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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텍-퀄컴-애플 3파전" 격화하는 모바일 AP 시장 경쟁,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성과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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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텍, 中 비보 신제품에 '디멘티시 9400' 탑재
애플은 A18 시리즈, 퀄컴은 스냅드래곤 8 엘리트로 승부수
국내 모바일 AP 대표 주자 삼성, 수율 부진으로 '홍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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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미디어텍의 차세대 모바일 AP '디멘시티 9400'/사진=미디어텍

프리미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만 미디어텍이 디멘시티 시리즈를 앞세워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퀄컴과 애플 등 주요 모바일 AP 제조 업체들도 줄줄이 준수한 성능의 첨단 AP 제품을 내놓으며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모바일 AP 시장 패권 넘보는 미디어텍

22일 공상시보 등 대만 언론은 “비보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가격을 7% 이상 인상했는데, 이는 미디어텍의 AP 가격 상승과 연관된다”며 “미디어텍의 프리미엄 플래그십 제품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할 때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가 14일(현지시각)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X200 시리즈′에는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400이 탑재됐다.

지난 9일 시장에 공개된 디멘시티 9400은 3.62GHz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Arm의 코어텍스-X925 코어와 3개의 코어텍스-X4 코어, 4개의 코어텍스-A720 코어를 탑재한 옥타코어 CPU를 담은 모바일 AP 제품이다. 전작인 디멘시티 9300와 비교하면 싱글 코어 성능은 35%, 멀티 코어 성능은 28% 향상됐으며, TSMC의 2세대 3나노 공정(N3E)에서 생산돼 전력 소비량도 이전 제품 대비 4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디어텍은 보급형·중저가 모바일 AP 시장의 강자였으나, 2019년부터 디멘시티 시리즈를 통해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 1위 업체인 퀄컴의 위상에 도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텍의 참전으로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의 경쟁이 한층 격화했다"며 "3나노 첨단 제품 경쟁에서 승기를 쥐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퀄컴·애플의 첨단 제품 라인업

이런 가운데 시장은 하반기 시장 경쟁을 주도할 주요 모바일 AP 제조사들의 첨단 제품 라인업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의 대표적인 플레이어로 꼽히는 퀄컴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와일레아 비치 리조트 메리어트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24'에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모바일 플랫폼을 공개했다.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퀄컴 최초의 3나노 제품이 베일을 벗은 것이다.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는 전작인 스냅드래곤8 3세대 대비 44% 높은 CPU 전력 효율을 자랑한다. 이외로도 GPU(40%), AI(45%), SoC(27%), NPU(45%) 등 다방면에서 성능이 향상됐다. 스냅드래곤 8 엘리트에 적용된 오라이온 CPU 역시 성능이 개선됐다. 전작 대비 싱글코어 성능이 45%, 멀티코어 성능이 역시 45% 개선됐으며, 웹브라우징 능력은 62% 늘었다. 게이밍 성능은 전작 대비 40% 성능 향상됐으며, 레이 트레이싱 역량도 35% 개선됐다.

최근 모바일 AP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애플은 지난달 공개한 3나노 'A18' 시리즈를 필두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A18 시리즈의 최고 성능 제품인 A18 프로 칩에는 2개의 성능 코어와 4개의 효율 코어를 탑재한 새로운 6코어 CPU(중앙처리장치)가 탑재됐다. 전반적인 성능은 이전 세대 대비 15% 향상됐으며, 병목 현상 없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데이터양을 뜻하는 시스템 메모리 대역폭도 17%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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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전자

맥 못 추는 삼성전자 '엑시노스'

한편 국내 모바일 AP 시장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중급 AP 제품인 '엑시노스' 시리즈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지난 수년간 엑시노스 시리즈는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의 아성에 밀려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에 좀처럼 활용되지 못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 '갤럭시S24' 고급 모델에도 퀄컴 AP가 탑재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갤럭시S25에 엑시노스 시리즈가 활용될 가능성도 사실상 낮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시장은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AP '엑시노스 2500'이 갤럭시 S25 일반형 모델에 전량 탑재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엑시노스 2500이 수율 문제와 성능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의 수율은 현재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통상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한 수율은 60% 수준으로, 수율 문제를 잡지 못하면 (엑시노스 시리즈의) 활용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AP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 실패하면서 삼성전자의 AP 시장 점유율 역시 부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3나노 AP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미디어텍, 퀄컴 등과는 사뭇 대조되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미디어텍 32%, 퀄컴 31%, 애플 13%, 삼성전자 6%, 하이실리콘(화웨이) 4%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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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DS] 美 아시아·태평양계 의료 데이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①

[해외DS] 美 아시아·태평양계 의료 데이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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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된 'AANHPI' 데이터, 각 커뮤니티의 고유 건강 위험 요소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모범 소수자' 고정관념과 연구 자금 부족이 데이터 세분화의 걸림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커뮤니티별 건강 위험 분석 필요성 대두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제도 주민으로 구성된 'AANHPI'(Asian American, Native Hawaiian and Pacific Islanders) 커뮤니티는 서로 다른 배경과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들이 하나의 범주로 묶여 의료 데이터가 수집되면서, 각 커뮤니티의 고유한 건강 위험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리시아 주(Alicia L. Zhu)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 보건의료 연구·교육 센터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팀은 AANHPI 커뮤니티 내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과 심장 건강 간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동일한 스트레스 요인이 중국계에서는 당뇨병, 필리핀계에서는 고혈압, 인도계에서는 수면의 질 저하와 더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커뮤니티의 특성에 맞춘 세부적인 의료 데이터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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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통합 데이터가 가린 AANHPI 건강 격차

1997년 미국 인구조사에서 정의된 AANHPI 카테고리는 현재까지 병원, 주, 국가 건강 데이터베이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질병 발생률을 평가하고 건강 요구를 분석해 자원을 배분한다. 그러나 AANHPI 범주는 다양한 인구 집단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50개국 이상의 출신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 다른 생활 방식과 유전적 배경을 지녀 건강 위험 요인도 크게 다르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수 집단 중 하나에 속한다.

현재 AANHPI 커뮤니티 출신의 옹호자, 연구자, 현장 활동가들이 데이터 형평성을 개선하고 건강 증진을 위한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통합된 데이터가 각 커뮤니티의 건강 격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드러나면서, 연구자들은 태평양 제도, 남아시아, 베트남 등 특정 AANHPI 집단의 질병 위험을 개별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별 데이터가 세분돼 인종 정보가 생물학적 요인과 혼동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데이터는 정책 입안자들이 각 커뮤니티의 특성에 맞춰 자원을 배분하고, 보다 효과적인 소통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AANHPI 데이터를 세분화한 결과, 보건 전문가들은 B형 간염 예방 접종률을 높이고, 코로나와 산불로 인한 하와이 지역사회의 피해를 줄이며, 남아시아 커뮤니티의 심장 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한 식단 전략을 마련하는 등 큰 진전을 이뤘다. 이에 대해 스텔라 이(Stella Yi)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메디컬센터 전염병학자는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자금 지원 불균형과 고정관념이 원인

과도하게 통합된 데이터는 각 커뮤니티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계 미국인의 암 사망 위험이 백인보다 약 40% 낮다고 알려졌지만, 데이터를 세분화하면 의미 있는 차이가 드러난다. AANHPI 그룹 내에서 베트남, 라오스, 차모로(마리아나 제도 출신) 남성에게서는 폐암이 가장 흔한 암으로 진단되며, 라오스, 몽, 캄보디아 남성에게서는 대장암 발생률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통합된 데이터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감춰지기 쉽다. “한 그룹은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다른 그룹은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라고 조셉 카홀로쿨라(Joseph Kaholokula) 하와이대학교 마노아캠퍼스 존 번스 의과대학 하와이 원주민 보건학과 교수는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건 무의미하다. 좋은 과학이 아니며,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이렇게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연방과 주에서 관리하는 의료 데이터베이스가 오랫동안 연구자들에게 인구 집단에 대한 제한된 정보만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데이터 분류를 위한 초기 시도는 인구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됐으며, 특히 소수 인구 집단의 경우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식별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있었다. 더불어 AANHPI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건강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도 턱없이 부족했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 연구 지원금 중 AANHPI 커뮤니티를 위한 프로젝트에 할당된 비율은 단 0.17%에 불과했다.

한편 이러한 데이터 통합의 배경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모범 소수자'(model minority)로 보는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아시아계가 전반적으로 높은 교육 수준을 유지하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며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티나 카우(Tina Kauh) 미국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의 프로그램 매니저는 “데이터를 세분화하지 않는 배경에는 체계적인 인종차별이 자리 잡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한정된 지원 속에서 과학자들은 모범 소수자 신화를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카우는 이를 “마치 다람쥐 쳇바퀴에 갇힌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MASALA 연구로 본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

사회적 요인과 건강의 관계를 깊이 이해할수록, 각 커뮤니티에 맞춘 맞춤형 치료 설계가 가능해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식습관이다. 미국 내 남아시아 커뮤니티의 심장병 비율이 특히 높은데, 이는 주로 전통적인 식단과 연관이 있다. 당뇨병을 연구하는 알카 카나야(Alka Kanaya)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의학, 역학 및 생물통계학 교수는 대부분의 연구가 서양식 식단을 기준으로 한 표준 질문을 사용해 식습관을 조사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권의 식생활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권고 역시 서양식 식단에 기반한 연구에서 비롯된다. 사람마다 먹는 음식과 요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측정 방법은 결국 의미 없는 데이터를 만들어낼 뿐이다”고 카나야 교수는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카나야 교수와 다른 연구자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남아시아인의 심장 건강을 조사하는 ‘미국 거주 남아시아인의 죽상동맥경화증 매개변수 연구(Mediators of Atherosclerosis in South Asians Living in America, MASALA)’를 진행해 왔다. 이 연구는 남아시아 전통 음식, 예를 들어 도클라(dhokla, 짭짤한 케이크), 삼바르(sambar, 렌틸 스튜), 찐 생선, 양고기 커리, 그리고 인기 있는 간식을 포함한 식단 빈도 질문서를 통해 식습관을 조사한다. 지난해 연구자들은 약 900명의 식단을 분석해 신선한 채소, 과일, 생선, 콩류가 풍부한 ‘남아시아식 지중해 식단’을 식별했다. 이러한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은 같은 그룹 내 다른 사람들보다 심장병과 당뇨병의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데이터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조언할 수 있도록 돕고, 서구식 생활 방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환자들이 쉽게 따를 수 있는 식이 요법을 제안하는 데 유용하다"고 카나야 교수는 밝혔다.

[해외DS] 美 아시아·태평양계 의료 데이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②로 이어집니다.

원문의 저자는 조티 마두수다난(Jyoti Madhusoodanan) 건강, 의학 그리고 생명 분야 과학 저널리스트입니다. 영어 원문은 How to Fix Health Data for People with Asian and Pacific Islander Heritage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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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건설업체부터 건축사사무소까지 '구조조정'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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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하우빌드, 직원 40% 감원
2년 연속 건설 수주 감소 전망, 향후 2~3년간 침체 이어져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도 임금 삭감 등 '비상 경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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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우빌드

국토교통부의 스마트건설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콘테크기업 하우빌드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시공능력 상위의 대형 건설업체들도 지난해 말부터 임금 삭감, 임원 수 감축, 유급휴직 등 인적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축사 사무소마저 미수금 누적으로 긴축 경영을 이어가는 등 건설 업계 전반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모습이다.

한때 기업가치 700억원 기업도 구조조정 단행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하우빌드는 이날 오전 이메일을 통해 구조조정 소식을 알렸다. 이승기 대표는 구조조정 대상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모두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구조조정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오만이었으며 실제 시장의 현실은 가혹했다"고 밝혔다. 하우빌드는 현재 근무 중인 60여 명의 직원 중 40%가량을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우빌드는 2007년 설립된 건축 IT 플랫폼 기업으로 건설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BIM)을 활용한 건축정보 자동 생성·관리·협업 솔루션을 제공한다. BIM이란 자재나 제원정보 등 공사 정보를 포함한 3차원 입체 모델로, 건설 모든 단계에 걸쳐 디지털화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이다.

하우빌드는 지난해 시리즈 B 브릿지 투자에서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하나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하나벤처스가 추산한 하우빌드의 기업가치는 700억원 중반대였다. 지난달 6일에는 국토부의 스마트건설 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토부의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지원사업은 지난해 20개 기업을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총 100개 기업을 선정해 지원한다.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3년 동안 시제품 제작, 기술 검증 등 기술개발 비용으로 최대 3,000만원을 지원받는다. 또 기업 진단·전문가 컨설팅, 계약·공사 이행 수수료 10% 할인, 상품화 자금 지원은 물론 스마트건설 지원센터에 입주 기회도 주어진다.

그러나 투자금 유치, 정부 지원금 확보 등의 노력에도 건설업계 장기 불황의 여파를 피해 가진 못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강소기업 선정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지원금은 물론 각종 혜택을 받는 하우빌드가 선정 직후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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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 17% 감소, 해외도 부진

다만 일각에서는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마저 임금 삭감, 유급휴직 시행 등 인적 구조조정에 돌입할 만큼 건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수주는 189조8,000억원으로 2022년(229조7,000억원)보다 17.4% 감소했다. 올해 건설 수주 추정치는 170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감소할 전망이다. 기존 예상치(187조3,000억원) 대비 17조원 이상 급감한 수치다. 해외 수주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400억 달러(약 55조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중동과 동유럽의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연말까지 목표액 달성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설 경기 침체가 향후 2~3년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까지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산업개발 등 시공능력 상위 건설업체의 정규직 직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지난 6월 장기근속·고연차 직원을 우선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도 임원의 규모를 줄였다.

임금 조정에 나선 회사도 있다. 최근 2년간 아파트 건설공사 도중 붕괴 사고로 보상 손실이 발생한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성과급을 미지급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6월 상무급 이상 임원의 급여를 최대 15%까지 줄이고 직원의 임금은 동결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2월부터 임원과 팀장급 이상의 직급 수당을 30% 삭감했고, 대우건설은 기본금의 50%만을 지급하는 2개월 유급휴직제를 시행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한 건설업체들이 임원 계약 해지, 신규 채용 취소 등의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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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크 기업부터 건축사 사무소까지 긴축 경영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 스마트건설 활성화를 뒷받침할 기술 기업의 체력도 고갈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콘테크 기업 어반베이스는 기업회생에 실패하며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2014년 설립된 어반베이스는 3D 자동 변환 모델링 기술과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 기술이 강점으로, 한때 기업가치 4,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삼성, 한화, 신세계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건설 수요 부진 속에 경쟁업체와의 특허소송에서 패소하고 코스닥 상장도 어긋나면서 회사 경영이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자율주행 드론과 AI 기술을 이용해 건축물의 균열을 잡아내는 기술로 주목받았던 뷰메진도 폐업 수순에 들어갔고 디지털트윈 전문기업인 쓰리아이도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콘테크 기업에 대한 기술 수요가 크게 줄면서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2년간 최대 5억원의 R&D(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는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Korea) 프로그램은 지난해 599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했지만, 올해는 152개로 지원 대상이 크게 줄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TIPS 선정을 믿고 R&D 인력을 우선 채용한 콘테크 기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채용한 인력을 다시 내보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주요 건축사 사무소들도 수주난과 설계비 미수금 누적 등의 여파로 비용 절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설계 부문 매출 '톱 10(삼우·해안·희림·디에이·정림·간삼·창조·나우동인·건원)' 건축사 사무소의 대손상각비 총액은 285억원으로 전년(33억원)의 8.6배로 집계됐다. 설계비 미수금이 전년보다 9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건축사 사무소들은 지난해 말부터 경영진 급여 삭감, 권고사직, 임직원 임금 동결 등의 비상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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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 파병' 언급에 첫 공개 입장 "뻔하고 근거 없는 소문" 발뺌

北, '러 파병' 언급에 첫 공개 입장 "뻔하고 근거 없는 소문"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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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 러시아 파병 관련 첫 북 첫 입장
"국가 이미지 더럽히려는 근거 없고 뻔한 소문" 일축
외교부, 주한 러시아대사 초치해 북한 파병 강력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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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UN 북한 대표부 외교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개최된 UN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UN 웹TV 캡처

주UN(국제연합) 북한대표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북한이 병력을 보내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발뺌했다. 북한군 파병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반응이 나온 건 처음이다.

주UN 북한대표부, 파병 보도 일축

21일(현지시간) UN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UN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질문에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와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이들 국가가 주장하는 주권 국가 간의 이른바 무기 이전은 (군축·국제안보 관련) 토론 주제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해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 보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주UN 북한대표부의 이날 언급은 파병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첫 반응이다.

러시아 정부 대표도 이날 UN에서 북한군 파병과 관련한 잇따른 보도를 두고 “터무니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UN 러시아 대사는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서방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추진 발언에 대해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란, 중국, 북한을 ‘부기맨’(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들먹이는 귀신을 일컫는 말)으로 삼아 두려움을 팔며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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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동 중인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의 모습/사진=국가정보원

외교부 “北 파병 규탄, 모든 수단으로 대응”

이런 가운데 우리 외교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북한의 파병과 관련해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21일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즉각적인 북한군 철수 및 관련 협력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차관은 이 자리에서 러북 간 군사밀착이 군사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인 북한군의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와 UN헌장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불법적 군사 협력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하고, 우리 핵심 안보이익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했다. 이에 지노비예프 대사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주의 깊게 들었으며, 이를 본국에 정확히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국방부도 북한의 행태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같은 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가담한 것은 UN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아야 할 불법적 행위”라며 “엄중히 규탄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가 자제해 왔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도 검토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북·러 군사협력) 동향에 따라서 필요한 부분이 검토되고 조치될 것”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련 동향을 지켜볼 것이고, 그에 따라 국방부를 포함해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이 검토되고 강구될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 군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군사요원 파견을 검토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포탄(살상무기) 지원을 포함해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 드릴 것이 없다”며 “전반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군 파병과 이에 따른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지원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155㎜ 포탄을 비롯한 살상무기 지원이나 군사요원 파견 등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외교부와 국방부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美 하원 정보위원장 "북한군 참전은 레드라인"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미국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원장인 공화당의 마이클 터너(Michael Turner) 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러시아 함정을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전선에 투입될 예정이라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를 인용, 사실이라면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군 파병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극단적인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터너 의원은 "러시아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든,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하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레드라인이 돼야 한다"며 "행정부는 이 점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파병에 관한 백악관의 즉각적인 기밀 브리핑을 촉구했다.

터너 의원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본부에서 행한 연설에서 ‘약 1만 명의 북한군이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을 상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병력 이동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극단적인 격화"라며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N 주재 로버트 우드 미국 부대사도 북한군 파병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북한이 군대를 파견했으며 러시아와 함께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인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며 "사실이라면 이는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국면이며 북러 군사 관계를 명백히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의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실제로 인력 문제로 북한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신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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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기시다 일본 전 총리의 ‘군비 증강 성과’가 의미하는 것

[동아시아포럼] 기시다 일본 전 총리의 ‘군비 증강 성과’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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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전 총리, ‘아베 독트린’ 이어받아 日 군비 증강 제한 완화
장거리 타격 무기 도입 등 통해 ‘글로벌 안보 주역’으로 성장
중국 위협 경계하는 국내 여론 힘입어 국방 예산도 증액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기시다 후미오(Kishida Fumio) 전 총리의 체제 아래 일본은 국방과 대외 정책에서 향후 지속될 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지율 하락과 아베 신조(Abe Shinzo) 전 총리 암살로 인한 곤경에도, 기시다 전 총리 임기 중 일본이 지역 및 글로벌 안보 영역에서 보다 능동적인 역할로 한 계단 올라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차기 내각은 일본이 지향하는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가 정착할 수 있도록 방위 전략을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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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기시다 내각, ‘우방국 관계 강화’와 일본 ‘군사 작전 제한 완화’에 주력

일본을 상징하는 ‘온건 보수주의’(small-c conservatism)는 느린 속도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인들의 점진적 변화 선호는 일본이 다수 민주 국가들에서 야기되는 양극화 및 극우 세력의 부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도록 해준 요소기도 하다. 다만 일본은 외부 압력에 대응해 스스로 선택한 변화에 대해서는 끝까지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현재 진행 중인 대외 및 국방 정책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의 3년 중 많은 부분은 아베 전 총리의 국가 안보 정책을 심화 발전시키는 데 치중됐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의 관계 강화와 일본의 군사 작전 제한 완화가 그것이다. 일본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국가 방위의 역할을 미일 동맹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방어’에 국한하는 ‘평화주의 정책’을 견지해 왔으나 새롭게 도입된 국가 안보 정책은 방향을 완전히 달리한다. 재임 기간 중 벌어진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 그리고 대만 해협에서의 긴장 고조 등 글로벌 현안들이 기시다 전 총리의 결단을 재촉했고 아베 내각에서 외무상을 역임한 그는 당면한 대외 문제의 복잡성을 헤쳐 나가는 데 적임자였다.

일본 방위 정책의 핵심인 ‘아베 독트린’(Abe Doctrine)을 이루는 핵심은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의 동맹 강화 △일본 군비 증강 제한의 완화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 수호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실제로 일본은 중국의 증가하는 영향력과 공격성에 맞서 지역 안보 문제에서 점점 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기시다 전 총리의 접근 방식은 전략적이면서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비교적 진보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누그러뜨렸고 한국과 필리핀 등 주변국의 정권 교체를 관계 강화에 활용하기도 했다.

한국과는 셔틀 외교를 통한 관계 강화로 양국 정보공유협정(intelligence-sharing agreement) 정상화와 한국에 대한 수출 통제 완화라는 성과를 거뒀고 현재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 인공지능(AI), 경제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필리핀에는 공식 안보 지원(Official Security Assistanc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해안 감시 레이더를 제공하고 상호 접근 계약(reciprocal access agreement, RAA)을 체결해 양국 합동 군사 작전 원활화라는 결실을 이뤘다.

장거리 타격 무기 도입 결정으로 ‘원거리 적대국’까지 겨냥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기시다 대외 정책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는데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에 노력한 아베 전 총리와 달리 러시아에 대한 다자간 제재(multilateral sanctions)에 합류함으로써 신속히 서방 국가들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초청하는 등 NATO와의 관계 강화에도 앞장섰다. 아울러 대외 무기 제공 관련 규제까지 완화해 가며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미사일(Patriot missiles)을 제공함으로써 근접 지역을 벗어난 안보 문제에도 개입하려는 변화까지 선보였다.

기시다 전 총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 내에서도 방위 역량 강화를 위한 일련의 개혁 법안들을 추진했다. 2022년 5월 통과시킨 경제 안보 촉진법(Economic Security Promotion Act)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미중 간 갈등 상황을 헤쳐가기 위해 국가 방위와 경제 안보를 조화시키려는 목적하에 도입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국방비 관련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증액시키기도 했다.

국가 방위 측면에서 기시다 전 총리의 특기할 만한 성과 중 하나는 2025년으로 예정된 40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Tomahawk missile) 포함 장거리 타격 무기 도입이다. 해당 조치는 일본이 유지해 온 미일 동맹하의 ‘방어’ 역할에서 벗어나 원거리에 있는 적대국까지 겨냥하겠다는 포석으로, 미일 군사 작전의 현대화로까지 논의 주제를 확대하기도 했다. 또 개혁의 대상을 군사 장비에 국한하지 않고 ‘보안 허가 시스템’(security clearance system) 구축과 사이버공격에 대한 선제 대응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임기 막바지에는 일본 구축함들이 대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중국 위협 절감한 일본 국내 여론이 ‘국방비 지출 확대’ 지지

그러나 이러한 국방 정책에서의 진전된 성과에도 기시다 전 총리의 리더십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도전을 겪었다. 특히 자민당 내 핵심 후원자이면서 막후 유력자인 아베 전 총리의 2022년 암살 사건은 기시다 전 총리의 정치 자본에 크나큰 손실로 기록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원 없이 당내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국 기시다 내각은 스캔들로 얼룩진 불명예를 맞이하게 된다.

다만 기시다 전 총리가 주도한 일본의 국방 전략 전환은 일본 내 여론의 힘을 업고 큰 반발 없이 진행되고 있다. 2008년 이후 중국과의 해상 분쟁을 지켜보면서 점점 더 많은 일본 국민들이 미일 동맹 강화와 군사비 지출 확대에 지지를 표하게 된 것이다. 이제 안보, 군사 전문가들이 TV 방송에 나와 군사 작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고 다양한 군사 관련 입문서들을 도쿄 시내 서점에서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결국 중국의 위협 앞에 국민들이 느끼는 절박감이 기시다 전 총리가 국방 개혁을 별 저항 없이 진행하는 데 큰 힘이 돼준 셈이다.

이제 기시다 전 총리의 시대가 가고 이시바 시게루(Ishiba Shigeru) 신임 총리가 일본 국내 정치 문제와 함께 국방 및 대외 정책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이시바 총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개혁 확대를 위한 지지층을 결집하고 국방 정책 전환의 추진력을 유지 확대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의 지지로 국내 정치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던 기시다 전 총리와 비교해 이시바 총리의 국내 정치 통합은 더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정치적 경쟁자들을 내각에 포함하려는 시도마저 실패한 지금, 오는 27일로 예정된 중의원(House of Representatives) 선거는 그의 정치생명을 건 첫 번째 시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테라오카 아유미(Ayumi Teraoka)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웨더헤드 동아시아 연구소(Weatherhead East Asian Institute) 박사 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Japan’s enduring defence pivot under Kishid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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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와르 사망에 커진 불씨,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자택 드론 공습

신와르 사망에 커진 불씨,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자택 드론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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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부부는 공습 당시 집 비워
헤즈볼라 드론에 뚫린 이스라엘 방공망
아랍권, 신와르 저항 모습 영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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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네타냐후 총리 페이스북

하마스와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일원인 레바논 헤즈볼라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노린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 영향으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 사망을 계기로 관심을 끌었던 가자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도 꺾이는 분위기다.

헤즈볼라, 네타냐후 자택에 무인기 공격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 자택이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 부부가 공습 당시 집에 없었다"면서 "이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와 관련해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 3대가 날아왔으며, 이 중 1대가 카이사레아의 건물을 타격했고 나머지 2대는 격추했다고 밝혔다. 텔아비브 북쪽 해안 도시인 카이사레아는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 주택 중 한 채가 있는 곳으로, 레바논 국경에서 약 70㎞ 떨어져 있다. 알자지라는 사업가와 정치인이 다수 거주하는 카이사레아가 군사기지와 정유공장 등 많은 권력과 전략적 자산이 집중된 곳이라고 전했다. 총리 관저는 예루살렘에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나와 아내를 암살하려 한 이란의 대리 세력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란과 악의 축 파트너들에게 이스라엘 시민을 해치려는 자는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유엔 대표부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헤즈볼라 소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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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로 추정되는 인물/사진=이스라엘군

이스라엘, 신와르 영웅화에 골머리

헤즈볼라의 네타냐후 총리 자택 공격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 살해에 따른 보복 성격이다. 지난 18일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의 시신 이미지를 인쇄한 전단을 가자지구 남부에 살포하며 하마스 잔당에 투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스라엘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X)에 "신와르는 전장에서 끝까지 용감하게 싸웠다"고 적었다. 이스라엘의 예상과 달리 신와르의 영웅화에 기여한 셈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영상에서 신와르는 이스라엘군과의 교전에서 부상을 입은 채 무인기를 향해 막대기를 던졌는데 이 모습이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최후의 저항'으로 읽히며 신와르를 추앙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비판적이었던 가자지구 주민조차 "신와르는 군용 조끼를 입고 소총과 수류탄으로 싸우다 죽었고 다쳐서 피를 흘리면서도 막대기로 싸웠다"며 "이는 영웅이 죽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당 주민은 신와르가 죽은 방식이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이란도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이 영웅적이었다고 추켜세웠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신와르의 죽음을 확인한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칼릴 하이야는 "신와르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리를 높이 들고 총을 쏘며 용감하게 최후를 맞이했다"며 "그는 저항 투사이자 순교자라고 강조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도 "신와르가 은신처가 아닌 야외에서 전투복을 입은 채 적과 직면했다"며 "저항 정신이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낮은 고도서 느리게 움직이는 드론, 요격 힘들어

그런가 하면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변 글릴로트 군사기지에서는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드론이 폭발한 네타냐후 총리 자택 근처에서는 어떤 경보도 발령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방공망이 지속적으로 위협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드론이 격추되지 않았고 총리 자택을 노렸다는 점에서 이스라엘도 충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 시스템은 최근 헤즈볼라나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드론은 열을 덜 방출하고 금속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기체라는 특성에 더해 로켓과 미사일보다 낮은 고도에서 느린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방공망이 드론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지난 6월에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의 중요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도시 상공을 휘젓고 다닌 헤즈볼라 드론은 제지받지 않았다. 7월에는 후티가 발사한 드론이 텔아비브 해안가 지역에 있는 미국대사관 분관 근처의 아파트에 충돌해 폭발했다. 이 공격으로 주민 1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는데, 이스라엘은 실제 표적이 미국대사관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스라엘 방공망이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짚으면서 지난달 헤즈볼라의 드론부대 수장이 사살되면서 잠잠해졌던 드론 공격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WSJ은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도 이스라엘군은 로켓, 미사일과 같은 오래된 위협에 집중하면서 드론을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해 왔다며, 지금은 안보 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드론 방어 개선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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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여기서 구한다던데"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몰린 수요, 약물 오남용 우려 커져

"위고비 여기서 구한다던데"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몰린 수요, 약물 오남용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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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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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비대면으로 처방받는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 폭증
의약업계,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으로 인한 약물 오남용 우려 확산
정상 체중 환자 부작용 미지수, 자살 충동 부를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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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사진=노보 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국내 출시 이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로 간편하게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음은 물론, 재고가 있는 약국과 가격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위고비의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으로 인해 약물 오남용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위고비 비대면 처방 수요 급증

21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위고비 출시일인 지난 15일 이후 주요 비대면 진료 서비스인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의 앱 다운로드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닥터나우의 앱 다운로드 수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약 2만 건 증가했다. 일일 다운로드 건수는 4,000~5,000건 수준으로 10월 초(일일 다운로드 1,000여 건) 대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나만의닥터의 다운로드 수도 3,564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위고비 비대면 처방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며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닥터나우는 플랫폼 내에서 △하루 1회 맞는 다이어트 주사 처방 △주 1회 맞는 다이어트 주사 처방 △먹는 다이어트약 처방 등 '항목'과 △1펜 △2펜 △3펜 등 '처방 기준'을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 환자에게 처방 주도권을 쥐여줬다. 나만의닥터 역시 △삭센다·빅토자 △위고비·오젬픽 △먹는 다이어트약 등 '처방 종류'와 △1펜 처방 △2펜 처방 △3펜 처방 △4펜 처방 △5펜 처방 등 '처방 단위'를 이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치료제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GLP-1을 흉내 내 위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 및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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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오남용 우려 확대

의약업계 관계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위고비가 과도하게 처방될 경우 오남용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개원의는 "전화 등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진료의 경우 (의료진이) 환자의 체중, 건강 상태, 식습관,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약물을 처방하기가 어렵다"며 "약물 오남용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병원 내에서의 대면 처방을 우선으로 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더라도 첫 진료는 대면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사 제품인 '삭센다'의 악용 전례 역시 위고비 오남용에 대한 업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고비보다 먼저 출시된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는 이미 암암리에 불법 처방·유통되고 있다"며 "최근 국내에 들어온 위고비는 이미 해외 유명인들의 체중 감량 성공 사례로 화제가 된 약물로, 앞으로 (불법 유통 및 처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SNS상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허점을 악용,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처방받은 이들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플루언서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요즘 핫한 위고비를 구했다”며 “키 171㎝에 55㎏으로 시작해, 일주일 뒤 몸무게를 공개하겠다”고 홍보성 게시물을 올렸다. 키 170㎝ 이상에 체중 50㎏대라고 밝힌 인플루언서 B씨도 “나만의 닥터 앱에서 전화 한 통으로 처방을 받았다”며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위고비 구매 방법을 공유했다.

위고비 부작용 경계해야

약물 불법 유통 및 오남용의 가장 큰 문제는 '부작용'에 있다. 코라도 바르부이(Corrado Barbui) 이탈리아 베로나대 정신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8월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의 주성분)를 투여한 환자에게서 자살 사고 징후가 발견됐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자살 부작용 사례는 구체적으로 △자살 충동 88% △의약품 과복용 7% △자살 시도 7% 등으로 확인됐다. 부작용 사례자 107명 중 7%는 자살 시도와 자살 충동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고비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품인 만큼, 일반인 대상으로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약의 임상시험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된 것이기 때문에 정상체중인 사람이 썼을 때 부작용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기대만큼 체중 감량이 안 될 수도 있고 구토, 설사 등 알려진 부작용 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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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으로 북·러 혈맹 확인, 한반도 전쟁 시 '러시아 개입' 가능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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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한군 정예부대 등 1만2,000여 명 파병"
북·러 관계, 실질적 군사동맹에서 혈맹으로 격상
군사력 강화·경제협력 확대 기회 될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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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전투 병력을 파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병력의 규모도 1만여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에 따른 조치로, 양국 관계가 군사동맹을 넘어 혈맹으로 격상하면서 한반도에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한 북한이 무기와 병력을 보내는 베팅으로 경제·군사적 반대급부를 챙기게 될 경우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안보 지형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 "북한군 파병 세계 위협"

2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장비뿐만 아니라 전장에 배치될 군인들을 보내고 있다는 위성·영상 증거가 충분하다”며 “(북한의 지원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다른 국가가 사실상 참전한 것으로, 북한이 전쟁에 더 개입하면 모두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이 현대전에 숙련이 되면 불행하게도 불안정과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만약 세계가 지금 침묵하고, 우리가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방어해야 하는 것처럼 최전방에서 북한 군인과 교전해야 한다면 세계 누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전쟁을 장기화할 뿐”이라며 “우리의 파트너들이 더 정상적이고 솔직하게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7일 벨기에 브뤼셀 EU 정상회의 참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지상군, 기술자 등 여러 종류의 인력을 모두 합해 북한이 러시아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와 맞서 싸울 병력 총 1만 명가량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를 찾은 자리에서는 “북한 내에서 병사 1만 명을 준비시키고 있다는 첩보가 있으나, 아직 이 병력이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로 이미 이동한 것은 아니다”라고 추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18일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북한 특수부대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러시아로 수송되는 것을 포착했다"며 북한군의 참전 개시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이 해당 기간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 완료했다"며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보내는 지원 인력의 규모가 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이 러시아로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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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추정 병력들이 러시아 군사기지에서 보급품을 지급 받고 있다/사진=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소통센터 및 정보보안센터(SPRAVDI) 페이스북

北, 러시아로부터 ICBM 등 핵심 군사기술 확보 전망

북한의 대규모 파병이 확인되면서 북·러 관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파트너십이 지난 6월 체결한 북·러 조약을 통해 군사동맹에서 혈맹으로 진화했음이 명확해졌다고 평가했다. 북·러 조약의 핵심은 '침공받을 경우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한다'고 명시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다. 조약 체결 당시에는 그 의미에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지만, 이번 파병으로 해당 조항의 골자가 양국 간 군사동맹에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한·미 상호안보방위조약 이상의 강력한 군사동맹을 구축함에 따라 동북아의 지정학적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번 파병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북한이 전쟁을 벌일 경우 러시아군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침략 행위가 일어나면 우리의 법에 따라, 그리고 북한의 법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군사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주장하며 최근 남북 육로 단절과 요새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도 파병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내부적으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 병력 동원을 정당화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 입장에서는 대규모 파병을 하게 되면 그만큼 본토를 지키는 군사력이 줄어들어 국내외 적대 세력에게 취약점이 노출됨에도, 러시아가 개입할 것이란 확신이 있어 대담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파병을 결정한 데는 북·러 관계에서 취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북한은 이번 파병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군사정찰위성 등 민감한 핵심 군사기술을 넘겨받을 공산이 커졌다. 러시아의 핵 추진 잠수함 제조 기술과 소형 원자로 기술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북한의 공중 전력은 사실상 방공망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러시아의 지원으로 이 점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S-400 방공포대가 F-35A 등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요격할 능력이 갖춘 만큼 북한이 S-400을 확보할 경우 한국군이 평양 등 북한 심장부를 타격하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 잠수함은 한국의 재래식 잠수함과도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노후화됐고 기술력도 떨어지지만 핵 잠수함을 확보한다면 해저전(海底戰)에서도 일거에 판세가 역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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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을 통해 美 무기체제 등 현대전에 대한 경험 쌓아

북·러 혈맹에 기반한 북한의 군사력 강화는 비단 기술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국방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북한군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것"이라며 "새로운 무기와 현대전에 대한 장교들의 준비 태세를 시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은 파병 경험이 많지 않아 사용 장비는 물론 실전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추정되는데 정예 병력을 파병해 현대전에서 실전력을 시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가 제공했던 122㎜·152㎜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 재래식 무기를 현장에서 직접 운용하며 무기 사용 감각을 익히는 등 군사적 데이터를 축적할 가능성도 있다. 또 전투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등 서방국과의 전쟁을 경험하면서 상대국의 작전 운용이나 무기체계를 정밀하게 파악할 기회기도 하다. 더욱이 현대전이 드론, AI 등을 활용한 '유·무인 복합 전투'로 바뀌고 있어 이에 취약한 북한군으로선 놓칠 수 없는 실습 기회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경제 협력도 북한이 파병을 결정하게 된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은 지금까지 러시아에 포탄 등을 제공하고 식량이나 원유를 공급받아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 추이에 따라 2차, 3차 파병으로 이어지면 북한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협상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러시아군의 처우와 비슷하다고 볼 때 북한은 파병의 대가로 매달 수천만 달러의 외화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인력 유출과 저출산으로 고심 중인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하거나 천연가스, 석유 등 물자를 지원받는 등 경제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오랜 제재와 팬데믹 국경 봉쇄 등 여파로 정권 유지 자금마저 부족한 상황인 만큼 러시아로부터 받을 달러와 현물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재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과거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당시 한국이 베트남전 참전을 통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미국의 선진 무기체계를 전수받을 수 있었다. 또 파병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경제 발전을 위한 자금으로 확보했다. 북한 역시 이번 파병을 계기로 동맹 강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평이다.

정부, 우크라이나에 포탄 우회 지원 등 대응방안 고심

문제는 러시아가 북한에 경제·군사적 반대급부를 제공할 경우,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추가 파병을 이어간다면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국정원이 북한군 파병을 공식화한 18일 대통령실도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당장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기류다. 가장 먼저 꺼낼 수 있는 대응 카드로는 155mm 포탄 우회 지원이 거론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포탄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축량 역시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그런 만큼 155mm 포탄을 추가로 우회 지원하는 자체가 북한의 파병을 주저하게 만들 강한 압박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이 포탄 50만 발을 미국에 대여해 주며 우회 지원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은 북한군 파병에 대한 국정원의 발표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 장관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러시아에 파병한 게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확인할 수 없다"며 "이런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등도 "이런 보도가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이 군사위성 등으로 북한군 움직임을 밀착 감시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하게 정보 공조를 해온 것을 고려하면, 한국 정보기관이 확실하다고 공개한 정보에 대해 미국이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신중론을 두고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에 영향을 의식해 ‘공식 확인’을 미루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참전을 공식화할 경우 미국으로선 그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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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쌀 부족 사태 부른 일본 정부의 ‘정치적 계산’과 ‘소통 부재’

[동아시아포럼] 쌀 부족 사태 부른 일본 정부의 ‘정치적 계산’과 ‘소통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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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 부족 사태, 일 정부 ‘식량 안보 정책’ 결함 노출
자민당 지지층인 농민들 위한 ‘정치적 셈법’이 문제 확대
비축량 충분한데 국민에게 알리지도 않아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올여름 일본의 쌀 부족 사태는 소비자들과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을 뿐 아니라 일본 정부의 ‘식량 안보 정책’(food security policy)이 가진 결함까지 노출했다. 지난해 이상 고온 및 수요 증가로 발생한 단기 공급 부족이 품절 사태와 가격 폭등으로 확대되면서 정부의 시장 안정화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진 것이다. 지속적인 수요 감소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공급 부족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이번 사태는 정부가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소비자보다 생산자 이익을 우선시한 점과 명확한 소통을 통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혼란을 수습하지 못했다는 면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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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일본 쌀 부족 사태, 일시적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발생

일본에서는 올여름 쌀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다. 지난 6월부터 쌀 공급이 불안정해지더니 8월 초부터는 일본 전국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쌀 매대가 텅텅 비기 시작했다. 일본 쌀 부족 사태는 생산량 자체가 적정 수준을 기록한 상황에서 발생했는데, 폭염 및 이상 고온으로 고품질 쌀이 줄고 저품질 쌀이 늘어나 유통 과정에서 기준에 못 미치는 쌀이 더 많이 걸러지며 전체 공급량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반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 산업의 성장과 8월 미야자키(Miyazaki) 지진에 이은 난카이 트로프(Nankai Trough, 일본 혼슈 남쪽에 위치한 거대 해곡)에서의 대지진 가능성에 대한 일본 기상청(Japan Meteorological Agency) 예보로 사재기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해 단기간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일으켰다.

사실 일본의 쌀 공급은 장기간에 걸친 소비 감소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었다. 1962년 118kg이던 1인당 쌀 소비량은 2022년에 51kg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생산량도 이에 맞춰 1967년 1,430만 톤에서 2022년 730만 톤으로 감소했다. 다만 1971년에 도입된 정부 정책은 생산량 통제를 통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이로 인해 일본 쌀 시장은 작은 공급 차질에도 취약성을 드러내게 됐다.

자민당 지지층인 농민들 이익 고려해 ‘재고 안 풀어’

1993년 흉작과 이로 인한 쌀 부족을 경험한 일본 정부는 이후 쌀 재고를 늘려 91만 톤에 이르는 충분한 비축량을 보유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쌀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도 재고를 풀지 않았다. 규정상 대규모 또는 연속적인 흉작에만 사용하게 돼 있다고 하지만 정치적 계산이 포함된 결정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쌀 생산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 한 것인데, 비축분을 풀어 쌀 가격을 낮출 경우 소비자들에겐 좋은 일이지만 농민들과 농업 협동조합(agricultural cooperatives)에는 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자민당 총재 및 일본 총리 선거를 9월 말, 중의원(House of Representatives) 선거를 10월 말에 앞두고 있던 일본 정부는 핵심 유권자인 농민들의 이반을 불러올 쌀 비축량 반출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는 선택을 한 셈이다.

이에 쌀 생산자 및 유통업자들은 이번 쌀 부족 사태로 일시적인 이익을 볼 수 있었다. 10월 수확기를 앞두고 쌀 수요가 급등하며 햅쌀 가격이 전년 대비 30~40% 올라, 쌀 유통을 담당하는 농업 협동조합의 단기 수익이 급등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는 장기 수익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일본의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줄어 2040년이면 375만 톤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시적 부족 사태와 가격 인상이 잠잠해지면 시장은 다시 공급 과잉 상태로, 쌀 가격은 장기적 하락 추세로 되돌아가 가격 하락을 막으라는 정치적 압력만 거세질 것이 뻔하다.

‘재고 비축량’과 ‘사태 해결 의지’만 밝혔어도 혼란 없었을 것

쌀 부족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실패는 국민에 대한 소통 부재에서 기인했다고도 할 수 있다. 쌀 부족 사태가 일시적인 현상이었음에도 일본 정부는 충분한 양의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는 점과 혼란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 정부가 쌀을 비축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국민이 많았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올해 5월에 개정된 ‘식량, 농업 및 농촌에 관한 기본법’(Basic Law on Food, Agriculture and Rural Areas)은 식량 안보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식량 생산’ 및 ‘비상 상황 시 충분한 식량 공급’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 동안 주어진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비축량을 풀거나 비축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만 제공했어도 국민을 안심시켜 불필요한 혼란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식량 안보는 단지 충분한 재고를 비축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상시에도 정부가 식량 공급을 책임질 능력이 있음을 국민에게 확신시킬 수 있어야 가능하다.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공급 부족이 체계적 대응과 소통 부재로 큰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는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또한 일본 정부는 식량 안보를 위해 생산자의 이익과 소비자의 권익을 조화시킬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그간의 정부 정책은 농업 생산자 보호에만 우선순위를 두면서 소비자 신뢰와 시장 안정성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은 장기 수요 대응과 함께 단기적 시장 혼란에 대한 대처 방안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충분한 비축량 보유에 그치지 않고 재고를 반출해야 하는 시기와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일도 포함된다. 아울러 국민들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부의 노력과 조치를 신뢰할 수 있도록 소통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일본 농업 분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의 이해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혼마 마사요시(Masayoshi Honma) 아시아 성장 연구소(Asian Growth Research Institute)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Japan’s rice crisis shows the price of faulty food security polic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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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신, 경제 성장과 고용 시장에 긍정적 영향
단, 중고급 숙련 노동자들에게 집중된 혜택
소득·자산 격차 심화로 사회적 불평등 문제 대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학계와 정책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AI의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 적용 가능성과 이에 따른 노동 시장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AI가 복잡한 업무를 지원하는 유용한 도구로 기능하는 동시에,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어 고용 전망에 대한 의견은 긍정적 견해와 부정적 견해로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AI 도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민간 부문의 생산성 변화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으며,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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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산업 생산성 증가와 소비자 물가 하락 견인

AI 혁신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분석하고, 특히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노동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안드레아 가차니(Andrea Gazzani)와 필리포 나톨리(Filippo Natoli) 이탈리아 중앙은행(Bank Of Italy)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80년부터 2019년까지의 미국 특허청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미국 내 혁신에 미친 영향을 측정하는 포괄적인 지표를 개발했다. 이 지표는 △기계 학습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음성 기술 △지식 처리 △AI 하드웨어 △진화 연산 △계획 및 제어 시스템의 8개의 AI 분야를 기반으로, 각 특허에 포함된 AI 기술 내용을 반영해 산출된다. 연구진은 특허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월별 AI 점수를 산출해, AI 혁신 강도의 변화를 분석하고자 했으며, 이는 특허 데이터를 통해 미래 기술 변화를 예측하는 기존 연구 방식을 참고한 것이다.

분석 결과 미국의 AI 혁신이 확대되면 긍정적인 공급 충격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나 산업 생산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5년 후 최고조에 이르는 총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이하 TFP)의 급격한 증가에 기인한다. TFP는 노동과 자본과 같은 전통적 투입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제의 효율성 및 기술적 발전을 측정하는 지표로, TFP가 증가한다는 것은 동일한 자원으로 더 많은 생산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AI 혁신이 이러한 TFP를 증가시키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 도입이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인데, 이 효과는 기술이 실제로 기업과 산업에 완전히 통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5년 후 최고조에 이른다.

노동 시장에서는 기업의 요구하는 업무가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공고 수가 해고 수를 넘어서면서 고용이 증가했고, 근로자의 임금·근로 시간·급여 모두 상승했으며, 특히 중고급 숙련 노동자들이 그 혜택을 크게 보고 있다. 이는 AI가 단순히 일자리 대체를 넘어 새로운 노동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숙련된 노동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AI가 변화시키는 노동 환경 속에서 고숙련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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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이 미치는 거시경제적 영향
주: 패널 A와 B의 세로 축은 퍼센트를, 패널 C의 세로 축은 퍼센트 포인트를 나타낸다/출처=CEPR

더 깊어진 소득 격차

AI 기반 기술 혁신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부문별 동향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한 결과, 고용과 임금에 대한 영향은 산업 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도입이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산되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거시경제적 효과 뒤에는 분배의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AI 혁신은 상위 10% 소득 계층의 노동 소득과 부를 증가시키는 반면,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이는 AI와 같은 기술 발전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동시에 소득과 자산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한층 더 심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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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주: 패널 A와 B의 세로 축은 퍼센트 포인트를 나타낸다/출처=CEPR

이탈리아 중앙은행에서 진행한 이번 연구는 AI의 영향을 특정 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거시경제적 확장 효과까지 평가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AI 혁신이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 고용 시장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부의 분배 문제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도전 과제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은 AI가 발전할수록 이러한 경제적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줄이고, 공정한 성장을 위한 정책 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문의 저자는 안드레아 가차니(Andrea Gazzani)와 필리포 나톨리(Filippo Natoli) 이탈리아 중앙은행(Bank Of Italy) 수석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macroeconomic effects of AI innov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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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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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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