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물가 모두 올랐다, 이란 전쟁 이후 빨라지는 금리인상 시계
성장률·물가 모두 올랐다, 이란 전쟁 이후 빨라지는 금리인상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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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장률 전망 2.6%로 상향, 반도체 호조 반영 ‘물가 압력’ 경고한 한은, '금리인상' 초읽기 美도 긴축 가능성 언급, 日은 다음 달 인상 나설 듯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주는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긴축 기조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호조' 힘입어 5년 만에 최대 폭 조정, 내년 전망도 2.1%로 상향
28일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전망치(2.0%)보다 0.6%p 높아진 수준이다. 특히 이달 중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치(2.5%)보다 높았으며, 국제통화기금(IMF·1.9%), 아시아개발은행(ADB·1.9%) 등 글로벌 기관이 발표한 전망치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이번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의 주된 배경은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규모는 1,104억 달러(약 16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59.7% 증가했다. 향후 반도체 수출이 월평균 300억 달러(약 45조원) 수준을 유지한다면 사상 최초로 3,500억 달러(약 526조원)를 넘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과 관련해 “국내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 및 투자 확대, 양호한 소비 흐름 등이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크게 확대됐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급 차질 영향이 다소 확대되겠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 추경 등의 영향으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 같은 수출 호조세를 고려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1,231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2,500억 달러로 대폭 올려 잡았다. 아울러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까지 강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1.8%에서 2.1%로 0.3%p 상향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2.2%)보다 0.5%p 오른 2.7%로 내다봤다. 식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전망치도 2.1%에서 2.4%로 올렸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되며 올해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2.0%에서 2.3%로 올렸다.
하반기부터 금리인상 페달 전망
이 같은 전망은 28일 오전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와도 맞물리면서 시장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금리 자체는 유지됐지만 성장률·물가 전망 상향과 인상 소수의견 등장을 비춰볼 때 긴축 전환 신호로 읽힌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물가 상승 압력의 확대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금리인상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열어둔 셈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금통위 때는 금리를 동결하며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경제 상황 등을 봐 가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했었고, 다시 동결을 결정한 11월 회의 후엔 이를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로 바꿨다. 올해 1월에는 동결 후 의결문에서 ‘금리인하’ 관련 문구를 아예 삭제하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해석됐다. 이후 올해 2월과 4월 의결문에도 금리인하나 인상 언급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의결문엔 추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금리인상이 언급되면서 본격적인 금리인상 사이클 진입 신호를 줬다.
이날 금통위는 6개월 후 금리 전망인 점도표를 공개했는데, 현 수준인 연 2.5%에서 두 차례 인상을 의미하는 연 3%에 점이 몰렸다. 총 21개 점 중 10개가 연 3%, 7개가 연 2.75%(한 차례 인상), 2개가 연 3.25%(세 차례 인상), 2개가 연 2.5%(현 수준 동결)에 찍혔다. 점도표는 신현송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6개월 후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을 나타낸 것으로, 위원 1명당 점 3개를 찍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금통위원 한 명이 점 2개와 1개로 서로 다른 금리 수준에 나눠 제시할 수 있고, 3개 다 같은 금리 수준에 제시할 수도 있다. 금통위는 지난 2월부터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2·5·8·11월에 통화정책방향결정문과 함께 점도표를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첫 점도표 발표 때는 점 21개 중 16개가 동결, 4개가 인하, 1개가 인상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결 예상은 2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19개는 모두 지금보다 높은 수준에 찍혔다. 위원 대다수가 어느 정도 금리인상을 점쳤다는 뜻이다.

호주·노르웨이 이달 금리인상, 美·日·EU도 인상 저울질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국내 경기 회복 흐름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경이 맞물린 결과다. 실제 이란 전쟁이 국제 원유시장 불안을 자극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다시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먼저 호주준비은행(RBA)은 이달 5일(이하 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4.35%로 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 급등기 당시 기록했던 최고 수준과 동일한 수치다. RBA는 성명에서 "세 차례 금리인상 이후 통화정책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금리인상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중동 전쟁 여파가 연료비 상승을 통해 호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지난 7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p 인상했다. 노르웨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 전년 대비 2.7%에서 3월 3.6%로 뛰어 목표치 2.0%에서 더 멀어졌다. 3월 인플레이션은 주거비·수도요금과 전기·가스 등 에너지 비용이 주도했다. 유럽 최대 에너지 생산국인 노르웨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중동전쟁 이전부터 임금 상승 등 국내 요인에서 비롯한 고물가를 우려해 왔다. 중동전쟁 이후 기준금리를 인상한 유럽 국가는 지난 3월 아이슬란드에 이어 노르웨이가 두 번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 진전 가능성으로 국제유가가 일부 안정되더라도, 이란 전쟁의 여파가 이미 유로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3% 수준으로, ECB의 중기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ECB가 우려하는 부분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순히 전기요금이나 연료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와 물류비가 함께 상승하고, 이는 다시 제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2차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긴축론의 근거다. ECB 집행위원회의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조사와 구매관리자지수(PMI)를 근거로, 기업들의 판매가격 인상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상원 인준을 받아 곧 취임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금리인하 드라이브를 걸기는 힘든 조건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공개된 연준의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대다수 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긴축 조치가 적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도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2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40.5%로 반영됐다. 동결 확률은 44.1%다. 한 달 전만 해도 동결 가능성은 80%, 인상 확률은 0%였다.
일본에서도 다음 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지만, 정책위원 9명 중 3명이 연 1.0%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에너지 위기 충격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통신이 이달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 일본은행이 6월 기준금리를 연 1.0%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금리 동결에 찬성표를 던진 마스 가즈유키 일본은행 위원은 최근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면 가능한 한 빨리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