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까지 맞손" 노동력 문제 속 피지컬 AI 총력전 벌이는 日, 글로벌 풀스택 경쟁에 한계 시험대
"기업들까지 맞손" 노동력 문제 속 피지컬 AI 총력전 벌이는 日, 글로벌 풀스택 경쟁에 한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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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등 日 주요 기업, 손잡고 AI 합작법인 설립 "노동력 감소 대안 마련해야" 피지컬 AI에 주목하는 日 정부 풀스택 중심으로 경쟁 구도 변화, 美·中 대규모 투자 이어져

일본 대표 제조·금융 기업들이 손잡고 자국산 인공지능(AI) 개발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피지컬 AI' 육성에 힘을 쏟는 가운데, 일본 산업계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체 AI 플랫폼을 마련해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로보틱스 경쟁의 무게중심이 일본이 강점을 보여온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데이터까지 확대된 데다, 미국과 중국의 관련 분야 투자에도 속도가 붙은 탓이다.
日 산업계, AI 협력 계획 마련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프트뱅크가 NEC, 혼다, 소니 등과 함께 합작법인 '니혼AI기반모델개발(가칭)'을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인은 개발 초기 전 세계 주요 AI가 구현한 수준인 1조 파라미터급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제조업 및 로보틱스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AI를 확보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와 NEC는 AI 기반 모델 개발을 맡고, 혼다와 소니는 개발된 AI를 자동차, 로봇, 게임,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개발 인력은 100명 규모가 될 전망이며, 소프트뱅크에서 일본산 AI 개발을 총괄해 온 임원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들 기업은 협력해 개발한 AI를 일본 기업 전반에 개방할 예정이다. 비출자 기업도 자사 환경에 맞게 모델을 조정해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 일본 산업계가 함께 사용하는 AI 플랫폼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투자 참여 기업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일본 3대 메가뱅크가 소수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 밖에도 다수 기업이 출자 여부를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의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국립연구개발법인은 지난달 하순부터 일본산 AI 개발 기업을 지원하는 '국산 AI 개발 지원 사업' 공개 모집에 착수한 상태며, 니혼AI기반모델개발도 해당 사업에 응모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선정된 기업에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1조 엔(약 9조3,000억원)을 지원한다. 시장은 니혼AI기반모델개발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정부의 피지컬 AI 육성 의지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법인이 정부의 피지컬 AI 육성 계획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피지컬 AI는 카메라, 라이다 등 센서를 통해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현실 세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AI 시스템을 일컫는다.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피지컬 AI 산업을 육성해 2040년까지 글로벌 시장의 3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아래 약 1조 엔을 AI 역량 강화와 로봇 산업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니혼AI기반모델개발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 국산 AI 개발 지원 사업은 해당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 마련된 하위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일본이 피지컬 AI에 집중하는 것은 노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현재 전체 인구의 59.6%에 불과하며, 향후 20년간 약 1,500만 명이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 일본의 상황과 관련해 야마나카 쇼 세일즈포스벤처스 수석은 “AI 도입의 목적이 단순한 효율성 향상에서 산업 생존으로 바뀌고 있다”며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에서 사회 서비스와 산업 표준을 유지하기 위해 피지컬 AI 도입은 필수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일본 기업들은 공장, 물류창고, 핵심 인프라 현장 등에 AI 로봇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액추에이터, 센서, 제어 시스템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일본 로봇 제조사들에 막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다만 자율형 AI 에이전트의 출현으로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학습하는 '범용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최근 수년 사이 로보틱스 경쟁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를 종합한 '풀스택' 시스템 개발로 이동하며 일본의 기존 기술 우위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로봇연맹(IFR) 자료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글로벌 로봇 시장의 약 80%를 장악했으나, 2024년 기준 점유율은 40% 수준까지 급락했다.

불붙은 글로벌 패권 경쟁
일본 로봇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속속 사업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기존의 폐쇄적인 운영 기조에서 벗어나 외부 기업과의 협력 및 기술 개방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산업용 로봇 및 공작 기계 제조 기업 화낙의 경우,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와 산업용 로봇을 위한 오픈소스 제어 소프트웨어 관련 협력을 발표하며 기존의 폐쇄형 방식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AI 엔지니어들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화낙 로봇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야스카와전기는 2023년부터 AI가 탑재된 산업용 로봇을 판매해 왔으며, 외부 기업과 약 100건의 개념증명(PoC)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피지컬 AI의 적용을 위해 엔비디아, 일본 IT 기업인 후지쓰와 3자 협력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 통신사인 소프트뱅크(주)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 사는 향후 사무용 빌딩, 병원, 상업 시설 내 업무를 처리하는 로봇 시스템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피지컬 AI 분야 선두 주자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로보틱스를 포함한 전략 기술 육성을 위해 1,200억 달러(약 178조원) 규모의 국가 펀드를 조성했고, 올해 초 두 달 동안에도 휴머노이드 분야 등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입했다. 미국에서는 벤처캐피털(VC)과 빅테크 주도하에 대규모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미국 주요 휴머노이드 기업들에 단행된 투자 규모만 최소 30억 달러(약 4조4,60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구체적으로 피겨 AI는 지난해 9월 10억 달러(약 1조4,8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고, 앱트로닉은 2025년 4억1,500만 달러(약 6,170억원)를 조달한 데 이어 올해 5억2,000만 달러(약 7,730억원)를 추가 확보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에도 지난해 4억 달러(약 5,950억원)의 자금이 수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