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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상속세율에 '세금 피난', 올해 한국 부자 1,200명 해외로 이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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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없는 13개국 이민자 10년 새 2배 증가
韓 '상속세율 60%', 日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중산층까지 세 부담 확대
20241013_Wealth Migration Report
2024년 자산가 순유출 상위 10개국/출처=헨리앤파트너스

최고세율이 50%에 달하는 상속세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주식 매각 차액을 제외하면 이민갈 때 갖고 나가는 자산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다 보니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향하는 부자들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에 과도한 세 부담이 결국 고액 자산가의 세금 피난을 야기하면서 양질의 세원 기반마저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여기에 국민 소득과 자산가치의 상승을 반영하지 않고 24년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세 부담이 중산층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韓 자산가 유출 세계 4위, 지난해 7위에서 세 단계 상승

21일 법무부와 통계청 출입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민 등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국적 상실자는 2만5,405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3년 1만9,413명과 비교하면 30.9% 급증한 수치다. 이 중에는 상속세를 피해 이민에 나선 사람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적 상실자 중 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 상속세가 없는 13개국으로 옮겨간 국민은 2022년 기준 8,316명으로 최근 10년 새 2배나 늘었다. 전체 국적 상실자 32.7%가 상속세를 매기지 않는 나라로 이주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발표한 '2024년 부의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자산가 1,200명이 나라를 떠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지난해 7위(800명)에서 올해 4위로 순위가 3계단 상승했다. 자산가 유출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올해에만 1만5,200명이 다른 나라로 이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가 유출 2위와 3위는 영국(9,500명), 인도(4,300명)로 나타났고 전쟁 중인 러시아(1,000명)는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산가가 가장 많이 정착한 나라로는 아랍에미리트(6,700명), 미국(3,800명), 싱가포르(3,500명), 캐나다(3,200명), 호주(2,500)의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개인소득세나 상속세가 없거나 세 부담이 크게 낮은 나라다. 헨리앤파트너스는 "1위에 오른 아랍에미리트(UAE)는 세계 최고의 부국(富國)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골든비자 도입 등 백만장자 유치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자산가의 유입은 자본의 이동이라는 점에서 부동산과 신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과 지식 이전, 국가의 혁신이라는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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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배당소득세 없는 '3無 국가'로 부자들 몰려

한국 자산가가 가장 선호하는 행선지는 자산가 유입 3위에 오른 싱가포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인원은 2022년 기준 204명으로 전년 106명 대비 92.5% 급증했다. 2021년 134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선 뒤 2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속·증여·배당소득세 등 3대 세금이 없는 데다 안정적인 치안과 국제적인 수준의 교육 환경도 부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한국에 사업 근거를 두고 오갈 수 있고,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하기에도 절차가 간단하고 정부 지원도 잘 돼 있다.

싱가포르 투자이민제도 GIP는 3년 평균 매출액이 2억 싱가포르달러(약 2,000억원) 이상인 법인이나 해당 기업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만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자격을 갖춘 이는 싱가포르 소재 법인 또는 GIP펀드에 250만 싱가포르달러(약 25억5,000만원)를 투자하면 영주권이 주어진다. 투자 이민 전문 로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이들의 상당수가 3대 세금을 피하고자 투자 이민을 선택한다"며 "이들 대부분이 1,000억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나 코인 투자으로 큰돈을 번 신흥 부자"라고 말했다.

세제 혜택이 풍부한 UAE와 홍콩을 택하는 한국 자산가도 늘고 있다. 홍콩으로 옮겨 간 이주 신고자는 2013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단 2명에 불과했으나 2017년 이후 올해 1월까지 242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UAE도 같은 기간 0명에서 27명으로 늘었다. 헨리앤파트너스 통계에서 3년 연속 자산가 유입이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 UAE는 상속·증여세를 비롯해 양도소득세가 없고 법인세율도 싱가포르(17%)의 절반 수준인 9%에 불과하다.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세금이 없고 가상자산으로 부동산이나 차량 구매가 가능한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홍콩 역시 상속세, 법인세, 배당·이자소득세가 없는 '3무(無)' 체제다. 법인세율도 17%로 단일화돼 있는데 거주자 펀드 제도를 활용하면 법인세를 완전 면세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비즈니스와 관련한 세제 혜택이 풍부하다 보니 최근에는 유럽의 부유한 가문들이 홍콩에 패밀리 오피스를 설립해 거점으로 두고 세계 증시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홍콩 정부도 세제 인센티브, 투자 이민 제도 완화 등 패밀리 오피스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택 투자를 투자 이민 제도 대상에 포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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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상속세 탓에 승계 포기 후 매각·폐업하는 사례도 증가

자산가의 탈출 러쉬가 증가하자 정부는 상속세 등 세제 개편안 논의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국내에서 걷을 수도 있는 풍부한 세원이 해외로 나간다는 뜻"이라며 "세수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상속세는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로 높아진 뒤 변동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주식 상속 시 최대 주주에게 적용되는 20% 할증 평가를 포함하면 실질적인 최고세율은 60%가 된다.

높은 상속세 탓에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거나 승계 포기 후 매각 또는 폐업을 택하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더 큰 문제는 자산가치 상승으로 예전에는 부자라고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상속세 대상이 되면서 높은 세 부담이 중산층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파트를 보유한 중산층의 타격이 크다. 통상 10억원을 초과한 아파트부터 상속세를 부과하는데, 최근 집값 상승세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원대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중 10억원이 넘는 주택의 비중이 40%에 육박한 만큼 상당수 국민이 이미 과세권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최대 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가업상속 공제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주요국 대비 높은 세율을 인하하거나 자본이득세 도입 같은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여러 국가가 기업 상속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차후 기업을 더 경영하지 않고 팔아서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며 "한국도 자본이득세로 변경하는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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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 AI 학습에 사용 말라" 전 세계 문화예술인 1만 명 성명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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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1만500명, 예술 작품 활용한 AI 학습 반대 서명
시각 예술부터 음악·무용까지, AI 예술 어디까지 발전하나
"AI, 예술가의 유용한 도구 될 것" 일각서는 낙관적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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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를 비롯한 문화예술인 1만여 명이 문화예술 작품을 이용한 생성형 인공지능(AI) 학습에 반대하는 성명에 동참했다. AI가 예술 창작의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문화예술계의 반발 역시 점차 거세지는 양상이다.

문화예술계, AI 학습 위한 작품 사용 반대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AI 기업에 대항해 창작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페얼리 트레인드’(Fairly Trained) 대표이자 작곡가 에드 뉴턴-렉스(Ed Newton-Rex)는 문화예술 작품을 활용한 생성형 AI 학습에 반대하는 온라인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은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창의적인 작품들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해당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생계에 대한 중대하고 부당한 위협이며,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웹사이트에는 총 현재까지 1만500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의 서명이 몰렸다. △영국의 인기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 △스웨덴 팝 그룹 아바의 비에른 울바에우스 △할리우드 배우 줄리앤 무어, 케빈 베이컨, 멀리사 조앤 하트, 케이트 맥키넌, 코미디언 로지 오도넬 △미국 소설가 제임스 패터슨 등이 해당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명 발표를 주도한 뉴턴-렉스는 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잘 알려진 영국 스타트업 스태빌리티 AI에서 근무해 왔으나, 기존 저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하는 회사 방침에 동의하지 않아 지난해 퇴사했다. 뉴턴-렉스는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글, 미술, 음악 등 사람들이 만든 창작물”이라며 “AI 회사가 이를 ‘학습 데이터’라고 부르는 것은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기업의 창작물 사용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하며, ‘옵트 아웃’(opt out,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정보를 수집·이용한 후,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 개인정보 활용을 중지하는 방식) 방식으로는 관련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화예술계 침투하는 AI

이처럼 문화예술계가 AI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최근 AI가 예술 창작의 영역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2억1,200만 달러(약 2,930억원) 수준이던 생성 AI의 예술 시장 규모가 연평균 40.5% 증가해 2032년 58억4,000만 달러(약 8조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예술 창작은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AI는 시각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AI가 만들어낸 미술 작품은 언뜻 봐서는 사람이 만든 것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높다"며 "AI가 만든 그림이 인간이 그린 그림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구글의 AI 화가인 '딥드림(Deep Dream)'은 지난 2016년 2월 빈센트 반 고흐를 모사한 작품 29점을 1억1,800만원에 판매한 바 있다. 구글 딥드림은 구글 리서치 블로그에서 배포한 인공 신경망(neural network)을 통한 시각화 코드로, 같은 구조가 비슷한 패턴으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프랙탈(fractal)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 분야에서도 'AI 예술가'들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지난 2020년 3월 20일 일본 NTT도코모가 개최한 클래식 공연에서는 알터3(Alter3)이라는 이름의 로봇 지휘자가 등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 지휘하며 갈채를 받았다.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개발한 연주 로봇 '시몬'은 마림바를 수준급으로 연주함은 물론, 작사·작곡·노래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만능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무용 분야에서는 인간 무용수와 휴머니이드형 로봇이 함께 공연을 진행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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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AI는 위협이 아닌 기회다?

관건은 이들 AI 예술가가 인간 예술가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다. 이와 관련해 한 문화예술계 전문가는 "문화예술 부문에서 AI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인간의 편리한 창작 활동을 돕는 도구로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인간이 창의성을 표현하는 방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AI의 등장 역시 이 같은 변화의 일부로 보인다"고 말했다. AI의 문화예술 역량 향상이 인간에게 위협이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최근 문화예술계에서는 AI와의 협업을 통해 신선한 작품을 선보이는 예술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박윤희 디자이너는 올해 LG의 AI 아티스트 ‘틸다(Tilda)’와 협업해 의상 컨셉을 디자인, 뉴욕 패션 위크에 작품을 선보였다. 틸다는 의상 디자인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온이 올라가면 지구의 환경이 금성처럼 변할 것’이라고 가정, ‘금성에 핀 꽃’이라는 아이디어로 옷 패턴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협업 과정을 그린 캠페인은 AI와 인간의 협업 가능성을 보여주며 세계 3대 광고제인 뉴욕 페스티벌에서 우수 작품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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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DS] 美 아시아·태평양계 의료 데이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②

[해외DS] 美 아시아·태평양계 의료 데이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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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보건부, 코로나19 초기 사회적 요인 고려한 대응 필요성 인식
커뮤니티 맞춤형 데이터 분석, 소규모 커뮤니티 지원에 기여한 사례 多
미 정부, AANHPI 커뮤니티 건강 추적 위한 MOSAAIC 대규모 연구 진행

[해외DS] 美 아시아·태평양계 의료 데이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①에서 이어집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던 시기, 하와이 보건부의 전염병 전담팀은 총력을 기울여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초기에는 생물학적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접근에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슈아 퀸트(Joshua Quint) 하와이주 보건부 역학자는 “사회적 요인을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관점에서의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조언은 이후 하와이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커뮤니티 의료 데이터를 세분화해 활용한 전략은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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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사회적 요인 반영한 맞춤형 의료 대책 마련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퀸트 연구원은 텔리 마타기(Tellie Matagi) 하와이주 보건부 태평양 섬 주민 태스크포스 지역사회 보건 리더와 조셉 카홀로쿨라(Joseph Kaholokula) 하와이대학교 암센터 전문의와 협력해 코로나 조사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하와이 원주민과 20개 이상의 태평양 섬 주민 커뮤니티 중 어떤 곳이 자원이 필요하며,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를 파악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제공되던 데이터는 이러한 필요를 정확히 추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COVID 사망자 수를 더욱 구체적인 인구통계학적 세부 정보와 함께 기록하기 시작했다. 다만 소규모 커뮤니티의 경우 개별 식별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면서도 작은 커뮤니티의 정보가 집계에서 빠지지 않도록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해당 세부 사항을 기록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마타기는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정보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상 회의와 전화 통화를 통해 커뮤니티와 활발히 공유했다. 그 결과 이 과정에서 세심하게 수집된 데이터는 커뮤니티가 방대한 통계 속에서 그들의 고통과 피해가 묻히지 않도록 돕고, 소외되지 않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타기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특히 사모아, 마셜 제도, 추크 섬 등 큰 피해를 겪은 태평양 섬 주민 커뮤니티에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맞춤형 접근법의 중요성

나아가 연구팀은 각 커뮤니티와 긴밀히 협력하며 구체적인 필요 사항을 파악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일부 지역은 감염자와 건강한 가족을 분리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했고, 다른 지역은 식료품과 의료 자원에 대한 긴급 지원이 절실했다. 또 어떤 커뮤니티는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거나 비대면으로 종교 모임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했다. 이러한 맞춤형 접근법은 코로나19 팬데믹뿐만 아니라 마우이 화재 당시에도 음식, 거처, 약품 등 특정 요구를 인식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은 접근법은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건강 불평등 해소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맞춤형 접근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낸 사례는 또 있다. 2000년대 초 뉴욕시에서는 B형 간염 예방 접종이 주로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성인의 경우, B형 간염이 성병으로 분류되어 HIV 클리닉에서만 검사와 치료를 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아시아계 미국인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고국의 높은 감염률로 인해 감염이 흔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인이 성병 클리닉 방문을 꺼렸다. 뉴욕대학교 랑곤 헬스의 역학자인 시모나 권은 “아시아계 미국인 성인들에게 성병 클리닉은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 설명하며, “커뮤니티마다 건강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당시 연구진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B형 간염 감염률이 비히스패닉 백인보다 약 50배 높고, 간암 발생률 역시 몇 배나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바이러스는 가족 간 접촉, 주방용품 공유, 그리고 출산 시 모자 전염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었다. 이에 2003년 뉴욕대학교 연구팀은 커뮤니티 리더, 정치인, 의료진과 손잡고 이와 같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시 당국과 협력하여 지역 기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일차 진료 클리닉과 지역 사회 단체를 통해 성인 대상의 예방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단순한 감염률 저감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요인이 치료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B형 간염 확산을 막는 중요한 열쇠임을 인식한 것이다.

공정한 사회 위해 통계적 포용성 필요

한편 퀸트 연구원은 인종·민족 데이터를 사용할 때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이 요소들만으로 개인의 건강을 단순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계된 데이터든 세분화된 데이터든, 인종과 민족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회적·문화적 요인을 단순히 반영하는 지표일 뿐이다. 퀸트는 "데이터의 세분화가 인종을 넘어 더 의미 있고 실질적인 방식으로 민족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돕는다"고 강조하며, 더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마타기는 커뮤니티 맞춤형 접근법을 마련하는 노력이 “실제로 불평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주 및 커뮤니티 단위에서 이뤄진 연구들이 성공을 거두자, 정책 입안자들은 더 큰 규모의 연구를 시작하고 자금을 확대해 AANHPI 범주 내 다양한 그룹의 건강 상태를 보다 깊이 이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작년 백악관은 AANHPI 커뮤니티의 형평성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올해 초 국립 심장, 폐, 혈액 연구소는 이 인구 집단의 건강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대규모 역학 연구에 착수했다. 이 7년간의 프로젝트는 '미국 아시아 및 태평양 섬 주민 커뮤니티 다민족 관찰 연구(Multi-ethnic Observational Study in American Asian and Pacific Islander Communities, MOSAAIC)'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AANHPI 하위 그룹에 속한 10,000명의 건강을 추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도전 과제는 데이터의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의미한 건강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세부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세분화 작업은 인종적 편견을 없애고 공평함을 추구하는 노력과 상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올바르게 이뤄진다면 두 노력은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 퀸트 연구원은 “인종에 대한 논의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만약 그것이 이 문제를 무시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큰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구 통계적 요소를 아우르는 통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문의 저자는 조티 마두수다난(Jyoti Madhusoodanan) 건강, 의학 그리고 생명 분야 과학 저널리스트입니다. 영어 원문은 How to Fix Health Data for People with Asian and Pacific Islander Heritage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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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군백기' 미리 알고 하이브주식 매도한 계열사 직원들, "입대가 중요 정보인지 의문"

'BTS 군백기' 미리 알고 하이브주식 매도한 계열사 직원들, "입대가 중요 정보인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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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진 입대 발표 후 주가 24% 폭락
하이브 전·현직 직원들, 발표 전날 주식 매도로 손실 회피
"입대 사실 알았지만 중요 정보인 줄 몰라"
BTS_X_TE_20241023
사진=BTS X(옛 트위터) 캡처

그룹 방탄소년단(BTS) 입대 사실을 미리 알고 하이브 주식을 팔아 2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계열사 직원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입대 사실은 알았지만 중요 정보인 줄은 몰랐다는 주장이다.

하이브 전·현직 직원들, 공소사실 모두 부인

22일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 김상연)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빅히트뮤직 전 직원 이모(32)씨, 빌리프랩 전 직원 김모(40)씨, 현 쏘스뮤직 소속 김모(36)씨 등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세 회사 모두 하이브 계열사로 이들은 2022년 5, 6월 BTS 멤버 진의 입대로 그룹 단체 활동이 중단된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을 매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들은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들은 “BTS 멤버 진의 군입대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이와 관련된 완전체 활동 중단 및 발표 시기 등에 대해선 몰랐으며, 군입대 자체가 미공개 중요 정보인지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 측 변호인도 "입대 자체가 미공개 중요 정보인지 의문"이라고 해명했고, 빌리프랩 김씨 측 변호인 역시 "BTS 입대 정보는 들은 적 있지만 미공개 정보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검찰 "미공개 중요 정보 활용해 손실 피한 것"

그러나 검찰은 BTS가 완전체 활동을 중단한다는 정보는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 중요 정보라고 반박했다. BTS는 2022년 6월 14일 유튜브 채널 '방탄TV'를 통해 멤버들의 입대로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는데, 검찰은 이들이 해당 사실을 미리 알고 영상 발표 전날까지 하이브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영상이 공개된 다음 날 하이브 주가는 24.78% 떨어졌다. 이에 이씨 3,300여 만원(500주), 김씨 1억5,300여 만원(2,300주), 김씨 4,500만원(1,000주) 등 총 2억3,100여 만원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해당 정보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Visual Creative·뮤직비디오, 앨범 자켓, 헤어, 의상 등 아티스트의 겉으로 보여지는 모든 것을 관리하는 업무) 또는 의전 업무 부서 근무 경력을 이용해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업무 특성상 BTS 멤버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멤버들의 군입대 및 활동 중단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BTS가 활동 중단을 알리는 영상을 촬영할 무렵, 해당 업무 담당자에게 지속적으로 군입대 및 활동 중단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활동 중단 영상 공개 직전 지인에게 "(BTS가) 군대 간다는 기사가 다음 주에 나온다는데 주식을 다 팔아야겠다"고 말한 후 실제로 주식을 매각했고, 범행 직후 직장 동료에게 "아직도 (주식을) 안 팔았냐"고 말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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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빅히트뮤직

활동 중단 영상 공개 전 이미 입대 발표

다만 일각에서는 BTS 멤버들의 군입대와 관련된 정보를 사실상 중요 정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은 멤버들의 활동 중단을 알리는 영상이 외부에 공개되기 전이란 이유로 이를 미공개 중요 정보로 판단했으나, BTS 멤버들의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언급이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입대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는 지적이다.

BTS 군복무와 관련한 언급이 처음 나온 것은 2020년으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개정안의 골자는 대중문화예술우수자로 국위선양에 기여했다고 인정받는 사람이 군 징집과 소집을 만 30세까지 미룰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BTS 멤버 중 맏형인 진(본명 김석진, 1992년생)은 만 30세가 되는 2022년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2년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운동 중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입대 연기가 아닌 병역 특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섰고, 이에 부담을 느낀 BTS는 진을 시작으로 전원 입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는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다만 대중문화예술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왔고, BTS가 글로벌 음악 시장을 무대로 호성적을 낼 때마다 이들의 병역특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2022년 당시 빅히트 뮤직은 "곧 개인 활동을 갖는 멤버 진은 10월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할 예정이며 이후 병무청의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르게 된다"며 "진을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입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동안 병역 이행 계획을 구체화해 왔다"면서 "결정한 사항을 알려드리는 시점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으며,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을 위한 부산 콘서트가 마무리된 지금이 이를 알려 드리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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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정산 기한 최대 20일" 제도 손질 나선 공정위, 업계 찬반 엇갈려

"이커머스 정산 기한 최대 20일" 제도 손질 나선 공정위, 업계 찬반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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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이커머스 정산 기한 규제 본격화
티몬·위메프, 업계 대비 정산 기간 길게 설정해 판매 대금 유용
"개정안 실효성 부족하다" 업계·국회 등 의견 대립
Act on Fair Transactions in Large Franchise and Retail Business_20241023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해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을 최대 20일로 설정한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시장 혼란을 야기한 티몬·위메프(티메프)가 긴 정산 주기를 악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예방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공정위의 대책이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 대금 정산 체계 도마 위로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8일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을 발표,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 및 판매 대금 관리 체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공개한 개정 방안에 따르면 매출액 100억원 혹은 거래 규모 1,000억원 이상인 국내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은 최대 20일 내로 판매 대금을 판매자에게 정산해야 한다. 숙박·공연 등 소비자가 구매를 먼저 한 뒤 서비스가 나중에 공급되는 경우 소비자가 실제 이용하는 날을 기준으로 10일 안에 정산해야 한다.

이커머스 업체가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 판매 대금 비율은 50%로 정해졌다. 예치된 판매 대금은 압류할 수 없고, 플랫폼이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정위의 법률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을 뒤흔들었던 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배경에는 긴 정산 기간으로 인한 유동성 관리 문제가 있었다"며 "공정위가 법률 개정을 통해 이커머스의 정산 및 대금 관리 체계를 손보면 사태 재발 위험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commerce_20241023

티메프 정산 주기, 여타 업체 대비 길어

실제 티몬은 매월 마지막 날부터 40일 이후, 위메프는 월 매출 마감 이후 두 달 뒤 7일에 정산금 100%를 지급해 왔다. 이는 국내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에 비해 매우 긴 수준이다. 대부분의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1~3일 내 '빠른 정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우선 11번가는 2008년 론칭 때부터 '에스크로 서비스'(구매 안전 거래 시스템)를 통해 일반정산을 실시하고 있다. 11번가의 일반정산은 고객이 구매 확정을 한 이후 이틀 안에 정산금을 100%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마켓은 구매 고객이 구매를 확정한 다음 날 판매 대금을 지급하며, 고객의 구매 확정이 없더라도 배송완료일로부터 최대 9일 안에 정산 대금을 지급한다. 네이버쇼핑 역시 택배사에 제품이 집하 완료된 다음 날 100% 정산하는 빠른 정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단 이커머스 업계 1위 업체인 쿠팡은 여타 업체들 대비 정산이 느린 편이다.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는 '주 정산'과 '월 정산' 중 정산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주 정산은 판매 금액의 70%를 판매된 주 일요일에서 15영업일 이후 먼저 정산받고, 이후 나머지 30%를 익익월 1일에 정산받는 방식이다. 월 정산을 선택할 경우 매달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영업일 15일 후에 판매 대금 100%를 정산받을 수 있다. 다만 빠른 정산(하나 체크카드 발급 이용자 한정)으로 정산받으면 고객이 해당 거래에 대한 구매를 확정한 이후 하루 안에 90%의 거래금을 정산받게 된다. 나머지 10%는 주 정산·월 정산 선택에 따라 기존 정산일에 정산받을 수 있다.

개정안에 대한 업계 평가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내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주기가 20일보다 짧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공정위가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의 정산 주기에 발맞춰 법률을 개정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통해 혜택을 보는 기업이 쿠팡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체 29곳 중에서 19곳이 이미 10일 이내 정산 주기를 사용하는 곳"이라며 “쿠팡을 제외한 대부분 플랫폼이 정산 주기를 1~3일로 하고 있는 만큼 법정 정산 주기를 '20일 내'보다 더 짧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너무 급격하게 정산 주기를 줄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산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자금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은 신생 기업의 이커머스 시장 진입과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벤처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도입은 기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은 물론이고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이커머스 산업에 진입하려는 벤처·스타트업의 혁신 의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태조사 등 업계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10일∼20일 이내의 정산 주기가 도입되면 이커머스 플랫폼은 정상적인 사업 확장과 혁신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며 "결국 관련 산업 전체의 줄폐업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내다봤다.

학계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입법조사처·플랫폼법정책학회 공동 주최 특별세미나 ‘플랫폼 규제 법안의 주요 쟁점과 전망’ 종합토론에 참석, “정산 주기를 20일 이내로 당기면 당장 신생 기업들이나 성장해야 할 플랫폼 기업들은 맞추기가 어렵다”며 “쿠팡 등 대기업은 (단축된 정산 주기를) 맞출 수 있겠지만 마이너한 플랫폼들은 이를 못 맞추기 때문에 독과점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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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국민연금 납부예외자' 3년간 15만 명대, 청년 체납자도 증가

27세 '국민연금 납부예외자' 3년간 15만 명대, 청년 체납자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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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청년 납부예외자 수 3년째↑, 체납자수도 증가 추세
국민연금 폐지 찬반 묻자, 2030세대 47%가 찬성
소득대체율 높이는 연금개혁 난색, 미래세대와 상충
NPS_002_PE_20241022

만 27세가 됐는데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형편이 안 돼 ‘납부 예외’를 신청한 청년들이 최근 3년간 해마다 15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꼴로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마땅한 소득이 없는 셈이다.

청년 납부 예외자 15만267명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27세가 된 지역 가입자 중 소득이 없어 보험료 납부 예외를 신청한 사람은 15만267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은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이다. 취직을 해 사업장(회사)에서 근무한다면 직장 가입자로, 그렇지 않으면 지역 가입자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 또 18세 이상 27세 미만 국민 중 학생이거나 군 복무 등의 이유로 소득이 없다면 국민연금 가입자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27세가 되면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수 없다면 납부 예외를 신청해야 한다. 이 같은 ‘27세 납부 예외 신청자’는 2021년 15만4,001명, 2022년 15만7,494명, 작년 15만267명 등 3년 연속 15만 명을 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에 27세가 된 국내 거주자는 68만166명으로, 22.1%가 납부 예외자로 분류된 셈이다. 올해는 1월부터 9월 말까지 1997년생 13만2,342명이 납부 예외를 신청해 인정받았다.

29세 이하 국민연금 체납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9세 이하 국민연금 체납자 수는 2019년 7만5,538명에서 2021년 7만8,604명으로 늘었다. 올해 7월 기준 체납자수 비중은 29세 이하가 8만4,726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50대에서는 매년 체납자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지역 소득신고자 중 1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도 전체 연령대에서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20대 이하에서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20대 이하 장기체납자 비중은 5.3%(3만8,711명)로 2019년 3.3%(3만5,032명) 대비 2.0%p 증가했다.

NPS Pension reform PE 20240816

“미래 없이 부담만 쌓인다” 청년층 불만 폭발

전문가들은 청년층 대다수가 ‘국민연금 폐지론’을 지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바른청년연합 등 청년 단체들이 참여한 연금개혁청년행동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연금 부채 1,800조원은 국고로 해결하고, 국민연금을 차라리 폐지하자’는 연금 폐지론에 대해 54%가 반대했고, 31.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고갈로 인한 타격이 가장 큰 20대(18~19세 포함)와 30대는 찬성이 각각 45.7%, 48.3%로, 반대(20대 40.0%, 30대 45.6%)보다 찬성 의견이 많았다. 이에 반해 40대 이상은 연금 폐지 반대론이 크게 앞섰다. 반대 비율은 40대가 55.1%, 50대가 61.8%, 60대가 69.4%, 70대가 47.7%였다.

‘현재 국민연금 구조가 다단계 사기 혹은 폰지 사기 같다는 비판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전체 응답자의 45.2%가 동의했고, 36.5%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 문항에서도 20대와 30대가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비교적 높았다. 20대는 63.2%, 30대는 59.2%가 동의하는 등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개혁청년행동 측은 “국민연금의 재정상태 및 부채 규모에 대해 숙지한 이후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대체로 연금수령액을 늘리자는 소득보장론보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자는 재정안정론을 지지했다”며 “젊은 세대일수록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대곤 바른청년연합 대외팀장은 "기금이 고갈돼도 괜찮다는 사기꾼들의 말에 세금을 투입해서 연금을 확대할 경우 자연스레 청년층의 비혼, 비출산은 현재보다 심각해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개혁 미루고 방치한 정부·정치권 책임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의 거부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 다단계 시한폭탄’, ‘마르는 샘물’ 등으로 대변되는 청년층의 부정적 인식 기저에는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이 같은 세대 간 입장차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장년층은 세대별로 보험료를 차등 인상하겠다는 정부안에 반발하는 반면, 청년층은 “어차피 받을 수 없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며 국가가 연금 제도 운용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한데, 인상이 부담된다는 쪽과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 섞인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연금 개혁 논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내놓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법안을 처리할 국회 논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장기적인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각 세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정부와 정치권의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 지급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금 내고 많이 받는 현행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만큼, 연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됐음에도 수차례 시도된 개혁안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고 그때마다 문제 해결은 다음 정권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결국 작금의 사태는 지난 20여 년간 제도개선은커녕 보험료 한 푼 올리지 않고 방치한 데 따른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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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 된다" 엔씨소프트, 분사·인력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 단행

"이대로는 안 된다" 엔씨소프트, 분사·인력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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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일부 게임 IP·AI R&D 조직 등 4개 부문 분사 
연이은 실적 부진에 희망퇴직·권고사직도 검토 중
"과거 분사할 때도 잡음 있었는데" 일각서는 노사 갈등 우려
ncsoft_20241022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4개 자회사 신설과 함께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한다. 거듭된 실적 악화 상황을 타개하고 개발사업 전문성을 강화해 경영 효율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엔씨소프트의 분사 결정

21일 엔씨소프트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단순 물적 분할을 통한 4개의 비상장 자회사 신설을 결정했다. 독립적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 체제 구축 및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통해 독립될 회사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신설하는 지식재산권(IP)은 쓰론 앤 리버티(TL), 프로젝트 LLL, 택탄(TACTAN) 등 3종이다. TL 사업 부문은 스튜디오엑스, LLL 사업 부문은 스튜디오와이, 택탄 사업 부문은 스튜디오지(3사 모두 가칭)로 각각 새롭게 출범한다. 엔씨소프트는 TL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분사 이후 신속하고 전문적인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IP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팅게임 LLL과 전략게임 택탄은 분사 후 해당 장르의 개발 역량 및 전문성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AI R&D조직인 엔씨리서치도 AI 기술 전문 기업으로 분할된다. 신설 회사명은 엔씨에이아이(가칭)이다. 엔씨에이아이는 차후 자체 개발한 바르코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AI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게임 개발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신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엔씨소프트의 회사 분할 및 신설 회사 설립은 오는 11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며 ,각 신설 회사의 분할기일은 2025년 2월 1일이다.

덩치 줄이기에도 '속도'

엔씨소프트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동시에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회사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 흥행 가능성이 낮거나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종료 및 축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도 속도를 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엔씨소프트는 권고사직과 함께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씨소프트가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지난 2012년이 마지막이다.

엔씨소프트가 이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배경에는 거듭된 실적 악화가 있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각각 30.8%, 75.4% 급감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나 감소한 88억원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주력 상품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 모바일 게임 3부작의 매출이 줄어들며 전반적인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재작년 대비 38% 줄어든 바 있다.

신작 게임들의 부진한 성적 역시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12월 국내에 출시된 TL은 출시 후 이용자가 빠르게 이탈하면서 매출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6월 선보인 난투형 대전 게임 '배틀크러쉬' PC 버전의 경우 동시 접속자 수(게임 플랫폼 스팀 기준)가 이달 들어 50명 안팎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8월 한국·일본·대만 시장에 출시된 역할수행게임(RPG) '호연'도 경쟁작 대비 부족한 게임성으로 비판을 받으며 기대 이하의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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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갈등 재차 벌어지나

위기에 몰린 엔씨소프트가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업계는 엔씨소프트의 구조조정이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엔씨큐에이·엔씨아이디에스의 분사가 결정됐을 당시 엔씨소프트 노사가 충돌했던 전례가 있다"며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엔씨소프트가 탄탄한 고용 보장안 등 '당근'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임직원 사이에서는 분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엔씨소프트가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 서비스 사업,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 등 2개의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비상장법인인 주식회사 엔씨큐에이와 주식회사 엔씨아이디에스를 설립하겠다고 밝히자, 엔씨소프트 노동조합인 '우주정복'은 두 차례 결의대회를 열어 강력하게 항의했다. 엔씨소프트가 분사에 앞서 임직원들에게 분사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았으며, 분사 결정 직전에야 직원들 의견을 취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설 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직원들의 고용 보장에 대한 노사 이견은 아직까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분사한 자회사가 추후 폐업하더라도 언제든 엔씨소프트 측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법인이 3년 이내 폐업 또는 매각될 경우에만 재고용을 약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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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계열사에 포트폴리오사 지분 매각할 수 있다" 규제 완화 나선 중기부, 시장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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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CVC 지분 매각 규제 완화 움직임 본격화
"CVC가 투자하면 잘 큰다" M&A 촉진·기업가치 증대 효과 확인
규제 완화 이후 오너 일가 사익 추구 가능성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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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투자한 포트폴리오사의 지분을 업무집행조합원(GP)과 출자자(LP)의 계열사에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CVC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식을 다양화해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중기부, CVC M&A 규제 완화 나선다

21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달 18일까지 기관과 단체의 의견을 받는다. 개정안은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제37조 제2호 라목에 ‘벤처투자조합의 투자 기업 지분을 GP 계열회사와 벤처펀드의 LP 및 그 계열회사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CVC가 그룹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행위 자체는 기존 벤처투자촉진법도 허용하는 행위지만, 최대 수십 곳에 달하는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거래 자체가 드물었다. 이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CVC협의회 등에서는 인수합병(M&A)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CVC 투자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은 중기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벤처투자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매각 규제 완화를 통해 CVC의 엑시트 방식이 다양해지면 (CVC의) 투자 역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CVC 투자가 업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해 규제 완화를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CVC의 투자는 스타트업 M&A 촉진, 기업가치 증대 등 각종 선순환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스타트업 M&A 현황과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스타트업이 타 기업에 인수된 사례는 59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자체 확보한 데이터와 스타트업 정보업체 더브이씨가 보유한 데이터를 취합한 수치다. 

이 중 CVC로부터 투자 유치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의 M&A 사례는 169건(65.8%)으로 CVC 투자가 없는 스타트업의 M&A(88건, 34.2%) 대비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은 이에 대해 "기업은 CVC 투자를 통해 해당 분야의 트렌드나 주요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며 "마켓센싱 기능이 스타트업 M&A를 촉진하는 기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C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중앙값은 220억원으로, CVC 투자를 받지 않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중앙값(102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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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사익 추구하면 어쩌나" 우려도

다만 일각에서는 매각 규제가 완화될 경우 CVC가 출자자의 이익보다 모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에게 투자사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없는 상황에 무작정 매각 규제를 완화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CVC가 출자자, 더 나아가 벤처투자 업계의 이익을 무시하고 오너 일가의 사익을 위해 움직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중기부는 개정안에 'CVC는 매각 시점에 공정가치를 평가해 적정한 가격을 받아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러나 독립계 벤처캐피털(VC) 업계는 해당 단서 조항만으로 CVC의 사익 추구를 막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의 공정가치 평가는 추정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해 지극히 주관적”이라며 “(섣불리 규제를 완화할 경우 CVC가) 모태펀드나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 출자자의 돈을 받아 펀드를 결성하고, 그 돈으로 인수한 지분을 오너 개인 회사 혹은 오너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매각하는 등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CVC의 이해상충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CVC는 공정거래법, 벤처투자촉진법 등에 따라 매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결산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CVC 업계 종사자는 “CVC가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시장 우려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중기부가 내세운 단서 조항과 보고 의무 등을 고려하면, CVC가 사익을 위해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는 사실상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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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동맹' 타진, TSMC 독주체제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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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삼성전자에 최고경영자 간 면담 요청
TSMC 등 '엔비디아 연합', 분야별 1위 질주
2위 삼성전자, IDM 장점 살려 돌파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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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동맹'을 타진했다.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으로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하자 종합 반도체 기업(IDM) 간 협력을 통해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사의 파운드리 동맹이 기술 교류와 생산 설비 공유 등을 통해 상호 이익을 거둘 수는 있으나 당장 세계 1위 TSMC의 독주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비등한 분위기다.

'인텔·삼성 파운드리 동맹' 성사 시 시너지 기대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한 고위 인사가 최근 삼성전자에 양사 최고위 경영진 간의 면담을 요청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직접 만나 '파운드리 부문의 포괄적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는 메시지다. 인텔이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동맹을 위한 협의를 요청한 배경에는 TSMC의 독주가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2.3%, 삼성전자가 11.5%로 집계됐다. 특히 TSMC는 3나노·5나노 등과 같은 첨단 칩을 제조하는 선단 공정 부문에서 점유율이 92%에 달한다.

인텔은 2021년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를 설립해 후발주자로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스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계약을 맺었지만 투자한 데 비해 큰 고객을 유치하지는 못하면서 아직 제대로 된 매출액을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설립한 삼성전자 역시 종전 고객인 퀄컴이나 AMD가 있기는 하지만 TSMC와의 격차가 여전히 큰 상태다. 업계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키옥시아가 낸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면서도 일부 부문에서 협력한 사례처럼 인텔과 삼성전자도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파운드리 동맹'이 성사될 경우 △공정 기술 교류 △생산 설비 공유 △연구개발(R&D) 협업 등에서 포괄적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세 공정에서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인텔은 서로 다른 공정에서 생산된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결합하는 포베로스(Foveros)와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파워비아(PowerVia)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한국 평택·화성,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에 설비를 갖췄고,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오리건, 아일랜드, 이스라엘에 공장이 있어 공동 생산 시 물류비를 낮출 수 있다.

이에 더해 주요국들이 AI 칩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 것 역시 향후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AI 칩에 대한 적대국 수출 금지를 넘어,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AI 칩 수출량에 국가별로 상한을 두는 국가별 할당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지원할 자금이 풍부한 페르시아만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EU 집행위원회도 지난달 반도체·AI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담은 경제안보전략 패키지를 채택했다. 군사적 용도로 전용 가능성이 큰 물품에 대해 규제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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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강력한 기술 지배력에 시장 '양극화' 심화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파운드리 동맹을 통해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은 가능하나 TSMC의 위상이 크기 때문에 당장 큰 파급력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란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 안팎에서도 '양사 협업을 통한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양사의 파운드리 사업이 부진한 핵심 원인은 모두 대형 고객을 유치하지 못해서인데, 양사가 연계한다고 해서 큰손이 수주를 맡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의 독주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TSMC의 매출은 올해 3분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235억 달러(약 32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매출총이익률도 전 분기보다 4.7%포인트 늘었다. 특히 선단 공정과 고부가가치 응용처 중심으로 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하는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 등 주요 고객사의 주문이 TSMC로 몰리면서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데이터센터의 수요 증가 수혜를 홀로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TSMC는 AI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사보다 강력한 기술 지배력을 갖춘 데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나 인텔이 추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최첨단 HBM(SK하이닉스)·파운드리(TSMC)·AI 칩(엔비디아) 분야 1위 기업으로 구성된 '엔비디아 연합'의 결속력이 강해 다른 기업이 끼어들 틈이 없어진 것도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TSMC는 엔비디아와 30여 년간 파트너십을 이어오면서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최근 양산을 시작한 차세대 칩 블랙웰은 엔비디아 연합의 하반기 실적에 강력한 성장요인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향후 실적의 선행지표가 되는 설비투자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가 300억 달러(약 41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본사가 있는 대만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에서 해외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설비투자의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선단 공정의 생산능력(CAPA)을 늘리고 AI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등 후공정의 규모를 전년 대비 2배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수주 부진에 적자 장기화로 투자 줄여

이에 반해 삼성전자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수익성 악화와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를 포함한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 3분기 1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영업 적자 규모가 2조원을 웃돈 가운데 상반기 1조원 이상의 적자까지 더해져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초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됐던 삼성전자의 차세대 AP인 '엑시노스 2500'은 내년 초 출시될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실적 부진은 설비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4조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했지만 제조 시설을 먼저 지은 뒤 주문을 받는 '셀 퍼스트' 전략이 과잉 투자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건설을 추진 중이던 평택 캠퍼스 P4·P5 공장에 예정됐던 파운드리 발주가 보류·취소됐다. 지난달에는 평택 캠퍼스 P2·P3 공장의 선단 공정 설비 30%를 꺼버리는 '셧다운'을 단행했다. 저조한 수주 물량과 지속되는 적자에 생산 라인 구축이 완료됐음에도 원가 절감을 위해 셧다운한 것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연내 분사를 결정했다.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낸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도 상반기에만 53억 달러(약 7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말 가동될 예정이었던 2㎚급 20Å(옹스트롬) 양산도 백지화됐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하면 인텔도 과거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추진했던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당장 산업 수요가 쏠리는 AI 관련 부문은 TSMC가 독식하고 있는 데다, 계속된 적자로 추진 동력을 상실했고,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 등 소비자용 IT 기기 시장의 침체로 수주도 부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텔과 같이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IDM의 장점을 살린 '턴키 서비스'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메모리·파운드리·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을 모두 보유한 만큼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강점을 갖춘 통합 AI 솔루션을 선보여 고객의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제품의 시장 출시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통합 AI 솔루션을 활용하는 팹리스 고객은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공정보다 약 20% 단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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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조이자 쌓이는 아파트 매물, 가격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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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효과 없는 수도권 아파트, 매물 9만 건 육박
강남 3구 아파트값도 수억원씩 하락 거래 속출
돈줄 막히니 신규 전세 수요도 급감, 역전세난 재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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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호재를 안고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던 경기 화성 동탄역과 용인 구성역 일대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시행 중인 데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되레 올랐기 때문이다. 전세를 찾는 수요도 예년에 비해 감소하면서 가을 이사철이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GTX역 인근 집값 하락세 뚜렷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탄역 인근 단지인 화성 청계동 ‘동탄역 시범한화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0억8,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8월 같은 주택형 11층 물건이 12억6,500만원에 손바뀜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몸값이 1억8,500만원 떨어진 것이다. ‘동탄역 호반써밋’ 전용 84㎡도 동탄역이 문을 열기 한 달 전인 올해 2월 7억8,200만원(22층)에 매매됐지만, 이달엔 7억5,000만원(13층)에 거래돼 상승세가 주춤해 졌다.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59㎡는 8월 9억1,400만원(14층)에서 이달 9억2,700만원(14층)으로 소폭 올랐으나, 동탄역 개통일(3월 30일) 전후와 비교하면 열기가 한풀 꺾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용인 구성역 인근의 상황도 비슷하다. 용인 마북동 ‘블루밍구성더센트럴’ 전용 59㎡는 8월 6억9,500만원(12층)에서 이달 6억7,000만원(3층)으로 하락했다.

‘GTX 벨트’ 중 유일하게 성남역 인근은 부동산 시장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5월 12억9,000만원(10층)이던 성남 분당구 이매동 ‘이매진흥’ 전용 84㎡는 지난달 14억7,8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12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을 앞두고 정비사업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GTX역 인근 집값이 하락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당초 시장에선 GTX에 집과 목적지를 바로 잇는 지하철 역할을 기대했지만 막상 이용해 보니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데 그치는 일반 기차와 가깝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GTX를 타러 가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평균 배차 간격이 20분가량 되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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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 도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 대출 막히자 집값 뚝뚝

더 큰 원인은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한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에 있다. 지난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되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었고, 시중 은행들도 가산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자 아파트 시장이 크게 얼어붙은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50∼5.720% 수준으로, 한은이 이달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35%로 인하했음에도 일주일 새 금리 하단이 0.160%포인트(p) 높아졌다.

주담대의 하단이 4%를 넘어서면서 일반 급여소득자가 수억원을 대출 받아 내 집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지난 3월부터 서울의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수요자들 사이에서 피로감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도 빠르게 급감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8,987건을 기록하며 2020년 7월(1만1,170건)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지만, 9월은 신고일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현재 2,730건에 그쳤다. 7월은 물론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줄어들기 시작한 8월(6,288건)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10월 거래량도 현재까지 722건 신고에 그쳐 거래 침체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 적체 현상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량은 8만8,635개로, 집계를 시작한 2021년 10월 1일 이래 가장 많다. 서울 25개구 중에서는 올 초부터 거래가 많았고, 상승세가 가팔랐던 마포구(9.7%), 동작구(8.8%), 성북구(8.3%), 양천구(7.5%) 등에서 매물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만 멈춰 선 것이 아니다. 가격 상승세도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둘째 주(1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평균 0.11% 오르며, 지난 4주간(0.23%→0.16%→0.12%→0.10%→0.10%)의 둔화세를 끝냈다.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도 -0.47%를 기록해 올해 1월부터 이어진 8개월간의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전환할 전망이다.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대장주' 아파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전용면적 49㎡(1층)는 20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거래가(25억7,000만원·7층) 대비 23.5%(4억9,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같은 달 22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전용 141㎡도 직전 거래(40억원) 대비 12%(4억8,000만원) 하락한 35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달 29일 서초구 서초동 삼풍 전용 130㎡ 또한 32억5,000만원(1층)에 거래되며, 전달 실거래가(36억원·9층) 대비 약 10%(3억5,000만원)가 빠졌다. 이달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11층) 역시 23억3,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지난 9월 기록한 최고가(24억3,000만원) 대비 1억원 하락을 기록했다.

전세 시장도 수요 감소, 역전세난 우려 확대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돈줄 죄기에 따른 불똥은 전세시장까지 튀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1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아예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전세 갈아타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현지 중개업소들이 "가을 이사철이 무색하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실제로 추석 이후 가을 이사 수요와 겨울 신학기 수요들이 움직여야 하는 시기에 신규 전세는 거래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전월세 매물만 계속 쌓이고 있다. 아실 집계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4만9,099건으로 불과 보름 전보다 무려 11.9% 증가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1∼2년 전 전세사기 사태를 촉발한 역전세난이 다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온다. 또한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 거래는 안 되니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집주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의정부에 집이 있는 고객이 출퇴근 문제로 서울에 전세를 얻으려다가 대출이 안 돼서 포기했다"며 "매매든 전세든 대출이 필요한 사람은 서민들인데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히니 결국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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