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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격차 벌어진다" 삼성전자, 美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장비 인도 지연

"TSMC와 격차 벌어진다" 삼성전자, 美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장비 인도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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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생산 기지 장비 인도 미룬 삼성전자
"TSMC 투자는 원활한데" 양 사 경쟁력 차이 뚜렷해
2분기 점유율 격차 소폭 확대, 위기 어떻게 헤쳐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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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의 ASML 반도체 장비 인도를 미뤘다. 주요 고객 확보에 실패하면서 추가 생산 역량 확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쟁사 TSMC가 글로벌 생산 기지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차후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고객 확보 실패"

18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들을 인용,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짓는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장비를 인도받는 것을 미뤘다고 보도했다. 당초 ASML은 올해 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해당 공장에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 확보에 실패하며 계획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EUV 장비는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서버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첨단 장비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테일러 공장 장비 인도 지연은)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첨단 칩 생산을 늘리고 있는 TSMC, SK하이닉스와 같은 경쟁사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맥쿼리 애널리스트들는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대량 고객이 없으면 (테일러 공장은) 2026년 가동조차도 어려워 보인다”며 “추가 지연과 자산 상각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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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일본 구마모토 제1공장/사진=TSMC

TSMC의 시설 투자 확대 기조

삼성전자가 신규 생산 기지 확보에 차질을 겪고 있는 반면 경쟁사인 대만 TSMC는 각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례로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TSMC 반도체 1공장의 경우 당초 준공에 5년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TSMC는 지난 2월 22개월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준공식을 개최했다. TSMC 구마모토 1공장은 70억 달러(약 9조3,500억원·정부 보조금 포함)가 투입된 반도체 생산 시설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올해 말부터 한 달에 약 5만5,000장(300㎜ 웨이퍼 환산 기준) 규모의 12·16·22·28nm(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공정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현재 TSMC는 구마모토 1공장 인근 부지에서 2공장 신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공장 부지 면적은 제1공장의 약 1.5배인 32만1,000㎡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총투자액은 2조2,000억 엔(약 19조원) 규모다. 이 중 일본 정부가 최대 7,320억 엔(약 6조3,000억원)을 지원한다. TSMC는 구마모토 2공장에서 제1공장보다 앞선 6∼7나노(㎚, 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완공 후 제1공장과 제2공장의 월간 총 생산능력은 웨이퍼 10만 장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차후 TSMC의 파운드리 시장 과점 구조가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는 압도적인 생산 효율성과 제품력을 앞세워 시장을 질주하고 있으며, 공급 규모 역시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면서 "반면 2위인 삼성전자는 TSMC 수준의 첨단 공정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시점 각 사의 시장 경쟁력을 고려하면 차후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점유율 이미 크게 벌어져

실제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의 점유율 변화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TSMC의 시장 점유율도 1분기 61.7%에서 62.3%로 0.6%포인트(P) 늘었다. 애플의 재고 보충 주기가 돌아오며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AI 서버 관련 고성능컴퓨팅(HPC) 칩 수요가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0%에서 11.5%로 0.5%포인트 늘었으나, 동시에 TSMC와의 격차 역시 50.8%p로 1분기(50.7%p) 대비 소폭 확대됐다.

TSMC와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중국 SMIC(5.7%), 대만 UMC(5.3%), 미국 글로벌파운드리(4.9%), 중국 화홍그룹(2.1%) 등이 전 분기와 동일하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6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9위에 이름을 올렸던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2분기 43억 달러(약 6조원) 규모 매출, -66%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파운드리 시장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위기에 몰린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분사를 택하며 '초강수'를 뒀다. 지난달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반도체 제조와 설계 사업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분사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독립성을 확보, 실적 부진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인텔 파운드리 부문은 2021년 재가동 이후 △2021년 51억 달러 △2022년 52억 달러 △2023년 70억 달러 등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이 기록한 누적 적자는 53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인텔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부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을 일축한 이상, 삼성전자는 어떻게든 (반도체) 시장에서 버티며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고객 수요가 대거 경쟁사(TSMC)로 이동한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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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증강기술, LLM 단점 ‘할루시네이션’ 제거할 수 있을까

검색증강기술, LLM 단점 ‘할루시네이션’ 제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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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AI 업체들, RAG 기술 'B2B 서비스'에 도입
LLM이 답변 생성 전 외부 학습 소스 참조해 정확도 제고
LLM이 가지고 있는 기존 문제점 극복 목적이지만 한계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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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의 치명적인 단점인 '환각(Hallucination)'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검색증강생성(RAG·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LLM은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한 질문이 학습되지 않은 내용이라면 기존에 보유한 데이터 중 가장 확률이 높은 정보를 조합해 답변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허위 정보나 오래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제공해 환각 현상이 발생할 있는데 RAG는 특정 도메인이나 조직의 내부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기존보다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RAG, LLM에 기존 정보 검색 시스템 결합

21일 IT(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주요 AI 업체들은 RAG 기술을 자사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에 도입하고 있다. LLM에 기존 정보 검색 시스템을 결합해 LLM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생성된 텍스트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AI 기반 보안 운영·분석 플랫폼 기업 이글루코퍼레이션은 RAG의 작동 방식으로 외부 데이터 생성, 관련 정보 검색, LLM 프롬프트 확장, 외부 데이터 업데이트 등 네 가지 단계를 언급했다. 우선 API(프로그램 간 소통을 도와주는 도구들을 모아놓은 것), 데이터베이스, 문서 등의 다양한 데이터 소스에서 원하는 데이터를 가져온다.

데이터는 파일, 데이터베이스 레코드, 텍스트 등 여러 형식이 가능하다. LLM이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변환한 뒤 변환된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LLM이 이해할 수 있는 지식 라이브러리를 생성한다.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관련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해서 가져오고, 검색된 데이터를 컨텍스트(Context)에 추가해 사용자 프롬프트를 보강한다. 이를 LLM에 전달하면 LLM이 검색된 데이터를 활용해 답변을 생성하는 것이다.

검색과 생성을 결합하는 것은 물론 최신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RAG의 장점으로 꼽힌다. LLM이 학습되면 더 이상 업데이트가 없는 정적인 상태가 되는데 이때 RAG를 통해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정보나 데이터를 이용해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예컨대 챗GPT 초기에는 2021년까지 데이터만 학습하다 보니 이후에 발생한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곤 했으나 RAG는 최신 정보를 검색해 정확한 답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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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은 확률론적 앵무새

다만 RAG는 환각을 줄일 수 있지만,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AG는 LLM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LLM을 사용하는 한 환각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LM은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적으로 추측해 맞추는 기술로, 근본적인 알고리즘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환각 현상을 해결할 순 없다.

'확률론적 앵무새론'도 같은 맥락이다. 팀닛 게브루(Timnit Gebru),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 등 구글 전 윤리워원들과 에밀리 벤더(Emily Bender) 워싱턴대학교 교수, 안젤리나 맥밀런-메이저(Angelina McMillan-Major) 전산언어학 박사 등이 지난 2021년 발표한 연구 논문 '확률론적 앵무새의 위험'에 따르면 "AI는 방대한 훈련 데이터에서 관찰한 언어 형식의 시퀀스(구조)를 우연히 꿰맞출 뿐,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없는 확률론적 앵무새(Stochastic Parrots)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자연언어 처리 역시 자연언어 이해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챗GPT가 인터넷에 널려 있는 방대한 단어를 ‘처리(processing)’해 점점 더 세련된 언어 실력을 뽐내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더욱 고도화하면서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르고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능력이 커지는 ‘매우 정교한 거짓말쟁이’로 탈바꿈해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지목했다.

AI 환각은 일각일 뿐, LLM의 10가지 취약점

LLM이 가진 취약점은 환각만이 아니다. 국제 웹 보안 분야의 비영리 재단 OWASP(The Open Web Application Security Project)이 최근 발표한 LLM 애플리케이션의 가장 치명적인 취약점 10가지를 살펴보면 첫 번째는 문제는 ‘프롬프트 주입(Prompt Injection)’이다. 이는 악의적인 프롬프트(질문)를 입력해 LLM이 본래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에 구애받지 않고 공격자 의도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불완전한 출력 처리(Insecure Output Handling)’다. LLM에서 생성된 출력이 검증 없이 다른 시스템으로 전달될 경우, 원격 코드 실행 등의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학습 데이터 중독(Training Data Poisoning)’이다. 이는 사전 학습 데이터를 조작해 모델의 보안성과 효율성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이를 통해 사용자가 오염된 정보에 노출되거나 시스템 성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모델 서비스 거부(Model Denial of Service)’로, 공격자가 대량의 리소스를 소모시켜 다른 사용자의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고 높은 리소스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공급망 취약점(Supply Chain Vulnerabilities)’으로 체계적인 방식이나 도구 없이는 LLM 공급망을 관리하기 어려워 소프트웨어 공급망 취약점과 유사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섯 번째는 ‘민감 정보 노출(Sensitive Information Disclosure)’이다. LLM의 답변을 통해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고, 이로 인해 개인정보 침해나 지적재산의 무단 액세스가 발생할 수 있다.

일곱 번째는 ‘불완전 플러그인 설계(Insecure Plugin Design)’다. LLM 플러그인은 사용자가 다른 앱 사용 중 자동으로 호출되는 확장 기능으로, 모델이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될 때 앱 실행을 제어할 수 없어 원격코드 실행 등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여덟 번째는 ‘과도한 에이전시(Excessive Agency)’다. 기능 호출 권한을 가진 에이전트가 LLM의 출력에 대응해 해로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아홉 번째는 ‘과도한 의존(Overreliance)’으로, 이는 LLM의 환각 현상을 유발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람이 제시하는 의견 감소, 비판적 사고의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 열 번째는 ‘모델 도난(Model Theft)’이다. 공격자가 해킹을 통해 LLM 모델에 무단으로 접근하거나 모델이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 밖에도 모델의 정보가 최신이 아니거나,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해 차별적인 답을 할 수도 있다.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에 추가된 이미지 생성 기능이 아인슈타인을 흑인으로 그리는 등 오류를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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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벌어진 저숙련·고숙련 임금 격차, AI가 좁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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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 역사적으로 임금 격차 벌려
그러나 AI는 오히려 임금 격차 좁힐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나와
그 이유는 AI가 고숙련 업무마저도 대체하기 때문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이 저숙련·고숙련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AI가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중론과 다르게 AI가 고숙련 업무로 여겨졌던 일마저 대체해 고숙련 근로자의 임금과 기술 프리미엄을 낮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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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임금 격차 벌렸던 인터넷과 자동화 기술 발전

그간 기술 발전은 일반적으로 저숙련·고숙련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를 벌렸다. 1980~1990년대에 인터넷과 자동화 기술 발달로 임금 격차가 벌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시기 고숙련 노동자의 기술적 가치인 '기술 프리미엄'은 하늘 높이 치솟았고, 그 결과 고숙련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자동화 기술이 저숙련 업무를 대체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교육받은 고숙련 노동자의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AI의 등장이 임금 격차를 벌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AI 혁명이 더 많은 교육을 받은 노동자를 선호하게 만들어 임금 격차를 한층 더 벌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AI가 고숙련 근로자가 수행하는 작업을 대신해 오히려 고숙련 근로자에 대한 수요를 낮추고 임금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동안 고숙련 근로자의 업무로 인정받았던 코드 작성이나 번역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AI가 기술 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

AI가 기술 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데이비드 블룸(David Bloom) 하버드대 경제학 및 인구학 클레런스 제임스 갬블 석좌 교수(Clarence James Gamble Professor of Economics and Demography at Harvard University)를 비롯한 연구진은 상황에 맞게 생산함수를 정의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AI의 영향을 확인했다. 여기서 생산함수는 종속변수를 생산량으로 설명변수는 생산요소로 정의해, 생산요소와 생산량 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요소 간의 관계도 알 수 있는 유용한 도구를 나타낸다.

본 연구는 생산요소를 크게 노동과 자본으로 구분한 뒤, 노동은 고숙련과 저숙련으로, 자본은 조립 라인·산업용 로봇·AI로 나눠 각각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세부적으로 생산요소를 나눈 이유는 서로 다른 자본이 저숙련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에게 상이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업용 로봇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적인 노동을 대체해 저숙련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면, AI는 그간 자동화가 어려웠던 고숙련 노동자의 작업을 대체해 기술 프리미엄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AI 사용량을 조절하며 기술 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첫 번째로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AI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기술 프리미엄이다. 연구 결과 기술 프리미엄은 2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는데, 이는 고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보다 평균적으로 두 배 더 높음을 의미한다.

이어 연구진은 AI 사용량을 점차 늘리면서 기술 프리미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AI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기술 프리미엄 감소했는데, 이 결과를 두고 연구진은 AI가 고숙련 업무를 대체해 기술 프리미엄이 감소했고, 이는 저숙련·고숙련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를 좁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AI 사용량이 적고 산업용 로봇의 사용량이 많을 때 기술 프리미엄이 가장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산업용 로봇이 저숙련 노동자의 업무를 대체해 저숙련 노동자가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맞게 고숙련 업무 재정의해야

사실상 AI는 인간의 삶을 크게 바꿔 놨다. 처음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는 그저 놀라기 바빴다면, 2022년 오픈AI의 챗GPT(ChatGPT)가 등장한 이후 AI는 일상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우리 삶에 녹아들었다. 그동안은 회의록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회의 내용을 기록해야 했고,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중요한 부분만 간추려 요약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이 모든 과정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변화가 노동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불러오는 가운데, AI 시대에 맞게 고숙련 업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숙련 업무로 여겨졌던 일마저 AI에게 대체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본인의 업무도 머지않아 AI에게 대체될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AI의 실체를 명확히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며 AI에게 대체되지 않을 고숙련 업무를 제시하면 불안은 한층 가라앉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문의 저자는 데이비드 블룸(David Bloom) 하버드대 경제학 및 인구학 클레런스 제임스 갬블 석좌 교수(Clarence James Gamble Professor of Economics and Demography at Harvard University)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The expansion of AI will likely shrink earnings inequal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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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시아 파병 북한군’ 추정 영상 공개, ‘북러 혈맹’에 세계 긴장 고조

우크라 ‘러시아 파병 북한군’ 추정 영상 공개, ‘북러 혈맹’에 세계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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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SPRAVDI , 북군 러시아 보급품 수령 장면 공개
장비 받으며 “나오라 야” 北 말투, 한글로 군복 치수 설문도
"실전 경험 없어 역할 한계" vs "전쟁 단축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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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영상 일부 캡처, 북한군 추정 병력들이 러시아 군사기지에서 보급품을 지급 받고 있다/사진=SPRAVDI 페이스북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결정과 일부 병력의 러시아 이동을 확인했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군 파병 정황을 담은 듯한 영상 및 사진이 우크라이나 당국과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3차 대전’까지 언급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영국·프랑스 등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속속 드러나는 북한군 러 파병 증거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 및 정보보안센터(SPRAVDI)는 북한 군인들이 이미 러시아 영토에 있으며, 러시아 군복을 지급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영상을 공개했다. SPRAVDI는 “이 영상은 72시간 이내 촬영된 것으로, 러시아 극동 지역인 연해주 세르게예프스키 훈련장”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러시아군으로 보이는 군인으로부터 장비를 지급받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군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선 “나오라(나와라), 야” 등의 북한 억양의 음성도 확인된다.

이날 미국 CNN 방송도 SPRAVDI를 통해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위해 마련한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CNN이 공개한 설문지엔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 등의 한글 문구가 러시아어와 함께 적혀 있다. 설문지에서 모자와 군복은 각각 ‘여름용’이라고 분류됐다. 매체는 이 설문지가 북한 군인에게 보급품을 지급하기 위해 제작됐고, 러시아에 도착한 북한 군인은 이 설문지에 답해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텔레그램의 친(親)러시아군 채널인 파라팩스(ParaPax)에 ‘러시아의 훈련장 중 한 곳에 있는 북한 군인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군인들이 줄지어 기지에 들어가는 모습을 촬영한 1분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RFA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영상을 촬영했던 군인의 군복엔 러시아 동부 군사 지구의 부대 상징이 부착돼 있고, 영상 촬영 장소는 연해주 세르게예프스키 훈련소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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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 시설 연병장 내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400여 명이 운집한 모습/사진=국가정보원

북한군 격전지 투입 가능성, 사상자 90% 될 수도

이런 가운데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투입될 지역이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당 북한군들은 특수부대원으로 공격에 특화됐기 때문에 후방보다는 격전지에 배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차관은 "도네츠크는 상대적으로 지금 전선이 정체돼 있는 반면 쿠르스크 지역은 러시아가 굉장히 애를 먹고 있고 다시 뺏어오려고 애를 쓰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차관은 "우려스러운 부분은 북한이 과연 파견 대가로 무엇을 받았냐"라며 "군사 기술 같은 경우에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도 대단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예의주시해서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정예 부대원 1만2,000명을 다른 나라 전쟁에 보내면 북한 군 입장에서는 자기의 영토를 지키는 데 그만큼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도로를 폭파하고 요새화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2020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정부의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안드리 자고로드니우크 전 장관도 “북한군은 현재 러시라군이 대부분 맡고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역할은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진지를 돌파하고 점령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사들에겐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사상자 비율이 90%에 이를 수도 있다”고 봤다.

자고로드니우크 전 장관은 또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 일부를 장악했을 당시 그곳은 거의 비어 있었고 러시아 병력을 전혀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거의 모든 전력은 남동부 돈바스 지역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에) 돌격대를 보내고 있다”며 “이것은 제1차 세계대전에나 사용된 전술로, 특정 진지를 점령하는 전술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큰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 하루 사상자는 1,300명에 이르는데, 바로 이 지역에 북한군이 배치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극도로 심각한 전개", 우크라이나 '3차 세계대전' 우려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될 북한군의 기여도에 대한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군이 전투 경험이 없을 수도 있으나 그들은 신병이 대다수인 러시아군과는 다르다"며 "그들은 오랫동안 군에 있었고 결속력까지 갖추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에서 상당히 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러시아가 약간의 우위에 있는 교착 상태지만 북한의 파병은 전쟁을 아마 단축시킬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가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1년 정도면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의 러시아군 지원이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우크라이나군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영국 포츠머스대 전쟁학 부교수이자 군사 전문가인 프랭크 레드위지는 우크라이나가 이미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전쟁에서 지고 있는 국면에서 북한이 가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드위지는 "현 상황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위험하다. 향후 몇 달에 걸쳐, 그리고 앞으로도 진짜 나아갈 방법이 없다"며 "어떤 분야나 역할에서든 러시아군의 증강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불리한 것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군이 전장에서 어떤 활동으로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글로벌 안보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만큼은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먼저 우크라이나는 3차 세계대전을 운운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이 1만 명 파병을 준비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히면서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북한이 무기와 인력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돕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을 전쟁 당사자급으로 참여시켜 침략을 심각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당장은 러시아와 군사적 직접 충돌을 우려해 대응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되나 북한군 가세에 따른 상황 변화 때문에 한때 파장이 일었던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는 관측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8일 북한의 파병 결정에 대해 "현재까지의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지만, 이 입장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르모안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만약 해당 정보가 사실로 확인되면, 이는 극도로 우려스럽고 심각한 전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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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트럼프 집권 가능성으로 높아지는 ‘대만 고립 우려’

[동아시아포럼] 트럼프 집권 가능성으로 높아지는 ‘대만 고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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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시 미국의 대만 지원 중단 가능성 “현실로 다가와”
‘대만 국방 예산 증액’, ‘미국 무역적자 해소’ 요구 확률 높아
트럼프 집권 상관없이 미국의 ‘고립주의 정서’ 대응 필요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미국이 대만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당사국인 대만과 우방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위협하에 놓인 자주국으로서 대만은 중요 안보 파트너인 미국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는데, ‘고립주의’(isolationism)와 ‘보호주의’(protectionism)로 대표되는 트럼프식 대외 정책이 대만의 자주성과 안보에 깊은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 내 전반적 정서가 더 깊은 고립주의를 향해 가는 모습도 대만의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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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트럼프 집권 시 ‘미국의 대만 개입 중단’ 위험 현실화

트럼프 집권 시기 미국-대만 관계는 탄탄대로로 보였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 증가를 비롯해 미 해군의 대만 해협(Taiwan Strait) 순찰 빈도가 늘었고, 미 고위급 인사들의 잦은 대만 방문은 양국의 관계 강화를 입증하는 듯했다. ‘이보다 더 좋은 적이 없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한 차이잉원(Tsai Ing-wen) 당시 대만 총통과 같이 대만 국민들도 트럼프를 대만 이익의 확고한 수호자로 여겼다. 이에 대만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Joe Biden) 현 미국 대통령보다 트럼프를 선호한 유일한 인도태평양 국가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반전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이 침공당하면 미국이 개입할 것임을 네 차례나 공언하는가 하면, 2022년 이후 9억 달러(약 1조2,400억원)에 달하는 군사 원조를 제공해 대만의 든든한 지원군임을 입증했지만, 트럼프는 대만을 미국 반도체 산업 침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미국의 지원으로 대만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의심하는 발언을 하는 등 부정적이고 모호한 태도로 돌변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대한 우려는 대만 내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직후인 올해 7월 조사에서 대만 국민들은 트럼프의 집권이 대만에 대한 개입 축소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면서 바이든에 대한 선호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실제 대만 국민들의 우려대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표현되는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대만의 방위 전략과 대미 경제 문제에 복잡성을 더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 방위비 증강’, ‘미국 무역적자 개선’ 요구 가능성

우선 대만의 방위비 증강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대만의 방위비 지출이 10년 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5%에 이르렀음에도 트럼프는 GDP의 1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대로 하려면 대만은 국가 지출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야 할 정도로 엄청난 재정적, 경제적 부담을 수용해야 한다.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에는 미국의 대만 군사 원조에 관한 부정적 견해가 숨겨져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속적인 군사 지원에 대해 트럼프가 ‘대만이 주는 게 하나도 없다’고 언급한 사실이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따라서 트럼프는 대만이 보조금이 아닌 자기 돈으로 미국 군사 장비를 사야 한다고 주장하며 군사 원조를 중단하거나 대폭 삭감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으로서는 군사비 예산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미국 지원의 지속적인 의존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실 대만은 반도체 생산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의 10대 교역국에 포함될 정도로 양자 간 교역에서도 중요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당국과의 무역수지에만 초점을 맞춰 미국의 무역적자 자체를 불평등한 무역 관계로 규정하는 경향을 보여온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지난해 대만 무역적자가 480억 달러(약 65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대만의 무역 흑자를 줄이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미국 상품 수입 물량 증가 및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율 인하 등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다만 반도체 분야만큼은 적어도 바이든 정책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시행한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530억 달러(약 72조6,000억원) 예산 중 TSMC 애리조나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에 66억 달러(약 9조원)를 배정했는데, 트럼프가 승리하면 규제 완화와 승인 절차 간소화를 통해 법 시행 속도를 더욱 신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만이 미국 반도체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트럼프의 그간 언급을 고려할 때 방심은 금물이다.

‘국방 예산 증액’, ‘미국과 공동 무기 개발’, ‘일본과 협력 강화’ 등 자구책 필요

그런가 하면 트럼프의 두 번째 집권은 대만에 더 깊은 지정학적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바이든의 모토를 따라 대만은 자국이 처한 상황을 민주 정권과 독재 정권의 대결로 규정하고 스스로를 중국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자로 여겼다. 대만 정치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신들을 투사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트럼프의 세계관에는 ‘이념 투쟁’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우방국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미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 우선주의’만 존재할 뿐이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이 "대만이 우크라이나 얘기만 하는 것은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본인들의 처지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럽 걱정만 하지 말고 중국의 위협을 현실로 느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원들은 미국이 유럽이 아닌 중국 문제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자신들의 견해를 대만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대만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안해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상관없이 안보 역량을 강화하려는 자발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이 스스로의 국가 방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방위 예산을 GDP의 10%까지 올리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나 5%를 기준으로 해마다 증액한다는 목표 정도만 해도 대만이 스스로의 방위를 위해 더 큰 부담을 감수하려는 태도로 비쳐 미국 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의 지지까지 끌어낼 수 있다.

또한 대만은 미국과의 방위 협력에 있어 드론을 포함한 무기 체계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기술과 방위 산업에서의 협력 지원을 공언한 바 있으며 트럼프 역시 미국 제조업과 국방력 증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대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는 양국 관계를 돈독하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미국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안정화에 높은 관심을 보유한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일본과의 협력 강화는 미국의 대만 문제 개입 중단 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든든한 지역 내 후원군을 얻게 되는 것으로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추진해야 한다.

‘중국 영향력 증대’와 ‘미국 고립주의 정서’ 사이 살길 찾아야

트럼프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중국이 그의 수사법을 더 이상 대만 방어에 공을 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하게 되면 군사력은 물론 정치적, 경제적 압박을 통해 대만을 손안에 쥐고 흔들려 할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될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해쳐 한국, 일본 등의 우방국들조차 국가 안보 문제에서 미국의 지원 의지를 불확실성과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될 것이다.

이렇듯 대만은 점점 더 공격적으로 치닫는 중국의 팽창과 미국 내의 고립주의, 보호주의 정서 사이에서 자국의 안전과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냉혹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다만 이는 다른 수많은 우방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 대한 의견이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나 수많은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속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점점 더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미국 내 정세까지 감안한다면 미국의 지원은 더 이상 ‘당연지사’도 아니다.

원문의 저자는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대외관계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Would Trump abandon Taiwa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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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 투자 필요한데 안보 문제 심각”, 인도의 딜레마

[동아시아포럼] “중국 투자 필요한데 안보 문제 심각”, 인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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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중국 직접 투자 급감
경제 성장 위해서는 안보 문제 불구 ‘중국 투자 필수’
전자제품 제조 등 일부 분야, 중국 투자 조건부 승인으로 ‘분위기 전환’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 대국을 지향하는 시점에서 대중국 관계에는 두 가지 상반된 관점이 존재한다. 먼저 인도-중국 간 치열한 국경 분쟁과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중국 자본의 영향력 때문에 안보 이슈는 인도에 빼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 중 하나다. 반면 인도가 열망하는 선진국의 꿈을 이루려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에 중국의 투자를 선별적으로나마 허용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다. 지정학적 갈등과 경제 성장 목표를 함께 저울질하며 나아가야 하는 인도 정부의 고민이 복잡미묘하다.

India and China Relation_PE_20241019
사진=동아시아포럼

인도의 중국 투자 유치, 코로나19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1보 후퇴’

2014년 집권 이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의 경제적 목표는 제조업 부문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높여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생산 역량을 제고하는 일이었다. ‘메이크 인 인디아’(Make-in-India) 캠페인으로 기치를 높이 든 인도 정부는 다양한 국내 산업 분야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 유치 노력을 기울였는데 국방과 철도 등 민감할 수 있는 분야에도 예외를 두지 않을 정도였다.

이에 화답하듯 인도 시장에서 성장의 추가 기회를 포착하고자 한 오포(Oppo)와 ZTE 등 중국 기술 대기업들의 호응이 잇따랐고, 2019년 가을 모디 총리와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은 양국의 경제 협력을 진전시켜 교역과 공동 생산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이어진 국경 분쟁이 상황을 뒤집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해외 자본이 국내 핵심 산업들을 장악할 것을 우려한 인도 정부가 당초의 적극적인 해외투자 유치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당시 인도 정부는 인도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의 직접 투자를 엄격히 심사하기 시작했는데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2020년 6월 갈완(Galwan)에서 벌어진 양국 간 무력 분쟁은 전 국경에 걸쳐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경제 협력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양국 모두에서 사상자를 낸 국경 분쟁은 양국 관계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많은 병력이 국경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결과를 낳았는데, 이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작년 3월 S. 자이샨카르(S Jaishankar) 인도 외무부 장관이 양국 관계를 ‘비정상적’(abnormal)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라즈나스 싱(Rajnath Singh) 국방부 장관은 중국의 행위가 ‘양국 관계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비난했다.

경제 대국 목표 위해서는 안보 이슈에도 중국 투자 ‘반드시 필요’

다만 그럼에도 인도는 ‘실제 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 LAC, 인도와 중국 영토를 구분하는 실제 경계) 사이에서의 평화는 대중국 관계 재정립과 진전에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팬데믹 기간 규제와 국경 갈등으로 2000년 4월~2021년 12월 중국의 직접 투자 규모는 24억5,000만 달러(약 3조4,000억원)로 전체 해외 직접 투자액의 0.43% 수준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당면한 경제 목표 달성에 주력해야 하는 모디 총리에게 안보 문제는 고민스러운 현안일 수밖에 없었다. 무력 분쟁에 분노한 국민들이 중국 제품과 투자에 대한 보이콧을 외치는 상황까지 전개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2029년까지 세계 제3위 경제 대국, 2047년까지 선진국 대열 진입이라는 인도 정부의 야심 찬 목표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인도는 단순한 생산량의 증대가 아니라 제품의 질과 부가가치를 개선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첨단 기술 제품의 대량 생산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 잡는 것이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Production Linked Incentive, PLI, 국내 생산 기업에 제공하는 성과 연계 인센티브)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수출 증대, 무역 적자 해소, 고용 증가를 목표로 시행된 이 제도는 올해 5월까지 152억4,000만 달러(약 21조2,000억원)의 투자 유치와 85만 개의 고용 창출이라는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최근 깨닫고 있는 사실은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안보 이슈에도 불구하고 중국 투자를 수용해야 할 정도로 더 많은 해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국 투자 유치와 보안 문제 대응, ‘양날의 칼’

사실 인도 재무부가 수출 경쟁력 향상과 글로벌 공급망 참여를 위한 방편으로 중국 투자 유치를 제안했을 당시 인도 정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모디 행정부가 전자제품 제조 등 일부 분야에 중국 투자를 조건부로 승인하며 분위기 전환이 감지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중국 투자 회사에 내건 조건은 해당 기업들이 첨단 기술 제품 생산과 인도의 제조 역량 강화에 주력해야 하고, 핵심 직위에 중국인 채용을 불허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중국 투자에 대한 인도 정부의 접근은 미국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는데, 먼저 미국 바이든 행정부(Biden administration)가 도입한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은 중국 자본 진입이 국가 안보 및 정보 누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5G 기술 및 전기차, 인터넷 연결 차량 등의 분야에 규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당 분야의 중국 투자를 보안 문제 및 스파이 행위 위험 등을 내세워 전면적으로 금지하거나 철저한 조사를 거치게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인도가 중국 투자를 막는 것은 특정 분야에 국한된 보안 문제라기보다는 2020년 국경 분쟁에서 비롯된 민족주의적 감정의 측면이 크다. 단 이유야 어찌 됐든 중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도는 공통적이다.

그러면서도 인도가 중국 투자를 전면적으로 거절하지 못하는 원인은 경제적 측면에 있다. 모디 총리의 2023년 미국 방문 당시만 해도 미국이 대인도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희망이 컸지만, 실제 투자 규모는 2022~23년 60억 달러(약 8조2,000억원)에서 2023~24년 49억9,000만 달러(약 6조8,000억원)로 감소한 데다, 전체 해외 직접 투자 규모도 같은 시기 420억 달러(약 57조5,000억원)에서 265억 달러(약 36조3,000억원)로 급감해 추가 투자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시기 인도 사회의 안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실업 문제까지 심각해지면서 고용 창출을 위한 별다른 대안을 갖지 못한 인도 정부는 특정 분야에 한해 엄격한 조건을 달아 중국 투자 유치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인도 정부는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중국 자본의 도움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중국으로 인한 안보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어색한 국면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원문의 저자는 하쉬 V. 팬트(Harsh V Pant) 옵저버 연구 재단(Observer Research Foundation) 연구 및 국제 정책 부사장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India begins a rebalance of security concerns over China and economic aspiration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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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일본 참여 기대하는 동남아 3국 ‘해양 안보 협력 체제’

[동아시아포럼] 일본 참여 기대하는 동남아 3국 ‘해양 안보 협력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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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3국 협력 통해 ‘동남아 해양 안보’ 성과
일본, 해상 보안 전문성과 기구축 관계 토대로 참여 가능성 높여
4자 간 협력 통해 중국 영유권 주장 맞선 ‘지역 해양 안보 역량’ 기대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3국은 지난해 ‘인도말피’(Indomalphi)로 불리는 ‘3국 협력 협정’(Trilateral Cooperative Agreement)을 통한 해양 안보 강화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2017년 최초로 결성된 3국 간 협력은 술루해(Sulu Sea) 지역에서의 무장 강도, 납치, 테러리즘 등에 공동 순찰과 정보 공유로 대응하기 위해 결성됐다. 일본은 이러한 파트너십의 성과를 고려해 인도말피 체제에 역량 강화 파트너(capacity-building partner)로 동참함으로써 지역 해양 안보 역량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보유한 해양 관련 전문성은 강력한 협력과 개선된 효율성을 이끌어내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 한정된 지역 내에서의 다자간 협력)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귀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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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시아포럼

‘인도말피’ 협력, 동남아 해양 범죄 근절 성과로 ‘소다자주의 가치’ 입증

인도말피는 결성 즉시부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 중 하나로 평가되던 술루해의 해양 범죄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협력국 간 공동 순찰과 정보 공유를 통해 작년 상반기 해당 지역에서 해적 행위와 무장 강도를 근절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러한 성과는 동남아 3개국이 명확한 공동 목적을 향해 단호하게 협력을 집중함으로써, 다양한 참여국 간 이해 충돌로 당초의 합의 정신이 흐려지기 쉬운 대규모 다자간 협력보다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인도말피 파트너십은 소다자주의 협력이 대규모 다자간 이니셔티브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보여기도 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이하 ASEAN)과 같은 국제기구는 회원국 간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용하느라 과단성 있는 실행에 애를 먹을 때가 종종 있는 반면, 인도말피와 같은 소규모 협력 체제는 당면한 안보 이슈에 고민하는 해당국들을 단합시켜 간결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효율적인 성과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소다자주의가 ASEAN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패거리 정치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ASEAN은 이미 말라카해협 순찰(The Malacca Strait Patrols)과 인도-인도네시아-호주 3국 협력(India-Indonesia-Australia Trilateral) 등의 소규모 협력 사례를 통해 소다자주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

‘해양 보안 전문성’과 ‘기구축 협력 관계’가 일본 참여 가능성 높여

일본은 기보유한 해상 역량과 기구축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유대로 볼 때 이미 인도말피에 참여할 최적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일본이 참여할 4자 간 협력은 정찰 역량 강화와 영해 감시, 위기 대응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일본은 역량 강화 파트너로서 동남아 3국의 해양 방어 체계의 약점을 성공적으로 보완해 동남아 해상 보안 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더욱이 일본은 이미 전문성을 보유한 해안 경비 작전(coast guard operation) 영역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과 양자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별도로 진행 중인 ‘해외 보안 지원 프레임워크’(Overseas Security Assistance Framework, 일본의 인도말피 국가 포함 동남아 해상 역량 강화 프로젝트)와 함께 강력한 다자간 협력 체제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지역 안보 강화에 깊이 관여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자국의 전략적 목적을 관철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 인도말피 국가와 진행하는 해상 보안 협력 중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작년 12월 필리핀과 양해각서 체결을 완료하고 진행 중인 영해 감시 역량 강화 프로젝트다. 이 협력에서 양국은 각자 보유한 해양 데이터와 재난 및 사건 사고 정보를 공유해 의심 선박을 감지하고 제3국의 위협을 사전 방지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맺은 양자 간 협정도 일본이 기존 3국의 정보 공유 체제에 통합되는 작업을 순조롭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일본을 포함한 4개국의 해안 경비 협력도 제도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작년 하반기 4개국 해안 경비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 바탐섬(Batam Island)에서 진행된 합동 훈련에 참여해 해상 감시, 정보 수집, 의심 선박 대응, 해상 구조 연습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사실 역시 일본이 첨단 기술 지원을 통해 해상 감시 영역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역량을 강화시켜 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 중 하나다. 흩어져 있는 협력 사항들을 묶어 제도화하면 순찰과 훈련, 정보 공유 협력 등의 과정에서 중복을 줄이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으며 상호 간 모범 사례(best practices)의 공유를 통해 작전 역량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한층 광범위한 협력 체제 구축을 향한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해상 안보 정책 개정 경험도 동남아 3개국에는 귀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최근 일본은 중국 선박들의 출몰에 대응해 해상 자위대(Maritime Self-Defense Force)와 일본 해안 경비대(Japan Coast Guard, JCG)의 통합 운용을 위한 지휘 통제 체제 조정을 시행한 바 있는데, 무력 충돌 시 지휘권을 일본 방위성(Ministry of Defense)으로 이관한 조치는 위기관리 역량과 조직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이러한 경험 역시 해상 방위 작전 시 효율적인 협력과 소통을 통해 외부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인도말피 국가들에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일본 참여 시 중국 해양 주권 위협에 맞선 ‘지역 해양 안보 체제’ 구축 가능

결국 4개국을 해양 안보 강화라는 하나의 목표로 묶어 주는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는 동중국해(East China Sea)와 남중국해(South China Sea)에서 이들 국가가 맞닥뜨리고 있는 중국의 공격적인 영유권 주장이다. 현재 4개국은 각자의 영해에서 중국 해안 경비대의 행패에 시달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해상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이제 일본이 3개국 협력 체제에 역량 강화 파트너로 참여를 공식화하는 일만 남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도 필리핀과 유사한 형식의 양해각서만 체결하면 일본은 3국 협력 협정 내의 정보 공유 체제에 매끄럽게 통합될 수 있다. 아울러 4개국은 연례 회담을 통해 해안 경비 연습과 합동 훈련, 역량 강화 활동 등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합동 작전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해양 주권이 중국의 도전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단결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지역 해양 안보 체제 구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문의 저자는 자다 프레이저(Jada Fraser) 조지타운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석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은 Japan should board the Indomalphi ship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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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핵심분야도 내놨다" 경영난 인텔, '알테라' 지분 매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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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자회사 '알테라' 170억 달러에 매각 모색
사모펀드·전략적 투자자들에 지분 인수 제안
기존 경쟁력에 안주했던 인텔, 합병 매물 신세
INtel_TE_20241018
사진=인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인텔(Intel)이 자회사 알테라(Altera)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텔은 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이번 지분 매각으로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알테라' 지분 매각 위해 투자자 접촉

17일(현지시각) CNBC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알테라 지분을 인수할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알테라 매각 가능성 추측에 대해 산드라 리베라(Sandra Rivera) 알테라 CEO(최고경영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당시 리베라 CEO는 “그저 아는 사람을 인용한, 출처를 알 수 없는 글”이라며 인텔이 1년 전에 발표한 기업공개(IPO) 계획에 전념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인텔은 이번 주 다수의 사모펀드(PEF) 및 전략적 투자자(SI)들에게 알테라 지분 매각을 제안했으며, 일부에게는 알테라의 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인텔은 알테라 사업부 매각가를 170억 달러(약 23조3,000억원) 수준으로 산정했다. 이는 2015년 인텔이 알테라를 인수한 금액(167억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인텔은 알테라를 회사의 핵심 사업부로 평가해 왔다. 팻 겔싱어 CEO도 지난달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집적회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알테라를 기업의 미래 핵심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이 인텔은 알테라 사업부를 2026년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지분 매각 제안은 그보다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인텔, 파운드리 적자 ‘눈덩이’, 대규모 구조조정

이번 조치는 인텔이 최근 몇 년간 추진해 온 대규모 투자의 수익성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인텔은 지난 2년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250억 달러(약 34조3,000억원)를 투자했지만, 시장에선 이 투자가 오히려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인텔은 경쟁사들이 AI(인공지능) 붐을 타고 호실적을 내고 있는 반면, AI 가동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데 한계를 보이며 3년 연속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모바일 칩 분야는 암(Arm)에 밀렸고, AI 반도체의 기본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CPU 부문도 경쟁사인 AMD가 따라잡았다. 지난달 인텔이 파운드리 분사를 비롯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50년 넘게 내부 조직으로 뒀던 파운드리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한 것은 그만큼 파운드리 사업 부진이 인텔 실적에 끼치는 악영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인텔은 이와 함께 유럽과 아시아에서 진행하던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일시 중단했다. 독일과 폴란드에서 추진 중이던 공장 프로젝트는 2년간 중단되며,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하려던 제조 프로젝트도 보류된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이고, 고객이 느끼는 독립성 우려도 해소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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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왕', 인수 대상으로 전락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퀄컴이 인텔 반도체 설계 사업이나 회사 전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인텔 인수를 타진해 온 퀄컴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차기 미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와 중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대선이 끝난 후 인텔 입찰에 나설 경우 퀄컴에 다른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이달 말에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전 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이 주가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퀄컴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인텔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경쟁 당국의 반독점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퀄컴의 인텔 인수가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지만, 180도 뒤바뀐 인텔의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 같은 낮은 거래 타결 가능성에도 퀄컴의 인수 제안은 반도체업계에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이은 전략적 실패로 오랜 기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던 인텔이 결국 경쟁업체에 의한 인수 매물로 등장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인텔의 몰락 과정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술 혁신을 지속하지 못하고 기존 경쟁력에 안주하는 기업이 얼마나 쉽게 쇠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인텔은 2010년부터 연구개발(R&D) 인력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했고, 2013년에도 원가 절감을 통한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서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만2,000여 명을 해고했다. 인텔의 경쟁력이 추락한 것도 이때부터다. 인텔을 떠난 인력들이 경쟁사인 AMD 등으로 이직하면서다. 고객이 가격보다 제품의 성능에 민감한 전문 공급자형(Specialized Supplier)으로 분류되는 반도체 특성을 고려했을 때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R&D 투자가 선행돼야 함을 간과한 결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7년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투자금을 환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는 보수적 경영과 잘못된 투자 결정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시장 주도권을 경쟁자들에게 내준 노키아, 코닥, 블랙베리, GE 같은 기업과 유사한 경로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미래는 내년 초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내년 초부터 1.8나노(18A) 공정에 들어간다는 인텔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내년에 각각 2나노 공정에 들어가는 삼성전자나 TSMC보다 일찍 1나노대에 진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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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수장 신와르, 방에 숨어 있다 드론 공격에 사망?

하마스 수장 신와르, 방에 숨어 있다 드론 공격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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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야흐야 신와르 사망 직전 ‘최후의 영상’ 공개
신와르, 얼굴 가리고 숨은 방에 들어온 드론 공격으로 사망
휴전 반대 강경파 사망에 중동 정세 급변 예측 팽배
드론 공격력에 글로벌 군수 시장 내 드론 수요 증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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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직전 모습, 머리와 얼굴을 천으로 가린 채 드론을 향해 막대기를 던지고 있다/사진 및 영상=이스라엘군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가 이스라엘군과 교전 중 숨을 거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직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가자 전쟁을 촉발한 핵심 인물인 신와르의 사망으로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對) 이스라엘 강경파 신와르 사망 확인

17일 (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신와르가 사망한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의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0대 훈련병의 목적 제보를 받고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위치한 하마스 세력의 건물 일부를 파괴했다. 포격으로 인한 먼지가 걷히고 난 뒤 건물 수색 중 하마스 1인자인 신와르의 시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눈 주위 사마귀와 툭 튀어나온 치아 등을 바탕으로 신와르의 신변을 확인했고, 이어 소지품 등을 통해 시체가 신와르라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신와르가 사망하기 직전 최후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신와르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 ‘하마스의 학살자’, ‘칸유니스(가자 남부 도시)의 도살자’라는 별칭도 가진 인물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에 암살된 ‘하마스 1인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후임인 신와르의 강경한 태도 탓에 이스라엘 - 하마스 휴전 협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이 있을 정도였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47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드론이 부서진 건물의 창을 통해 건물의 잔해, 베개, 문 등으로 어지럽혀진 건물 내부로 진입, 흙먼지가 날리는 건물 내부에서 홀로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촬영했다. 영상은 천으로 만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그를 붉은 선으로 표시하며 신와르라고 설명했다. 영상은 신와르가 자신을 촬영하는 드론을 응시하다 막대기로 보이는 것을 드론 쪽으로 던지며 저항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의 사망, 중동 전쟁 판세 급변 전망

신와르가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가 된 것은 올해 8월로 하마스의 실질적인 수장직에 오른 지 3개월 만에 사망한 것이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단행한 대규모 기습 공격의 기획자로 알려져 ‘가자 전쟁’이 발발하게 만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때문에 이스라엘 군인과 정보요원들은 수개월 동안 신와르를 찾아내려고 애쓰며 단서를 찾았다. 그러나 신와르는 좀처럼 덫에 걸리지 않았다. 신와르의 DNA는 6주 전 이스라엘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터널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신와르를 사망이 발표되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중동 전쟁의 종결을 희망한다며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카멀라 해리스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주요 미국 정치 관계자들도 중동 전쟁 종결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국내 정치 전문가들 역시 대외 강경파 중에서도 초 강경파로 분류되던 신와르의 사망이 중동 일대 아랍 세력 전체에 주는 상징적인 신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7월 하니에가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암살당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 차례 급변한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미 암살단 투입을 통해 지도자를 제거한 사건이 있었던 데다 심지어 기술 무기인 드론으로 다음 지도자를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준 만큼, 하마스를 포함한 아랍 세력 지도자들이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논평했다.

자살특공대 스타일 공격력에 드론 무기 수요도 급증

그런가 하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그간 기술 개발에 한창이던 드론 무기 시장에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이 쏠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신와르가 드론이 보유한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천으로 덮었다는 점과, 드론 공격 사거리 및 방어 메커니즘을 피하기 위해 막대기를 던지는 방식으로 반격했다는 점도 군사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신와르가 신체의 빠른 동작, 무기류 등을 직접적인 공격 의지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드론 소프트웨어를 잘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드론 대응 방식을 실제 무기가 아니라 막대기로, 원거리에서 던지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봤다.

게다가 이미 러-우 전쟁에서 드론 무기의 위력을 여러 차례 실감한 데다, 암살 작전에도 투입할 수 있는 역량까지 확인된 만큼, 향후 국방 시장에서 드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경우 AI(인공지능) 기반 드론 무기로 상상률이 80%까지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바바 야가(Baba-Yaga)로 불리는 폭격 드론은 러시아군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다. 바바 야가는 프로펠러가 6~8개인 농약살포용 드론을 폭격기로 개조한 것으로, 낮게 비행하다 러시아군 기지 주요 시설물에 2,000도의 쇳물을 붓는 방식으로 화재를 일으키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신와르 사망이 각국 지도자들의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드론 공격에 대응한 드론 추적 레이더, 드론 회피 알고리즘 개발 등에 군사·안보 분야의 관심이 한층 더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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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 유통부터 호텔·석유화학까지 줄줄이 '체질 개선' 나서

위기의 롯데, 유통부터 호텔·석유화학까지 줄줄이 '체질 개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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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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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롯데면세점·세븐일레븐, 연달아 희망퇴직 단행
롯데호텔앤리조트도 4년 만에 명예퇴직 검토 중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사업 '덩치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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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인해 신음하는 유통 계열사들이 줄줄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가운데, 롯데호텔앤리조트·롯데케미칼 등 여타 부문 계열사 역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롯데 유통 계열사 줄줄이 '구조조정'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산하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은 지난 15일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법인 설립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2020년 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으며, 이후 2022년 48억원, 2023년 551억원 등 2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 발생한 적자는 441억원에 달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세븐일레븐 외로도 수많은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이 잇달아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온은 지난 6월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2020년 롯데유통군의 통합 온라인몰로 출범한 롯데온은 유통 업황 부진으로 인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57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가량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적자는 4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억원 증가했다.

6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롯데면세점 역시 8월에 만 43세 이상 중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면세점은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매출 감소로 인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된 적자 규모는 537억원에 달한다.

인력 효율화 나선 호텔롯데

구조조정 움직임은 호텔업 부문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텔롯데의 롯데호텔앤리조트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명예퇴직을 실시한 지 4년 만에 명예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인사 적체 등 인력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다. 다만 아직 세부적인 명예퇴직 기준과 조건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호텔롯데 관계자는 “조직 효율화를 위한 검토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구조조정이 순항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실적은 명확한 매출 악화가 관측된 유통 부문 계열사들 대비 준수한 편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면 20년 넘게 안정적인 고용 상황을 유지해 왔다"며 "유통 부문과는 달리 호텔 부문은 오히려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데, 명예퇴직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호텔앤리조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9% 증가한 6,36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적자는 148억원에서 94억원으로 36.49%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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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여수공장/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의 '선택과 집중' 전략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중국 기업들과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초화학 사업의 덩치를 줄이며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인 고순도 이소프탈산(PIA)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PET의 중간 원료인 테레프탈산(PTA)을 제조하는 파키스탄 법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의 매각 작업도 재개했다. 롯데케미칼은 테레프탈산을 비핵심사업으로 판단, 2020년부터 국내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자산 매각 및 투자 속도 조절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내년까지 자산 매각을 통해 2조3,000억원의 잉여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미 매각 대상을 구체화한 뒤 투자자와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설 투자의 경우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올해 투자를 순연 등으로 조정해 내년까지 총 1조9,000억원의 잉여 현금을 마련한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올해로 예정됐던 울산 공장 내 PET 화학적 재활용 시설 준공을 오는 2027년으로 미뤘으며, 전지소재 부문 스페인 공장의 기계적 준공 시한도 기존 2025년 말에서 2027년으로 늦췄다. 이 같은 투자 조정을 통해 확보되는 자금은 올해 약 1,5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체질 개선 노력을 통해 마련한 투자금은 신사업 부문에 투입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사업 부문을 5개 단위로 재편하면서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정밀화학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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