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유류세 정상화, 물가 안정이 먼저냐 구멍난 세수 복구가 먼저냐

유류세 정상화, 물가 안정이 먼저냐 구멍난 세수 복구가 먼저냐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2021년부터 3년째 유류세 인하 중, 세계 각국 세수 부담에 인하 포기도 늘어
정부, 물가 상승세 1%대로 꺾였으니 유류세 인하 끝내도 된다는 입장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내년까지 기다린 뒤 결정해야 된다는 주장도
geopolitical risk to oil production voxeu 20240812
사진=CEPR

정부가 연말까지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를 유지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안정되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환경이 조성됐지만,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격히 출렁이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부족한 세수를 채워야 할 필요성과 물가 안정을 유지하려는 목표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021년부터 3년째 유류세 인하 중, 세수 부담 커져

1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 주 중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6월 17일과 8월 21일에 각각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류세 탄력세율 한시적 인하 조치는 지난 2021년 11월 처음 시행 후 3년 가까이 연장 중으로, 현행 유류세 인하율은 휘발유 -20%,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30%다.

기재부는 당초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8월에도 유류세 환원을 고려했지만 국내외 불확실성과 물가 동향을 고려해 11번째로 유류세 인하를 연장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는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와 관련 "큰틀에서 보면 (유류세 인하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국민들의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기적으로 유류세에 관심이 있을 만한 시기인 것 같다"며 "아시는 바와 같이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했던 국가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국가가 환원해서 복원시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1월부터 어떻게 할지는 큰틀 안에서 국내외 물가나 가계부담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결론 내려 알려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수 부족으로 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있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당초 344조원의 세수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무려 56조원의 '세수펑크'가 났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줄어든 337조원의 세수가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초 전망치보다 30조원가량의 세수 부족이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지난달 3년 6개월 만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진 데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7.6% 하락했다는 점에서 유류세 인하 종료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tax MOEF inheritance PE 20240726

글로벌 복합 위기, 한국은 그래도 오래 버틴 편?

정부 측 관계자들은 글로벌 복합 위기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세수 부족에 신음하며 유류세 인하 및 보조금 지원 등을 중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도체 수출 급락 등에 따른 법인세수 축소 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오랫동안 민간 지원을 이어갔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미국은 2022년 6월과 9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 유류세 3개월 면제를 국회에 요청했으나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정부는 세수 감소분만큼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세청의 9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3년간 유류세 감세로 2022년 5조1,000억원, 2023년에는 5조2,00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있었다. 2021년 말부터 올해까지 합산하면 약 13조원의 세수가 감소됐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인 점과 러-우 및 중동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점 등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재료로 기대하는 요소다. 겨울철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인해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유가 하락분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유류세 인하 종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간의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유류세를 인하 조치를 유지한 것이 포퓰리즘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종료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세 인하, 서민들이 이득 본 건 맞을까?

유류세 인하가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인하 종료에 무게를 더하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유류세 인하는 대형차 운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소득 역진적 문제'를 가진 세제 혜택 제도라는 것이 경제학계의 정론이다. 지난 3년간의 유류세 인하 역시 버스, 트럭 등의 대형 차량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갔고, 일반 서민들에게는 최대 월 1~2만원 정도의 세제 혜택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강한 유류세 인하 정책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세수 부족분을 채워 넣고 다른 복지에 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실제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상이한 제도로 유류세 인하를 꼽았다. 고유가로 인해 물가 피해가 크다는 것이 일반의 통설이지만, 실제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자차 운전 비율과 실제 1가구가 소비하는 휘발유·경유량을 따져볼 때, 유류세 인하를 통해 월 2만원 이상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시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내년 중에 상장하겠다" 증시 도전장 내민 토스, 산적한 악재 어쩌나

"내년 중에 상장하겠다" 증시 도전장 내민 토스, 산적한 악재 어쩌나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토스, 내년 증시 입성 목표로 IPO 일정 잡는다
동종업계 기업 케이뱅크,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 연기
계열사 만성 적자·카뱅 전례에 난색 표하는 시장
ipo_toss_20241018

토스가 내년 중 IPO(기업공개) 일정을 마무리한다. 증권사들의 높은 기업가치 평가, 실적 성장세 등을 발판 삼아 상장 움직임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계열사들의 대규모 적자 △카카오뱅크의 실패 전례 등 각종 악재의 영향으로 토스의 IPO가 순항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스, 내년 중 IPO 착수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내년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인 IPO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정확한 상장 일정은 토스의 올해 결산일(12월 말)을 전후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1월 토스의 입찰제안서(RFP)를 접수했을 당시, 주요 증권사들은 토스의 기업가치가 15조~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스가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원앱' 전략을 구현한 유일한 핀테크 플랫폼이라는 이유에서다. 결제, 증권, 기업금융,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열사들의 시너지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최근 이어진 실적 성장세 역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토스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9,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 성장했다. 손실도 대폭 축소됐다. 토스의 상반기 연결 영업손실은 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5%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81.8% 감소한 201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의 대출 중개와 간편결제, 광고, 세무 등 컨슈머 서비스의 성장과 토스증권 등 계열사의 실적 호조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kbank_20241018

케이뱅크는 또다시 상장 연기

다만 토스의 IPO가 이대로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종업계 기업인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 결정이 토스의 IPO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8일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 총공모주식이 8,200만 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IPO 철회 소식을 밝혔다.

케이뱅크는 당초 이날 공모가를 확정하고, 오는 21~22일 일반 청약을 진행해 30일 상장할 예정이었다. 공모 규모는 총 8,200만 주며 주당 희망공모가는 9,500~1만2,000원,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9,840억원이다. 공모가 밴드에 따른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모 금액과 시가총액 모두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IPO 이래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난 10~16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케이뱅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이 같은 상장 계획에 먹구름이 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자는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은 주당 9,000원대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 수요예측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공모가 밴드를 기존보다 낮은 8,500원으로 설정하는 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등도 '변수'

시장 곳곳에서 토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증권과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의 '적자 행진'이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의구심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는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를 포함해 16곳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흑자를 낸 계열사는 토스증권과 토스뱅크가 전부다. 나머지 계열사는 창립 이후 지난해 결산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제출된 작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로 적자를 낸 곳은 토스페이먼츠다. 토스페이먼츠는 지난해에만 6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에 실패,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2023년 하반기 간편결제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토스페이먼츠의 시장 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토스와 유사한 사업 구조를 지닌 카카오뱅크의 실패 전례 역시 토스에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은행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선언과 함께 증시에 도전장을 내민 카카오뱅크는 이후 미미한 플랫폼 수익 비중으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2분기 플랫폼 수익(214억원)이 해당 기간 전체 영업수익(7,341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2%에 그친다.

플랫폼 사업의 부진과 대내외적 악재의 영향으로 주가도 빠르게 미끄러졌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6만9,800원 수준이었던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18일(종가) 2만2,65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공모가(3만9,000원)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사는 수익 구조가 대체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시장은 토스와 카카오뱅크를 겹쳐 볼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토스가 차후 IPO 과정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中 경제, 대규모 부양책에도 '잃어버린 30년' 우려 나오는 이유

中 경제, 대규모 부양책에도 '잃어버린 30년' 우려 나오는 이유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류상시 재정과학연구원장 "4분기 성장률 급락 위험"
"수요 촉진 위한 조치로 '10조 위안' 부양책 내놔야"
최악 경기에도 소극적, 日 ‘잃어버린 30년’ 전철 밟을 수도
CNGDP_PE_20241018

중국 경제가 회복하려면 2,000조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가 연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5%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채 발행 확대 등 잇따라 부양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디플레이션(deflation,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中 4분기 성장률 급락 위험, 비상조치 시급

18일 중국 재정부 싱크탱크인 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刘尚希) 원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며 "중국 당국이 2008년엔 4조 위안(약 77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산업의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번에는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둔 10조 위안(약 1,920조원) 이상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중국 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며 "10조 위안 경기부양책이 실현되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류 원장은 "중국 당국이 그동안 부채 증가를 우려한 신중한 정책을 펴왔지만, 이젠 국내 수요 확대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부채를 늘리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 새 부채와 적자 증가를 우려한 재정억제 정책을 펴왔던 중국 지도부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적자재정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짚은 대목이다.

실제 중국 경제 성장률은 1분기엔 5.3%로 출발했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투자·외국인직접투자(FDI) 위축으로 2분기 4.7%로 꺾이더니 3분기 성장률은 그보다도 낮은 4.6%를 기록하며 비상이 걸렸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올해 목표인 '5% 내외'의 성장률 달성을 위해 이전과는 달리 부채 증가를 허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 정부는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큰 여지를 갖고 있다"며 "경기 부양책 마련에 동원된 국유은행 지원용 특별 국채와 지방 정부 유휴 토지와 미분양 주택 매입용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류 원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의 경우 미국과 일본은 각각 130%와 260%고 중국은 100% 수준"이라며 "중국 당국이 재정 적자율의 경우 3%를 경고선으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고 증상이 심각하면 고용량의 약을 먹어야 낫는다"고 꼬집었다. 류 원장은 또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 내 중소기업 어려움은 커지고 상장기업들의 재정적 손실이 불어나고 있으며 수출기업들은 매출 증가 속 이익 감소라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4분기에 급락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yuan_PE_20241018

2008년보다 인프라 등 투자 규모 더 커야

류 원장의 분석은 다른 경제 전문가의 전망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16일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이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전 고문 위융딩(余永定)도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투입한 4조 위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경제 규모가 과거에 비해 큰 만큼 재정 지출 규모도 2008년 수준을 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 전 고문은 이어 "경제에 단번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경기 부양 계획을 세우고 자세한 일정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중국 당국의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및 국유은행 자본확충 등을 위한 국채발행, 지방정부 지원 방안이다.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규모를 공개하지 않아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소비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바우처 지급 등 직접적인 지원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고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 정도 정책만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되살아날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만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주택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지 않는 한 소비 심리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 상황, 30년 전 일본보다 더 심각

이런 가운데 월가에서는 중국이 1990년대 일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헤지 펀드의 대부’로 통하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최근 중국 경제를 ‘잃어버린 30년’의 초입에 섰던 일본과 비교했다. 달리오는 월가에서 대표적인 중국 투자 옹호파로 통하는 인물로, 4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제국은 생산적이고, 재정적으로 건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을 비교해 볼 때 원칙적으로 중국이 더 유리하다”며 중국 투자를 권했다. 하지만 최근 달리오는 중국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 고용·임금 감소 등을 언급하며 “중국의 많은 기업과 지방정부가 부채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를 거듭 날리고 있다.

실제 중국과 30년 전 일본의 경제 사이클은 상당 부분 닮아있다. 일본은 1980년대 폭등한 부동산과 주식 등이 1990년대 초에 붕괴하면서 장기 불황에 빠져들었는데, 중국 역시 매년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거듭한 끝에 부동산 거품이 발생하자 중국 가계와 기업은 금리 인하에도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 통화당국에 따르면 중국 유동성 지표의 상징 격인 M1(현금+요구불예금) 증가율은 올해 7월 -6.6%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미래가 불확실한 탓에 즉시 벽장 속으로 퇴장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 사이클 유사성을 넘 공공부채 확대, 인구 감소, 미국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오히려 30년 전 일본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공공부채의 경우 지난해 중국의 GDP 대비 총 공공부채는 95%로 1991년 당시 일본(62%)보다 크게 높다. 공공부채 비율이 높을수록 정부 재정 부담이 늘어나 적극적인 부양책을 펼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일본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일본은 거품이 붕괴되고 거의 20년 후인 2008년까지 인구 감소를 겪지 않았다.

미국과의 갈등 관계 역시 일본 대비 중국에 더 큰 과제다. 미국은 최근 중국에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막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경제적으로 고립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대결하고 있다.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첨단 분야를 육성해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데, 미중 간 기술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아진 것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유럽, 이제 난민 그만 받고 송환하나?

유럽, 이제 난민 그만 받고 송환하나?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EU 정상들, 난민 송환 촉진 및 송환 허브 구축 방안 논의
EU 내 난민센터 아닌 제3국 송환 허브로 보내는 안건 마련
이탈리아, 알바니아에 난민 허브 구축 공식화
난민 외주화 비난에 타국 정상들은 주저하기도
EUSummit_20241018_PE
EU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총리(첫 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사진=EU 집행위원회

유럽연합(EU) 정상 회담에서 난민 관리가 화두로 떠 올랐다. 정상들은 난민 송환 촉진 및 역외 송환 허브를 구축해 그간의 불만을 잠재우겠다고 발표했다. 송환 허브를 역외로 만들어 불법 입국자가 EU 내에 거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U 정상회담, 드디어 난민 송환 문제 다뤘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불법입국 이민자 송환을 촉진하기 위해 교역, 개발원조, 비자정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EU 정상들은 이주민 역외 송환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EU 정상들은 이날 역외 송환 허브를 구축하고 망명 신청이 반려된 난민을 추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제 3국 난민 허브 사항은 공동 성명에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간 EU 각국 내에서는 난민을 그만 받아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달부터 반이민 정책 추진을 공식화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다루고 있다. 지난해 7월에 반이민 정서로 연립정권이 붕괴된 데다,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치안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알바니아에 난민 이주 센터를 건립하고, 지중해를 넘어온 난민들을 다시 알바니아로 보내는 정책을 이달부터 공식화했다. 난민이 급증하면서 국내 여론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스페인도 이탈리아와 같은 방식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EU 및 국제법에 따라 불법 이민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외교·개발·무역·비자 정책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도구를 동원해 단호히 조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다만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비롯한 일부 정상들은 이탈리아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일부는 정책이 인권에 잠재적인 위협을 가하며 이민 흐름을 통제하기에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U 외부에 ‘이주민 송환 허브’를 구축하자는 방안 역시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로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았다. 정상회의에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망명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이민자들이 제3국의 임시 수용시설에 머물도록 하자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망명 신청이 거부했지만 EU를 떠나지 않는 불법 이민자들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이같은 방안은 불법 이민자 문제를 사실상 제3국에 외주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EUSummit2_20241018_PE
EU 정상 회의/사진=EU 집행위원회

난민 문제에 제각각 딴소리 중인 유럽 각국, 합의 어려워 공동 대응 힘들 듯

이렇듯 EU는 회원국들이 불법 이민자와 관련해 각각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겪고 있어 접근 방식에서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 EU의 국경 국가들은 이민자들의 입국을 처리하는 한편 독일, 스웨덴 등은 주로 이민자들이 망명하고자 하는 목적지가 되고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들이 2026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한 ‘신(新)이민·난민 협정’의 조기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협정은 회원국 간 난민을 의무적으로 나눠 수용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자금이나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네덜란드와 헝가리 등은 ‘난민 의무 수용’에 반발해 이행 거부를 예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그간의 난민 수용 입장을 깨고 제3국 송환 허브를 마련해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EU 정상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이 방안에 대해 “틀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해법”이라고 극찬한 뒤 이탈리아 모델을 EU에 확대 적용할 것을 회원국에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이탈리아에 이어 네덜란드도 제3국에 송환 허브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딕 슈프 네덜란드 총리는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우간다에 송환 허브를 건설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나눠 받자 → 돈 내자 → 역외 수용하자

그간 유럽 각국은 난민 문제에 대한 책임 분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아프리카 및 서아시아 주요국에 식민지를 설치했던 후폭풍으로 유럽 언어를 쓸 수 있는 전(前) 식민지 국가 출신 난민들이 한편으로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되는 상황인 만큼, 무조건 난민을 반대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정치적으로 난민 포용 정책을 이어왔던 주요 좌파 정권은 지지 기반의 붕괴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난민을 수용해 노동력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들을 앞다퉈 내놓으며 상당한 정치적 자원을 소비했다.

이에 EU 집행위는 2015년부터 난민들을 나눠 받는 안을 논의했고, 동시에 불법 이민을 차단하기 위해 지중해 국경순찰대 예산 증가, 소피아 작전 등을 실시했다. 집행위의 방침에 따라 난민을 할당받은 국가들은 지중해 순찰대 예산 분담을 절감해 주는 방식으로 비용을 나눠서 감당해 왔다. 그러나 난민 숫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다 러-우 전쟁으로 각국의 예산이 부족해지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실제로 EU 집행위에 따르면 중동·아프리카 정국 불안으로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이 급증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탈출하는 난민이증가한 데다, 10여 년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지난해 강진 피해까지 겹친 탓이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는 29만2,985명의 난민이 도착했는데 이는 2016년(38만9,976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EU는 지난해 48만5,000명의 이민자에게 떠날 것을 명령했지만 이 중 80%는 여전히 역내에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 집행위가 제공하는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의 효과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우파 정권이 집권한 일부 국가들에선 역외 수용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유럽 주요 관계자들은 난민을 선별해서 수용하는 정책이 더 강화되는 기조인 만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주요국에서 먼저 역외 수용이 진행되고, 자국 내에 난민을 수용하는 나라들로 이민자들이 몰려가면 EU 전반으로 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이미 난민 수용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것에 대해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중해 순찰 인력 증대 논의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딥테크]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산정을 위한 도전 과제들

[딥테크]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산정을 위한 도전 과제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계량화 방식 ‘제각각’
‘기후 피해 함수’, ‘포괄적 변수’ 사용 및 ‘가정 정교화’ 통해 정확성 보완해야
‘사회경제적 변수’, ‘인간의 적응력’까지 분석에 포함시켜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계량화하는 것은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재정적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데,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아직도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 측정 방법들은 각자의 접근 방식에 따른 장단점들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피해 함수’(damage function, 자연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피해 간 관계를 나타내는 함수) 개념이 큰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지만 더 많은 연구와 교류를 통해 가정들을 정교화하고 보다 넓은 범위의 기후 변수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conomics losses from climate changes_TE_20241018
사진=CEPR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정확한 산정 방법 아직 없어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극한의 날씨가 전 세계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러한 경제적 손실을 계량화하는 것은 정확한 재무 설계 및 의사 결정을 위한 필수 사항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후 영향의 추산이 아직도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현재까지 제시된 수많은 방법론이 저마다의 장점과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 변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는데 최근 통계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도가 오른 것으로 측정됐고 이는 올해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으로 이어졌다. 기후 변화는 단순히 기온에 국한되지 않고 홍수, 작물 피해, 더위로 인한 생산성 하락 등을 유발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 역시 자산 손실, 수확량 감소, 노동 생산성 하락 등 다양한 방식과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중앙은행 등 각국 금융 기관들은 ‘금융 시스템 친환경화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를 포함한 다양한 조직에서 위험 산정을 위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들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보통 국내총생산(GDP) 영향으로 측정되는, 경제적 피해에 대한 정확한 추산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목적에는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가 1990년대 초 소개한 피해 함수 개념이 중점적으로 활용돼 왔는데, 본 개념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손실들을 통합해 경제 모델화한 것으로 이를 통해 많은 방법론과 예측치가 도출됐다.

각각의 ‘기후 피해 함수’들, 장점과 한계 명확

이렇게 만들어진 기후 피해 함수들은 모두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 계량화라는 공통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각각의 함수를 도출하는 방법론은 데이터와 가정, 분석 범위 등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나열식 접근법’(enumeration approach)이 대표적이다. 이는 기후 변화가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경로들을 모두 나열하고 각각의 추정치들을 합산해 총 영향을 도출하는 방식인데, 불완전하고 중요한 영향들을 간과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 하나의 방법론은 ‘계량 경제학적 접근’(econometric approach)으로, 데이터 기반 접근을 강화해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es) 모델을 사용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기후 변화보다는 단기간 ‘날씨 변동’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계산 가능 일반 균형’(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CGE) 모델은 보다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 예측을 위해 농작물 생산량 감소나 인체 건강과 같은 다수의 기후 영향을 변수로 활용하는 접근 방식인데, 변수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잡아내는 데 유용하지만 ‘나열식 접근법’과 동일하게 중요한 기후 영향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후학자와 경제학자 등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해 예측치를 제시하는 전문가 설문조사(expert surveys) 방식도 있지만 개별 전문가의 주관에 의존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중심적인 예측치를 산출하기 위해 그간 도출된 추정치들을 종합하는 메타 연구(meta-studies) 역시 빠르게 생산되는 연구 결과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

결국 다양한 방법론들이 각자의 접근 방식으로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전체 그림을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따라서 각 접근 방식이 가진 차이와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해당 주제에 대한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경제적 피해 관계 가정: ‘선형적 관계’ vs. ‘티핑 포인트 존재’

기후 변화와 경제적 피해 사이의 관계성을 정의하는 데도 다양한 견해가 있다. 이 중 대표적인 토론 주제는 지구 온난화와 경제적 손실 사이에 ‘선형적 관계’(linear relationship)가 존재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전 연구들은 일정량의 지구 온난화 증가가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킨다고 가정했으나, 그린란드나 서남극 빙상(ice sheet)의 해빙과 같이 기후 변화가 일정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점)를 넘으면 방대한 규모의 재난적 경제 손실을 가져온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에 학계에선 해당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피해 함수들이 시도돼 왔다. 먼저 양자의 관계를 2차 방정식(quadratic)으로 규정한 함수는 섭씨 6도의 기온 상승에서도 GDP 하락률을 8.5% 정도로 예측해, 높은 온난화 수준에서도 피해 규모를 크게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차 다항식(higher order polynomial)과 지수 모델(exponential) 등을 이용한 함수들은 현재 수준의 온난화 수준에서는 비슷한 예측치를 제시한다. 단 매우 높은 온난화 상황에서는 재난적인 피해 예측치를 내놓고 있다.

economics losses from climate changes_TE_Figure1_20241018
다양한 ‘피해 함수’들의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 예측
주: 지구 온난화(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 섭씨)(X축), GDP 손실(Y축), 선형(Linear), 2차 방정식(Quadratic), 고차 다항식(Higher order polynomial), 지수 모델(Exponential)/출처=CEPR

기후 변화와 경제적 피해 관계 가정: ‘성장 효과’ vs. ‘레벨 효과’

양 변수 간 관계에 대한 또 하나의 논쟁은 기후 변화가 경제 성장률 자체의 변화(growth effects, 성장 효과)라는 영구적인 영향을 촉발하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생산량의 변화(level effects, 레벨 효과)만을 초래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어떤 가정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추정치가 극적으로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성장 효과’를 가정한 연구 결과가 ‘레벨 효과’ 가정 연구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지 가정의 절충안으로 기후 변화가 성장률이 아닌 생산량에, 영구적이 아닌 다년간의 영향을 준다는 가정을 사용한 연구 결과들도 있다. 이 중 한 연구는 기후 변화가 일시적 영향을 미친 후 끝나지 않고 추가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 가정했는데, 이 방식으로 기후 변화가 영구적인 경제성장률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최대 10년까지의 경제적 영향을 측정하기도 했다.

economics losses from climate changes_TE_Figure2_20241018
‘영구적 영향’ 기후 변화 발생 후 ‘성장 효과’ 및 ‘레벨 효과’ 가정에 따른 GDP 성장률
주: 시간 경과(X축), GDP 로그값(Y축), 기후 변화 발생 미가정(Baseline), ‘레벨 효과’ 가정(Level effect shock), ‘성장 효과’ 가정(Growth effect shock), *’레벨 효과’ 가정 시 바뀐 GDP 성장률은 기후 변화 이전으로 복귀하지만 ‘성장 효과’ 가정 시에는 영속화/출처=CEPR

‘기온 외 기후 현상’, ‘사회경제적 요소’, ‘적응력’ 등 광범위한 변수 포함 필요

그런가 하면 기후와 관련한 어떤 변수들이 위험 산정에 포함돼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있다. 대부분의 연구가 기온 상승에만 초점을 맞춰 왔지만 강수량 변화, 기온 변동성, 가뭄, 사이클론 등 다른 기후 관련 변수들도 많다. 게다가 대부분의 피해 함수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주민들의 이주 및 무력 충돌, 사망률 등 사회경제적 변수들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주 장벽, 교역 비용, 기반 시설 등을 포함해 인간과 물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요소들도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 분석을 위해 상세히 규명돼야 한다. 아울러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간의 ‘적응력’도 포함돼야 할 변수다.

결론적으로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연구 방법론은 아직 진화 중이고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 기후 변화가 경제에 영구적인 피해를 주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영향에 그치는지에 대한 가정만으로도 기후 피해의 장기적 예측에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가져온다. 따라서 기후 위험을 보다 정확히 예측하려면 사회경제적 영향은 물론 인간의 ‘적응력’까지 포함한 훨씬 더 광범위한 변수들이 최대한 현실적인 가정하에 포함돼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전문가들 간 열린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일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젠 아츠(Senne Aerts)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애널리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Measuring economic losses caused by climate chang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중국 3분기 GDP 성장률 4.6%, 정부 목표 '5%안팎 달성' 적신호

중국 3분기 GDP 성장률 4.6%, 정부 목표 '5%안팎 달성' 적신호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1분기 5.3%→2분기 4.7%→3분기 4.6%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 달성 어려워져
부동산 위기·인구 고령화·수출 둔화 삼중고
CNGDP_PE_20241018

중국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성장 동력인 부동산이 끝없이 추락하고 물가도 낮은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고군분투하던 수출마저 꺾인 영향이다.

중국, 3분기 GDP 성장률도 4%대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3조2,910억 위안(약 6,399조8,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장률은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이 각각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4.5%를 소폭 웃돌았다. 다만 2분기 성장률(4.7%)보다 둔화해 2023년 1분기(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4.8%로, 역시 1~2분기 누적 5.0%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이대로라면 올해 중국 정부가 내세운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어려워진다. 로이터는 “조사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올해 4.8%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2025년에는 성장률이 4.5%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듬해에 그 목표가 달성됐는지 여부를 판가름한다. 그런데 지난해 초 중국 정부는 5%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수십년 만에 가장 낮은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중국 GDP 규모는 2023년 기준 120조 위안(약 2경3,100조원)에 달해 세계 경제 내 비중이 2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은 어려워졌다. 규모가 작을 때의 10% 성장률과 비교해도 지금의 5%를 낮은 성장률이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2010년 중국 경제가 40조 위안(약 7,700조원) 규모일 때는 연간 10% 성장해야 4조 위안(약 770조원) 늘어나는 것이지만, 지금은 5%만 성장해도 연간 6조 위안(약 1,160조원)이 증가한다.

20240806 china pe

부동산 침체·수출 둔화·물가 하락 등 영향

이번 3분기 성장률이 내려앉은 것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부동산 침체 영향이 크다. 1~9월 부동산 개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1% 하락하며 1~8월(-10.2%)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액은 올해 1~2월 -9.0%에서 지속 하락해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째 10%대 감소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계 투자은행 UOB의 웨이천호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부문은 가계 자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앞으로도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가계 자산은 최대 70%가 부동산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들어 발표된 경제 지표 역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시장이 6% 성장을 전망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2.4% 증가하는 데 그친 9월 수출액이 대표적이다. 수출은 올해 중국 경제의 최대 성장 동력 중 하나였다. 여기에 더해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이 2016년 이후 최장기간인 24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중국 경제 성장을 막는 요인이다. 브루스 팡 JL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약한 수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 수출 성장 둔화를 고려할 때 (3분기 성장률 둔화는) 시장 기대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피크 차이나’ 담론에 무게

미국과의 무역 갈등 심화, 첨단 기술 수출 규제 강화 등 외부 요인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견제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인구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 인구 증가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회 복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연금 제도 개혁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진핑 정부의 통치 철학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유기업 중시가 '마윈의 몰락'으로 상징되는 민영기업 퇴조를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다 보니 공동부유 구호에 불안감을 느낀 중국 부호들의 자산이 해외로 이탈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중국 성장을 견인하던 외국인 직접투자도 급격히 줄었다. 올해 1~8월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31.5%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미국 GDP의 75.2%까지 추격했던 중국 경제는 2022년 급격한 경기 둔화 이후 지난해 65%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성장이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 나아가 중국 위기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인력조정’ 논란 하루 만에 종결, KT 노사 '전직 지원금·희망퇴직 지원금' 상향 합의

‘인력조정’ 논란 하루 만에 종결, KT 노사 '전직 지원금·희망퇴직 지원금' 상향 합의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KT 노사, 한 차례 결렬 후 17일 인력개편안 합의
근속 10년 이상 전출자 전직 지원금 20%→30%
희망퇴직금도 최대 1억원 상향 조정
KT_KIM_PE_002_union_20241018
KT전국민주동지회의 규탄 집회 모습/사진=KT새노조

대규모 인력 재배치 계획으로 갈등을 빚었던 KT 노사가 빠르게 합의점을 도출했다. KT가 자회사 전출 조건을 상향하고 퇴직금을 1억원가량 더 지급하는 등 노조 측의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며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이에 제2노조인 KT새노조가 노사 협의에 반발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KT 노사, 인력구조 개편 합의 도출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KT 노조는 전날 김영섭 대표를 만나 인력 재배치와 관련한 합의 조건을 전달했다. 노사는 근속 10년 이상 자회사 전출자에게 KT에서 받던 기본급의 70%, 전직 지원금 20%를 주려던 계획에서 전직 지원금 30%로 상향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또 자회사 전출자가 받는 복지 혜택을 KT 본사와 유사한 조건으로 유지하는 안과 촉탁직 직원 근무를 기존 2년에서 3년 보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특별희망퇴직금도 당초 계획한 규모에서 확대해 직원당 최대 1억원을 더 지급하기로 했으며, 전출 또는 희망퇴직 목표 인원수도 문건에서 삭제했다.

KT 관계자는 “이번에 시행되는 KT의 인력 구조 혁신은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를 재배치해 보다 유연하고 신속한 업무 수행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직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 및 보상과 함께 고용 연장의 기회까지 주어지도록 하는 새로운 인력 구조 혁신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는 양측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KT새노조는 인력 재배치에 따라 통신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KT새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직원들과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발했고, 국회에서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구조조정 계획이 결국 노사 합의라는 명분으로 통과됐다”며 “경영진과 이사회는 아현사태가 반복될 우려가 큰 결정을 내린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_KIM_PE_003_20241018

인력 재배치, AI 투자 위한 ‘비용 절감’ 의도

KT 노조 측이 대규모 단체행동에 나선 건 사측이 10여 년 만에 꺼내 든 구조조정 카드에서 비롯됐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 15일 신설 자회사 2곳(KT OSP·KT P&M)을 설립해 본사 네트워크 인력 3,800여 명을 이동시키는 내용의 ‘현장 인력구조 혁신 방안’을 의결했다. 여기에는 특별희망퇴직을 함께 실시해 총 5,700여 명의 본사 인력을 재배치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KT OSP는 관련 직무 담당자 4,400명의 77%에 해당하는 3,400명을, KT P&M은 420명의 90% 수준인 380명을 추려낼 예정이다. 상권영업·법인가치영업, 현장지원 업무(760명)는 비효율 사업으로 판단해 폐지하기로 했다. 자회사로의 이동을 원하지 않는 경우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했는데, KT는 근속연수에 따라 최소 165%에서 최대 208.3%까지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노조는 즉각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날 오후 광화문 KT 사옥에서 전국 간부진 280여 명이 참여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노측 관계자는 “회사 측은 ‘업무 효율화’라고 하지만 이 단어는 3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라며 “당시에도 다수 직원이 고객관리(CM)로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김영섭 대표가 KT에 대한 큰 비전 없이 가장 쉬운 방법으로 타깃(목표)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T_KIM_PE_20241018
김영섭 KT 대표/사진=KT

정치권·노조 압력 이중고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인공지능(AI)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갑작스럽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줄곧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클라우드 분야에서 2조4,000억원 규모 파트너십을 발표하는 등 조 단위 투자를 시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으나 AI 등에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되자 대규모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도 혁신을 위한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한때 3만 명이 넘는 임직원이 다녔던 ‘공룡 KT’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쳐 2만 명 이하로 몸집을 줄였지만 올 1분기에 KT가 인건비로 지출한 비용은 1조1,00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 상승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KT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인프라 관리 역량 약화로 이어지면 2018년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와 같은 통신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가 팽배하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김 대표를 불러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 대주주가 현대차그룹으로 바뀌자마자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들고나왔다”며 “구조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과거 아현사태와 같은 통신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는 만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감축하려는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업무를 KT가 맡지 않고 자회사 또는 외주화하는 것이 적절한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 경영은 불법 경영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인 없는 대기업’인 KT는 혼란과 수난을 겪어왔다”면서 “KT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만드는 건 현 대표의 중장기적 과제인데, 인력 구조조정 때문에 또다시 정치권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고 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생도 1명 양성에 2억 ‘훌쩍’ 국방부, 사관학교 자퇴 시 양성비 환수 검토 착수

생도 1명 양성에 2억 ‘훌쩍’ 국방부, 사관학교 자퇴 시 양성비 환수 검토 착수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육·해·공사 자퇴생 해마다 증가폭 확대
2020년 40명→2023년 120명 3배 급증
양성비용 1명당 2억원대, 양성비 환수제 도입되나
military academy_PE_20241017

2020년부터 육·해·공군 사관학교에서 자퇴하는 생도 수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생도 양성비용 환수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사관학교 자퇴생 8년간 489명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국방부와 사관학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3개 사관학교에서 자퇴한 생도는 총 489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7년 27명, 2018년 40명, 2019년 34명, 2020년 4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1년에 52명을 기록한 후 2022년 100명으로 급증했고 작년에는 120명에 달했다. 올해는 8월까지 벌써 76명이 자퇴했다.

군종별로는 육사 264명, 해사 113명, 공사 112명이 자퇴했다. 특히 올해 들어 8월까지 육사 52명, 해사 13명, 공사 11명 총 76명이 자퇴했는데 통상 11월 수능 이후 자퇴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올해 역시 자퇴생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자퇴율이 가장 높은 학년은 1학년으로 파악됐다. 3개 사관학교 자퇴생 489명 가운데 49.3%인 241명이 모두 1학년에 자퇴했다. 학교를 그만둔 이들의 자퇴 사유는 대부분 ‘진로 변경’이었다.

입학 직후 자퇴를 택하는 인원이 많아지자 각 사관학교가 진학 의사가 뚜렷한 진성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해 입시제도를 바꿨지만, 그럼에도 실효성은 미미한 모양새다. 공사는 2023학년부터 면접시험 배점을 확대하면서 인적성 역량 평가를 강화했고, 육사는 군 적성요소를 중점적으로 보는 우선선발의 비율을 꾸준히 확대해 왔지만 자퇴 증가를 막지는 못했다.

military academy_PE_002_20241017_01
사진=육군사관학교

국방부, 양성비용 환수 검토

자퇴 생도가 급증하자 초급장교 인력 부족, 재학 생도 사기 저하와 더불어 생도 양성에 투입된 국고 손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생도들의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전제로 사관학교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이 비용은 급여, 급식, 피복, 개인용품, 탄약, 교육자료 등 직접비와 인력운영, 장비 및 시설유지, 유류 등 간접비를 모두 포함한 액수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4년간 생도 1명을 길러내는 데 드는 비용은 육사 2억7,037만원, 해사 2억3,257만원, 공사 2억6,36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자퇴 시 이를 환수하는 구체적인 규정은 사실상 없다. 생도 입장에서는 자퇴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셈이다. 이에 국방부는 자퇴 생도에게 투입된 양성비용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사관학교를 상대로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앞서 사관학교들은 질병·사고에 따른 심신 이상으로 자퇴하는 생도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진로를 변경하려는 저학년생도 등을 제외하고는 양성비용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관학교 경쟁률 상승세는 ‘허수 지원’ 영향

다만 입학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3개 사관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2021학년 24.1대1(모집 735명·지원 1만7,739명), 2022학년 22.3대1(735명·1만6,424명), 2023학년 22.3대1(735명·1만6,367명), 2024학년 28.4대1(735명·2만905명)의 추이로 상승하고 있다. 육사는 2021학년부터 26.2대 1, 24.4대 1, 34.3대 1, 28.9대 1로 등락을 반복하다가 올해인 2025학년엔 29.8대 1로 3년 연속 상승했고, 해사는 2023학년 18.7대 1을 기록한 이후 25.1대 1로 크게 상승했다가 2025학년엔 25.7대 1로 6년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입시 업계는 사관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한 것이 아닌 허수 지원자가 늘어난 것이라 보고 있다. 허수 지원자는 사관학교 1차 시험을 수능 전초전으로 활용해 진학 의사가 없음에도 시험에 응시하는 지원자를 의미한다. 사관학교 1차 시험이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수능 형식의 지필고사로 출제되고 있는 만큼 수험생들이 실제 수능 시험장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일종의 모의고사로 활용하는 것이다. 올해 역시 경찰대와 1차 시험 일정이 분리된 영향으로 허수 지원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육사 입학처는 육사신보를 통해 “허수 지원을 줄이기 위해 입학전형료 인상과 지원동기서 접수를 2021학년부터 모든 사관학교가 시행해 오고 있는데 그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韓과 격차 벌리는 中 조선업, '해양굴기' 앞세워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빠르게 추격

韓과 격차 벌리는 中 조선업, '해양굴기' 앞세워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빠르게 추격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수정

2019년 세계 1위 오른 中 조선업, 2030년 세계 시장 장악 목표
2000년대 '해양굴기' 선언 후 전략적인 정책 지원으로 韓 추격
선반 수주량에서 밀린 韓, 조선업 가치사슬 경쟁력 1위도 내줘
20241015_ship

중국이 '해양굴기'를 앞세워 2030년 세계 조선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중국은 낮은 임금과 원자재 가격을 기반으로 저가 공세에 나섰고 2019년 신규 선박 수주량에서 세계 1위에 오른 후에는 2위 한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에 한국은 세계 조선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이미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조선업 3분기 점유율 70%로 韓과의 격차 벌려

16일(현지시간)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중국은 표준선 환산톤수(CGT) 기준으로 3,467만 CGT(1,222척)를 수주해 전 세계 점유율 70%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자국의 발주 물량에 더해 저가 공세로 세계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수주 물량을 확대하면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반면 2위에 오른 한국은 같은 기간 872만 CGT(201척)를 수주하며 점유율 18%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글로벌 신규 선박 수주량에서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빅3'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피하는 대신 수익성이 강한 친환경 선박의 비중을 높이면서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더욱이 글로벌 조선업계의 호황으로 이미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터라 한정된 생산능력(CAPA) 안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해 생산하는 전략이 나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실제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 발주의 80%를 점유했고, 암모니아 운반선 역시 70% 이상을 차지해 전략 선종으로 부상했다.

문제는 중국이 친환경 선박 부문에서도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17일 중국 언론들은 올해 중국 조선업계가 전 세계 친환경 선박 주문량의 70% 이상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중국 내 조선 건조량은 3,634만 재화중량톤수(DWT)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선박 수주량은 8,711만 DWT로 51.9% 급증했고, 수주잔량도 1억9,330만 DWT로 44.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건조량, 신규 선박 수주량, 수주잔량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각각 55.1%, 74.7%, 61.4%를 달성했다.

이를 두고 중국중앙TV(CCTV)는 "중국이 조선업의 주요 3대 지표에서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점유율 1위를 지켰다"며 "환경친화적 기술, 고급 선박, 독점적 혁신 등이 중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이 18개 주요 선박 유형 가운데 14개의 신규 주문에서 세계 선두 자리를 지켰다"고 전했다. 친환경 선박이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241022_china_material

中 국영 조선사 기반의 안정된 산업 생태계 위협적

이렇게 중국 조선업이 세계 1위로 올라선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해양굴기가 있다. 지난 2002년 중국 공산당은 제16차 당대회에서 조선산업에 대한 해양굴기를 선언했다. 10년 후인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도 '해양 강국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해양산업 발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의 청사진인 '조선산업 친환경 발전 개요'에서는 오는 2025년까지 조선업의 친환경 발전 체계 구축과 기자재 공급 역량 강화를 중점 추진하고 2030년에는 중국 선박 공급망과 기술력을 토대로 세계 조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은 중국 조선 산업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조선업계의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정책적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조선업 불황기에는 정부와 국영기업이 선(先) 발주에 나서면서 업계를 도왔다. 그동안은 수익성이 낮은 벌크선·컨테이너선·유조선 수주량의 비중이 큰 것이 한계로 지적됐지만 최근에는 친환경·대체 연료 선박인 LNG선, 메탄올 연료 선박, 크루즈선, 대형 컨테이너선, 심해·원양 풍력 발전 설치 선박 등 다양한 선박 유형을 성공적으로 건조하며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 경험도 쌓아가고 있다.

국영 조선소를 기반으로 형성된 안정된 산업 생태계도 글로벌 조선업계에 있어 다분히 위협적이다. 더욱이 한국보다 임금이 낮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강 후판 등 조선 원자재의 가격이 덤핑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중국 1,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이 본격적인 합병 절차에 돌입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규모가 4,000억 위안(약 75조원)으로 세계 1위 HD현대중공업(약 17조원)의 4배를 넘고 매출, 영업이익, 선박 수주량에서도 독보적인 초대형 공룡 조선사가 탄생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이미 조선산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 1위를 중국에 내줬다. 가치사슬 경쟁력은 △연구개발(R&D)·설계 △조달 △생산 △유지보수(AM)·서비스 △수요 등 5개 부문을 평가해 종합하는데 한국은 R&D·설계와 조달 부문에서만 우위를 보였을 뿐 생산과 유지보수·서비스, 수요 부문에서는 중국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별로는 한국은 가스운반선과 컨테이너선에서만 중국을 앞섰고 유조선은 중국이 2022년부터 한국의 경쟁력을 뛰어넘었다.

韓 숙련 인력 부족·높은 해외 기술 의존도 한계 지적

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고까지 안고 있다. 조선업 수퍼 사이클로 일감이 몰리고 있지만 이를 수행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도 내막을 살펴보면 배를 만들 수 있는 숙련공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주를 못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 부족한 인력은 대부분 기간제·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지만 대부분 짧은 기간 교육을 받고 생산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숙련공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비등하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조선업계를 떠난 숙련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극심한 침체를 겪었고 이 시기 구조조정으로 숙련 인력이 대거 현장을 떠났다. 현재 조선업계가 이들을 다시 불러오려 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이미 원전이나 반도체 공장 건설 부문에서 일을 하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업계는 앞으로 인력난이 더 심화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업계 인력 부족이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고, 2027년부터는 약 13만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핵심 기자재 분야에서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기술 특허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로열티 부담이 늘어나 수익성을 갉아먹는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유명 조선 업체가 2001년부터 올해까지 특허를 출원한 국가별 비중은 미국 29.6%, 일본 21.7%, 유럽 20.6% 등으로 특정 국가에 쏠리지 않았다. 스위스 ABB와 미국의 허니웰은 같은 기간 출원한 조선 관련 특허만 4만5,000개가 넘는다. 해외 조선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식재산권에 투자하며 기술 권리 보호에 집중한다는 방증이다.

반면 한국 조선 업체들은 특허의 76.3%를 한국에 출원하고 있다. 미국(3.6%)이나 일본(1.9%) 등 주요국에 특허를 출원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이렇다 보니 국제적으로 기술 권리 보호를 받을 여지가 적고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글로벌 기업에 기술료를 낼 수밖에 없다. 일례로 국내 조선사들은 LNG 화물창 기술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프랑스 기업 GTT에 수주 금액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한다. LNG선 1척을 건조할 때마다 GTT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100억원으로 현재까지 국내 업체들이 GTT에 지불한 로열티만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세화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AI용 전력 확보해라" 아마존 등 美 빅테크, 줄줄이 원전 투자 확대

"AI용 전력 확보해라" 아마존 등 美 빅테크, 줄줄이 원전 투자 확대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아마존, 도미니언에너지·에너지노스웨스트 등과 SMR 개발 계약 체결
구글·MS 등 주요 빅테크도 원전 투자로 에너지 확보 나서
美 정부 산하 연구소는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착수
ai_nuclear_20241017

아마존이 원자력 에너지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사업을 영위하는 여타 주요 빅테크 기업들 역시 원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마존, SMR 투자 확대

16일(현지시간) 아마존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에너지 기업 도미니언에너지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새로운 SMR은 도미니언의 기존 원전 인근에 개발될 예정으로, 아마존은 해당 시설에서 30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미니언은 이미 버지니아에 있는 452개의 아마존 데이터센터에 약 3,500MW의 전력을 공급 중이다.

이에 더해 아마존은 유틸리티 기업인 에너지노스웨스트와 워싱턴주에 4개의 SMR 개발, 인허가 및 건설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SMR은 초기에 320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이후 960MW까지 생산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원자로 및 연료 공급 업체인 X-에너지에 5억 달러(약 6,9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아마존은 차후 X-에너지와 협력해 2039년까지 미국 내 5기가와트(GW) 이상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는 신규 전력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의 원자력 투자 확대와 관련해 매트 가먼(Matt Garman) AWS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몇 년 동안 GW 단위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풍력과 태양광 사업이 충분하지 않아서 원자력이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SMR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어서 안전하고 훨씬 더 작은 형태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google_nucler_20241017
구글 소형모듈원전(SMR)의 랜더링(컴퓨터 그래픽) 이미지/사진=구글 홈페이지

원자력에 주목하는 빅테크 업계

아마존 외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 확보를 위해 원자력 부문 투자를 늘려가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구글이 미국 스타트업인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와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앞으로 카이로스가 가동하는 6~7개 원자로에서 총 500MW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합의할 예정이다. 다만 양측은 이번 합의의 재무적 세부 사항이나 SMR 건설 위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MS도 지난달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계약을 맺고, 197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펜실베이니아주 미들타운 남부의 스리마일(Three Mile)섬 원전의 재건을 돕기로 했다. 스리마일섬 원전은 오는 2028년부터 재가동될 예정이며, 생산된 전력은 MS 데이터센터에 전량 공급된다.

美, MMR 기술 개발 '박차'

주요 기업들의 원전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 역시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원자력발전 전문 연구소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는 2020년부터 일명 '마블(MARVEL)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마블 프로젝트의 목표는 SMR보다 작은 마이크로 원자로(MMR)를 활용해 100㎾(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MMR은 AI 시대 전력 공급난을 해소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형 원전, SMR과 달리 MMR은 독립 전력망으로 작동한다"며 "전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도심에 자리 잡은 데이터 센터도 MMR이 상용화하면 입지를 격오지로 이전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민간 원전 업체들 역시 MMR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MMR 개발업체 라스트 에너지(Last Energy)는 2019년 설립 이후 탈탄소화 실현과 원자력 확대를 목표로 20MW급의 MMR를 개발 중이다.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모듈들을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해 제작, 운송, 조립 등에 걸리는 시간을 24개월 이내까지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라스트 에너지의 첫 번째 MMR은 2026년 중 가동될 예정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