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수리도 버거운 美, 천문학적 재정 적자에 가로막힌 군사 패권
군함 수리도 버거운 美, 천문학적 재정 적자에 가로막힌 군사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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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달러 쏟아붓고 공정률 22% 추가 비용만 19억 달러 더 필요 미국 군사 역량 한계 노출

미 해군이 로스앤젤레스급 공격 핵잠수함(SSN)인 보이시(USS Boise, SSN 764)를 현역으로 복귀시키려던 계획을 결국 포기했다. 1조원 이상의 매몰 비용 투입에도 천문학적인 유지 보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한 이번 결정은 현재 미국이 직면한 국방 예산의 한계와 군수 산업 인프라의 공동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글로벌 안보 질서를 유지해 온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이 경제적 효율성과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라는 현실적 벽에 부딪혔음을 시사한다.
10년째 수리 기다리던 보이시 결국 ‘고철’로
13일(이하 현지시간) 미 군사 전문 매체 더워존(TWZ)에 따르면, 미 해군은 최근 10년 가까이 항구에 묶여 있던 LA급 공격 잠수함 USS 보이시의 대규모 분해 정비(Overhaul, 오버홀) 사업을 전격 취소했다. 10일 미 해군 최고 작전 책임자인 대릴 코들(Daryl Caudle) 참모총장은 성명에서 “엄격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끝에, 우리는 USS 보이시를 비활성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는 더 유능하고 준비된 해군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힘든 결정을 내릴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해군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결정은 모든 달러가 결정적인 전쟁 억제력에 기여하는 역량에 투자되도록 함대 구성을 최적화하려는 데이터 기반 계획의 일환”이라며 “보이시함의 수리에 배정되었던 예산과 인력은 잠수함 전력의 적기 인도를 포함한 다른 우선순위 사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퇴역이 결정된 보이시함은 LA급 중에서도 성능이 개선된 '688i' 모델에 해당한다. 수중 배수량 7,000톤급으로, S6G 원자력 반응로를 탑재해 무제한 항속 거리를 자랑하며 수중에서 최대 33노트(약 61km/h)의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기존 모델보다 소음 차단 기술이 대폭 강화돼 은밀성이 높고 MK-48 어뢰와 12문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수직발사관(VLS)을 갖춰, 대잠전 및 정밀 타격 능력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해 온 미 해군의 핵심 자산이었다.
이탈리아 조선소 주문 호위함 4척도 취소
이번 퇴역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의 조선업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 그리고 미국의 국방 재정이 얼마나 압박받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기 때문이다. 보이시함은 1992년 취역한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마지막 실전 배치는 2015년이었고, 이듬해인 2016년 정기 오버홀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 해군 조선소의 드라이도크(건조대) 부족과 유지보수 물량 적체로 인해 대기 행렬에서 밀려나기를 반복했다.
정비가 계속 미뤄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보이시함은 2016년 잠수 인증(Dive Certification)을 상실했고, 2017년에는 잠수 능력마저 박탈당해 사실상 전투함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잃었다. 이후 2018년 뉴포트 뉴스 조선소로 이전된 보이시함은 2021년까지 오버홀을 완료하고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과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으나, 자금 부족으로 오버홀 계약 체결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됐다. 이는 2020년 9월 미 해군이 초기 비용으로 3억5,000만 달러(약 5,200억원)를 지불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버홀 착수 예정 시점으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2024년에야 해군은 12억 달러(약 1조7,800억원) 규모의 오버홀 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 이후 실태를 들여다보자 비용 추산은 당초 전망을 훌쩍 넘어섰다. 수리가 10년이나 지연되면서 선체 부식과 시스템 노후화가 심화해 예상 수리 비용이 30억 달러(약 4조4,500억원)에 육박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반면 수리를 마쳐도 잔여 수명이 2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게다가 현재의 일정대로라면 오버홀 완공은 2029년이며, 그때쯤이면 이 잠수함은 약 15년간 실전에서 이탈한 채로 항구에 묶여 있었던 셈이 된다.
미 해군의 전력 공백은 단일 프로젝트의 철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해군은 호위함 도입 사업을 연이어 축소하거나 취소하며 전반적인 함대 확장 전략에서 후퇴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 2020년 이탈리아 조선업체 핀칸티에리에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건조 사업을 맡겼으나, 이미 건조 중인 2척만 계속 진행하고 나머지 4척은 취소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미 해군의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건조 사업을 두고, 미국의 조선 역량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얼마나 뒤떨어졌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핀칸티에리의 경우에도 이미 검증된 호위함 모델을 ‘미 해군 버전’으로 건조하려 했지만, 건조 일정이 지연되고 비용이 계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첫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이 될 USS 컨스텔레이션 역시 당초 올해 진수 계획이었으나, 2029년 후반으로 늦춰진 상태다. 지금까지 이 선박 건조에 들어간 비용만 20억 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패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하지만 중국 해군에 비해 정량적으로 열세에 있는 미국은 해군력 증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 해군은 올해 1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군함(battle force ships)을 2024년 295척에서 2054년 390척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퇴역하는 군함을 감안하면, 향후 30년간 전투함 293척과 군수·지원함 71척 등 총 364척의 군함을 새로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새로 건조하는 군함은 항공모함 6척, 컬럼비아급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 10척, 버지니아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공격용 잠수함 59척 등이다. 총 건조 비용은 1조750억 달러(약 1,600조원)로 잠수함이 총 건조 비용의 49%를 차지한다.
이후 해군의 건조 계획을 분석한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같은 계획을 이행하려면 2025 회계연도부터 2054 회계연도까지 연 평균 401억 달러(약 58조7,1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신규 군함 건조 비용 358억 달러(약 53조1,000억원)를 포함한 비용이다. CBO는 “향후 30년간 연 평균 조선비용은 지난 5년간의 평균 예산보다 46% 높다”며 “최근 예산뿐 아니라 역대 기준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 의회는 해군의 함정건조사업과 관련해 부정적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당대 최고의 첨단기술들을 적용한 연안전투함(LCS), 줌왈트(Zumwalt)급 구축함, 포드(Ford)급 항모의 실패 경험 때문이다. 화려한 비전으로 착수된 사업이었지만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건조 비용과 기간을 소모했고, 취역 이후에도 기술적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해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재정 여건 역시 녹록지 않은 국면에 놓여 있다. 지난해 미국 연방 재정적자는 1조8,000억 달러(약 2,670조원)에 달했다. 민간 재정 감시단체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해군의 중장기 계획이 향후 10년간 국가 부채를 5조8,000억 달러(약 8,600조원) 더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당파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국가안보 개혁연 분석가 줄리아 글레드힐은 "미 해군은 이미 여러 차례 회계 감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며 "1조 달러 예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재정 압박이 전쟁 수행 능력에도 직접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말 미 국방부는 이란과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2,000억 달러(약 296조원) 규모의 유례없는 추가 예산을 백악관에 요청했다. 전쟁 발발 3주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군사 비용을 충당하고 바닥난 무기고를 채우기 위한 조치다.
미군은 전쟁 첫 주에만 110억 달러(약 16조3,000억원)를 쏟아부었으며, 작전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미 미국의 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9,010억 달러(약 1,340조원)에 달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전부터 차기 국방예산을 1조5,000억 달러(약 2,230조원)까지 증액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막대한 혈세 투입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선은 곱지 않다. 야당인 민주당은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전쟁 지지 여론 또한 미지근한 상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 내에서도 이번 전쟁이 실질적인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일단 추가 예산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의회 통과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아직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