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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에 대규모 투자 단행하는 소프트뱅크, '마이너스의 손' 오명 벗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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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오픈AI에 300억 달러 베팅
AI 시장 공략 노리는 ARM과 시너지 창출 전망
"투자 실패 사례 쌓였는데" 일각에서는 우려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배를 탄 양 사가 본격적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산하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과 인공지능(AI) 산업의 시너지를 고려해 관련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소프트뱅크-오픈AI, 같은 배 탔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총 40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 투자 라운드를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다. 리드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소프트뱅크가 300억 달러(약 43조원)를 투자하고, 다른 투자자들이 나머지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나눠서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오픈AI는 3,000억 달러(약 437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4개월 전 자금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1,570억 달러)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발표한 5,000억 달러(약 725조원) 규모의 AI 투자 프로젝트로 오픈AI,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주도하에 AI 합작 회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데이터센터 등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ARM과의 시너지 고려했나

소프트뱅크가 AI 분야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손 회장이 산하 기업 ARM과 AI 산업의 '시너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ARM은 애플·엔비디아·퀄컴·미디어텍·삼성전자 등 고객사에 반도체 설계도를 제공할 뿐 직접 칩을 제조하지는 않았다. 반도체 업계의 '중립 지대'를 지키며 시장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ARM의 경영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은 ARM이 반도체 설계 로열티를 인상하는 장기 전략을 추진했으며, 자체 반도체를 설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ARM이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IP 침해 소송 과정에서 나온 증언과 문서 등을 통해 확인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2019년부터 ‘피카소’라는 이름으로 진행돼 왔으며, 향후 10년에 걸쳐 연간 스마트폰 관련 매출을 10억 달러(약 1조4,450억원)가량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실현을 위해 ARM은 향후 최신 컴퓨팅 아키텍처인 ‘Armv9’을 사용하는 반도체 설계에 대한 로열티를 최대 300%까지 인상하고, 엔비디아, 퀄컴 등의 팹리스 기업처럼 자체 칩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더해 ARM은 AI 칩 개발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상태다. 이는 손 회장의 '10조 엔(약 95조원)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지난해 ARM을 중심으로 10조 엔을 투자해 AI 관련 사업 영역을 확대, 소프트뱅크를 AI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ARM은 2025년 봄 AI 칩 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하고, 같은 해 가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손 회장의 투자 실패 전례

다만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의 공격적인 AI 분야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투자 실패 사례가 누적되며 손 회장의 투자 역량에 대한 시장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8년 손정의 회장이 10억 달러를 투자한 실리콘밸리 건설 스타트업 카테라는 2021년 파산했다. 2020년에는 소프트뱅크가 10억 달러를 투자한 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도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지난 2023년에는 소프트뱅크가 베팅한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파산하며 손 회장이 137억 달러(약 18조원)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위워크는 한때 월가에서 주목받는 유력 스타트업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무실 공유 수요가 급감하고 사업 모델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경영 위기를 맞이했다.

소프트뱅크로부터 12억 달러(약 1조7,000억원)의 전환사채를 조달한 미국의 유전자 검사 기술 개발 업체 인바이테 역시 지난해 2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인바이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등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유의미한 수익 창출에 실패하며 위기에 몰렸다. 이와 관련해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있어 유전자 검사는 일회성”이라며 “인바이테 같은 사업 구조를 보유한 기업이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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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본사, 韓 백화점에 '따이궁 리베이트 중단' 요청 "명품 시장 판도 바뀌나"

루이비통 본사, 韓 백화점에 '따이궁 리베이트 중단' 요청 "명품 시장 판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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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화점, 외국인 큰손에 6% 환급
LVMH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
따이궁 '싹쓸이 쇼핑' 줄면 매출 뚝
사진=LVMH

세계 최대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국내 주요 백화점에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에 주는 리베이트 혜택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이궁이 루이비통 등 자사 제품을 낮은 가격에 구입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 되파는 사례가 많아져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따이궁은 명품 매입처로 한국 면세점을 선호했으나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 백화점으로 다변화했다.

LVMH, 韓 백화점에 "따이궁 리베이트 주지마라"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VMH는 이달 초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에 ‘루이비통을 외국인 리베이트 환급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국내 주요 백화점은 외국인 큰손을 상대로 구매액의 약 6%를 되돌려주는 리베이트 제도를 운영 중이다. 원래 외국인 VIP를 위한 혜택이지만 최근 따이궁이 몰리면서 사실상 ‘따이궁 리베이트’로 변질했다.

따이궁은 중국과 한국 간 가격 차이가 큰 루이비통 제품과 한국에만 있는 모델 등을 한 번에 수억원어치씩 구매해 중국에서 되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낸다. 여기에 6% 리베이트와 환율 변동을 활용하면 3~4%의 판매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한국 백화점 상품은 가품 우려가 없어 중국에서 프리미엄을 받기도 한다.

LVMH가 한국 백화점의 영업 행태에까지 관여한 것은 그만큼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과거 따이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LVMH 실적이 개선돼 더 이상 따이궁 매출까지 필요하지 않게 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LVMH의 작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어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 매출 감소를 겪었지만 4분기에 매출이 1% 늘어 반등에 성공했다.

롯데면세점이 운영 중인 김포공항 출국장 내 면세점 DF1구역의 모습/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도 따이궁 손절 "밑지는 거래 안 한다"

이번 공문은 한국 백화점 내 루이비통 매장에서 따이궁 판매를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베이트가 없으면 따이궁이 취할 수 있는 마진이 사라져 상품을 매입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이궁의 매입처가 한국 백화점으로 확장된 건 1년여 전부터다. 과거 따이궁의 주된 매입처는 면세점이었다.

2017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국상품 불매)으로 인해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자, 국내 면세점들은 따이궁 유치를 위해 출혈 경쟁을 펼쳤다. 송객 수수료란 명목으로 구매액의 40~50%를 리베이트로 줬다. 면세점의 상품 마진이 평균 35%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밑지고 팔았다. 하지만 따이궁과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면세점이 따이궁 리베이트 때문에 줄줄이 적자를 낸 영향이다.

이에 면세점은 지난해부터 리베이트 영업 관행을 확 줄였고, 롯데면세점의 경우 올해 들어 아예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롯데면세점은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형 따이궁 상품의 발주 등을 담당하는 특판조직을 해체하고 지난달부터는 따이궁에게 면세품 판매 중단도 통보했다. 따이궁과의 거래 전면중단을 선언하고 담당 조직까지 없앤 건 국내 면세점 중 롯데면세점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따이궁 대신 자유여행객(FIT)에게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 여행객이 유커에서 ‘싼커’(개별 여행)로 바뀐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베트남 호주 등 해외 점포 20개 중 부실한 점포 정리도 함께 추진한다. 업계는 롯데를 시작으로 신라, 신세계, 현대 등 다른 면세점도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따이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방한 여행객 트렌드 변화에 따른 실적 부진은 롯데뿐 아니라 면세점업계 전체의 문제기 때문이다.

따이궁과 결별 선언하자 매출 반토막

다만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으로 급격히 줄어든 매출을 어떻게 복구하느냐는 과제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이미 한 차례 따이궁의 쇼핑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3년 면세점 외국인 거래액은 11조726억원으로 전년(16조3,902억원) 대비 5조3,176억원 쪼그라들었다.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가 2022년 156만 명에서 2023년 602만 명으로 1년 만에 4배가량 증가했음에도 실질 거래액은 반토막이 난 것이다. 외국인 1인당 면세점 거래액은 1,051만원에서 184만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이는 따이궁과 유커의 구매액이 줄어든 영향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면세점업계는 2020~2022년 코로나19 확산 기간 따이궁에게 대규모 할인 혜택을 줬다가 2023년 초부터 할인 프로모션을 점진적으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은 다소 개선됐지만 매출은 대폭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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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깃은 자동차·반도체"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국내 업계 '비상'

"다음 타깃은 자동차·반도체"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국내 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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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 이어 자동차·반도체·의약품 관세 부과 시사
현대차·기아,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 다수 타격 전망
"북미 매출 비중 높아졌는데"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고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인해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에 25% 보편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자동차·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대미 핵심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시장에서는 관세 부담이 가중될 경우 현대차, 기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각 업계 주요 플레이어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자동차·반도체 정조준

1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나 면제 없이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며 관련 포고문에 서명했다. 그는 "우리는 친구와 적들로부터 똑같이 '두들겨 맞고' 있었다"며 "우리의 위대한 산업들이 미국에 돌아올 때가 됐다"고 발언했다. 관세 장벽을 통해 미국의 무역 적자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관세 강화 조치는) 이전(집권 1기)과 달리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포고문에 따르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국에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영국 등이 포함됐다. 모두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미국의 수입 물량 제한(쿼터제)의 대가로 '철강 25%·알루미늄 10% 관세' 예외를 인정받은 국가들이다. 한국의 경우 대미 수출 철강 물량을 263만 톤(t)으로 제한하는 대신 무관세 혜택을 받았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4주 동안 매주 회의를 열고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해 들여다보겠다"며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고, 자동차는 매우 중요한 품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정책을 통해 자국의 자동차·반도체 산업 재건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내 車업계 '한숨'

트럼프발(發) 관세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숨도 깊어져 가고 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수출 시 관세가 면제되고 있으며, 화물차(픽업트럭)에만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자동차 핵심 원자재인 철강·알루미늄에 더해 완성차 자체에도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현대차, 기아, 한국GM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물량 중 미국으로 향하는 물량의 비중은 45%에 달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사업장인 한국GM이 지난해 해외에 수출한 물량(47만5,000대) 역시 대부분이 북미 시장으로 향했다.

관세로 인한 위기가 본격화하자 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등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지은 새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량을 기존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리고,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을 동원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려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미국 본사의 '수출 기지' 성격을 띠는 한국GM의 경우 위기를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장벽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GM이 국내에서 생산을 지속할 유인을 잃으며 사업 철수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GM은 앞서 군산 공장 철수를 단행하는 등 국내 시장 철수를 지속적으로 고려해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25%까지 올릴 경우, 한국GM은 더 이상 국내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업계도 위기 직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반도체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북미 매출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1~3분기 북미 매출은 27조3,058억원으로 1년 전(9조7,357억원) 대비 3배가량 급증했다. 전체 매출 중 북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45.4%) 대비 13.4%포인트(p) 상승한 58.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미주 매출(가전·반도체 포함)은 84조6,771억원으로 전년 동기(68조2,784억원)보다 24%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미주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7.6%로 아시아 및 아프리카(16.8%), 유럽(16.6%), 중국(15.4%)보다 월등히 높았다.

향후 이들 기업은 현지 생산 기지를 통해 관세 부담 경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 달러(약 24조7,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3조원)를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6,12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지 생산 시설이 관세 리스크 회피를 위한 활로로 부상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관세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은 반도체 제조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관세 부과는 미국 기업들에도 불이익"이라며 "결국 (반도체 관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와 대중(對中) 수출 제한 협조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후로도)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해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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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정치 행보 후폭풍, 테슬라 투자자들 "머스크 주의 분산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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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투자자들 "일론 머스크의 D에 대해 걱정"
많은 직책 보유한 머스크에 대한 호감도 저하
정부효율부 관련 머스크의 활동, 주가에 부정적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일론 머스크 X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이 두 달 만에 27% 감소했다. 머스크는 지난해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떠올랐지만 최근 여러 논란에 휩싸이면서 테슬라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그가 운영 중인 테슬라도 중국 등에 치여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 '순호감도' 하락

11일(이하 현지시간) 마켓워치는 테슬라 투자자들이 또다시 “공포스러운 일론 머스크의 D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는 주의분산을 의미하는 ‘Distraction’ 의 머리글자다. 현재 머스크는 테슬라 외에도 X(옛 트위터), xAI,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스페이스X 등 6개 회사를 운영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서 새로 구성된 정부효율부(DOGE)를 운영하는 직책도 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만 해도 투자자들은 테슬라 CEO가 트럼프 행정부의 일까지 하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지난해 11월 5일 선거와 1월 20일 취임식 사이에 테슬라 주가가 70%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머스크의 정부효율부 활동이 더 활발해지자 주의 산만에 대한 우려가 시작됐다.

저가EV나 자율주행차가 나오기 전인 지금, 테슬라는 판매 부진 문제도 겪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유럽 시장에서 일제히 판매가 줄고 있는데, 이를 두고 중국 자동차기업의 약진뿐만 아니라 머스크에 대한 호감도 저하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비등하다. 스티펠의 분석가 스티븐 젠가는 테슬라에 대한 순호감도 평가가 2024년 1월 9%에서 올해 1월 말에 3%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2018년 1월에 테슬라에 대한 호감도는 33%에 달했다. 젠가 분석가는 테슬라에 대한 호감도 하락은 머스크의 정치 활동이 소비자들의 테슬라 구매 의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효율부 관련 머스크의 활동이 뉴스에 자주 노출되면서 테슬라에 대한 순호감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로도 불사하는 '하드코어' 업무방식

그러나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 칭하는 머스크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머스크는 1995년 집투(Zip2)의 첫 사무실을 마련했을 당시 사무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잤다. 테슬라 네바다 배터리 공장 옥상, 프리몬트 조립공장의 책상 밑에서 잠을 자는 일도 허다했다. 2018년 기자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몇 시간의 노동이 가장 적절하냐'고 묻었을 당시 머스크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주일에 80~100시간이 적당하다"며 본인은 주당 120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의 이런 의중은 정부효율부 구인 공고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머스크는 "우리는 비용 삭감 업무에 매주 80시간 이상 일할 용의가 있는 초고지능(super high-IQ)의 작은 정부(small-government) 혁명가들이 필요하다. 보수는 0"이라고 했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은커녕 과로에 무보수까지 각오할 지원자를 받겠다는 '당당한' 요구였다. 그동안 기업인 머스크가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보여왔던 행보 그대로다. 일하는 내내 직원에게 하드코어를 주문하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머스크는 또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비현실적인 일정에 맞춰 성과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두고 머스크 측근들은 전류나 전압이 순간적으로 급격히 높아진다는 의미의 '서지(surge)'라는 용어를 붙이기도 했다. 24시간 내내 올인해야 한다는 머스크식 업무 방식을 의미한다.

사진=테슬라

두 달 만에 자산 27% 증발

하지만 테슬라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새로운 업무와 관련해 부정적인 기억이 있다. 지난 2022년 머스크가 트위터에 대한 입찰을 언급하자 전날 340.79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트위터 인수가 마무리된 10월 28일 229달러까지 떨어졌었다. 이는 트위터 인수 전보다 약 33% 하락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테슬라 주가 움직임도 트위터 인수 당시와 유사하다고 평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테슬라 주가는 11% 급락했다. 이에 따라 머스크의 자산도 3,946억 달러(약 573조4,000억원)로 급감했다. 테슬라의 주식과 옵션은 머스크의 자산에서 6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주 테슬라 주가는 부진한 월 실적을 발표하며 작년 10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테슬라 주가는 10일에도 3% 떨어져 주당 350.73달러로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머스크는 트럼프 취임 이후 3주간 정치 행보에 집중해 왔다. 머스크가 트럼프 2기 정부 실세로 부상하면서 테슬라에 필요한 각종 규제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테슬라 주가에 주요 동력이었다. 그러나 정부효율부를 이끌면서 미국 대외 원조기관 국제개발처(USAID) 해체와 연방 정부 공무원 인력 감축 등을 주도, 월권 논란 등에 휩싸였다.

또 유럽의 극우 정당들을 지지하고 나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달 독일에서 테슬라의 신차 등록 대수가 급감한 것과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독일에서 머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기자동차 보조금 정책 변경과 자율 주행 기술에 대한 공식화된 표준 제정 등 트럼프 새 정부가 테슬라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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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투자하고, 제도 개선하고" 당정, K-방산 지원에 힘 싣는다

"3조원 투자하고, 제도 개선하고" 당정, K-방산 지원에 힘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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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2027년까지 방산업계에 3조원 투입
특별연장근로 인가 등 제도적 지원 가능성도 커져
급속도로 성장하는 K-방산, 정부 지원 딛고 도약할 수 있을까

당정이 국내 방산업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향후 방산 분야 핵심 전략 기술에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고, 업계 현실에 발맞춘 제도적 개선을 실시해 우리나라의 방산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K-방산 투자 확대

10일 당정은 국회에서 'K-방산 수출 지원을 위한 협의회'를 열고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지원책을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등 정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방산기업 대표들도 자리했다. 

협의회에서 당정은 인공지능(AI)·우주·첨단소재·유무인 복합 체계 등 10대 국방 전략 기술에 2027년까지 총 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집중 투자를 통해 첨단 제품 개발 기반을 마련해 미래 국방 과학기술을 선도한다는 복안이다.

이 밖에도 당정은 방산 분야 소재·부품 경쟁력을 가진 국내 우수 중소기업이 글로벌 방산 공급망에 편입될 수 있도록 기업당 50억원 수준의 자금을 최대 2년간 지원하는 ‘글로벌 밸류 체인(GVC)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폴란드 등 주요 방산 수출국과의 계약과 관련해 서한문 발송, 국회 현지 방문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한 방산 분야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

제도적 지원에도 박차

이날 협의회에서는 방산업계의 특별연장근로 인가 등 제도적 조치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법정 연장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해야 하는 경우, 근로자의 동의 및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 절차를 거쳐 법정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은 연간 최대 180일이다.

협의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납기일을 중요시하는 업계 입장에선 180일 범위에서 특별연장근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등 필요한 대책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당정은 퇴역 군인 및 국방과학연구소 과학자들의 취업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들이 특수 직종에서 근무하고 퇴직했을 때 외국 취업은 제한이 없다"며 "그런데 국내 기업은 이 문제(특수 직종 종사) 관련 심사를 받아야 하고, 지금 규정이 까다롭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혁신처에서 '획기적으로 문을 열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대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K-방산업계의 성장세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이 국내 방산업계의 성장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실린다. 최근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줄줄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수출 실적의 '견인차'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7,247억원)와 현대로템(4,565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407억원), LIG넥스원(2,308억원) 등 국내 방산 기업 ‘빅4’의 합산 영업이익은 2조6,527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1조3,350억원) 대비 98.7%나 급증한 수준이다.

올해 실적 전망도 낙관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루마니아가 추진 중인 4조3,000억원 규모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육군이 추진 중인 자주포 현대화 사업(SPH-M)에서도 후보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미 육군은 올해 7월쯤 1단계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KAI의 경우 지난해 이라크와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FA-50 전투기의 기존 수출국을 대상으로 추가 수출을 논의 중이다. 현대로템은 올해 폴란드에 총 96대의 K2 전차를 납품할 예정이며, LIG넥스원은 지난해 이라크와 3조1,500억 원 규모의 중거리 유도미사일 체계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향후 정부의 적절한 대처가 없다면 이 같은 성장세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K-방산의 글로벌 입지가 확대되면서 외국 방산 기업들의 견제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방산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상대국의 신뢰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각 업체가 추가적으로 기술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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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 일로’ K제조업, 중국 특수 사라지고 시장 경직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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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조업 평균가동률 72.9%
일자리 감소분 절반은 제조업 분포
중국 중간재 자립도↑, 수출 적신호

오랜 시간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제조업이 전방위적 위기에 봉착했다. 대기업들은 적자로 얼룩진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고, 중소기업은 장기화한 내수 부진을 이기지 못한 채 깊은 시름에 빠졌다. 일부 기업은 고용과 규제 등에서 경직된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등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특수’가 끝난 만큼 단기간 내 우리 제조업이 반등할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다.

화학 등 제조업 전반에 몰아닥친 한파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첫해 산업생산이 크게 위축됐던 데 따른 결과로, 2021년(5.5%) 이후 4년 연속 오름세다. 다만 제조업의 경우 반도체와 의약품을 제외한 대부분 분야가 뒷걸음질 치면서 평균가동률이 72.9%에 그쳤다.

제조업의 불황은 실적 악화로도 드러났다. 지난해 3분기(7월~9월) 103개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41조7,245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43% 줄었다. 이와 함께 향후 실적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화학 업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기존 1조6,250억원에서 1조2,735억원으로 무려 21.63% 깎였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정제마진이 줄어들면서 코오롱인더, KCC, 금호석유, HS효성첨단소재 등 대부분 기업이 영업이익 감소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지난해 1~11월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전년보다 0.9% 줄어든 98.1에 그치며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중소기업의 주요 생산 품목이 의류, 신발 등 비필수 소비재에 집중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작년 3분기 국내 가구 평균 의류·신발 지출은 11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다. 제조업 불황의 주범으로 장기화한 내수 부진이 지목되는 배경이다.

경직된 규제·고용시장에 ‘탈(脫) 한국 선언’ 줄 이어

전문가들은 제조 국가로서 한국의 입지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여러 환경적 요인을 지적했다. 경직된 고용시장이 대표적 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일자리 감소분의 절반이 제조업에 분포해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 성과 중심으로의 직무급제 전환, 경직적인 주52시간 근로제도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2020년대 들어 우리 산업은 제품이 아닌 공장을 수출하는 식으로 변모해 왔다. 많은 기업이 원가 및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 시설을 동남아로 옮긴 데 이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기업들은 정책 보조금이 지급되는 미국, 유럽 등으로 떠났다. 미국 제조기업의 복귀를 지원하는 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2023년 미국에 새로 생긴 일자리 28만7,299개 중 약 14%가 한국 기업에서 나왔다고 분석하며 “한국은 기업 수출대국(big exporter)”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현재로선 한국을 떠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건비와 원자재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가, 각종 규제 또한 유연해 사업 확장이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에 총 2조원 규모의 태양광 및 반도체 폴리실리콘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다. 저렴한 인건비는 물론 수력 발전으로 전력을 100% 조달할 수 있어 미국·유럽 시장이 요구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조건도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직된 규제도 제조업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행렬을 부추기고 있다. 샴푸, 린스 등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A사는 반려동물 시장의 급성장을 확인한 후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내법상 기존 설비로 반려동물용품을 제조하면 불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A사 관계자는 “반려동물 샴푸·린스는 ‘동물용 의약외품’에 해당해 별도 규정에 따라 시설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꼬집으며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생산시설을 국내에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중 중간재 수출 급감, 향후 전망도 ‘먹구름’

그간 든든한 소비 시장으로 기능해 온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우리 제조업엔 악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대중국 무역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180억 달러(약 24조7,5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향상으로 중간재 자급률이 상승했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설명이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의 중국 수출품 80% 상당이 중간재인 만큼 중국의 기술 고도화는 한국의 제조업 수출 부진을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며 수출 부문에서 과거처럼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중국 성장구조 전화 과정과 파급영향 점검’ 및 ‘최근 수출 개선 흐름 점검 및 향후 지속가능성 평가’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가 높아지고 기술경쟁력 제고로 경합도가 상승함에 따라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우리 제조업의 중국 수출 비중은 낮아지고, 미국이 커지는 등 최대 수출국 지위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라는 새로운 국제협력체를 구성하고 스마트 제조업, 녹색 제조업 등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진화된 기술이 자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또한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해 “중국 정부가 경제를 구하는 길은 새로운 기술과 과학 시스템에 있다”며 기술 강국으로서의 도약을 선언했다. 우리 제조업의 앞날에 드리운 먹구름이 한층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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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부터 제조업까지, 韓 성장 엔진 위협하는 '차이나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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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테무,쿠팡 턱밑 추격
中 과학 기술 수준, 한국 이미 추월
배터리·휴대폰 약진,반도체도 위협

한국 산업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로 대표되는 덩치 큰 교란종이 유통업계를 휘저으며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고, 조선·전기차 등 제조업에서도 중국의 기술 약진과 시장 장악이 현실화된 분위기다. 이에 오랜 기간 중국 산업을 한 수 아래로 치부해 왔던 우리나라는 비상이 걸렸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현상이 장기화할수록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팽하다.

알리·테무, 한국서 4조 넘게 벌어

11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알리·테무의 결제 추정 금액을 조사한 결과, 알리의 2024년 결제 추정 금액은 3조6,897억원, 테무의 결제 추정 금액은 6,002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의 합산 추정 금액은 4조2,899억원에 이른다. 직전 해인 2023년과 비교하면 무려 85% 오른 수치다.

또 지난해 12월 기준 알리와 테무에서 결제한 한국인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은 각각 8만8,601원과 7만2,770원으로 파악됐다. 특히 결제자의 성별을 살펴보면 알리 결제자는 남성이 73.1%로 여성(26.9%)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반대로 테무에서는 여성 50.9%, 남성 49.1%로 비슷한 결제 분포를 보였다.

C커머스 공세에 칼바람 부는 韓 이커머스

알리·테무는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저변을 넓혀왔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912만 명, 823만 명으로 쿠팡(3,303만 명)에 이어 2·3위 자리를 굳혔다. 특히 2021년 2월 168만 명에 불과했던 알리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해 1,000만 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C커머스의 공세는 한국 이머커스 기업들을 생존 위기로 내몰고 있다. C커머스의 한국 진출 초기만 해도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지만 소비 분야를 가리지 않는 C커머스의 물량 공세가 계속되자 대기업 또한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실제로 11번가(781만 명)·G마켓(543만 명)·GS샵(346만 명) 등 국내 업체는 이들과의 격차를 쉽사리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G마켓과 알리의 합작법인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G마켓도 사실상 알리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종 이커머스 업체의 경쟁력은 계속 뒤처지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쇼핑을 제외하고는 C커머스가 국내 토종 기업을 모두 집어 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구조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3월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9월에는 본사 사옥을 기존 서울스퀘어에서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하며 비용 감축에 나섰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지난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G마켓 역시 작년 하반기 들어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들의 올해 목표는 성장이 아닌 생존이다.

8대 핵심산업 중 7개 중국이 추월

현재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추월'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분석한 ‘한·중 8대 주력 산업의 세계 시장 수출 점유율 추이’에서도 석유화학을 제외한 7개 부문 모두 중국에 뒤처지며 한국 산업계가 중국이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 한국 과학 기술은 이미 중국에 추월 당한 지 오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술 수준 평가 결과(2022년 기준)’에 따르면 국가별 기술 수준은 1위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유럽연합(EU) 94.7%, 일본 86.4%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81.5%로 이들 국가에 한참 밀릴 뿐 아니라 중국(82.6%)조차 뛰어넘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소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 세부 평가에서도 중국은 86.5%를 기록해 한국(81.7%)을 뛰어넘었다. 한국은 이차전지 분야에서만 세계 최고 수준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그나마 자존심을 세운 이차전지 산업에서도 한국 위상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판매한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에서 중국 CATL이 1위에 올랐다. 이 기간 CATL의 점유율은 37.9%로 LG에너지솔루션(10.8%), SK온(4.4%), 삼성SDI(3.3%)를 가뿐히 제쳤다. 중국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중국 내수 시장까지 포함하면 국내 배터리 업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세계를 호령해 온 한국 조선업도 불안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유지하던 조선 산업 가치사슬 종합 경쟁력 1위는 2023년 중국에 내줬다. 한국의 2023년 종합 점수는 88.9로 중국(90.6)에 이은 2위에 그쳤다. 2020년 이후 한국이 줄곧 1위를 지켰지만 결국 추월당한 것이다. 고부가가치 분야인 친환경 선박 경쟁에서도 중국이 한국의 경쟁력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평가된다. 작년 9월 세계 5위 선사 하파크로이트가 발주한 5조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24척 수주전에서, 중국 민영 조선소인 양쯔장조선과 뉴타임즈조선이 한국 기업들을 제치고 계약을 따낸 것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 전장인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0.5%로 미국 테슬라(12.9%)를 제치고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섰다. 스마트폰 시장도 안심할 만한 상황이 못된다. 중국 휴대폰 업체 화웨이는 지난해 1분기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화웨이 점유율은 35%로 삼성전자(23%)보다 10% 이상 높다.

이에 국내 산업계에서는 한국을 먹여살린 반도체 산업 주도권마저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440억 위안(약 68조4,000억원) 규모의 세 번째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1차 1,400억 위안(약 27조8,000억원), 2차 2,000억 위안(약 39조7,600억원)에 이어 반도체 산업 육성에만 무려 135조원 실탄을 쏟아붓는 것이다. 이는 이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는 금액(70조원)의 두 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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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손에서 1년’ 남양유업, 6년 적자행진 끝내고 성장 가도 재입성 목전

‘사모펀드 손에서 1년’ 남양유업, 6년 적자행진 끝내고 성장 가도 재입성 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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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소폭 감소에도 내실 챙겨
비효율 부문 정리 등 사업 재편 주효
전 경영진 소송 장기화, 쇄신에 걸림돌
남양유업 나주공장 전경/사진=남양유업

종합식품회사 남양유업이 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전임 경영진 체제에서 6년 가까이 지속해 온 당기순이익 적자를 끝내고 마침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경영을 주도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다만 시장에서는 남양건설이 단기간 내 이룬 체질 개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기업 이미지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업적자 1년 만에 86.2% 축소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7,324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662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흑자를 거둔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 또한 715억원에서 99억원으로 86.2% 축소됐다. 매출은 9,52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으나, 사업 개편과 원가·비용 효율화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남양유업이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9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분전에 경영 효율화와 고객 중심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월 말 최대 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변경된 이후, 같은 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이사회 구성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경영 혁신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비효율적인 외식 사업을 정리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또 전사적 체질 개선과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확립하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실적 개선과 함께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매입한 주식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소각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소액주주들의 투자 접근성을 개선하고, 주식 유동성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밖에도 남양유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ESG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와 소비자 신뢰 강화를 위해 강도 높은 쇄신과 ESG 경영을 병행한 결과 실적 개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며 “ “앞으로도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매출은 꾸준히 하락세

그러나 일각에선 남양유업의 실적 개선이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고강도 사업 재편으로 내실은 챙겼지만, 그만큼 매출 하락 등 체급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남양유업 매출은 약 2,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으며, 상반기(1∼6월) 매출 또한 전년보다 4.5% 내려간 4,787억원을 거두는 등 하락세를 거듭 중이다.

기업 이미지 쇄신도 시급한 과제다. 남양유업은 과거 오너 리스크로 얼룩진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고강도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준법윤리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홍 전 회장과의 소송전이 지속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을 상대로 444억원의 퇴직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으며, 8월에는 회사가 홍 전 회장과 임직원 3인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아울러 홍 전 회장이 회사 이름으로 구매한 미술품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다툼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전 회장과 진행 중인 소송은 경영 정상화의 과정일 뿐, 부정적 이슈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하며 “사명 변경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새롭게 나온 말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남양유업 창립 초기 제품군/사진=남양유업

추락한 기업 이미지 회복까지 험난한 길

1964년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세운 남양유업은 1967년 국내 최초의 조제분유 남양분유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렸다. 우량아 선발대회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국민분유’란 타이틀까지 얻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발효 유제품 불가리스를 시작으로 이오, 맛있는우유GT 등 해마다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꿈의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불거진 ‘갑질사태’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함께 제품을 강매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한 해당 사건으로 남양유업은 124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맞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와 3년에 가까운 싸움 끝에 과징금을 5억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는 사이 급전직하한 기업 평판 하락에도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 별도의 자문사를 두지 않고 단기간에 계약을 성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연이은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불매운동까지 전개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입방아에 오르는 일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이를 두고 당시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남양유업은 악습을 반복하는 조직문화 탓에 소비 환경 변화에도 대응하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향후 생존을 위해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체질을 개선하고,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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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완성차 제조사, '자율주행 기술 대중화' 선언하며 테슬라와의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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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BYD, 자율주행 시스템은 필수 안전장치
고급형부터 저가형까지 전 차종 도입 선언
테슬라는 FSD 승인 늦어지며 中 출시 지연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강자 BYD가 전 차종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무료로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고급 모델에만 적용되던 자율주행 기능을 보급형 모델까지 확대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선택적 옵션'이 아닌 '필수 안전장치'로 자리 잡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와의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아직 중국 정부로부터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한 만큼 중국 자동차가 전기차 시장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흐름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BYD, ADAS '신의 눈'에 딥시크 AI 기술 적용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10일 BYD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스마트 전략 발표회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신의 눈(God’s Eye)'을 전 차종에 무료로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한 버전에는 거대언어모델(LLM) 딥시크 R1 기반의 아키텍처 쏸지를 자사 ADAS 시스템에 적용했다. 왕촨푸 BYD 회장은 "전 차종에 신의 눈을 탑재해 전 국민 자율주행 시대를 열겠다"며 "이제 자율주행 시스템은 더는 가질 수 없는 사치품이 아니라 안전벨트·에어백처럼 필수 도구"라고 강조했다.

BYD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10만 위안(약 1,988만원) 이상 차량에 신의 눈을 기본 탑재하고, 7만 위안(약 1,392만원)짜리 시걸 해치백 등 저가 3종에도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023년 처음 선보인 신의 눈은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원격 주차를 포함한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했는데 기존에는 3만 달러(약 4,362만원) 이상 모델에만 탑재됐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은 3만2,000달러(약 4,654만원) 이상 모델부터 장착된다. 반면 지리자동차 등 중국 경쟁사들은 이미 1만5,000달러(약 2,183만원)의 저가 차량에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해 왔다.

BYD는 다양한 저가 차종을 내세워 중국을 비롯해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올라섰지만,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BYD는 지난해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개발에 1,000억 위안(약 19조9,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의 루다오콴 애널리스트는 "BYD가 자율주행 기술의 적용을 확대하면서 15만 위안(약 2,983만원) 미만의 저가 차종에 대한 시장의 공백이 채워지게 됐다"며 "BYD가 이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BYD 약진 속에 테슬라는 中 판매 부진 장기화

이는 테슬라에 있어 악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직 중국에서 FSD 출시 승인을 받지 못한 테슬라가 BYD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며 "BYD가 자율주행 기술의 비용을 낮추면 중국은 물론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 FSD의 후광이 약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9% 늘어난 66만 대에 그친 반면, BYD는 37% 증가한 370만 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저비용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며 43.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분기 중국에서 FSD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직 중국 정부의 허가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당국이 FSD 승인을 위해 기술력, 안전, 법률 등 모든 요소를 전부 들여다보면서 테슬라의 제안이 표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머스크 CEO가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 방문 일정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면서 자율주행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방중 이후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FSD 승인을 받지 못한 채 검토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머스크 CEO가 중국에서 주행하는 테슬라 차량에서 확보한 영상 일부에 직접 접근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외국 회사가 자국 내 지도 정보를 자체 수집해 해외로 반출하는 방식을 보안을 이유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중국에 FSD를 출시하면 중국 사용자로부터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자율주행 기술의 정교화 작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중국 당국이 일부 도시에 한해서만 FSD 시험 주행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자동차 등 中 기업들, 자율주행 기술 대거 선보여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 자율주행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테슬라 FSD의 승인을 빠르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다양한 도로 상황과 실제 주행 데이터 등을 AI 모델 학습에 활용해 각종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한 '엔드 투 엔드' 시스템을 ADAS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할 수 있도록 중국 내 17곳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데이터 부문에서는 테슬라에 비견할 만큼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광저우 모터쇼에서도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들은 한 단계 진일보한 자율주행과 AI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당시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자사의 첫 전기차 모델 SU7 EV의 주행보조 기능을 직접 시연하는 라이브 방송까지 진행했다. 그는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전 과정을 스마트 주행으로 운행했는데 "엔지니어가 주행 시뮬레이션 규칙을 코딩하는 대신, 카메라와 대규모 AI 모델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주행 결정을 하는 테슬라 FSD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크는 스마트 주행 솔루션 2.0 버전을 공개했다. 해당 시스템은 엔드 투 엔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도로 학습 없이 빈 공간을 찾아 주차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와 지리자동차의 합작사인 지두오토는 전기 하이퍼카 로보 X를 선보였다. 로보 X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1.9초 만에 도달하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샤오펑, 리오토, 창청자동차 등이 지난해 최신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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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차 판매 10대 중 4대는 중국산, 자국 아닌 해외 활로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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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국산 자동차 판매 9천만 대 '훌쩍'
내수 시장은 가격 경쟁 심화, 탈락자 속출
주변국 진출에 속도, 한국 시장도 타깃

지난해 12월 중국산 자동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4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과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성장이 맞물리며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내부적으로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외부 활로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정부 보조금 등에 업은 전기차 분전 주효

11일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산 자동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854만 대로 시장 점유율 41%를 차지했다. 2024년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판매량은 9,060만 대,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0.90%p 증가한 34.7%다. CPCA는 BYD, 체리자동차, 창안그룹, 지리그룹 등 전기차 업체들의 성장이 중국산 자동차의 글로벌 점유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보조금 정책 또한 내수 시장을 견인하면서 성장세에 일조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에 대당 2만 위안(약 4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신에너지차 시장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만 약 660만 대가 보조금 혜택을 받았으며, 차량 보상판매 보조금 60% 이상이 신에너지차에 지급됐다.

유럽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 및 개도국) 시장 내 성장세 또한 중국산 자동차의 분전에 힘을 보탰다. 특히 유럽에서는 기존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중국 브랜드들의 가격 경쟁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추이둥수 CPCA 사무총장은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면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정책과 업체들의 기술 혁신 노력에 따라 중국산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혈에 가까운 내부 경쟁, 생존도 어려워

다만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이어지면서 탈락자가 속출해 눈길을 끈다.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 어큐라와 일본 미쓰비시는 2023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가오허(高合), 허추앙(合创), 티엔지(天际) 등 다수의 중국 현지 기업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지리그룹과 중국 대표 빅테크 바이두의 합작사로 주목받은 지위에(极越)자동차도 지난해 12월 돌연 사업 축소를 선언했다.

가까스로 생존의 끈을 붙잡은 제조사도 다수 눈에 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베이징현대 충칭공장을 20% 할인된 가격에 매각했으며, 닛산은 중국 공장을 일부 폐쇄와 대규모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의하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 137개 중 10년 안에 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된 브랜드는 BYD와 리오토를 포함해 19개에 그쳤다. 시장에서 “다음에 망할 전기차 어느 곳이 될까”라는 자조 섞인 물음이 확산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무자비한 ‘가격경쟁’이 공멸을 불러왔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실제로 지난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에서 가격 할인을 내 건 승용차 모델은 모두 224개에 달했다. 폭스바겐 파사트는 13만 위안(2,500만원)에 팔렸고, 혼자 시빅은 이에 질세라 10만 위안(약 2,000만원)의 가격표를 붙였다. 테슬라 또한 인기 차종인 모델Y를 사상 최저 가격인 23만9,900위안(약 4,800만원)에 판매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중국 정부를 주축으로 과잉 경쟁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퇴화적(内卷) 경쟁’을 전면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리슈푸 지리자동차 회장 역시 사내 연설에서 “사악하고 퇴화적인 경쟁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가격전쟁 대신 기술혁신, 품질, 브랜딩, 서비스, 기업 윤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같은 ‘건강한 경쟁’이 현실로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7월 가격 할인을 멈추고 정가로 되돌린 BMW가 불과 한 달 사이 절반에 가까운 매출 하락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출혈에 가까운 가격 인하 경쟁은 해를 넘겨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BYD는 올해 설 연휴 직전 주요 차종 가격을 한시적으로 최대 12% 인하했으며, 니오와 샤오펑, 립모터 등 주요 전기차 업체들도 인하 폭과 시기를 검토 중이다.

(왼쪽부터) 퍼포먼스 중형 전기세단 BYD 씰(SEAL), 소형 전기SUV BYD 아토3(ATTO3), 중형 전기SUV BYD 씨라이언7(SEALION7)/사진=BYD코리아

韓 시장 공략, 첫 단계는 소비자 경험 확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은 완성차 업체들은 이제 주변국으로 사세를 넓혀 그간의 출혈을 만회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국 시장 또한 이들 중국 업체의 타깃으로 지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 수출길이 좁아지고, 유럽 또한 높은 관세와 역내 보조금 정책 등을 시행할 것으로 예견되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한 BYD에 이어 지리그룹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 또한 연내 한국 상륙이 유력한 상황이다.

업계는 중국 기업들이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시장 대신 렌터카를 비롯한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선제 공략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5년 이상 보유·운행하는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렌터카나 법인 차량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이를 일반 시장 수요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스파트너스는 국내 렌터카 시장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국자동차대여사업연합회에 의하면 어피니티가 인수한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지난 9월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 총합은 37%, 등록된 차량 대수는 45만 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들이 한국 진출 초반에는 다소 고전하겠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나쁘지 않다”고 진단하며 “심각한 내수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는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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