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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정책 힘입어 저점 높아진 韓 증시, 구조적 한계로 반도체發 변동성은 여전

밸류업 정책 힘입어 저점 높아진 韓 증시, 구조적 한계로 반도체發 변동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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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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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박스권 회귀 않을 것" 신한금융의 낙관적 전망
반도체 업황 따라 움직이는 코스피, 한동안 강세 이어질 가능성 커
中 메모리 기업 급성장, D램 현물 가격 하락세 관찰

코스피가 '박스권'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는 증권가 분석이 제기됐다. 밸류업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며 시장의 체질이 일부분 개선되고, 저점 자체가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다만 단기매매 중심의 수급 구조, IT·반도체 섹터 의존 등 한국 증시의 구조적 한계가 아직까지 명확한 만큼, 반도체 업황 변동에 따른 증시 급등락 위험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 6,000 시대, 韓 증시의 현주소

12일 신한금융그룹 신한미래전략연구소는 '한국 주식시장 구조 전환을 위한 조건' 보고서를 통해 "밸류업 정책 효과로 코스피가 과거 1,500~3,000선 박스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기존 0.85배에서 1.4배로 0.55배 상승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업종의 기여는 0.35배, 밸류업 정책의 기여는 0.2배였다. 밸류업 정책에 따른 PBR 상승분을 지수로 환산하면 1,000포인트(p) 수준이다.

다만 연구소는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개인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평균 보유 기간이 9일에 불과하고, 특히 고위험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단기매매 중심의 수급 구조가 코스피의 구조적 저평가를 고착화하고 있다"며 "기업 이익이 주가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수급 구조의 변동성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퇴직연금 적립금 확대와 실적배당형 상품 증가에 따른 장기 자금 유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한 금융회사의 역할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익 변동성 축소 및 반도체 외 성장 동력 발굴도 과제로 꼽혔다. 현재 국내 증시 영업이익 중 약 40%가 IT·반도체 등 경기 민감 업종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대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다. 연구소는 제조업의 플랫폼화를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 다변화 및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포트폴리오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기업군은 2019~2025년 평균 주가수익률 134.4%를 기록한 반면, 기존 사업 구조를 유지한 기업군은 같은 기간 수익률이 -12.5%에 그쳤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반도체 시장 단기 전망 '맑음'

시장에서는 해당 보고서가 한국 증시의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묘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대폭 확대되는 흐름이 이러한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최근 D램 가격이 치솟으며 코스피가 고공 행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D램 가격 오름세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본격화했다. 메모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서버 수요를 고려해 첨단 공정 노드와 신규 생산 설비를 서버용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생산에 우선 배치하며 D램 공급이 빠듯해진 결과다. 이에 따라 코스피는 수개월 사이 4,000선에서 6,000선을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동시에 하루 4~8%에 달하는 급등락이 반복되는 등 변동성 역시 크게 확대됐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이하 구형 제품 생산을 지속적으로 중단하고 있고,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D램 가격이 최근 수개월간 이미 큰 폭으로 올랐다"면서 "올해 2분기에도 D램 가격이 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역시 12일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 지속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반도체 시장의 확장 국면이 과거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반도체 호황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다. 한은은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메모리 제품 구성의 다양화로 이어지며 전 품목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AI용 서버 확충으로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수요가 급증했고, AI 추론 능력 고도화 과정에서 범용 D램 수요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이다. 반면 반도체 공급 증가 속도는 아직까지 더딘 상황이다. 한은은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생산 라인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범용 D램 생산 라인을 HBM으로 전환함에 따라 범용 D램 수급도 빡빡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中 메모리, 가격 경쟁력 앞세워 입지 확대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을 뒤흔들 만한 변수가 글로벌 시장에 산적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추격이다. 최근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 삼아 공급난에 시달리는 범용 D램 시장을 공략 중이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반도체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동일 사양 제품에서 경쟁사 대비 15% 이상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으며, 품질 또한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황밍셴 애널리스트는 “과거와 달리 중국산 메모리와 다른 제품 간 가격 격차가 많이 줄었다”며 "단순히 가격만 보고 고객들이 중국산을 택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생산 능력 확대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해 하반기부터 후베이성 우한시에 위치한 신규 생산 라인에서 최첨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YMTC의 신규 생산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연간 출하량이 200만 장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역시 지난해 12월 모회사 CXMT코퍼레이션이 제출한 기업공개(IPO) 신청서에서 75억 위안(약 1조6,100억원)을 메모리 웨이퍼 양산 라인 기술 개선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CXMT는 연내 HBM3(4세대 HBM) 양산에 돌입하며 기술 추격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HBM3 제조에는 D램 생산을 위한 웨이퍼의 약 20%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퀄컴이 CXMT와 손을 잡기도 했다. 지난 11일 IT 전문 매체 Wccftech는 퀄컴이 CXMT와 스마트폰 전용 맞춤형 D램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시장이 과열되며 원가 절감 필요성이 두드러지자, 칩셋 채택률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메모리로 눈을 돌린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점차 커져 가는 가운데, 메모리 현물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물 가격은 유통 시장에서 거래되는 D램의 단기 시세로, 기업 간 대규모 거래에 활용되는 계약 가격인 고정가격 대비 물량이 적지만 반도체 시황을 빠르게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와 대만 디지타임스가 지난 1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16기가비트(Gb) DDR4 칩 현물가는 전월 대비 약 5% 하락한 74.10달러(약 11만원)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선단급 제품인 DDR5의 하락세까지 부각됐다. 중국 내 32GB DDR5 키트 가격은 같은 기간 27% 폭락했으며, 일부 모듈 가격은 일주일 만에 25% 미끄러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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