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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빌리고 빨리 갚자” 신용대출 누르자, 감소세 접어든 가계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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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1달 만에 3조원 이상 감소
이자 수익 보전 위한 은행 고심 깊어져
부실 위험 높은 신용대출 ‘빗장 꽁꽁’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10개월 만에 감소세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이자 수익 보전을 위해 대출 요건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이 가시화한 만큼 여전히 주요 대출 상품의 문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주담대 증가세 둔화, 신용대출 크게 꺾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3,656억원으로 전월 말(734조1,350억원) 대비 1조7,694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남은 영업일이 31일 하루에 불과한 만큼 1월 이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또한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만약 이 같은 추세가 확정된다면, 지난해 3월 2조2,238억원이 줄어든 이후 10개월 만의 가계대출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의 잔액이 578조4,635억원에서 580조1,227억원으로 1조6,592억원 늘었다. 다만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증가 폭은 일정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해 10월 1조923억원, 11월 1조3,250억원, 12월 1조4,698억원으로 4개월 연속 1조원대에 머무는 중이다.

신용대출은 103조6,032억원에서 100조5,978억원으로 3조54억원 줄어들면서 전체 가계대출 감소세를 주도했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3조원 이상 감소 폭을 그린 것은 2023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많은 차주가 연말과 연초 받은 상여금 등을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고 금리가 더 높은 신용대출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인되면서 일각에선 은행의 가계대출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출 자산은 은행 이자 수익의 원천인 만큼 일부 요건을 완화하는 식으로 대출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또한 “금융당국 기조에 발맞춰 가계대출이 폭등하지 않게끔 관리해야 하지만, 계속 감소하는 것을 방관하긴 어렵기에 일부 규제 완화책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목전

다만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통로는 넓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한층 강화된 스트레스 DSR 3단계 도입을 7월로 예고한 탓이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한도를 줄이는 제도로, 금융당국은 모든 가계 대출에 가산금리를 더 높게 적용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1단계 스트레스 DSR은 지난해 2월 주담대에 한해 시행됐다. 당시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월별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한국은행 발표)와 현시점 금리를 비교해 0.38%p로 결정됐다. 이후 9월에는 스트레스 금리가 0.75%p로 한층 높아진 2단계가 시행됐다. 은행권 주담대에 그쳤던 적용 대상 또한 은행권 신용대출 및 제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됐다.

오는 7월 도입되는 3단계는 적용 대상이 기존 주담대 및 신용대출은 물론 다른 대출까지 확대될 전망이며, 시중은행과 2금융권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트레스 금리 또한 100%로 높아진다. 예컨대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는 스트레스 DSR 도입 전 3억3,000만원(30년 만기·변동금리) 수준이던 대출 한도가 3단계 도입 후에는 2억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 구입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차주의 경우, 사전에 대출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DSR 산정 시 적용되는 금리가 대출에 상당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금리 인하 기조 속 은행의 신규 취급 변동금리 주담대와 총대출 금리가 연 4%에서 3%로 1%p씩 하락한다고 가정해도 스트레스 DSR 3단계에서는 실제 적용되는 금리가 연 5%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대출 연체율 0.82% 달해, 부실 ‘경고등’

담보대출보다 부실 위험이 높은 신용대출 또한 높은 문턱이 유지되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만 적용하기로 한 12개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신청 차단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다. 비슷한 시기 중단한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신청을 예정보다 앞당겨 해제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11월 중단한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의 비대면 신청 가운데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비대면 신청만 재개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신용대출 빗장을 푸는 데 인색한 것은 신용대출의 급격한 증가가 은행의 건전성 유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국내은행의 원화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0.82%를 기록하며 주담대 연체율(0.27%)과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52%)을 크게 웃돌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대출에 비해 부실 위험이 큰 신용대출 비중이 갑자기 높아지면,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도 줄어들 수 있어 은행들로선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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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만원, 인구 유인 효과 미미” 경기 연천 농촌기본소득 실험 기대 이하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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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면 주민 인당 월 15만원 지원금
역내 소비 늘며 일부 긍정적 효과
인규 유인 효과는 ‘반짝’ 첫해 그쳐

경기도가 농촌 인구 감소에 대응해 추진한 농촌기본소득 사업이 실험 4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연천군 청산면 인구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본소득실험의 핵심 목표인 인구 유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유치와 양질의 거주 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기 전에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구 322명 유입, 2년 만에 149명 유출

3일 경기도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내년 12월까지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연천군 청산면 인구는 사업 첫해인 2022년 12월 4,217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3,895명)보다 322명 늘었다. 그러나 2년 차인 2023년 12월에는 4,176명, 3년 차인 지난해 12월엔 4,068명으로 2년 사이 149명 줄었다. 첫해 연천군에 유입된 인구 322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46%)가 다시 외지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농촌기본소득 사업은 농촌인구 유입과 주민 삶의 질 향상,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 모두에게 1인당 월 1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제도다. 경기도는 2021년 12월 공모를 거쳐 연천군 청산면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했으며, 주민 3,696명 가운데 실거주 등 요건을 갖춘 3,452명을 초기 지급 대상자로 확정했다.

시범 사업 초창기 청산면에는 미용실과 식당 등 소매점이 새로 생기는 등 긍정적 변화가 포착됐다. 청산면 궁평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주민은 “지역화폐를 청산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보니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40대 청산면 주민 역시 “우리 부부와 자녀 2명, 어머니까지 함께 살고 있어 한 달에 75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며 “매달 고깃집 등 동네 식당에서 외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연천군은 이처럼 일부 긍정적 효과에도 인구 감소를 피하지 못한 배경으로 정주 여건 부족과 제한적인 농촌기본소득 사용처 등을 꼽았다. 연천군 관계자는 “(초기에는) 가족이나 지인 집에 편입하는 사람들로 인구가 늘었는데, 추후 주거지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아 감소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산면 관계자 또한 “주민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중요한데 이 부분이 부족한 것 같고, 지원금 사용 지역도 청산면에만 한정돼 불편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지역네트워크서울경기협동조합에 의뢰해 ‘농촌기본소득 효과분석 중간조사 용역’에 착수했으며, 오는 6월에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후 내년 하반기에는 효과분석 최종용역을 진행한 뒤 사업 지속 및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경기도는 시범사업 3년 차인 2024년 중간평가를 통해 정책효과가 입증되면 도내에서 인구소멸 위험도가 높은 면(인구소멸지수 0.5 이하)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거 공간으로서 기능 쇠퇴’ 지적도

전문가들은 농촌기본소득의 중장기적 효과를 위해선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농업 생산이 생산성의 향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생산 확대를 넘어 교육, 의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곳 지자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8곳으로 대부분 농촌지역이다. 2000년대 400만 명에 달하던 농가인구도 2023년 209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농어촌 삶의 질 실태와 주민 정주 만족도 조사’에서는 도시와 농어촌의 만족도 간극이 가장 큰 항목으로 1.7점을 기록한 의료·복지 서비스가 꼽혔다. 특히 분만, 산후조리, 여성 출산 지원 등 부문에서는 더 큰 격차가 나타났다.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서울(0.55명)을 비롯한 대다수 대도시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는 지자체는 대부분 농촌이지만, 이곳에서는 출산과 관련된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촌 소멸을 단순한 인구 감소 현상이 아닌 농촌의 주거·일·쉼 공간으로서의 기능 쇠퇴로 해석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수도권, 대도시, 비수도권 등 입지에 따른 농촌 인구 불균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대도시 인근 읍(邑) 지역 인구는 2020년 511만 명에서 2022년 510만 명으로 0.3% 감소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비수도권 1,172개 면 지역 인구는 14만 명(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촌 안에서도 더 나은 정주 여건을 위한 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농촌 특수성 고려한 지원책 절실

과거의 농촌 정책은 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하향적·획일적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정책 효과를 농촌 주민이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또 여러 부처에서 중복된 사업을 추진하는 등 비효율적 운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농촌 주민과 공동체가 중심이 돼 지역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상향식 사업과 정부 및 지자체의 지속 가능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배경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 등 도시와의 인프라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 완주, 전남 무안 등이 2019년부터 진행해 온 ‘양방향 소통 어르신 돌봄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해당 서비스는 농촌의 고령 1인 가구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스피커를 설치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주민센터에 있는 복지사가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21년부터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경로당의 편의성을 개선하고, 고령층의 정서적·인지적 기능을 높이는 여가 활동을 장려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 건강측정기로 체온·혈압·혈당 등을 확인해 건강 상담을 진행하고, 화상회의 기능이 포함된 TV를 설치해 어르신들이 원격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도입 첫해 2개 지자체 110곳 경로당에서 시작한 해당 사업은 지난해 13개 지자체 889곳 경로당으로 확대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고령 친화형 서비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농촌의 특수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현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령화·양극화라는 농촌의 어두운 현실 이면에는 공간적 가치를 확인하는 새로운 기회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농촌이 ‘국민 누구나 살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 농촌 공간 전환 등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부족한 기초생활서비스의 양과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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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생산 기지 어쩌나" 산업계, 트럼프 캐나다·멕시코 관세에 '비상'

"현지 생산 기지 어쩌나" 산업계, 트럼프 캐나다·멕시코 관세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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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장벽에 글로벌 시장 '긴장'
"당장 미국으로 이전하긴 어렵다" 대다수 기업 관망
3국 '무역 전쟁' 벌어질 시 시장 혼란 가중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유력 기업을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대미 수출을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현지 투자를 확대해 온 기업들이 줄줄이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美,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캐나다 에너지는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취임 이전부터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관세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 행정명령은 오는 4일부터 시행된다.

미국의 관세 장벽이 강화되면서 멕시코,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둔 국내 기업들은 실질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지금까지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맺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대미 수출 시 대부분 제품에 관세를 부과받지 않았다. 이에 다수의 기업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저렴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대미 수출용 생산 거점 기지를 운영해 왔다.

멕시코에는 국내 주요 가전 기업의 공장이 대거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한다. LG전자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오븐 등 가전), 라모스(전장) 등 세 곳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국으로,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생산 시설이 다수 위치해 있다.

글로벌 기업도 '줄줄이 타격'

이들 국가의 관세 전쟁은 국내 기업을 넘어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수년간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규모 생산 시설 투자를 단행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자,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가까운 USMCA 당사국에서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멕시코에는 아디다스, 혼다, 폭스바겐, 볼보, 레고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산업단지가 위치해 있으며, 캐나다에는 도요타, 볼보 등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생산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미국 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수출 제재 및 관세 폭탄을 피해 멕시코를 '우회 수출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자 제품 생산업체 레노보, 자동차 제조업체 체리 등이 멕시코에 공장을 보유 중이며,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도 멕시코에서 공장 터를 물색하는 중이다.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든 글로벌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유지될지, 아니면 단기적인 협상 카드일지 면밀히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의 자국 내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투입 비용이나 미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 등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확실해질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만약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대미국 수출 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무역 전쟁' 본격화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세 국가의 갈등이 '무역 전쟁'으로 번질 경우 글로벌 시장의 혼란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상당의 제품에 대해서는 4일부터 즉각 관세를 부과하며, 나머지 1,250억 캐나다 달러 상당 제품에 대한 관세는 기업들의 적응 시간을 고려해 3주 내에 부과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어 트뤼도 총리는 미국인들을 향해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여러분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잠재적으로 미국의 자동차 조립 공장과 기타 제조 시설들을 문 닫게 할 것”이라며 “식료품비와 주유비가 오르고 미국 안보에 필수적인 저렴한 제품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 역시 반격에 나섰다. 같은 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X(구 트위터)를 통해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 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하며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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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넘어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SMC의 영풍 지분 취득 두고 공방

법정으로 넘어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SMC의 영풍 지분 취득 두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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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C' 법적 형태 놓고 대립
순환출자구조 적법성 '쟁점'
경영권 분쟁 2차전 '법정'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주주총회에서 법정으로 옮겨갔다.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법원이 지난달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 결과를 인정한다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승기를 굳히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 MBK파트너스와 영풍 영합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시 표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MBK·영풍 "SMC, 영풍 주식 차입금으로 취득"

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과 고려아연 측이 영풍 지분 매입에 사용된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자금 출처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MBK는 전날 "SMC가 고려아연의 지급보증을 통해 차입한 자본지출(CAPEX) 자금을 최 회장의 지시로 본업과 연관성이 없는 영풍 주식 매입에 활용했다"며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이 고려아연에 적용되는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하기 위해 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MC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무런 인수 유인이 없는 영풍의 주식을 취득했다는 지적이다.

MBK는 SMC의 재무제표와 고려아연 연결·별도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2023년 말 SMC의 단기차입금은 1,160억원 수준이며 이는 고려아연이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호주 현지 ANZ은행 등에서 차입한 금액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SMC는 1,160억원 차입금 중 300억원가량을 상환하고 나머지 850억원의 차입금을 부담하고 있던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MBK는 "2024년 말 기준 SMC의 현금 보유액 대부분은 영업으로 인한 이익이 아니라 고려아연이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에 존재한 셈"이라며 고려아연 임원을 겸하고 있는 박기덕 SMC 이사와 이성채 SMC 대표가 최 회장 지시로 영풍 주식을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SMC는 영풍 주식을 취득하는 데 575억원을 썼다고 공시했는데 이를 두고 MBK는 "575억원은 SMC의 2023년까지 직전 5개년간 평균 연간 CAPEX 투자액인 1,068억원의 약 54%에 해당하는 대규모 금액"이라며 "도저히 SMC가 스스로의 경영 판단에 의해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MBK에 따르면 SMC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경우 모회사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출자를 받아왔고, 2020년 고려아연으로부터 1억4,0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추가 출자받기도 했다. MBK 관계자는 "SMC 재무구조상 고려아연이 지급보증한 차입금을 활용했을 개연성이 농후해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이 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더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하는 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SMC "영풍 주식 취득은 적법하며 정당한 조치"

이에 고려아연과 SMC는 영풍 주식 매입이 MBK·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고 사업의 지속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영풍에 대한 주식매입은 주식회사로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합리적인 재무적, 사업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해외 제련 사업 경험이 부족한 MBK·영풍에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SMC의 사업 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SMC에 필수전력을 공급하는 고려아연의 호주 내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차질이 생길 경우 현지 제련소 경쟁력에는 막대한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SMC는 영풍 지분 매입이 투자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로부터 종가 대비 약 30%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 가격적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풍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2배 수준인 저평가, 저PBR종목으로 최근 소액주주연대와 행동주의펀드 등의 지배구조개선 및 주주친화정책 요구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영풍의 평균 배당 등을 감안할 때 매년 약 19억원의 배당 수입도 전망된다.

이어 SMC는 상호주 형성이 탈법행위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상호주 형성은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적법하고 정당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수단이라는 까닭에서다. 또 상호주 성립에 따른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역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진 합법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SMC는 자사가 유한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라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MBK·영풍은 SMC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유한회사라고 주장했으나 SMC는 자사의 회사 유형은 호주 회사법상 ‘Pty Ltd’로 50인 이하의 주주로 구성되는 ‘비공개 주식회사’라는 설명이다.

MBK·영풍, 공정위 고발 이어 검찰 고발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공은 법정으로 넘어간 상태다. MBK·영풍은 3일 서울 남부지검에 최 회장과 박기덕 대표, 이성채 대표와 최주원 SMC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MBK·영풍 측은 최 회장 개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해외 계열사 SMC의 공금이 이용됐다는 점에서 배임이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MBK·영풍 측은 지난달 31일 최 회장과 박 사장 등 피고발인 4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이 SMC를 활용해 만든 ‘고려아연→SMH→SMC→영풍’의 순환출자 고리는 기업집단이 해외 계열사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상호출자 제한 규제를 회피하려고 한 최초의 사례이자,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탈법행위라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MBK·영풍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가처분도 신청했다. 양측은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다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인데, 가처분 결정에 따라 판세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법원이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최 회장의 경영권 수성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최 회장이 세팅한 룰대로라면 MBK·영풍 측이 경영권을 장악할 여지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미 정관을 고쳐 이사회 정원을 19인으로 제한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제외한 17인이 최 회장 측으로, 이 중 5인(박기덕·최내현·김보영·권순범·서대원)의 임기가 오는 3월 종료된다. 설령 3월 정기주총에서 MBK·영풍 측 이사 후보들이 모두 진입하더라도 이사회 구도는 13대 6으로 경영권 장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다음 주총부터는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는 만큼 최 회장 측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반면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MBK·영풍은 의결권이 온전히 부활하고, 표 대결도 원점에서 다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의결권이 과반에 육박하는 MBK·영풍 연합의 승리가 불을 보듯 뻔하다. 법원 결정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가르는 핵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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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전쟁' 본격화, 美 경제 축배인가 독배인가

트럼프發 '관세 전쟁' 본격화, 美 경제 축배인가 독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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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캐나다·멕시코·중국 대상으로 관세 장벽 강화
전문가 "캐나다·멕시코 침체,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전망"
트럼프 리스크에 신중론 펼치는 연준, 1월 기준금리 '동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을 대상으로 관세 장벽을 강화하며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향후 미국 경제에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강화 정책

2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관세 부과에는) 고통이 따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반드시 치러야 할 가치 있는 대가”라고 썼다. 이어 “우리는 지금 상식으로 운영되는 나라며, 그 결과는 눈부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전날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기존보다 10% 인상된 추가 관세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해당 행정명령은 4일부터 발효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리스트이자 항상 틀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끄는 ‘관세 로비’는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나라들이 수십 년 동안 미국을 착취해 온 행위를 정당화하려 애쓰고 있다”며 “하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그리고 거의 모든 나라)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으며, 36조 달러(약 5경2,50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유럽연합(EU) 등으로 관세 장벽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州)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다음 관세 부과 대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실히 유럽연합(EU)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EU로부터) 3,000억 달러(약 439조8,760억원)의 (무역) 적자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타임라인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라면서도 "곧(pretty soon)"이라고 답했다.

美 경제 성장 둔화 우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과 치열한 관세 전쟁을 벌이는 것은 관세 강화 조치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강화를 통해 향후 10년간 4조6,000억 달러(약 6,744조3,82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캐나다·멕시코에서 연간 9,000억 달러(약 1,319조5,800억원) 규모의 상품을 수입하는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2,250억 달러(10년간 2조3,000억 달러)의 세수가 확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장벽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일 글로벌 회계법인 어니스트영(EY) 선임 이코노미스트 그레그 다코는 투자 메모를 통해 “미국의 3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1.5% 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캐나다와 멕시코가 경기 침체에 빠지고,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후퇴)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 기준금리 인하 '제동'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인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행보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 수준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하 흐름이 수개월 만에 정체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떠한 반응이나 논평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관련 질문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관세·이민·재정 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며,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한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며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이 보는 연준의 3월 FOMC 금리 동결 확률은 78%에 달한다. 이는 한 달 전(50%) 대비 눈에 띄게 높아진 수준이다. 증권가 역시 유사한 예측을 제시하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3월에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으며, 씨티은행은 "(연준이) 5월 회의부터 다시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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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틱톡 관련 정책 전면 수정 "지분 절반 달라"

트럼프 2기 행정부, 틱톡 관련 정책 전면 수정 "지분 절반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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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75일간 틱톡금지법 적용 유예
기간 내 미 기업에 지분 매각 권유
트럼프 "美, 50% 소유권 가져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에 대한 정책을 전면 수정하면서 바이트댄스의 미국 시장 생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틱톡 매각을 강요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합작을 제안하는 등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선 모습이다.

트럼프, 중국앱 호감도 상승에 매각 강요 대신 합작 제안

2일(이하 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틱톡 매각 시한을 75일 연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바이트댄스와 50대 50 지분 분할을 통한 새로운 계약 체결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5일 후에도 틱톡이 계속 운영된다면 미국은 틱톡의 절반을 가져갈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틱톡의 미국 내 영향력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틱톡의 미국 사용자는 1억7,000만 명에 달하며, 지난해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바이트댄스는 현재 비매각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바이트댄스 이사회 멤버인 윌리엄 포드는 "미국 법률 준수를 위한 현지 통제권 변경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래 규모는 400억~800억 달러(약 58조~117조원)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의 잠재적 인수자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MS가 틱톡을 인수하기 위해 논의 중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며 “틱톡에 관심이 많고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이 인수하는 방안도 열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앨리슨 회장도 실제로 틱톡 매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MS 역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틱톡과 바이트댄스도 언론의 논평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퍼플렉시티, 틱톡 합병 제안서에 "지분 50%는 미 정부에"

MS의 틱톡 인수설은 이번이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인 2020년 국가 안보 우려로 틱톡 미국판과 바이트댄스를 분리하라고 명령했는데 당시 MS사가 최대 입찰자로 떠올랐지만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재선에 실패해 백악관을 떠났다. 지난 2021년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당시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한 요구사항을 제시했지만, 정권교체로 물러났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업무를 했지만, 가장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틱톡 입찰에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나선 상황이다. 퍼플렉시티는 틱톡 미국 법인을 결합하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되, 기업공개(IPO)를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새 법인의 지분을 최대 50%까지 넘기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틱톡 매입자가 지분 절반을 미국에 주면 미국 내 사업권을 주겠다"고 발언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틱톡커 등 인플루언서 통한 '대안 언론'에 밀착 행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에 합작 법인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한 건 혁신적인 미디어 전략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틱톡, 팟캐스트,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이것이 보수 성향은 물론 정치에 관심이 없는 젊은 층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플루언서들 사이 중매를 선 것으로 알려진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지난해 11월 당선 축하 연설에서 넬크 보이스, 아딘 로스, 테오 폰, 버싱 위드 더 보이스, 조 로건 등을 호명하며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칭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 순회한 1인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는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신뢰도 하락과 함께 기성 언론을 향한 본인의 적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지난달 9일 발표한 ‘저널리즘, 미디어, 기술 동향과 예측 2025’ 보고서에서 방송사 자격을 취소하거나 언론인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성 언론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으며 자신을 지지하는 ‘대안 언론’에 더 밀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리핑 문답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캐롤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것과 미국 시민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 중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많은 전통적인 언론 매체들이 대통령과 그의 가족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우리는 이를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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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YMTC, 세계 최고 294층 낸드플래시 양산 성공, 반도체 굴기 가속화

中 YMTC, 세계 최고 294층 낸드플래시 양산 성공, 반도체 굴기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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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T, '독자 기술'로 최고층 낸드 플래시 출시
자국산 장비 성능 개선 통해 기술 추격 본격화
자체 기술력으로 美 반도체 제재 돌파구 찾아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가 자국 시장에 세계 최고층인 294층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출시하며 기술 주도권 경쟁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첨단 장비 수입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국은 자체 반도체 장비 개발과 활용을 적극 추진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서구권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면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빅3도 300층 이상의 차세대 낸드플래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X태킹 4.0 기술로 294층 메모리 상용화

2일(현지시각) 반도체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중국 YMTC의 자회사 치타이(ZhiTai)는 294층 메모리를 탑재한 티프로9000(TiPro9000)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이는 'X태킹(Xtacking) 4.0' 기술을 적용한 첫 상용 제품이다. X태킹은 기존 3D 낸드플래시 기술과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메모리 셀과 주변 회로를 다른 웨이퍼에서 분리 제작한 뒤 고정밀 웨이퍼 본딩으로 결합하는 구조를 갖는다. 두 부분을 독립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차세대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X태킹 4.0은 메모리 셀을 150층과 144층으로 나눠 제작한 뒤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결합하는 혁신적 방식을 적용해 비트 밀도를 높이고 생산 효율을 개선했다. YMTC가 개발한 제품은 데이터 저장용 활성층 수가 270개에 이르고, 메모리 칩 크기는 50mm² 미만으로 저장 밀도가 1mm² 당 20.5Gb(기가비트)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제품은 3비트 저장 방식(TLC, Triple-Level Cell)을 채택했음에도 기존 4비트 저장 방식(QLC, Quad-Level Cell)) 제품(232층, 1mm²당 19.8Gb)보다 높은 저장 밀도를 구현했다.

YMTC 자회사 치타이의 티프로9000/사진=치타이

수율 낮은 자국산 반도체 장비로 기술 자립 실현

반도체업계는 YMTC가 독자 개발한 X태킹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극복할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YMTC는 미국의 제재로 네덜란드 ASML의 첨단 노광 장비와 설계 도구 사용이 제한됐음에도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며 "이는 중국의 독자 기술 개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본사를 둔 YMTC는 지난해 1월 중국 군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미 국방부 제재 명단에 오른 뒤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YMTC는 자국의 장비 제조업체인 나우라 테크그룹, AMEC, 피오텍의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각과 노광 공정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 장비에 의존하고 있지만, 일부 공정에서는 중국산 장비를 더 많이 활용하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 이후 YMTC는 나우라 등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왔다"며 "중국 장비업체들도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YMTC 등 자국의 큰손 고객을 등에 업고 외산 장비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생산 수율을 따져보면 중국산 반도체 장비는 아직 글로벌 업계의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장비의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공정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칩 기술의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테크인사이츠는 YMTC 제품 치타이 티플러스(TiPlus) SSD를 분해한 결과, X태킹 3.0기술을 활용한 160층 512GB TLC 메모리칩을 발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칩의 밀도와 1Gb(기가비트)당 면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TLC 칩뿐 아니라 QLC 칩과 비교해도 매우 진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K·삼성 등 '빅3'는 300·400층 대 개발 본격화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 기업들은 초고층 낸드플래시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321층 1Tb(테라비트) 4D 낸드플래시를 양산에 성공해 올해 상반기부터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300층 이상의 낸드플래시 양산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처음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23년 5월 당시 업계 최고층이었던 238층 제품을 세계 최초로 생산했고, 같은 해 8월에는 300층 이상 낸드플래시 샘플을 공개하며 빅3 중 가장 진보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마이크론은 2020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삼성전자를 추격하는 후발 주자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2021년 두 경쟁사보다 먼저 176층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며 격차를 좁혔고, 2022년 7월에는 232층 제품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한 때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3년이 넘게 232층 제품에만 머물러 있어 기술력 측면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다소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이크론은 지난해부터 300층 이상의 7세대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24층짜리 낸드플래시를 쌓아 올리며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96층 제품을 선보이기 전까진 매년 초고층 신기록을 경신하며 글로벌 시장의 기술 개발을 선도했다. 한때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지난해 4월부터 290층 1Tb TLC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하면서 300층 급에 제품을 가장 먼저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과의 초고층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300층 대 낸드플래시를 건너뛰고 400층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상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430층 낸드플래시인 10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400층 낸드플래시부터는 기존 제품에 사용되지 않았던 신기술이 대거 적용돼 기존 낸드플래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과 극저온 식각 기술이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데이터 통로가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연결돼 처리 속도와 성능이 개선하는 효과가 있고, 극저온 식각 기술은 기존의 높은 온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학 반응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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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화 속 ‘나 홀로 경직’ 한국 창업 생태계, 기업·자본·인재 모두 떠나

시장 변화 속 ‘나 홀로 경직’ 한국 창업 생태계, 기업·자본·인재 모두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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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10곳 중 6곳 “규제 과도해”
규제샌드박스 법령 정비율 15% 그쳐
인력 유출·성장 동력 저해 ‘심각’ 수준

국내에서 창업하고도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해외 시장에 비해 까다로운 국내 규제와 투자 위축, 과도한 세금 부담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규제샌드박스 또한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에는 우수 인재들의 이탈마저 눈에 띄게 증가하며 창업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를 가속하는 모습이다.

규제 입법 늘었지만, 법령 정비는 제자리

3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고 기존 한국 법인은 지사로 전환하는 경영 방식인 플립(Flip)을 택하는 곳이 증가 추세다. 해외 진출이 화두로 부상한 이유도 있지만, 국내 시장의 까다로운 규제와 투자 위축, 인재 유출, 조세 부담 등 경영 애로 요인이 산적한 탓에 사업 지속 및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 기업의 공통된 견해다.

일례로 서울 테헤란로에 사무실을 운영하던 핀테크 스타트업 A사는 최근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전했다. 국가 간 결제를 위해서는 온라인 전자결제대행(PG) 서비스 스트라이프(Stripe)를 이용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규제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탓이다. 기존 사업을 지속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사세 확장을 위해서는 해외로 본사 이전밖에는 방법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핀테크 스타트업 B사는 오는 6월 싱가포르로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 B사의 주력 사업 모델은 디지털 자산 및 토큰 발행으로, 가상자산공개(ICO) 등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는 게 회사 미래를 위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B사 관계자는 “최근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대부분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회사들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을 등지는 스타트업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시장의 불합리한 규제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창업 7년 미만 스타트업 300곳 중 63.4%가 ‘한국에서 규제로 인해 사업상 애로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응답 기업 중 37.7%는 한국의 스타트업 규제 수준이 ‘미국·중국·일본 등 경쟁국보다 높다’고 답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규제 입법이 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1대 국회 4년간 발의된 AI 관련 규제 법안은 191건인 데 반해, 개원 8개월 차인 22대 국회에서는 벌써 64건이 발의됐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AI 기본법’ 제정안은 고영향 AI를 국민의 생명이나 기본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규정해 규제를 강화했으며, 법을 위반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실시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또한 거세다. 실증 특례 등으로 규제를 일부 풀어주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는 사업을 확장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조건을 추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총 709건 중 법령 정비까지 완료된 것은 106건으로, 법령 정비율은 15%에 그쳤다.

시장 침체로 인한 투자 위축도 스타트업들의 한숨을 깊게 만드는 요소다. 벤처 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2021년 17조9,000억원에 달했던 국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지난해 6조8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한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가 사이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만큼 해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동시에 ‘나스닥에 상장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겠다’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며 “본사를 해외로 옮기려는 스타트업 행렬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돌아올 줄 모르는 기업·자본

기업의 탈(脫)한국 현상은 비단 스타트업만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또한 각종 규제와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을 이유로 국내 사업 영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낮은 수준의 해외 진출 기업 국내 복귀(리쇼어링)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은 2,816개에 달한 반면 국내 리쇼어링 기업은 22개에 불과했다.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유턴 기업은 108개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등 단 4개였다.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면서 투자금 역시 갈 곳을 잃고 헤매는 모습이다. 산업부가 집계한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 기준)는 345억6,800만 달러(약 50조6,3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실제 집행된 FDI(도착 기준)는 147억7,100만 달러(약 21조6,300억원)로 전년 대비 24.2% 줄었다. 반면 국내 기업 등이 해외에 투자하는 ODI는 지난해 3분기까지 465억 달러(약 68조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FDI(345억6,800만 달러)와 비교해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과도한 기업 규제, 고용 경직성과 대립적 노사 관계, 높은 고용 비용이 한국 기업의 국내 유턴을 막고 있는 평이 주를 이룬다. 반기업주의가 팽배한 풍토에서 기업의 창의와 열정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을 지낸 박종구 초당대 총장은 “삼성과 현대, SK 등 국내 기업들은 우리보다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애플, 제너럴모터스(GM), 구글 등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한 손이 뒤로 묶인 채 싸우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AI 인재 10명 중 4명 탈한국

기업과 자금 이탈에 이어 우수 인력들도 한국을 등지는 추세다. 2023년 미국이 석박사급 이상 한국인 고급 인력 및 가족에게 발급한 취업 이민(EB-1.2) 비자는 5,684건에 이른다. 4인 가족으로 계산하면 1,500명 안팎의 고급 인력이 한국을 떠나 미국행을 택한 셈이다. 인구 10만 명당 EB-1.2 비자 발급 건수에서도 한국은 10.98명으로 인도(1.44명)와 중국(0.94명)의 10배를 넘어서며 1위를 기록했다.

AI와 같은 첨단 분야의 고급 인력 유출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2022년 기준 한국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AI 분야의 인재 40%가 해외로 떠났으며, 이들 대부분은 국내 기업 대비 3배에 달하는 연봉과 함께 성과에 대해 확실한 보상을 지급하는 미국 빅테크로 향했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디지털, 반도체 등 5대 신기술 분야에 2027년까지 34만5,000여 명의 인력이 모자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학에서는 생산의 3요소로 토지와 노동, 자본을 꼽는다. 기업(토지)과 인력(노동), 자본이 모두 빠져나가는 한국으로서는 생산의 3요소를 모두 놓치고 있는 것과 같다. 최대 50%에 달하는 상속세율을 비롯한 막대한 세금 부담, 기업의 연구·개발 기능을 저해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 왜곡된 평등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규제들이 자본 시장과 노동 시장을 경직시키고, 나아가 한국의 성장동력까지 억누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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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검토, 무료 모델 출시" 오픈AI, 딥시크 쇼크에 경영 전략 급선회

"오픈소스 검토, 무료 모델 출시" 오픈AI, 딥시크 쇼크에 경영 전략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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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AI CEO, 오픈소스 전략 채택 가능성 시사
'저가형' 딥시크 R1 대응 위해 o3-미니도 무료 배포
400억 달러 대규모 투자 유치 나선 오픈AI, 시장은 '의문'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소스에 대한 전향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시장에 불러온 파문을 고려, 파격적인 경영 전략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오픈AI는 경량화 AI 모델을 무료 배포하고, 대규모 투자 유치에 착수하는 등 시장 내 입지를 굳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픈AI "다른 오픈소스 전략 필요"

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올트먼 CEO는 미국 IT 전문 매체인 레딧 주최 행사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오픈소스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딥시크가 최근 내놓은 AI 모델 ‘R1’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딥시크의 R1은 미국 빅테크의 AI 모델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됐을 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해 누구나 자유롭게 기본 코드 등을 바꿀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트먼 CEO는 AI 모델 관련 기술 일부를 공개하고 연구 결과 발표를 늘릴 것인지 묻는 말에 "내부적으로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며 “우리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으며 다른 오픈소스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픈AI의 모든 이가 이런 견해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우리의 최우선 사항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오픈AI는 2015년 창사 당시 공익에 부합할 경우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경쟁 격화와 안전상 위험을 이유로 입장을 바꾼 상태다.

'무료 모델' o3-미니 배포

현재 오픈AI는 R1의 대항마 격인 경량화 AI 모델 'o3-mini(o3-미니)'를 무료로 배포하며 '딥시크 쇼크'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o3-미니는 당초 유료 구독자 대상으로 제공될 예정이었다"며 "딥시크 R1이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자, 이에 대응하고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료 배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픈AI는 무료 이용자와 유료 이용자의 서비스 경험 차별화를 위해 해당 모델을 o3-미니와 'o3-mini-high(o3-미니-하이)'로 나눴다. o3-미니는 챗GPT를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챗GPT 플러스와 프로·팀 등 유료 구독자는 상위 모델인 o3-미니-하이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오픈AI의 o3-미니가 R1에 대응할 만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 측이 공개한 벤치마크 결과와 기존 딥시크의 발표 자료를 비교해 보면, o3-미니의 비용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5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4.40달러다. 이는 오픈AI 모델 기준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지만, 딥시크-R1의 비용이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14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2.19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4배가량 비싸다.

성능 역시 R1 대비 월등하지 못하다. o3-미니의 성능은 수학 경시대회 테스트인 'AIME 2024'에서 높은 추론을 적용한 경우에만 R1을 능가했으며, 프로그래밍 테스트인 'SWE-벤치 베리파이(SWE-bench Verified)'에서도 높은 추론 방면에서만 R1을 뛰어넘었다. 다만 박사 수준의 전문 지식을 테스트하는 'GPQA 다이아몬드'에서는 o3-미니가 중간 단계 추론으로 R1을 앞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유치에도 '박차'

한편 오픈AI는 투자 유치 방면에서도 '승부수'를 걸고 있다. 지난달 30일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기업가치를 3,000억 달러(495조원)로 평가하고 투자를 주고받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가 새로 조달하려는 목표 금액은 400억 달러(약 58조7,650억원)이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50억~250억 달러(22조~36조원) 규모 투자금을 확보하고, 남은 금액은 다른 투자자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 계획이 현실이 될 경우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4개월 만에 두 배가량 뛰게 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오픈AI가 66억 달러(약 9조7,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을 때 기업 가치는 1,570억 달러(230조7,400억원) 수준이었다. 아울러 소프트뱅크는 투자 성사 시 오픈AI의 최대 투자자로 부상하게 된다. 현재 오픈AI의 최대 주주는 130억 달러(약 191조원)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다.

다만 시장에서는 오픈AI의 이 같은 투자 유치 노력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라는 평이 제기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오픈AI가 오픈소스 방식을 택할 경우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이 사라지게 되며,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며 "무료·저가 모델 출시 역시 향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부터 오픈AI에 투자해 온 소프트뱅크는 과감하게 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지만, 이외 투자자들은 오픈AI의 미래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저가 경쟁자인 딥시크의 등장 자체가 오픈AI 투자 유치의 막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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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야권 압박하자 은행권 대출금리 줄인하, 소비자 체감까진 까마득

당국·야권 압박하자 은행권 대출금리 줄인하, 소비자 체감까진 까마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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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4.24%,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4.26%로↓
금융당국 기준금리 인하 요구 반영

은행권 대출금리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따른 움직임이다. 다만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올해도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산금리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담대 금리 4개월 만에 하락

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은행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24%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3.70%에서 9월 3.84%, 10월 4.09%, 11월 4.27%로 오른 이후 4개월 만에 하락으로 돌아선 것이다.

전세대출 금리도 하락 전환했다. 은행권 평균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지난해 9월 4.08%에서 10월 4.29%, 11월 4.37%로 올랐다가 12월 4.26%로 내려왔다.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은행 업무 비용과 예상 손실, 자금 조달 금리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여기서 은행 전결인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를 빼 산출한다.

주담대를 기준으로 은행권 평균 지표금리는 지난해 12월 3.06%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p) 떨어졌고, 가산금리는 2.46%로 소폭(0.01%p)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면서 은행 대출금리의 지표금리가 되는 시장금리도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대출금리 내릴 때 됐다" 금융당국·정치권 압박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이유로 가산금리를 조절해 가계대출 금리를 높여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를 다시 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서자 대출 빗장을 푸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이 시작됐고,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됐음에도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일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방향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16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가계와 기업이 두 차례의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 가산금리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은행이 가산금리에 각종 보험료나 출연금 등을 넣지 못하도록 막는 방향으로 민주당이 은행법 개정에 나선 것도 금리 인하를 부추긴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대표발의자) 등 11명의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보면, 신설되는 은행법 '제30조의 3'은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는 항목을 열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기술보증기금·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신용보증재단중앙회·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연료가 가산금리 산입 금지 항목으로 명시됐다. 이런 항목을 대출금리에 반영한 은행 임직원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제재를 받도록 처벌 규정도 마련됐다.

의원들은 발의 이유에 대해 "최근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계·기업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반면 은행권 이자 수익은 크게 증가했다"며 "은행이 각종 법정 출연금과 예금 비용에 해당하는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 보험료까지 대출금리에 넣어 비용을 대출자에게 전가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연합회가 2023년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개정했지만 자율 규제의 한계가 있고, 지금까지도 은행은 보증부 대출을 위한 각종 법정 출연금을 보증과 관련이 없는 물적담보·신용 기반 대출금리에도 가산해 수익자 부담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체감하기까진 시간 걸릴 듯

다만 일각에서는 큰 폭의 대출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주요 은행이 1년 새 가산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전체 가계대출 금리에서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신규로 내준 가계대출 평균 금리에서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40%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가산금리 비중이 13~25% 수준이었던 데 비해 2~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은행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이율로 가계에 대출을 내준다. 기준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나 금융채·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등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한 금리를 의미하며, 가산금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책정한 금리를 뜻한다. 여기엔 리스크·유동성·신용 프리미엄, 자본·법적 비용, 업무원가, 기대이익률, 가감조정 전결금리 등이 반영된다. 지난해 말 한은이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인하했지만, 은행이 이를 넘어설 만큼 가산금리를 올렸다.

실제 국민은행은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1년 동안 4.52%에서 4.49%로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준금리가 3.82%에서 3.04%로 0.8%포인트가량 대폭 빠졌으나, 가산금리는 0.7%에서 1.45%로 2배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금리가 높아진 은행도 있었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4.38%에서 4.9%로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3.79%에서 3.12%로 내려가는 동안 가산금리는 0.59%에서 1.78%로 3배 높아져서다.

우리은행은 작년 12월 가산금리가 2.09%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가계대출 금리에서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19%에서 40%로 확대됐다. 하나·농협은행은 가계대출 금리가 그나마 떨어진 축에 속했지만, 가산금리가 전체 대출금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시 30%를 넘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이 내준 분할상환식 주담대에서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2배가량 증가하며 30%를 넘나들었다. 12월 기준으로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금 같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간다면 소비자 개개인의 이자 부담이 실질적으로 축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깐깐하게 관리하고 소비자에게 금리 인하 혜택도 제공하라는 건 다소 모순된 목표"라며 "대출 총량을 안정적으로 다루면서도 실수요자 이자 부담은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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