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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중국 AI 기술 자립, ‘딥시크 쇼크’ 뒤에 화웨이 있었다

성큼 다가온 중국 AI 기술 자립, ‘딥시크 쇼크’ 뒤에 화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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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개발→SMIC 생산→딥시크 활용
고성능·저비용 앞세운 AI 모델 속속 등장
‘훈련’ 대신 ‘추론’ 고도화 내세운 화웨이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 속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고도로 숙련된 AI 모델을 공개한 가운데, 이를 구동하는 AI 반도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초 업계에서는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에 엔비디아 ‘H100’이 활용된 것으로 추정했지만, 화웨이 ‘어센드910C’를 기반으로 구동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며 화제가 됐다. 현재 어센드910C의 성능은 H100의 6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웨이 클라우드, 딥시크 모델에 최적화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딥시크 AI 모델 R1의 추론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화웨이의 어센드910C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초기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80이 쓰였고, 추론 역량을 높이는 데는 화웨이 어센드 시리즈가 활용된 것이다. AI 애널리스트 알렉산더 도리아는 화웨이 클라우드가 딥시크 모델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근거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화웨이 어센드 시리즈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자금을 투자해 육성 중인 AI 모델을 겨냥해 설계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규제로 화웨이가 대만 TSMC의 첨단 공정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현재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SMIC에서 어센드 시리즈를 생산하고 있다.

그간 중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좇아 왔지만, 여전히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했다. 대량의 데이터 학습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를 대체할 제품을 개발하지 못한 탓이다. 딥시크 관계자 또한 “중국 반도체 업계는 20년 이상 구축된 엔비디아 생태계에 익숙해져 있다”며 “화웨이가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화웨이 등에 업은 中 빅테크들 AI 경쟁 가세

화웨이의 어센드910C 칩이 엔비디아의 대안으로 입지를 다질 경우, AI 컴퓨팅 시장에서 중국산 하드웨어의 영향력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어센드 시리즈는 비록 훈련 측면에서는 엔비디아 H100만큼 강력하지 않지만, 응답 생성에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해 비용 절감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딥시크가 V3 모델의 GPT-4o 성능을 구현하는 데 투입된 자금은 557만6,000달러(약 81억원)로 경쟁사 오픈AI의 GPT-4 개발비(약 1억 달러·1,450억원)과 비교해 5.5% 수준에 그친다.

이는 중국 주요 빅테크들이 잇따라 파격적인 가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일례로 알리바바는 올해 초 ‘큐원 2.5-맥스(Qwen 2.5-Max)’를 공개하며 AI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해당 모델은 20조 토큰 규모의 데이터로 학습돼 텍스트·이미지·음성을 통합 처리하는 게 특징이다. 알리바바는 큐원 2.5-맥스가 주요 벤치마크에서 GPT-4o와 라마3.1 405B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바이두 또한 지난해 7월 ‘어니 4.0 터보(ERNIE 4.0 Turbo)’ 모델을 공개하며 AI 시장 진출을 서둘렀다. 직전 모델 대비 추론 처리량을 48%가량 향상한 어니 4.0 터보는 복잡한 질의응답 속도를 크게 개선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상반기 어니 5.0 출시를 예고한 바이두는 추론 효율성 30% 이상 향상, 10개 언어 추가 지원, 화웨이 어센드910C 칩과의 호환성 강화 등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웠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AI 기술 자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엔비디아와 AMD, 인텔 등 AI 가속기를 생산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모두 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을 활용하고 있지만, SMIC는 미국의 규제로 7㎚ 이하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면서 아직 기술력이 7㎚에 머무르고 있는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구축해야 하는 만큼 아직 중국의 완전히 독립은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美 제재 속 ‘선택과 집중’ 주효할까

그럼에도 업계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AI 기술 고도화에 조금씩 성과를 보이는 만큼 기술 자립 또한 멀지 않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화웨이를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하고,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국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막고 나섰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화웨이가 미국산 첨단 부품과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했고,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도 화웨이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화웨이는 첨단 컴퓨팅 자원이 많이 필요한 AI 훈련 영역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도 경쟁 가능한 추론 영역에서 기술을 발전시켜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이다. 훈련은 AI 모델을 학습시켜 패턴을 이해하고 데이터에 대한 통찰을 얻는 작업인 반면, 추론은 이를 통해 훈련된 모델로 새로운 데이터를 처리하고 예측 또는 결론을 도출하는 작업을 말한다.

AI 모델 훈련 필요성이 적어지고 챗봇과 같은 AI 애플리케이션이 더 널리 보급되면, 추론 작업의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란 게 화웨이의 관측이다. 조지오스 자카로풀로스 화웨이 수석 AI 연구원은 “AI 모델에서 훈련은 매우 중요하지만, 필요한 시기가 제한적”이라고 진단하며 “이 때문에 화웨이는 추론에 집중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더 많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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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충격과 공포의 '매드맨 전략' 앞세워 美 우선주의 드라이브

트럼프, 충격과 공포의 '매드맨 전략' 앞세워 美 우선주의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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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연일 강경 행보
잇따른 팽창주의 발언, 국제법 위반 비판도
멕시코·캐나다 등 우방국에 '고관세'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지 20여 일이 지난 가운데, 그의 거침없는 행보가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나마 운하 통행료 부과부터 가자지구 점령,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원 중단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주권을 겨냥한 발언과 압박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매드맨 전략(Madman Strategy)'이 도마에 올랐다. 과거 협상에서 충격과 공포를 조성해 상대국의 양보를 끌어냈던 이 전략이 이번에도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매드맨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美 정부 선박에 파나마 운하 통행료 부과 않기로

5일(현지시각) 미 국무부는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파나마 정부가 미국 정부 소유 선박에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로 연 수백만 달러를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국방부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 간 통화에서 파나마 운하의 방어를 포함한 안보 이익을 양국이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파나마 운하의 통제·운영은 주권의 문제'라며 맞서온 물리노 대통령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건설 과정에서 막대한 미국 자금이 투입되고 미국인 3만8,000명이 희생될 정도로 힘들게 완공한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준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었다"며 이를 파나마 운하를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가 중국 공산당의 영향권에 있는 홍콩계 회사 허치슨 포츠 피피시(PPC)에 항구 2곳의 운영권을 맡긴 것이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파나마 정부가 PPC와의 계약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느닷없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의 토지 몰수 정책을 문제 삼아 남아공에 대한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남아공이 토지를 몰수하고 특정 계층을 매우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모든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도 남아공이 주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단순히 인권 문제가 아니라 G20 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집권 1기 당시 '매드맨 전략'으로 목적 관철시켜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주권 침해 발언에 국제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특히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가자지구를 장악해 영토를 확장하려는 그의 구상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한 압박으로 중동 지역에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강제 이주는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독일 외무부 역시 "이는 또 다른 고통과 증오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일종의 '거래의 기술'이라고 분석한다. 마치 예측 불가능한 충격과 공포, 혼란을 조성해 원하는 목적을 관철시키는 매드맨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는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압박할 것'이라고 믿게 한 뒤 갑작스럽게 긴장을 완화해 상대방이 더 많이 양보하도록 유도하는 고도의 협상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평가된다. 실제로 그는 집권 1기 시절 멕시코에 "불법 이민을 계속 방치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겠다" 겁박했고 이후 NAFTA 폐기와 대체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이끌어 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전술은 우리나라도 피해 갈 수 없었다.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를 향해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FTA를 종료하겠다'고 압박했다. 북한을 상대로도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제6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을 감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리틀 로켓맨', '내 책상에는 더 강력한 핵무기 발사 버튼이 있다'는 등의 인신공격과 폭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그를 만나게 된다면 영광'이라며 우호적인 발언을 섞으며 긴장과 완화를 반복했고 결국 2018년 극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외신들 "극단적인 거래 기술, 장기적으론 한계"

집권 1기보다 더욱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하며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매드맨 전략을 꺼내 들었다. 특히 2기 집권 초반, '관세'가 핵심 무기로 부상했다. 당선인 시기부터 우방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단행한 행정명령이 위력을 발휘하며 외교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일례로 지난 1일 미국 정부는 USMCA에 따라 사실상 무관세로 왕래하던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2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두 나라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는 조건으로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국경 단속, 펜타닐 차단 등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유럽연합(EU)을 향해서도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글로벌 통상 전쟁을 확전시키고 있다. EU에 대한 압박은 대(對)EU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일차적 목표에 더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확대, 미국 빅테크에 대한 EU의 규제 완화 등을 노린 다중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6일에는 불법 이민자 송환 문제를 놓고 대립하던 콜롬비아가 미국에서 추방된 자국민을 태운 미 군용기의 착륙을 불허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위협에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러한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집권 1기 당시에도 실제 효과를 발휘한 분야는 제한적이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극도의 무모한 행동으로 나아갈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지난달 30일 WP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당시 북한과 이란, 중국과 같은 나라들에 매드맨 전략을 적용하려고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 임기에도 이 전략이 통할 것이라는 데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시장 성과에 집착하는 그의 강경한 무역 위협이 종이호랑이에 불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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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갈등 키우는 세계 무역 질서 재편

[동아시아포럼] 갈등 키우는 세계 무역 질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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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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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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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 각국의 선택은 ‘공급망 다변화’
‘프렌드쇼어링’과 산업 정책 촉발
지역 위주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 심화 가능성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18년 미중 무역 갈등 촉발 이후 많은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중국을 넘어 공급망을 다변화해 왔다. 하지만 이미 제조 역량과 핵심 자원을 일부 국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각국의 공급망 다변화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생산 및 공급망의 동맹국 이전)과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 특정 산업 및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전략)을 통한 정부 개입의 증가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것이 이미 악화일로에 있는 전 세계의 지정학적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미중 갈등 속 각국 전략 ‘공급망 다변화’

2018년 미중 무역 갈등 초기만 해도 제조업체들은 공급업자 교체나 관세 회피를 위한 환적(transshipment) 등의 임시방편으로 대응했다. 갈등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갈등은 내내 이어졌고 제조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임팩트(Economist Impact)의 ‘전환 무역 설문조사’(Trade in Transition surveys)에 따르면 2022~2023년 기간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은 다변화로 요약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업체들 다수가 ‘중국+1’ 전략을 채택해 중국 이외 지역으로 사업 및 투자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미중 갈등 때문은 아니겠지만 심각한 우려 사항으로 보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공급망 다변화가 매끄럽게 이뤄지는 과정은 아니다. 사업 소재지를 옮기는 결정은 상대국의 법치주의, 정치 안정, 분쟁 해결 가능성 등의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실화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독일 기업의 거의 절반이 핵심 광물을 비롯한 주요 중간재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디커플링(decoupling)의 어려움을 대변한다. 미국 소비재 회사인 뉴웰 브랜드(Newell Brands)가 중국으로부터의 리쇼어링(reshoring, 생산 시설 국내 재이전)을 시도하지만, 중국 근처에도 못 미치는 북미의 생산 인프라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또 2017년 이후 지속된 미국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국 수입품은 미국 제조업 생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스크 관리 위해 ‘프렌드쇼어링’으로

이렇게 지정학적 갈등 상황에서 다변화가 진행되다 보니 회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선택한 것이 프렌드쇼어링이다. 기업들이 기존 공급망 단계를 줄여 신뢰 가능한 네트워크 내에 남은 공급자들만 통합하는 전략을 의미하는데 2022년 10%에서 2023년 26%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이하 아세안)과 같은 지역 무역 연합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작년 아세안 국가들의 GDP 성장률은 4.7%로 세계 평균보다 1.5%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45년까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제거를 목표로 내건 역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도 통합 공급망으로 진화해 동남아시아로의 리쇼어링을 촉진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은 전기차 및 전자제품 제조업 투자에 힘입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미국-베트남 관계는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으로 승격된 바 있다. 떠오르는 우방국으로서 베트남은 인공지능, 반도체, 친환경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늘어나는 투자를 한껏 누리고 있다. 대미 수출 또한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제조 시설을 이전하면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베트남을 ‘비시장 국가’(non-market economy)로 유지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양국 관계 개선에 방해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우호적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멕시코 역시 변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전략의 수혜자다. 중국 기업들 다수가 멕시코로 전략적 생산기지 이전을 단행하고 있는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exico–Canada Agreement)을 이용해 관세 장벽을 피하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대멕시코 투자는 2018~2023년 기간 300% 증가했다.

지역 위주 무역 질서,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로

문제는 프렌드쇼어링이 일부 국가에 혜택을 제공하지만, 글로벌 무역 질서가 지역 위주로 재편될수록 지정학적 갈등은 더욱 악화한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각국 정부의 무역 개입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미국이 주도하고 인도, 일본이 참여하는 광물 보안 파트너십 금융 네트워크(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Finance Network)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을 포함한 핵심 자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궁극적으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에서 설립됐다.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현상은 기술 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생산 규모, 기술 수준, 투자 자본 등의 측면에서 대만의 TSMC를 대체할 업체는 사실상 없다. 대만과 일본, 미국 등 주요 기술 수출국들이 대만 해협 갈등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트럼프(Trump) 미국 대통령의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해당 조치는 무역 전쟁을 촉발해 물가 상승과 세계 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작년은 전 세계 40억의 인구가 투표에 참여한 해였는데 이에 따른 각국의 정치적 변화도 글로벌 사업 환경 및 무역 양상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영국의 노동당 정부는 영국-EU 무역 관계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상계 관세(countervailing duty, 수출국의 부당 가격에 대응해 매기는 수입국의 차별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보호무역주의를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이끄는 인도 연립 정부도 보호무역 정책을 지속해 일부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통합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일부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의 중국 투자 유치 전략에 변화가 생겼음을 암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새롭게 구성된 각국 정부의 정책에 글로벌 공급망의 향방이 달려 있다.

원문의 저자는 아시 가르그 이코노미스트 임팩트(Economist Impact) 애널리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Navigating supply chains in a fractured world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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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기후 정책 ‘경제 부작용 최소화’ 정답은 ‘친환경 혁신’

[딥폴리시] 기후 정책 ‘경제 부작용 최소화’ 정답은 ‘친환경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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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정책 ‘인플레이션 유발’ 논란
탄소세 부과 시 ‘물가 상승 효과’는 사실
친환경 혁신이 ‘장기적 전환 비용’ 최소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강력한 기후 정책 집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뜨겁다.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의 긴급성에 대한 공감대는 폭넓게 이뤄져 있지만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 역시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세를 비롯한 다양한 기후 정책이 각각 다른 상황에 놓인 국가 및 지역, 산업들에 어떤 경제적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사진=CEPR

강력한 기후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가?

엄격한 기후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경제학적 해답은 나와 있지 않다. 한 측면에서 보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생산 시설 포함 투입 비용 증가를 가져오고, 에너지 수요 증가만큼 친환경 기술 원재료의 사용도 늘어나게 된다. 당연히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친환경 산업 전문가 수요도 늘어나 임금 상승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기후 정책은 경기 침체 효과를 부르기도 한다. 기존 산업의 고용률 하락이 전반적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확대돼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도 기후 정책에 따른 친환경 혁신이 생산성을 올려 비용 상승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 연구가 다양한 기후 정책이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 지역, 산업들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찾아냈다. 이를 위해 1989~2022년 기간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177개국과 78개 지역, 17개 산업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탄소세 정책만 인플레이션 유발 효과 입증

우선적인 결론은 많은 기후 정책 중 탄소세만이 통계적으로 고려할 만한 인플레이션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탄소세가 1 표준편차만큼 늘어나면(이산화탄소 1톤당 5달러(약 7,300원) 증가에 해당) 1년 동안 0.7%, 4년 동안 1.6%의 물가 상승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며 잦아들어 일시적 현상에 그쳤다. 물론 톤당 100달러(약 14만5천원)에 이르는 높은 탄소세 인상은 중기에 걸쳐 8% 정도의 상당한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세의 인플레이션 유발 효과
주: 탄소세 부과 이후 기간(년)(X축), 물가 상승 효과(%)(Y축), *탄소세 1 표준편차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 90% 신뢰구간/출처=CEPR

한편 탄소세와 다르게 배출권 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나 배출 상한 규제, 친환경 기술 보조금 등의 정책들은 인플레이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정책 결정자들이 굳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도 기후 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높고 탄소 배출량 많은 저소득 국가에 ‘불균형적 영향’

탄소세의 인플레이션 유발 효과는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고 개발도상국들에 선진국 대비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했다.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놓인 중저소득 국가들의 경우 탄소세의 물가 상승 효과는 대략 세 배에 달했다. 인플레이션율이 7~8% 이상인 경제권의 경우 탄소세 1 표준편차 인상은 최대 4%의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현상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높은 상황이면 업체들이 가격을 더 자주 인상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경제 모델과도 일치한다. 따라서 신흥국의 경우 탄소세 정책 집행 여부와 시기를 신중하게 판단해 경제 불안정을 악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탄소세가 소득 수준에 따른 국가 그룹별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주: 고소득 국가(좌측), 중저소득 국가(우측), 탄소세 부과 이후 기간(년)(X축), 물가 상승 효과(%)(Y축), *탄소세 1 표준편차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 90% 신뢰구간/출처=CEPR

국가 경제뿐 아니라 지역과 산업도 마찬가지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지역과 산업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량 기준 상위 75%에 위치하는 지역은 탄소세 부과에 따른 물가 인상 효과가 25%에 위치한 저배출 지역보다 0.5~1% 더 높았다. 반면 친환경 관련 높은 혁신 역량을 보유한 지역과 산업에 미치는 인플레이션 영향은 0.4% 적었다.

탄소 배출량 및 혁신 역량에 따른 탄소세의 인플레이션 영향
주: 탄소 고배출 지역과 저배출 지역 차이(좌측), 고혁신 역량 지역과 저역량 지역 차이(우측), 탄소세 부과 이후 기간(년)(X축), 물가 상승 효과(%)(Y축), *탄소 배출량 및 혁신 역량 상위 75%와 25% 간 차이, 탄소세 1 표준편차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 90% 신뢰구간/출처=CEPR

친환경 산업 발전이 기후 정책 부작용 최소화하는 길

연구 결과가 정책 결정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기후 정책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환경 및 경제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라 해도 인플레이션 위험은 신중히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탄소세가 배출량이 많은 지역과 저소득 계층에 불균형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취약 인구의 부담을 덜기 위한 재정 지원 및 보조금이 고려돼야 한다. 또한 탄소세가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는 지역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만큼 정부는 경제 안정기에 해당 조치를 시행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산업 기술의 발전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감한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결국 친환경 연구개발 투자를 우선순위에 올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장기적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것은 당연하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 베타렐리(Luca Bettarelli) 팔레르모 대학교(University Of Palermo) 조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reenflation: The role of policy instruments and regional and sectoral heterogene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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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상장 첫날부터 10% 급락" 쓴맛 본 LG CNS, 향후 주가 변수는

"상장 첫날부터 10% 급락" 쓴맛 본 LG CNS, 향후 주가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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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LG CNS 주가, 공모가 회복 못한 채 '제자리걸음'
높은 구주매출 비중과 물량 부담이 발목 잡았다
M&A, 내부거래 비중 변화 등이 상승 동력 될 수 있어

LG에너지솔루션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LG CNS가 증시 입성 당일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높은 구주매출 비중과 물량 부담으로 인해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한참 밑도는 수준까지 미끄러진 것이다. 부진한 주가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LG CNS의 인수합병(M&A) 행보와 내부거래 비중 변화 등이 주가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LG CNS, 상장 첫날부터 '급락'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첫날이었던 5일 LG CNS는 공모가(6만1,900원) 대비 9.85%(6,100원) 하락한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2.26% 낮은 6만500원에 형성했다. 장 초반 한때는 주가가 6만1,900원을 터치하기도 했지만, 이내 수십만 주에 달하는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하방 압력이 심화했다.

상장 다음 날인 6일에도 LG CNS의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6일 LG CNS는 직전 거래일 대비 3.4% 상승한 주당 5만7,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준수한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며 주가가 소폭 상승했지만, 공모가 수준으로 주가를 회복하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이날 LG CNS는 지난해 매출액 5조9,826억원, 영업이익 5,12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7%, 10.5% 증가한 수치다. 

주가 하락의 원인

LG CNS의 주가가 급락한 주요 원인으로는 공모 물량의 절반에 달하는 구주매출(기존 주주가 가진 지분을 공모하는 것)이 꼽힌다. 구주매출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으로, 상장 자금이 기존 주주에게 돌아가게 된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상장 이후 회사를 위해 쓸 수 있는 자금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번 LG CNS의 구주매출은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투자목적회사 크리스탈코리아가 보유한 물량이었다.

낮은 의무보유 확약 비중 역시 주가 하락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LG CNS 수요예측에 참여한 2,059곳의 기관 중 의무보유 미확약 기업은 1,741곳으로, 이들이 보유한 물량만 10억9,021만2,255주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의무보유확약이 설정되지 않은 주식은 상장 직후 곧바로 시장에 나올 수 있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일반 투자자가 배정받은 290만6,579주(전체 공모주식의 15%) 매물 역시 주가에 하방 압력을 더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향후 LG CNS가 주가 상승을 위해서라도 매년 6개월마다 리밸런싱되는 코스피200 지수 진입을 노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흥행에 실패한 LG CNS에 있어 코스피200 지수의 진입 장벽은 상당히 높다. 최근 강화된 특례 편입 요건에 따르면, 코스피200 지수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유동시가총액이 코스피200 지수 종목 50위의 시가총액 50%를 15거래일간 웃돌아야 한다. 현재 50위 종목인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은 8조6,900억원 수준이다. 유동시가총액이 1조5,797억원에 달하는 LG CNS는 지금보다 2.75배 상승한 주가를 장기간 유지해야 코스피200 지수에 진입할 수 있는 셈이다.

주가 상승 동력 어디에 있나

다만 일각에서는 LG CNS가 M&A 움직임을 본격화하며 사업 재투자에 나설 경우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LG CNS는 지난해 12월 증권신고서를 통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절반이 넘는 약 3,300억원을 DX(디지털 전환) 기업 인수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현신균 LG CNS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IPO 기자간담회에서 “(M&A) 영역과 지역에 대해서는 보고 있는 부분이 있으나 이 자리에서 자세히 언급하기에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 깜짝 뉴스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LG CNS의 M&A 행보에 대한 추측이 쏟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LG CNS가 DX 전문 회사나 AI 소프트웨어 분야의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며 "이 밖에도 매출 비중이 높은 스마트 엔지니어링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 해외 공장·물류 자동화 기업 인수에 나설 수도 있고,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인공지능(AI)이나 물류 로봇 관련 분야에서 M&A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그룹 의존도 관련 변화 역시 주가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LG CNS는 SI(시스템 통합) 기업 특성상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LG CNS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9,584억원으로, 이 중 62.4%(2조4,714억원)이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와 대해 한 증권가 관계자는 "LG CNS의 내부 거래 의존도는 삼성SDS 등 동종 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면서도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룹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LG CNS가 거래처를 다양화하며 성장 발판을 다지는 데 성공한다면 주가 상승 동력이 마련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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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규제 완화하고, 세제 지원하고" 정부의 지방 부동산 살리기, 실효성 있을까

"DSR 규제 완화하고, 세제 지원하고" 정부의 지방 부동산 살리기, 실효성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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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방 지역 DSR 규제 완화 필요성 주장
지방 주택 매입 다주택자 대상으로 세제 혜택도 확대
지방 부동산 시장 가라앉은 원인, '규제'가 아니다 

당정이 지방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며 미분양 주택이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는 만큼, 규제를 손질해 주택 구매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대책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정, 지방 DSR 규제 완화 요구

5일 금융위원회는 자료를 내고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DSR 한시 규제 완화 요청에 대해서는 필요성·타당성·실효성·정책의 일관성 등 점검해야 하는 사항이 많다”며 “이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국민의힘이 지방 미분양 문제 해소를 위해 DSR 규제의 한시적 완화를 요구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DSR은 금융회사에서 빌린 연간 총원리금 상환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 대출에는 40%, 비은행 대출에는 50%의 DSR 규제가 적용된다.

당정이 비수도권 DSR 규제 완화를 거론한 것은 지방 미분양이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가구에 달했다. 같은 기간 흔히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1,480가구로, 2014년 7월(2만312가구) 이후 10년 5개월 만에 2만 가구를 넘어섰다.

다주택자 세제 지원도 확대

정부는 지방 미분양 물량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 지원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제11차 부동산 시장·공급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올해 추진할 미분양 관련 세제 지원책을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올해부터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양도세와 종부세 산정 시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가액 6억원 이하 아파트다. 아울러 전용 85㎡ 이하·취득가액 3억원 이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2년 이상 임대로 활용할 경우 주택건설사업자의 원시취득세도 최대 절반 감면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해 중으로 종부세법과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 부동산에 대한 세금 중과도 완화할 예정이다. 1주택자가 인구 감소 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할 경우 재산세와 양도세, 종부세를 산정할 때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하고,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인구 감소 지역 주택을 사면 취득세를 최대 절반 감면해 주는 방식이다. 아울러 종부세의 1가구 1주택 특례가 적용되는 지방 저가 주택 기준은 기존 공시가격 3억원 이하에서 4억원 이하로 조정하고, 취득세 중과를 예외해주는 저가 주택 기준도 지방에 한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완화한다.

시장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이 지방 미분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만으로 얼어붙은 지방 주택 수요를 녹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다.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지역 경기 침체와 인구 유출이 문제가 됐다. 대구, 세종 등 지역에서는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졌지만, 정작 실수요층은 감소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했다. 기업 이전과 일자리 감소로 인해 거주 수요가 줄어들며 미분양 매물이 증가한 것이다.

분양가와 실거래가의 차이 역시 지방 부동산 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대구 수성구 소재 A아파트는 2023년 분양 당시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대였으나, 최근 실거래가는 1,60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광주, 전주 등의 지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측된다. 이들 지역의 분양가는 3.3㎡당 1,500~1,800만원 수준이지만, 실거래가는 1,2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사실상 수요자 입장에서는 신규 분양을 받을 '메리트'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분양가와 실거래가 사이 괴리가 커지는 것은 신축 주택의 분양가는 과거 집값 상승 흐름을 반영해 책정된 반면, 인근 아파트들의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거나 거의 오르지 못한 상태로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건설 자재비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신규 분양가가 기존 주택 가격 대비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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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가자지구 장악·강제 이주' 발언에 중동 긴장 고조

트럼프의 '가자지구 장악·강제 이주' 발언에 중동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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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美가 가자지구 장악·소유할 것"
220만 팔레스타인 주민은 인근 국가가 수용해야
이란엔 '원유 수출 제로' 등 최대한의 경제 제재
지난 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 직후 백악관에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백악관 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미국이 직접 장악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황폐해진 가자지구에서 220만 명이 넘는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직접 해당 지역을 지중해 휴양지처럼 재건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중동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 이주는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며 사실상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지 언론들도 일방적이고 과격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구상이 오히려 더 큰 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이 가자지구 복원하고 경제발전 이룰 것"

4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take over)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own)하려 한다"며 "그곳에 남아있는 위험한 불발탄과 무기들을 제거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한 뒤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장기 소유를 통해 중동 전역에 안정을 가져오겠다"며 미군의 주둔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가자지구 주민들을 인근 중동 국가들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25일과 26일에는 각각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집트와 요르단이 가자지구 주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이를 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는 포기하지 않고 4일 기자회견에서 "결국 두 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를 재건하기보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세월 가자지구에서는 죽음과 파괴가 반복됐다"며 "예전과 같은 세력이 가자지구의 재건을 책임지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폭력과 위협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지역을 찾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적절한 땅을 찾거나 그곳에 충분한 자금을 투입해 정말 멋진 주거지를 건설할 수 있다면 훨씬 나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국가·하마스 강하게 반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그간 미국 정부가 유지해 온 '다자간 협력'과 '역내 안정' 기조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양대 지역인 서안·가자지구를 점령했다. UN(국제연합) 등 국제사회와 미국의 전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창설해 이스라엘과 평화 공존토록 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이러한 기조하에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을 중재해 온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 이주에 반대하며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해 왔다.

15개월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을 포함해 4만6,000여 명이 사망하고 11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에 장기 주둔시켜 하마스를 축출한 뒤 가자지구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주변 아랍 국가는 물론 바이든 전 대통령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측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미국이 중동 질서 재편에 강력하게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정책 변화에 대해 이집트와 요르단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아랍연맹 등 중동 주요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제사회가 특정 집단을 정책적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범죄로 간주하는 만큼 사실상 소수 집단을 말살하는 '인종 청소'라는 비판이다. 가자지구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조성해 이권을 챙기겠다는 구상 역시 논란을 낳고 있다. 리비에라는 지중해 일대의 대표적 휴양지로, 전쟁 지역 주민을 강제 이주시켜 이권을 챙길 경우 국제법상 '인도에 반한 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휴전 협상을 진행 중인 하마스 측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마스 정치국의 사미 아부 주흐리 위원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역내 혼란과 긴장을 조성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러한 계획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주민들의 자치권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지정학적 판도라의 상자를 사실상 다시 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팔레스타인 주민과 아랍 국가들의 맹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미국을 중동 지역 분쟁에 더 깊이 끌어들일 방안"이라고 짚었다. 

親이스라엘 행보로 가자지구 '종전' 유도 의도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가자지구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미국이 해당 지역의 재개발과 하마스 추방에 개입할 경우 향후 점유가 유력한 집단은 이스라엘이다. 가자지구 재정착은 이스라엘 우파의 줄기찬 요구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친(親)이스라엘 행보는 네타냐후 총리의 운신 폭을 넓혀주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지난달 19일부터 교전을 멈추고 휴전과 인질·수감자 교환 협상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가 2단계(이스라엘군 철수), 3단계(영구 휴전)로 나아가려면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 연정 내 극우 파트너를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행보는 이스라엘의 역내 최대 라이벌인 이란에 대한 압박으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진한 이란과의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 파기하고 고강도 제재를 복원한 바 있다. 이후 집권 2기에서는 취임과 함께 대이란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최대한의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기존 제재 위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아울러 미 재무부와 국무부에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이란의 원유 수출액은 2018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00억 달러(약 72조2,7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각서 서명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원유 수출 차단을 원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며 "이는 이란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란과 협상을 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며 이란과의 협상 여지는 남겨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가 '종전'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그는 집권 1기 시절부터 자신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수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과 비교해 자신의 업적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취임사에서는 '평화 중재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미국 CBS는 동맹보다 자국 안보를 우선시하겠다는 고립주의 성향 외에 노벨평화상을 바라는 선망이 깔려 있다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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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환율로 '물가 불안' 고조, 경기와 물가 사이 셈법 복잡해진 한은

유가·환율로 '물가 불안' 고조, 경기와 물가 사이 셈법 복잡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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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년 동월比 2.2%
5개월 만에 인플레 키운 고환율·고유가
韓·美 금리차·물가 불안, 한은 신중론 우세

상승세를 이어가던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고환율 상황에서 석유류 가격이 올랐고,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채솟값이 크게 뛴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함께 오른 국제유가와 환율이 향후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물가 5개월 만에 2%대, 고환율·고유가 직격탄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앞서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지만, 첫 달부터 2%를 넘긴 것이다. 1%대 물가상승률이 2%대로 복귀한 것은 5개월 만이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작년 7월 2.6% 이후 가장 높다. 더구나 소비자물가는 작년 11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 추세다.

특히 석유류가 7.3% 올라 지난해 7월(8.4%)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내면서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p) 끌어올렸다. 이는 국제유가와 환율의 상승 영향이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지난해 11월 72.6달러에서 12월 73.2달러, 지난달 80.4달러로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1,3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부터 1,400원대로 올라섰다. 여기 1년 전 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물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무·당근·배추·김 등 채소류를 비롯해 장바구니 물가도 크게 올랐다. 전체 채소류 가격은 지난달 4.4%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의 2배에 달했다. 무 가격은 지난달 79.5% 뛰었고 배추도 66.8% 올랐다. 당근 가격은 76.4% 상승했으며 김은 35.4% 올랐다. 모두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이다.

"물가, 당분간 둔화할 것"

향후 전망도 불안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고 글로벌 교역이 줄어들면서 국제유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긴 하지만, 나머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수입품 물가는 달러당 원화값이 좌우하는데, 1월 말 외환보유액이 4,110억 달러(약 595조원)로 2020년 6월 4,107억 달러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당 1,400원대 후반까지 밀린 원화값을 방어하는 데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은 떨어지는 원화값을 방어하는 실탄이다. 특히 환율 불안이 지속돼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경우 시장에 충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이번 달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와 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압력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후에는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안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환율과 유가 움직임, 내수 흐름, 농산물가격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2월 경제전망 시 이러한 요인들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정전망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수 vs. 환율, 한은의 금리 딜레마

연초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이유는 심각한 경기 침체 와중에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물론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학계에서는 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지고 물가가 4% 이상 치솟을 때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본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은 서민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어렵다. 경기 부진으로 명목소득이 줄거나 그대로인데 물가가 치솟으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가 더 타격을 입는다.

이에 시장의 눈은 이번 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1%까지 낮춘 해외 기관도 나온 상황인 만큼 침체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현재 연 3.0%인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기 부진이 점차 확인이 되고 탄핵의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2월 금통위 때에는 금리 인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도 정책 보고서 등을 통해 '인하' 신호를 여러 차례 준 바 있지만, 고환율과 다시 고개를 든 물가 상승률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훌쩍 넘어선 점과 내수경기 침체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먼저 낮추면 상단 기준 1.5%포인트(p)인 양국 금리차가 벌어져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기부양론을 고려해 이달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향후 연준 행보를 의식하며 통화정책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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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혼다, 경영 통합 중단 결정, '세계 3위 구상' 백지화

닛산·혼다, 경영 통합 중단 결정, '세계 3위 구상'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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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닛산, 통합 비율 등 이견 좁히지 못해
혼다, 닛산 자구책 미흡해 자회사 인수 제안
닛산의 거센 반발에 경영 통합 전면 '재검토'

일본 2·3위 완성차 업체 혼다와 닛산자동차 간 경영 통합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당초 두 회사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 통합을 추진했으나, 닛산의 구조조정 문제와 지주사의 지배권 등 경영권 조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중단됐다. 두 회사의 통합이 성사됐다면 단숨에 세계 3위로 올라설 수 있었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경영난에 직면한 닛산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닛산 구조조정·통합 비율 등의 문제로 갈등 심화

5일 아사히신문은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진행해 온 경영 통합 협의가 중단될 예정"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통합 협의 중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혼다와 닛산이 경영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철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세계 3위 자동차그룹의 탄생을 목표로 했던 합병 계획이 한 달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통합 협의를 재개할지, 전기차 등 일부 분야에서의 협업만 계속할지는 추가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2026년 8월 새로운 공동 지주 회사를 설립해 두 회사를 산하에 둔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후 두 회사는 상장폐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혼다가 양해각서 체결 직후 경영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실적이 부진한 닛산에 대규모 감원을 포함한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닛산은 혼다의 요구에 회생 플랜을 짰지만,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며 계획 확정이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경영 주도권을 쥐려는 혼다와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닛산 간의 갈등이 불거짐에 따라 지주사 통합 비율을 둘러싼 조정도 난항을 겪었고 결국 당초 1월 말로 예정됐던 경영 통합 방향성 발표 일정도 2월 중순으로 연기됐다.

협상 결렬의 결정적 원인은 혼다가 닛산에 자회사 편입을 타진했기 때문이다. 혼다는 닛산의 구조조정 자구안이 빠른 시간에 경영 실적을 개선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자신들이 주도해 닛산 재건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동 지주회사의 산하에 두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회사로 만들어 직접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취지였다. 대등한 경영 통합을 원하는 닛산 내부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었고 사실상 혼다의 제안을 거절했다. 닛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사 주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제 경영 통합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左)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사장이 양사의 통합 경형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혼다

양사 통합 무산에 실적 부진한 '닛산 위기론' 대두

지난해 12월, 글로벌 자동차 시장 7·8위 기업인 혼다와 닛산의 합병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양사는 전기차(EV) 플랫폼 공용화, 고용량 배터리 개발,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망 일원화 등 경영 전반을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양사 합병으로 연간 매출 30조 엔(약 285조6,000억원), 영업이익 3조 엔 이상의 거대 기업 출범에 기대했다. 2023년 기준 양사의 자동차 판매량은 총 735만 대로 합병이 마무리되면 1위 일본 도요타자동차 그룹(1,123만 대),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923만 대)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설 전망이었다.

그러나 양사의 경영 통합이 무산되면서 업계에서는 닛산의 미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닛산은 주력 시장인 미국과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4~9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192억 엔(약 1,82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나카 미치아키 릿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닛산이 단독으로 살아남기는 어렵다"며 "내부 위기감이 높아지지 않으면 르노로부터 구제받았던 과거와 비슷한 전개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닛산은 혼다와의 양해각서 체결 전부터 대규모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11월 닛산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인한 재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9,000개의 일자리와 전 세계 제조 용량의 20%를 감축해 26억 달러(약 3조7,500억원)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회사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가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 주식 10%를 미쓰비시자동차에 매각하는 등 긴축 경영도 본격화했다.

'전기차 야망' 대만 폭스콘 재등판 가능성도 제기돼

닛산의 위기는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한 미흡한 대응에서 비롯됐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닛산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경쟁사들이 혁신적인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에도 닛산은 내연기관차에 대한 의존도를 쉽게 떨쳐내지 못했고, 이는 미국과 중국에서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까지 거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고 닛산 역시 이 같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르노와의 관계 악화도 닛산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인 중 하나다. 닛산과 르노는 각사의 이익을 추구하며 주도권 다툼을 벌여왔고 문화적 차이와 경영진의 갈등으로 협력보다는 경쟁이 심화했다. 특히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체포 이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불안정해지면서 회사 경영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르노가 닛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심지어 지분을 매각할 경우 닛산은 자금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재정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양사 간 협력 약화로 기술 개발이나 신모델 출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닛산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주요국의 환경 규제도 리스크 요인이다. 일례로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닛산 영국 법인의 직원은 약 7,000명으로 그중 6,000명은 선덜랜드에 있는 영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려면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높은 생산 비용과 경쟁 심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막대한 부채도 닛산의 투자 여력을 제한하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렸다. 업계에서는 2026년 닛산의 누적 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인 56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일각에서는 닛산에 눈독을 들이던 대만 폭스콘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폭스콘은 닛산 인수를 제안했지만, 닛산을 대만에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가 혼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였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폭스콘의 지분 인수 제안 이후 혼다와 닛산의 합병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2019년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폭스콘은 그동안 자체 브랜드가 아닌 전기차 위탁생산(OEM)에 주력해 왔다. 당초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5% 달성을 목표로 했지만, 미국의 주요 전기차 스타트업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기대했던 고객사들이 사라져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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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AI가 바꾸는 일터, ‘사회성’보다 ‘문제 해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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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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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발달로 직장에서 필요한 자질도 변화
기술적 능력보다 ‘성격적 특성’이 더 중요
인내, 혁신, 문제 해결력 포함한 ‘지적 끈기’가 연봉 좌우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의 진보가 노동 시장의 양상을 바꾸는 가운데 직업적 성공에 필요한 자질도 진화하고 있다. 기술적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성격적 특성이 연봉과 직업 기회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성격 특성의 두 요소인 ‘지적 끈기’(intellectual tenacity)와 ‘사회적 적응력’(social adjustment)이 임금과 고용 기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인내력’, ‘혁신’, ‘문제 해결 능력’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인 관계 능력은 협력이 필수적인 직업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진=CEPR

기술보다는 ‘행동 특성’이 직장에서 더 중요

인공지능과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이 전체 직업인의 80%가 하는 최소 10%의 업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렇게 자동화가 반복적 업무를 대신하면서 전통적 인력 계획에서 자주 간과되던 비인지적 능력(non-cognitive skills)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발간한 2025년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Future of Jobs Report) 역시 기술적이기보다는 행동 특성에 관련된 창의적 사고, 회복 탄력성, 유연성과 기민함, 호기심과 평생 교육의 자세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더 구체적인 직업적 특성을 밝혀내기 위해 미국 노동부의 직업 정보 네트워크(Occupational Information Network), 미국 커뮤니티 설문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등이 제공하는 2007~2019년 기간의 자료를 모두 분석했다. 그렇게 밝혀낸 두 가지 성격적 특성이 ‘지적 끈기’와 ‘사회적 적응력’이다.

먼저 지적 끈기는 분석적 사고, 참을성, 주도성, 혁신 역량 등으로 구성된다. 주로 자율성과 노력을 요구하는 비반복적 문제 해결 업무에 필수적인 자질들이다. 사회적 적응력은 감정 통제, 협력, 스트레스 내성 등을 포함한 대인 관계 및 공감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적 끈기’와 ‘사회적 적응력’이 고용 기회 확대 및 연봉에 미치는 영향
주: (a) 지적 끈기와 고용 기회 확대 간 관계, 지적 끈기 요구 정도(X축), 고용 기회 증가(%)(Y축), 트럭 운전사, 청소 및 가사 도우미, 행정 보조, 경찰관, 초등 교사, 경제학자, 경영 분석(좌측부터) / (b) 사회적 적응력과 고용 기회 확대 간 관계, 사회적 적응력 요구 정도(X축), 고용 기회 증가(%)(Y축), 경제학자, 청소 및 가사 도우미, 영업 관리, 행정 보조, 경영 분석, 경찰관, 초등 교사(좌측부터) / (c) 지적 끈기와 연봉 간 관계, 지적 끈기 요구 정도(X축), 연봉(Y축), 트럭 운전사, 청소 및 가사 도우미, 행정 보조, 경찰관, 초등 교사, 영업 관리, 경제학자, 경영 분석(좌측부터) / (d) 사회적 적응력과 연봉 간 관계, 사회적 적응력 요구 정도(X축), 연봉(Y축), 경제학자, 트럭 운전사, 청소 및 가사 도우미, 영업 관리, 행정 보조, 경영 분석, 경찰관, 초등 교사(좌측부터)/출처=CEPR

‘지적 끈기’가 ‘사회적 적응력’보다 연봉 및 직업 기회 좌우

해당 성격 특성을 기준으로 천만 건이 넘는 사례를 분석한 연구는 인지 능력과 인구 통계학적 요소, 산업적 특성 등을 변수에서 배제했을 때 성격 특성과 노동 시장 간 네 가지 뚜렷한 추세가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가장 먼저 높은 수준의 지적 끈기를 요구하는 직업에 높은 보상이 주어지고 있다. 물리학자나 마취 간호사처럼 분석 및 문제 해결 역량이 필요한 직업들이 임금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내력과 혁신, 분석 능력은 필요 정도가 높을수록 비선형적이고 불균형적인 높은 보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적 적응력도 대인관계를 필요로 하는 직업에서 중요하지만 임금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다. 비행기 승무원이나 특수 교육 교사처럼 협력과 스트레스 내성이 중요한 직업들은 임금 프리미엄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는 임금 인상과 음의 관계를 보이는 경우도 발견됐다.

지적 끈기와 사회적 적응력 둘 다 고용 기회 확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적응력과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일터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지 능력을 변수에서 배제한 경우에는 사회적 적응력이 고용 기회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공감 능력이 필요한 일자리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하지만 2007~2019년의 연구 대상 기간 노동 시장은 지속적으로 지적 끈기에 더 많은 보상을 하고 사회적 적응력에 대한 보상은 줄어드는 패턴을 보였다. 고급 기술 영역에서 요구되는 자율성과 인내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이 점점 더 강조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물론 일부 영역에서는 여전히 대인 관계 기술이 필수적이었다.

학력이나 경력보다 ‘성격적 특성’에 주목해야

그렇다면 기업을 포함한 조직들은 전통적인 채용 기준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학력이나 경력에만 얽매이지 말고 지원자의 지적 끈기를 포함한 성격적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동화 성격 검사’(automated personality assessments)와 같은 새 도구들은 고급 기술 및 의사 결정 위주 업무에 적합한 후보자를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정책 입안자들과 교육자들도 성격 개발을 교육 훈련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술 능력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적응력, 문제 해결력, 감정 지능(emotional intelligence) 등의 성격 특성이 노동 시장에서 중요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크리스토스 마크리디스(Christos Makridis)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 부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role of personality traits in shaping economic returns amid technological chang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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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