협회(ACSI)도 삼성전자(84점)와 LG전자(82점)를 각각 1, 2위로 꼽으며 소니(81점)를 하이센스·TCL과 비슷한 점수를 줬다.

"삼성·LG도 중국에 점유율 내줄 수 있어"

현지 업계는 대형 TV 업체가 원가 절감에 나서면서 연구개발비를 줄이고, 독자 기술 확보에 실패한 것을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디스플레이 자회사를 갖추고 LCD·OLED, 마이크로 LED 등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한국·중국 업체와 다르게, 패널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해 원가 부담은 물론 기술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일본 TV의 부진은 중국 업체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 TV 업계에도 의미가 크다. 삼성·LG TV는 각각 OLED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볼륨존(대중 시장)에서는 투자를 늘리는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매섭다. TCL 한 곳이 최근 15년간 디스플레이 부문에만 투자한 금액은 2,600억 위안(약 51조6,000억원)이 넘는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15%)와 LG전자(9%)의 출하량과 TCL(11%), 하이센스(10%), 샤오미(4%)와의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한 전기공학과 교수는 "모바일·반도체 등 부문에 비해 TV는 원가가 높고 수요 위축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지속 악화하는 추세"라며 "원가 절감보다는 지속적인 투자 확대로 점유율 방어에 나서지 않으면 삼성·LG도 일본처럼 점유율 1위를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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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판매량 휘청, 완장 찬 머스크 역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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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 최근 약세 행보, GM·포드보다 낙폭 커
머스크의 정치 활동, 테슬라 주가 부진 이유 중 하나
주가 하락은 '캐즘' 영향, 트럼프 정책이 반등 동력 될 수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 계정에 게시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일론 머스크 X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인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머스크의 정치 활동 잦을수록 투자자 불편

5일(현지시간)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위협으로 미국 자동차 주식이 급락했는데 특히 테슬라의 낙폭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보다 컸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3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테슬라의 반등폭이 다른 자동차 업체에 비해 적었다고 짚었다.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중 테슬라가 라인업 전반에 걸쳐 미국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배런스는 머스크의 정치 활동이 최근 테슬라의 주가 부진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머스크는 트럼프가 정부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신설한 자문기구인 DOGE 수장을 맡고 있는데, 최근 머스크가 미 재무부가 일부 정부 부처에 대한 예산 지급을 중단하도록 하는 권한을 DOGE에 부여하면서 월권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조치가 불법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배런스는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정치적 치우침이 그의 자동차 회사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징후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확실한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일부 수치들은 투자자들이 머스크에게 등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개입으로 유럽 판매량도 감소

블룸버그통신도 머스크가 정치에 개입하면서 테슬라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감소한 것을 두고 머스크가 최근 유럽 극우 정당들을 지지하고 나선 데 따른 결과라고 짚었다. 머스크는 독일 총선을 앞둔 지난달 25일 극우 독일대안당(AfD) 선거 유세에서 영상으로 연설하면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과거의 죄책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그걸 넘어설 필요가 있다”며 “독일인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해당 연설 이후 슬라와미르 니트라스 폴란드 체육부 장관은 “정상적인 폴란드인이라면 더 이상 테슬라를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이 테슬라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는 지난해 11월 머스크와 트럼프의 친밀한 관계가 부각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머스크가 정치 행보를 보이기 전에는 테슬라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쳤으나 핵심 사업에서 집중력이 떨어졌음이 판매량을 통해 확인되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사진=테슬라

트럼프와의 밀착 이후 테슬라 주가 50% 이상 급등

그러나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주가 하락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것이며, 트럼프와의 밀착이 오히려 테슬라의 주가를 반등시켜 줄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 머스크는 트럼프가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후 확실히 그에게 ‘줄’을 섰고 당선 후엔 인사 등에 개입하면서 그 열매를 쏠쏠히 수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정권 참여가 그의 사업적 이익과 충돌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테슬라의 실적을 보면 이 같은 우려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의 결정에 따라 테슬라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과의 관계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때부터 중국을 공격하면서 1기 행정부에 이은 제2의 무역 전쟁을 선포했다. 반면 테슬라의 사업은 중국과 단절될 경우 지속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과 깊이 연관돼 있다.

지난해 3분기 판매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1~9월 중국 내 테슬라 매출은 149억 달러(약 21조5,600억원) 로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5년 전 12%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테슬라에 따르면 2019년 문을 연 중국 상하이 공장은 연간 약 95만 대를 생산 가능한 '가장 중요한 수출 기지'다. 트럼프가 일부 강경 ‘미국 우선주의’ 세력의 주장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무역 분쟁이 심화해 상하이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는다면 테슬라 매출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머스크 입장에선 혼신의 힘을 다해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란 뜻이다.

테슬라는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 정책도 절실하다. 테슬라의 순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엔 10%였다. 매출이 회사가 장사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보여준다면, 순이익은 회사가 추가 투자를 하거나 배당을 나눠줄 힘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게 해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지표다. 이 순이익을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마지막에 나가는 돈인 세금인데, 전기차와 관련한 친환경 세액공제 등은 순이익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

테슬라의 실적 보고서엔 각국의 세금 정책과 실질 세율이 매번 갱신된다. 세금을 결정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 등에 따라 세율은 거의 매 분기 변하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보고서에 1~3분기 세율이 23%로 전년 동기(10%)보다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렇게 세율이 한 해 사이 크게 바뀌는 이유에 대해 테슬라는 “사업 지역별 매출 변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따른 세액 공제 정책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법인세를 현재 21%에서 15%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는데,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기업엔 호재다.

일부 투자자들도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테슬라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테슬라 주가는 50% 이상 상승했다. 당시 테슬라가 실망스러운 인도량과 4분기 실적을 공개했음에도 트럼프 2기의 규제 완화 등이 최측근인 머스크의 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DOGE가 머스크에게 좋은 일인 것으로 보고 있고 미국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테슬라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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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경쟁 시장’으로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딥파이낸셜] ‘경쟁 시장’으로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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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독과점적 지위가 임금 불평등 ‘주요 원인’
경쟁적 노동 시장 육성해야 임금 격차 해소
산업 구조 변화 및 노동자 지위 향상 필요한 ‘어려운 과제’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임금 불평등은 아직도 전 세계 경제 및 정치 담론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슈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물론 기술 및 직업, 성별 차이가 소득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고용주인 기업들이 임금 불평등에서 차지하는 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회사들이 노동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 불평등 효과는 극대화된다. 따라서 임금 격차의 상당 부분은 경쟁적 노동 시장 육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사진=CEPR

기업들 독과점적 지위가 임금 격차 극대화

전통적 경제 이론도 회사들이 시장 지위를 활용해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수요자 위주의 노동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경쟁 시장에서 기대되는 수준 이하로 임금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경제 성장과 함께 노동 시장 유연화를 이뤄낸 리투아니아의 사례가 시장 경쟁과 임금 불균형과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EU 가입 이후 20여 년간 리투아니아는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보상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소득 격차는 줄이는 등 노동 시장의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 해당 기간 일평균 임금 로그값 분산이 20% 로그 포인트(log points) 줄어들었다. 전반적 임금 격차가 어림잡아 20% 감소했다는 얘기다.

리투아니아 임금 소득 추이
주: 평균 임금 추이(좌측), 기간(연도)(X축), 평균 임금(녹색, 좌측 Y축, 2000년=1 기준), 노동 소득 분배율(주황, 우측 Y축, GDP 대비 인건비 비중) / 불공평 정도(우측), 기간(분기)(X축), 일평균 임금 로그값(Y축), 분산(적색), 상-하위 소득 격차(녹색), 상-중위 소득 격차(주황), 중-하위 소득 격차(청색)/출처=CEPR

경제 발전 및 경쟁 체제 도입이 기업들 ‘노동 시장 영향력’ 축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리투아니아 내 임금 격차의 38%는 기업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이는 당시 멕시코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2015~2020년 기간 해당 수치는 20% 정도로 낮아져 독일, 브라질에 근접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인력 확보 경쟁이 본격 도입되며 노동 시장에서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가 줄어든 결과다.

임금 격차 영향 요인 비교
주: 리투아니아(2000~2005년), 멕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 독일, 리투아니아(2015~2020년), 브라질, 미국, 프랑스(좌측부터), 임금 영향 비중(Y축), 노동자(녹색), 기업(주황), 노동자들 간 차이(청색), 기타(적색)/출처=CEPR

또한 미국, 프랑스와 같은 고소득 국가들의 경우 기업이 임금 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미치지 못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경제가 발전하고 노동 시장이 진화할수록 임금 불평등과 관련한 회사들의 장악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적 노동 시장, 임금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고용주들의 노동 시장 영향력은 얼마나 줄어든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노동 공급 탄력성(labour supply elasticity, 임금 수준에 따른 노동 공급량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00~2020년 기간 리투아니아의 노동 공급 탄력성은 25% 증가했다. 기업들이 인재 채용을 위해 더 나은 임금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만큼 일방적인 임금 책정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한편 경쟁적 노동 시장으로의 변화는 임금 수준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임금 불균등 해소에도 기여한다. 기업 간 채용 경쟁이 심화한 산업일수록 임금 격차가 줄어들었음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EU 가입 이후 20년간 노동 시장 경쟁화가 임금 격차 해소에 기여한 비중은 대략 17%로 추정된다.

시장 내 노동자 지위 향상이 임금 불균형 ‘근본적 해결책’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해지는 점은 2004년 리투아니아의 EU 가입이 어떻게 노동 시장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가입 이후 상당수의 리투아니아 노동자가 EU 회원국을 포함한 해외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났고 이는 국내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2020년 해외에서 일하는 리투아니아 노동자들이 전체 인구의 15%를 넘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연히 국내에 남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취업 기회가 주어졌고 기업들은 개선된 임금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추정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노동 공급 탄력성 증가를 보인 산업들과 EU 회원국들에서 제일 큰 노동 수요 증가를 기록한 분야들이 일치한다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다수의 노동자가 경쟁을 벌이던 시장이 EU 가입을 기점으로 보다 유연화하고 고용주들의 협상력이 위축됐다는 사실은 수요 독점 모델(monopsony model, 단일 수요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장 구조 모델)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결국 시장 내 노동자 지위의 향상 및 안정화가 임금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 복지를 실현하는데 필수 요소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원문의 저자는 호세 가르시아-루자오(Jose Garcia-Louzao) 리투아니아 은행(Bank Of Lithuania) 연구 책임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ompetition among firms in the labour market and the dynamics of wage inequal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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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총재 "일본 경제, 디플레이션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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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자신감 드러내
CPI·실질임금 등 핵심 지표 뚜렷한 상승세
이시바 日 총리 "디플레이션 탈출은 아직"

일본은행(BOJ)이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상태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최근 일본의 물가 지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미루며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자신하는 BOJ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경제가 현재 디플레이션 상태냐는 질문에 "작년에도 말했던 대로, 현재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라는 인식에 변함은 없다"고 답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이미 탈출했다는 시각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BOJ가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OJ의 최신 경기 전망 보고서인 '경제·물가 정세 전망(전망 리포트)'에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2026년도 내로 2%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현재 일본 정부와 BOJ는 '지속적인 임금 상승을 동반한 2% 물가 상승'을 물가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BOJ는 지난달 24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하며 물가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BOJ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이며, 작년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 세 번째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연 0.5% 수준까지 상승한 것은 2007년 2월~2008년 10월 이후 17년 만이다.

물가 지표 '상승곡선'

BOJ가 이처럼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최근 일본의 주요 물가 지표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2024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6(신선식품 제외 종합지수)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일본의 CPI 상승률이 3%대 수준을 보인 것은 2023년 8월 3.1%를 기록한 이후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종합지수는 110.7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품목별 상승폭은 신선식품(17.3%)이 가장 컸으며, 전기 및 수도 역시 11.4%의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의 전기·가스비 보조가 종료되면서 전기요금이 18.7%, 가스요금이 7.8% 상승한 결과다. 신선식품 이외의 식품류 가격도 4.4% 상승했다.

실질임금 역시 상승세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본의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0.6% 오르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명목임금에 해당하는 1인당 급여 총액(5인 이상 사업장 기준)은 전년보다 4.8% 오르며 1997년 1월 이후 거의 28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30인 이상 사업장 기준 1인당 급여 총액의 상승폭은 이보다 0.3%p 높은 5.1%에 달했다.

"다시 디플레이션 나타날 수도" 日 정부는 '신중'

다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탈출을 확언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예산위원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금은 디플레이션이 아니지만, (디플레이션) 탈출은 하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이 아직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가 아직 완벽하게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엔저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물가 착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일본 정부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된 엔저로 인해 수입 물가가 뛰어 발생한 착시 현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정상화되면 수입 물가가 원상복구되며 인플레이션이 사라지고, 지난 30년간 일본을 옥죄던 디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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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폭락에 리츠·공모펀드 손실 ‘눈덩이’

“상상 그 이상”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폭락에 리츠·공모펀드 손실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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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30% 수준 맴도는 상장 리츠들
환헤지 정산 리스크도 꾸준히 확대
오피스 양극화, 추가 손실 가능성↑
마스턴프리미어리츠 포트폴리오 중 남프랑스 아마존 물류센터/사진=마스턴프리미어리츠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융상품들의 손실 규모가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투자자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영하는 간접투자기구 리츠(REITs)들은 공모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공모펀드 가운데는 전액 손실 위기에 직면한 사례도 속속 포착된다.

공모가 근처는 언감생심, 강제 처분 통보도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마존 프랑스 물류센터 등에 집중 투자하는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전날 1,4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 하락 폭(6원·0.4%)를 만회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공모가 5,000원과 비교하면 7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불황을 겪는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담보대출 조기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게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외에도 제이알글로벌리츠(-50.4%), 미래에셋글로벌리츠(-48.4%),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38%), KB스타리츠(-35.9%) 등 다수의 해외 부동산 상장리츠들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이 상승하며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또 일부 리츠는 편입 자산들에 대한 담보대출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에는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이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해외 부동산 투자 공모펀드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벨기에 브뤼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 2호 펀드는 지난달 선순위 대주단으로부터 만기 채무불이행에 따른 강제 처분 결과를 통보받았다. 해당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일부 배상이 필요한 건에 대해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업무용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제229호 펀드도 채무불이행(EOD) 사유가 발생하면서 현지 SPC 지분증권 평가액이 3,239만 유로(약 488억원)에서 44만 유로(약 6억6,000만원)로 대폭 깎였다. 펀드의 기준가격 또한 현재 0.01원으로 투자자들은 사실상 빈손이 됐다.

원화 가치 하락에 투자자 부담 가중

이런 가운데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환헤지(換+hedge) 정산 리스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환헤지 계약은 통상 계약 시점 환율 대비 만기 시점 변동분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은행에 추가로 돈을 지불하거나 반환받는 식으로 작동한다. 펀드가 정상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을 때는 환헤지 비용이 펀드 내 자금으로 처리되지만,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유동성이 고갈돼 잔여 자금이 없는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해외부동산 펀드 중 룩셈부르크오피스펀드는 자산 가치가 폭락해 환헤지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미 지난해 12월 SC제일은행과의 환헤지 계약이 끝났지만, 수익자 총회 의결안에 따라 환노출 전략으로 변경하게 됐다. 하지만 환율 변동으로 인한 정산금 107억원을 지급할 여력이 없어 22억원을 지급한 후 85억원의 잔액을 연체하는 중이다. 연체금에 대해서는 상환 시까지 7%의 이자가 적용된다.

일각에선 환헤지 비용 부담을 둘러싼 소송 사례도 포착된다. 일례로 영국 사무용 빌딩에 투자했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환헤지 계약을 맺은 NH투자증권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해당 펀드는 자금이 바닥나 환헤지 비용을 갹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규정 해석을 두고 양사가 뜻을 모으지 못하며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LP) 관계자는 “이미 손실을 볼만큼 본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추가 정산액이 발생한 펀드가 꽤 있다”며 “해외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유동성 회복이 어려운 곳들은 당분간 계속 청구서를 받아 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환율·공실 이중고에 가치 폭락

후순위로 들어간 몇몇 펀드들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당장 6일 7,100만 유로(약 1,068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예정된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 제1~4호 펀드가 대표적 예다. 이들 펀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서부 지구 내 핵심 오피스 권역에 위치한 ‘퀸즈타워(Queens Towers)’에 투자한 상품이다. 키움운용은 2019년 약 685억원을 모집하고, 1,053억원을 대출받아 퀸즈타워 3개 동을 매입하고 해당 펀드를 설정했다.

이후 환율차로 인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물건의 가치 또한 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2023년에는 주요 임차인이었던 네덜란드 고용노동기구(UMV)가 일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면서 대규모 공실 위기까지 겹쳤다. 최근 감정평가 결과 퀸즈타워의 자산가치는 8,520만 유로(약 1,270억원)로 2019년 펀드 설정 당시 매입가 1억2,973만 유로(1,934억원)보다 34%가량 하락했다.

매입 당시 구매 금액의 60%를 대출로 충당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펀드 기준가는 건물 가치 하락 폭보다 더 크게 떨어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키움운용은 애초 지난해 8월이었던 대출 만기를 이달까지 연장해 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21개월 추가 연장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울한 시장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는 ‘2025년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럽은 우수한 근무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기업 수요가 많은 데 비해 가용 가능한 오피스가 많지 않아 올해 최상급 건물과 품질이 낮은 건물 간의 공실률 차이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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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소 환율제 폐지로 ‘통화가치 급등’ 경험
수입 가격 급락에도 소비자 가격 영향은 제한적
저소득 가구 및 국경 지역 주민이 ‘최대 수혜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15년 1월 스위스 국립은행은 2011년 이후 유지해 온 ‘최소 환율제’(minimum exchange rate policy)를 갑작스럽게 폐지한다. 1유로 대비 스위스 프랑(CHF) 가치를 1.2 이하로 묶는 최소 환율의 폐지로 스위스 프랑은 단기간 15%가량 절상하며 금융 시장을 흔들고 수출업체와 소매기업들에 가격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에게는 환율 변동이 가격과 소비는 물론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관찰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했다.

사진=CEPR

스위스 프랑, ‘최소 환율제’ 폐지로 ‘단기간 15% 절상’

이 관찰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는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통화 가치 절상이 수입 가격을 내리고 국내 물가를 낮춘다고 돼 있지만 스위스 사례는 현실이 그보다는 더 복잡하다고 얘기한다.

스위스 프랑의 유로 대비 환율 변동에 따른 스위스 물가지수 변화 추이
주: 기간(월, 2014년 12월=0, X축), 변동률(Y축), 유로 대비 스위스 프랑 명목 환율(적색, 환율 인하는 통화 가치 절상을 의미), 핵심 수입 물가지수(녹색,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수입 물가지수),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청색), 수입 소비자물가지수(적색 점선)/출처=CEPR

통화 절상에 따른 수입 가격 하락에도 소매 가격 변동은 ‘제한적’

수입 가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수입 대금 지불 통화에 따라서도 갈렸다. 유로로 지불한 수입품의 평균 가격이 통화 절상 효과로 12%나 하락한 반면, 스위스 프랑으로 산 물품들은 가격이 5%만 내렸다. 하지만 급격한 수입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들 수입품의 소매 가격은 평가 절상 후 6개월 동안 3% 내리는 데 그친다. 이에 대해서는 ‘명목 가격 경직성’(nominal price rigidity, 가격이 통화 정책 및 환율 변동을 따라 움직이지 않음)이나 유통 비용 변화, 소매업자들의 수익성 유지를 위한 마진율 조정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어찌 됐든 통화 가치 절상이 자동적, 비례적으로 소비자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름이 분명하다. 수입 대금 지불 통화, 공급망 현황, 도소매 기업들의 경쟁 가격 전략 등에 따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속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소폭의 소매 가격 인하에도 스위스 소비자들은 수입품 소비를 늘리고 국산품 소비를 줄이는 명확한 소비 패턴 변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수입품 가격 하락 효과가 더 큰 유로화 결재 상품군에서 두드러져 지불 통화가 수입품 가격만이 아니라 소비 행위에도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스위스 가구 소비 중 수입품 비중(%) 변화
주: 기간(월)(X축), 수입품 비중(%)(Y축)/출처=CEPR

한편 스위스 수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었다. 통화가치 절상은 해외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를 낳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스위스의 총수출액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핵심 이유는 스위스 기업들의 ‘품질 제고 전략’ 덕분으로 분석된다. 가격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저품질 제품 생산은 중단하는 전략을 사용해 통화 절상으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 것이다.

저소득 가구 및 국경 지역 거주자, 통화 가치 상승 혜택 “더 커”

스위스 프랑 환율 변동은 소득 계층과 거주지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미쳤다. 가격에 민감하고, 저렴해진 수입품 가격이 더 큰 혜택으로 돌아오는 저소득 가구의 실질 생활비 절감 효과가 고소득 가구보다 컸다. ‘불균등 지출 효과’(unequal expenditure switching)라고 알려진 해당 현상은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수입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품 소비 추이(스위스)
주: 연도(X축), 가구 소비 중 수입품 비중(%)(Y축), 저소득 가구(청색), 고소득 가구(적색), 전체 가구(녹색)/출처=CEPR

통화 가치 절상의 영향은 거주지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국경 지역에 사는 가구들이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이웃 국가들의 훨씬 싼 상품 가격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스위스 국내 가격보다 평균 30%나 더 싸게 살 수 있었으니 생활비 절감 효과를 이중으로 누린 셈이다. 실제 2015년 스위스 국경 지역 주민들의 생활비 절감률은 2.8%로 다른 지역의 1.7%보다 크게 높았다.

스위스 지역별 외국 생산품 소비율
주: *짙은 색일수록 소비율이 높음/출처=CEPR

이렇게 스위스 프랑 환율 변동 사례는 10년이 지난 후에도 정책 입안자와 중앙은행에 유용한 시사점을 준다. 특히 수입 대금 지불 통화가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 환율 변동에 따른 소비자 가격 영향 제한 요소, 통화가치 변동에 대한 기업과 가구의 대응 방식 등은 깊이 참고할 만하다.

한편 통화가치 변동에 따른 소득 재분배 효과는 거시경제지표로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통화 절상이 수입품 가격을 낮추는 것은 맞지만 혜택은 동일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소득 가구들이 저렴한 가격을 통해 더 높은 복지 효과를 누리는 한편, 국경 지역 주민들은 외국 상품 직접 구매를 통해 생활비 절감 효과를 이중으로 실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미시경제적 효과 역시 환율 및 통화 정책 수립 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라파엘 아우어(Raphael Auer)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en years after the Swiss franc shock: Lessons on prices, expenditure switching, and inequal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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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