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SK하이닉스, 첫 미국 공장 건설에 5.2조원 투자
미 정부로부터 6,000억원 상당 보조금 수혜
인디애나 반도체 공장, 2028년부터 HBM 생산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직접 보조금을 받게 됐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 패키징 공장 건설 관련 지원금으로, SK하이닉스의 현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거점 구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 SK하이닉스에 보조금 지급 확정
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SK하이닉스에 보조금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를 제공하는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PMT에는 보조금뿐 아니라 5억 달러(약 6,900억원) 대출 지원과 투자금액의 25% 세제 인센티브도 담겼다. 향후 미 상무부 반도체법 재정 인센티브 세부 지원계획(NOFO) 절차에 따라 보조금 계약이 최종 확정된다.
미국 상무부 발표 후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등 파트너와 협력해 최첨단 AI 메모리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며 "세계 반도체 산업을 위해 강력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SK하이닉스의 발표는 미국 AI 하드웨어 공급망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미국 안보와 공급망을 발전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보조금은 경쟁사 대비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SK하이닉스(메모리)·TSMC(위탁생산)·엔비디아(AI 가속기)의 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디애나주 공장 건설 혜택, 투자금의 15% 규모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하기에 앞서 미 상무부에 반도체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보조금 규모는 투자 금액의 15%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경우도 450억 달러(약 62조원)를 투자해 64억 달러(약 9조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칩스법)을 제정한 바 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건설하는 기업에 390억 달러(약 53조원)의 보조금과 750억 달러(약 103조원)의 대출 및 보증, 25%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까지 미국 칩스법에 따라 현지 공장 설립에 보조금을 지원받는 반도체 기업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66억 달러), 인텔(85억 달러), 마이크론테크놀로지(61억 달러) 등 세계 5대 반도체 제조업체다.
다만 미국이 우호적 대우를 해준 만큼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참여 압박이 커질 수 있는 점은 숙제다. 지난 2022년 10월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기술의 중국 이전을 막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미국은 동맹국들 역시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美 인디애나 공장서 차세대 HBM 양산
보조금 규모가 결정되면서 SK하이닉스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 건설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SK하이닉스가 HBM 생산을 위한 최첨단 패키징 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28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그간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첨단 후공정 분야 투자를 결정하고 최적의 부지를 물색해 왔다. 미국에 AI 분야 빅테크 고객들이 집중돼 있다는 점과 첨단 후공정 기술 연구도 활발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양한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인디애나주를 최종 낙점했다. 주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는 물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중요성이 커진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6세대 HBM인 HBM4부터는 고객 맞춤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인디애나주 공장을 거점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구개발(R&D) 라인도 구축한다. 앞서 최우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미국 고객과 AI 협력 거점으로 활용하며 현지 대학과 R&D 협력을 통해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 산업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