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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야 팔린다" 전국 아파트 하락거래, 6개월째 증가

"내려야 팔린다" 전국 아파트 하락거래, 6개월째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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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44.9%, 전월보다 싼값에 거래
'하락거래' 비중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
여당, DSR 한시 완화 요구, 금융위 "신중히 접근"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 및 하락거래 비중/출처=직방

지난달 이뤄진 아파트 거래 중 절반 가까이가 이전 거래가보다 낮게 거래된 이른바 ‘하락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거래 시장이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경기 침체, 정국 불확실성, 금리 인하 지연 등의 영향으로 매수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움츠린 거래 시장이 쉽사리 살아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4.9%가 가격 낮춰 판 '하락거래'

10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에서 체결된 아파트 거래 중 44.9%는 종전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하락거래는 지난해 7월 38.9%를 기록했지만 8월부터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 11월에는 43.7%를 기록하며 상승거래보다 많아졌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은 하락거래 비중이 지난해 12월 43.4%로 집계되며 상승거래 비중보다 높아졌고, 올해 1월에도 43.6%를 차지했다. 서울은 여전히 상승거래 비중이 높지만, 경기와 인천 아파트 거래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도권 하락거래 비중을 높였다. 서울은 금천구(66.7%), 노원구(55.7%)에서 하락거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구축 중소형 면적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는데, 거래가격은 종전보다 낮았다.

경기에서는 성남시 수정구(61.5%), 이천시(61.1%), 안산시 상록구(61.0%), 동두천시(60.0%), 의왕시(55.9%), 용인시 처인구(51.8%), 의정부시(50.8%), 파주시(50.4%), 고양시 일산동구(50.0%)에서 절반 이상이 하락거래였다. 인천은 중구(52.8%), 남동구(51.6%)의 하락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연수구도 49.3%로 절반에 가까웠다.

지방광역도시는 지난 2024년 11월 하락거래 비중이 44.8%를 차지하며 상승거래 비중(42.7%)보다 높아졌고 2025년 1월 하락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5.6%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대전 49.2%, 제주 49.0%, 부산 47.1%, 대구 46.3%, 충북 46.3%, 충남 46.1%, 경북 46.0%, 강원 45.9%, 경남 45.2%, 전북 45.2%, 전남 44.4%, 세종 44.3%, 광주 43.8%, 울산 41.7% 순으로 하락거래 비중이 컸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7개월 만에 하락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7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실거래가지수는 시세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실거래가격을 동일 단지, 동일 주택형의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으로, 실거래가지수가 하락한 것은 당월 거래가격이 이전 거래가보다 낮은 금액에 팔린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0.37% 하락했다. 수도권이 0.30% 떨어지며 지난해 10월(-0.01%)에 이어 두 달 연속 지수가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0.16% 상승했으나 경기도와 인천이 각각 0.54%, 0.64% 하락해 전월(-0.01%, -0.09%)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경기도와 인천은 지난해 9월부터 석 달째 지수가 하락세다.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0.43% 내려 지난해 5월(-0.36%) 이후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방 5개 광역시와 8개 도 가운데 대구(0.07%)와 세종(-0.36%)을 제외한 나머지 11곳이 모두 하락했다. 광주광역시(-1.08%), 충남(-0.92%), 강원(-0.85%), 제주(-0.825), 전남(-0.725), 울산(-0.43%), 부산(-0.32%) 등의 실거래가가 많이 내렸다.

원인은 공급 과잉·인구 감소, DSR 완화는 언발에 오줌누기

이에 여당에서는 지방 아파트 가격 방어를 위해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액 비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여당 요구에 따라 실제 DSR 규제를 풀어도 실제 미분양 해소 효과는 미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대목은 '실효성'이다. 6억원 이하 주택 구입자는 시중 은행 대출에 비해 금리 조건이 좋은 보금자리론, 4억원 이하는 대출 금리가 연 2%대까지 내려가는 디딤돌대출 등 정부의 정책 모기지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부 대출 상품은 DSR을 아예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이 쏟아진 대구(2,674가구)의 지난달 아파트 평균 가격은 3억4,121억원이다. 대구 다음으로 미분양이 많이 쌓인 경북(2,237가구), 전남(2,450가구)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각각 1억9,236억원, 1억9,281억원으로 2억원도 안 된다. 여당 주문대로 DSR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줄 경우 이 지역에서 매매가가 6억원을 초과하는 지방 고가 주택 구입하면서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만 팍팍한 소득 심사를 면제받는 혜택을 보게 된다.

'필요성'도 금융당국이 신중론을 고수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엄격한 대출 규제가 악성 미분양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면 DSR 한시적 완화가 미분양 해소에 일조할 수 있으나, 수도권 이외 지역 주택 구입자는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받을 때 DTI 심사도 받지 않는다. 소득 심사 때문에 대출이 막혀 미분양이 쌓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비수도권 미분양은 대출 규제보다는 공급 과잉과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측면이 커 DSR 완화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미분양 해소를 위한 타깃은 다주택자가 되어야 하고, DSR뿐 아니라 세제 혜택이 나와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올해부터 1주택자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때 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1가구 1주택 특례가 적용되는데, 이런 식의 추가 세제 지원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제를 완화해도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 냉각된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이미 경기가 꺾였는데 몇몇 규제 완화로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집값 버블을 유지하는 역효과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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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소비자금융보호국 폐지 착수 "물 새는 수도꼭지 같아"

트럼프 행정부, 소비자금융보호국 폐지 착수 "물 새는 수도꼭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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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바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CFPB 수장에 임명
의회가 설립한 기구지만 기관장 재량권으로 폐지 수순
머스크, "유사한 규제 기관 너무 많아" 예산 낭비 지적 

연방정부 기관의 퇴출·축소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CFPB는 미 의회가 설립한 독립 기구로 공식적인 폐지를 위해서는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CFPB 국장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근거로 주요 기능의 정지 등을 단행하며 사실상 운영을 중단시켰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일부 구조개혁 조치들이 정치적 논란과 함께 법적 제약에 부딪히고 있어 실제 CFPB의 폐쇄가 이뤄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CFPB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출근하지 말라' 통보

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기관인 CFPB의 업무 중단을 명령하고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CFPB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담보 대출 스캔들을 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난 2010년에 설립됐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CFPB 직원들은 이날 이메일로 '이번 주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고 워싱턴에 위치한 청사 건물도 폐쇄됐다. 해당 메일에는 '다른 지시가 없는 한 원격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지침이 포함됐으나 구체적인 CFPB 폐쇄 이유는 명시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임기 5년이 보장된 로힛 초프라 CFPB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러셀 바우트 국장을 CFPB 국장 대행으로 임명했다. 바우트 대행은 그동안 CFPB 폐지를 주장해 온 인사로 트럼프 2기 청사진으로 불리는 '프로젝트 2025'를 설계한 바 있다. 바우트 대행은 임명 다음 날인 8일 CFPB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제출된 모든 규정에 대한 작업을 중단하라'며 △확정됐지만 아직 발효되지 않은 규정의 발효일 연기 △진행 중인 조사 작업의 중단 △새로운 조사의 착수 금지를 명령했다.

예산 집행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바우트 국장은 8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CFPB가 확보한 7억1,160만 달러(약 1조원)의 예산은 과도하다"며 "올해 연방준비은행에 예산 교부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FPB는 예산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물새는 수도꼭지"라고 비판했다. CFPB는 금융개혁법에 따라 의회가 설립한 기구로 폐지를 위해서는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CFPB의 수장에게 강제 집행 등 정책적 재량권을 인정하는 조항이 있어 바우트 대행이 이를 근거로 사실상 폐지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CFPB의 폐지와 관련해 머스크가 게시한 X 게시물/출처=X

머스크, 트럼프 당선 이후 수차례 CFPB 폐지 시사

AP통신은 이번 CFPB의 폐쇄 조치와 관련해 "업무 중단 지시, 청사 봉쇄 등의 방식이 앞서 미 국제개발국(USAID)의 해체 절차와 유사하다"며 "이번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수장으로 있는 정부효율부(DOGE)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4일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우리는 CFPB를 폐지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어 바우트 대행이 임명된 7일에는 묘비 이모티콘과 함께 "CFPB에 안식을(RIP)"이라는 글을 올려 사실상 CFPB의 해체를 공식화했다. 현재 CFPB의 공식 X 계정은 삭제됐고 홈페이지도 폐쇄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머스크의 발언을 고려하면 CFPB의 폐쇄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27일 머스크는 X를 통해 "CFPB를 폐지하라"며 "중복된 규제 기관이 너무 많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WP)는 "CFPB에 대한 머스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시한 정부 비용 절감 계획의 일환으로 CFPB가 폐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고, 블룸버그통신도 "오랫동안 공화당과 기업 옹호 단체의 표적이 돼온 규제 기관을 직접적으로 지목해 이 기관이 차기 행정부에서 폐지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CFPB 폐쇄와 관련해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된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머스크의 발언은 CFPB가 빅테크의 전자결제·디지털 지갑 앱 서비스에 대한 관리·감독을 확대하는 규정을 확정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며 "머스크가 운영 중인 X의 결제 사업 진출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며 "머스크가 CFPB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 점이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CFPB는 최근 디지털 금융 서비스 관련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머스크를 비롯한 빅테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USAID 폐지 등 트럼프 행정부 조치에 소송 잇달아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 CFPB의 폐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행정명령 등을 통해 강행하는 정책들이 법원에서 잇따라 가로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CFPB에 앞서 폐지 절차에 들어간 USAID의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폐지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지난 7일 워싱턴 D.C. 지방법원은 연방 공무원 단체 2곳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 재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USAID 폐지와 관련한 일부 조치를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원과 업무 중단, 예산 동결 등의 조치가 해당 직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USAID 직원 2,700여 명에게 유급 행정 휴가를 부여했는데 이 중 2,200명은 해고 절차를 위한 유급 휴가 대상이었다. 또한 해외 근무자에게는 30일 이내에 파견 지역에서 철수하라는 강제 귀국 조치를 시행했다. 그동안 USAID의 자금이 방만하게 집행됐다고 지적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1만여 명에 달하는 직원 중 보건과 인도적 지원 분야 핵심 인력 294명만 남기고 모두 해고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7일 미 최대 공무원 노조인 연방공무원노조(AFGE)와 미국외교관협회(AFSA)는 "USAID 해체 시도는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라며 예산 복원과 사무 재개, 추가 해산 명령 차단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서명한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도 제동이 걸렸다. 출생시민권 제도는 부모 국적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달 24일 시애틀 지방법원은 이달 19일 행정명령의 시행을 앞두고 워싱턴·애리조나·일리노이·오리건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명백히 위헌적인 행정명령'이라며 효력을 14일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지난 5일에는 메릴랜드 지방법원이 이민자 인권단체 2곳이 제기한 소송에서 "출생시민권 제도의 제한은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250간 이어져 온 우리의 시민권 원칙과 역사에 위배된다"며 또다시 14일의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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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7의 시대는 끝났다" 뒤집힌 美 증시 판도, 중심에는 'AI'

"M7의 시대는 끝났다" 뒤집힌 美 증시 판도, 중심에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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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M7, 이익 성장률 수년째 '하향곡선'
시장 곳곳서 대규모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 제기
'딥시크 쇼크'가 불러온 지각변동, 美 빅테크 '환상' 무너지나 

월가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M7,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알파벳·엔비디아·테슬라·메타의 총칭)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확대된 가운데, 이들 기업의 대규모 지출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M7 기업, 줄줄이 '성장 둔화'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7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이익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추정치는 22%에 그쳤다. 이는 2023년 4분기(56.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뚜렷한 실적 악화 흐름 속 자본지출(CAPEX)은 오히려 전년 대비 약 40% 확대됐다. 같은 기간 M7을 제외한 여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자본지출 증가율은 3.5% 수준이었다.

시장은 M7 기업의 막대한 지출 규모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M7 기업 대다수가 투입한 비용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시점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M7의 부진한 AI 부문 성적"이라며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고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다 보니, 시장이 관련 소식 하나하나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구글의 부진한 AI 클라우드 부문 매출 실적이 발표된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하루 만에 6.94% 떨어졌다. MS의 주가 역시 AI 클라우드 매출이 기대치를 하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0일 하루 만에 6.19% 하락했다.

월가서도 비관론 확산

월가에서도 M7의 주가 흐름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M7'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투자자 대상 메모를 통해 "미국 증시가 글로벌 무대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는 그만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M7은 미국 주식을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L7(Lagnificent7·주가 수익률이 떨어지는 7개 종목)이 된다"고 꼬집었다.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의 저자 나심 탈레브도 M7 주가의 조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3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엔비디아 주가 폭락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향후 2~3배 더 심각한 급락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 증시에서 M7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며, 향후 시장이 단기적인 조정이 아닌 구조적인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M7 기업이 미국 증시 성장 동력을 상쇄하는 장애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7일 종가 기준 S&P500 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뱅가드 S&P500(VOO)'는 연초 대비 2.74%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M7을 제외한 'S&P493'의 시가총액 가중 방식 ETF인 '디파이언스 라지캡 엑스 매그니피센트7(XMAG)'은 연초 대비 5.49% 올랐다. M7을 제외한 기업 주가의 상승폭이 M7의 주가 상승폭을 뛰어넘으며 상승 주도주가 다변화한 것이다.

빅테크 약세, '딥시크 쇼크' 영향인가

이런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딥시크(DeepSeek) 쇼크'가 이 같은 M7의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모델 '딥시크 R1'은 미국이 주도하던 AI 시장을 단숨에 뒤집어 놨다. R1은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최신 AI 모델과 맞먹는 성능을 자랑하지만, 개발 비용은 압도적으로 낮다. 딥시크가 사용한 GPU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H100이 아닌 저사양 H800 칩 2,000여 개며, 투입된 개발 비용은 우리 돈 80억원에 그친다. 이는 일반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에 투입하는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인해 AI 시장은 격변기를 맞았다. 딥시크가 고성능 AI 모델 구현에 압도적인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 미국 빅테크만 추론형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기존의 상식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후발 주자 진입장벽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빅테크의 AI 대규모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커졌다"며 "업계에서는 AI 시장 주요 플레이어들에 대한 시장의 '환상'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AI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발생한 가운데, M7 기업들은 자본지출을 오히려 확대하며 승부수를 걸고 있다. 구글은 올해 자본지출을 750억 달러(약 109조원)로 설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3% 늘어난 수준이다. 메타 역시 2025년 연간 설비투자 가이던스로 600억~650억 달러(약 87조2,400억~94조9,500억원)를 제시했다. 2024년(390억 달러) 대비 2배가량 설비투자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MS, 테슬라 등도 올해 연초 자본 지출을 크게 늘린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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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사고' 책임자 무관용 원칙 적용, '자본시장 선진화'도 고삐

금감원 '금융사고' 책임자 무관용 원칙 적용, '자본시장 선진화'도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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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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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규모 부당대출 적발에 따른 점검 강화
금융 산업 신뢰 회복 및 질서 확립 유도
IMA 개편해 금투업 경쟁력 강화, 공매도 재개·ATS 정착 지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2025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 뒤 질의를 받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올해 업무는 자본시장과 국민경제 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잠재 부실위험이 높은 기업에 대한 심층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금융투자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쓸 방침이다. 동시에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의 도약을 위한 선진화 과제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기업 리스크 관리 강화

10일 금감원은 ‘2025년 업무계획’을 통해 기업부채 잠재 리스크 조기 선별을 위한 관리를 정교화하겠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주채권은행의 엄격한 관리를 유도한다. 주채무계열 약정 이행 점검 현황 확인 후 미흡 사항 발견시 적극적인 개선을 유도하고, 은행 조기경보시스템 및 잠재 부실기업 선정 동향 등을 수시 신용위험평가와 연계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또 금융권의 영업 관행·내부통제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ELS(주가연계증권)와 같은 고위험 금융상품의 경우 ‘적합한’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리고 계약’하는 판매 관행 개선을 추진한다. 또 보험회사의 ‘판매위탁 GA(보험대리점) 선정 및 평가표준’을 마련해 판매위탁 리스크 통제를 강화하고, 보험회사 운영위험 평가체계를 도입한다.

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한 건전성 감독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은행 지주회사에 대한 유동성‧레버리지비율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보험사 부채 평가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계리가정에 대해 ’감리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또한 전자지급결제 대행업(PG) 등 전자금융업자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경영지도 기준 준수 현황을 반기별 공시한다.

금감원에 찍힌 우리금융지주, 대대적 개편 불가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에 올해 도입한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금융 사고를 유발하는 금융회사 성과보수 체계도 점검한다. 아울러 온정적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징계 기준을 강화, 감경‧면책 기준 구체화하며, 부고발 활성화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강화를 주문한 만큼 우리금융지주의 거수기 문제가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보고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에 직면해 있는데, 금감원도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사외이사 중 정찬형 이사회 의장은 6년 임기를 끝으로 오는 3월 물러날 전망이다. 정 의장은 과점주주 중 한국투자증권 추천 인물로, 한국투자증권 추천 인물이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신요환(연임), 윤인섭(연임), 윤수영, 지성배 사외이사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선임된 이은주, 박선영 이사만 임기를 남겨뒀다.

이에 이사진들은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결정 과정에서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금융 내규에 따르면 인수·합병(M&A) 추진 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 이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리스크위원회를 열기도 전에 M&A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했다. 이후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위원회와 이사회를 20분 간격으로 진행했다. 임 회장이 M&A를 단독으로 결정하고 이사회는 형식적으로 개최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사외이사들도 절차 준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M&A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우리금융은 이사회 개최 전 개별 이사진에게 M&A 안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으나 금감원은 이런 해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금융 정기 검사에서 당시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이사진들이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고 M&A 안건을 통과시킨 점을 확인했다. 사전에 안건에 대한 설명을 했더라도 회의에서 이사들 간 의견 교환 없이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경영진 견제‘라는 이사회 역할을 방기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이다.

한국 증시 저평가 사라질 때까지, 자본시장 선진화 속도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라는 단어가 사라질 때까지 다각적인 개선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먼저 종합금융투자사가 혁신 기업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기업 신용공여, 발행어음, IMA 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또 자생력 있는 운용사 위주의 사모펀드 시장 재편을 위해 부적격 사모운용사 잔존수탁고 처리 세부방안 마련도 지속한다. 공모펀드 출시와 관련해 법적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 비조치의견서 발급 검토 등을 통해 창의적 신상품 출시를 지원한다.

더불어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 선진화도 촉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오는 3월 31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공매도 방지 전산 시스템(NSDS) 구축을 완료했다. 현재 증권사와 중앙 점검 시스템 간 연계 테스트를 진행하며 원활한 제도 재개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내달 출범 예정인 대체거래소(ATS)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증권사의 최선집행의무(Best Execution Obligation) 준수 여부도 철저히 점검한다. 지난해 6월 발표한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권사의 시스템 구축 실태를 점검하고, 업계 및 투자자를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산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이행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비교·공시 시스템을 2분기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실적배당 상품의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상장주식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퇴직연금 시장의 증시 참여도를 높일 계획이다.

금감원은 나아가 기업, 금융투자업계, 투자자와 긴밀히 소통하며 자본시장 선진화를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2~3월 중 격주 단위로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 △ATS 출범 합동 설명회 △자본시장 인프라 개선을 위한 열린 토론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본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업계 간담회 △주주 행동주의 및 기관투자자의 역할 모색을 위한 열린 토론 △공매도 재개 준비 상황 현장 점검 등을 개최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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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 中도 보복 관세 시행하며 무역전쟁 예고

美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 中도 보복 관세 시행하며 무역전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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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조만간 상호관세 도입
中, 같은 날 석탄·LNG 등에 대미 보복 관세 시행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韓 철강 업계도 긴장 고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보편 관세 25%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조만간 상호 관세 부과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공언했던 미국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자 중국도 예고했던 대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일부 품목에 대미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국제 통상 환경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중 간 '관세 전쟁'이 전 세계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예외 조항 폐지로 쿼터 국가들은 관세 인상 효과

9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관람하기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문답하면서 "10일부터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이후 캐나다·멕시코·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 면세 할당량(쿼터)을 제공했다.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를 확대해 영국·일본·유럽연합(EU)까지 면세 대상에 포함하면서 미국 내 철강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호 관세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호 관세는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높은 관세율만큼 미국이 상대국 동일 상품에 관세율을 동일하게 상향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다른 국가와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상호 교역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며 "우리는 더 많이도 더 적게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도 새로운 관세가 기존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추가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관세율과 비교하면 철강은 25%를 유지하고 알루미늄은 10%에서 25%로 상향된다. 이와 함께 기존에 면세 혜택을 받는 쿼터를 폐지하기로 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반도체·의약품과 함께 묶어 수개월 내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조치로 그 시점이 대폭 앞당겨졌다.

일본제철의 투자 확대 속 관세 부과 시점 앞당겨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제철의 대규모 투자 합의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앞당기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US스틸은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기업이었지만 부실한 정부 정책과 경영 실패로 쇠락했다"며 "이번 관세 조치가 US스틸을 매우 성공적인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관세 조치를 통해 철강 수입 물량을 US스틸이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을 열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US스틸의 인수가 아닌 대규모 투자는 허용하겠다"며 "US스틸의 소유권이 미국 밖으로 넘어가는 것은 심리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고, 이시바 총리도 "인수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일본의 기술을 제공하겠다"며 뜻을 같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US스틸 측에 기존 인수액(147억 달러)과 투자액(27억 달러)을 확대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이 US스틸의 인수 대신 투자로 선회하면서 향후 일본제철의 인수 논의도 어떤 방식으로든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일본과 미국이 협력해 US스틸의 생산 설비 현대화 등 철강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경우, 그동안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해 온 한국 철강 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추가 관세 조치로 대미 철강 수출량이 줄면 미국 현지에 있는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기업도 소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재 미국으로 들어가는 철강 물량 상당수는 현지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美·中 관세 전쟁 본격화, 단기간 합의는 어려울 듯

미·일 철강 산업 재편뿐 아니라 미·중 간 관세 전쟁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중국은 미국의 10% 관세 부과 발효일이었던 지난 4일 미국산 원유·농기계 및 일부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석탄과 LNG에는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국 10%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시행일은 10일로 예고했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 전 품목이 아닌 일부 품목에만 관세를 부과한 데다 시행일까지 일주일가량의 여유를 둔 만큼 업계에서는 중국이 보복보다는 미국과의 물밑 협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미·중 양측 모두 적극적인 대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중국이 관영 언론 등을 통해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메시지를 냈지만 진전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발표 당일 "24시간 안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화할 것"이라고 했으며 다음날 리빗 대변인도 "곧 통화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정상 간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1기에 비해 대미 무역의존도가 낮아진 데다 경제 체질이 개선된 만큼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급함을 보이기보다는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 전쟁이 애초에 중국을 겨냥해 시작된 만큼, 양국 간 합의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중 무역 전쟁이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대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관세를 무기로 한 전면전은 관련국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미·중이 서로 보복 관세 인상을 주고받으면 미국의 기업·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고, 중국은 미국 수출 타격으로 경제성장률이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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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종전' 이번주가 분수령, 트럼프 2기 행정부 ‘우크라 지원비용’ 회수 나선다

러-우 전쟁 '종전' 이번주가 분수령, 트럼프 2기 행정부 ‘우크라 지원비용’ 회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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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4~16일 뮌헨 안보회의서 종전 논의 물살 가능성
마이크 왈츠 "양측 테이블에 앉아야, 전 세계가 도울 준비"
우크라 희토류·천연자원·석유·가스 등으로 비용 회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중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지원금을 회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도 공개한 가운데, 종전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악관, 우크라와 파트너십 통해 지원비 회수

9일(현지시각)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이번 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미래를 포함한 모든 이슈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 비용을 회수해야 하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천연자원, 석유·가스와 그들(우크라이나)이 우리 자원을 구매하는 형식의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연자원과 관련한 양국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원 비용을 회수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힌 것에 관한 질문에는 "대통령보다 앞서 말하지 않겠다"며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민감한 대화가 많이 진행 중인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월츠 보좌관은 "이번 주에 우리 국무장관, 국방장관, 부통령, 유럽 특사가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세부 사항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이는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월츠 보좌관은 "우리는 모든 당사자를 테이블에 불러 모아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중동 지역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모두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 모두 한 테이블에 모여 협상하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 우크라 무기공급 잠시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원조를 중단하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최근 무기 공급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종전을 앞당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달부터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중단된 상태였다.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614억 달러(약 8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이 포함된 예산안 처리를 의회에 요청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예산안 협상이 해를 넘겼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고갈을 여러 차례 경고하며 공화당에 안보 예산 처리 협조를 재차 압박했으나,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자국 국경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로 내세우면서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거듭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대반격에서 사실상 실패한 것과 미국 내에서 전쟁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 "종전 협상할 준비돼 있다"

푸틴 대통령도 전쟁 종전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우리는 함께 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준비에 대한 언급을 믿는다”며 “우리는 언제나 이 문제에 열려 있고, 협상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현실에 입각해, 만나서 차분히 얘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좋다”고 강조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2020년 미국 대선이 “도둑맞지 않았다면” 2022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언급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 동조하는 발언도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종전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포스트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푸틴)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멈추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정상이 몇 번이나 통화했는지를 묻자 “말하지 않는 게 낫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전장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죽은 사람들 전부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당신의 아이들과 같다”며 “2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전쟁에서 숨졌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연말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조건으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모든 제재 해제,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주에서 우크라이나의 완전 철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및 중립국화, 우크라이나 군사력 감축 등을 내세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종전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는 않고 있으나, 그 측근들은 현 전선에서 전투 동결, 러시아 점령지의 실질적 인정,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 등을 밝혀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현 전선에서 동결한 뒤 양국 국경 사이에 “강력히 요새화”하는 비무장지대화 설치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휴전과 종전을 유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서방의 평화유지군 파견 가능성도 고려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평화유지군에 미군 참여는 꺼리고 있으며 러시아 외교부도 현 전선의 동결 및 평화유지군 파견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보이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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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불황에 실적 미끄러진 롯데케미칼, 활로는 어디에

석유화학 불황에 실적 미끄러진 롯데케미칼, 활로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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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지난해 8,900억원대 영업손실 기록
중국發 저가 물량 공급이 업황 악화에 영향 미쳐
시장은 LG화학-롯데케미칼 '빅딜' 가능성 재조명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시장 '다운사이클(침체기)'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한 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며 실적이 악화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투자 축소, 법인 매각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지난해 실적 '침체'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7일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20조4,304억원, 영업손실이 8,94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사업 전반 업황이 악화하고, 회복 시점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부가 스페셜티 비중을 확대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투자 전략 역시 전환점을 맞이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1조 원 이상 축소하고, 신규 투자는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내에서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무산됐던 파키스탄 법인 매각에도 속도를 낸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파키스탄 법인 매각과 관련해 잠재적 매수인과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매각 논의가 지지부진한 자산에 대한 주가수익스왑(PRS) 등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모노에틸렌글리콜(MEG) 공장 관련 PRS 계약을 체결했으며,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에 대해서도 PRS 계약을 추진 중이다.

업황 악화 원인은 중국?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를 견인한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중국발 저가 물량 공급 과잉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기업이 수출한 석유화학 제품을 중국이 재가공하는 구조였지만, 중국이 자급력을 갖추게 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물량이 현저히 감소했다"며 “여기에 중국의 저가 물량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지며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석유화학 기업들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2022년 이후 줄곧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약 43만5,800원)를 밑돌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 과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글로벌 에틸렌 증설 규모가 올해 약 870만 톤, 내년 1,000만 톤 수준으로 증가하며 공급 물량이 수요를 소폭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운임 하락과 환율 강세, 중국 내수 수요 증가 등 요인에 따라 스프레드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곽기섭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경영전략무분장 상무는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4분기 소폭 개선이 됐고, 올해 1, 2분기에도 점진적인 시황 개선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나 스프레드 개선이 있기보다는 원료가 하향과 운반비 부담 완화, 환율 강세 등의 요인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빅딜' 다시 고개 들까

석유화학업계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어지며 롯데케미칼의 위기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간 ‘빅딜’이 재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해 4월 일부 언론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범용 나프타분해설비(NCC) 부문을 통합하는 방안과 관련해 초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당시 두 회사는 모두 "NCC 부문 통합 또는 합작사(JV) 설립 방안 등을 검토한 바 없다"며 빅딜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업계에서는 대형 석유화학 기업들의 빅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고정비 비중이 큰 대규모 장치 산업이다. 기업들이 중복 사업 부문에서 인수합병(M&A)을 실시할 경우, 사업 규모가 확대되며 경제성을 유의미하게 제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업계 전문가는 "지금 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는 NCC를 가동할수록 손실만 불어나고, 단기적으로 업황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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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미국 ‘창업 생태계’에 공헌하는 해외 유학생들

[딥파이낸셜] 미국 ‘창업 생태계’에 공헌하는 해외 유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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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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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생 석사 학위자, ‘스타트업 생태계’ 공헌 ‘압도적’
미국인들에게 ‘창업가 정신’ 불어넣기도
비자 제한 및 영주권 정책 재고할 필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10년간 매년 30만여 명의 해외 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원 진학을 위해 비자를 취득했다. 학업을 마치고 미국에 남는 인원은 극소수지만, 이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불균형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생들은 어떻게 미국 땅에서 신규 회사를 설립해 성공하며, 이들이 미국 경제의 혁신과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미국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사진=CEPR

이민자들의 미국 경제 기여 ‘역사적’

미국 경제에 끼친 이민자들의 영향력은 역사적으로 이어져 왔다. 19세기 독일계 이민자에 의해 설립된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 Co.)를 필두로 구글, 아마존, 우버 등을 비롯한 수많은 유명 기업이 이민자 또는 후손들에 의해 설립됐다. 어디서든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기술 발전과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을 견인한다.

신규 기업들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연구 결과로도 증명된다. 스타트업들은 고숙련 기술 인력들을 끌어당기고 기존 기업들보다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포춘(Fortune) 글로벌 500대 기업을 설립한 창업가들 중 절반 이상이 미국 대학원 학위를 갖고 있어 미국 경제의 혁신에 대학이 기여하는 비중이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학교들이 다수 포진해 있으며 이들은 글로벌 순위에서도 최상위를 차지한다. 학문적 우수성에 대한 명성이 과학, 기술, 비즈니스 분야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재능 있는 학생들을 끌어모은다. 지난 10년간 해마다 30만여 명의 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원에 등록했고 다수가 학위 취득 후 최소 수년간 미국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스타트업 중심 기업 정보 제공 기업)상의 정보를 통합 고등교육 데이터 시스템(Integrated Postsecondary Education Data System, IPEDS)의 진학 통계와 연결한 최근 연구는 이들 해외 유학생과 미국 내 스타트업 설립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유학생 석사 학위 취득자,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불균형적’ 기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외 유학생 석사 학위 취득자 10,000명이 배출될 때마다 61개의 신규 스타트업이 5년 안에 설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학생들의 평균 스타트업 설립 비율을 넘어서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 파급효과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숫자만이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영양가가 높다. 1만 명의 해외 석사 취득자마다 38개의 스타트업들이 초기 자금 조달 과정에서 2,500만 달러(약 364억원) 이상을 투자받고 8개는 창업 3년 안에 특허를 신청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크런치베이스가 성공적인 스타트업 위주로 통계를 낸다는 점을 감안해도 해외 유학생들의 경제적 기여가 상당하다고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정도다.

해외 유학생 석사 학위 취득자 1만 명 배출이 미국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
주: 5년 내 스타트업 설립 수, 동일 주 내 스타트업 설립 수, 3년 내 2,500만 달러 투자 유치 기업 수, 3년 내 특허 신청 기업 수(좌측부터)/출처=CEPR

STEM 및 경영대학원 졸업자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주도

이러한 직접적인 기여 외에도 유학생 졸업자들은 미국 졸업자 동료들에게 창업가 정신을 불어넣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유학생 증가 영향으로 설립되는 신규 스타트업들 중 30~45%는 미국인들이 창업자 또는 공동 창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들 덕분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글로벌 네트워크, 창업가 정신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모든 미국 대학교가 동일하게 스타트업 형성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R1(분류 체계상 매우 높은 리서치 활동을 하는 대학원), R2(높은 리서치 활동)로 분류되는 리서치 중심 대학교에서 석사를 취득한 졸업자들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자연과학, 생물 및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비즈니스 학위 취득자들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97%의 스타트업들이 창업자가 졸업한 대학교가 위치한 주에서 운영된다는 것이다. 최상위권 대학들은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에서 나아가 그들을 지역 경제에 잔류시켜 혁신과 고용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제한적 비자 정책이 ‘두뇌 유출’ 초래

이러한 입증된 기여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소수의 졸업자만이 미국에 잔류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20% 정도의 유학생만이 최소 2년 이상 미국에 머물며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큰 이유가 제한적인 비자 정책에 있었다. 대다수는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우호적인 이민법을 가진 캐나다, 호주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두뇌 유출은 해외 유학생들이 발휘할 수 있는 창업에서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미국으로서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H-1 비자(외국인 근로자의 특수 직종 일시적 근무를 허용하는 비이민 비자) 상한 및 영주권 취득 제한 등의 정책이 유능한 인재들이 미국에 머물며 경제에 기여할 기회를 막고 있는 것이다.

해외 유학생들의 긍정적 기여를 생각할 때 정책 결정자들과 대학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먼저 등록금과 전형료 등의 비용을 낮춰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면 더 많은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 또 외국 출신 창업가들에게 보조금 및 자금 조달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보다 활발한 스타트업 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졸업자들에게 선택적 실습 교육(Optional Practical Training, OPT, 유학생들이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기회와 창업 비자 발급을 확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포함한 비재정적 지원도 힘이 될 수 있다. 모두 미국이 보유한 혁신과 창업에서의 선두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원문의 저자는 미셸 바인(Michel Beine) 룩셈부르크 대학교(University Of Luxembourg)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nternational graduate students and US startup cre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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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역사적 금서 조치’ 통해 본 ‘검열과 지식 중개인의 역할’

[딥테크] ‘역사적 금서 조치’ 통해 본 ‘검열과 지식 중개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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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시대와 장소 가리지 않고 ‘정보 통제 수단’으로 활용
‘자기검열’, ‘사고 다양성 제약’ 등 심각한 부작용
‘지식 중개자’인 출판업자의 역할 중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검열은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의 언어와 출판에 영향을 미쳐 왔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국가 검열은 1772~1783년 기간 중국 청 왕조의 사고전서(四庫全書) 집대성 과정에서 시작했다. 지식 통합 목적의 프로젝트가 중국 역사상 최대 금서 조치로 이어진 것이다. 이 조치로 검열이 집중된 역사, 전쟁, 종교 등 분야의 서적 출판은 현저히 줄었지만, 1840년 이후 정치 불안정으로 단속이 약해지자 금지 분야 출판은 되살아났다. 금지와 부활의 모든 과정에서 출판업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CEPR

사고전서(四庫全書), 중국 역사 최대 규모 ‘검열 사례’

역사적으로 검열은 문화권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정보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고대 중국의 악명 높은 ‘분서갱유’(burning of books and burying of scholars)부터 1560~1966년 기간 로마 교황청이 지정한 ‘금지 출판물 목록’(Index Librorum Prohibitorum)까지 국가 및 권력기관에 의한 지식 통제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구소련에서는 엄격한 검열을 피하기 위한 ‘자체 비밀 출판’(samizdat)이 성행하기도 했다.

사고전서는 13,000권이 넘는 서적을 포함하는 중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장서(book collection) 프로젝트였는데, 이 중에는 3,000여 권의 금지 서적도 있었다. 금서에는 제국 법령, 군사 전략, 종교 등을 포함해 청 왕조의 합법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는 주제의 책들이 포함됐다. 이전의 간헐적 단속과 비교해 훨씬 제도화된 탄압의 성격을 띤 금서 조치는 공포심과 자기검열을 온 대륙에 전파했다.

검열은 주로 지역 관료들에 의해 집행됐는데 이들에게는 압수한 서적에 따라 보상이 주어졌다. 문제는 명확하지 않은 금지 기준이 불확실성을 낳았다는 점이다. 저자와 출판인은 물론 가족까지 처형할 정도로 가혹하지만 한편으로는 일관성 없는 처벌 수위도 지식 활동에 찬물을 끼얹었다. 체계적인 억압이 검열 집중 분야를 중심으로 상당한 출판량 감소를 가져온 것이다.

서적 분야별 검열 수위(중국, 1662~1949년)
주: 역사 기록·전기·연대기(갈색), 정치 사상·과학·의학·예술(검정), 시·수필·문학 작품(회색), 고전·유교 경전(청색)/출처=CEPR

검열, 서적 출판은 물론 ‘사고의 다양성’까지 제약

즉 1660~1949년 기간 161,000권이 넘는 서적 기록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770년부터 1830년 사이 검열 수위가 높았던 분야의 경우 검열이 1 표준편차 증가하면 서적 출판은 18% 감소했다. 하지만 1840년 이후 중국이 ‘아편 전쟁’과 ‘태평천국의 난’과 같은 내외부 격변에 시달리면서 상황은 급속히 바뀐다. 국가 통제력이 약화하며 서적 출판의 부흥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이 외국과 조약을 맺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속화되는데 이들 지역에서부터 해외의 영향력이 기존의 검열 관행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검열 효과 추이(중국, 1660~1949)
주: 연도(X축), 검열의 서적 출판에 대한 영향(Y축), *1765~1772년을 0으로 할 때 차이, 95% 신뢰구간/출처=CEPR

검열은 서적 수에 그치지 않고 책의 내용과 사고의 다양성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당시 출판된 서적의 제목들에서 일정한 패턴이 발견된다. 먼저 탄압 기간에는 검열에 해당하는 내용은 물론 전혀 무관한 내용의 서적 출판까지 감소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처벌의 두려움이 금지된 주제는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성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이후 검열이 느슨해지고서야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로운 키워드들이 등장해 지적 다양성의 부활을 보여준다.

금지 서적 키워드와 허용 서적 키워드 비교(금서 조치 전후, 중국)
주: 역사 분야 키워드(적색), 고전 분야 키워드(청색), * 금지 서적 키워드는 ‘명 왕조’ 등 역사, 정치, 군사 관련 용어들이 많고 허용 서적 키워드는 ‘봄, 가을’ 등 문학, 유교 경전 용어가 다수, *글자 크기와 빈도가 비례/출처=CEPR

출판인의 ‘자기검열 사례’, IT 기업과 온라인 플랫폼에도 ‘시사점’

이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자기검열이다. 저자든 출판업자든 본인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적용해 결과물을 수정하거나 출판을 포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열 시행 전인 1772년 이전 사망한 저자들의 책은 검열을 의식하지 않고 씌어졌기 때문에 검열 시행 후 출판인들이 알아서 출판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검열 기간 생존했던 작가들과 출판인들은 검열이 중단된 이후에도 검열 분야에 해당하는 서적을 저술하거나 출판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 억압 기간 체화된 자기검열의 습관이 검열이 사라진 후에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출판업자들이 검열의 시행과 이후의 반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검열 기간인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서적 출판 감소의 주원인은 금지 서적 출판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업계를 떠난 출판인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1840년 이후의 부활 역시 저자들이 아닌 새로운 출판인들의 등장으로 인해 가능했다. 출판업자들의 시장 진입과 퇴출이 지식 전파의 양상을 바꿨고 결국 출판인들이 남겨질 지식과 잊힐 지식을 결정하는 게이트키퍼(gate keeper) 역할까지 담당했다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서적 출판이 검열의 억압을 이기고 재기한 사실은 지식 활동의 자생력을 입증하기는 하지만 검열이 남긴 장기적 효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검열 기간 중국이 지적 정체 상태에 머무는 동안 유럽에서는 기술 및 과학 분야의 약진이 일어났던 것이다. 지식 생산과 전파의 제약은 해당 시기 중국이 산업 혁명과 세계적 변화에 합류하지 못하고 흐름에서 낙오한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대가는 오랫동안 중국을 힘들게 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사고전서 사례는 지식 전파에 있어 출판인, 유통업자를 포함한 중개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한다. 이는 IT 기업과 온라인 플랫폼들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맡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원문의 저자는 잉바이(Ying Bai) 홍콩 중문대학교(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Book ba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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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 위협 더해가는데 미국 지원은 불투명’, 대만의 위기

[동아시아포럼] ‘중국 위협 더해가는데 미국 지원은 불투명’, 대만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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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소야대 정국 속 내부 분열 격화
중국 군사적 위협 증대에 미국 입장은 ‘안개 속’
내부 분열, 양안 관계, 미중 갈등 ‘삼중고’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작년 대만 대선은 민진당(Democratic Progressive Party, DPP)이 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국회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서 반쪽짜리 정부를 낳았다. 야당인 국민당(Kuomintang, KMT)-대만 국민당(Taiwan People's Party, TPP) 연합도 논란과 내부 스캔들로 이미 분열된 정치 지형에 복잡성을 더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그대로인데 미국의 입장은 트럼프(Trump) 대통령 복귀로 안개 속에 있다. 내부 분열과 양안 관계에 더해 강대국 간 힘겨루기까지 삼중고가 대만을 힘들게 한다.

사진=동아시아포럼

대만, ‘독립파’ 민진당 후보 대통령으로 선택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압박, 선전전 속에서 대만 국민은 작년 대선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라이칭더(Lai Ching-te) 후보를 총통으로 선택했다.

야당인 국민당과 대만 국민당 간 후보 단일화 실패 덕도 본 것으로 여겨지는 라이칭더의 승리는 민진당의 3연속 집권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라이칭더의 임기는 40.05%라는 낮은 지지율로 시작했다. 더구나 민진당은 입법 선거에서 총 113석 중 51석을 얻어 다수당 자리마저 내줬다. 반면 국민당은 민진당을 1석 차이로 제쳤고 대만 국민당도 8석을 차지했다.

다수 여당과 야당 모두 과반수 의석 획득에 실패하며 대만 국민당은 상당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하지만 이 기회를 정치적 목표 실현에 사용하는 대신 대만 국민당 의원들은 국민당과의 연합을 선택했다. 이렇게 탄생한 야당 연합은 의회 내 소란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논란 속에 법안들을 통과시켜 왔다.

여소 야대 국면에 야당 부패 혐의까지 정치적 혼란 지속

야당 연합은 올해 정부 예산도 63.4억 달러(약 9조2천억원)나 줄였다. 이는 전체 예산의 6.63%에 해당하는 전례 없는 예산 삭감으로 라이칭더 행정부의 정책 집행에 심각한 어려움을 더할 전망이다. 행정부는 예산 삭감을 ‘보복성’이라고 비난하지만 대만 정치의 분열이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한국의 헌법 위기 수준까지 치달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정치적 분열과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인내와 정치인들의 초당적 노력에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 대만 국민당 고원제(Ko Wen-je) 대표가 부패 혐의로 기소되며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대만 국민당은 다수당에 대한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여겨져 왔고 고원제 대표 역시 비록 대선에서 졌지만 26.5%의 득표율로 예상보다 선전했기 때문에 파장은 컸다. 특히 국민당과 민진당의 이념 대립에 지친 젊은 세대가 대만 국민당을 지지했다. 고 대표는 이번 기소를 민진당이 사주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지만 당 주요 인사들이 추가로 부패 혐의를 받으며 문제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만 국민당은 작년 대선에서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슬로건으로 삼았던 ‘깨끗한 정치’에 심각한 오점을 남기는 사안이다. 정당에 대한 지지가 이념에 대한 찬성보다는 고 대표 본인의 인기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대만 국민당이 이미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군사적, 외교적 압박 ‘증가 일로’

양안 관계도 ‘대만 독립을 위한 실용적 일꾼’을 자청한 라이칭더 총통에게 벅찬 과제로 남아 있다. 2016년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Tsai Ing-wen) 총통 집권 이후 중국은 대만과의 공식 소통을 일체 중단하고, 국제 사회에서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군사적 압박도 고조시켜 왔다. 라이칭더 총통은 취임 연설에서 현재 상황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위협 중지를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중국에 ‘동등한 지위와 존중’ 원칙하에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라이칭더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지 않는 다음에야 중국 정부가 제안을 수용할 리는 없다. ‘대만과 중국은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았다’는 발언도 중국 지도자들을 격분시켰다. 이후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더욱 적대적으로 변해 대만 인근 해상에서 수차례 군사 훈련까지 실시했다. 이런 와중에 의무 군복무 기간을 연장하고 예비군 훈련 체제를 정비하겠다는 대만의 계획도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의 ‘그레이 존 전술’(grey zone tactics,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무력을 과시) 및 실제 적대 행위 가능성에 대한 대만의 방어 능력에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방위비 분담 목소리도 ‘한층 커져’

양안 관계 문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한층 복잡해졌다. 국제 사회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트럼프의 회의적 입장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대만을 지원한 바이든(Biden) 행정부와 대조된다. 트럼프는 대외 관계에서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실익을 거두려 하는 거래적 접근을 중시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한국, 일본이 미국의 안보 협력에 온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훈계조의 비판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첫 임기 때는 대만에 강력한 안보 지원을 제공했지만,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중국 대비 대만의 가치는 물론 미국의 대만 방어 능력에까지 회의적 입장을 밝혀 왔다. 작년 한 인터뷰에서는 ‘대만은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며 ‘미국이 보험회사와 다름없는데, 대만은 아무것도 내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 대부분을 앗아갔다는 불평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의 민주주의 이념에 앞선 미국 우선주의나 그간의 예측 불가능성을 볼 때 라이칭더 행정부는 국내의 반대 의견을 다독이며 미국의 거래적 외교에도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매파(China hawks)로 가득한 점을 감안할 때 대만이 미중 갈등에 잘못 끼어들면 강대국 장기판의 말로 전락하는 운명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T.Y. 왕(T Y Wang) 일리노이 주립대학교(llinois State University) 명예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divided Taiwan faces cross-strait pressure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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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