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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美 백악관 과학자문위, 기업 중심 구성에 정책 기준 왜곡 우려

[딥테크] 美 백악관 과학자문위, 기업 중심 구성에 정책 기준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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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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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중심 과학자문위 구성, 전문성 약화 우려
AI·교육·기초연구까지 정책 기준 왜곡 가능성 확대
독립 연구자 중심 구조 재편 필요성 부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시킨 과학 정책 자문위원회는 13명으로 구성됐지만, 학계 출신 과학자는 단 한 명뿐이다. 반면 최소 9명은 억만장자다. 이 같은 구성은 과학적 전문성보다 자본과 지위, 기업 권력이 앞선 결과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학 정책은 국가적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정 투입의 방향을 결정하며, 동시에 대학 교육의 흐름까지 좌우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문기구가 투자 판단에 가까운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공공 지식은 공익이 아닌 특정 이해관계에 따라 활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 이사회 성격의 인물들이 중심에 설 경우 기술 발전의 방향과 정책 기준 역시 그들의 시각에 맞춰 재편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같은 인적 구성은 단순한 인선을 넘어 정책 운영 방식 전반을 재편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과학 정책의 브랜딩화

이러한 변화는 과학 정책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자문기구를 둘러싼 비판은 ‘보여주기식 인사’에 집중되지만, 실제로는 정책 판단의 중심이 기업 경영진과 플랫폼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백악관 행정명령은 해당 기구가 과학·기술·교육 전반에 대한 전문적 조언을 제공하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공공 정책의 핵심 기능이다. 특정 산업의 선호를 반영하는 수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위원회 구성이 한쪽으로 편중될 경우, 정책은 자연스럽게 그 시각을 반영하게 된다. 시장 점유율 확대와 자본 효율성에 익숙한 인물들이 중심에 서면, 해당 관점이 전문성으로 포장돼 정책 판단에 스며들기 쉽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이 같은 경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국물리학연구소(AI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년 넘게 중단됐던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를 재가동했지만, 첫 회의 일정과 초기 과제는 제시되지 않았다. 동시에 행정부는 연방 예산에 대한 의회의 통제력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주요 기관의 예산 집행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이처럼 정책 설계와 운영이 동시에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기 힘들다. 과학 자문은 과도한 기대를 걸러내고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기능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이 약화되면 자문기구는 권력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머물게 된다. 이에 따라 정책의 정당성 또한 의구심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주: 출범 당시 위원회 구성은 폭넓은 과학계 인재보다 민간 기업 출신 인물 중심으로 이뤄졌다.

기업 중심 시각, AI 정책 왜곡

기업 중심 인선에서 비롯된 시각의 편중은 인공지능(AI) 정책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문위원 다수가 AI와 반도체 산업의 투자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는 만큼, 정책 판단이 특정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언어모델(LLM) 확대와 빠른 상용화가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정책 전반에 반영되는 추세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더욱 신중한 해석을 요구한다. 지난해 스탠퍼드 AI 인덱스는 현재 시스템이 여전히 사실 오류와 환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AI가 유용한 도구일 수는 있지만 과학적 판단을 대체할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 판단의 기준이 중요해진다. 공적 자금을 대규모로 투입하려면 검증된 근거가 우선돼야 한다. 그럼에도 자본 투입이 기술적 한계를 빠르게 해소할 것이라는 가정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검증되지 않은 기대가 정책 방향을 끌고 가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주: 과학자는 기업인과 정치인보다 높은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정책 논의에서 배제된 점은 정책 판단의 방향을 보여준다.

교육의 역할 축소

기업 중심 정책 기조는 교육 영역으로도 확산된다. 백악관은 자문위원회의 주요 과제를 신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변화 대응으로 제시했다. 이는 교육을 공공재가 아닌 인력 양성 수단으로 보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 이 방향이 강화되면 대학은 연구 성과를 공급하는 기관으로, 학생은 기술 인력으로 규정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그 과정에서 공공적 역할이나 탐구 중심 교육은 점차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학습 방식도 이에 맞춰 변한다. 근거를 검증하고 과정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빠른 결과와 확신을 앞세우는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비판적 판단을 갖춘 시민 대신 특정 기술 활용에 익숙한 인력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는 교육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흐름으로 연결된다.

연구 생태계 역시 영향을 받는다. 미국 기초 연구는 상당 부분 공공 재정에 의존해 유지돼 왔다. 전체 기초 연구 예산의 약 41%를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다.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분야를 공공이 담당해 온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중심 시각이 자문 기능을 주도하면, 장기적이고 축적이 필요한 연구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과학 정책 재구성 필요

이 같은 문제는 정책 구조의 재설계를 요구한다. 과학 정책은 특정 집단이 주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구자와 교육 현장, 산업 현장이 서로 견제하는 구조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학계 연구도 독립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증거 체계가 정책의 질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분명하다. 권력의 판단을 검증하고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 연구자의 비중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대하고, 이해충돌 관리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구성으로는 지식과 정책을 연결하는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문기구가 권력의 판단을 검증하기보다 이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정책 판단이 기대에 의존하는 구조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Science Policy Becomes Boardroom Strateg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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